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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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아 외롭고고립된 존재들을 향한 깊고 따뜻한 시선!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우리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믿음직한 결말이 사랑스럽다!

 

 

 

 

  “여자는 남자들과 축구를 할 수 없어.”

  무경은 담임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다행히 무경의 실력을 알아본 코치 선생님이 남학생과 같이 공을 차게 해주었고 중학교도 축구로 진학하게 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어갔다하지만 중학교 축구부 코치는 네가 축구 말고 뭘 하겠냐?” “나보다 너를 아끼는 쌤은 없어.” 같은 말들로 무경을 혹독하게 다루었고자신의 요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때는 욕설과 인신공격 그리고 구타를 일삼았다그나마 무경을 버티게 한 건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과 단짝친구인 지선이지만지선이 코치에게 성추행을 당한 일을 계기로 학교를 나오지 않자 무경은 낙담하고 만다오히려 친구가 입은 피해를 바로잡으려 나섰다가 축구부를 망쳐놓았다는 냉담한 질타만 받게 될 뿐이다.

 

 

 

  축구를 그만 두고 다른 도시의 고등학교로 진학한 무경은 그곳에서 지선처럼 외로운 싸움을 견뎌내고 있는 친구들을 하나둘씩 만난다드센 아이들의 표적이 되기보다 약자로 지내기를 택한 예찬남자친구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겪고 상담을 구한 선생님으로부터는 추행을 당하면서 이중의 상처를 얻은 서연선생님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친구를 대신해 익명의 대자보를 썼다가 학교의 평판에 먹칠을 한 배신자로 낙인찍힌 현정이 그러하다단짝이었던 지선을 지켜내지 못한 데에 대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던 무경은이들과 서로를 보듬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다시 한번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볼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우리라면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가 지켜 줄게.

혼자서는 못하지만 우리가 되어너를 지켜줄게. / 257p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의 수상작인 꼬리와 파도는 폭력 앞에서 무력했던 청소년들이 세상이 그들에게 가한 상처에 맞서기 위해 연대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소설이다작가 강석희는 특히 우리 사회가 작고 여린 존재들에게 가하는 균열들에 주목한다줌 수업 시간에 소리가 조금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선이가 집게 손’ 모양을 한 것으로 보고 페미라 몰고 가는 남학생들그런 남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지만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반성이나 나쁜 말을 쓰기 않겠다는 다짐만 있을 뿐 선이를 향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다마치 다들 태어나면서부터 검은 띠를 매고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약한 아이들 앞에서 힘을 과시하는 아이들은 어느 무리에나 존재한다교실에서는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 직업이 바뀐다’, ‘쓸고 닦기만 잘해도 시집은 간다’ 같은 말들이 여학생들의 성정체성을 박제한다.

 

 

 

그냥 축구가 잘 안 풀린 것에 대한 화풀이였고, 1학기 내내 이어진 이형섭의 과시적 행동의 일환이었다예찬을 비롯해 반 아이들이 다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예찬을 도우려는 사람도 이형섭을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사실 예찬은 상관없었다누가 누구보다 세고 누가 누구를 이기고…… 그런 일에 끼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스스로를 글러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그 악다구니에 껴서 잘해낼 자신이 없었다달갑지는 않아도 약자의 자리에서 숨어 있으면 괜찮을 거라 믿었는데약자는 가만히 있다가도 당하니까 약자인가? / 71p

 

 

그 저열한 말들은 무경의 고향인 시골에 관한 것이기도 했고무경의 신체에 관한 것이기도 했으며무경의 이목구비에 대한 것이기도 했는데 결국은 무경의 성별과 관련된 것으로 끝났다그들은 무경이 듣는데도아니 오히려 들으라고 더 그랬다그들은 여럿이었고 그래서 당당했다잘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서로에게 떠넘기고 죄책감은 뒤로 숨기면서 나쁜 짓거리가 주는 달콤함만 맛보았다. / 104p

 

 

 



 

 

 

 

  그럼 내가 그때 무엇을누구를 믿었어야 해?

  아이들은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을 찾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어른은 없다선생님에게 추행을 당한 지선에게 어른들은 네가 조심했어야 하는 거라고조심하지 않으면 너에게도 책임이 있어.”라며 몸가짐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피해자를 탓한다또한 너 같은 건 공부 안 해도 된다남자 잘 만날 궁리나 해라.” 같은 말들로 여성을 폄하한다그래서 아이들은 의지할 데 없는 어른들을 찾아가는 대신 자신을 원망하는 쪽을 택한다믿지 말걸그러지 말걸하지 말걸가만히 있을걸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면그다음엔 자신을 용서하기만 하면 되니까잘못한 것도 나용서하는 것도 나용서받는 것도 나이렇듯 꼬리와 파도는 무경을 중심으로 세대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청소년을 향한 폭력과 사각지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조명한다.

 

 

 

무경과 지선은 습관처럼 자책을 했다믿지 말걸그러지 말걸하지 말걸가만히 있을걸파도는 해일이 되어 두 사람을 덮쳤다지선과 무경이 작당해서 코치를 몰아낸 것이라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돌았다둘이 같이 뛰고 싶어서 팀에 분열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도 함께였다어쩐 일인지 축구부의 누구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주지 않았다. / 64p

 

 

이쯤 하자그렇게 매달려서 네가 얻는 건 또 뭐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하는 학생 주임의 얼굴에 피로와 귀찮음이 가득했다.

뭘 얻고 싶은 게 아닌데요.”

종률이 말했다학생 주임은 고개를 비뚜름하게 기울이고 종률을 봤다.

계속 이런다고 역사 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니까네가 더 괴롭히고 있는 거라고 인마.” / 82p

 

 

 

  하지만 소설은 가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씩씩하게 세상 밖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아이들의 희망찬 결말을 보여준다이미 일어난 일이 없어지진 않으리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목소리를 모으고 마음을 나누며 연대하는 가운데 싸움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조금씩 배워나간다외로우나 의연하게두려우나 눈감지 않는 법을많은 것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바꾸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는 사실을 진심을 다해 세상에 전한다.

 

 

 



 

 

 

 

  “잘 찾아왔어제대로 찾아왔어.” 무경은 도움을 요청하러온 선이와 미주를 기꺼이 반긴다무경이 그러했던 것처럼 적어도 어른이라면 아이들에게 세상에 맞춰 필요한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보다늘 이 자리에서 너의 목소리를 듣고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을 더 중요히 여겨야 하는 게 아닐까그리고 학교라면 그 누구도그 무엇도 아닌 아이들의 목소리로 채워져야 하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덕분에 소설을 읽으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거듭 생각해보게 되었다.

 

 

 

  읽는 내내 먹먹했다내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좀 더 다정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또 바랐다이 작품이 보여준 연대와 선의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는 세상이 되길 또한 간절히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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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시간 - 100곡으로 듣는 위안과 매혹의 역사
수전 톰스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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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피아노 음악의 매력에 빠져드는 시간!

음악 애호가는 물론평소 클알못이라고 생각했던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음악과 해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피아노 음악사!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음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 진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저는 음악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진짜라고 생각해서 인간에게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보이지는 않지만보이는 것보다도 진실한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이 세계의 경이로움을 음악이 품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바흐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쇼팽라흐마니노프이 위대한 음악가들을 비롯해 지금 이 순간에도 음악에 진심을 담아 매순간 새로운 우주를 펼쳐 보이는 음악가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게 된다.

 

 

 

  『피아노의 시간은 그 여정에 바치는 찬가이자매혹적인 음악의 세계로 안내하는 보석 같은 책이다특히 독주곡과 협주곡실내악에서 재즈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피아노 음악으로 특별히 엄선된 100여개의 곡들은 어느 한 곡도 빠짐없이 우리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다각 곡마다 QR코드가 있어 음악 애호가는 물론평소 클알못이라고 생각했던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음악과 해석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 피아노 음악사의 빛나는 순간들을 만나보자.

 

 

 

바흐베토벤라흐마니노프를 거쳐 거슈인과 글래스로

 

 

 

  피아노 음악 역사의 포문을 여는 이는 역시 바흐다바흐의 생애와 피아노의 출현 시기는 짧게 겹치는데피아노가 막 개발되던 시기에 바흐는 이미 작곡가로 무르익은 상태였다그래서 바흐가 주로 사용한 건반악기는 하프시코드와 오르간이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책 속에 수록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1955년 캐나다 피아니스트이자 당시 겨우 스물두 살이었던 글렌 굴드가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녹음을 하면서 그의 연주를 통해 많은 피아니스트가 바흐의 음악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저자는 하프시코드는 두 악기의 음악적 특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오늘날의 피아니스트는 하프시코드 소리가 어땠는지 이해하는 것도 진정한 바흐의 음악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조언한다과연 하프시코드로 연주된 바흐의 곡을 검색해보니 피아노와는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이왕이면 이 두 가지 악기를 함께 즐겨보는 묘미를 누려보시기를 추천드린다오늘날엔 대바흐의 곡이 주목을 받지만 당시 18세기 후반에는 그의 아들인 C. P. E. 바흐가 더 유명했다 하니 책에 수록된 자유 환상곡 f샤프단조를 통해 비교하는 재미도 느껴보면 좋을 듯하다.

 

 

 

  바흐의 어떤 점이 그렇게 특별한가작곡 형식과 스타일이 이룬 높은 경지지적인 에너지성실함과 진지함일관된 작품 수준 모두 감탄할 만하다바흐는 작곡가의 개성보다 음악적 솜씨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기의 막바지에 나타났다바흐 직후 음악의 중심은 작곡가가 느끼는 극적인 감정운명과 사투를 벌이는 개인이 경험하는 감각으로 옮겨갔다베토벤 시대에는 음악적 솜씨보다 극적인 면이 전면에 등장했지만 바흐 시대에는 솜씨가 여전히 중요했다바흐의 건반음악이 이런 솜씨를 보여주는 증거다바흐의 음악은 건반악기를 향한 사랑에 악기 연주에 필요한 요소를 간파한 연주자의 이해를 더한 수년간의 부단한 지적 작업이 이룬 결과다.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골드베르크 변주곡 중에서 25p

 

 

 



 

 

 

 

  오늘날 우리가 피아노라고 부르는 악기로 연주하는 작품을 작곡한 최초의 작곡가가 바로 하이든과 모차르트다연주자가 해머의 속도를 조절해 미묘한 뉘앙스를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포르테피아노의 특징은 금세 작곡가들을 사로잡았고작곡가들은 표현과 울림의 범위가 넓은 피아노를 위한 훌륭한 건반악기 작품을 남겼다그 중 모차르트의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첼로로 구성된 최초의 피아노 4중주 피아노 4중주 1번 g단조는 피아노와 현악기가 열정적으로 대화하며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듯한 도입부에서부터 마치 협주곡을 듣는 것 같은 꽉 찬 매력을 느낄 수 있다이후 창의적인 예술가를 영혼과 지성을 겸비한 인격체로 승격시켜 타고난 특권 수준의 경지로 끌어올린 베토벤의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5번 E플랫장조는 황제라는 제목답게 힘과 유려함의 경지를 느낄 수 있다.

 

 

 

오늘날 누군가에게 어떤 피아노 협주곡이 가장 유명한지 묻는다면 단연 베토벤의 황제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 <피아노 협주곡 5>에서 피아니스트는 도입부에서 힘 있고 유려하며 장대한 말로 청중을 사로잡는 위대한 배우 역할을 맡는다독주자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피아노 메커니즘이 발전해 전보다 음이 크고 멀리 뻗어나간 덕분이기도 하다베토벤은 피아노의 넓어진 음역을 최대한 활용한 최초의 작곡가였다. / 루트비히 판 베토벤피아노 협주곡 5번 E플랫장조 중에서 107p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 f단조>는 피아노 5중주 작품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이 작품에서 피아노는 영웅해설가동반자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어둡고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다가도 부드럽고 내밀한 영역으로 파고드는 등 감정의 기복이 크다사실 피아노 파트의 상당 부분이 조용히 연주되는데이는 이 5중주 작품이 장엄하다는 명성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일이다이 작품은 분명 웅장하지만 그 웅장함은 음량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 요하네스 브람스피아노 5중주 f단조 중에서 222p

 

 

 

  에리크 사티는 자신의 장기인 유머를 곁들여 감상자가 지나치게 음악에 빠져들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그래서 피아노 작품집 차가운 소품들에는 음악으로는 거의 구현하기 힘든 독특한 악상 기호가 많다곡 중간에 너무 많이 먹지 말 것이라는 지시가 있는가 하면 잠시 눈에 보이게’ ‘약간 익혀서’, 심지어 가장 깊은 침묵 속에서와 같이 모호하면서도 독창적인 해석이 가능한 지시를 내리곤 하는 것이다한편 여성의 활동 무대가 적었던 음악계에서 시마노프스카가 쇼팽의 음악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또한 무척 흥미롭다젊은 남성 작곡가가 여성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시대였으니 우리 시대에 그녀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다만 책에서 소개된 곡을 들어보면 연습곡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뚜렷이 남을 정도로 인상적인데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내 알지 못했을 테니 화려한 조명 뒤에서 소리 없이 자신의 음악을 전했던 음악가들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리스트-그리그-라흐마니노프 계열의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평소 좋아하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어 무척 반가웠다역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d단조는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영상이 수록되어 있어 설렜고이 연주 영상만 서른 번은 넘게 본 것 같은데도 또 헤어 나오지 못하고 말았으니… 이 새로운 시대의 음악가와 그의 연주를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이 외에도 어마어마한 기교를 요구하는 밀리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를 임동혁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들을 수 있는 데다 대담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죄르지 쿠르탁의 건반놀이래그타임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재즈곡들도 소개되어 있으니 피아노 음악을 보다 입체적으로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오랫동안 <이슬라메이>가 큰 명성을 얻은 주된 이유는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피아노 작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의 손은 거의 불가능한 속도로 건반 위를 날아다니며 반복음더블 옥타브점프하는 화음정교한 내성왼손 옥타브 아르페이오그리고 무시무시하게 복잡한 데스칸트를 종횡무진 움직여야 한다기본 형식은 단순하지만 이 작품은 다른 어떤 작품보다 체력적인 도전을 주며 반사 신경을 실험하는 곡이다대부분 피아니스트의 이해나 수용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였던 발라키레프 자신조차 연주할 수 없는 악절이 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 밀리 발라키레프이슬라메이 중에서 241p

 

 

이어 그리그의 기량이 돋보이는 좋은 예가 등장하는데매우 서정적인 악절이 좀 더 장대한 분위기를 예견하는 악구로 휘몰아치며 제2주제를 향한다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제2주제는 이제껏 들었던 주제와 리듬은 비슷하지만 선율이 더 좁고 내밀하게 억제되었다아주 감동적인 부분이다아름다운 전개부가 지나면 긴 피아노 독주 카덴차가 나온다도입부 주제로 조용히 시작한 카덴차는 강력한 트레몰로로 클라이맥스를 향해 점점 힘을 쌓아나간다왼손에서는 아르페이오가 건반을 휩쓸고 이어 양손이 저음에서 리스트풍의 반음계로 포효한다이런 피아노 작법이 라흐마니노프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에드바르 그리그피아노 협주곡 a단조 중에서 274p

 

 

 



 

 

 

 

  책 속의 친절한 해설과 감상을 따라가며 피아노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으니 음악이 한결 더 풍부하게 다가온다. “무한한 미래의 영역으로 내 창을 던지는 일이라던 리스트의 말처럼때로는 잘 벼린 창을때로는 투박하거나 여리디 여린 창을 내던지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확보해간 음악가들에게 새삼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이 책으로 하여금 많은 분들이 피아노 음악의 매력을 더 많이 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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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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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바로 수치심을 직시해야 할 때!

극심한 양극화와 혐오가 만연해진 사회를 수치심이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다!

 

 

 

  수치심에 관한 나의 첫 기억은 무엇일까왁자지껄했던 초등 2학년 교실하필이면 선생님이 비웃음 섞인 얼굴로 나의 이름을 콕 집어 호명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그 일이 있기 전날담임선생님은 다른 반 선생님 몇몇 분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다가 뜬금없이 반 아이들에게 등교할 때 본드를 준비해오라고 단단히 이르셨다다음 날선생님은 본드를 가져온 친구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셨고그 틈 사이에서 나를 발견하곤 너는 안 그래도 말이 없는 애가 뭐 하러 가져 왔어?” 하고 피식 웃으셨다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이들의 수치심을 이용해 자신의 권위를 휘두른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은 앞으로 입을 본드로 봉해버리겠다는그 조악하기 짝이 없는 그네들만의 유머에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스스로 입을 닫아버렸던가.

 

 

 

수치심이 내 안에 자리 잡으면,

특히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면 꽤 오래도록 나와 함께한다.

수치심을 억누를 수는 있다그러나 수치심은

어딘가에 머물면서 빈틈을 노리고 자존심을 꺾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네 모습이 정말로 마음에 드는 건 아니잖아안 그래?’ / 275p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더 깊게 들어가면 자신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가 없다는 것이 바깥에 드러날 것 같은 그러한 감정을 우리는 수치심이라 한다이때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여타의 고통들과는 다른 차원의 고통이라 할 수 있다셰임 머신에 따르면 수치심은 하나의 집단 혹은 공동체가 개인에게 가하는 고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사실 수치심은 공동체의 질서 유지를 위한 도구로인류가 처음 아프리카 사바나를 무리 지어 돌아다닐 때부터 우리가 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무리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따르지 않거나 해를 가할 경우 수치심을 줌으로써 공동체의 질서를 따르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기준을 따르도록 강제한다는 것은 곧공동체 안에서 개인은 나약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다시 말해 수치심은 일종의 경고 신호가 되어 개인의 의지를 꺾고 침묵시키며 명료한 사고를 막아 편향성을 가지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거창하게 예를 들지 않아도 달리기를 못해서음치라서 체육대회나 음악 실기시험을 하는 날만 다가오면 주눅이 들고못생겼거나 살이 쪘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문제는 수치심을 느끼는 당사자가 스스로에게 비난의 펀치를 돌리고삶 전체에 위축을 느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돌봄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거기에다 방송에서는 당신의 외모와 건강과 능력이 평균 이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기업은 더욱 강력한 수치심 머신을 발동해 보다 큰 이윤을 챙기는 데 목적을 둘 뿐이다정부는 복지 혜택이라는 이유로 저소득층이라는 낙인을 찍어 그들에게 개인의 자산 상태급료실패 경험낙담굴욕을 문서화하여 낱낱이 입증하게끔 하고 있다이처럼 외모가난젠더피부색정치적 입장 등 다방면에 걸쳐 왜곡된 수치심이 구조화되고 이를 정치적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만연해지고 있는 지금우리는 수치심을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이것이 우리가 셰임 머신을 당장 읽어야 하는 이유다.

 

 

 

나의 수치심이 그들의 돈과 권력이 된다면

 

 

  이 책의 목적은 우리가 살면서 겪은 수치심을그리고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주입하는 수치심을 동시에 조명하는 데 있다안타깝게도 수치심 네트워크는 우리를 계속해서 끌어들인다페이스북을 위시한 대부분의 SNS는 이런 현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일간지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18년 페이스북의 내부 연구 자료는 우리의 알고리즘은 인간 두뇌가 분열에 이끌린다는 사실을 이용한다라면서 플랫폼을 지금처럼 방치하면 점점 더 분열을 낳는 콘텐츠를 계속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책의 저자인 캐시 오닐은 이것이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제어하는 자동화 플랫폼의 속성이라고 지적한다우리는 그 안에서 사회구조에 균열을 내고그때마다 잠깐씩 고양되는 기분을 느끼며 옹졸한 권력감이나 분노복수심 같은 감정에 중독된다또 우리는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듯한 소규모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몰입하지만그 감정을 기계적으로 자극하는 허술한 시스템은 눈치채지 못한다그 시스템이 바로 수치심 머신이며우리는 나의 수치심이 그들의 돈과 권력이 되는 세상 속으로 살고 있다.

 

 

 

향기 나는 젤부터 자기계발 팟캐스트까지 온갖 것을 갖춘 이 복합적 분야는 우리 삶에서 완벽해 보이지 않는 모든 면을 파고든다이들은 신체적정서적재정적정신적미용 측면에 처방을 내린다모든 처방은 사람들의 대다수가 평균 이하 상태라는 단순한 전제에서 나온다추하고아프고냄새나고성 기능이 떨어지고너무 늙었고돈에 무지하다고 전제한다나 자신에게 못마땅하게 느끼는 점을 건강관리 업체들은 꼭 찾아내게 한다이 분야는 상업적 가능성이 무한하다다른 수치심 영역과 마찬가지로 유사 과학잘못된 통계허황된 약속이 넘쳐난다. / 115p

 

 

외로움은 수치심의 여러 징후 중 전형적인 형태이자 자연스러운 반응이다비만가난중독성 기능 부전 등 수치심의 원인이 무엇이든남들의 평가에 취약한 사람은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이런 행동은 수치심의 여러 형태처럼 자기 강화적 악순환을 낳는다수치심이 외로움을 낳고외로우면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자신을 처벌할 확률이 매우 높다.

히키코모리의 처지는 자연스럽게 수치심 산업의 시장이 된다현재 많은 업체가 히키코모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가장 큰 경제적 기회는 히키코모리가 아닌 그들 부모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려는 부모들은 그야말로 수치심의 피해자다. / 208p

 

 

 



 

 

 

 

  때문에 저자는 우리의 삶과 문화에 해악을 끼치는 자들이 우리의 수치심을 자극하고 이용한다면 이제 비난의 펀치를 아래가 아닌 위를 향해 날릴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수치심 렌즈를 끼고 일상을 구석구석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언제 수치심이 생기는지어떤 소통방식이 수치심을 낳는지 파악해야 한다일상에서 수치심이 어떻게 생기는지 자각하다 보면막강한 기업과 기관이 어떤 식으로 수치심을 통해 이윤을 취하는지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다그렇게 머릿속에 수치심 항목을 만들어놓아야 우리는 무례한 댓글추잡한 비교행위남을 폄하하려는 리트윗불가능한 기대치 등 자존감을 꺾는 행동을 자제할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겐 공감이 반드시 필요하다피해자를 낙오자로 취급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가족으로 바라보는 마음바로 그 다정함 안에서 우리의 존엄도 바로 설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어른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은수치심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게끔 다른 선택지와 다양한 경로를 탐색하게 하는 것이다아이들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며 실수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이때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가 그 공간에서 빠져나올 때 사랑과 용서로 받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 211p

 

 

 



 

 

 

 

  극심한 양극화와 혐오가 만연해진 사회를 수치심이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아주 특별한 책이다타인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는 문화와 환경을 향한 노력을 조금만 더 살필 수 있다면 이전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곳곳에 가 닿아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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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릿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알렉산드로 발드리히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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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빚의 굴레불평등으로 점철된 사회 구조빈곤의 어려움을 쉽게 설명할 길이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배움의 기회가 되어줄 찰스 디킨스의 명작!

 

 

 

  어린이 세계명작 시리즈 ‘S 클래식찰스 디킨스’ 편의 네 번째 책은 작은 도릿이다찰스 디킨스의 대표작들 중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우리 아이들에게 찰스 디킨스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된 ‘S 클래식만의 아주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앞서 읽은 크리스마스 캐럴』 데이비드 코퍼필드』 황폐한 집이 그러했듯작은 도릿』 역시 원작이 다소 긴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간결하고 쉬운 표현에 감동과 재미 요소들을 잘 살려내 어린이 독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흥미를 끈다.

 

 

 

진짜 감옥은 어디일까?

감옥 안과 밖을 넘나든 작은 도릿 이야기

 

 

 

오래전 영국에는 마샬시라는 이름의 감옥이 있었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사람은 마샬시로 보내졌지.

찢어지게 가난했던 도릿 씨는 돈을 빌렸다가 그 돈을 갚지 못해 마샬시 감옥에 갇히게 되었어.

도릿 씨가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감옥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녀들은 성인이 되었어.

그 중 막내딸이자 작은 도릿이라 불렸던 에이미는 마샬시 감옥 벽에 맞닿은 작은 방에 혼자 살며 귀족인 클레넘 부인의 잔심부름을 하면서 감옥에 있는 아버지를 정성껏 돌보았어.

그러던 어느 날클레넘 부인의 아들이 외국에서 돌아오면서 에이미와 친해지게 되고탐정인 팬크스를 통해 도릿 가문에 얽힌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

바로 어마어마한 재산이 도릿 가문에 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도릿은 빚을 갚고 감옥에서 출소해 호화로운 삶을 살게 돼.

이때부터 평화로운 미래만 눈앞에 펼쳐질 것 같았던 도릿과 에이미는 뜻밖의 일로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돼.

이제 에이미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에이미는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어느 날 아침 아서는 온몸이 아파서 멍한 상태로 잠에서 깨어났어그런데 작은 감옥 안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게 보였지.

에이미 도릿이었어!

에이미는 물컵을 그의 입에 갖다 대 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어.

우리가 마샬시에 있을 때 당신이 도와줬잖아요이제는 제가 당신을 도와줄 차례예요.” / 88p

 

 

 

   『작은 도릿은 산업혁명 시대의 영국사회를 깊이 있게 통찰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찰스 디킨스 만의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 중에 하나다극심한 빈부격차와 감옥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온 가족이 감옥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끊임없는 빚의 굴레불평등으로 점철된 사회 구조빈곤의 어려움을 쉽게 설명할 길이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배움의 기회가 되어줄 작품이다.

 

 

 



 

 

 

 

  어마어마한 재산을 얻고도 비굴했던 과거의 감옥 생활에 얽매여 살아갔던 도릿 씨를 보며 자유는 돈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특히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되어버린 시대에서 모든 재산을 잃고도 원망이 아닌 포용과 사랑의 숭고함을 보여준 에이미를 통해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개인적으로 원작을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인 데다다양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아이와 재미있는 독후활동까지 기대되니 작은 도릿을 만난 기쁨이 크다이 책을 많은 어린이들이 읽어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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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 타인을 도우려 하는 인간 심리의 뇌과학적 비밀
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 허성심 옮김 / 알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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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공감 능력을 깨우는 이타적 욕구의 비밀!

이타심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사회에 잘 적용한다면 그 어떤 문제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책!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

  몇 달 전브라이언 에어와 버네사 우즈의 역작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은 적이 있다생존과 진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적자생존만큼 완벽히 설명해줄 수 있는 건 없다고 믿어왔던 우리의 관념을 뒤집고친화력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다정한 개체들이 더 잘 살아남는다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 책이다뿐만 아니라 정재승 뇌과학자 역시 최근 몇 년간 지성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협력우정과 환대공감과 이타주의즉 다정함이라 밝히며 다정함이 우리의 본성임을 강조한 바 있다마찬가지로 책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에서도 다정함이야말로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진화하고 적응된 동물의 본능임을 주장한다.

 

 

 

  사실 다정함이 인류의 진화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토록 이타심을 강조하는 연구와 이를 분석한 저작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우리는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정재승 뇌과학자가 주지하듯 약육강식과 비즈니스의 정글로 변해버린 경쟁의 세계 속에서 이타주의에 대한 주목이 반동적으로 나타난 것일까어쩌면 이타성의 욕구와 본성을 이해하는 데에서 나와 우리사회지구의 안녕에 관한 열쇠를 찾을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고 적응적이며 합리적이고 때로는 재미를 선사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다정함의 특별한 힘을 그 무엇보다 믿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왜 인간은 냉담한 방관자가 되었다가도

경이로운 거인이 되길 자처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는 인간의 이타적 행동과 이타적 욕구에 관한 수수께끼를 푸는 매력적인 책이다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인 스테퍼니 프레스턴은 부지런한 어미 쥐에 관한 한 실험으로부터 출발한다. 1969년 생리심리학자인 윌슨크로프트에 의해 진행된 실험으로어미 쥐가 갓 태어난 자기 새끼를 회수하는 동기에 관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먹이를 받지 않고 심지어 혈연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새끼 쥐를 계속해서 구조하는 모습을 관찰한 것이다저자는 윌슨크로프트의 실험을 통해 일찍이 새끼를 돌보는 포유류 사이에서 새끼를 회수하려는 기본 욕구가 발달했음을 밝힌다하지만 이는 온전히 타고난 본성이라기보다 돌봄 제공자와 수혜자 사이 유전자 공유를 촉진하기 때문에(혹은 부분적 혜택적응적 행동인 것으로 분석한다다시 말해 무력한 아이를 회수하려는 본능은 우리의 유전자와 뇌 그리고 몸속에 내재된 유전적 유산으로이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상대가 낯선 사람이거나 심지어 다른 종일 경우라도 이타적 욕구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이타적으로 행동할 때 대부분 적은 비용이나 진귀한 대가를 치르지만사회집단 속 개개인이 유전자를 공유하거나 나중에 우리를 돕게 된다면 분명 그 대가를 뛰어넘는 적응 혜택도 존재할 것이다우리의 선행을 다른 사람들이 목격하고(직접 상호성), 그것을 높이 평가한 누군가나 피해자가 우리 또는 우리 친족에게 보답해올(간접 상호성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돌봄본능에 의존하는 협동 정신에 의해 집단 전체도 부분적으로나마 혜택을 얻는다이타적 반응은 장기적 스트레스나 고통이 건강집단 화합포식 위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도 한다게다가 누군가를 도우면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그러므로 직접 상호성의 도움을 베푸는 성향은 대가가 요구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 / 170p

 

 

 




 

 

 

 

  그렇다면 누군가는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사람이나 상어의 공격과 같은 위험천만한 일로부터 영웅적인 이타심을 발휘하는데왜 누군가는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듣고도 모른 척하거나 길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도 방관하는 것일까저자는 사실 이타적 욕구는 유전자와 어린 시절 및 가정환경개인차상황 등이 복잡하게 뒤섞인 여러 요인을 반영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이타적 반응이 고정행동패턴이라 하더라도 아무 상황에서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새끼 돌봄 맥락과 관련 있는 신호자극에 의해 방출되는 것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이타적 반응 모델이란 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반응을 촉진하는 피해자의 특징과 반응을 촉진하는 목격자의 특징이 이타적 반응 가능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타적 반응 모델에 따르면 우리는 무력한 아기의 처지와 비슷한 상황일 때 돕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고 한다즉 어리고취약하고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에게 더 반응한다는 말이다비록 어른이라 할지라도 유형성숙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면 더 쉽게 도움을 유발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또한 피해자가 혹시라도 나중에 시간을 낼 수 있을 때가 아니라 지금 당장 도움을 요구할 때 가장 강하게 동기화된다여기에 아기의 울음소리 같이 강한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는 목격자로 하여금 행동하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나이든 배우자나 병약한 친척을 돌보는 사람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등 돌봄 제공자들이 자신이 보살펴야 하는 환자의 요구에 너무 익숙해졌거나 기운이 소진되는 상황에 있을 때는 환자의 만성적인 요구가 돕기 욕구를 꺾을 수도 있다. (이런 일상적 요구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 필요하지만엄밀히 말해서 전동차가 점점 다가오는 선로에서 사람을 구해내는 일처럼 즉각적인 요구는 아니다결과적으로 이런 덜 긴급한 요구는 동일한 반응욕구를 촉발하지 않는다.

(만성적인 문제들이 이타적 욕구를 제한하지만 우리가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한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예를 들어장기 요양시설에서는 무력하고 쇠락해지고 버림받았다고 느낄 환자들의 관점에 정기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일상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런 일의 공로를 사적으로 그리고 공적으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솔직히 불쾌한 일이고사랑하는 가족들도 집에서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필수불가결하다면분명 높은 급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 243p

 

 

고통은 취약성과 요구에 강하게 연결된 신호로 진화했고그 신호는 목격자에게 행동하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할 때도 종종 자신의 고통을 숨긴다그렇게 고통을 숨기면 나약함이나 취약함을 연상시키는 것은 피할 수 있지만피해자와 목격자 모두 불리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감정이 진화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때때로 감정이 제 일을 하도록 놔둔다면 궁극에 가서는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273p

 

 

 

  반면 이타적 반응 모델에서 가장 강렬한 목격자 특성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 한다우리의 기부가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믿음 아래에서 제공하게 되는 보다 일반적인 유형의 돕기 행동에는 자기효능감도 영항을 미친다이러한 일련의 특징들은 우리가 이타심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사회에 잘 적용한다면 그 어떤 문제라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중대하고 어려운 문제일지라도개인의 작은 행동을 통해 구체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회 속에서 이타심이 잘 발현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는 도와야 할 피해자가 누구인지어떤 방법으로 도와야 할지 실질적으로 인지할 수 있을 때 자기효능감과 만족감을 더 많이 느낀다따라서 큰 문제일수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과 자기효능감이 감소하므로 사람들의 의욕은 감소한다.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에 이끌리도록 진화한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큰 문제일수록 돕고 싶은 욕구를 덜 느끼는 것이다. / 297p

 

 

아동의 친사회적 행동을 조장하는 요인을 살핀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성실하거나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고 하거나소중한 사회적 파트너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는 권위 있는 양육 태도를 지닌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들이 더 잘 돕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옳은’ 일을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공감해주고 보살펴주고 따뜻한 행동의 본을 보이는 부모들은 거칠고 엄격하거나 냉혹한 부모들보다 자녀를 더 친사회적인 아이로 기른다. / 308p

 

 

 




 

 

 

 

  우리의 다정함은 진화적으로 유전자와 뇌 속에서 새겨진 유산이면서동시에 이타적 반응 모델을 활용하면 타인을 이해하고 이타적인 행동이 보다 더 발현될 수 있음을 알려준 책이다내 안의 선한 의지를 읽고 반응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이것이 바로 지금우리가 다정함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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