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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평점 :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j/hjh8s/IMG_20220814_11.jpg)
오감이 만족하는 클래식 입문서!
시대를 초월하여 클래식의 매력에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책!
2022년 6월 북미 최고의 클래식 음악 경연 대회인 ‘벤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리나라의 임윤찬(18세) 군이 최연소 우승자로 선정되었다. 그는 준결승전에서 극강의 난이도라 불리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의 전곡을 연주했는데 그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불러 일으켰다. 『스토리 클래식』의 저자 오수현은 ‘마치 링에 오른 격투기 선수처럼 약 1시간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12곡을 상대로 결투를 벌이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묘사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아직 연주 중반에 이르기도 전에 얼굴에 땀이 흥건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압도적인 연주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임윤찬 군은 결승전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협주곡’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초고도의 기교를 요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Op.30>을 선택했다. 음표가 인정사정없이 펼쳐져 있는 난해한 악보는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라 하니, 이 곡 역시 가히 악마적이라 표현할 만하다. 나는 『스토리 클래식』에 수록된 QR코드로 해당 영상을 보고 또 보면서, 이 괴물 같은 작품을 18세에 불과한 임윤찬 군이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에 내내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19세기 전설의 피아니스트 리스트, 그런 리스트의 계보를 잇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이 괴물 같은 두 거장이 낳은 유산을 오롯이 건반 위에 써내려간 임윤찬 군을 보며 나는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의 매력에 단숨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것은 근엄한 초상화와 웅장한 교향곡으로 박제된 이들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음악가들의 진짜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 이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토리 클래식』은 고전파 음악부터 낭만파 음악까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위대한 음악가 16인의 삶과 음악 세계를 담은 예술서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차이콥스키, 드뷔시 등 음악사에 길이 남을 거장들의 아주 은밀하고도 사적인 삶을 비롯해, 그들이 낳은 대표곡들이 어떠한 배경을 통해 탄생되었는지 담겨 있다. 여기에 QR코드만 찍으면 음악가의 곡을 바로 감상할 수 있으니, 지적 만족감과 정서적 감흥을 동시에 채울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다.
음악가들의 삶은 곧 그들 음악의 정체성이기도 한 것
고전주의 음악이 꽃피던 18세기에는 하이든과 모차르트라는 2명의 천재가 등장하여 셀 수 없이 많은 위대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삶은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하이든은 최고의 음악 환경을 제공한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전속 음악가로 채용되어 자신의 작품을 연주할 전속 연주팀을 가진 행운아에 가까웠다. 많은 작곡가들이 후원자를 찾아 쩔쩔매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는 매일같이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 그렸던 음악이 실제 악기로 연주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하나하나 고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역대 에스테르하지 공작들의 요구에 따라 음악회에 올릴 맞춤형 작품을 쉴 새 없이 만들어야 했던 음악 노예인 셈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본인 작품을 모방하는 자기 복제도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의 작품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반면, 모차르트는 한때 궁정 소속 음악가로 일했지만 전성기 대부분을 독립된 작곡가로 활동했다. 덕분에 그는 음악에선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불릴 만큼 독보적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생활을 꾸려나갈 능력은 너무나 모자랐다. 모차르트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의 아내 콘스탄체의 낭비벽이 모차르트를 빈궁한 삶으로 몰아넣었으리라 추측한다. 오죽하면 어마어마한 공연 수입과 과외 수업비, 출판 수입을 벌어들였음에도 끼니는커녕 겨울에 난방용 연료를 살 돈도 없었을까. 심지어 모차르트의 장례식은 위대한 음악가의 장례식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초라했으며, 가난했던 탓에 시 외곽에 있는 공동묘지에 다른 시신들과 함께 매장되어 그가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대조적인 두 천재 음악가의 삶을 바라보며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35년의 짧은 인생을 불사르고 간 모차르트의 삶과 77년간 장수하며 지루하지만 평온한 하루하루를 살았던 하이든의 삶 중 어떤 인생에 더 끌리는가, 하고. 아마도 나라면 하루하루를 묵묵하게 살다간 하이든의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모차르트의 삶을 갈망하며 내내 그를 부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모차르트는 주변 사람들에게 “저를 사랑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성장기를 마차에서 보내다시피 했으니 몸이 건강하게 자랐을 리 만무합니다. 모차르트가 열세 살이던 1769년, 아버지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당시 기록을 읽어보면 아동 학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된 일정의 연속입니다. 그중 한 대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모차르트 부자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로마로 이동할 때, 27시간 동안 흔들리는 좁은 마차를 타고 직행했다고 합니다. 그사이 둘이 먹은 것이라곤 차가운 통닭구이 4개와 빵 한 조각, 쌀밥이 전부였습니다. 마차 안에서 모차르트가 잠을 잔 시간이라곤 2시간이 전부였고요. / 48p
포디엄 위에선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말러였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환자처럼 침대 위에 누워 있기 일쑤였습니다. 160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허약한 체질이었던 말러는 일을 할 때면 강박증적 성향이 극대화되며 늘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였습니다. 작곡과 지휘 외 일체 사교 활동도 하지 않았고, 평생 휴가라는 걸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의 아내 알마는 훗날 이렇게 술회했습니다.
“말러는 끊임없이 질주하고, 미친 듯이 집중하며 자신의 허약한 체질을 극복했다.” / 265p
사티는 강박적인 성향이 강했습니다. 사티는 자신의 책에 생활 패턴을 적어놓았는데, 굉장히 기묘합니다.
‘나는 오전 7시 18분에 기상한다. 9시 23분부터 11시 47분까지 영감을 받는다. 12시 11분에 점심을 시작해 12시 14분에 식탁에서 일어난다. 밖을 걸을 땐 뒤를 조심하고, 주의해서 숨을 쉰다. 오랜 시간 패션 잡지를 보고 흰색 모자와 흰색 양말, 흰색 조끼를 입는다. 나는 한쪽 눈만 감고 깊게 잔다. 내 침대에는 동그랗고, 머리가 들어가는 구멍이 있다.’ / 3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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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가문 또는 교회에 종속되기를 거부한 예술가 베토벤, 좋은 친구들을 곁에 두었지만 그로 인해 고작 31년의 짧은 삶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슈베르트, 사랑을 갈구했지만 허약하고 불완전했던 남자 쇼팽, ‘그리스 신의 모델’로 불릴 만큼 최고의 미남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 막장 드라마급 치정극을 일삼는 마성의 매력남 바그너, 자신의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과 무려 13년간 편지만 주고받은 차이콥스키. 이 책을 읽다보면 너무나 예민했고, 그래서 자신을 몰아붙였으며,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던 음악가들의 복잡한 삶 앞에서 음악은 그들의 삶이자 언어였음을 체감하게 된다. 또한 창작은 고통은 수반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들의 삶을 통해서 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
쇼팽은 너무나 부서지기 쉬운 남자인 동시에 완전하기도 해. 친절하고 우아한 데다 인내심이 강한데,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결려. 왠지 이 거친 세상의 생활을 그가 오래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 1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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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으로 거대한 클래식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마주한 기분이다. 무엇보다 음악을 보다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 섬세한 구성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클래식을 가까이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소장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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