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오늘의 젊은 작가 33
김희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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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의 기괴한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미스터리!

어떤 거대한 흑막이, 이제껏 알고 있던 그 모든 것들이 진짜가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마지막까지 질주하듯 우리를 쫓아온다.

 

 

 

  이 소설은 한 노인의 기괴한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기자인 김영주는 광장의 회전교차로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 한 노인이 갑자기 배낭에서 나일론 끈, 청 테이프, 공구 상자, 전동 드릴 따위를 줄줄이 꺼내는 모습을 우연히 포착한다. 교통 신호기에 전동 드릴을 수직으로 세워 뾰족한 부분이 정면을 향할 수 있도록 청테이프로 둘둘 감은 뒤, 다음으로 배낭 속에서 갈색병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는 노인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교통신호 제어기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그를 보고 경악한다. 그녀의 비명 소리와 동시에 전동 드릴의 날이 노인의 이마를 뚫고, 피와 뇌수가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이 어마어마한 광경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휘청휘청 앞으로 고꾸라지듯 넘어지며 생각한다. 이게 현실일 리가 없어.

 

 

 

인간은 누구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는 지난 해, 노인 혐오와 배제라는 사회적 문제와 서스펜스를 결합한 작품 죽음이 너희를 갈라 놓을 때까지를 발표한 김희선 작가의 신작이다. 전작이 팔곡마을을 배경으로 갑자기 사라진 노인들의 향방을 추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처럼, 이번 작품의 도입부 역시 한 노인의 이상한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동료 기자인 최에게서 극동리 마을 사람 세 명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김영주는 마침 그 날 광장에서 죽은 노인이 극동리 마을 사람들과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이들 사이에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일단 병원에 있는 김영주의 부탁으로 대신 취재에 나선 최는 실종되었다던 마을 사람들의 실종 신고가 이장의 전화 하나로 취소되고, 노인의 자실을 굳이 농약 중독 정도로 수습하려는 검시의의 태도에 의문을 가진다. 정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모두가 비밀로 하려는 그 어떤 게 있는 걸까. 최는 이 사건의 실마리를 품고 있을지 모를 극동리로 향한다.

 

 

 

그게 아니라니까. 그 할아버지 죽음엔 분명 뭔가 있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모두가 비밀로 하려는 어떤 게 있다고.” / 26p

 

 

사라진 셋부터 얼른 처리하자고. 마침 노인네가 알아서 죽어 줬으니, 대충 뒤집어씌우면 될 거야. 마을 개발을 둘러싸고 충돌이 있었고, 세 사람을 죽인 노인이 죄책감을 못 이겨 자살했다, 정도? 그러려면 먼저 시체를 찾는 게 급선무겠지만 말이야.” / 38p

 

 

 

  극동리. 오래전 탄광업이 활황일 때는 마을에 활기가 넘쳤지만 광산이 모두 문을 닫은 뒤 마을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남아 있던푸른 숲과 계곡이 사라지면서부터였다. W시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바이오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나무를 베어 산을 깎아 냈는데, 그 덕분에 이 죽은 듯한 마을에 다시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바이오제네시스 회장 노이균의 몫이 컸다. 그는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는 신생 영화사 K프로덕션이 대작 SF영화인 배틀 온 마스촬영을 위해 화성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할 만한 장소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극동리에 이를 추진시킨 인물이기도 했다.

 

 

 

  취재를 거듭하던 최는 노이균이 추진하던 일을 반대하고 나선 자가 바로 광장에서 죽은 노인, 이만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극동리가 앞으로 죽음의 땅이 될 거라고, 그게 다 바이오산업단지의 영화 촬영 세트장 개발 허가를 받기 위해 반대급부로 내준 폐기물 처리장 건설 때문이라고, ‘신재생 에너지발전소라는 허울 좋은 이름의 시설이 완공되면 전국에서 엄청난 양의 산업 폐기물이 몰려올 테고, 모든 주민이 각종 희귀암에 걸려 비참하게 죽어 갈 거라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묵살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촬영지를 배경으로 화려한 테마파크가 들어설 테고, 마을은 인파로 크게 활기를 띄게 될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안 그런 척, 전과 같은 척 하지만, 난 알 수 있어요. 할아버지들도, 할머니들도, 다른 아저씨나 아줌마들도 다 똑같아요. 하지만 그건 웃는 게 아니에요. 웃는 표정을 흉내 내는 얼굴? 아니, 원래는 무표정한 얼굴 위에 웃는 덮어쓴 것 같은 그런 괴상한 얼굴……? 그런데 며칠 전 진짜로 이상한 걸 봤어요. 그날은 학교에서 좀 늦게 왔는데, 어둑어둑한 길 공판장 앞에 아저씨들 몇 명이 서 있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그 아저씨들 머리 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무리 눈을 비벼도, 그건 없어지지 않았어요.” / 65p

 

 

장마철이 지난 뒤 숲길을 걸어 보십시오. 거기 얼마나 많은 독버섯 무리가 돋아나 있는지. 그런 다음 돌아와 당신이 사는 공간을 둘러보십시오. 어떻습니까? 그 둘은 이상하게 닮아 보이지 않습니까?”(출처: 독버섯의 시대, 즈웨데 틸루 저)

한 인류학자는 20세기 이후 지구 곳곳에 생겨난 도시에 대해 위와 같이 묘사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그 장소에 사는 사람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공간을 받아들인다는 사실 아닐까.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기괴한 거주지를 사랑하기까지 한다. 그 사랑에는 뭔가 특이한 것이 있어서, 애정과 증오가 교차하고, 혐오가 광신에 가까운 집착과 공존하지만 말이다. / 71p

 

 

 



 

 

 

 

  이쯤이면 독자들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숲이 파괴되어 점차 화성처럼 변해가는 마을의 풍경, 이에 반대하는 한 인물의 극단적 선택. 한 마을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윤리에의 충돌, 배제와 혐오로 얼룩진 이웃 간의 갈등의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하고.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진짜 진실을 아직 다 보지 못한 것 같은 찜찜함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어떤 거대한 흑막이, 이제껏 알고 있던 그 모든 것들이 진짜가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마지막까지 질주하듯 우리를 쫓아온다. 때문에 껍데기들, 가짜를 모두 처치해야 해. 안 그러면 다 죽어. 당신들도 나도 끝장이라던 노인의 말이 마지막 장면과 오버랩되며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다 없애야 한다. 모두 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절멸이다. / 234p

 

 

 


 

 

 

 

  미스터리와 SF적 상상력을 결합한 소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는 일단 한 번 손에 들었다하면 마지막까지 내달리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흡인력이 높은 작품이다. 극중작인 영화 배틀 온 마스의 시나리오와 소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하나로 귀결시키고야마는 이야기 구성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극동리라는 이 이분법적인 공간이 주는 기괴한 느낌은 단연 인상적이다. 지상 위에서는 쇠락한 마을의 재건을 꿈꾸는 노인들의 망상이 붉은 먼지처럼 떠돌고, 은폐된 지하 아래에서는 불사를 꿈꾸는 음험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곳. 마을 내부에 화성처럼 꾸며놓은 영화 세트장이 들어서있는 이 이질적인 풍경처럼, 작가는 극동리라는 공간을 이용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여긴 대체 뭐지?’ 하는 물음과 함께 독자들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 덕분에 손에 손을 잡고 몽환적인 표정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표지 속의 사람들이 극동리의 누군가인가, 최인가, 어쩌면 이 소설을 쭉 바라보고 있던 나는 아닐까 정신이 아득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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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가 더 상처받는다
라이이징 지음, 신혜영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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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면서도 나를 내려놓지 않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착하다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착함이란 표현 안에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선하고, 정직하며, 타인과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잘 따르거나 두루두루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줄 알고,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할 줄 아는 이들을 모두 착하다라는 말에 포함시킨다. 착한 딸, 착한 아들, 착한 아내, 착한 며느리, 착한 엄마, 착한 남편, 착한 사위어떤 입장에 놓쳐 있든 반드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착한 일을 해야 한다고, 우리는 꽤 오랫동안 그렇게 교육 받아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쭉, 계속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고, 또 그렇게 따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를 착하다는 이 한 마디에 모두 투영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착하지 않은 것은 모두 잘못되었거나 나쁜 것으로 간주하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흔히 착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 중에는 남들이 바라는 대로, 남들이 덧씌운 착하다는 이미지에 갇혀 자신을 희생하다가 내내 상처만 받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히 전통적인 가정의 문화 안에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조금만 참으면 돼’, ‘참고 따르면 다 괜찮아 질 거야라는 관습과 요구에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착한 여자가 더 상처받는다의 저자이자 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인 라이이징은 이처럼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에는 대가가 따르지만 정작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렇게 인내하고 희생해도 상대방은 감동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항상 참고 애쓰기만 하고 불합리한 일에 항의하지 않다보면 오히려 상대방의 못된 욕심만 키우는 꼴이 된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기존에 관습처럼 굳어진 착한 사람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면서도 나를 내려놓지 않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특히 착하고 싹싹하고 말 잘 듣는 며느리, 아내, , 친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던 여성들을 위해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려 한다.

 

 

 

나의 원칙을 지키면서, 상처받은 나를 사랑으로 감싸주는 법

 

 

  책에는 착한 아내, 착한 며느리, 착한 딸로 살아가느라 정서적인 피해는 물론 금전적인 피해, 자기 폄하, 각종 신경증 증세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좋은 집으로 시집왔으니 당연히 감사하며 살아야지하고 아주 노골적인 태도로 훌륭한 며느리의 역할을 강조하는 시부모님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여성, 남자의 뜻대로 조종당하듯 살아오다 몇 번의 피임과 낙태를 한 끝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여성, 시부모의 도박 자금이 된 여성, 효도라는 명목 하에 엄마로부터 남동생을 뒷바라지 할 것을 강요당해온 여성, 집안의 기둥이자 독재자처럼 굴었던 자신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한 딸을 잃고 후회하는 여성 등이 등장한다. 대만의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가정과 사회 주변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사연과 매우 유사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나는 할 만큼 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줘야 마땅하다는 생각은 접어두길 바란다. 당신을 어려운 상황에서 구해줄 수 있는 건 당신뿐이다. 당신을 마왕의 손아귀에서 구출해줄 한가한 용사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원망하고 있어봐야 무시만 당한다. 차라리 본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고 상황을 주도하는 훨씬 낫다. 원하는 바가 있다면 다른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자기 입으로 정확하게 말하자. / 40p

 

 

오랜 시간 동안 가족들은 그녀가 여유 있게 산다고 여겨왔을 것이다. 갈수록 바라는 것이 많아졌고, 그녀가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지쳤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을 배려한답시고 좋은 일만 말하고 힘든 일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가족들을 이기적인 괴물로 만들었다. 힘든 일을 숨겨와서 가족 구성원인 자신들이 은연중에 가해자가 되는 것을 누가 원할까? 기쁜 일이든 힘든 일이든 가족끼리는 솔직하게 공유하고 서로 의지해야 한다. / 76p

 

 

 



 

 

 

 

  그 중 결혼이나 사랑이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보호해줄 것이라 착각했다가 뒤늦게 후회를 하는 여성들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그녀들은 대체로 지나치게 남편과 가족에 의존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기르는 데 소홀히 했다. 그래서 남편의 외도나 금전적인 갈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또 다시 기댈 누군가를 찾아 쉽게 마음을 주었다 상처를 받는 일을 반복했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반드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혹시 있을 어려움에 대비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댈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뿐이라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좋은 여자가 되면 그것을 상대방이 잘 알아주고 대우해줄 것이라 착각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타인의 망상을 실현해 주기 위해 살지 말고, 비극적인 영웅으로도 살지 말자. 여자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람은 그냥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러니 자신을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착한 여자임을 잊지 말자.

 

 

 

만약 그녀가 자기의 과오를 떨쳐낼 수 없다면, 있었던 일을 딸에게 담담히 있는 그대로 털어놓아서 딸에게 교훈이 되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나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내 잘못은 이미 저질러졌고 되돌릴 수 없으니 너라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내가 지켜보겠다.’ 이런 식의 말은 겉으로는 널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논리가 이상하다.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훈계를 하는 셈이니 당연히 그 딸은 반감만 생겨서 엄마를 더 비난할 것이다. / 162p

 

 

남자와 여자의 그런 정해진 역할에 대한 기대는 버리고 여자 스스로 강해지자. 또한, 남자를 향한 강요와 억압도 이제는 그만하자. / 250p

 

 

 




 

 

 

 

  자신이 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발 여러분의 딸들에게 착하고 순종적으로 살라고 가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키우는 것이 오히려 딸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과 사고 능력을 키워줘야 딸들이 다른 사람에게 억압받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아이에게 평소 그래, 그래야 착한 아이지.”하고 착하기를 강요하거나 주입시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엄마 먼저 스스로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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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클럽 - 주거나 받거나 놓친 것들
박요셉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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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라는 테이블 사이에 놓여진 우리!

주거나 받거나 하는 사이에 혹시나 놓친 게 있지는 않을까?

 

 

 

내 말 들리니?

마음이 따라가지 못한 말들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말아.

있는 힘껏 말해 줘. 어떤 것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야.

내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아줘.

너를 위해 포기했던 걸 희생이라 부르고 싶지는 않아.

우리는 어떤 말을 간직하게 될까?

 

 

 

  이따금 우리는 묻고 싶어진다. 그가, 그녀가, 내 말을 잘 듣고 있는가 하고. 그리하여 또 한번 확인받고 싶어진다. 여기, 바로 네 곁에서 언제나 귀 기울여 듣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의심한다. 무엇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아 신호를 교란시키는가 하고. 상대가 던진 미숙한 말 한 마디에 때때로 치명상을 입기도 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다 도리어 내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어쩔 때는 한 명이 아니라 수만 명과 홀로 싸우는 듯한 외로운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관계란 그런 것인가 보다. 길쭉한 탁구대를 마주보고 핑퐁 게임을 하듯, 서로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말 사이에서 저울질되곤 하는 감정의 랠리. 한판 경기가 끝나면 또다시 탁구대를 사이에 두고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겠지만, 관계 속에서 마음의 균형을 찾기란 매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깨닫는다.

 

 

 



 

 

 

 

당신의 마음이 언제나 균형을 이룰 수 있기를

 

 

  길쭉한 탁구대를 마주보고 주거나 받거니 핑퐁을 즐기고 있는 두 사람. 굳이 많은 것을 설명해주지 않아도 핑퐁 클럽의 표지는 관계라는 테이블 사이에 놓인 우리의 모습이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표정이 없는 얼굴, 탁구대와 라켓 그리고 공만 놓여진 단순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한 장, 한 장, 복잡한 관계의 역학을 담백하고 유쾌하게 담아낼 줄 아는 작가의 구성에 감탄하게 된다. 여기에 말에도 무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네가 늘어놓은 많은 말들 중에 어떤 것이 진심이었을까?” “혼자가 아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같이 쉬운 것 같지만 차마 하기 어려웠던 마음의 소리가 관계 사이에서 지친 우리를 위로해준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어보기 좋은 책이라 아이에게도 권해봐야겠다.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개인적으로 연말에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인 것 같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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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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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든 이 책을 읽고 나면 돈키호테와 산초를 잊지 못할 것이다!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가난하고 재난이 가득한 시대에 있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정의와 가치가 있다고 믿는 우리의 돈키호테가 건네는 메시지!

 

 

 

 

어르신, 저런 모습으로 저런 말을 하는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군가요?

누구겠나?이발사가 대답했다. 모욕을 물리치고 뒤틀린 것을 바로잡으며 아가씨들을 보호하고 거인들을 놀라게 하며 싸움에서 승리하시는 그 유명한 돈키호테 데 라만차 님이시지./ 765p

 

 

 

  스페인 라만차 지역의 어느 마을. 하급 귀족인 이달고는 쉰 살에 가까운 나이로 얼굴과 몸이 말랐으나 체형이 꼿꼿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사냥하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냥이나 재산을 관리하는 일조차 까맣게 잊고 살 정도로 푹 빠져버린 게 있었으니, 바로 기사 소설이었다. 호기심과 도취가 정도를 넘어서 읽고 싶은 기사 소설을 구입하느라 수많은 밭을 팔아 버릴 정도로 기사 소설에 대한 그의 사랑은 대단했다. 그러다 마침내 그는 정말이지 이제 분별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세상 어느 미치광이도 하지 못했던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명예를 드높이고 아울러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일로, 편력 기사가 되어 무장한 채 말을 타고 모험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자기가 읽은 편력 기사들이 행한 그 모든 것들을 스스로 실천해 보자는 것이었다. 불의를 바로잡고, 과부를 돕고, 채찍을 휘두르고, 말을 타고 산에서 산으로 계곡에서 계곡으로 다니던 처자들이 어느 비열한 놈이나 촌놈이나 가공할 만한 거인들의 순결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인물, 그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돈키호테다.

 

 

 

  『돈키호테1권은 이처럼 기사 소설에 심취해버려 마침내 스스로 기사가 되기를 자처한 돈키호테가 이웃이었던 가난한 농부 산초를 종자로 삼아 자신의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두 번의 출정 길에 오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길에는 온갖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진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어느 때고 어느 순간이고 기사 소설에 나오는 전투며 마법이며 사건이며 황당무계한 일이며 연애 사건이며 도전이며 하는 환상이 온통 머리에 가득 차 있다 보니,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모두 그런 쪽으로 나아가는 바람에 그 스스로 온갖 사건과 사고를 몰고 다닌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풍차를 보고 거인으로 착각해 이를 무찌르기 위해 돌진하다 들판으로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진 사건을 비롯해, 양떼를 적의 군대로 착각해 돌진했다가 목동들로부터 돌멩이에 맞아 앞니와 어금니 서너 개가 빠지고 손가락 두 개가 뭉개져 버리기도 한다. 객줏집에 있던 붉은 포도주 가죽 부대를 미코미코나 공주님의 원수인 거인으로 오인해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그러다 쏟아진 술을 거인의 피라 착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그를 만난 사람들은 무슨 문제를 다루더라도 훌륭한 이해력과 사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기사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분별력을 잃어버리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고 맙소사!산초 판사는 말했다. 제대로 살피고 일을 하시라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저건 풍차라고요. 머릿속에 그런 해괴한 생각은 닫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그걸 모르겠냐고요!

입 다물게, 친구 산초여!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싸움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변화무쌍한 것이네. 내 생각에, 아니 생각이 아니라 진실인데, 나의 서재와 책을 훔쳐 간 그 현인 프리스톤이 승리의 영광을 내게서 앗아 가려고 거인들을 풍차로 둔갑시킨 게야. 내게 품고 있는 그자의 적의가 이 정도란 말일세. 그러나 그자의 사악한 술법도 내 선의의 칼 앞에는 별 볼 일 없게 될 거야./ 126p

 

 

하지만 세상이 이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절대 틀림이 없다오. 사실 병사가 대장이 명령한 짓을 실행에 옮긴다고 해서, 그 병사가 명령하는 대장보다 못하다는 법은 없지요. 그러니까 내 말은, 성직자들은 지극히 평화롭고 고요하게 이 세상에 복을 내려 주십사 하느님께 빌지만, 군인들과 기사들은 성직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실행에 옮긴다는 얘기요. 지붕 아래서가 아니라 노천에서 견디기 힘든 한여름의 햇살과 살을 에는 한겨울의 얼음을 온몸으로 이겨 내며, 우리들의 칼과 팔로 땅을 지켜 낸다는 거요. 그러니 우리는 신의 사도들이자 이 땅에서 신의 정의를 실행하는 힘이라오./ 176p

 

 

 



 

 

 

 

  이발사가 가지고 다니던 놋쇠 대야를 맘브리노의 투구로 착각해 머리에 쓰고 다니질 않나, 객줏집의 주인을 성주라고 하질 않나, 기사 생활에 몰입한 돈키호테의 행동은 사실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하나의 신념에 몰입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돈키호테와 산초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머리와 산초의 갈비뼈가 끝장이 날지언정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이 가난하고 재난이 가득한 시대에 있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정의와 가치가 있다고 믿는 돈키호테의 모습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향수까지 뿌려 줄 필요는 없소.돈키호테가 말했다. 그 돈만 지불해 주시오. 그것으로 족하오. 반드시 맹세한 대로 지키도록 하시오. 만일 어길 경우에는 내가 다시 돌아와 벌할 것을 같은 맹세로 맹세하오. 그대가 아무리 도마뱀처럼 달아나 숨더라도 찾아낼 것이오. 진실로 약속이 이행되기 위해서 그대에게 명령하는 자가 누구인지 밝히자면, 나는 모욕과 불의를 쳐부수는 용맹스러운 돈키호테 데 라만차요. 잘 있으시오. 그리고 약속하고 맹세한 바를 잊지 마시오. 그러지 않을 때엔 앞서 말한 벌이 그대에게 있을 것이오. / 94p

 

 

이리 와보게, 천박하고 태생이 좋지 못한 이 사람아! 그래, 쇠사슬에 묶인 자에게 자유를 주고 포로를 풀어 주고 가엾은 자들을 도우며 쓰러진 자들을 일으켜 세워 주고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을 그대들은 노상강도라고 부르는가? , 비열한 인간들! 그대들의 저급하고 천한 분별력에 딱 어울리는구먼. 그러니 하늘이 편력 기사도에 담겨 있는 가치를 그대들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하고, 어떤 편력 기사든 그 그림자는커녕 그들이 찾아다니며 베푸는 도움에조차 예의를 다하지 못하는 죄와 무지를 주었지!/ 699p

 

 

하늘이 나를 이 세상에 보내 기사도에 내 몸을 바치게 하신 목적, 그러니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힘 있는 자로부터 억압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기사도의 맹세를 지금 그대들을 위해 발휘하라고 말이오. 하지만 나도 알고 있소. 좋게 할 수 있는 일을 나쁜 방법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 신중함의 한 요소라는 것을 말이오. 그러니 호송하는 분들과 관리분에게 이분들의 포박을 끌러 편하게 가게 내버려 두라고 부탁드리고 싶소. 더 좋은 기회로 왕을 섬길 다른 사람들이 없지는 않을 테니 말이오. 왜냐하면 하느님과 자연이 자유롭게 한 자를 노예로 삼는 것은 무자비한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이라오. / 316p

 

 

 

  소설 돈키호테의 또 다른 백미는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 속에 있다. 사랑을 잃고 반미치광이가 되어 산에서 생활하던 남자가 결국 사랑을 되찾게 되는 이야기, 더없이 친했던 두 친구가 아내의 정절을 확인해보고 싶은 한 친구의 호기심으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이야기, 종교와 사랑의 자유를 찾아 나선 한 여성의 이야기 등이 그러하다. 그 안에서 저자는 당시 생활상과 악습, 인간이 좇는 추악한 욕망 그리고 희비극을 매우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덕분에 1권만 하더라도 무려 781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읽힌다. ,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이야기의 사실감을 더해 몰입도를 높인다.

 

 

 

운이라는 것은 불행 속에서도 빠져나갈 문을 항상 열어 놓지. 불행을 해결하라고 말일세.돈키호테가 말했다. / 224p

 

 

나리께서 두 팔로 제 몸을 둘러매고 계시니, 저는 저의 바른 소망으로 제 마음을 단단히 묶어 놓겠습니다. 저의 소망이 나리의 뜻과 얼마나 다른지는, 계속 힘으로 밀어붙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저는 나리의 아랫사람일 뿐 노예는 아닙니다. 나리의 혈통이 귀족이라 해서 저의 비천함을 업신여기고 욕보일 권리는 없으며, 있어서도 안됩니다. / 440p

 

 

<아버지, 제가 기독교인이 된 건 렐라 마이렌 때문이니, 그분이 아버지의 슬픔을 위로해 주시기를 알라께 기도하소서. 알라께서도 제가 이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세요. 제가 마음을 정하는 데 이 기독교인들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에요. 그러니 제가 이들과 함께 가려 하지 않고 집에 남고자 했어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이 일이 나쁘다고 하셔도 제게는 더없이 훌륭하게 여겨진답니다. 이 일을 실행하라고 제 영혼이 저를 독촉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 645p

 

 

 




 

 

 

 

  소설의 말미에 산초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1백 가지 모험 중에서 아흔아홉 가지가 정도에서 벗어나고 꼬이는 법이거든. 난 그걸 경험으로 아는데, 어떤 때는 내가 담요로 헹가래를 쳐지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죽도록 맞기도 했지.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있더라도 산을 넘고 숲을 뒤지고 바위를 밟고 성을 방문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돈 한 푼 지불하지 않은 채 객줏집에 묵으면서 모험을 기다리는 것은 멋진 일이야.” 비록 뭐 하나 순탄하게 흘러가는 법이 없고 늘 엉망진창이 되곤 하지만 결국 그들을 만난 이들은 자신들이 원했던 행복을 찾게 되었으니, 어떤 의미에서든 돈키호테와 산초를 평생 잊지 못하리라. 그런 의미에서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구입해놓고 무려 1년 동안 읽지 못하고 묵혀둔 이 고전 속에 이토록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줄 알았더라면 진작 읽을 걸 그랬다. 얼른 2권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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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21-12-09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투콤마 2021-12-13 12: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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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안에서 인류의 철학과 우주의 이치를 발견하게 되는 책!

인류의 토대는 공식의 기원과 역사 안에서 완성되어 왔음을 깨닫게 해주는 놀라운 수학서!

 

 

 

 

낙엽 한 조각이 떨어지는 것은 우주의 아름다운 함수 방정식이다.

공식보다 더 감동적으로 우주를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 8p

 

 

 

  피타고라스의 정리, 근의 공식, 만유인력의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고등학교 정규 교육 과정 속에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수학 공식과 과학 법칙들. 마땅히 암기해야만 하는 필수 공식들이지만 우리는 종종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대체 왜 이걸 내가 알아야 하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직접적으로 마주할 일이라고는 하등 없는 이 복잡한 공식을, 수학자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닌 내가 굳이 알아야 하는 이유는 뭔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와 수학 공부를 하다가 엄마, 구구단은 왜 알아야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하나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외워야 하니까, 학교에 가면 시험을 칠 테니까따위의 말로 배움의 목적을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로부터 배움에 대한 목적과 이유에 대한 아주 원초적인 질문을 받고 보니, 뚜렷한 목적과 이유 없이 그저 알아야만 한다고 가르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인류는 수많은 공식을 낳았고, 거듭된 난제 속에서 끊임없이 증명 가능한 법칙들을 찾아 헤매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그것을 이해해야 하는 걸까. 쉽게 읽히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던 데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다.

 

 

 

공식은 문명으로 가는 계단이다

 

 

  『공식의 아름다움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부터 인간 수학의 한계라 불리는 삼체문제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가장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공식 23개를 인문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공식에 대해 인간이 문명을 만들어내고 인간 그 자체는 이제 문명의 하나의 개체가 된 시점에서 공식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인류 최고의 지혜를 응집한 결과라고 소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류는 1+1=2의 원리를 깨닫고 소박한 수학적 사고를 하게 되면서 문명의 사다리를 쌓기 시작했다. 유클리드 기하는 평평한 공간 이외에는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수학자로 하여금 비유클리드 기하를 생각하게 하였고, 우주가 단지 가로, 세로만의 2차원적인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3차원, 4차원의 공간이 있는 것을 알려주었다. 17세기 뉴턴의 법칙은 증기기관을 탄생시켰고, 기계가 처음으로 인력을 대체하면서 인류는 증기의 시대로 접어들 수 있었다.

 

 

 

  또 19세기 맥스웰 방정식은 에디슨과 같은 발명가를 낳아 인류를 전기시대로 접어들게 하였고 인간이 자연법칙을 뚫고 어둠을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 헤르츠가 실험을 통해 손가락만 한 크기의 불꽃을 발견하고 빛과 전기, 전기와 자력으로 전자기력을 통일하자 인류 문명은 기하급수적으로 진보하게 되었다. 이렇듯 문명은 수학을 낳았고 수학은 문명을 움직였으며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해 서로 상생 관계로 나아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식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러한 여정을 담은 지식서로, 숫자 몇 개와 자음, 모음으로 구성된 간단한 기호들로 인류가 어떻게 우주의 섭리를 밝혀내고 문명을 이룩해나갔는지 그 숭고한 과정을 담아내고자 한다.

 

 

 

20세기 3차 과학기술혁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은 컴퓨터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우리는 가상 네트워크에서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를 즐겼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AI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고, 이는 본질적으로 컴퓨터에 의해 이루어졌다. 완전한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이진 코드에 둘러싸일 것이다. 아마도 먼 훗날의 인류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계산법을 의심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과연 1+1=2일까? / 27p

 

 

 

  책 속에 담겨 있는 일부 공식의 탄생 과정에는 뜻밖의 재미있는 사실이 많다. 고등학생 시절, 나를 숱하게 괴롭혔던 미적분이 실은 전쟁의 영웅이자 발이 빠르기로 유명한 아킬레스가 거북이와 달리기 시합을 하면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한 한 궤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오일러의 공식은 18세기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7개를 중복 없이 건너기 위한 관광객들의 수수께끼 속에서 탄생되었다는 것. 페르마의 정리는 나는 절묘한 증명 방법을 찾았지만 이 책의 여백이 부족해 쓰지 않는다며 허풍을 친 괴짜 페르마로 인해, 무려 358년 동안 이를 증명하고자 도전장을 내민 수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마침내 탄생되었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어찌 되었든 그의 허풍으로 인해 수학의 역사는 실로 눈부신 발전을 일궈냈고, 설혹 실패를 맛보더라도 수학자들의 실험정신을 자극했으며, 단순한 수학자들이 영리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수학과 과학사에 있어서 큰 의미로 남았으니 말이다.

 

 

 

100여 년 후에야 캐번디시는 비틀림 저울을 이용해 중력 상수를 구하는 데 성공하였는데 이로써 만유인력 법칙은 완벽한 식으로 성립될 수 있었다. 중력 상수를 구하지 못했다면 만유인력 법칙은 그저 쓸모없는 이론으로만 존재할 뿐 그 응용의 가치를 잃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이론은 이론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살면서 궁금해하는 일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학문에서 응용이 이뤄져야 인류에 길이 남을 이론이 된다. 이런 점에서 만유인력 법칙의 진정한 의미는 중력 상수 G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95p

 

 

오일러 공식은 마치 한 줄의 아주 완벽하고 간결한 시와 같다. 수학의 아름다움은 수학자들이 신이 창조한 공식, 우리는 그것을 보고만 있을 뿐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평할 정도다. 이 공식은 수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는데, 예를 들면 삼각함수, 테일러급수, 확률론, 군론 등 다수가 있다. 수학의 왕자 가우스조차 오일러를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은 평생 일류 수학자가 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 밖에 오일러 공식은 전자기학, 양자역학 같은 물리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 115p

 

 

찰스 퍼시 스노는 두 가지 문화와 과학혁명이라는 책에서 열역학에 무지한 인문학자와 셰익스피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과학자, 모두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열역학의 법칙을 열심히 배우고 열역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스노의 말에 분명히 수긍할 것이다. 특히 엔트로피라는 단어는 우주발전의 본질과 인간운명의 결말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 153p

 

 

 




 

 

 

 

  책의 구성 중에 하나인 응용편에서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 기계, 디지털 시대의 초석이 된 주요 공식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1G, 2G, 3G는 물론 4G, 5G를 넘어 미래의 6G, 7G까지 아인슈타인의 E=mc2에 비견될 만큼 인간의 생활상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데 기여한 섀넌의 공식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비록 과학 기술의 부정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대문명을 보호하는 데 단초가 된 탄도 계수, 산업혁명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시계를 완성시킨 후크의 법칙, 아주 작은 차이가 큰 오류를 낳는다는 뜻의 나비효과를 증명한 카오스 이론, 비트코인의 초석이 된 타원곡선 방정식도 설명하고 있어 우리의 지적호기심을 자극한다.

 

 

 

영국 과학저널 물리세계에서 선정한 가장 위대한 공식’ 10개 중에는 유명한 E=mc2, 복잡한 푸리에 변환, 간결한 오일러 공식 등이 포함되었는데 맥스웰 방정식이 1위로 가장 위대한 공식이 되었다.

모든 사람이 이 공식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공식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격을 느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완벽한 방정식을 추론해 낼 수 있었을까?’라는 감탄을 뱉어낼 것이 틀림없다. 이 공식은 전기장의 가우스 법칙, 자기장의 가우스의 법칙, 패러데이의 법칙과 앙페리의 법칙을 융합하여 전기장과 자기장의 상호전환에서 발생하는 대칭성을 완벽하게 제시하여 전자기장을 통일시켰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어떤 전자기 현상도 이 방정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 189p

 

 

왜 물리학자들은 굳이 대통일이론을 추구하는 것일까? 뉴턴이 만유인력과 운동의 법칙을 발견했을 때, 역학을 기초로 한 증기기관과 같은 현대 기계의 원리가 파생되었다. 또한 맥스웰이 전기학과 자기학을 전자기학으로 통일했을 때 인류는 발전기를 배웠고 아인슈타인은 좁은 의미의 상대성이론을 이용해 시공간과 질량을 통일한 뒤 원자력 이용의 시대를 열었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인류가 하나의 자연력을 통일하거나 통제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비약적으로 전진해 나갔다. / 264p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자 아폴로니우스가 정립한 원추곡선 이론은 천년 후 독일 천문학자 케플러가 비로소 행성궤도에 적용할 수 있었고, 가우스가 일생을 힘썼던 비유클리드 기하는 넓은 의미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열쇠가 되었다. 지렛대 원리, 뉴턴의 3대 법칙, 맥스웰 방정식, 섀넌 공식, 베이즈 정리 등에 따라 인류는 중기시대, 전기시대, 정보시대, 나아가 인공지능의 시대로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 저자는 이 모든 게 공식덕분이라고 단언한다. 지금 당장은 유용성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울지 몰라도 수백 년, 심지어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서도 공식은 영원할 거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무엇보다 공식이야말로 가장 간단하지만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이기도 하다는 책 속의 글귀는 우리가 왜 수학을 배워야 하며 과학을 이해해야 하는지를 새기게 한다. 그저 시험을 잘 치기 위해 익혀야 할 도구가 아니라 이것이 어떠한 이유로 탄생했고,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게 된다면 우리가 공식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수학과 과학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렵다는 이유로 알기를 꺼려하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을 만난 것 같아 왠지 뿌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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