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시선
이재성 지음 / 성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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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를 바라보다 그 너머의 우주를 끌어안게 되는 마음!

순간과 순간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 스무 살 시인의 순수한 감수성!







  아, 이분이구나. SNS에 자작시를 연재한다던 소개글을 읽고 접속했더니 안면이 있는 시인이다. 스무 살의 앳된 청년이라 눈길을 끈 것도 있지만 꾸준하게 시를 써온 성실함에 한 번 더 시선이 갔던 것 같다. 무엇보다 고3이 될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해 온 이력을 뒤로 하고 시인이 된 데에는 그만큼 누구에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과 감정들이 있었을 텐데, 시가 그의 언어가 되고 위로와 응원이 되었을 것을 상상하니 여운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스무 살의 시선』은 이재성 시인이 SNS에 연재한 시들을 엮은 첫 시집이다. 스무 살 특유의 풋풋한 영혼의 맛을 담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연과 자아, 사물과 사람, 꿈과 현실, 변화와 성장 그 사이에서 시인이 고뇌하고 느낀 것들을 담백하게 표현한 시들이 눈에 띈다. 특히 자연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한 시들이 와 닿는다. 짙은 어둠 속에서야 보다 환하게 빛날 수 있는 별을 위해 일찍 불을 꺼두려는 시인의 순수한 마음과, 한평생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고목을 보며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는 오늘을 다짐하는 모습에서 온 우주가 성찰의 무대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여유


(중략)

별들은 매일 밤

밤하늘을 쳐다볼

여유도 없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별들이 도시를 떠나는 이유다... / 45p




사포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거칠고 까칠한 면으로


나를 긁어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내게 상처를 입히려

끊임없이 나를 무시하고 깎아내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나를

긁어대고 깎아내릴수록


‘나’라는 작품이

점차 완성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 76p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날을 세운 말, 무심한 듯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긁어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시인은 그런 사람들에게서 ‘사포’의 거친 면을 바라본다. 그는 말한다. 어차피 내게 상처를 입히려 끊임없이 무시하고 깎아내릴 사람들이라면, 긁어대고 깎아내릴수록 ‘나’라는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거라 생각하자고. 타인에 의해 쉽게 마음을 닳곤 하는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다.











시인의 계절


시인은

가을을 좋아한다


봄 여름 겨울에는

시인이 시를 쓰지만


가을엔

가을이 직접 시를 써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이 시를 써 줄

시인들이 줄어들수록


가을도 점점

짧아져 간다... / 62p




  순간은 금세 흩어지고 말지만 시인은 그것을 언어로 붙드는 타고난 감각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과 순간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 스무 살 시인의 순수한 감수성에 덩달아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별 하나를 바라보다 그 너머의 우주를 끌어안는 마음이 되고 마는 이 시집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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