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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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든 이 책을 읽고 나면 돈키호테와 산초를 잊지 못할 것이다!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가난하고 재난이 가득한 시대에 있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정의와 가치가 있다고 믿는 우리의 돈키호테가 건네는 메시지!

 

 

 

 

어르신, 저런 모습으로 저런 말을 하는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군가요?

누구겠나?이발사가 대답했다. 모욕을 물리치고 뒤틀린 것을 바로잡으며 아가씨들을 보호하고 거인들을 놀라게 하며 싸움에서 승리하시는 그 유명한 돈키호테 데 라만차 님이시지./ 765p

 

 

 

  스페인 라만차 지역의 어느 마을. 하급 귀족인 이달고는 쉰 살에 가까운 나이로 얼굴과 몸이 말랐으나 체형이 꼿꼿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사냥하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냥이나 재산을 관리하는 일조차 까맣게 잊고 살 정도로 푹 빠져버린 게 있었으니, 바로 기사 소설이었다. 호기심과 도취가 정도를 넘어서 읽고 싶은 기사 소설을 구입하느라 수많은 밭을 팔아 버릴 정도로 기사 소설에 대한 그의 사랑은 대단했다. 그러다 마침내 그는 정말이지 이제 분별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세상 어느 미치광이도 하지 못했던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명예를 드높이고 아울러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일로, 편력 기사가 되어 무장한 채 말을 타고 모험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자기가 읽은 편력 기사들이 행한 그 모든 것들을 스스로 실천해 보자는 것이었다. 불의를 바로잡고, 과부를 돕고, 채찍을 휘두르고, 말을 타고 산에서 산으로 계곡에서 계곡으로 다니던 처자들이 어느 비열한 놈이나 촌놈이나 가공할 만한 거인들의 순결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인물, 그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돈키호테다.

 

 

 

  『돈키호테1권은 이처럼 기사 소설에 심취해버려 마침내 스스로 기사가 되기를 자처한 돈키호테가 이웃이었던 가난한 농부 산초를 종자로 삼아 자신의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두 번의 출정 길에 오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길에는 온갖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진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어느 때고 어느 순간이고 기사 소설에 나오는 전투며 마법이며 사건이며 황당무계한 일이며 연애 사건이며 도전이며 하는 환상이 온통 머리에 가득 차 있다 보니,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모두 그런 쪽으로 나아가는 바람에 그 스스로 온갖 사건과 사고를 몰고 다닌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풍차를 보고 거인으로 착각해 이를 무찌르기 위해 돌진하다 들판으로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진 사건을 비롯해, 양떼를 적의 군대로 착각해 돌진했다가 목동들로부터 돌멩이에 맞아 앞니와 어금니 서너 개가 빠지고 손가락 두 개가 뭉개져 버리기도 한다. 객줏집에 있던 붉은 포도주 가죽 부대를 미코미코나 공주님의 원수인 거인으로 오인해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그러다 쏟아진 술을 거인의 피라 착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그를 만난 사람들은 무슨 문제를 다루더라도 훌륭한 이해력과 사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기사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분별력을 잃어버리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고 맙소사!산초 판사는 말했다. 제대로 살피고 일을 하시라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저건 풍차라고요. 머릿속에 그런 해괴한 생각은 닫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그걸 모르겠냐고요!

입 다물게, 친구 산초여!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싸움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변화무쌍한 것이네. 내 생각에, 아니 생각이 아니라 진실인데, 나의 서재와 책을 훔쳐 간 그 현인 프리스톤이 승리의 영광을 내게서 앗아 가려고 거인들을 풍차로 둔갑시킨 게야. 내게 품고 있는 그자의 적의가 이 정도란 말일세. 그러나 그자의 사악한 술법도 내 선의의 칼 앞에는 별 볼 일 없게 될 거야./ 126p

 

 

하지만 세상이 이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절대 틀림이 없다오. 사실 병사가 대장이 명령한 짓을 실행에 옮긴다고 해서, 그 병사가 명령하는 대장보다 못하다는 법은 없지요. 그러니까 내 말은, 성직자들은 지극히 평화롭고 고요하게 이 세상에 복을 내려 주십사 하느님께 빌지만, 군인들과 기사들은 성직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실행에 옮긴다는 얘기요. 지붕 아래서가 아니라 노천에서 견디기 힘든 한여름의 햇살과 살을 에는 한겨울의 얼음을 온몸으로 이겨 내며, 우리들의 칼과 팔로 땅을 지켜 낸다는 거요. 그러니 우리는 신의 사도들이자 이 땅에서 신의 정의를 실행하는 힘이라오./ 176p

 

 

 



 

 

 

 

  이발사가 가지고 다니던 놋쇠 대야를 맘브리노의 투구로 착각해 머리에 쓰고 다니질 않나, 객줏집의 주인을 성주라고 하질 않나, 기사 생활에 몰입한 돈키호테의 행동은 사실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하나의 신념에 몰입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돈키호테와 산초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머리와 산초의 갈비뼈가 끝장이 날지언정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이 가난하고 재난이 가득한 시대에 있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정의와 가치가 있다고 믿는 돈키호테의 모습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향수까지 뿌려 줄 필요는 없소.돈키호테가 말했다. 그 돈만 지불해 주시오. 그것으로 족하오. 반드시 맹세한 대로 지키도록 하시오. 만일 어길 경우에는 내가 다시 돌아와 벌할 것을 같은 맹세로 맹세하오. 그대가 아무리 도마뱀처럼 달아나 숨더라도 찾아낼 것이오. 진실로 약속이 이행되기 위해서 그대에게 명령하는 자가 누구인지 밝히자면, 나는 모욕과 불의를 쳐부수는 용맹스러운 돈키호테 데 라만차요. 잘 있으시오. 그리고 약속하고 맹세한 바를 잊지 마시오. 그러지 않을 때엔 앞서 말한 벌이 그대에게 있을 것이오. / 94p

 

 

이리 와보게, 천박하고 태생이 좋지 못한 이 사람아! 그래, 쇠사슬에 묶인 자에게 자유를 주고 포로를 풀어 주고 가엾은 자들을 도우며 쓰러진 자들을 일으켜 세워 주고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을 그대들은 노상강도라고 부르는가? , 비열한 인간들! 그대들의 저급하고 천한 분별력에 딱 어울리는구먼. 그러니 하늘이 편력 기사도에 담겨 있는 가치를 그대들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하고, 어떤 편력 기사든 그 그림자는커녕 그들이 찾아다니며 베푸는 도움에조차 예의를 다하지 못하는 죄와 무지를 주었지!/ 699p

 

 

하늘이 나를 이 세상에 보내 기사도에 내 몸을 바치게 하신 목적, 그러니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힘 있는 자로부터 억압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기사도의 맹세를 지금 그대들을 위해 발휘하라고 말이오. 하지만 나도 알고 있소. 좋게 할 수 있는 일을 나쁜 방법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 신중함의 한 요소라는 것을 말이오. 그러니 호송하는 분들과 관리분에게 이분들의 포박을 끌러 편하게 가게 내버려 두라고 부탁드리고 싶소. 더 좋은 기회로 왕을 섬길 다른 사람들이 없지는 않을 테니 말이오. 왜냐하면 하느님과 자연이 자유롭게 한 자를 노예로 삼는 것은 무자비한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이라오. / 316p

 

 

 

  소설 돈키호테의 또 다른 백미는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 속에 있다. 사랑을 잃고 반미치광이가 되어 산에서 생활하던 남자가 결국 사랑을 되찾게 되는 이야기, 더없이 친했던 두 친구가 아내의 정절을 확인해보고 싶은 한 친구의 호기심으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이야기, 종교와 사랑의 자유를 찾아 나선 한 여성의 이야기 등이 그러하다. 그 안에서 저자는 당시 생활상과 악습, 인간이 좇는 추악한 욕망 그리고 희비극을 매우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덕분에 1권만 하더라도 무려 781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읽힌다. ,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이야기의 사실감을 더해 몰입도를 높인다.

 

 

 

운이라는 것은 불행 속에서도 빠져나갈 문을 항상 열어 놓지. 불행을 해결하라고 말일세.돈키호테가 말했다. / 224p

 

 

나리께서 두 팔로 제 몸을 둘러매고 계시니, 저는 저의 바른 소망으로 제 마음을 단단히 묶어 놓겠습니다. 저의 소망이 나리의 뜻과 얼마나 다른지는, 계속 힘으로 밀어붙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저는 나리의 아랫사람일 뿐 노예는 아닙니다. 나리의 혈통이 귀족이라 해서 저의 비천함을 업신여기고 욕보일 권리는 없으며, 있어서도 안됩니다. / 440p

 

 

<아버지, 제가 기독교인이 된 건 렐라 마이렌 때문이니, 그분이 아버지의 슬픔을 위로해 주시기를 알라께 기도하소서. 알라께서도 제가 이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세요. 제가 마음을 정하는 데 이 기독교인들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에요. 그러니 제가 이들과 함께 가려 하지 않고 집에 남고자 했어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이 일이 나쁘다고 하셔도 제게는 더없이 훌륭하게 여겨진답니다. 이 일을 실행하라고 제 영혼이 저를 독촉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 645p

 

 

 




 

 

 

 

  소설의 말미에 산초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1백 가지 모험 중에서 아흔아홉 가지가 정도에서 벗어나고 꼬이는 법이거든. 난 그걸 경험으로 아는데, 어떤 때는 내가 담요로 헹가래를 쳐지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죽도록 맞기도 했지.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있더라도 산을 넘고 숲을 뒤지고 바위를 밟고 성을 방문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돈 한 푼 지불하지 않은 채 객줏집에 묵으면서 모험을 기다리는 것은 멋진 일이야.” 비록 뭐 하나 순탄하게 흘러가는 법이 없고 늘 엉망진창이 되곤 하지만 결국 그들을 만난 이들은 자신들이 원했던 행복을 찾게 되었으니, 어떤 의미에서든 돈키호테와 산초를 평생 잊지 못하리라. 그런 의미에서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구입해놓고 무려 1년 동안 읽지 못하고 묵혀둔 이 고전 속에 이토록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줄 알았더라면 진작 읽을 걸 그랬다. 얼른 2권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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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21-12-09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투콤마 2021-12-13 12: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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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안에서 인류의 철학과 우주의 이치를 발견하게 되는 책!

인류의 토대는 공식의 기원과 역사 안에서 완성되어 왔음을 깨닫게 해주는 놀라운 수학서!

 

 

 

 

낙엽 한 조각이 떨어지는 것은 우주의 아름다운 함수 방정식이다.

공식보다 더 감동적으로 우주를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 8p

 

 

 

  피타고라스의 정리, 근의 공식, 만유인력의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고등학교 정규 교육 과정 속에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수학 공식과 과학 법칙들. 마땅히 암기해야만 하는 필수 공식들이지만 우리는 종종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대체 왜 이걸 내가 알아야 하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직접적으로 마주할 일이라고는 하등 없는 이 복잡한 공식을, 수학자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닌 내가 굳이 알아야 하는 이유는 뭔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와 수학 공부를 하다가 엄마, 구구단은 왜 알아야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하나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외워야 하니까, 학교에 가면 시험을 칠 테니까따위의 말로 배움의 목적을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로부터 배움에 대한 목적과 이유에 대한 아주 원초적인 질문을 받고 보니, 뚜렷한 목적과 이유 없이 그저 알아야만 한다고 가르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인류는 수많은 공식을 낳았고, 거듭된 난제 속에서 끊임없이 증명 가능한 법칙들을 찾아 헤매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그것을 이해해야 하는 걸까. 쉽게 읽히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던 데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다.

 

 

 

공식은 문명으로 가는 계단이다

 

 

  『공식의 아름다움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부터 인간 수학의 한계라 불리는 삼체문제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가장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공식 23개를 인문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공식에 대해 인간이 문명을 만들어내고 인간 그 자체는 이제 문명의 하나의 개체가 된 시점에서 공식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인류 최고의 지혜를 응집한 결과라고 소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류는 1+1=2의 원리를 깨닫고 소박한 수학적 사고를 하게 되면서 문명의 사다리를 쌓기 시작했다. 유클리드 기하는 평평한 공간 이외에는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수학자로 하여금 비유클리드 기하를 생각하게 하였고, 우주가 단지 가로, 세로만의 2차원적인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3차원, 4차원의 공간이 있는 것을 알려주었다. 17세기 뉴턴의 법칙은 증기기관을 탄생시켰고, 기계가 처음으로 인력을 대체하면서 인류는 증기의 시대로 접어들 수 있었다.

 

 

 

  또 19세기 맥스웰 방정식은 에디슨과 같은 발명가를 낳아 인류를 전기시대로 접어들게 하였고 인간이 자연법칙을 뚫고 어둠을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 헤르츠가 실험을 통해 손가락만 한 크기의 불꽃을 발견하고 빛과 전기, 전기와 자력으로 전자기력을 통일하자 인류 문명은 기하급수적으로 진보하게 되었다. 이렇듯 문명은 수학을 낳았고 수학은 문명을 움직였으며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해 서로 상생 관계로 나아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식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러한 여정을 담은 지식서로, 숫자 몇 개와 자음, 모음으로 구성된 간단한 기호들로 인류가 어떻게 우주의 섭리를 밝혀내고 문명을 이룩해나갔는지 그 숭고한 과정을 담아내고자 한다.

 

 

 

20세기 3차 과학기술혁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은 컴퓨터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우리는 가상 네트워크에서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를 즐겼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AI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고, 이는 본질적으로 컴퓨터에 의해 이루어졌다. 완전한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이진 코드에 둘러싸일 것이다. 아마도 먼 훗날의 인류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계산법을 의심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과연 1+1=2일까? / 27p

 

 

 

  책 속에 담겨 있는 일부 공식의 탄생 과정에는 뜻밖의 재미있는 사실이 많다. 고등학생 시절, 나를 숱하게 괴롭혔던 미적분이 실은 전쟁의 영웅이자 발이 빠르기로 유명한 아킬레스가 거북이와 달리기 시합을 하면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한 한 궤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오일러의 공식은 18세기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7개를 중복 없이 건너기 위한 관광객들의 수수께끼 속에서 탄생되었다는 것. 페르마의 정리는 나는 절묘한 증명 방법을 찾았지만 이 책의 여백이 부족해 쓰지 않는다며 허풍을 친 괴짜 페르마로 인해, 무려 358년 동안 이를 증명하고자 도전장을 내민 수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마침내 탄생되었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어찌 되었든 그의 허풍으로 인해 수학의 역사는 실로 눈부신 발전을 일궈냈고, 설혹 실패를 맛보더라도 수학자들의 실험정신을 자극했으며, 단순한 수학자들이 영리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수학과 과학사에 있어서 큰 의미로 남았으니 말이다.

 

 

 

100여 년 후에야 캐번디시는 비틀림 저울을 이용해 중력 상수를 구하는 데 성공하였는데 이로써 만유인력 법칙은 완벽한 식으로 성립될 수 있었다. 중력 상수를 구하지 못했다면 만유인력 법칙은 그저 쓸모없는 이론으로만 존재할 뿐 그 응용의 가치를 잃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이론은 이론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살면서 궁금해하는 일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학문에서 응용이 이뤄져야 인류에 길이 남을 이론이 된다. 이런 점에서 만유인력 법칙의 진정한 의미는 중력 상수 G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95p

 

 

오일러 공식은 마치 한 줄의 아주 완벽하고 간결한 시와 같다. 수학의 아름다움은 수학자들이 신이 창조한 공식, 우리는 그것을 보고만 있을 뿐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평할 정도다. 이 공식은 수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는데, 예를 들면 삼각함수, 테일러급수, 확률론, 군론 등 다수가 있다. 수학의 왕자 가우스조차 오일러를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은 평생 일류 수학자가 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 밖에 오일러 공식은 전자기학, 양자역학 같은 물리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 115p

 

 

찰스 퍼시 스노는 두 가지 문화와 과학혁명이라는 책에서 열역학에 무지한 인문학자와 셰익스피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과학자, 모두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열역학의 법칙을 열심히 배우고 열역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스노의 말에 분명히 수긍할 것이다. 특히 엔트로피라는 단어는 우주발전의 본질과 인간운명의 결말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 153p

 

 

 




 

 

 

 

  책의 구성 중에 하나인 응용편에서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 기계, 디지털 시대의 초석이 된 주요 공식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1G, 2G, 3G는 물론 4G, 5G를 넘어 미래의 6G, 7G까지 아인슈타인의 E=mc2에 비견될 만큼 인간의 생활상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데 기여한 섀넌의 공식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비록 과학 기술의 부정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대문명을 보호하는 데 단초가 된 탄도 계수, 산업혁명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시계를 완성시킨 후크의 법칙, 아주 작은 차이가 큰 오류를 낳는다는 뜻의 나비효과를 증명한 카오스 이론, 비트코인의 초석이 된 타원곡선 방정식도 설명하고 있어 우리의 지적호기심을 자극한다.

 

 

 

영국 과학저널 물리세계에서 선정한 가장 위대한 공식’ 10개 중에는 유명한 E=mc2, 복잡한 푸리에 변환, 간결한 오일러 공식 등이 포함되었는데 맥스웰 방정식이 1위로 가장 위대한 공식이 되었다.

모든 사람이 이 공식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공식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격을 느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완벽한 방정식을 추론해 낼 수 있었을까?’라는 감탄을 뱉어낼 것이 틀림없다. 이 공식은 전기장의 가우스 법칙, 자기장의 가우스의 법칙, 패러데이의 법칙과 앙페리의 법칙을 융합하여 전기장과 자기장의 상호전환에서 발생하는 대칭성을 완벽하게 제시하여 전자기장을 통일시켰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어떤 전자기 현상도 이 방정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 189p

 

 

왜 물리학자들은 굳이 대통일이론을 추구하는 것일까? 뉴턴이 만유인력과 운동의 법칙을 발견했을 때, 역학을 기초로 한 증기기관과 같은 현대 기계의 원리가 파생되었다. 또한 맥스웰이 전기학과 자기학을 전자기학으로 통일했을 때 인류는 발전기를 배웠고 아인슈타인은 좁은 의미의 상대성이론을 이용해 시공간과 질량을 통일한 뒤 원자력 이용의 시대를 열었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인류가 하나의 자연력을 통일하거나 통제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비약적으로 전진해 나갔다. / 264p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자 아폴로니우스가 정립한 원추곡선 이론은 천년 후 독일 천문학자 케플러가 비로소 행성궤도에 적용할 수 있었고, 가우스가 일생을 힘썼던 비유클리드 기하는 넓은 의미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열쇠가 되었다. 지렛대 원리, 뉴턴의 3대 법칙, 맥스웰 방정식, 섀넌 공식, 베이즈 정리 등에 따라 인류는 중기시대, 전기시대, 정보시대, 나아가 인공지능의 시대로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 저자는 이 모든 게 공식덕분이라고 단언한다. 지금 당장은 유용성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울지 몰라도 수백 년, 심지어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서도 공식은 영원할 거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무엇보다 공식이야말로 가장 간단하지만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이기도 하다는 책 속의 글귀는 우리가 왜 수학을 배워야 하며 과학을 이해해야 하는지를 새기게 한다. 그저 시험을 잘 치기 위해 익혀야 할 도구가 아니라 이것이 어떠한 이유로 탄생했고,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게 된다면 우리가 공식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수학과 과학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렵다는 이유로 알기를 꺼려하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을 만난 것 같아 왠지 뿌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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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손웅정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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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은 내게 있어 가장 훌륭한 자녀교육서 중에 하나가 아닐까!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로서가 아닌, 부모가 아이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책!

 

 

 

  손세이셔널.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축구 스타, 손흥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영국 프리미어 리그로 진출하여 명실상부 월드 클래스 선수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성장과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유독 한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그의 아버지 손웅정 씨다. 거친 그라운드를 뛰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야 매 한 가지겠지만, 유독 손웅정 씨는 남다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으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흡사 냉정하게 경기를 판단해야 하는 지도자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도 스케줄마다 동행하며 함께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볼 때면 세상 든든한 아버지이자 이보다 더 훌륭한 조력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재능과 실력은 선수 스스로의 노력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는 손흥민 선수의 말처럼, 아버지의 교육 철학이 그에게 미친 영향은 그 누구보다도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이 무척 궁금해졌다. 그는 손흥민 선수에게 있어 어떤 아버지일까. 부모로서 아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고, 하나의 개인으로서는 어떤 삶의 철학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을까, 그의 글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상대가 넘어지는 것을 보면, 그 상황이 아무리 공을 툭 차면 골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찬스라 해도 공을 바깥으로 차내라. 사람부터 챙겨라. 너는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 / 35p

 

 

 

  손웅정 씨는 영국 날짜로 2019113,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에버턴전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시즌 첫 퇴장을 당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후반 33분경 손흥민 선수의 태클 이후 연결된 상황 속에서 에버턴 수비수가 오른쪽 발목 골절상을 당하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손흥민 선수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퇴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칫 선수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부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의가 아니었고 뜻밖의 사고였다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지만, 당시에 일어난 일을 방송을 통해 보았던 나의 눈에도 손흥민 선수가 얼마나 큰 자책감을 느끼고 있을지 뚜렷이 보였다. 다행히 부상을 당한 선수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쳐 재활에 들어가 복귀했고 이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함을 표한 손흥민 선수에게 오히려 네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손웅정 씨는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그것을 초월하는 존중과 존경이 함께 있어야 그것이 진정한 축구의 묘미이고, 축구가 아름다운 스포츠일 수 있다고 말한다.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신속하게 판단하되, 마음을 다스리고 경쟁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 같이 뛰는 선수들에 대한 존경. 어쩌면 세상이라는 그라운드를 뛰고 있는 우리 모두가 새겨야 할 말은 아닐까.

 

 

 

모든 경쟁은 결국 자기 자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훌륭하다.

내가 운동장 위에서 뛰고 부딪치고 눈을 마주치며 공을 차는 많은 선수들을 존경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은 매순간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 / 39p

 

 

운동장에서도 인문학은 필요하다. 이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쫓기는 산양의 무리가 될 것인가, 쫓는 사냥꾼이 될 것인가. 나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이왕이면 쫓는 사냥꾼으로 살라고 말해준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살라는, 누군가에게 좌지우지되며 조종당하지 않는 삶을 살라는 이야기다. / 145p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손웅정 씨는 그 무엇보다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력이나 기술, 사람 됨됨이라는 것은 모두 기본을 지키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십 대 초반의 왕성한 에너지가 고갈되면 이십 대 후반부터 선수의 기량은 전적으로 어릴 때 쌓은 기본기에 달려 있다고 확신한다. 쉽게 넣을 수 있는 골을 넣지 못하거나 골대 앞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것은 기본기 부족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찰나의 간결한 볼 터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끊임없는 변수에 대응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오려면 부단히 공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그 어느 누구도 그 어떤 분야에서도 혜성은 없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세상에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라는 그의 말은 너무 성급하게 결과만을 바라보고 승리와 영광만을 강조하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인 듯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표적지나 상장 같은 사물이 아니다. 핵심은 내가 최선을 다했고 그와 더불어 해야 할 일을 행복하게 잘 마쳤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일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 중요한 것은 본질이 무엇이냐를 아는 데 있다. / 30p

 

 

성공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말라.

그것이 곧 안주하는 거다.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성공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내 성장을 생각해라. / 159p

 

 

 

  책을 읽다보면 축구 선수이자 지도자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든든한 조력자로서의 모습을 통해서 새삼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가 한결같이 아이들을 기르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내가 낳았지만 아이들은 또 다른 인격체이다. 내 소유물이 아니다이다. 그는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무엇 때문에 초조한가?” 하고 우리에게 물으며 자식 앞에서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가만히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그건 다 부모의 욕심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물론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고 탄탄하게 기반을 닦아 평탄한 길을 걷길 바라는 부모 마음을 어찌 욕심이라는 한 단어에 매몰시키겠는가만, 아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만 생각하면 불안감과 초조함이 차오를 틈이 없다고 한다. 그저 네가 행복하면 됐어.” “아이들의 일에 실패란 없으며 오직 경험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운동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던 그의 훈련법처럼, 그저 말로만 아이가 해야 할 것을 강조하기보다 부모인 내가 먼저 스스로 나서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겨두어야겠다.

 

 

 

아이들에게만 시키고 팔짱 끼고 서 있지 않는다. 같이 뛴다. 웨이트를 할 때도 시범을 보이며 먼저 하고, 슈팅과 기술 훈련을 할 때도 반대쪽에서 볼을 차고 던지고, 뛰고 주웠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 그것이 내 철칙이었다. 그 고된 훈련을 혼자 한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흥민이는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옆에서 똑같이 훈련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 153p

 

 

두 형제간에 머리를 비교하면 둘 다 망하지만, 두 아이가 지닌 개성을 비교하면 둘 다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우리 아이들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어릴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이건 우리 아이들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모양은 다 제각각이다.” / 266p

 

 

 




 

 

 

 

  이처럼 책에는 대한민국 전 축구 선수이자, 지도자이며,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로서, 축구를 시작하며 성장해왔던 과정과 두 아이와 함께 운동장을 달리며 보냈던 숱한 시간들이 담겨 있다. 그 가운데서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신념과 철학, 부모로서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서 우리 역시 삶의 중심을 무엇에 두어야 할지 숙고하게 한다. 하루하루를 양심껏, 본질에 집중하면서 자기중심을 잃지 않는 삶. 그것이 나의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손웅정 씨의 이야기 속에서 길어 올린 중요한 삶의 철학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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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쁨 -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권예슬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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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곧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일!

무심했던 나의 취향에 물을 주는 일, 그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게 하는 책!

 

 

 “넌 책을 좋아하니까 아는 작가들도 많겠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

  책을 가까이 하다보면 유독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느냐고. 그래서 이런저런 작가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지만 결국엔 이렇게 답하고 만다. “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안 가리고.” 뭐랄까, 힘주어 누구 하나 딱 분명하게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 순간에 나를 책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다는 게 맞겠다. 꼭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게 있어야만 하는 걸까? 음악도, 영화도, 음식도. 가리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부유하듯이 각자의 세계를 떠돌아다닐 수 있는 그 자체가 좋은 것, 어쩌면 그게 내 취향은 아닐까.

 

 

 

  물론 나도 한때는 왜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지? 어째서 취향마저도 흐리멍텅한 걸까?’ 하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곧, 좋은 게 많아서 사소한 것에서조차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란 뜻은 아닐까 하고 생각을 달리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가난하지 않은 취향이라 참 좋다고, 좋아하는 게 많은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시작하니 세상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내 취향이고, 저것도 내 취향이야. 나를 기쁘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을 취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쁨에서 내 세계는 보다 더 넓어질 것이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어보기로 했다. 취향의 기쁨속 어느 글귀처럼 취향이란 반짝반짝 빛나는 나의 빛자국을 찾아나가는 그 모든 과정 속에 존재하는 것이니까.

 

 

 

오늘도 취향 하나를 더 하는 일

 

 

  취향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놀랍게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쓰여 있다. 이게 왜 놀라운 일인가 하면, 우리는 흔히 취향에 어떤 대상을 포함하여 생각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 마음이 가는 대상을 소유하는 쪽에 보다 중심을 두는 것이다. 그래서 옷이나 신발, 가방, 전자제품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짐으로써 취향을 누리려고 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돈이 없는 사람은 취향도 없을까? 반대로 돈이 많은 사람은 덩달아 취향도 많은 걸까? 영화 <소공녀>에서 주인공이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고 말했듯, 취향의 기쁨속에서 저자는 내게 없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나의 생각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에 더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우리에게 묻는다.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살 수는 없어도 좋아할 수는 있고, 화려한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굳이 직접 하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을 수 있다. 그보다 내가 왜 그 가수를 좋아하는지, 그 가수가 몸담고 있는 음악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 내가 가진 이야기와 어떤 부분에서 맞닿아 있는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내면과 함께 성장해나갈 때 비로소 그 취향은 나만의 정체성이 된다고 말이다. 그러니 혹여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내 취향을 초라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내가 가진 취향을 초라하게 바라보는 자신만 있을 뿐이라던 저자의 말을 기억하자.

 

 

 

취향이 가난했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가난했다. 반짝이는 것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취향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는지 몰랐고, 그것들을 드러내는 방법에도 어리숙했던 것이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분야라고 해서 나 역시 좋아해야 할 필요가 없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 15p

 

 

내가 가진 취향에 초라함이라는 딱지는 붙이지 말 것. 때로는 취향이 없을 수 있음을 받아들일 것. 주변 사람들에게 잠시 빌린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다보면, 내가 원하는 색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될 수도 있으니 질문을 주고받는 것에 쭉 마음을 열어둔 채 살아가고 싶다. 취향에 정답은 없으니까. / 16p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남는 에너지로 취향을 가꾸는 게 아니라, 취향을 가꾸다 보니 에너지가 생기는 거였구나.’ 없는 줄 알고 지내왔지만 사실은 방치해 두고 있었던 내 소중한 취향들. 비록 여전히 희미한 색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제부터라도 내 취향들이 그 자체로 더욱 오래 윤기날 수 있도록 귀를 기울여주고 시간을 쏟아볼 셈이다. 금방 사라질 한 줌의 취향이라도. / 26p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온전히 육아에만 전념하면서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좋아하는 건 많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뚜렷하게 잘 하는 것 하나 없는 내가 이대로 아이만 바라보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하고. 그러다 각종 출판사 블로그를 통해 서평단이라는 독서 체험 활동에 대한 글을 보고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다. 출판사 신간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쓰는 일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책이니 그 무엇보다 책읽기라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한 편 두 편 꼬박꼬박 쓰다 보니 매년 100편이 넘는 책을 꾸준히 읽고 그에 대한 글도 쓰게 되었다.

 

 

 

  사실 크게 돈을 벌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취미에 가까운 일인데 뭐 하러 이리 열심히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대가보다 이것이 소중한 이유는, 책으로 하여금 내 안에서 어떤 글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를 마주볼 수 있다는 데서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희재 작가의 책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에서 완벽한 필기, 완벽한 삶, 완벽한 자신이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하였듯, 매번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글을 쓰면서 오늘의 나를 발견하고 또 수정해 나가다보면 진정한 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망쳐도 망친 그림을 그린 내가 남겠지.’ 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니 부담은 내려두고 몸에 힘을 뺀 채로. 그러다 보면 시작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던 선들이 어느새 다음 선을 만나 이어지고 또 이어지면서 꽤 그럴싸한 모습이 되어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던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 이런 저런 글들이 모이다보면 꽤 그럴싸한 나로 발전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믿어보는 거다.

 

 

 

파스타 하나에 이렇게 진지할 일인가 싶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잘하는 것보다 오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나와의 합을 꾸준히, 천천히 맞춰 나가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좋아하던 일이 어느새 잘하는 일로 느껴지는 충만한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저 흥미에 불과했던 파스타가 내게 아주 값진 특기가 된 것처럼 말이다. / 77p

 

 

요즘은 전보다 잘 사는 기분을 자주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정말 사소한 순간이라도 꾸준히 쌓아나가다 보면 정말 잘 사는 나를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잘 사는 기분은 정말이지 중요하다. 쌓여 가는 그 기분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 85p

 

 

 




 

 

 

 

  취향을 찾아가는 지도가 있다면 그 지도의 끝에는 진짜 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던 책 속의 글귀처럼,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나만의 취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소소한 취향일지라도 굳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때로는 없으면 없는 대로 나에게 맞는 취향의 온도를 찾아보는 거다. 그런 가운데서 삶의 기쁨은 보다 자주 찾아올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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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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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끈거리는 맥박, 마음에 일렁이는 감정의 파문이 무시로 요동치던 십대 그 어느 시절!

솔직하고 치열하게 사랑할 수 있었던 혹은 사랑하기를 바랐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

 

 

 

  두 개의 점을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너와 나로 이루어진, 오직 두 점만을 견고하게 잇는 우리만의 세계. 존재만으로도 삶을 살아갈 이유가 충분해지는, 그 어떤 거창한 가치마저도 소환할 수 있는 너와 나라는 위대한 세계.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1차원의 세계 속에서만 머무르고 싶은 혹은 머물렀던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던 두 개의 선이 우연히 한 점에서 만난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고야만다. 진심이라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어떤 형체가 실은 매우 얄팍하고 연약한 것이었음을 꼭 상처투성이가 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불끈거리는 맥박, 마음에 일렁이는 감정의 파문이 무시로 요동치던 십대 그 어느 시절, 우리가 나누었던 사랑의 초상은 왜 꼭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럼에도 우리는 그 세계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끝내 잊지 못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건 어쩌면 인생이라는 기나긴 시간 속에서 구름 사이로 잠깐 비치는 어느 찬란한 봄 햇살과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럼, 우리 1차원의 세계에 머무르자.”

네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너와 나라는 점, 그 두 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지금도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면 너를 생각해. 숨막히게 나를 짓누르던 너의 질량과 그 무게가 주던 위안을 기억해. / 130p

 

 

 

  박상영 작가의 신작 1차원이 되고 싶어2000년대 초반, 2의 강남이라 불리는 D시를 배경으로 십대들의 사랑과 충족되지 못한 욕망의 우울한 민낯을 담은 소설이다. 수성구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널따란 팔 차선 도로를 기점으로 학군이며 집값이며 동네의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른 건너편 아파트로 위장전입 해야 했던 주인공 를 중심으로, 학업이라는 치열한 생존의 무게를 견뎌내며 어그러진 분노와 불안으로부터 탈주하고 싶은 청소년들의 감정을 세밀한 필치로 담아낸 작품이다.

 

 

 



 

 

 

 

  ‘ 나는 내가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어린 시절부터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월드컵 16강전이 벌어지던 2002년의 여름날, 텅 빈 독서실에 혼자 앉아 있던 는 전 우주가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을 기원하는 이 순간에 한가롭게 중경삼림을 보는 윤도에게 마음이 기운다. 다른 애들은 모두 삼삼오소 모여서 축구를 하는데 홀로 벤치에 앉아 <해리 포터>를 읽던 를 기억하고 있던 윤도는 그를 해리라고 부른다. 윤도와 해리. 그의 이름과 그가 붙여준 별칭을 나란히 놓으며 는 제발 누군가 나를 이 지긋지긋한 삶으로부터 구원해줬으면, 단 한 번만이라도 내게 손을 내밀어줬으면 했던 나날들을 어쩐지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은 위안을 얻는다.

 

 

 

나는 그런 윤도의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감동 같은 것을 받아버렸다. 나도 윤도처럼 못하면 못하는 대로, 별로면 별로인 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고 싶었다. 별거 아닌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귀여웠고, 아니, 귀엽다못해 안타까웠고, 안타깝다못해 동경하게 되었다. 부리처럼 가는 윤도의 입술이 벌어질 때마다 입김이 내 얼굴에 닿았다. 붓 안에 어느덧 윤도의 숨결이 가득찼다. / 103p

 

 

절반만 진실이었다. 밤마다 홀로 청승을 떨며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 그것만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나의 부모와 나의 집, 나의 성향과 취향, 나의 말 못할 비밀과 우울, 내가 혼자임을 버티는 방식, 그러니까 나 자신의 모든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안간힘을 다해 나 자신을 감추려 해왔던 것이고. 그렇게 나의 비밀 중 하나를 맥없이 들켜버렸다.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것은 내게 작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 106p

 

 

 

  그렇게 같은 영화와 음악, 만화를 읽는 취향을 공유하며 두 사람은 가까워지지만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는 감정에는 일종의 검열과 조롱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는 섣불리 자신의 감정을 발설하지 못한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기대는 가난 속에서 더 위력을 발휘했고, ‘정상이라는 범주 내에 속하지 않으면 우정조차 허락되지 않는 학교생활 속에서 는 이 관계가 파괴될까 두려워진다. 심지어 애정이란 감정은 그 무엇보다도 폭력적이고 직설적인 감정으로 돌변하기 마련이어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기보다 끝끝내 부정하기를 택한 윤도에 의해 철저히 내쳐지고 만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을 수 없게 된 는 도리어 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태리를 수성못으로 밀쳐버린다. 그날 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받아들여지지 못한, 돌려받지 못한 그 모든 마음들이 아니었을까.

 

 

 

나는 오래전 내 손으로 검은 물에 밀어넣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때 내 팔에 담겼던 적의와 분노에 대해서. 누군가를 밀치고 짓밟고 간신히 도망쳐온 이곳에서도 나는 고작 이렇게 살고 있구나. 그 시절의 내가 너무나도 간절히 바랐던 삶이 이렇다는 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도착한 곳이 여기라는 사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나의 감정은 알지 못한 채 무심히 흘러만 가는 검은 물. / 397p

 

 

한 학년에 열 명 남짓의 아이들이 있어. 순수하고 맑아. 그런데 그 맑고 순수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개미를 밟아 죽이고 고양이에게 돌을 던지기도 해. 그 작은 집단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따돌리고, 진심을 다해 증오하기도 한다는 걸 매일 배우고 있다. 그럴 때면 네 생각이 나. 어쩌면 일종의 놀이이자 화풀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 누구보다도 이기적이었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제야, 그때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하게 됐어. / 390p

 

 

 




 

 

 

 

  대학 진학이라는 치열한 생존의 무게와 불안한 미래, 그 속에서 나를 구원해줄 수 있을 것 같았던 단 하나의 사랑을 갈망했던 의 모습은 우리가 지나온 청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표면적으로는 십대 퀴어들의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가장 솔직하고 치열하게 사랑할 수 있었던 혹은 사랑하기를 바랐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 역시 누군가에 있어 윤도가, 무늬가, 태리가, 희영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소설이 차마 들여다보거나 끝내 솔직해질 수 없었던 치기어린 과거의 나와 화해를 시도하거나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을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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