경청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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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배제’, ‘공동체와 개인의 문제가 빚어내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일면을 객관적이고 냉담한 시선으로 투사하는 김혜진 작가는 이렇게 또 한번 빛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말을 하고 있지만 더없이 외로워진 현대인들에게 경청의 시간을 넌지시 제안하는 소설!

 

 

 

 

  지난달 29일 밤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156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사망자 대부분은 10대에서부터 30대에 이르는 젊은이들이었다사고 발생 이후 각종 언론에서는 토끼 머리띠를 쓴 남성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참사 당시 밀어!”라고 외쳐 압사 사고의 발단이 된 인물로 의심 받았던 남성이 토끼 머리띠를 썼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이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그로 의심 되는 남성과 인터뷰를 시도했고그는 방송을 통해 여전히 악의적인 메시지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미 압사 사고 발생 시간 보다 일찍 이태원을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있었고방송을 통해 교통카드 결제 내역과 경찰과 CCTV 확인까지 거친 상태였다하지만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고 모욕적인 욕설을 일삼는 사람들의 거침없는 마녀사냥은 도를 넘어 위협적인 수준으로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특정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비유적으로 마녀사냥이라 지칭해왔다. 14세기에서 17세기 기독교를 절대화하여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어났던 이 잔인한 군중심리가 오늘날 인터넷과 매스컴익명성이라는 특성을 등에 업고 더욱 손쉽게 자행되고 있다. “누가 ~했다더라에서부터 시작된 수군거림이 각종 루머와 악의적인 보도들로 이어지면서 이내 걷잡을 수 없는 집단 히스테리로 양산되고 마는 이 일련의 과정에 브레이크란 없다강경 대응고소 같은 완곡한 언어로 대응하거나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을 마감시키는 참극이 벌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누적된 피로감만 확인할 뿐이다소설 경청이 보여주는 현실 역시 그러하다. ‘세계의 부조리함에 대한 간파는 모든 현대소설의 출발점이거나 종착점(언더스토리박혜진)’이라는 설명을 굳이 곁들이지 않더라도전작 딸에 대하여불과 나의 자서전과 더불어 혐오와 배제’, ‘공동체와 개인의 문제가 빚어내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일면을 객관적이고 냉담한 시선으로 투사하는 김혜진 작가 특유의 의식이 이 작품에서도 도드라진다말 한마디에서 출발한 비극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당한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침묵이 결여된 현대인들의 외로운 소통을 담아낸 우울한 초상이다.

 

 

 

침묵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상담사의 발언이대로 문제 없나.’

  15년 차 심리상담사 임해수는 자신의 삶에서 기대한 수많은 것들꿈꿀 수 있었던 무수한 것들이 이런 식으로 전락할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삶이 신중하게 블록을 쌓아 올리는 것과 같다면 단 하나의 블록을 빼는 것만으로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처절하게 실감하고 있을 뿐이다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그 어떤 감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아니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까지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고 때문에 그들에게 자신감 넘치는 조언까지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하지만 모든 것이 불가능해진 오늘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이전의 삶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이지 아무런 생각 없이마치 다 아는 사람처럼대본에 적힌 대로 다른 패널들과 함께 한 배우의 잘못을 방송에서 논한 것이 그의 자살을 초래한 게 맞는 걸까. “혹시 임해수 박사님 아니에요맞죠?” 무시로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람들신경 쓰지 마라고 위로하면서 당시의 일을 번번이 입에 올리는 이들사과를 했어야 한다는 은근한 비난이 섞인 시선들누군가를 만나는 일이란 곧 고통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일이었기에 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악인인지용서받지 못한 가해자인지아니면 가혹한 누명을 뒤집어쓴 피해자인지 혹은 역경에 굴복한 패배자인지어쩌면 시련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얼간이일지도.

 

 

 

전 그런 사람들이 아니에요전 그럼 사람들과 달라요.

남들과 선을 긋는 말들다른 사람들을 멀리 내모는 말들결국 자신의 올바름과 정의로움을 도드라지게 하는 말들그러나 그녀에게 그 모든 말들은 차이가 없다사람들의 말은 그녀가 지나온 시간들을 상기시키니까여전히 모든 게 조금도 잊혀지지 않았다는 증거니까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끈질기게 자신의 이름이 회자될 거라는 경고니까. / 15p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드는 걸까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이렇게 날 조롱하는 데 혈안이 된 이유가 뭘까태도의 문제말투의 문제예의의 문제인격의 문제신뢰의 문제직업윤리의 문제나에게서 수많은 문제들을 예리하게 찾아낸 사람들이 보여 주는 게 고작 이런 거라니.

(사과니 사죄니 하는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내가 응해야 했다고 생각해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다물고그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바라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 62p

 

 

 



 

 

 

 

  해수는 오늘도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기자에게변호사에게친구에게헤어진 남편에게상담 센터 대표에게상담 센터의 상담자에게안부인지사과인지해명인지 모를 것들을 쓰고 찢어버리기를 반복한다언제나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엔 턱없이 부족한 글이고가만히 들여다보면 실은 그럴 마음도 별로 없는 글이고그러므로 폐기되어 마땅한 글이라고 자각하면서도 이따금 마음속 깊이 가라앉은 말들을 꺼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보류하기로 한다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일 수 있다면 지금은 뭔가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기를 택하기로 한다그렇게 피해자와 유가족진실과 억측호소와 반박 같은 깨진 유리 조각 같은 단어들 너머로 숨 쉬고걷고말하고매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은 아니살아내야만 하는 이들은 대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이전에는 상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더듬거려본다.

 

 

 

그러나 더 두려운 말은 따로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들이 아니라 그녀가 기꺼이 삶을 공유한 이들이 간직한 말들그녀가 표정과 눈빛을 단번에 읽어 낼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조심스러운 표정 뒤에 그들이 감추고 있는 의구심과 안타까움 같은 것들이 그녀를 괴롭힌다. / 67p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완벽하게 구분한다고 믿었을 것이다자신이 집중해야 하는 일과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을 명확하게 구별한다고 여겼을 것이다이제 그녀는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어떤 면에서 삶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 106p

 

 

 

  하지만 급진적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말처럼 인간은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복합적인 유기체로서 삶의 과제를 함께 조정하고 공동의 삶을 공유하기 마련인가 보다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당한 듯했던 해수의 소외된 일상에 상처 입은 고양이 순무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세이가 눈에 들어온다동정연민연약하고 가여운 동물에게 느끼는 흔한 감정 속에서 자기 연민을 엿보며 자신이 안타까워하는 것이 순무를 사로잡은 고통인지그런 고통에 노출된 삶인지고통을 견뎌 온 지금까지의 시간인지얼마가 될지 모르는 앞으로의 시간인지 알 수 없어진다대체 왜 자신이 이 고양이에게 마음이 쓰이는지구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인지세이의 고통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함으로써 계속 우정을 나누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알 수 없지만지난날의 허상을 좇는 것과 다름없는 의미 찾기 놀이는 이제 그만두고 세이와 함께 순무를 구조하는 데 몰두한다.

 

 

 

그녀는 알고 싶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루맘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나아지지도 않고달라지지도 않는 길고양이의 비통한 삶을 매일 마주하는 이유를그 안에서 마루맘이 발견하고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를.

이유 같은 건 없어요이유가 뭐가 있겠어요고양이들도 뭐 이유가 있어서 사는 건 아니잖아요태어났으니까 사는 거지저도 그래요.

마루맘은 끝없이 의미를 쫓아다니는 그녀를 꾸짖듯 그런 대답을 하고는 돌아선다. / 111p

 

 

누가 봐도 이건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이건 명백히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그러니까 이건 뉴스나 기사에서 보던 괴롭힘과 따돌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그러나 그녀는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는다그녀는 엄한 어른의 얼굴을 하고곧장 아이들의 세계로 쳐들어가서옳고 그름을 운운하며 사이좋게 지내라는 하나 마나 한 충고를 게 좋은 해결책이 아님을 잘 안다그건 문제를 더 심화시킬 뿐이다그런 외부자의 피상적인 목소리로는 저 아이들의 세계에 균열을 낼 수 없다. / 122p

 

 

어색한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발걸음이 교문을 향한다교문 앞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말로언어로아이를 위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다상담사로서 자신이 가졌던 굳건한 믿음의 실체가 이처럼 허약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그녀는 어떤 말에도 확신을 가질 수 없다자신이 한 말이 어떤 식으로 변형되고 왜곡되는지 짐작할 수 없다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진작 깨달아야 했을 말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 123p

 

 

 




 

 

 

 

  언어가 생략된 순무와 교감을 하면서 해수는 수없이 많은 말들로 소란스럽던 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헤아림과 공감위로와 포용그러한 감정들은 어쩌면 완전한 침묵 안에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그녀는 이제껏 말에 관해서라면 두려움을 느껴 본 적이 없었고말로써 보이지 않는 자신의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의심해보지 않았다그런 식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해수는 순무와 세이죽은 배우의 아내를 만남으로써 깨닫는다자신은 그저 넘쳐 나는 말들에 둘러싸여불필요한 말들을 함부로 낭비하는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자신이 한 말이 언제 탄생하고 어떻게 살다가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하는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덕분에 나 역시 깨닫는다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너를 이해해라는 말들을 얼마나 많이 얼버무려왔던 왔는지를함부로 선의와 악의를 재단하며 경계를 세워왔는지를아울러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선 침묵할 줄 아는 것세상을 판단하는 속도를 늦추고 대신 귀를 기울이는 데서 진짜 소통이 시작되는 게 아닌지 헤아려본다이것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말을 하고 있지만 더없이 외로워진 현대인들에게 경청의 시간을 넌지시 제안하는 이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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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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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목적을 잃은 땅에서도 기어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인간이 망친 세상에서 살면서 여전히 인간적인 것들을 그리워하는 존재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부여하는 천선란 식 은유는 이토록 다정하다!

 

 

 

 

  때는 49세기인간은 끊임없이 지구 생태를 위기에 빠뜨렸고 전쟁으로 모든 것을 소실했다여기에 지구 절반을 덮친 대홍수로 이제 바다와 사막만이 인류 환경의 대척점에 위치해 있을 뿐이다랑은 조와 함께 사막 한가운데서 살아가던 아이였다사막은 그저 허허벌판인일직선으로 나아가다 눈 깜빡임으로도 한순간에 길을 잃을 수 있는 곳이었다자신도타인도 믿을 수 없는나의 모든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하는 바로 그런 곳그러던 어느 날랑은 전쟁이 한창 벌어졌던 2844년대에 만들어진 로봇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에게 고고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랑은 나를 지나치지 못했다랑의 그 어떤 오지랖.

내 앞에 멈추거나 지나치는 그 한 걸음의 차이로 나는 다시 켜졌다. / 83p

 

 

 

  하지만 이제 이 땅 위에서는 어디서도 랑을 볼 수 없다랑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상실한 고고는랑이 고고에게 다음 목적을 만들어주지 않고 죽은 탓에 덩그러니 놓이고 만다랑의 친구인 지카는 고고와 랑을 땅에 묻고 난 뒤이곳에서 동쪽으로 대략 600킬로미터를 가면 있다던 바다로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막이 내리는 이 시대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들이 똘똘 뭉쳐 있다는 바로 그곳으로하지만 지카의 제안을 거절하며 고고는 드카르가의 검은 벽을 향해 가기로 결정한다인간의 헛된 희망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를과거로 가는 땅을 향해언젠가 랑도 그곳에 가보고 싶어했지만 조를 두고 갈 수 없었고조 다음에는 고고를 두고 갈 수 없었다던 지카의 말이 고고를 그곳으로 움직이게 한 것이다고고에게 남은 삶의 선택지란 역시 랑이 유일했기에아니어쩌면 고고는 자신이 헤아릴 수 없는 희망이라는 영역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어떤 것이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인지마찬가지로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인간이 품는 희망이란 것 안에서 찾아보기로 한 걸지도.

 

 

 

태어나는 것과 만들어지는 건 그렇게 다르다태어난다는 건 목적 없이 세상으로 배출되어 왜 태어났는지를 계속 찾아야 하는 것이기에오로지 그것뿐이기에 그 해답을 찾는 시간만큼 심장의 시계태엽은 딱 한 번 감겼지만 만들어진다는 건 분명한 목적으로 세상에 존재한다이유를 찾아야 할 필요도 없이 존재하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야 하는 것그렇기에 목적을 다할 때까지 망가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은 계속 엔진을 교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랑이 말했다그 말은 목적을 다하면 꺼버린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 10p

 

 

인간은 헛된 희망을 품는군.”

완벽한 희망을 품어야 하나?”

…….”

그게 말이 되는 문장이기는 하고?”

순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내가 답할 수 있는 영역의 물음이 아니다나는 희망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어떤 것이 더 인간을 살게 하는지 알 수 없다. / 38p

 

 

 



 

 

 

 

  드카르가의 검은 벽으로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고고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버진을알아이아이라 불리는 팔이 없는 로봇을마차부자리에서 온 외계인 살리를 만난다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고고는 이 사막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건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신호 혹은 나를 부르는 목소리 같은 것임을트랙터로 사막에 길을 내는 것이 아무리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닌 행위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원하는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간절함이 나를 그곳으로 인도해주리라는 믿음의 소중함을 어렴풋이 매만지게 된다덕분에 이따금 오류처럼 기억장치가 제멋대로 랑과의 추억을 재생시킬 때면그것이 마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와 인간을 마비시키는 그리움이란 감정임을 감각하게 된다. “내가 만난 인간 중에서 가장 오지랖이 넓은 인간인 랑과의 기억 덕분에 팔이 없는 알아이아이에게 자신의 한쪽 팔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을 얻고생명이 살지 못하는 척박한 땅에 물을 주는 마음 같은 것이 사랑임을 체득한다.

 

 

 

선인장 신이 고고가 마음에 들었나봐소원 들어줬잖아.’

선인장 신?’

우리가 아까 기도했던 신.’

……내가 기도했던 대상이 선인장이라니몰랐는걸.’

() ‘선인장은 사막에서 살아남았잖아그러니까 사막이랑 친한 거지선인장이 말하면 사막은 들어줄 수밖에 없어사막이 선인장을 아낀다는 거니까.’

(사막이 선인장을 아낄 수 있느냐고단지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막이 선인장을 사랑하는 거라면 마찬가지로 억척스럽게 살아남은 인간도 사랑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생각을 음성으로 옮기진 않았다랑의 마지막 말을 깨고 싶지 않았다. / 79p

 

 

속에 주먹만 한 알갱이가 있어.’

조가 죽고야외 의자에 두 다리를 끌어안은 자세로 앉아 있던 랑이 말했다반나절 만에 처음 꺼낸 말이었다.

그 알갱이가 내 속을 막 두드리면서 돌아다녀나는 그게 무척 거슬려고고이게 뭔지 알아이게 울음덩어리야나오고 싶어서 난리가 났지근데 버틸 거야울지 않을 거야나는.’

나는 얼마 걷지 못하고 무릎을 굽혀 앉는다웅크린 자세로 앉아 내 안을 떠도는 응어리를 판단의 오류라 여기며어쩌면 정말 벌레가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고고나중에 주먹이 배를 두드리는 느낌이 나면 나한테 꼭 알려줘그때 같이 있어줄게.’ / 112p

 

 

 

  언젠가 랑은 고고에게 바람이 불지 않으면 사막은 그림이 된다고 말한 적 있다세상을 사진처럼 인식하는 고고에게 랑은 그림에는 감정이 들어가게 하고감정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며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변화하는 것이고변화하는 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고 말한다사진은 현상의 전후를 추측하게 하지만 그림은 그 세계가 실재한다고 믿게 한다고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고고는 드카르가의 검은 벽에 다다를 즈음오아시스가 실재한다고 믿는 인간의 마음을 알려준 랑 덕분에 사막을 그림으로 바라보기에 이른다그렇게 작가 천선란은 삶의 목적을 잃은 땅에서도 기어코 나아갈 수 있는 힘을인간이 망친 세상에서 살면서 여전히 인간적인 것들을 그리워하는 존재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부여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보기에 그럴싸하면 돼네가 감정을 진짜 느끼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내가 느끼기에그 애가 그렇게 느끼기에 그렇다면 된 거야안 그래그냥 다 따라 하는 거야인간이라고 상대방에게 감정이 있는지없는지 어떻게 알겠어영혼을 뺏어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상대방에게 감정이 있다고 믿는 순간 생기는 거야그러니까 너도 시치미 떼감정도 네 것이라는 듯이 행동해.” / 134p

 

 

 




 

 

 

 

  랑을 향한 그리움이 있는 한 나의 사막은 여느 사막과 다름을 느낄 수 있었던 고고처럼랑과 나의 사막은 가장 절망적인 시대 속에서도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감각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묵묵히 사막을 걸어갔던 고고의 여정이 그러했듯모든 것을 상실한 가운데서도 마음의 목적지만은 잃지 않기를 바라는 천선란 식 은유가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거친 사막의 선인장 그 아래 유유히 흐르는 오아시스를 대주는 마음 같은 것그것을 헤아리게 하는 이연미 작가의 표지 그림마저도 다정하다덕분에 나는 또 어느 사막 속을 헤매며 걷고 있을까하고 막막한 생각이 들 때면 랑과 고고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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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 세상의 미로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공부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김민형 지음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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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는 아주 특별한 언어수학!

무한히 성장해가는 수학의 매력을 전해줄 아주 간편한 교양서!

 

 

 

  <노랑 빨강 파랑>, <구성 9>, <검은 틀등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점과 선면 등 기하학적인 형상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이른바 구체 예술의 시대를 연 칸딘스키 이후 추상 개념과 기하를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미술가가 점점 많아졌다고 한다반면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작품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에는 유디트가 마을을 침략한 아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술에 취하게 만든 다음 그의 목을 베는 끔찍하면서도 영웅적인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여기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유디트가 목을 베는 순간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의 궤적이다동명인 카라바조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젠틸레스키가 이 부분에서 얼마나 혁신적이고 사실적인 관점을 표현했는지 알 수 있다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의 저자 김민형 교수는 이것이 갈릴레오의 최신 탄도학 이론을 반영하고 있다는 몇몇 역사학자의 주장에 동조하며수학과 미술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창조력을 끊임없이 공유해왔음을 역설한다.

 

 

 

  플라톤의 걸작 국가에 따르면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유아기부터 18세까지 수학을 공부하고 2년간 군에서 복무한 뒤 30세까지 또 수학을 배우도록 권했다고 한다그는 수학의 모든 분야를 이해한 다음 철학 공부를 시작해야 사회와 정치 활동을 제대로 할 기반을 갖출 수 있다고 여겼다다시 말해 수학은 질서와 패턴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세계의 형성은 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수학 없이는 진리를 알지 못하고 진리를 모르면 정치를 논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그만큼 수학은 문명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다리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그리고 수학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수학을 대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가피타고라스의 정리근의 공식미적분… 정규 교육 과정 속에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각종 공식들 앞에서 수학은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린다계속 안고 갈 것인가포기할 것인가필수 사칙연산 정도만 알아도 살아가는 데 하등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논리 앞에서 수학의 의미는 곧잘 무색해지고 만다그렇다고 해서 엄마구구단은 왜 알아야 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외워야 하니까시험을 잘 치려면 공부해야 해’ 따위의 말로 수학을 배우는 목적을 설명해줄 수 없는 노릇이라 내 안에서 좀 더 수학이라는 언어가 자연스러워질 수는 없는지 늘 고민한다이따금 내가 수학 교양서를 읽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수학이 없으면 어떤 곤란한 일이 생길까?

피타고라스 정리는 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수식일까?

르네상스 회화에 숨겨진 탄도학 이론은 무엇일까?

플라톤은 왜 서른 살에도 수학을 공부하라고 했을까?

망명한 소련 수학자들은 어떻게 수학계를 뒤흔들었을까?

 

 

 

세상의 미로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공부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은 김영사에서 기획된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 중의 하나다세상을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표현해주는 수학 언어의 매력을 소개하고피타고라스 정리나 삼각함수처럼 잘 알려진 수식을 활용해 여러 가지 수학 문제들을 독자들과 풀어보고자 한다또한 난제를 풀기 위해 평생을 바친 수학자들의 사연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수학 경험의 본질임을 보여줌으로써무한히 성장해가는 수학 문화의 매력과 수학 공부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마련된 수학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내가 하는 수학 경험은 어두운 대저택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저택의 첫 번째 방에 들어가면 완전히 깜깜하다가구에 부딪히고 비틀거리다 보면 차츰 방의 물건이 각각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고 6개월 정도 지나야 전등 스위치를 발견한다스위치르 켜면 갑자기 밝아지면서 모든 것이 보인다이제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게 되고 그다음 어두운 방으로 넘어가 또다시 비틀거리며 6개월쯤 지낸다. - 앤드루 와일스 / 14p

 

 

 

  우리에게 경외감을 안겨주면서 동시에 좌절감을 맛보게 하기도 하는 수식(공식). 만약 수식이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나에게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수식일 뿐이지만저자는 수식이야말로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언어와 같다고 말한다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에 따르면 우주 그 자체가 거대한 수학 구조와 같아서수식을 편하게 다루는 능력은 그 능력을 소유한 자에게 엄청난 양의 세계 정보를 선사한다고 주장한다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간결하고도 아름다우며 위대한 언어로서 수식의 중요성과 수학자들이 수식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중학교 수학을 배운 독자라면 아마 수식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위 문장을 더 간결하게 만들 수도 있다사실상 수식으로 도달할 때까지 표현을 계속 줄일 수 있다요점은 정확한 표현의 간결성이다어떤 사실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주장 자체의 간결성을 이용해 논리를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수식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때 아주 효율적이다.

(수식을 완전히 배제하면 세상의 본질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 21p

 


어쩌면 중요한 교훈은 이것일지도 모른다수식은 맞을 수도틀릴 수도 있어서 다른 여러 주장처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다시 말해 독자들이 헌팅턴 같은 정치학자의 동기를 어떻게 생각하든 수식은 단지 특정 주장을 표현하는 문장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할 가치가 있다. / 49p

 

 

바로 이것이 수학의 위력이다어떻게 한 지역의 지형 측정과 머릿속에 있는 이론만 이용해 지구 반지름 같은 어마어마한 양을 계산할 수 있는가발전을 거듭해온 결과를 학교에서 쉽게 배우는 우리에게는 이것이 간단한 계산이지만 당시의 관점에서는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게 알 비루니는 지구 반지름을 6,340km로 추정했다실제 값이 6,371km이므로 그 옛날에 오차 1% 이내로 측정한 셈이다. / 77p

 

 

수학 공부도 마찬가지다깊이 있는 내용을 습득하려면 여러 차례 실수와 교정 과정을 거치며 점차 이해 수준을 높여야 한다실수가 두려워 쉽게 들어오는 내용만 잘하려고 하면 학문 성숙도를 높일 가능성은 작다.

이러한 습관은 결국 대학교 교육에서 심각하게 논의하는 실패에 따른 두려움으로 연결된다미국 작가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유명 대학 교육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을 실패에 따른 두려움으로 가득 찬 인재 양성에서 찾는다그는 높은 시험 성적각종 상 수여에 몰두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젊은이는 위험을 격렬히 혐오하며 안전한 스펙 쌓기’ 인생으로 몰려간다고 설명한다그래서 하버드대학교나 예일대학교 같은 유명 대학일수록 좀비 같은 인재가 가득하다고 그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 114p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이 흥미로운 것 중의 하나는 근현대 수학자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여느 수학 교양서들이 대체로 19세기의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베른하르트 리만과 같은 수학자를 소개하는 데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반면이 책에는 비교적 최근까지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수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초 타원형 미분 작용소 지표 정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젊은 수학자들의 최고 영예인 국제수학연맹의 필즈상을 수상한 마이클 아티야현대 확률론을 정립한 안드레이 콜모고로프, 20세기 후반 추상기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이즈라일 겔판트와 같이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련 수학자들의 공헌앙드레 베유(시몬 베유의 오빠)와 샤를 피소 등이 모여 만든 프랑스의 엘리트 수학자 그룹일본 정수론의 대가 가토 가즈야 등이 그러하다덕분에 지역 문화와 수학이 어떻게 상호작용해왔는지수학이 세계문화에 어떻게 기여해왔는지 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추상적인 게임처럼 여겨지던 이론이 순식간에 가장 많이 응용하는 이론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런 예는 수없이 많다가령 방정식을 풀기 위해 만든 복소수 이론은 양자역학의 근간이다또한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추상적인 내면 기하’ 탐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이어져 핵 발전소와 인공위성 작동에 필수다.

지금 연구 중인 수학 가운데 지속적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기는 힘들다그러나 깊이 있는 학문은 결국 유용해진다는 절묘한 원리는 언제나 역사의 기이한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 111p

 

 

한데 20세기 들어 인류는 인간의 지식을 하나로 모으기는커녕 수학 백과사전을 만드는 데도 항상 실패하고 있다가장 큰 이유는 모든 분야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백과사전을 쓰기 시작해 한창 저술을 진행하다 보면 몇 년 만에 학문 판도가 너무 많이 바뀌는 현상을 목격한다.

잘 정립한 부분만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학문이 발전하면 모든 영역이 그 발전의 영향을 받아 정립한 것으로 여겼던 수학도 알아보기 힘들게 바뀌기 때문에 정립했다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지고 만다. / 160p

 

 


 

 

 

 

  저자가 이야기하듯수학 연구의 현주소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수학이 여전히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수학은 더 이상 고독한 천재가 하는 학문이 아니며, ‘수학적 세상이란 표현은 이론과학 영역을 넘어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일상생활에서도 부단히 쓰이고 있다때문에 이런 수학 교양서들이 보다 다양하게 발굴되고 읽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수학을 시험이 아닌삶의 기쁨과 가능성이자 세상의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아름다운 언어로 다가갈 수 있기를 더더욱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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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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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늘바로 지금 현재를 살라는 이 60대 노인의 가르침은 이토록 생생하다!

조르바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로 내내 기억될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우연히 읽은 한 조사 결과 때문이었다교보문고 소설 전문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 2008년부터 2017년에 이르기까지 주요 10개 세계문학전집 브랜드의 연령대별 판매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였다흥미롭게도 1020대는 데미안, 30대는 위대한 개츠비, 50대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가장 많이 사 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데미안이야 워낙 청춘의 애독서로 손꼽히는 고전인 데다 위대한 개츠비』 역시 꿈과 이상뒤틀린 열정의 초상을 담은 고전으로 30대의 호응을 얻을 만한 작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그런데 난데없이 그리스인 조르바라니… 이 작품이 유독 50대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

 

 

  그도 그럴 것이 20대 후반쯤에 이 책을 4분의 가량 정도 읽고 나서 덮어버린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호색한에 여성을 비하하는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일삼는 조르바라는 노인과 먹물 먹은 젊은 부르주아가 철학을 운운하는 모양새가 적잖이 불쾌감을 주었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그런 작품이 여전히 위대한 고전으로 불리며 회자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그것도 한창 무르익어 원숙해진 50대라는 시기에 이 작품의 어떤 부분에 영감을 받는 것인지 사뭇 궁금했다그렇게 나는 20대 후반에 마주했던 조르바는 잠시 잊기로 하고조금씩 자신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 조르바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지금현재를 중요시하는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작중 화자인 는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던 도중그곳에서 알렉시스 조르바를 만난다움푹 들어간 뺨튼튼한 턱튀어나온 광대뼈잿빛 고수머리에 헌털뱅이 같은 이 60대 노인은 대뜸 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왜 당신을 데려가야 하냐고 묻는 에게 조르바는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 하는 건가요가령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 됩니까?” 하고 도리어 공갈 비슷한 태도와 격렬한 말투로 쏘아붙인다뜻밖에도 는 근심 걱정이 없는 곳에서 산투르를 연주하기 위해 가족을 떠나고도자기를 만드는 데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왼손 집게손가락을 도끼로 잘라버렸다는 이 노인의 기이한 행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심지어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는 버릇 말이오.” 하고 스스럼없이 이성을 물레방앗간 집 마누라 궁둥짝 취급하는 조르바의 거침없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마침 는 사랑하는 친구가 그리스의 민족주의 혁명에 동참하여 떠난 뒤 홀로 남아 스스로를 삼류글쟁이라는 한 마리 구더기’ ‘책에 파묻혀 지내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자라 비난하며 원고를 내팽개치고 행동하는 인생에 뛰어들기로 결심하던 차였다그런 의미에서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인 조르바야말로 자신이 오랫동안 찾아다녔던그러나 만날 수 없었던 자일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아니어쩌면 자신과 가장 반대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본능적으로 이끌렸을지도 모르겠다그렇게 는 과거에 광부로 일했다던 조르바를 자신의 탄광사업을 지휘하는 일을 맡기기로 하고 크레타섬으로 함께 들어간다.

 

 

 

사랑하는 친구여,

나는 지금 크레타의 외로운 해변에서 이 편지를 쓰네여기서 몇 달 머물면서 나는 운명과 맞붙어 놀이를 해보기로 했네내가 자본가 노릇을 하는 놀이일세이 장난이 성공하면나는 이것이 장난이 아니라 일대 결단을 내려 내 삶의 양식을 변혁한 것이라고 말하겠지.

떠나면서 나더러 책벌레라고 했던 말 기억할 걸세그 말이 적잖게 마음에 걸렸던 나는 종이에다 끼적거리는 버릇을 한동안 아니면 영원히? - 집어치우고 행동하는 삶 속에 뛰어들기로 결심을 했다네나는 갈탄이 매장된 산 하나를 빌렸네나는 여기에서 인부를 고용하고 직접 곡괭이아세틸렌 램프소쿠리손수레를 쓰고 다루네내 손으로 갱도를 열고 들어가기도 하지자네 말을 무색하게 하려고 이러는 것이야갱도를 타고 땅속에다 길을 내는 것으로 책벌레는 두더지가 된 셈이지자네는 나의 이 변신을 인정해 주었으면 하네. / 132p

 

 

 



 

 

 

 

  두 사람은 한때 크레타에 모여든 네 강대국(영국프랑스러시아이탈리아)의 제독을 상대했다던 카바레 여가수 오르탕스 부인의 여인숙에서 머무르기로 한다그곳에서 는 낮에는 탄광을 돌보고밤에는 육체라는 이름의 짐승을 실컷 먹이고 포도주로 목을 축이며 조르바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다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는 온갖 관념과 형이상학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던 자신과 달리 육신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이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자유롭게 춤에 몸을 맡기고여인을 향한 자신의 욕망에 항상 충실하며 신성을 모독하는 일마저도 거리낌이 없는 조르바의 행동에서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조르바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무도아무것도 믿지 않아요오직 조르바만 믿지조르바가 딴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그놈이 유일하게 내가 아는 놈이고유일하게 내 수중에 있는 놈이기 때문이오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그는 자기 자신이 경험한 것을 믿고오로지 현재에 집중하며무엇보다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데 주저함이 없다.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이 노인의 언어에는 그 어떠한 이미지도체면도양식도 없다때문에 저 조르바 앞에서 스스로 미적지근하고 모순과 주저로 점철된 몽롱한 반생이었다던 의 고백은 곧 나 자신의 것이자 우리 모두의 부끄러운 고백이 되고 만다.

 

 

 

마음이 내키면알죠마음이 내키면 말이오일이야 당신이 바라는 만큼 해주겠소거기 가면 나는 당신 사람이니까하지만 산투르 말인데그건 달라요산투르는 짐승이오짐승에겐 자유가 있어야 해요마음이 내키면 칠 거요또 노래도 할 거요제임베키코하사피코펜토잘리도 추고그러나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놓겠는데마음에 내켜야 해요분명히 해둡시다나한테 강요하면 그때는 끝장이에요이런 문제에서만큼은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 24p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이어진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나비의 날개가 도로 접히더니 쪼그라들고 말았다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안간힘을 썼다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번데기에서 나오는 과정은 참을성 있게 이루어져야 했고날개를 펴는 과정은 햇빛을 받으며 서서히 진행되어야 했다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온통 구겨진 채 집을 나서게 강요한 것이었다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고 말았다.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서둘지 말고안달을 부리지도 말고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 177p

 

 

 

  동네 청년이 과부에게 마음을 표현했다가 거절한 일을 계기로 자살하면서 마을 일대가 소란했던 날과부를 죽이려 달려드는 사람들을 막아 세운 건 조르바였다그는 온마을이 여자 하나를 죽이려고 몰려다니는 비인간적인 태도에 분노하며 그들을 꾸짖는다하지만 이들은 과부를 기어코 죽이고오르탕스 부인이 죽을 때에도 내내 그 앞에서 죽기만을 기다리다 그녀의 물건들을 죄다 제 것처럼 쓸어간다이때 그들을 바라보며 이놈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같이 불의불의불의입니다!” 하고 외치는 조르바의 음성은 여느 때보다 처절하고 날카롭게 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좋은 사람이냐나쁜 놈이냐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던 조르바였기에인간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 자체로 사랑하려 했던 이였기에 이 사건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만 더욱 뚜렷이 확인한 채 조르바와 ’ 모두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는다.

 

 

 

열정과 광기로 싸우는 자가 행복하다면나는 행복한 사람이야자네 식으로 말하면나는 행복을 내 키에 맞게 재단했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네용케 그렇게 했다면그렇다면 나는 위대한 사람일 것일세나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맞추어 키를 늘이고 싶네그리스의 가장 먼 변경까지 말일세그러나 말이 쉽지……자네는 크레타 해안에 드러누워 바다 소리와 산투르 소리를 듣고 있으리자네에겐 시간이 있는데내게는 그것이 없네행동이 나를 삼키고 말았네만나는 이게 좋아친구여행동하기 싫어하는 내 스승이여행동행동…… 구원의 길은 그것뿐이네.」 / 206p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하고는 했다모든 문제가 일을 어정쩡하게 하기 때문이에요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못을 박을 때도 한 번에 제대로 때려 박는 식으로 해나가면 우리는 결국 승리하게 됩니다하느님은 악마 대장보다 반거들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 / 331p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사람고가선수레를 모두 잃었다우리는 조그만 항구를 만들었지만 실어 내보낼 물건이 없었다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렇다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마치 어렵고 어두운 필연의 미로 속에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행복하게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 같았다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함께 놀았다. / 416p

 

 

 

  이윽고 두 사람이 헤어질 무렵당신이 읽는 그 빌어먹을 책에는 뭐라고 써있냐고그 위대하다고 하는 책들이 대체 인간을 어떻게 구원해줄 수 있는 거냐고 부르짖었던 조르바의 말이야말로 어쩌면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평생 질문처럼 품고 산 말은 아니었을까문학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이상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자신의 문학은 어디로 나아가야하는 것인지 작가는 끊임없이 고뇌한 듯하다그런 의미에서 이제 스스로 자유로워졌다고 믿는 에게 조르바가 한 말 역시 매우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아니요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보다 좀 길 거예요그것뿐이오두목당신은 긴 줄 끝에 매달려 있으니까이리저리 다니고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사회적인 인간으로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나와 타인 혹은 사회적인 구속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다만 우리는 자유롭다고 착각하거나 끊임없이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할 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옭아매는 것들을 잘라내려는 부단한 시도와 행동하는 자세 속에서 우리는 조금이나마 자유를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또한 문학이 그러한 길을 제시해야 하는 건 아닐까이것이 그리스인 조르바가 품고 있는 함의이자 당대인들을 비롯해 오늘날까지도 큰 울림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곧잘 친구들에게 이 위대한 인간의 이야기를 했다우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성보다 더 깊고 더 자신만만한 그의 긍지에 찬 태도를 존경했다우리들이라면 고통스럽게 몇 년을 걸려 도달할 정신의 경지에 그는 단숨에 가닿았다그래서 우리는 말했다. <조르바는 위대한 인간이다!> 때로 그는 그 경지를 훌쩍 넘어 더 멀리 나가 버리기도 했는데그럴 때면 우리는 말했다. <조르바는 미쳤다!> / 436p

 

 

 




 

 

 

 

  해설에 따르면 조르바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을 만큼 실존하는 인물이었다고 한다호쾌하고 농탕한 사나이 조르바는 떠도는 인간 카잔차키스가 한동안 쉬어 가고 싶어 하던 구원의 오아시스이자 자유의 상징이었다완벽하게 실제 성격 반영한 것인지 여기에 문학적 상상력을 얼마간 가미한 것인지는 분명히 알 수 없으나 확실히 조르바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덕분에 사회적 제약이나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갈구하는 그에게 왜 유독 50대가 특히 공감하는 것인지 적잖이 이해가 된다한편역사적 맥락 속에서 읽는 것도 이 책을 깊이 있게 읽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개인의 자유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오스만 제국과 강대국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자유와 독립을 꿈꾸었던 그리스인들 전체의 소망이 이 작품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보면 인물 하나하나의 삶이 보다 풍부하게 읽힐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464p

 

 

 

  책을 다 읽고 난 뒤에야 알았지만이윤기 작가 님의 번역으로 보석 같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은 독자들에게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 될 듯하다. 20대 후반에 읽었다 그대로 쭉 덮어두었다면 이 작품의 진면목을 발견하지 못했으리라혹여 이 책을 책장에 묵혀두고만 있을 또 다른 분들에게 언젠가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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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가족 2 인싸가족 2
김기수.황정호 그림, 최재연 글, 서후 콘티, 인싸가족 원작 / 샌드박스스토리 키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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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오늘도 웃음만발시트콤 같은 인싸가족의 일상은 늘 유쾌하다!

온 가족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만화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인싸가족』 2권이 출간되었다아이가 읽고 있는 만화책 중에 엄마인 내가 원픽으로 꼽은 책은 단연 인싸가족그래서 2권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엄마인 나까지 설레게 한다하루라도 심심할 날이 없을 것 같은 인싸가족을 만나러 출발!

 

 

 

  원작인 유튜브 코미디 채널 인싸가족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만화책 인싸가족에도 유쾌 발랄한 네 명의 등장인물이 출연한다웃음 많고 가족의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먼저 발벗고 나서는 아빠 이봉필모두들 엄마 앞으로 엎드려카리스마로 가족을 휘어잡는 엄마 나순정대결이나 내기에서 잘 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운이 좋은 딸 이봉자귀찮은 척하지만 사실 가족들과 게임할 때가 제일 즐거운 아들 이봉두이 유쾌한 가족이 펼치는 시트콤 같은 일상은 오늘도 코믹 그 잡채!

 

 

 



 

 

 

 

인싸가족 외식하는 날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봉두의 퀴즈는 멈추지 않는다이번에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퀴즈가 나올까요?

인싸가족 중 홈 쇼핑 판매왕은 누구일까요?

 

 

 

잘 때 얼굴에 낙서하기

화장실에 휴지 심만 남기기

먹을 때 옆에서 방귀 뀌기

양말에 구멍 내기

 

 

  동생인 봉두의 장난을 한두 번 당한 게 아닌 봉자어떻게 하면 봉두를 골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봉자는 한 가지 꾀를 낸다바로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 클레이로 봉두 놀리기!!! 그날 오후아무 것도 모르고 있던 봉두는 느닷없이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아 게임 중에 난감해진다알고 보니 마우스가 클레이였던 것이에 발끈한 봉두는 봉자가 먹으려던 라면을 빼앗아 먹기로 하는데아니이건 또 뭐야라면 젓가락도 클레이이 뿐만이 아니다아이스크림도화장실 휴지도컵에바퀴벌레까지여기저기 봉자가 만들어놓은 클레이에 된통 당한 봉두는 급기야 두 손 두 발 다 들며 다시는 장난치지 않기로 약속한다클레이로 이런 신박한 복수라니왠지 밉지 않은 봉자의 장난은 그래서 유쾌하다.

 

 

 




 

 

 

 

  인싸가족의 특별한 하루바로바로 주사위 운명의 날’. 오늘 하루의 운명은 주사위로 결정된다규칙은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숫자를 보고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이다참가자는 봉자와 봉두아빠는 사회를 보기로 하고 점심 메뉴 고르기 게임을 시작한다먼저 봉두가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숫자는 6! 6을 뽑은 당신은 “6가지 반찬을 먹을 수 있다!” 무려 6가지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부러움을 느낀 봉자는 서둘러 자신의 주사위를 던지고으잉? 1? 주사위 숫자가 1이 나오면서 자동적으로 반찬을 한 가지만 먹을 수 있게 된 봉자.

 

 

 

  하지만 좌절은 금물그렇게 다시 시작된 주사위 운명의 게임의 주제는 반찬 종류 고르기! 6이 나왔던 봉두는 어떤 반찬을 먹을 수 있을지 기대감에 가득한 눈으로 결과를 마주하는데그것은 바로바로~~~ 나물?! 나물 여섯 가지로 밥 먹기!(이거 좋아해야 해말아야 해?) 반면 1이 나왔던 봉자가 먹을 반찬은 바로바로~~~ 오옷소불고기이거 어쩐지 봉자가 승리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려는 찰나밥 먹은 뒤 할 일 고르기도 주사위의 운명으로 결정된다이번에는 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심심하고 무료한 주말책 속의 인싸가족처럼 주사위를 던져서 그날 먹을 점심 메뉴를 정하고오후에 할 일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마침 부록으로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게임판이 첨부되어 있으니 함께 해보면 좋을 듯하다이 외에도 흥미진진한 초성 게임심리 테스트인싸가족처럼 만들어보는 요리 레시피미로 찾기와 맞춤법 퀴즈그림 퀴즈 등이 페이지 곳곳에 수록되어 있으니 아이와 함께 참여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1권에 이어 인싸가족』 2권 역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아이는 어느 틈에 세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그만큼 온 가족이 함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만화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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