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의 이별 - 장례지도사가 본 삶의 마지막 순간들
양수진 지음 / 싱긋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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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과 고인을 둘러싼 삶을 애도하는 일 그것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는 그녀의 글은 그래서 참 귀하다!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에는 심시선 여사의 사망 10주기를 맞아가족들이 심시선 여사가 살았던 하와이를 여행하며 각자에게 기뻤던 순간이나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제사상에 올리는 장면이 나온다살아생전에 제사는 사라져야 할 관습이라고 강경 발언을 했던 심시선의 뜻에 맞게 이들은 하와이를 상징하는 물건을 찾거나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공유하며 저마다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수집하는 미션에 몰두한다그러는 동안에 이들은 가깝지만 먼 듯했던 서로의 관계를 돌아보고존재 자체만으로도 서로가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으며 각자의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이렇듯 소설은 제사의 의미를 형식적인 것에서 찾는 게 아니라 당신을 어떻게 추억하고 나의 삶에 투영하고 있는지 깨닫는 데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할머니의 임종 앞에서 마냥 슬퍼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역시 큰 고모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형제들 이렇게 다 모일 수 있게 네 할머니가 귀한 시간 주셨데이.” 죽음이 더 이상 우울한 제식이 아닐 수도 있음을당신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만나 다시 한 번 더 껴안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나는 할머니와 이별하는 자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배웅인 줄 알았지만 실은 만남이었다.’ 이 별에서의 이별』 속의 이 글귀가 내 마음을 울린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죽음 이후 3일 간의 예식을 곁에서 돕는 사람이다.’ / 7p

 

 

 

  죽음이라는 절절한 사연이 모여드는 곳장례식장에서 장례지도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는 오늘도 죽음에서 삶을 배우고 삶에서 죽음을 배운다그녀는 지위의 높고 낮음재산의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는 죽음 앞에서 매번 살다 사라져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본다그렇게 죽음 이후의 순간들을 계속 마주하면서죽음이란 결코 삶에 대한 회의나 완전한 단절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현재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체득한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일이 그저 되풀이할 수 없는 누군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순간을 그저 안녕히 보내드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수많은 임종과 사별그 안에 얽힌 삶의 조각들에 귀를 기울이고 보듬는 것 또한 자신의 몫임을 안다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누군가의 삶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따스하다.

 

 

 

입관이란 고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육신을 내보이며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게 되는 귀한 예식이다그렇기에 입관을 하는 사람은 설령 경험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절대 실수를 하거나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선배들은 농담 삼아 결혼은 두 번 할 수 있어도 장례는 두 번 할 수 없다고 했다되풀이할 수 없는 누군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을 망쳐서는 안 되는 일이다. / 151p

 

 

 



 

 

 

 

  책 속에는 장례지도사로서 여러 감정으로 마주하게 되는 삶의 마지막 사연들이 담겨 있다설레는 마음으로 새 집에 둥지를 튼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가족에게 닥친 화마일주일 만에 발견된 50대 남성의 고독사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의 먹먹한 풍경 등 죽음 앞에서야 뒤늦게 매만져지는 서글픈 현실이 우리의 눈시울을 적신다때로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같은 것눈을 감지 못한 고인의 눈을 아무리 감아드리려 해도 감기지 않더니 입관 전에야 해외 출장 간 막내아들이 도착하자 그제야 고인의 눈이 감긴 사연 같은 건 끝내 내려놓지 못하는 부모의 사랑을 어루만지게 한다간혹 자신의 장례 비용을 먼저 물어오는 전화 앞에서는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죽음을 앞두고서까지 주머니 사정과 저울질해야만 하는 고단한 삶에 나라고 예외는 없을 테니까.

 

 

 

  그런 가운데서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여성이 자신의 장례를 의뢰해온 사연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그녀는 혼자 살고 있고 부모님 외에 다른 가족이 없어서 일반적인 장례가 아닌자신만의 장례를 원했다첫째는 자신의 이른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둘째는 흔한 수의가 아닌 핑크색 실크로 된 드레스를 입고 싶다는 것셋째는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영상을 틀어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가족이나 찾아오는 지인이 아닌죽음을 마주한 고인 스스로가 주체가 된 예식이라니흔치 않은 일이지만 이 날 장례식만큼은 이제껏 본 여느 풍경과는 달랐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러분들의 사랑 덕분에 저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티 없이 맑은 음성과 환한 고인의 웃음에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은 슬픈 곡이 아니라 미소를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가슴을 쥐어뜯으며 비통해하기보다 훗날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이 이별 앞에서 죽음이 한 가지 색채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음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안치실에 들어가 그녀와 마주했다많이 야위고 수척했지만 희고 고운 피부를 지닌 무척 아름다운 아가씨였다매일 노인분들만 뵙다가 주름살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 위에 화장을 하려니 손의 촉감이 굉장히 낯설다사진 속 발그레한 볼은 온데간데없고 내 앞의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이 야속하기만 하다목을 파고든 짙푸른 멍자국이 유독 창백한 얼굴과 대비된다이 한 줄이 그녀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인 셈일까그녀가 쓴 삶의 소설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지만 나는 그 멍을 지워나간다. / 17p

 

 

나는 그 마을에서 죽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더욱 행복해진 노인들을 보았다죽음 사이에 일상이 끼어드는 게 아니라일상 속에 죽음이 당연한 듯 머무는 삶친구의 장례식이 열리면 모두 함께 추모하고한낮에 산책을 하며 봉안당을 한번 둘러보는 삶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고 있었다삶과 죽음을 구분 짓지 않고 하나의 연장선으로 인식하는 것이다그들의 맑은 미소의 원천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죽음을 진정 애도함과 동시에 그것을 수용하고 상실과 변화를 이해할 때 비로소 행복한 삶과 행복한 죽음이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 231p

 

 

 



 

 

 

 

  지금이야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편이지만 여성특히나 스물다섯 살의 사회초년생에겐 매사 편견과의 싸움으로 이어졌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내가 장례지도사로서 성숙해지는 과정은 무언가를 얻어 채워가는 더하기가 아니라자존심과 거만함을 버리는 빼기였다고 말한다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먼저 내밀어야하는 손길에 마음을 쓴다고인과 고인을 둘러싼 삶을 애도하는 일 그것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는 그녀의 글은 그래서 참 귀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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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토리 - 박혜진 비평집
박혜진 지음 / 민음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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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예민한 촉수로 문학의 가장자리까지 보듬어가며 있는 힘껏 끌어안는 존재!

언더스토리에서 페가수스의 별자리까지덕분에 문학의 드넓은 지대를 사유하는 일은 참 즐겁다!

 

 

 

  비평가란 가장 예민한 촉수로 문학의 가장자리까지 보듬어가며 있는 힘껏 끌어안는 존재가 아닐까문장의 숨결 하나하나시공간을 유영하는 서사 하나하나까지 더듬어 만지며 그것에 이름을 붙여주고 영원성을 부여하는 문학의 자리 곳곳에 이들이 있다박혜진 비평가는 적은 빛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즉 그늘에서 견뎌내야만 하는 하층식물(언더스토리)에게서 가장 문학적인 것을 발견한다그늘을 견디기 위해 곰팡이를 매개로 소통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이들처럼절실하고 애틋한 심층의 연결에서 이야기가 탄생하고 이야기는 우리에게 영향과 영양을 준다고 말하는 그녀의 시선은 그래서 따듯하다.

 

 

 

공생 관계로 살아가는 이 땅의 홀로바이온트들을 위하여

 

 

  급진적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독립적인 개체가 아닌 홀로바이온트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복합적인 유기체로서 문학은 공생 관계로 살아가는 생명체의 존재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홀로바이온트라는 개념에서 들여다보자면 한강이 그려내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은 이미 그렇게 존재했다박혜진 비평가는 식물과 식물을 연결해 주는 균사 네트워크가 있는 것처럼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걸 한강의 소설은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작별하지 않는다』 속에서 그려진 제주 4.3 항쟁이라는 거대한 역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에게는 낯설고 생소한 고통일 뿐이지만그 이름 없는 고통들을 내 쪽으로 바짝 옮겨 와 자라나게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것은 타인의 넘치는 고통을 내 쪽으로 받아 삼키는 결합이며 싸워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가짐으로써 없애는 극복이다그런 의미에서 보면 공생 관계로 살아가는 이 땅의 홀로바이온트들을 위한연결자로서의 문학에게 우리는 참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무의식은 실패의 언어다그리고 실패의 언어로 문학은 쓴다이때 문학의 무의식은 개인의 무의식이 아니다계급적?사회적?문화적이른바 공동체의 무의식이다문학을 통해 우리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미지의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숨겨진 것찾아야 하는 것이 개인의 그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문학에 있어 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사회적젠더적문화적 주체로서의 인 것이다그에 기반한 공동체의 무의식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경험한 적 없는 과거를 재발견하게 한다모든 문학의 형식과 내용은 정치적 무의식이라 불리는 것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으며 모든 문학은 공동체의 운명에 대한 성찰로 읽혀야 한다는 프레드릭 제임슨의 결론이 내게는 문학과 문학을 발견하는 비평의 출발인 셈이다문학사는 무의식의 역사다. / 12p

 

 

언더스토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시작과 끝은 탄생과 죽음으로 설명될 수 없다끔찍한 학살로 비참하게 죽었거나 실종되어 죽음조차 완료되지 않은 사람들그들은 더 이상 인간 아닌” 존재이지만 아직 인간인” 존재이기도 하다그들의 인간이거나 인간이지 않은 존재는 이후를 살아가고 있는 인선과 경하에게 연결되어 두 사람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채 서로 연결되는 존재인 나무를 심는 행위는 묘지처럼 누군가의 죽음을 기리는 행위이기만 한 건 아니다오히려 그들의 죽음과 살아 있는 이들의 목숨을 연결시킴으로써 계속되고 있는 시간을 상징한다고 보아야 한다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이들과 연결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역사적 인간이고 역사 속 인간이다. / 한강작별하지 않는다』 비평 중에서 35p

 

 

 



 

 

 

 

  박혜진 비평가는 올가 토카르추크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속의 두셰이코라는 인물에게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신념임을 자각한다알아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믿기에 행동하는 사람우리 시대는 지식이 아니라 감정이 더 필요한 시대임을 가까이 느낀다또한 자기 욕망의 화자가 됨으로써 극도로 황폐한 상태에 도달한 허연의 시를 들여다보며 그럼에도 이 잔인한 형벌이야말로 인간을 다른 종류의 생명체와 구분되는 존재로 만들어 준다는 것을 깨닫는다한편이한열 열사의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그린 김숨의 L의 운동화에서는 복원가로서의 예술다시 말해 무수하게 사라진 것들을 가까이 불러 모으는 문학에게서 사라짐이란 잃어버림의 동의어가 아님을 헤아려본다.

 

 

 

세계의 부조리함에 대한 간파는 모든 현대소설의 출발점이거나 종착점이다. / 이장욱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비평 중에서 48p

 

 

현대라는 이름의 종교가 있다면 말씀’ 첫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자아를 구분하라. ‘분열의 관리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이 시대의 율법이다자아의 분열은 현대인의 병증을 거쳐 이제는 현대인을 정의하는 본질이 된 것만 같다분열은 현대의 난제이며그런 점에서 현대문학의 역사는 자아분열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 허연론 비평 중에서 61p

 

 

생의 모든 도면은 기억이라는 언어로 쓰인다기억을 뒤적이기 위해 우리는 대화에 나선다기억을 끌어내는 대화란 때로는 삼월의 눈처럼 조용히 내리지만 때로는 위험물을 감추고 있는 지뢰처럼 무섭게 폭발한다시간을 가로지르며 예측할 수 없게 오가는 그들의 대화가 그것을 증명한다일상적이고 이상적인 대화를 통해 소실되었던 과거가 복원되고 빛바래 멈춰 버린 추억이 재생된다여기 실린 다섯 편의 희곡은 개인에 있어또 역사에 있어잘려 나간 시간의 틈새를 메우는 한끗의 숨이다이 숨으로 인해 비어 있던 공간에 이야기가 시작된다접혀 있던 시간이 펴지고 잘려 나간 이야기가 돌아온다없는 줄 알았던 존재들을 환대하는 소박한 목소리의 세계본디 이것은 위대한 대화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배삼식이라는 위대한 문학의 본질이기도 할 것이다. / 배삼식론 중에서 118p

 

 

 

  개인적으로 박혜진 비평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강혜빈의 소설 밤의 팔레트와 김금희의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를 감각하는 지점이다그녀는 밤의 팔레트에서 섞임의 상태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한다꿰매는 것과 섞는 것이다주목할 점은 꿰매는 것은 외부 요소에 의해 일시적으로 고정되는 상태에 지나지 않고 실밥을 풀면 고정된 상태는 금방 해체되고 말지만뒤섞인 물방울은 한번 결합하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된다는 것이다섞임은 곧 새로운 상태의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너무 한낮의 연애에서는 사랑은 두 사람이 한 개의 원을 채우는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박혜진 비평가는 더 사랑하는 사람과 덜 사랑하는 사람의 도식에 따라 사랑의 총량의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사랑은 오히려 한 개의 원이 또 다른 원을 만들어 내는 증식의 연산임을 감각한다한 사람이 더 많이 채우면 다른 한 사람은 적게 채우는 식이 아니라 어떤 마음은 다른 마음과 붙어서 더 커지고 어떤 마음은 조그맣게 사라지는 것즉 수십 수백 개의 원을 만드는 사랑은 차라리 비눗방울을 만드는 행위와 같다고 말한다그렇게 사랑은 계속 비눗방울을 부는 것일시적인 꿰맴이 아니라 섞음으로써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일임을 생각한다면 나는 사랑의 자리에 문학을 끼워 넣어도 무방할 것 같다.

 

 

 

훔쳐보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는 시아무것도 훔쳐보고 싶지 않은 사람”. 이 글의 도입부에 배치한 유계영의 」 일부를 불러 본다아직 서른네 살밖에 안 먹은 화자가 다 죽은 사람처럼 미소를 잃고 아무것도 훔쳐보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할 때 그것은 세상이 지루해서만은 아닐 것이다차라리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있어서 남몰래 보고 싶은 게 없어진 세상을 향한 목소리가 아닐까가장 훔쳐보고 싶은 것은 이고 아직 다 보지 못한 것도 이다내가 쪼개지면서 다른 나와 만나는 것은 인간의 가장자리를 증식하는 일이다가장자리가 많아질 때 세계와의 접점도 많아진다. / 유계영론 중에서 164p

 

 

완전한 끝은 탄생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끝과 끝이 만나 사라지는 소실점은 너머의 기준으로 바라보면 새롭게 시작되는 점이다이편에서는 사라지는 소실점이지만 저편에서는 생겨나는 출발점이다인간 존재 자체에는 목적이 없다하지만 그러한 무목적성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무관하게 가치를 지닐 수 있다목적이 없기 때문에 목적과 무관하게 살아갈 수 있고 목적과 무관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이유 없음은 허무가 아니라 자유의 근거다이것은 니체가 인간적인너무나 인간적인에서 했던 말이다. / 양안다론 중에서 335p

 

 

현대의 폭력은 죽이지 않고 죽게 만든다. / 구병모네 이웃의 식탁』 박민정미스 플라이트』 비평 중에서 370p

 

 

 




 

 

  페가수스에 대해 박혜진 비평가는 메두사의 죽음에서 태어났고 번개라는 불길한 예언의 메신저로 일했으며 대체로 난폭하지만 때로는 길들여지기도 하는 존재언제나 누군가에게 속하지만 누구에게도 완전히 속하지는 않는 존재독립적으로 보이지만 고립되어 있고 유연함 이면에 불안정을 숨기고 있는 하얀색의 우울우울의 전령이라 정의한다나는 어쩌면 이 땅의 모든 문학가들이 그런 페가수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번개는 옮겨지고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며 규정할 수 없는 감정은 우리 정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겠지만 그들의 계속되는 날갯짓 덕분에 우리는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안내된다다만 나는 그들의 고단한 날갯짓을 다 헤아릴 길이 없어서 비평가들의 언어를 빌려본다저 하늘의 별자리가 페가수스임을 명명해주는 그들이 있어 나는 좀 더 반짝이는 밤하늘을 들여다보게 된다그렇게 언더스토리에서 페가수스의 별자리까지박혜진 비평가가 열어 보여준 문학 세계 덕분에 보다 넓은 지대를 확보하는 되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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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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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배제’, ‘공동체와 개인의 문제가 빚어내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일면을 객관적이고 냉담한 시선으로 투사하는 김혜진 작가는 이렇게 또 한번 빛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말을 하고 있지만 더없이 외로워진 현대인들에게 경청의 시간을 넌지시 제안하는 소설!

 

 

 

 

  지난달 29일 밤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156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사망자 대부분은 10대에서부터 30대에 이르는 젊은이들이었다사고 발생 이후 각종 언론에서는 토끼 머리띠를 쓴 남성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참사 당시 밀어!”라고 외쳐 압사 사고의 발단이 된 인물로 의심 받았던 남성이 토끼 머리띠를 썼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이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그로 의심 되는 남성과 인터뷰를 시도했고그는 방송을 통해 여전히 악의적인 메시지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미 압사 사고 발생 시간 보다 일찍 이태원을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있었고방송을 통해 교통카드 결제 내역과 경찰과 CCTV 확인까지 거친 상태였다하지만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고 모욕적인 욕설을 일삼는 사람들의 거침없는 마녀사냥은 도를 넘어 위협적인 수준으로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특정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비유적으로 마녀사냥이라 지칭해왔다. 14세기에서 17세기 기독교를 절대화하여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어났던 이 잔인한 군중심리가 오늘날 인터넷과 매스컴익명성이라는 특성을 등에 업고 더욱 손쉽게 자행되고 있다. “누가 ~했다더라에서부터 시작된 수군거림이 각종 루머와 악의적인 보도들로 이어지면서 이내 걷잡을 수 없는 집단 히스테리로 양산되고 마는 이 일련의 과정에 브레이크란 없다강경 대응고소 같은 완곡한 언어로 대응하거나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을 마감시키는 참극이 벌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누적된 피로감만 확인할 뿐이다소설 경청이 보여주는 현실 역시 그러하다. ‘세계의 부조리함에 대한 간파는 모든 현대소설의 출발점이거나 종착점(언더스토리박혜진)’이라는 설명을 굳이 곁들이지 않더라도전작 딸에 대하여불과 나의 자서전과 더불어 혐오와 배제’, ‘공동체와 개인의 문제가 빚어내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일면을 객관적이고 냉담한 시선으로 투사하는 김혜진 작가 특유의 의식이 이 작품에서도 도드라진다말 한마디에서 출발한 비극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당한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침묵이 결여된 현대인들의 외로운 소통을 담아낸 우울한 초상이다.

 

 

 

침묵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상담사의 발언이대로 문제 없나.’

  15년 차 심리상담사 임해수는 자신의 삶에서 기대한 수많은 것들꿈꿀 수 있었던 무수한 것들이 이런 식으로 전락할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삶이 신중하게 블록을 쌓아 올리는 것과 같다면 단 하나의 블록을 빼는 것만으로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처절하게 실감하고 있을 뿐이다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그 어떤 감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아니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까지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고 때문에 그들에게 자신감 넘치는 조언까지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하지만 모든 것이 불가능해진 오늘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이전의 삶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이지 아무런 생각 없이마치 다 아는 사람처럼대본에 적힌 대로 다른 패널들과 함께 한 배우의 잘못을 방송에서 논한 것이 그의 자살을 초래한 게 맞는 걸까. “혹시 임해수 박사님 아니에요맞죠?” 무시로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람들신경 쓰지 마라고 위로하면서 당시의 일을 번번이 입에 올리는 이들사과를 했어야 한다는 은근한 비난이 섞인 시선들누군가를 만나는 일이란 곧 고통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일이었기에 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악인인지용서받지 못한 가해자인지아니면 가혹한 누명을 뒤집어쓴 피해자인지 혹은 역경에 굴복한 패배자인지어쩌면 시련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얼간이일지도.

 

 

 

전 그런 사람들이 아니에요전 그럼 사람들과 달라요.

남들과 선을 긋는 말들다른 사람들을 멀리 내모는 말들결국 자신의 올바름과 정의로움을 도드라지게 하는 말들그러나 그녀에게 그 모든 말들은 차이가 없다사람들의 말은 그녀가 지나온 시간들을 상기시키니까여전히 모든 게 조금도 잊혀지지 않았다는 증거니까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끈질기게 자신의 이름이 회자될 거라는 경고니까. / 15p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드는 걸까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이렇게 날 조롱하는 데 혈안이 된 이유가 뭘까태도의 문제말투의 문제예의의 문제인격의 문제신뢰의 문제직업윤리의 문제나에게서 수많은 문제들을 예리하게 찾아낸 사람들이 보여 주는 게 고작 이런 거라니.

(사과니 사죄니 하는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내가 응해야 했다고 생각해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다물고그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바라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 62p

 

 

 



 

 

 

 

  해수는 오늘도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기자에게변호사에게친구에게헤어진 남편에게상담 센터 대표에게상담 센터의 상담자에게안부인지사과인지해명인지 모를 것들을 쓰고 찢어버리기를 반복한다언제나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엔 턱없이 부족한 글이고가만히 들여다보면 실은 그럴 마음도 별로 없는 글이고그러므로 폐기되어 마땅한 글이라고 자각하면서도 이따금 마음속 깊이 가라앉은 말들을 꺼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보류하기로 한다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일 수 있다면 지금은 뭔가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기를 택하기로 한다그렇게 피해자와 유가족진실과 억측호소와 반박 같은 깨진 유리 조각 같은 단어들 너머로 숨 쉬고걷고말하고매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은 아니살아내야만 하는 이들은 대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이전에는 상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더듬거려본다.

 

 

 

그러나 더 두려운 말은 따로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들이 아니라 그녀가 기꺼이 삶을 공유한 이들이 간직한 말들그녀가 표정과 눈빛을 단번에 읽어 낼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조심스러운 표정 뒤에 그들이 감추고 있는 의구심과 안타까움 같은 것들이 그녀를 괴롭힌다. / 67p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완벽하게 구분한다고 믿었을 것이다자신이 집중해야 하는 일과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을 명확하게 구별한다고 여겼을 것이다이제 그녀는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어떤 면에서 삶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 106p

 

 

 

  하지만 급진적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말처럼 인간은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복합적인 유기체로서 삶의 과제를 함께 조정하고 공동의 삶을 공유하기 마련인가 보다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당한 듯했던 해수의 소외된 일상에 상처 입은 고양이 순무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세이가 눈에 들어온다동정연민연약하고 가여운 동물에게 느끼는 흔한 감정 속에서 자기 연민을 엿보며 자신이 안타까워하는 것이 순무를 사로잡은 고통인지그런 고통에 노출된 삶인지고통을 견뎌 온 지금까지의 시간인지얼마가 될지 모르는 앞으로의 시간인지 알 수 없어진다대체 왜 자신이 이 고양이에게 마음이 쓰이는지구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인지세이의 고통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함으로써 계속 우정을 나누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알 수 없지만지난날의 허상을 좇는 것과 다름없는 의미 찾기 놀이는 이제 그만두고 세이와 함께 순무를 구조하는 데 몰두한다.

 

 

 

그녀는 알고 싶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루맘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나아지지도 않고달라지지도 않는 길고양이의 비통한 삶을 매일 마주하는 이유를그 안에서 마루맘이 발견하고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를.

이유 같은 건 없어요이유가 뭐가 있겠어요고양이들도 뭐 이유가 있어서 사는 건 아니잖아요태어났으니까 사는 거지저도 그래요.

마루맘은 끝없이 의미를 쫓아다니는 그녀를 꾸짖듯 그런 대답을 하고는 돌아선다. / 111p

 

 

누가 봐도 이건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이건 명백히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그러니까 이건 뉴스나 기사에서 보던 괴롭힘과 따돌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그러나 그녀는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는다그녀는 엄한 어른의 얼굴을 하고곧장 아이들의 세계로 쳐들어가서옳고 그름을 운운하며 사이좋게 지내라는 하나 마나 한 충고를 게 좋은 해결책이 아님을 잘 안다그건 문제를 더 심화시킬 뿐이다그런 외부자의 피상적인 목소리로는 저 아이들의 세계에 균열을 낼 수 없다. / 122p

 

 

어색한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발걸음이 교문을 향한다교문 앞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말로언어로아이를 위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다상담사로서 자신이 가졌던 굳건한 믿음의 실체가 이처럼 허약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그녀는 어떤 말에도 확신을 가질 수 없다자신이 한 말이 어떤 식으로 변형되고 왜곡되는지 짐작할 수 없다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진작 깨달아야 했을 말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 123p

 

 

 




 

 

 

 

  언어가 생략된 순무와 교감을 하면서 해수는 수없이 많은 말들로 소란스럽던 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헤아림과 공감위로와 포용그러한 감정들은 어쩌면 완전한 침묵 안에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그녀는 이제껏 말에 관해서라면 두려움을 느껴 본 적이 없었고말로써 보이지 않는 자신의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의심해보지 않았다그런 식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해수는 순무와 세이죽은 배우의 아내를 만남으로써 깨닫는다자신은 그저 넘쳐 나는 말들에 둘러싸여불필요한 말들을 함부로 낭비하는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자신이 한 말이 언제 탄생하고 어떻게 살다가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하는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덕분에 나 역시 깨닫는다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너를 이해해라는 말들을 얼마나 많이 얼버무려왔던 왔는지를함부로 선의와 악의를 재단하며 경계를 세워왔는지를아울러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선 침묵할 줄 아는 것세상을 판단하는 속도를 늦추고 대신 귀를 기울이는 데서 진짜 소통이 시작되는 게 아닌지 헤아려본다이것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말을 하고 있지만 더없이 외로워진 현대인들에게 경청의 시간을 넌지시 제안하는 이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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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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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목적을 잃은 땅에서도 기어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인간이 망친 세상에서 살면서 여전히 인간적인 것들을 그리워하는 존재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부여하는 천선란 식 은유는 이토록 다정하다!

 

 

 

 

  때는 49세기인간은 끊임없이 지구 생태를 위기에 빠뜨렸고 전쟁으로 모든 것을 소실했다여기에 지구 절반을 덮친 대홍수로 이제 바다와 사막만이 인류 환경의 대척점에 위치해 있을 뿐이다랑은 조와 함께 사막 한가운데서 살아가던 아이였다사막은 그저 허허벌판인일직선으로 나아가다 눈 깜빡임으로도 한순간에 길을 잃을 수 있는 곳이었다자신도타인도 믿을 수 없는나의 모든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하는 바로 그런 곳그러던 어느 날랑은 전쟁이 한창 벌어졌던 2844년대에 만들어진 로봇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에게 고고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랑은 나를 지나치지 못했다랑의 그 어떤 오지랖.

내 앞에 멈추거나 지나치는 그 한 걸음의 차이로 나는 다시 켜졌다. / 83p

 

 

 

  하지만 이제 이 땅 위에서는 어디서도 랑을 볼 수 없다랑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상실한 고고는랑이 고고에게 다음 목적을 만들어주지 않고 죽은 탓에 덩그러니 놓이고 만다랑의 친구인 지카는 고고와 랑을 땅에 묻고 난 뒤이곳에서 동쪽으로 대략 600킬로미터를 가면 있다던 바다로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막이 내리는 이 시대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들이 똘똘 뭉쳐 있다는 바로 그곳으로하지만 지카의 제안을 거절하며 고고는 드카르가의 검은 벽을 향해 가기로 결정한다인간의 헛된 희망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를과거로 가는 땅을 향해언젠가 랑도 그곳에 가보고 싶어했지만 조를 두고 갈 수 없었고조 다음에는 고고를 두고 갈 수 없었다던 지카의 말이 고고를 그곳으로 움직이게 한 것이다고고에게 남은 삶의 선택지란 역시 랑이 유일했기에아니어쩌면 고고는 자신이 헤아릴 수 없는 희망이라는 영역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어떤 것이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인지마찬가지로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인간이 품는 희망이란 것 안에서 찾아보기로 한 걸지도.

 

 

 

태어나는 것과 만들어지는 건 그렇게 다르다태어난다는 건 목적 없이 세상으로 배출되어 왜 태어났는지를 계속 찾아야 하는 것이기에오로지 그것뿐이기에 그 해답을 찾는 시간만큼 심장의 시계태엽은 딱 한 번 감겼지만 만들어진다는 건 분명한 목적으로 세상에 존재한다이유를 찾아야 할 필요도 없이 존재하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야 하는 것그렇기에 목적을 다할 때까지 망가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은 계속 엔진을 교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랑이 말했다그 말은 목적을 다하면 꺼버린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 10p

 

 

인간은 헛된 희망을 품는군.”

완벽한 희망을 품어야 하나?”

…….”

그게 말이 되는 문장이기는 하고?”

순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내가 답할 수 있는 영역의 물음이 아니다나는 희망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어떤 것이 더 인간을 살게 하는지 알 수 없다. / 38p

 

 

 



 

 

 

 

  드카르가의 검은 벽으로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고고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버진을알아이아이라 불리는 팔이 없는 로봇을마차부자리에서 온 외계인 살리를 만난다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고고는 이 사막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건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신호 혹은 나를 부르는 목소리 같은 것임을트랙터로 사막에 길을 내는 것이 아무리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닌 행위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원하는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간절함이 나를 그곳으로 인도해주리라는 믿음의 소중함을 어렴풋이 매만지게 된다덕분에 이따금 오류처럼 기억장치가 제멋대로 랑과의 추억을 재생시킬 때면그것이 마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와 인간을 마비시키는 그리움이란 감정임을 감각하게 된다. “내가 만난 인간 중에서 가장 오지랖이 넓은 인간인 랑과의 기억 덕분에 팔이 없는 알아이아이에게 자신의 한쪽 팔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을 얻고생명이 살지 못하는 척박한 땅에 물을 주는 마음 같은 것이 사랑임을 체득한다.

 

 

 

선인장 신이 고고가 마음에 들었나봐소원 들어줬잖아.’

선인장 신?’

우리가 아까 기도했던 신.’

……내가 기도했던 대상이 선인장이라니몰랐는걸.’

() ‘선인장은 사막에서 살아남았잖아그러니까 사막이랑 친한 거지선인장이 말하면 사막은 들어줄 수밖에 없어사막이 선인장을 아낀다는 거니까.’

(사막이 선인장을 아낄 수 있느냐고단지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막이 선인장을 사랑하는 거라면 마찬가지로 억척스럽게 살아남은 인간도 사랑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생각을 음성으로 옮기진 않았다랑의 마지막 말을 깨고 싶지 않았다. / 79p

 

 

속에 주먹만 한 알갱이가 있어.’

조가 죽고야외 의자에 두 다리를 끌어안은 자세로 앉아 있던 랑이 말했다반나절 만에 처음 꺼낸 말이었다.

그 알갱이가 내 속을 막 두드리면서 돌아다녀나는 그게 무척 거슬려고고이게 뭔지 알아이게 울음덩어리야나오고 싶어서 난리가 났지근데 버틸 거야울지 않을 거야나는.’

나는 얼마 걷지 못하고 무릎을 굽혀 앉는다웅크린 자세로 앉아 내 안을 떠도는 응어리를 판단의 오류라 여기며어쩌면 정말 벌레가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고고나중에 주먹이 배를 두드리는 느낌이 나면 나한테 꼭 알려줘그때 같이 있어줄게.’ / 112p

 

 

 

  언젠가 랑은 고고에게 바람이 불지 않으면 사막은 그림이 된다고 말한 적 있다세상을 사진처럼 인식하는 고고에게 랑은 그림에는 감정이 들어가게 하고감정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며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변화하는 것이고변화하는 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고 말한다사진은 현상의 전후를 추측하게 하지만 그림은 그 세계가 실재한다고 믿게 한다고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고고는 드카르가의 검은 벽에 다다를 즈음오아시스가 실재한다고 믿는 인간의 마음을 알려준 랑 덕분에 사막을 그림으로 바라보기에 이른다그렇게 작가 천선란은 삶의 목적을 잃은 땅에서도 기어코 나아갈 수 있는 힘을인간이 망친 세상에서 살면서 여전히 인간적인 것들을 그리워하는 존재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부여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보기에 그럴싸하면 돼네가 감정을 진짜 느끼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내가 느끼기에그 애가 그렇게 느끼기에 그렇다면 된 거야안 그래그냥 다 따라 하는 거야인간이라고 상대방에게 감정이 있는지없는지 어떻게 알겠어영혼을 뺏어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상대방에게 감정이 있다고 믿는 순간 생기는 거야그러니까 너도 시치미 떼감정도 네 것이라는 듯이 행동해.” / 134p

 

 

 




 

 

 

 

  랑을 향한 그리움이 있는 한 나의 사막은 여느 사막과 다름을 느낄 수 있었던 고고처럼랑과 나의 사막은 가장 절망적인 시대 속에서도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감각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묵묵히 사막을 걸어갔던 고고의 여정이 그러했듯모든 것을 상실한 가운데서도 마음의 목적지만은 잃지 않기를 바라는 천선란 식 은유가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거친 사막의 선인장 그 아래 유유히 흐르는 오아시스를 대주는 마음 같은 것그것을 헤아리게 하는 이연미 작가의 표지 그림마저도 다정하다덕분에 나는 또 어느 사막 속을 헤매며 걷고 있을까하고 막막한 생각이 들 때면 랑과 고고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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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 세상의 미로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공부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김민형 지음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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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는 아주 특별한 언어수학!

무한히 성장해가는 수학의 매력을 전해줄 아주 간편한 교양서!

 

 

 

  <노랑 빨강 파랑>, <구성 9>, <검은 틀등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점과 선면 등 기하학적인 형상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이른바 구체 예술의 시대를 연 칸딘스키 이후 추상 개념과 기하를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미술가가 점점 많아졌다고 한다반면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작품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에는 유디트가 마을을 침략한 아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술에 취하게 만든 다음 그의 목을 베는 끔찍하면서도 영웅적인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여기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유디트가 목을 베는 순간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의 궤적이다동명인 카라바조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젠틸레스키가 이 부분에서 얼마나 혁신적이고 사실적인 관점을 표현했는지 알 수 있다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의 저자 김민형 교수는 이것이 갈릴레오의 최신 탄도학 이론을 반영하고 있다는 몇몇 역사학자의 주장에 동조하며수학과 미술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창조력을 끊임없이 공유해왔음을 역설한다.

 

 

 

  플라톤의 걸작 국가에 따르면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유아기부터 18세까지 수학을 공부하고 2년간 군에서 복무한 뒤 30세까지 또 수학을 배우도록 권했다고 한다그는 수학의 모든 분야를 이해한 다음 철학 공부를 시작해야 사회와 정치 활동을 제대로 할 기반을 갖출 수 있다고 여겼다다시 말해 수학은 질서와 패턴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세계의 형성은 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수학 없이는 진리를 알지 못하고 진리를 모르면 정치를 논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그만큼 수학은 문명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다리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그리고 수학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수학을 대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가피타고라스의 정리근의 공식미적분… 정규 교육 과정 속에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각종 공식들 앞에서 수학은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린다계속 안고 갈 것인가포기할 것인가필수 사칙연산 정도만 알아도 살아가는 데 하등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논리 앞에서 수학의 의미는 곧잘 무색해지고 만다그렇다고 해서 엄마구구단은 왜 알아야 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외워야 하니까시험을 잘 치려면 공부해야 해’ 따위의 말로 수학을 배우는 목적을 설명해줄 수 없는 노릇이라 내 안에서 좀 더 수학이라는 언어가 자연스러워질 수는 없는지 늘 고민한다이따금 내가 수학 교양서를 읽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수학이 없으면 어떤 곤란한 일이 생길까?

피타고라스 정리는 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수식일까?

르네상스 회화에 숨겨진 탄도학 이론은 무엇일까?

플라톤은 왜 서른 살에도 수학을 공부하라고 했을까?

망명한 소련 수학자들은 어떻게 수학계를 뒤흔들었을까?

 

 

 

세상의 미로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공부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은 김영사에서 기획된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 중의 하나다세상을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표현해주는 수학 언어의 매력을 소개하고피타고라스 정리나 삼각함수처럼 잘 알려진 수식을 활용해 여러 가지 수학 문제들을 독자들과 풀어보고자 한다또한 난제를 풀기 위해 평생을 바친 수학자들의 사연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수학 경험의 본질임을 보여줌으로써무한히 성장해가는 수학 문화의 매력과 수학 공부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마련된 수학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내가 하는 수학 경험은 어두운 대저택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저택의 첫 번째 방에 들어가면 완전히 깜깜하다가구에 부딪히고 비틀거리다 보면 차츰 방의 물건이 각각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고 6개월 정도 지나야 전등 스위치를 발견한다스위치르 켜면 갑자기 밝아지면서 모든 것이 보인다이제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게 되고 그다음 어두운 방으로 넘어가 또다시 비틀거리며 6개월쯤 지낸다. - 앤드루 와일스 / 14p

 

 

 

  우리에게 경외감을 안겨주면서 동시에 좌절감을 맛보게 하기도 하는 수식(공식). 만약 수식이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나에게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수식일 뿐이지만저자는 수식이야말로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언어와 같다고 말한다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에 따르면 우주 그 자체가 거대한 수학 구조와 같아서수식을 편하게 다루는 능력은 그 능력을 소유한 자에게 엄청난 양의 세계 정보를 선사한다고 주장한다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간결하고도 아름다우며 위대한 언어로서 수식의 중요성과 수학자들이 수식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중학교 수학을 배운 독자라면 아마 수식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위 문장을 더 간결하게 만들 수도 있다사실상 수식으로 도달할 때까지 표현을 계속 줄일 수 있다요점은 정확한 표현의 간결성이다어떤 사실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주장 자체의 간결성을 이용해 논리를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수식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때 아주 효율적이다.

(수식을 완전히 배제하면 세상의 본질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 21p

 


어쩌면 중요한 교훈은 이것일지도 모른다수식은 맞을 수도틀릴 수도 있어서 다른 여러 주장처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다시 말해 독자들이 헌팅턴 같은 정치학자의 동기를 어떻게 생각하든 수식은 단지 특정 주장을 표현하는 문장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할 가치가 있다. / 49p

 

 

바로 이것이 수학의 위력이다어떻게 한 지역의 지형 측정과 머릿속에 있는 이론만 이용해 지구 반지름 같은 어마어마한 양을 계산할 수 있는가발전을 거듭해온 결과를 학교에서 쉽게 배우는 우리에게는 이것이 간단한 계산이지만 당시의 관점에서는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게 알 비루니는 지구 반지름을 6,340km로 추정했다실제 값이 6,371km이므로 그 옛날에 오차 1% 이내로 측정한 셈이다. / 77p

 

 

수학 공부도 마찬가지다깊이 있는 내용을 습득하려면 여러 차례 실수와 교정 과정을 거치며 점차 이해 수준을 높여야 한다실수가 두려워 쉽게 들어오는 내용만 잘하려고 하면 학문 성숙도를 높일 가능성은 작다.

이러한 습관은 결국 대학교 교육에서 심각하게 논의하는 실패에 따른 두려움으로 연결된다미국 작가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유명 대학 교육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을 실패에 따른 두려움으로 가득 찬 인재 양성에서 찾는다그는 높은 시험 성적각종 상 수여에 몰두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젊은이는 위험을 격렬히 혐오하며 안전한 스펙 쌓기’ 인생으로 몰려간다고 설명한다그래서 하버드대학교나 예일대학교 같은 유명 대학일수록 좀비 같은 인재가 가득하다고 그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 114p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이 흥미로운 것 중의 하나는 근현대 수학자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여느 수학 교양서들이 대체로 19세기의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베른하르트 리만과 같은 수학자를 소개하는 데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반면이 책에는 비교적 최근까지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수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초 타원형 미분 작용소 지표 정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젊은 수학자들의 최고 영예인 국제수학연맹의 필즈상을 수상한 마이클 아티야현대 확률론을 정립한 안드레이 콜모고로프, 20세기 후반 추상기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이즈라일 겔판트와 같이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련 수학자들의 공헌앙드레 베유(시몬 베유의 오빠)와 샤를 피소 등이 모여 만든 프랑스의 엘리트 수학자 그룹일본 정수론의 대가 가토 가즈야 등이 그러하다덕분에 지역 문화와 수학이 어떻게 상호작용해왔는지수학이 세계문화에 어떻게 기여해왔는지 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추상적인 게임처럼 여겨지던 이론이 순식간에 가장 많이 응용하는 이론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런 예는 수없이 많다가령 방정식을 풀기 위해 만든 복소수 이론은 양자역학의 근간이다또한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추상적인 내면 기하’ 탐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이어져 핵 발전소와 인공위성 작동에 필수다.

지금 연구 중인 수학 가운데 지속적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기는 힘들다그러나 깊이 있는 학문은 결국 유용해진다는 절묘한 원리는 언제나 역사의 기이한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 111p

 

 

한데 20세기 들어 인류는 인간의 지식을 하나로 모으기는커녕 수학 백과사전을 만드는 데도 항상 실패하고 있다가장 큰 이유는 모든 분야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백과사전을 쓰기 시작해 한창 저술을 진행하다 보면 몇 년 만에 학문 판도가 너무 많이 바뀌는 현상을 목격한다.

잘 정립한 부분만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학문이 발전하면 모든 영역이 그 발전의 영향을 받아 정립한 것으로 여겼던 수학도 알아보기 힘들게 바뀌기 때문에 정립했다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지고 만다. / 160p

 

 


 

 

 

 

  저자가 이야기하듯수학 연구의 현주소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수학이 여전히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수학은 더 이상 고독한 천재가 하는 학문이 아니며, ‘수학적 세상이란 표현은 이론과학 영역을 넘어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일상생활에서도 부단히 쓰이고 있다때문에 이런 수학 교양서들이 보다 다양하게 발굴되고 읽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수학을 시험이 아닌삶의 기쁨과 가능성이자 세상의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아름다운 언어로 다가갈 수 있기를 더더욱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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