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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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정의의 사도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어느 게으름뱅이가 펼치는 한여름밤의 교토 판타지!

 

 

   천진난만한 검은 머리 아가씨와 남몰래 그녀를 좋아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로맨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가 다시 한 번 더 기묘한 밤의 도쿄 거리를 배경으로 다채로운 캐릭터들과 함께 돌아왔다. 그 이름도 흥미로운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이다. 너구리 가면에 검음 망토를 두른 기이한 사내, 어딘지 알파카를 닮은 듯한 외모의 남자, 달빛 아래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까지. 모리미 도미히코가 또 어떤 기막힌 하룻밤을 독자에게 선물하려는 것인지 나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소소한 모험을 비웃는 자는 소소한 모험에 운다는 말이 있다. / 42p

 

 

 

   교토 교외에 있는 모 화학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청년 고와다는 평일에는 묵묵히 업무에 힘쓰고 주말에는 기숙사에서 이끼 낀 지장보살처럼 빈둥대고 싶어 하는 게으름뱅이다. 그야 말로 골수 게으름뱅이. 바로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주인공이다. 반면, 고와다의 상사인 고토 소장은 무시무시한 풍모에 민머리를 하여 겉으로 봤을 때는 대단한 악당처럼 보이지만 게으른 고와다에게 늘 충실한 주말을 보내라고 조언하는 의외의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고와다의 선배인 온다와 그의 여자친구인 모모키 역시 휴일을 철저하게 활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사는 독특한 커플로, 고와다를 끌어내 함께 충실한 주말을 보내려 하지만 고와다는 항상 시큰둥할 뿐이다.

 

 

 

 

 

 

   이런 고와다에게도 하나의 고민이 있었으니 폼포코 가면의 사나이로부터 자신의 뒤를 이으라는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는 일이었다. 폼포코 가면의 사나이란 이른바 교토의 '정의의 사도'. 그는 하치베묘진의 사자를 자처하며 위기에 처한 교토 시민들을 구하는 데 앞장 서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폼포코 가면을 쓴 정의의 사도가 이 도시를 위해 한 일이란, 기모강을 표류하면서 왕왕 짖던 시바견을 구하고, 비와호도로 옆에서 안경을 떨어뜨려 우물쭈물하던 뚱뚱한 학생을 구하고, 음탕한 어른들이 공동주택에 모아 놓은 외설물이 불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 것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산에 틀어박혀 라면도를 연마하려다 신경쇠약에 걸린 가게 주인, 보도기사로 그릇된 원한을 사 송년회 때 습격당한 대학신문부, 매상 감소로 고민하는 상점가 사람들, 보물 지도를 손에 넣고 뇨이가타케 산봉우리에서 조난할 뻔한 소년탐정난 등 세상을 위해, 사람들을 위해, 자신에게 손을 내민 이들을 위한 선행으로 게으름을 피울 새가 없이 활약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필이면 골수 게으름뱅이인 고와다에게 그 임무를 맡기려 한다는 게 문제였다.

 

 

 

당신은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공부도 하고 있지요. 그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사생활로 눈을 돌리면 어떠한가요. 충실함이라는 관점으로 인생을 다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소장님은 그런 어려운 소리를 해서 싫어요."

"소장의 의견과 가지 꽃은 천에 하나도 쓸모없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젊을 때 놀아 두지 않은 인간이란 나이를 먹고서 이상한 즙이 나오는 법입니다. 남자의 농축액은 젊을 때 전부 배출해 두지 않으면 나처럼 멋진 아저씨가 될 수 없습니다." / 74p

 

 

"인간이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깨닫지 못하는 법이에요. 참된 당신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으려고 바로 이 순간 갈등하고 있습니다. 그 괴로움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압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갈등을 극복했을 때, 당신은 한층 단련된 멋진 남자가 될 겁니다. 이봐요. 고와다 군. 제가 이토록 멋진 남자가 되기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십니까." / 177p

 

 

 

   이 사실을 몰래 엿보게 된 우라모토 탐정과 그의 조수인 다마가와. 알파카를 닮은 남자로부터 폼포코 가면 사나이의 정체를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고 이를 위해 잠복을 하던 가운데 다마가와는 뜻밖에도 고와다가 폼포코 가면의 계승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고와다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기온 축제가 벌어지는 운명의 토요일 밤, 폼포코 가면은 자신의 도움을 받았던 쓰다로부터 국수 가게에 초대되어 갔다가 자신을 궁지에 몰기 위한 함정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뜻밖의 위기에 처한다. 이때부터 자신이 가는 곳마다 그토록 호의로 가득했던 도시가 적의로 가득한 도시로 변모해간다. 폼포코 가면의 팬이라고 호소했던 이들이, 자신의 모둠을 받았던 이들이 하나같이 폼포코 가면을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쫓고 쫓기는 기묘한 난장파티가 시작된다.

 

 

 

 

 

 

   그 사이 우리의 게으름뱅이 주인공 고와다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폼포코 가면 뒤에 숨겨진 괴인의 정체는 또 대체 누구일까? 더군다나 정의의 사도도 때로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가 있다니, 뭐 이런 친숙한 영웅이 다 있는지. 이처럼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하룻밤 동안 폼포코 가면을 쫓고, 또 도망치는 폼포코 가면을 도우며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한여름밤의 판타지처럼 유쾌하게 펼쳐진다.

 

 

 

거룩한 게으름뱅이란 평범한 사람이 보면 이상한 존재이지만 하늘의 질서와는 맞는 존재이며, 쓸모없어 보이는 가운데 쓸모 있는 사람이다. / 328p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만큼 이채롭고 다양한 캐릭터가 주는 조화를 기대하기엔 어쩐지 아쉬운 작품이지만 나름대로 이 작가만이 선보일 수 있는 소설의 세계관이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 다음 작품에서는 또 도쿄의 어느 거리에서, 어떤 인물들이 그곳을 누비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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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슬로북 Slow Book 3
함정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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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이에게 삶은 늘 펜을 들어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통증에게 전하는 안부와 위로의 산문집!

 

   백지, 그 무한한 영토 앞에서 나는 한없이 무기력해졌던 시절이 있었다.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어서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 나는 불과 1년 만에 글을 쓰는 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프란츠 카프카와 알베르 카뮈 그리고 로맹 가리처럼 작품의 진폭을 넘나드는 생을 살아낸 것도 아닌 다음에야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야만 밋밋한 삶의 밑천으로 넉넉한 이야기를 일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기민한 감각으로 시류를 읽어내는 촉수 또한 날카롭지 못해서 늘 헛헛하기만 한 것이었다.

 

 

 

   당시의 나는 글을 쓰는 이에게는 결국 '경험'이라는 것, 어머니 혹은 죽음으로 대변되는 원체험 같은 것은 동력들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또 절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문학가 함정임은 '소설가란 단 한 순간도 쓰지 않으면 사는 데 의미가 없다고 자각한 사람들이다.'고 하면서도 '그런데 그것은 작가만의 운명이 아니다. 모든 인간의 속성이되, 대부분 쓰지 않을 뿐이다.'고 말한다. 어쩌면 나는 써야만 한다는 목표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내 단조로운 삶의 가벼움에 집착한 나머지 사사로운 삶 속에서 빛나는 혹은 뜨거운 그 어떤 순간마저도 간과해버리고 만 것은 아닌지 후회가 밀려들었다. 내가 펜을 들어야 했던 모든 순간이 곧 삶이었음을 나는 왜 진작 알지 못했던 것일까, 하는 그런 후회 말이다.

 

 

 

뜨거운 것이 목울대까지 맺혀 올라와 혀끝에 매달릴 때마다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는 작가 함정임이 꾸준히 세상과 소통하면서 느끼고 쓴 것들을 엮은 산문집이다. 이사 갈 집을 볼 때, 서재와 책상의 위치를 정할 때, 열차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고 돌아올 때, 그리고 누군가와 카페 또는 식당에 앉을 때, 늘 창의 위치와 창밖의 형편을 살핀다던 그녀의 고백처럼 그녀는 이쪽의 삶과 저쪽의 방향성을 살피며 세상과 관계한다.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수많은 예술가들과 조우하고, 창작자의 소명을 생각하며, 때로는 성난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상처받은 자들을 위로한다. 암울한 시국과 각종 재난, 재앙이 몰아닥치고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광장으로 모여드는 광경 앞에서 '쓰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괜찮으냐고 묻지 않아도 마음으로 아는 일이고, 누군가의 손에 내 마른 손을 얹는 일이고, 누군가를 품고 순리대로 떠나보내는 일이라고' 여기며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듬어 안아주려 한다.

 

 

 

 

 

 

   저자는 세월호와 촛불 혁명을 기점으로 한국 소설계에 유독 참사와 재앙, 애도의 서사가 많이 생산되는 모습을 눈여겨본다. 그 중 김애란 작가의 단편 <물속 골리앗>에서 '장마는 지속되고 수박은 맛없어진다. 전에도 이런 날이 있었다. 태양 아래, 잘 익은 단감처럼 단단했던 지구가 당도를 잃고 물러지던 날들이. 아주 먼 데서 형성된 기류가 이곳까지 흘러와 내게 영향을 주던 시간이, 비가 내리고, 계속 내리고, 자꾸 내리던 시절이, 말하자면 세계가 점점 싱거워지던 날들이 말이다'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재앙과도 같은 현실과 재난 같은 시절의 서사를 그려낸 이 젊은 작가의 감각에 주목한다. 마찬가지로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를 통해서 집단적인 공포와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반항 정신을, 편혜영은 <아오이 가든>에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광경을 극렬하고도 기형적인 공간으로 그려냈던 것처럼 한 편의 소설이, 한 명의 작가가 세상에 떨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통찰하게 한다.

 

 

 

부조리란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엄연히 존재하나 마비되어버린 체제의 무능과 악화가 일으킨 총제적 난국은 <페스트>나 <아오이 가든>의 비인간적인 현실을 성난 눈으로 돌아보게 한다. 메르스 이후, 어떤 소설이 우리 삶의 부조리한 치부를 드러내 보여줄 것인가. 피할 수 없는 것이 진실이라면, 아픈 눈으로 새겨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나 말이 안 되는 이런 상황은, 제발 이번으로 족하다. / 73p

 

 

작가란 그저 이야기의 재미(오락)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의 맥락 속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과 흘러가는 시간에 맞서는 예술의 의미를 소설을 통해 던지는 존재이다. 뭇사람들의 견딜 수 없는 슬픔과 어긋나고 응어리진 현실을 풀어주고 어루만져주는 존재가 작가이고, 소설이다. / 78p

 

 

 

 

 

 

   저자는 '현대의 속성은 견고한 것들이 촛농처럼 녹아내리고, 깃털처럼 부유하는 세계이다. 21세기의 시공간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니기에 어떤 것도 고유하지 않다.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문 지면의 힘은 인터넷 매체 환경에서 산산이 흩어졌다. 오로지 문학만이 덧없음에 맞서 내가 겨우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이 때로 아름답다는 것을 되새겨줄 뿐이다.'고 고백한다. 이제는 다양한 매체와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어디서든 쓸 수 있고 어디서든 자신의 글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문학'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여전히 치열하게 살고 싶고, 그 안에서 존재감을 찾고자 하는 소설가의 고뇌가 유독 나의 마음을 두드린다. 너도 그런 삶을 살라고. 계속해서 문학을 하라고.

 

 

 

 

 

 

   달맞이 언덕에서, 톨스토이 무덤에서, 포틀랜드행 열차에 오르면서 그녀가 사유한 것들과 기록한 문장들을 들여다보는 일이란 건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지만,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단어 하나 감정 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나만의 속도대로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괜찮다는 그 말 하나 뒤에 나는 또 얼마나 수많은 감정들을 삼켰을지, 그때마다 나도 나를 위해 한 번 글로 써보자고, 그렇게 다짐하게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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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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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꿈꾸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발상에서 시작된 발칙한 소설!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가 건설 프로젝트!

 

 

 

   작가 함정임은 '소설은 자기 안에 억눌린 자아에 귀를 기울이고, 숨을 터주는 것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 소설 쓰기의 본질은 구원에 있다고, 구원의 마음으로 세상을 향할 때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민의 대상이 된다고 말이다. 2014년 4월 16일, 소중한 생명들이 거대한 바다 속으로 사라진 날 우리 모두는 '국가'의 의미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한 소설가는 국민의 존엄과 자유와 행복을 나 몰라라 하는 국가는 국가로서 자격이 없으므로 '나는 존재할 이유와 자격이 없는 국가를 버리고 국민이 국가 그 자체가 되는 재밌고 신나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음을 고백한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사욕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말았던 국민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들을 향한 연민의 마음으로 그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리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행복을 찾아서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은 나라를 바꿀 수 없다면 아예 모두가 진정으로 원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발칙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친환경적인 도시 환경 조성을 위해 자동차가 다니지 않고 5층 이상의 건물 역시 짓지 않는다, 시민을 보호하고 국가를 방위한다는 명목으로 폭력적 본질을 바탕으로 하는 국가권력 기관을 만들지 않는다, 누구라도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 때문에 소외받지 않도록 한다, 학교에서는 노는 기술을 가르치고 0세부터 매월 연금을 준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전 국민이 광장에 모여 파티를 연다, 이 모든 게 정말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의심스럽겠지만 동중국해 한복판에 세워진 작은 나라 '아로니아 공화국'에서 마침내 실현된다.

 

 

 

   소설은 아로니아공화국의 대통령 김강현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아로니아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앞에서 대통령 선서를 하던 모습을 회고하며 동중국해 한복판에 영토를 건설하여 아로니아공화국을 설립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쫓아간다. 청소년 시절, 강현은 여느 집안에서나 볼 수 있는 꼴통 녀석과 다름이 없었지만 우직하고 강직한 성격의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이때부터 계속된 자기 수련과 공부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의 구현을 실현하는 검사직에 오르게 된다. 그러는 동안에 소설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지속되는 군부독재 정권의 야욕과 그늘, 각종 부정과 부패, 국민의 삶을 흔들어놓았던 IMF 사태 속에서도 떵떵거리며 살아남았던 재벌기업의 행태, 전라도를 빨갱이라 낙인찍으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자행되었던 대한민국의 낯부끄러운 역사들을 낱낱이 까발린다.

 

 

노동자들은 갈 곳을 잃고 길거리를 헤매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재벌기업 회장들과 자식새끼들과 일가붙이 나부랭이들은 갈 곳을 잃거나 헤매지도 않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았다. 사재를 털어서 기업을 살리고 노동자들과 함께 기업 구조를 개선하며 공적자금이 들어간 자신의 기업을 국가에 헌납하는 아름다운 기업인들을 바란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늉이라도 바라며 일말의 양심을 기대했다면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는 자의 착각이었을까? 착각은 무슨, 어리석은 민중이지. / 92p

 

 

 

 

 

 

 

   결국 1969년 4월 11일, 중앙정보부 제6국 남산대공분실에 불법으로 연행되어 목숨을 잃었던 고 임주호와 고 조남규의 재판을 재심하는 일을 맡게 된 강현은 이 일을 계기로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협정을 맺은 '한일공동개발구역 JDZ'가 과거 정치적인 이유로 혹은 국제해양법에 무지했던 이유로 인해, 2028년 6월 22일이 지나면 일본에게 JDZ 대부분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으로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이를 저지하고 여기에 새로운 국가를 세워보자고 나선 송성철, 백민정, 라파엘 등의 일행들과 만나 야심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기에 이른다.

 

 

 

 

 

 

노력보다 타고난 것보다 빽보다 재수보다 더 세고 강한 사람은 세상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고 있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힘이 센 사람은 놀자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놀자고 덤비는데, 무엇이 어찌되든지 놀자는 것뿐이라는데, 재밌게 놀고야 말겠다는데 누가 막겠어요. / 204p

 

 

밑도 끝도 없고 누가 들으면 틀림없이 정신 빠졌다고 할 재밌고 신나는 국가 아로니아를 세우겠다고 모인 여러분은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믿는 곳이 국가라면 아로니아는 이미 여러분에게 국가입니다. 과연 아로니아가 실체가 있는 국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로니아의 실체를 만드는 일은 아로니아 시민을 자처하는 여러분이 할 일입니다. 국가가 뭐냐고 물으셨죠? 아로니아가 뭐냐고 물으셨죠? 국가는 서로가 서로를 믿는 시민들이 만들고 세우는 보이지 않는 덩어리입니다. 아마도 지금 여러분은 서로가 서로를 믿는 국가가 필요한 것이겠죠. / 238p

 

 

 

   바다 위에 국가를 건설한다? 이 발상은 어찌 보면 황당무계하고 국제 여론을 감안했을 때도 절대 일어날 수 없을 법한 일이지만 소설은 나름의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이상적인 국가 건설을 위한 시도들을 해나간다. 여기에 따르는 몇몇 작위적인 구성과 친중, 반미의 정서는 어딘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볼 점은 이상적인 국가란 무엇인지, 그럼에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 개개인 모두를 공감시키기에 충분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존엄과 자유,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던 아로니아공화국이 때로는 자신들의 설정한 제도 아래에서 행복을 강요하기도 하고, 결국엔 폭력으로 자신의 공화국을 지키겠다는 논리를 앞세우기도 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해지는 순간을 목도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난 일은 행복한 일이지만,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좋든 싫든 꼼짝없이 한 국가의 국민이 된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죠. 저는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쓰레기들이 장악한 국가의 국민으로 길들여진 채 평생 의무를 지고 권리를 찾아다니며 허둥지둥 살아야 한다면 슬프고 불행한 일 아닌가요? 저는 제가 선택한 재밌고 신나는 국가 아로니아를 만들 겁니다. 제가 살고 제 자식들이 살고 또 그 자식들이 살아갈 재밌고 신나는 국가를 직접 만드는 일은 정말로 멋지지 않나요? 이렇게 멋진 일을 하지 않는 건 제 자신에게 죄를 짓는 거죠." / 261p

 

 

국가는 본질적으로 재밌고 신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국가는 태상부터 인간의 존엄을 획일화하고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며 인간의 행복을 모른 척할 때 유지됩니다. 강하고 새로운 국가 아로니아는 더 이상 재밌고 신나는 곳일 수 없습니다. 자랑스러운 시민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재밌고 신나고 존엄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아로니아공화국을 해체하고 국가를 소멸하겠습니다. / 395p

 

 

 

   이처럼 <아로니아공화국>은 모두가 꿈꾸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발상이 가져다주는 발칙함과 도발적인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우리 삶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다양한 작품 중에 이런 유쾌한 작품 하나쯤은 있는 것도 위로가 되는 일일 테다. 이 어마어마한 작가의 뚝심이 언젠가 우리 국가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눈이 될지 또 모를 일이지 않는가. 내 아이가, 또는 내 아이의 아이가 살아갈 국가는 어떤 모습일까. 문득 그 미래를 아슴하게 바라보고 온 듯한 기분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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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노히 1 - 시무룩 고양이
큐라이스 지음, 손나영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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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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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이 없어 늘 시무룩하지만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랑스러운 고양이!

 

 

 

어제 울고 있던 그 아이는

지금쯤 무얼 먹고 있을까?

그럭저럭 즐거운 일이

잔뜩 생긴다면

그럭저럭 행복할 거야

행복할 거야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SNS나 대형 커뮤니티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시무룩 고양이 '네코노히'. 토실토실한 몸매에 어쩐지 시무룩한 표정, 유순하고 소심한 성격에 늘 되는 일 하나 없어 애잔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도전하고자 하는 일에 성공했을 때 환하게 웃는 표정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더욱이 네 컷 만화 형식으로 대사라고는 의성어뿐이지만 섬세한 표정과 행동만으로도 웃음과 공감을 함께 전달하는 만화가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네코노히>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감'이다. 뭐 하나 되는 일 없어 시무룩해지기 일쑤인 고양이 네코노히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뭐야, 나도 이런 적 있는데!' 하고 풋, 웃음이 터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를 테면 만두를 절반 베어 물고, 나머지 절반을 간장에 찍어 먹으려는데 만두소가 다 쏟아져 나와 젓가락으로 소를 하나하나 건져 먹게 되었던 일이라든지, 여행을 떠났는데 전기 콘센트를 빼놓고 오지 않았다는 생각에 내내 그것이 마음에 쓰여서 찝찝했던 경험이라든지, 멋지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계란까지 완벽하게 올렸는데 케첩이 고작 한 두 방울만 남게 되었을 때라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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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치캔을 따려다 힘을 너무 많이 줘서 손잡이만 뚝, 떨어진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고 국수를 만들어 먹으려고 소면을 삶는데 양 조절에 실패해서 더 넣고, 더 넣고 욕심을 부리다 배터지게 국수를 말아먹어야했던 웃지못할 일까지. 내가 먹으려고 고이고이 구워놓은 고기를 맞은편에 앉은 일행이 호기롭게 먼저 건져 먹을 때면 정말 때려주고 싶다. 이런 네코노히의 일상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공감, 백퍼 공감!!!!'을 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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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는 것을 먹기 위해 진땀을 흘려가며 만들고는 마침내 'success!'를 외치며 행복해하는 표정이라니!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줄 아는 네코노히를 보며 좀 뚱뚱하면 어때, 좀 소심하면 어때, 거창하지 않아도 이렇게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삶이야말로 행복이 아니고 뭐겠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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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네코 노히노히 두근거림과

네코네코 노히노히 설렘이 가득해

(뭔가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이 마성의 노래는 뭐지…)

 

 

2편은 언제 나오려나. 마구마구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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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동경
정다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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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본 자만이 오롯이 담을 수 있는 도쿄의 진짜 풍경들!

평범하지만 생활 속 도쿄의 따스한 자취를 느낄 수 있는 도쿄 에세이!

 

 

  여행을 하다보면 온통 화려한 분위기로 시끌벅적한 도심의 모퉁이를 돌고 돌아, 우연히 마주한 어느 작은 뒷골목의 느긋하고 소소한 삶의 풍경에 마음이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일본의 수도로 가장 트랜디한 문화를 선도하는 쇼핑 천국 도쿄. 지하철 노선도만 보아도 눈이 어지러울 만큼 복잡하고 번화한 이 도시 속에서 산다는 건 그야말로 복잡한 도심의 공기를 피부처럼 느끼는 일일 테지만, 그 속에서도 분명 작은 담벼락이 차곡차곡 쌓인 동네의 한가로운 정취와 평범해 보이는 생활 속의 도쿄가 마치 놀라운 반전처럼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이기에 더욱 오롯이 느꼈을지 모를 '진짜 도쿄'.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할지도 모를 도쿄, 그곳에서의 잔잔한 일상을 담은 이야기 <소소동경>은 우리에게 사뭇 다른 도쿄의 감성을 선사한다.

 

 

 

일상의 정취가 선물하는 소소하는 도쿄낭만일기

 

 

   <소소동경>은 저자 정다원이 교환 학생 신분으로 4년 동안 도쿄에서 보낸 시간들을 추억하며 쓴 에세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남편을 처음 만났고, 인턴십을 거쳐 첫 직장에서 사회 초년생을 겪기도 하며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였던 일상을 회고한다. 오후 5시 무렵이면 장 보러 온 자전거 행렬로 북적이는 상점가, 이웃들과 한마음으로 즐기는 동네 축제, 찬물에 흐르는 소면을 건져 먹으며 달래는 더위 등 살 때는 몰랐던 평범한 일들이 뒤늦게야 무척이나 매력적인 일들이었음을 깨달았노라 고백한다. 마치 일기처럼, 이웃의 친한 언니가 도쿄에서 보냈던 일상을 들려주듯 다정다감한 그녀의 글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마치 그곳에 나도 있었던 것 같은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하며 도쿄의 삶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첫 에피소드는 서민들의 거리 '시타마치'의 풍경을 담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타마치란 원래 번화가 중에서도 상점과 주거공간이 가깝고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오늘날 주택과 상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서도 어딘가 촌스러운 옛날 풍경이 엿보이는 곳을 시타마치라 부른다고 한다. 상점들이 다닥다닥 줄지어 있고 크고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골목길, 해가 질 때쯤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활기를 띄는 상점가, 골목 한쪽 구석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닭꼬치와 함께 이른 저녁부터 맥주 한잔 기울이는 동네 사람들이 머무르는, 그야말로 도쿄 사람들의 일상과 날 것 그대로의 생활이 머물러 있는 곳. 그 곳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한국인과 프랑스인 커플을 위해 동네 사람들은 넘치는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었고, 동네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고 한다. 그녀는 시타마치에서 살았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의 생활을 피부로 느끼며 그만큼 이곳의 일부분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시타마치는 본래 번화가 중에서도 상점과 주거공간이 가깝고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을 말한다. 수로 교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강가나 바닷가 주변에 상업지역이 형성되면서 근처에 주거지역이 생겨났는데, '아래'라는 뜻의 시타(下)와 '동네'라는 뜻인 마치(町(정))를 붙여 시타마치라고 불렀다고 한다. 현재는 살짝 다른 의미로 주택과 상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서 어딘가 촌스러운 옛날 풍경이 엿보이는 곳. 대부분 그런 곳을 시타마치라고 부른다. / 17p

 

 

 

 

 

 

   식도락의 도시인만큼 유독 음식이나 식당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스터라고 부르는 편한 선술집 단골가게만의 편안함, 90년이 넘은 오래된 목조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 어린 시절 설렘을 안고 찾아갔던 경양식을 떠올리게 하는 식당, 오코노미야키보다 더 매력 있는 몬자야키,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오는 돈카츠까지. 그 중 더운 여름에 별미로 즐길 수 있는 나가시소멘을 먹으러 갔던 곳에서의 에피소드가 특히 인상적이다.

 

 

 

   '흐르는'이라는 뜻의 나가시와 '소면'이라는 뜻의 소멘, 이름 그대로 흐르는 소면을 뜻하는 나가시소멘은 물이 흐르는 기다란 대나무 통에 넣은 소면이 위에서부터 흐르기 시작하면 그걸 젓가락으로 건져 먹는 음식이다. 일본 만화를 보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풍경인데 막상 한국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거참, 재미있는 음식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직원 아주머니가 소면을 한 주먹 흘려보내면 타이밍 맞게 알아서 건져 먹으면 되는데, 아이들이 경쟁하듯 소면을 건져 올리며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나 시작 신호와 함께 제각기 젓가락을 한 손에 쥐고 대기 자세를 취하고 있었을 일행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더욱 웃음이 난다.

 

 

 

점점 모두의 젓가락질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배가 부른데도 서로 경쟁한다며 끝까지 건져 먹는다. 이런 먹거리는 역시 아이들과 함께해야 흥이 난다. 덕분에 우리도 신나게 나가시소멘을 즐길 수 있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오니 뜨거운 공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나가시소멘을 먹은 곳도 야외였는데, 이렇게 더웠나? 열심히 소면을 건져 먹느라 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었나 보다. 역시 한여름엔 이만한 별미가 없다. / 114p

 

 

덕분에 아라카와선은 현지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선로 주변 동네 사람들의 든든한 이동수단인 동시에 '도쿄 산책하기' '추억의 열차 여행' 등 도쿄의 관광 코스로도 인기다. 단순히 옛날 모습을 간직한 것뿐 아니라 일반 전철과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동네 구석구석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노면전차는 꼭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을 만큼 주택가 사이를 가까이서 비집고 달린다. 그리고 잘 가꿔진 화려한 풍경이 아닌 사람 냄새나는 시타마치의 풍경을 창을 통해 그대로 보여준다. / 158p

 

 

 

 

 

 

   이 외에도 도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동네로 손꼽히는 기치조지, 화려한 문양의 시원한 유카타로 여름나기,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했던 에도도쿄다테모노엔이란 박물관, 자전거 왕국이라 불릴 만큼 자전거를 타는 도쿄인들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사진들은 하나 같이 그들만의 감성과 색채가 묻어나와 도쿄의 매력을 더한다. 특히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독서공간 미카모에서의 경험은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꼭 할머니 집에 놀러 온 것 같은 주택 공간에 중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여기서 악기 교실, 북클럽, 벼룩시장을 열어 주민들끼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그곳은 언젠가 내가 꼭 만들어보고 싶은 그것과 꼭 닮아서 더더욱 이루고 싶은 소망이 되었달까.

 

 

 

주위를 둘러보니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오는 오래된 가구들, 옛날 전화기 같은 빈티지스러운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꼭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것 같은 포근함이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 누군가의 서재였을 방이 지금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독서공간으로 바뀌다니. 오랜 세월의 가치를 지켜가면서 그것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는 지혜가 돋보였다. 여기에 서로 힘을 모아 이 오래된 집을 가꾸고 보존하려는 동네 사람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묻어나왔다…(중략)...이런 이상적인 공동체 생활은 시골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도쿄에도 있었다니. / 195p

 

 

 

 

 

 

   이처럼 <소소동경>은 소소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저자의 따스한 감성과 도쿄의 낭만이 어우러진 책이다. 반드시 가봐야 하는 맛집이나 유명한 관광지는 찾아볼 수 없지만 그래서 더 남다르고 특별한 도쿄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기에 그 어느 여행책보다 도쿄가 친숙하고 가까워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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