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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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이 만족하는 클래식 입문서!

시대를 초월하여 클래식의 매력에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책!

 

 

 

  2022년 6월 북미 최고의 클래식 음악 경연 대회인 벤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리나라의 임윤찬(18군이 최연소 우승자로 선정되었다그는 준결승전에서 극강의 난이도라 불리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의 전곡을 연주했는데 그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불러 일으켰다스토리 클래식의 저자 오수현은 마치 링에 오른 격투기 선수처럼 약 1시간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12곡을 상대로 결투를 벌이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묘사한다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아직 연주 중반에 이르기도 전에 얼굴에 땀이 흥건했을 뿐만 아니라마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압도적인 연주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임윤찬 군은 결승전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협주곡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초고도의 기교를 요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 Op.30>을 선택했다음표가 인정사정없이 펼쳐져 있는 난해한 악보는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라 하니이 곡 역시 가히 악마적이라 표현할 만하다나는 스토리 클래식에 수록된 QR코드로 해당 영상을 보고 또 보면서이 괴물 같은 작품을 18세에 불과한 임윤찬 군이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에 내내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19세기 전설의 피아니스트 리스트그런 리스트의 계보를 잇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이 괴물 같은 두 거장이 낳은 유산을 오롯이 건반 위에 써내려간 임윤찬 군을 보며 나는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의 매력에 단숨에 빠져들고 말았다그것은 근엄한 초상화와 웅장한 교향곡으로 박제된 이들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음악가들의 진짜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 이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토리 클래식은 고전파 음악부터 낭만파 음악까지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위대한 음악가 16인의 삶과 음악 세계를 담은 예술서다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쇼팽차이콥스키드뷔시 등 음악사에 길이 남을 거장들의 아주 은밀하고도 사적인 삶을 비롯해그들이 낳은 대표곡들이 어떠한 배경을 통해 탄생되었는지 담겨 있다여기에 QR코드만 찍으면 음악가의 곡을 바로 감상할 수 있으니지적 만족감과 정서적 감흥을 동시에 채울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다.

 

 

 

음악가들의 삶은 곧 그들 음악의 정체성이기도 한 것

 

 

  고전주의 음악이 꽃피던 18세기에는 하이든과 모차르트라는 2명의 천재가 등장하여 셀 수 없이 많은 위대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그런데 이 두 사람의 삶은 상당히 대조적이었다하이든은 최고의 음악 환경을 제공한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전속 음악가로 채용되어 자신의 작품을 연주할 전속 연주팀을 가진 행운아에 가까웠다많은 작곡가들이 후원자를 찾아 쩔쩔매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는 매일같이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자신의 머릿속에 그렸던 음악이 실제 악기로 연주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하나하나 고칠 수 있었다하지만 역설적으로 역대 에스테르하지 공작들의 요구에 따라 음악회에 올릴 맞춤형 작품을 쉴 새 없이 만들어야 했던 음악 노예인 셈이기도 했다그러다 보니 본인 작품을 모방하는 자기 복제도 많을 수밖에 없었고그의 작품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반면모차르트는 한때 궁정 소속 음악가로 일했지만 전성기 대부분을 독립된 작곡가로 활동했다덕분에 그는 음악에선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불릴 만큼 독보적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지만안타깝게도 생활을 꾸려나갈 능력은 너무나 모자랐다모차르트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의 아내 콘스탄체의 낭비벽이 모차르트를 빈궁한 삶으로 몰아넣었으리라 추측한다오죽하면 어마어마한 공연 수입과 과외 수업비출판 수입을 벌어들였음에도 끼니는커녕 겨울에 난방용 연료를 살 돈도 없었을까심지어 모차르트의 장례식은 위대한 음악가의 장례식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초라했으며가난했던 탓에 시 외곽에 있는 공동묘지에 다른 시신들과 함께 매장되어 그가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대조적인 두 천재 음악가의 삶을 바라보며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35년의 짧은 인생을 불사르고 간 모차르트의 삶과 77년간 장수하며 지루하지만 평온한 하루하루를 살았던 하이든의 삶 중 어떤 인생에 더 끌리는가하고아마도 나라면 하루하루를 묵묵하게 살다간 하이든의 삶을 살지 않았을까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모차르트의 삶을 갈망하며 내내 그를 부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모차르트는 주변 사람들에게 저를 사랑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성장기를 마차에서 보내다시피 했으니 몸이 건강하게 자랐을 리 만무합니다모차르트가 열세 살이던 1769아버지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당시 기록을 읽어보면 아동 학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된 일정의 연속입니다그중 한 대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모차르트 부자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로마로 이동할 때, 27시간 동안 흔들리는 좁은 마차를 타고 직행했다고 합니다그사이 둘이 먹은 것이라곤 차가운 통닭구이 4개와 빵 한 조각쌀밥이 전부였습니다마차 안에서 모차르트가 잠을 잔 시간이라곤 2시간이 전부였고요. / 48p

 

 

포디엄 위에선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말러였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환자처럼 침대 위에 누워 있기 일쑤였습니다. 160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허약한 체질이었던 말러는 일을 할 때면 강박증적 성향이 극대화되며 늘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였습니다작곡과 지휘 외 일체 사교 활동도 하지 않았고평생 휴가라는 걸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의 아내 알마는 훗날 이렇게 술회했습니다.

말러는 끊임없이 질주하고미친 듯이 집중하며 자신의 허약한 체질을 극복했다.” / 265p

 

 

사티는 강박적인 성향이 강했습니다사티는 자신의 책에 생활 패턴을 적어놓았는데굉장히 기묘합니다.

나는 오전 7시 18분에 기상한다. 9시 23분부터 11시 47분까지 영감을 받는다. 12시 11분에 점심을 시작해 12시 14분에 식탁에서 일어난다밖을 걸을 땐 뒤를 조심하고주의해서 숨을 쉰다오랜 시간 패션 잡지를 보고 흰색 모자와 흰색 양말흰색 조끼를 입는다나는 한쪽 눈만 감고 깊게 잔다내 침대에는 동그랗고머리가 들어가는 구멍이 있다.’ / 311p

 

 

 




 

 

 

 

  귀족 가문 또는 교회에 종속되기를 거부한 예술가 베토벤좋은 친구들을 곁에 두었지만 그로 인해 고작 31년의 짧은 삶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슈베르트사랑을 갈구했지만 허약하고 불완전했던 남자 쇼팽, ‘그리스 신의 모델로 불릴 만큼 최고의 미남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막장 드라마급 치정극을 일삼는 마성의 매력남 바그너자신의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과 무려 13년간 편지만 주고받은 차이콥스키이 책을 읽다보면 너무나 예민했고그래서 자신을 몰아붙였으며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던 음악가들의 복잡한 삶 앞에서 음악은 그들의 삶이자 언어였음을 체감하게 된다또한 창작은 고통은 수반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들의 삶을 통해서 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

 

 

 

쇼팽은 너무나 부서지기 쉬운 남자인 동시에 완전하기도 해친절하고 우아한 데다 인내심이 강한데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결려왠지 이 거친 세상의 생활을 그가 오래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 122p

 

 

 




 

 

 

 

  한 권의 책으로 거대한 클래식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마주한 기분이다무엇보다 음악을 보다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 섬세한 구성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클래식을 가까이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소장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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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는 아이들의 생생 경제 교실 1 세금 내는 아이들의 생생 경제 교실 1
최재훈 지음, 안병현 그림, 옥효진 감수 / 샌드박스스토리 키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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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먼저 기대하고 읽는 경제 학습 만화!

구체적인 설정과 몰입도를 높이는 모의 경험들로 이해가 쏙쏙 되는 우리 아이 첫 경제 학습책!

 

 

 

  애청하는 tvN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 126, ‘이게 가능하다고?’ 특집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가능케 한 이들이 출연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그 중 가장 관심 있게 본 이가 바로 초등학교 교사 옥효진 선생님이었다그는 교실 안의 작은 국가 ..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으로교실 내에서 특별한 금융 교육을 실천하는 것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었다학생들이 취직을 하고 월급을 받으며 세금도 내는 등 다양한 경제활동을 경험해보면서 여러 가지 경제 지식들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게 한 선생님의 놀라운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시청했다교실이라는 공간을 경험의 공간으로 확장시킨 선생님의 이 특별한 발상 덕분에 그 안에서 자유로운 경제 교육을 실천해가는 아이들이 부러울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유년시절에는 물건을 사거나 통장을 개설하고 저축을 하는 게 내가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경제활동이었다경제가 무엇인지세금이 무엇인지왜 저축을 하면 이자가 생기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그런 이유 때문에 여전히 경제 상식이 부족하다는 걸 탓할 수는 없겠지만 문득부모의 기본적인 소양 부족은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리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하지만 아이를 앉혀 놓고 소득이니 세금이니 투자니 하는 것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나도 이해하기 어려운데막막하던 찰나에샌드박스스토리 키즈에서 출간된 옥효진 선생님의 학습 만화 세금 내는 아이들의 생생 경제 교실을 보자마자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경제 활동

 

 

 

  세내아 초등학교 5학년 5.

  오하니는 개학 첫날부터 엄청 이상한 반… 아니 엄청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 반은 이제부터 하나의 나라예요나라니까 법도 있고우리 반에서만 쓰는 화폐도 있어요우리나라 화폐는 미소라고 부르기로 해요.”

  담임선생님은 오늘부터 선생님이 아닌 대통령이라 불러 달라고 한다.

  심지어 나라 이름을 삼..(삼삼오오 모인 다양한 개성의 수다쟁이들)라 정하게 되었으니!

 

 

  이때부터 삼다수 나라 친구들은 교실에서 직업 활동을 하거나 사업을 해서 돈을 번다.

  국세청장급식 도우미청소부통계청장기상청장공무원은행원기자 등.

  처음에는 이 모든 게 황당하고 이상하다고만 여겼던 하니는

  아이들이 진지하게 저마다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며

  점차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란 무엇일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하고 받는 첫 월급날!

  월급 명세서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월급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실수령액이 적은 것을 보고 아이들은 당황한다.

  이것이 바로 월급의 비밀!

  월급의 일부는 반드시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자리 임대료와 전기 요금건강 보험료(보건실 이용비), 급식비 등 각종 공과금이 월급해서 제해진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세금으로 국가가 운영된다는 사실까지 깨닫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가 받은 월급은 어떻게 써야할까?

  삼다수 친구들은 플렉스형자린고비형소비할 목표를 정해놓고 모으는 등산가형 등 다들 자기만의 소비 스타일에 맞춰 월급을 사용한다.

  이때 하니는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앉는 자리선택권을 구매하기 위해 저축을 하기로 결정하고!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소비하고 돈을 모을 수 있는지다양한 저축 상품을 소개받고 모의 투자왕 선발 대회를 통해 저축과 전혀 다른 방식의 돈 버는 법도 알게 된다.

  또 친구와 슈퍼를 열어 사업을 하고 경영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처음에는 교실에서 경제활동을 배운다는 것에 반신반의했고

  어떻게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을지 상당히 궁금했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구체적인 설정과 몰입도를 높이는 모의 경험들이 이를 가능케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슈퍼를 열어 장사를 하려는 친구들에게는 사업자 등록증까지 발급해주고투자 상품을 선생님의 몸무게로 정하여 매일 선생님의 몸무게 변화에 따라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등 사실적이고 재미있는 설정들이 아이들의 호응을 얻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책에는 각종 경제 상식이 수록되어 있어 기본적인 지식을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경제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경제 용어 빙고 게임판이 부록으로 들어 있어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놀이도 해볼 수 있으니 유용하다.

 

 

엄마가 먼저 기대하며 읽게 되는 책이라는 점!

어려운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준다는 점!

발랄하면서 눈에 쏙쏙 들어오는 그림체까지!

 

 

  우리 아이의 첫 경제 학습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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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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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좋아하고책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구원 같은 책!

비록 바보 같을지라도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어라이건 찐인데?”

  나 역시 이 책의 주인공인 다나하라 교코처럼 서점 직원으로 다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일찍이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어수룩한 작가에서 문예창작 전공자로이어 출판사 편집자에서 대학교 앞 서점과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대형 서점에 근무하기까지나의 이력은 어쩌다보니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계속되고 있다어쩐지돌잡이 할 때 연필과 공책을 쥐었다던 부모님의 말씀을 대충 흘려 들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어쨌거나 출산을 하기 전까지 내가 정식으로 직장에서 근무한 경력은 서점이 마지막이었기에이 책을 각별한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 책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그래이게 진짜 서점 이야기지.’를 연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점을 배경으로 한 여러 소설 작품들을 읽어보았지만이 책만큼 서점 내부에서 바라본 출판 업계의 사정을 이토록 제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으니까덕분에 책에 나오는 일화와 유사한무척이나 유사한 나의 경험담이 마구 떠올라서 단숨에 푹 빠져 들고 말았다.

 

 

 

나도 책에 구원받은 적이 있어.”

 

 

 

  소설 속 주인공 다나하라 교코는 무사시노서점 기치조지본점의 문예 파트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직원이다오늘도 그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점장님을 더는 못 봐주겠으니 그만 둘래요!’ 를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그도 그럴 것이 점장인 야마모토 다케루는 무능력자이나 남의 속 뒤집기는 백점 만점인 데다아침마다 조회에 유난히 열을 올리며 의욕 없는 직원에게 서비스 정신을 심어주는 유능한 리더의 77가지 마음가짐!》 따위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기 일쑤다업계 최대 출판사의 영업 담당자는 태도가 오만하기 이를 데 없고남자 직원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여자라고 깔보거나 무리하게 책을 가져다놓으라 요구하는 등 소위 진상 고객은 서점이라 해서 없을 리 없다그나마 자신을 이해해주는 고야나기 씨가 있어 오늘도 그 모든 불합리를 견뎌낼 뿐이다그런데 아뿔싸그토록 동경하던 그녀가 서점을 그만둔다니이제 어쩌지?

 

 

 

  고야나기 씨가 그만두자 덩달아 의욕을 잃은 다니하라조만간 서점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카페에서 우연히 아르바이트생인 이소다 씨와 마주치고 그녀로부터 의외의 말을 듣게 된다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서점 직원인 다니하라의 추천글을 보고 읽게 된 한 책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다는 것이었다이소다의 말 덕분에 다니하라는 서점 직원은 이야기와 독자를 이어주는 훌륭한 직업이라는 것을서점 직원으로서의 사명감을 다시금 숙고하게 된다물론 이후에도 어처구니없는 일은 여지없이 발생하고바보 같은 점장님은 계속 바보 같은 짓을 벌이지만 좋아하는 책에 둘러싸여좋아하는 소설을 좋아하는 작가에게서 받아 애정 어린 고객에게 고이 전달하는 일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다르지 않아요그렇다면 서점 직원 한 사람이 그만두면 손님이 만날 수 있는 작품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잖아요실제로 제가 그랬고요다니하라 씨가 서점에서 일했기 때문에 저는 공전의 에덴과 만날 수 있었어요계속 살아갈 수 있었어요그건 도미타 아카쓰키 씨가 작가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봐요그 소설가가 아니면 만들어내지 못하는 게 있는 것처럼 그 서점 직원밖에 장점을 전달하지 못하는 작품이 있을지도 모르고원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 54p

 

 

 



 

 

 

 

  이 외에도 재능 있고 오만하지만 겸허함을 되찾아가는 젊은 소설가의 고뇌독불장군이라 모두가 두려워하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서점 경영자의 애수걸리버 출판사의 영업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신입 사원의 분투에 이르기까지결코 반짝반짝하지 않지만 어떻게든 행복해지고 싶어서 하루하루를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출판 업계의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흥미롭게 펼쳐진다그 속에서 드러나는 출판 업계의 현실과 애환은 작가가 이에 대해 상당히 고심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를 테면 유명 작가의 신간 소식이 뜨면 서점은 미리 재고 확보에 열을 올리지만 때로는 잘 팔리는 지점에 재고가 더 많이 몰리고(팔고 싶어도 우리 서점에는 안 보내 주고), 내가 좋다고 느껴서 열심히 추천하는 책은 좀처럼 팔리지 않는 반면 베스트셀러는 진열만 해놔도 잘 팔리는 데서 오는 서점 직원으로서의 한계는 물론(놔두면 팔려나가는 책을 위해 나는 여기에 있는 것일까), 분명 전작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지는 데도 매출을 위해서는 손님께 열심히 권해야 하는 실정은 서점 직원이라면 느낄 수 있는 여러 고충 중에 하나다책 매대를 줄이고 잡화 코너의 비중을 높일 때는 언제고 책 매출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까지도서점에 오는 손님은 모두 고상할 것 같지만 진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책 도둑을 잡기 위해 치맛단이 뜯겨라 뛰는 일도 부지기수라는 건 내 개인적인 깨달음이기도 하다대형 출판사는 홍보물 한 장조차 보내주지 않아도 작가의 유명세와 광고에 힘입어 잘 팔리는데중소형 출판사는 마케터가 서점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원에게 홍보하고 은근슬쩍 자기네 책을 매대 위에 올려놓는 꾀를 부려도 팔리지 않는 현실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사람이 나왔네.”

안다. ‘드디어 남자가……라는 뜻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서점은 일처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누가 사과나 듣자고 이러는 줄 알아?”

책은 반드시 오늘 안에 마련해 놓겠습니다혹시나 고객님이 허락해주신다면 댁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 / 29p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니하라 씨에게는 저번에 신세를 많이 졌으니까라는 이유로 출판사에서 보내온 도미타 선생님의 두 번째 작품 원고를 읽고 나는 더욱 실망했다.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여전히 문장은 세련됐고 가슴이 타들어가는 감각도 똑같았다.

하지만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았다물론 데뷔작보다 그다음 작품이 떨어지는 경우는 자주 있고오히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모조리 끌어 담아 쓴 데뷔작을 그 다음 작품으로 뛰어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 87p

 

 

저도 다니하라 씨의 불안이나 초조함은 이해한다고 생각해요서점 직원의 열악한 대우가 당연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건 확실해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니하라 씨는 지금 서점을 그만두면 안 돼요다니하라 씨는 서점에 남아 이 업계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움직여야 해요그게 미래의 서점이라는 곳을나아가 출판계 전체를 위한 일이니까요.” / 233p

 

 

 



 

 

 

 

  “우리가 하는 일은 작가님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게 아닙니다어깨동무를 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불황인 출판 업계의 거친 파도와 맞서는 것입니다선생님의 기분만 맞춰드린다거나 반대로 화가 나서 돌아가시게 한다고 해서 무언가가 해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우리가 힘을 쏟아야 할 부분은 그런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좀 더 본질적인 게 아닐까요?” 평소에는 늘 바보 같은 점장이지만좋은 책을 쓰고 만들고 전달하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종종 알력다툼을 벌이곤 하는 구조적인 모순을 지적하는 장면이 있다불황이다 뭐다 하지만 여전히 책이 주는 따스함을낭만을구원을 믿는 이들이 있기에 나 역시 책이 머무는 자리는 늘 아름답기를 꿈꾼다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좀 더 본질적인 고민을 촉구하는 책 속의 글귀는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을 좋아하고책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구원 같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출판 업계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유쾌한 미스터리와 흥미로운 이야기 요소까지 갖춘 작품이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비록 바보 같을지라도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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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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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큰 어른이 남기고 울림의 언어들!

당신의 미래를 이끌어갈 키워드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제목의 동요를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어릴 적말놀이를 하듯 참 열심히 불러댔던 노래다작곡가가 누구인지작사가는 누구인지언제부터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인지원숭이에서 시작하여 백두산으로 마무리되는 이 난데없는 노래를 우리가 왜 이토록 오랫동안 따라 부르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이런 게 소위 말하는 언어 DNA’라는 게 아닐까 싶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쓰신 언어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따라 쓰고 다시 나와 내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언어 유전자(이어령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거죠이 생물학적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남긴 말과 글 속에도우리가 사용하고 있는아침저녁으로 쓰고 있는 말과 글 속에도 똑같이 문화 유전자가 숨어 있습니다.’ 언어 즉 문화 유전자란 것은 내가 없는 세상우리가 없는 세상에도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해간다는 것이다그리고 바로 이 노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야말로 자신이 경험한 100년의 시간이 남겨놓은 시대의 기록이자 자취라 하며 이 책을 쓰게 된 소회를 풀어나간다원숭이사과바나나기차비행기이 다섯 가지 키워드의 마지막인 백두산에 오르기까지 우리가 가지고 살아왔던 게 무엇이고우리가 없는 세상 저 먼 미래에는 이러한 키워드들이 어떻게 바뀌고 거기에서 어떤 문화 유전자들이 이어져갈 것인가를 짚어보며백두산에 이어 새 시대의 중요 키워드가 될 만한 유산을 남겨놓고자 한다.

 

 

 

오늘 나는 그 이야기를 하렵니다우리 DNA의 네 가지 화학 기본 물질처럼 언어로 내 평생을우리가 겪은 이 시대를 나타낼 수 있는 소위 키워드, DNA 같은 말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내가 읽은 그 많은 책내가 들은 그 많은 노래그 모든 것을 찾아보고 그 안에서 몇 개의 단어를 추려봐라그것도 나 혼자 경험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나를 기준으로 할 때 80 평생한 세기 100년에 가까운 개화기부터 내려온 그러한 우리 역사를우리 생활을공동으로 경험했던 것을너의 이야기가 됐든 나의 이야기가 됐든 그 이야기를 몇 가지 단어로 추려봐라.” / 9p

 

 

 

잘 있으세요여러분 잘 있어요

 

 

  놀랍게도 과거 이 땅에는 원숭이가 살지 않았다고 한다세종대왕 실록이나 성종 때의 기록에 의하면 진상품으로 받은 기록은 있으나 우리에게 원숭이는 상당히 낯선 동물임에 틀림없었다그러다 1909년 개화기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면서 대중들은 처음으로 실제 살아 있는 원숭이를 보게 되었다개화기 때 처음으로 외국 사람을 본 것처럼어쩌면 원숭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 원숭이라기보다는 일본 사람선교사외국 사람우리와 다르게 생긴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는 왜 하필이면 손이나 발도 아니고 하필 엉덩이를 언급하는 것일까여기에서 이어령 선생님은압도적인 힘을 가진 외국의 위력에 놀라워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을 업신여기고 비하하는 이중 감정을 지닌 개화기의 외국관이 곧 원숭이의 엉덩이를 상징하는 것이라 추측한다그들의 문화와 힘을 대단히 여기면서도 별 거 아니야’ 하는 오기 같은 것이런 감정이 4000년 동안 그 많은 외압과 그 많은 외래 문화 속에서도 우리를 지켜온(비록 단점도 있겠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 핵심적인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사과의 의미를 무엇일까요그냥 먹거리가 아닙니다사과라는 말 속에는 그대로 서양 문명이 압축된 상징적 이미지가 있어요. 19세기 헝가리에 아주 유명한 수학자가 하나 있었어요보여이 야노시노라고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창안한 수학자이지요이 사람이 놀라운 얘기를 합니다서양 문화는 딱 사과로 얘기하면 풀리지요아담의 사과선악과인류가 이렇게 해서 생겼잖아요기독교 문화종교 등 오늘날 유럽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복잡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든 것은 아담의 사과선악과를 따 먹은 아담의 사과로부터 시작돼요종교에서 시작된 거죠유럽의 모든 문화 문명을 이끌어온 기독교 정신이 바로 아담의 사과예요. / 29p

 

 

놀라운 건요이 바나나가 근대화 과정에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는 거예요일본 사람을 바나나라고 그랬어요바나나명예백인얼굴은 노란데우리 같은 황색 인종인데쫙 껍질을 벗겨보면 하얗다일본 사람은 겉으로는 동양 사람이지만 안은 완전히 서구화됐다서양 사람들이다그래서 일본 사람들을 바나나족이라고명예백인이라고 불렀어요사실 일본 사람뿐만 아니라 원숭이 노래에서 백두산만 빼놓고 모든 게 그래요우리는 한국 사람이고 도양 사람이지만바나나처럼 껍질을 벗겨보면 어느새 100년 동안 하얀 사람이 되어버렸어요이렇게 보면 바나나의 상징성은 더욱더 짙어져요. / 39p

 

 

 



 

 

 

 

  선교사들이 직접 나무를 갖다 심은 사과바다 너머의 서양을 상징하는 외국의 맛 바나나식민 정책에 의해 놓인 기찻길 그리고 저항과 눈물의 역사를 담은 열차. ‘떴다 떴다 비행기날아라 날아라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비행기도 못 만들고 비행 실험 하다 떨어져 죽은 모험가도 없지만 종이비행기를 만들고 그걸 띄우는 노래를 만들었던 우리들이렇듯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속에 담긴 키워드와 그 안에 얽힌 시대의 정서를 읽어내는 이어령 선생님의 글에는 살아 마지막까지 성찰하고 사유하고자 하는 빛나는 지성인의 숨결이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2008학년도 서울대 입학식에서 한 축하연설이 마음을 울린다그는 여기에서도 <떴다 떴다 비행기동요로 운을 뗀다뜬금없는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부터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날아야 된다라이트 형제 전에도 상당한 글라이더 비행선이 있었는데왜 엔진을 달고 활공이 아닌 제 힘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만들려고 했느냐글라이더와 플라이어는 다르다너희들은 지금까지 글라이더였다자기 힘으로 무엇을 한 게 아니다대학에 들어온 오늘부터 너희들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자기 엔진을 가져야 되고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날아야 한다그것도 그냥 나는 것이 아니라 높이 높이 날아라우리 비행기처럼.” 하고자기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자기 엔진이 없으면 금세 고꾸라진다고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추진력을 가지고실력을 가지고 날 수 있는 엔진이 되기를 바라는 그의 진심어린 당부가 깊은 울림을 준다.

 

 

 

저항이었죠기적 소리와 함께 간 우리의 슬픔을형님의 눈물을누님의 눈물을어린애가 뭘 안다고 기차가 가면 이렇게 욕을 했어요기차는 우리의 희망이 아니라 우리의 희망을 꺾은 그 역사로부터 출발합니다기차 얘기를 하면 한국에선 참 슬픈 이야기들이 나와요트로트 기사들만 봐도 전부 비 내리고 완행열차예요그런데 슬프기만 하냐아니죠완행열차에다 야간열차에다 비 내리는 가장 열악한 기차 속에는 한국인의 정이 잔뜩 담겨 있어요. / 47p

 

 

내가 없는 세상에서 새로운 키워드들이 만들어지려면 지나간 나의 이야기다섯 개의 키워드역전의 드라마로서우리가 이제는 세계를 향한 발신자로서 세계와 친구가 되고외국인이 더 이상 원숭이가 아니고더 이상 사과나 바나나가 기차나 비행기가 남의 것이 아닌 우리 것이 되어버린 이 근대화 100년 속의 그 슬기가 필요해요종이비행기가 아닌 진짜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고또 그 비행기가 오가는 비행장이 세계 1등이 됐습니다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뜨기만 했지 날아야 할까요날려면 이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자기 엔진이 있어야 합니다. / 66p

 

 

 

  지난 100년 동안 우리는 원숭이사과바나나기차비행기로 상징되는 외국의 것을 열심히 쫓으며 뛰어왔다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다른 나라다른 문화의 것만 보고 따라갈 것인가이어령 선생님은 이제 백두산 그 이후의 키워드백두산부터 새롭게 시작될 키워드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한다. 100년 동안 우리 것을 다 내주고 버려뒀던 것들에게서양극화하지 않고 융합시켜서씨앗이 되고불씨가 되고작은 터널 속 빛이 되어줄 미래의 언어를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무엇보다 디지털 세계와 아날로그 세계가 서로 대립하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디지로그 시대생명의 가치가 제일이 되는 시대가 되기를 바라며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잘 있으세요여러분 잘 있어요이제 그의 인사는 여기서 그치겠지만 지난 시간 그가 우리 시대에 전해준 언어는 오랫동안 살아남아 눈 먼 현대인들에게 맑은 지혜를 줄 것이라 믿는다.

 

 

 

100년 동안 살아온 내가앞으로 100년 동안 살아갈 어린아이들이 부르게 될 키워드 하나중요한 낱말 중에 하나를 꼽으면 버려둬입니다내가 살았던 시대의 가장 소중한 다섯 가지 키워드 속에서 잃어버렸던 그것이 그냥 버려지지 않고마치 누룽지처럼 묵은지처럼 우거지처럼 버려두었던 것이 우리 식탁에 올라올 새로운 메뉴로서 21세기앞으로 100년을 끌어갈 새로운 언어가 될 것입니다그것을 우리가 함께 경험하자는 것입니다내가 다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의 가슴속에 미래의 어린아이가 어떤 노래를 부를지 어렴풋하게 떠오를 겁니다우리가 새로 만들어낼 중요한 단어들이 무엇일지 짐작이 갈 겁니다. / 138p

 

 

 




 

 

 

 

  유고집 작별을 끝으로 이어령이라는 이 시대의 큰 어른은 우리와 이별했다하지만 그가 남겨놓은 언어라는 유산은 우리에게 훌륭한 자양분을 주었다이제는 우리가 그에게 보답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오늘 내가 쓰는 언어가 미래 세대의 유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달라질 수 있을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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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업데이트할 시간입니다 - 흔들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남궁원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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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나의 마음에 채워줄 따뜻한 글 하나!

오늘도 흔들리며 사느라 내 마음 돌볼 틈도 없이 외로워하고 있을 이들에게!

 

 

 

  스물여섯의 나이쯤이었나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대학교 졸업식도 아직 치르지 않았는데 출판사에 취직했다고 기뻐서 날뛴 지 꼬박 1년이 지났을 때였다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서적을 출판하는 곳이었고그곳에서 전집 작가를 구한다기에 주저하지 않고 이력서를 냈다가 합격한 나는 1년 동안 성실하게 출퇴근했다그 사이 기획했던 전집은 어그러졌고뜻밖에도 외국어 서적과 신문 발행 파트의 업무를 맡아서 진행해야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직장 생활이란 게 다 그런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회사 대표의 거친 말투에 한두 명씩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고그들의 업무를 내가 다 떠안은 것은 물론 디자인팀의 작업까지 배워서 해내야했던 나는 과중된 업무와 스트레스로 폭발할 지경이 되었다하지만 그때의 나는 내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친구들을 찾고 밤새 술을 마시며 괴로움을 달랬다건강은 건강대로마음건강은 마음건강대로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그때 좀 더 내 마음 챙기는 법을 알았더라면 덜 힘들었을 텐데잠에서 깨어나 그 지옥 같은 회사를 오늘도 출근해야 한다는 괴로움으로 속앓이 했던 시간들로부터 좀 더 빨리 탈출할 수도 있었을 텐데미련하게도 나는 방법을 몰라서 그로부터 한참동안 나를 동굴 속에 가둔 채 살아왔다.

 

 

 

  언제부턴가 내 마음 돌보는 법’,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담긴 책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과거의 나처럼 잘못의 원인을 내 안에서만 찾느라 마음이 다치는 줄 모르고세상일이란 다 그런 것이라 이해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야박하게 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책 마음을 업데이트할 시간입니다』 속에 이런 글귀가 있다. ‘지치고 힘겨운 마음은 어디에나 쌓이는 먼지처럼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먼지를 조금 털어내고 들춰보면 그중에는 찐득하게 달라붙어 있거나 녹이 슬었거나 굳어져 버린 마음들도 있었다그래서 한 번 더 확신했다마음을 관리하는 게 곧 삶을 관리하는 거라고지금 잘 살든 혹은 그렇지 않든항상 마음에 기름칠을 해주며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이 결국에는 삶의 승리자가 될 거라고.’ 마음을 관리하는 게 곧 삶을 관리하는 거라는 말내 마음에 기름칠을 해주면서 소중히 여기라는 말힘들 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이 말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말 중에 하나인 것 같다사랑행복행운… 우리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말들은 결국엔 나를 잘 돌볼 수 있을 때 찾아오는 법이니까.

 

 

 

잊지 말렴어두운 건 어두운 대로 놔두는 거야.

세상 모든 사람 누구나

하루에 꼭 한번은 어둠을 겪는 것처럼.

수많은 조명이 애써 빛을 뿜어대도

밤하늘을 밝히기엔 역부족인 것처럼.

 

 

어둠은

억지로 개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동이 트기 전 새벽처럼 옅어지는 거란다. / ‘야행성’ 중에서 20p

 

 

 



 

 

 

 

  아이의 어린이집 차량이 서는 골목길 앞에 어느 틈엔가 풀이 무성해졌다야트막하게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이 언제 이렇게 많이 자라서 빽빽하게 땅을 다 차지할 정도로 자라난 건지 놀라울 정도였다문득복잡한 상념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내 마음 같다한 번 들어와 앉으면 좀처럼 뿌리 뽑힐 줄 모르는 어지러운 생각들뭐 하나 시원하게 되는 일 없고오늘은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들이 번번이 발목 잡히고나는 왜 또 미련을 못 버려서 내내 끙끙 앓고 있는 건지.

 

 

안다뜻대로 안 된다는 거.

이제 그만 토해내고 싶다는 거.

다만 현재까지 마음이 어려운 건

마음속에 잡초 하나가 자랐기 때문이다. / ‘우울증’ 중에서 81p

 

 

 

  그래내 마음속에서 잡초가 자랐구나그게 어느 틈엔가 이만큼 자라나 뿌리 뽑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구나대체 언제부터이리도 많이 자랐나그런데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잡초가 왜 자라는지 의미와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된다고티끌만큼의 관심도 갖지 말고 잡초 생각이 나도 그냥 멋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라고그러다 잡초가 뿌리를 깊게 내린다면 그때 내가 해야 할 건 겁을 먹는 게 아니라 건강하고 향기 좋은 예쁜 꽃과 나무를 마음속에 심는 거라고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울창한 숲이 되고 꽃밭을 이루었을 땐그 기세에 잡초가 자랄 틈조차 사라져버리는 날이 올 거라고 말이다그러고 보면 내 마음속에서 무엇이 피어날지 아는 이는 오직 나 자신뿐이다그것이 비록 잡초일지라도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햇빛을 쐬게 해줄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기에오늘도 내 마음 속에 무심코 잡초 하나 들여놓은 건 아닌지진즉에 잘라버리지 않고 또 방치해 둔 것은 아닌지 틈틈이 보듬어봐야겠다.

 

 

 

내가 보잘것없는 하루라고 치부하여 내팽개친 오늘은 누군가에겐 탐이 나는 보물이었던 거야.

정말로 의미가 없었던 건 내 생각이었지 삶이 아니었어.

삶에선 경험만이 존재할 뿐 의미 없는 순간은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허수아비도

아무 의미 없이 서 있는 게 아닌 것처럼. / ‘친구가 알려준 이야기’ 중에서 97p

 

 

적당한 걱정은 나를 현명하게 만들지만 지나친 걱정은 나를 겁쟁이로 만드는 법이다나를 구원하는 건 복잡한 상상이 아닌 담백한 용기다고작 과장된 잡념일 뿐인 흙탕물에 오늘과 내일이 잠긴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때론 바보처럼 생각하고 천재처럼 행동하자모든 시작은 용기를 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늘을 보라.

자외선 따위를 신경 써 커튼을 치기에는

너무 푸르지 아니한가. / ‘해방’ 중에서 207p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너는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잘하는 게 없어도 된다고내세울 게 없어도 된다고특별한 게 없어도 된다고끊임없이 증명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건네는 이 한 줄의 글이 참 위로가 된다오늘도 흔들리며 사느라 내 마음 돌볼 틈도 없이 외로워하고 있을 이들에게 이 책의 따뜻한 글귀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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