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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가 더 상처받는다
라이이징 지음, 신혜영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면서도 나를 내려놓지 않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착하다’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착함이란 표현 안에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선하고, 정직하며, 타인과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잘 따르거나 두루두루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줄 알고,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할 줄 아는 이들을 모두 ‘착하다’라는 말에 포함시킨다. 착한 딸, 착한 아들, 착한 아내, 착한 며느리, 착한 엄마, 착한 남편, 착한 사위… 어떤 입장에 놓쳐 있든 반드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착한 일을 해야 한다고, 우리는 꽤 오랫동안 그렇게 교육 받아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쭉, 계속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고, 또 그렇게 따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를 착하다는 이 한 마디에 모두 투영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착하지 않은 것은 모두 잘못되었거나 나쁜 것으로 간주하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흔히 착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 중에는 남들이 바라는 대로, 남들이 덧씌운 착하다는 이미지에 갇혀 자신을 희생하다가 내내 상처만 받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히 전통적인 가정의 문화 안에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조금만 참으면 돼’, ‘참고 따르면 다 괜찮아 질 거야’라는 관습과 요구에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착한 여자가 더 상처받는다』의 저자이자 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인 라이이징은 이처럼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에는 ‘대가’가 따르지만 정작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렇게 인내하고 희생해도 상대방은 감동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항상 참고 애쓰기만 하고 불합리한 일에 항의하지 않다보면 오히려 상대방의 못된 욕심만 키우는 꼴이 된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기존에 관습처럼 굳어진 ‘착한 사람’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면서도 나를 내려놓지 않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특히 착하고 싹싹하고 말 잘 듣는 며느리, 아내, 딸, 친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던 여성들을 위해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려 한다.
나의 원칙을 지키면서, 상처받은 나를 사랑으로 감싸주는 법
책에는 착한 아내, 착한 며느리, 착한 딸로 살아가느라 정서적인 피해는 물론 금전적인 피해, 자기 폄하, 각종 신경증 증세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좋은 집으로 시집왔으니 당연히 감사하며 살아야지’ 하고 아주 노골적인 태도로 훌륭한 며느리의 역할을 강조하는 시부모님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여성, 남자의 뜻대로 조종당하듯 살아오다 몇 번의 피임과 낙태를 한 끝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여성, 시부모의 도박 자금이 된 여성, 효도라는 명목 하에 엄마로부터 남동생을 뒷바라지 할 것을 강요당해온 여성, 집안의 기둥이자 독재자처럼 굴었던 자신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한 딸을 잃고 후회하는 여성 등이 등장한다. 대만의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가정과 사회 주변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사연과 매우 유사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나는 할 만큼 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줘야 마땅하다는 생각은 접어두길 바란다. 당신을 어려운 상황에서 구해줄 수 있는 건 당신뿐이다. 당신을 마왕의 손아귀에서 구출해줄 한가한 용사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원망하고 있어봐야 무시만 당한다. 차라리 본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고 상황을 주도하는 훨씬 낫다. 원하는 바가 있다면 다른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자기 입으로 정확하게 말하자. / 40p
오랜 시간 동안 가족들은 그녀가 여유 있게 산다고 여겨왔을 것이다. 갈수록 바라는 것이 많아졌고, 그녀가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지쳤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을 배려한답시고 좋은 일만 말하고 힘든 일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가족들을 이기적인 괴물로 만들었다. 힘든 일을 숨겨와서 가족 구성원인 자신들이 은연중에 가해자가 되는 것을 누가 원할까? 기쁜 일이든 힘든 일이든 가족끼리는 솔직하게 공유하고 서로 의지해야 한다. / 76p


그 중 결혼이나 사랑이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보호해줄 것이라 착각했다가 뒤늦게 후회를 하는 여성들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그녀들은 대체로 지나치게 남편과 가족에 의존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기르는 데 소홀히 했다. 그래서 남편의 외도나 금전적인 갈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또 다시 기댈 누군가를 찾아 쉽게 마음을 주었다 상처를 받는 일을 반복했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반드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혹시 있을 어려움에 대비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댈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뿐이라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좋은 여자’가 되면 그것을 상대방이 잘 알아주고 대우해줄 것이라 착각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타인의 망상을 실현해 주기 위해 살지 말고, 비극적인 영웅으로도 살지 말자. 여자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람은 그냥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러니 자신을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착한 여자’임을 잊지 말자.
만약 그녀가 자기의 과오를 떨쳐낼 수 없다면, 있었던 일을 딸에게 담담히 있는 그대로 털어놓아서 딸에게 교훈이 되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나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내 잘못은 이미 저질러졌고 되돌릴 수 없으니 너라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내가 지켜보겠다.’ 이런 식의 말은 겉으로는 ‘널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논리가 이상하다.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훈계를 하는 셈이니 당연히 그 딸은 반감만 생겨서 엄마를 더 비난할 것이다. / 162p
남자와 여자의 그런 정해진 역할에 대한 기대는 버리고 여자 스스로 강해지자. 또한, 남자를 향한 강요와 억압도 이제는 그만하자. / 250p



자신이 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발 여러분의 딸들에게 착하고 순종적으로 살라고 가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키우는 것이 오히려 딸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과 사고 능력을 키워줘야 딸들이 다른 사람에게 억압받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아이에게 평소 “그래, 그래야 착한 아이지.”하고 착하기를 강요하거나 주입시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엄마 먼저 스스로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