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보고서 -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천재들의 비밀코드
스콧 배리 카우프만.캐롤린 그레고어 지음, 안종희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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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든지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고 창의성을 나만의 무기로 만드는 법!





  우리는 흔히 많은 지식을 암기하며 학습 능력이 높은 이들을 천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피카소 등 소위 천재라 불렸던 이들은 남과 다른 생각으로 여러 난제들을 해결하고 전에 없던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창의적인 사람들에 가깝다. 그렇다면 창의성란 과연 무엇일까? 창의성에 관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책 『천재 보고서』에 따르면, 창의성은 하나로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다면적이고 복잡한 특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한때 ‘우뇌’를 개발하면 창의성이 높아진다 하여 관련 교수법이나 서적이 상당수 등장한 적이 있는데, 뇌 전체를 유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에 따르면 다소 단순한 접근법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저자인 스콧 배리 카우프만과 캐롤린 그레고어는 창의성이 지닌 다면적이고 복잡하며 모순적인 요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또 그것을 생활 습관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역시 얼마든지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사람들이 지닌 10가지 특징을 통해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삶의 태도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창의적인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내 안의 관성을 깨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자.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고 창의성을 나만의 무기로 만드는 법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도로 창의적인 사람들이 지닌 10가지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상상 놀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우리는 나이가 들기 때문에 놀이를 멈추는 것이 아니다. 놀이를 멈추기 때문에 늙게 되는 것이다.”고 말한 적 있다. 비디오게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개발한 미야모토 시게루 역시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과 탐구심’ 즉, ‘놀이’에서 자신의 창작 동력을 찾은 바 있다. 상상놀이는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유연한 두뇌 성장에 기여한다고 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서 진지함과 재미, 즐거움을 균형 있게 맞추는 법을 아는데, 놀이하듯 일하는 방식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궁리할 때 가볍고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고,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갈되지 않고 오랜 시간 계속 일할 수 있는 동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아이들이 놀이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지지해주는 어른이 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에 따르면, 가상 놀이를 많이 장려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가 자주 아이들과 대화하고, 잠자기 전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연이나 사회문제에 관해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부모인가, 자주 생각해봐야겠다.




“어떤 분야에 진정으로 탁월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일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 91p



연구에 따르면, 거의 모든 사람이 많은 시간을 미래에 대한 공상에 자연스럽게 할애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목표에 더 다가가도록 도와준다. 적극적인 공상가들은 흔히 자기 삶의 창조자이자 주인공이라고 느낀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대로, 그들은 “삶을 예술 작품으로” 만든다. 내적인 의식 흐름을 자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세계를 개인적으로 성찰하고 미래의 자아상을 그려본다. / 103p



고독한 성찰의 시간이 창의적인 마음의 진정한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은 학문적으로 확인되었다. 고독할 줄 아는 능력은 성공적인 창작자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자질이다. 그들은 일상생활과 사회적 관계의 분주함에서 떠나 다시 자신과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독은 단순히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성찰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며 의미를 찾기 위해 필요한 마음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 120p












  이 외에도 몰입을 경험하게 하는 열정, 공상, 고독, 직관, 경험에 대한 개방성, 마음 챙김, 민감성 등 다양한 요소들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창의적인 성취는 인지 능력보다 배우고 발견하려는 욕구와 훨씬 더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지적 수준이 아니라 알고자 하는 욕구, 다양한 관심사, 경험에 열려 있는 개방적인 태도,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전환하는 자세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직감과 내적 인식, 곧 어떤 행동을 하도록 몰아가거나 갑자기 관점을 바꾸게 하는 무의식적 간섭은 삶을 이끄는 힘이다. 스티브 잡스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무의식의 힘을 처음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잡스는 직관을 “지성보다 더 강력한 힘”이라고까지 말했다. / 139p



퓰리처 수상 작가 펄 벅이 말했듯이, 고도로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더 다채롭고 극적이며 비극적이고 아름답게 보인다. 민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주변 환경에서 놓치는 사소한 것들을 포착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저 무질서해 보이는 것에서 패턴을 보고,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것에서 의미와 은유를 찾아낸다. 이런 유형의 성격이 창의적인 표현의 동력이 되는 것도 놀랍지 않다. 창의성을 어떤 식으로든 ‘점을 연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민감한 사람들은 더 많은 점을 보고 그것을 연결할 기회가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한다고 볼 수 있다. / 228p



아동기는 민감성이 개인의 일평생에 걸쳐 어떤 양상을 떨지 결정되는 데 중요하다. 긍정적이고 북돋우는 환경에서는 자극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성과 민감성이 지적 호기심과 학습에 대한 강한 흥미를 촉진하고 교사와 멘토에 대해 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민감성이 부정적인 아동 환경과 만나면 부정적 감정, 우울, 행동 억제 성향을 유발할 수 있다. / 239p




  창의성은 무언가를 혁신하거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창의성은 결국 내 삶에 꼭 필요한 태도다. 이것이 삶의 모든 상황에 창의적인 정신으로 접근하기를 독려하는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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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전나무의 땅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7
세라 온 주잇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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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몫의 삶을 일구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잔잔하지만 그 안온함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소설!







  ‘고아하다’는 표현만큼 이 책과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뾰족한 전나무가 늘어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더닛 랜딩’을 배경으로, 자연과 합일하여 작지만 단단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시종 섬세하고 우아한 필치로 엮은 작품이다. 특별한 주인공이나 어떠한 극적인 사건도 없지만, 작가인 세라 온 주잇은 자기 몫의 삶을 일구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말로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마을과 그 주변을 진심으로 알아가는 것은 

꼭 한 사람과 관계를 다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 9p





  어느 6월 저녁, 한 승객이 홀로 증기선 선착장에 도착한다. 메인주 동쪽 바다에 접한 바닷가 마을 더닛 랜딩에 마음이 이끌린 승객은 이곳에서 하숙하며 여름 한 철을 보내기로 한다. 약초 전문가인 토드 부인의 아담한 집에서 하숙하게 된 이 손님은 마을 사람들과 하나둘씩 안면을 틔우며 더닛 마을이 주는 아늑한 느낌에 점차 동화되어간다. 그렇게 소설은 한 이름 모를 화자의 시선에 포착된 마을 풍경과 이곳에 뿌리 내린 존재들, 살며 사랑하며 고유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생의 면면들에 주목한다.





토드 부인이 우리 이웃의 역사를 전부 이야기해주었다. 같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인의 말을 빌리자면 “저마다 고생을 잔뜩 하고 그 고생의 명암을 전부 깨우칠 때까지” 함께했다. / 23p



“올바른 방향으로 진실을 추구하지 못했어요. 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요. 날 비웃는 사람들은 내 사상이 얼마나 굳건한 근거에 기반하는지 잘 몰라.” 선장은 저 아래 마을을 향해 손을 저었다. “저기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우주를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지요.” / 30p



이렇게 삭막한 환경에서는 분명 오후의 방문과 저녁의 잔치가 드문 계절이 있을 터였으나 블래킷 부인은 자기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단순한 자기 이해를 넘어서서 한 사람이 사회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만의 몫을 감사히 여겨온 사람이었다. / 66p



뾰족한 전나무로 둘러싸인 정상에서 섬 전체를 내려다보고, 이 섬과 조금씩 엿보이는 다른 수백 개의 섬을 둘러싼 바다, 육지의 해안과 저 멀리 수평선까지 조망했다. 문득 광막한 세상을 감각할 수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시야를 막거나 몸을 에워싸지 않았으니까. 탁 트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이런 자유로운 시공간적 감각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세상에 이렇게 풍경 좋은 곳은 없을걸요.” 윌리엄이 자랑스레 말했고, 나는 서둘러서 진심 어린 찬사를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난 적이 없는 꼬마에게 어울리는 말이었지만, 나고 자란 거친 땅을 소중히 여기는 그를 보면 누구든 애틋함을 느꼈을 것이다. / 73p










  『뾰족한 전나무의 땅』이 빛나는 지점은 더닛 마을의 사람들에게 있다. 화자는 약초를 이용해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돌보는 토드 부인에게서는 사려 깊은 마음을, 리틀 페이지 선장에게서는 뱃사람 특유의 원대하고 용감하며 진득한 성정을, 블래킷 부인에게서는 서로가 절실한 이웃들에게 부족한 것들을 돌봐주려는 다정한 이타심을 엿본다.




  그 중에서도 작은 섬에 홀로 틀어박혀 은둔자의 삶을 선택한 조애나가 눈길을 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고 품었던 끔찍한 생각 때문에 신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 조애나는 평생 홀로 살기로 작정하는데, 이 가엾고 기구한 운명에 사로잡힌 여인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 삶을 향한 고집스러운 신념과 독립성을 향한 용기에 삶을 수용하는 또 다른 방식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그들 나름의 사연과 생각을 지닌 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간다. 덕분에 독자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감사히 여기면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봐, 역사를 공유하는 오랜 친구와 이야기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라니까. 요즘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것 같은 낯선 사람들이 참 많이 보여. 대화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하는 말마다 부연 설명을 해야 하고, 그러면 사람이 기진맥진해지고 말아.” / 95p



“지난번에 이 길로 왔을 때 이 나무가 풀이 죽어서는 축 처져 있더라고. 다 자란 나무들은 그럴 때가 있어. 사람이랑 똑같아. 그러다가도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운 방향으로 뿌리를 내려 용감무쌍한 정신으로 다시 살아가기 시작해. 물푸레나무는 이따금 우울에 사로잡혀. 다른 나무들처럼 굳세지 못해서.” / 143p



“바위를 뚫고 자라나는 건강하고 씩씩한 나무도 가끔 있지.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거야.” 토드 부인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헐벗은 돌투성이 언덕 꼭대기 같은 곳, 기름진 흙이라고는 싹싹 그러모아도 외바퀴 수레 하나 못 채우는 곳에서 바싹 마른 여름을 지나면서도 푸르른 우듬지를 자랑하지. 돌에 귀를 대보면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릴 거야. 그런 나무는 자기만의 샘을 지니고 있거든. 그런 나무를 똑 닮은 사람들도 있고.” / 143p










  푸른 언덕 위에서 바다 너머의 수평선을 바라보듯 휴식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잔잔하지만 그 안온함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소설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즐거움을 찾고 싶은 날엔 이 책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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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고 싶은 가장 좋은 말 - 아빠가 알려주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이길환 지음 / 다른상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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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마음으로 읽었고, 두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으로도 읽었다!

자녀가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아빠의 진솔하고도 다정한 조언들!






  내 목소리가 아이에게 온전히 가 닿지 않을 날을 상상하곤 한다. 아이의 자아가 부모의 존재감보다 커질 때, 부모의 말이 모두 잔소리로 여겨질 때쯤이면 하고 싶은 말보다 삼켜야 할 말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가진 말의 무게를 보다 소중히 여기려 한다. 어쩌면 아빠가 딸에게 쓴 이 책도 그러한 마음으로 쓴 것은 아닐까. ‘딸아’ 하고 아이를 부르며 시작하는 각 장의 글귀들에 문득문득 뭉글해지는 것은, 말로 다 전하지 못할 딸을 향한 염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가렴



  부모가 언제 어떻게 말을 건네느냐에 따라 아이의 오늘과 내일이, 그리고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딸에게 주고 싶은 가장 좋은 말』은 아빠가 딸에게 알려주고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말들을 담은 책이다. 일, 돈, 사랑, 관계, 행복, 꿈 등 사랑스러운 딸을 위해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고르고 골라서 쓴 글귀가 페이지 곳곳에서 빛난다. 나 역시 두 아이를 둔 부모여서일까, 내 아이에게도 들려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읽다보니 하나하나가 다 귀하게 느껴진다.




  행복과 불행 중에 우리는 무엇을 더 잘 기억할까?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했던 순간보다는 실수나 후회하는 순간을 더 많이 떠올린다. 실수에 빨리 대처하거나 회복하는 능력이 부족한 어릴 때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저자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의 책 『마음의 지혜』에서 이런 말을 빌려온다. “행복은 전반적인 만족도의 평균을 계산하고, 불행은 구체적인 사례를 찾는 것이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각 패턴이다.” 우리가 행복을 묻는 말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의 삶 전반’을 떠올리기 때문이라고. 일상 곳곳에 소소한 행복이 넘쳐 나는데도 전체적으로 보면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린다고. 그렇게 곳곳에 있는 작은 행복들을 점점 잊고 살아가는 반면 ‘구체적인 사례’로 연상되는 불행은 버튼만 누르면 둑 터진 듯 금방이라도 쏟아낼 수 있는 거라고 말이다.



  때문에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저자는 그러려면 일단 자신의 ‘관심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상에서 무심코 흘려보내는 관심사에 행복이 숨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한 번이라고 눈길이 가는 대상이나 일이 있다면 한 발짝 더 다가가 손으로 느끼고 만져보고 경험해보면서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즐겨보라고 말한다. 부디 즐거운 일을 찾고, 그 일에 몰입하며 행복에 더 마음을 두길 바라는 아빠의 이 진솔한 마음이 곧 우리의 마음 아닐까.




딸아, ‘처음’이라는 생각에 찾아드는 불안은 그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해. 더군다나 시작하기도 전에 겁을 먹는다면, 정작 잘 해낼 수 있었을 일을 망쳐버릴지도 몰라. 일단 네게 닥친 일은 뭐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렴. 그런 마음가짐이라야 너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어.

어떤 일의 시작을 준비하는 너는 이미 뭐든 잘하는 사람이야. 그러니 망설여진다면 일단 행동하는 것이 해결법이란다. / 55p



딸아, 결국은 일을 제대로 살피고, 주변의 사람을 본다면 어느 곳에서든 성장할 수 있어.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은 안주하려는 네 마음이란다. 큰 도약만이 성장은 아니야. 일에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통찰력을 얻고, 사람에게서는 삶의 지혜를 얻기를 바란다.

그래, 맞아. 성장할 수 있는 곳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야. / 68p








   어느 날, 랍비가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시켰다. 그러자 하인은 곧장 시장으로 가서 혀를 사 왔다. 이틀쯤 지나 이번에는 가장 맛없는 음식을 사 오라고 시키자 이번에도 하인은 혀를 사왔다고 한다. 랍비가 왜 모두 혀를 사왔느냐고 묻자, 하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혀는 아주 좋으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반대로 나쁘면 그보다 나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 훌륭한 말이다. 저자는 이 랍비의 이야기를 통해 딸에게 전한다. 사람이 주고받는 말에는 생각보다 강렬한 감정이 실려 있어서 쓰는 단어, 억양, 말하는 자세에 따라 대화의 분위기가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고. 이렇게 혀로 내 뱉는 말은 한없이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한없이 끔찍한 것일 수도 있다. 부쩍 말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이 좋은 말이 전하는 힘을 믿고 다정한 언어로 따스함을 전하는 사람을 곁에 두길 나 역시 바라본다.




딸아, 할 수 있는 일을 되도록 많이 찾되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렴. 그렇게 내면의 무한한 가능성을 마음껏 펼쳐보는 거야. 그리고 비로소 삶의 어떠한 장이 펼쳐지더라도 자신만의 그림을 꿋꿋하게 그릴 수 있기를. / 88p



내 편이라 여겼던 이들이 네 곁을 떠나더라도 괜찮아. 그렇게 소란스러웠던 주변이 조용해지고 너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게 되면, 처음엔 괴롭더라도 곧 깨달을 수 있을 거야. 스스로를 돌아보고 비로소 너 자신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을 말이야. 모든 문제의 답은 외부가 아닌 내면에 있기에, 그 누구보다 친해져야 하는 존재는 자기 자신이란다. / 121p



만약 조금이라도 후회하는 마음이 든다면, 지금 당장 휴대전화를 들어 메시지를 쓰렴. 망설이는 와중에 가장 적절한 때는 바로 ‘지금 당장’이란다. 때를 놓친 세배가 가족에게 웃음을 선물했듯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데 ‘적절한 때’는 있어도 ‘너무 늦은 때’는 없어. 시의적절하게 상대에게 전해지는 감정은 그 울림이 더욱 크다는 것을 명심하렴. / 179p



한번 일어난 불꽃 같은 감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있어. 바로 글쓰기야. 글 쓰는 과정을 한번 생각해보렴. 머릿속으로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고, 자연스러운 문장구조를 찾아 배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그래서 사람은 글을 쓰는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돼. 즉, 글쓰기는 분노로 어지러워진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효과가 있단다. / 248p












  이처럼 이길환 작가는 책 속의 글귀가 딸의 인생에 나침반 속 침이 되어 자신만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삼고, 성장을 재촉하는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잡고 여유를 찾기를 독려한다. 무엇보다 어떤 일이든 우선순위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 무턱대고 남을 따르기보다는 내재적 동기에 소리를 기울이며 자신의 마음을 따라 살기를 소망한다.




  딸의 마음으로 읽었고, 두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으로도 읽었다.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삶에 꼭 필요한 지혜를 자녀에게 전하고픈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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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시선
이재성 지음 / 성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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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를 바라보다 그 너머의 우주를 끌어안게 되는 마음!

순간과 순간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 스무 살 시인의 순수한 감수성!







  아, 이분이구나. SNS에 자작시를 연재한다던 소개글을 읽고 접속했더니 안면이 있는 시인이다. 스무 살의 앳된 청년이라 눈길을 끈 것도 있지만 꾸준하게 시를 써온 성실함에 한 번 더 시선이 갔던 것 같다. 무엇보다 고3이 될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해 온 이력을 뒤로 하고 시인이 된 데에는 그만큼 누구에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과 감정들이 있었을 텐데, 시가 그의 언어가 되고 위로와 응원이 되었을 것을 상상하니 여운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스무 살의 시선』은 이재성 시인이 SNS에 연재한 시들을 엮은 첫 시집이다. 스무 살 특유의 풋풋한 영혼의 맛을 담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연과 자아, 사물과 사람, 꿈과 현실, 변화와 성장 그 사이에서 시인이 고뇌하고 느낀 것들을 담백하게 표현한 시들이 눈에 띈다. 특히 자연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한 시들이 와 닿는다. 짙은 어둠 속에서야 보다 환하게 빛날 수 있는 별을 위해 일찍 불을 꺼두려는 시인의 순수한 마음과, 한평생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고목을 보며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는 오늘을 다짐하는 모습에서 온 우주가 성찰의 무대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여유


(중략)

별들은 매일 밤

밤하늘을 쳐다볼

여유도 없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별들이 도시를 떠나는 이유다... / 45p




사포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거칠고 까칠한 면으로


나를 긁어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내게 상처를 입히려

끊임없이 나를 무시하고 깎아내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나를

긁어대고 깎아내릴수록


‘나’라는 작품이

점차 완성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 76p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날을 세운 말, 무심한 듯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긁어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시인은 그런 사람들에게서 ‘사포’의 거친 면을 바라본다. 그는 말한다. 어차피 내게 상처를 입히려 끊임없이 무시하고 깎아내릴 사람들이라면, 긁어대고 깎아내릴수록 ‘나’라는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거라 생각하자고. 타인에 의해 쉽게 마음을 닳곤 하는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다.











시인의 계절


시인은

가을을 좋아한다


봄 여름 겨울에는

시인이 시를 쓰지만


가을엔

가을이 직접 시를 써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이 시를 써 줄

시인들이 줄어들수록


가을도 점점

짧아져 간다... / 62p




  순간은 금세 흩어지고 말지만 시인은 그것을 언어로 붙드는 타고난 감각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과 순간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 스무 살 시인의 순수한 감수성에 덩달아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별 하나를 바라보다 그 너머의 우주를 끌어안는 마음이 되고 마는 이 시집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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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퐁
이유리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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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사랑스럽고, 명랑한 이별의 언어들이라니!

이별을 이야기하면서 끝내 사랑을 말하는 이유리 작가의 작품 속으로 경쾌하게 다이브할 것!






  나 오늘 비눗방울 되는 약 먹었어. 

  표제작 「비눗방울 퐁」에는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고 싶어 기어이 비눗방울이 되기로 결심한 유현과 이제 혼자 남겨질 연인, 수정이 등장한다. 깔끔하게 흔적도 없이 퐁, 하고 사라지고 싶다던 유현 앞에서 어안이 벙벙해진 수정은 고통스럽지만 다툼과 미움으로 얼룩질 이별이 아닌 평화로운 이별을 선택하기로 한다. 게다가 생애 마지막으로 옛 여자친구였던 혜령의 부모님이 보내주셨던 달큰한 참외를 꼭 다시 맛보고 싶다던 유현을 위해 혜령을 수소문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예정된 이별, 언제 어느 틈에 사라질지 모를 이별의 시간을 무용한 듯 무용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참외를 먹으러 강릉으로 향한다.




  문득, 사랑은 ‘계속해서 비눗방울을 부는 것’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기억난다. 부풀고 부풀어 오르다 기어코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 비눗방울처럼, 애초에 이토록 불완전한 것인 줄 알면서도 계속해서 비눗방울을 불고 싶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랑에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비눗방울 퐁」에서 수정은 유현이 언제 비눗방울이 되어 사라질까 전전긍긍하는 대신 혜령을 도와 감자밭에서 묵묵히 감자를 캔다. 이 남자와 다 하지 못한 사랑을 후회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감자를 삼키며 뜨거운 것이 뱃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집중한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그저 경쾌하게, 퐁. 이별은 ‘너를 쓴 문장들을 삭제하고도 다시 완연해진 서사로서의 나를 save하는 이야기’라던 박서련 작가의 발문처럼, 작가 이유리는 이별이 이처럼 명랑한 것일 수 있다면 새롭게 써 나갈 나의 이야기도 더없이 명랑해질 수 있지 않을까를 기대하게 한다.





유현도, 혜령 씨도, 곧 벌어질 일들과 찾아올 슬픔도 모두 사라지고 단지 이 땅속에 파묻힌 감자들과 나만이 있었다. 여름 내내 혜령 씨와 이 땅이 구슬땀을 흘리며 함께 키워 낸 감자알을 캐내는 일, 그것만이 나에게 주어진 일이었다. 나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일했다. 어느새 쨍쨍해진 햇빛이 푹 숙인 목덜미를 달달 굽는 것이 느껴졌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일하는 사람의 목덜미를 갖게 될 거야. 올해 내내 새까만 목을 당당하게 내보이며 다닐 거야. / 「비눗방울 퐁」 중에서 272p



그야말로 경쾌하게도, 퐁.

참, 말도 없이 가네요.

혜령 씨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나는 분명 들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응 이제 됐어, 하고 낮게 중얼거리는 유현의 목소리를.

네가 됐다면 나도 됐어.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찐 감자를 입안 가득 물었다. 볼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뜨거웟지만 꾹꾹 씹어 꿀꺽 삼켰다. 뜨거운 것이 배 속에 가득 차는 기분, 그것이 지금 내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 「비눗방울 퐁」 중에서 278p











  『비눗방울 퐁』 속에 수록된 여덟 편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가장 흔한 이야기를 전혀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이유리 작가의 매력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기억-담금주’라는 독특한 설정의 소설 「담금주의 맛」이 인상적이었는데, 남편의 외도로 고통과 아름다운 기억이 뒤엉킬 때마다 스스로 유리병에 들어가 술을 담그듯 기억을 그 속에 녹여냄으로써 상처를 회복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시간이 흘러 지난날의 상처가 조금은 덤덤해졌을 즈음, 주인공은 오랜만에 담금주를 떠올리고는 그 속의 오묘하고도 신비한 빛깔과 무늬에 감탄하며 뜨겁게 한 잔 마신다. 그때 그녀가 자각한 건 내가 통과한 모든 순간들의 무늬였다. 이 아름다운 빛깔에서 내 삶을 다시 구원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포착해내는 작가라니, 아… 이 작가 좋다!



구멍이었다. 그저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했고 그 사이로 드나드는 시리고 싸늘한 바람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뭐지, 이게 무슨 일이지. 당황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얼굴이 축축했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 보고서야 알았다. 내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신호라도 되듯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이 터졌다. 나는 흑흑 흐느끼다가 종내는 끄억끄억 흉한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중에서 116p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다만 그것들이 저마다 고통스럽고, 끔찍하고, 몸서리쳐지게 싫다는 거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또한 동시에 아름다웠다. 그것들이 각자 지닌 무수한 색깔과 온기와 냄새, 그것은 모두 사는 동안 두 번은 가져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잡아 둘 수 없으나 잡아 둘 필요도 없는 그런 찰나의 반짝임들. 그 하나하나들은 사라지지만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존재하던 곳에서 잠깐 불려 나왔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것에 가까웠다. 내가 평생 들여다볼 수 없는 저 뒤편 어딘가에 영원히 남은 나의 일부들. 잊고 싶고 버리고 싶지만 아무래도 그럴 수가 없는 조각들, 부드러운 내면에 깊은 흔적을 새기며 끝내 나름의 무늬를 만들어 내는 까끌까끌한 알갱이들. / 「담금주의 맛」 중에서 173p

 


그거면 됐다. 더 바랄 것도 없고 더 바랄 수도 없다. 방법이 없다면 찾지 않으면 된다. 최소한 찾지 않는다는 것만은 스스로 정할 수 있으니까. 나는 서랍장 속에 굴러다니는 혜원의 안경을 볼 때마다 그런 말을 되뇌며 윗옷 앞섶을 길게 뺀다. 언제 혜원이 그걸 찾을지 모르니, 안경알을 잘 닦아 두려는 것이다. / 「보험과 야쿠르트」 중에서 200p

 


거길 돌아가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이미 한번 배제당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를. 그런데 이제 네 얘기를 들으니 알겠다. 나는 돌아가서 내 눈으로 보겠어. 시스템이 옳았는지 아닌지를. 그리고 옳지 않았다면, 싸우겠다. / 「달리는 무릎」 중에서 218p











  이토록 사랑스럽고, 명랑한 이별의 언어들이라니. 이별을 이야기하면서 끝내 사랑을 말하는 이유리 작가의 작품 속으로 경쾌하게 퐁, 다이브해보시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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