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7 : 수군수군 호모 사피엔스 - 어린이를 위한 호모 사피엔스 뇌과학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정재승.차유진 지음, 김현민 그림, 백두성 감수 / 아울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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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가 인류의 생존 전략이었다고?

개성 만점 호모 사피엔스들의 인지 혁명 이야기!

 

 

 

  몇 달 전사피엔솔로지(송준호흐름출판)를 통해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 약진한 비결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가설을 읽게 되었다그 중 하나가 바로 가십 가설이었다영장류는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그루밍이라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호모사피엔스는 인구 대비 그루밍에 필요한 시간이 한계선을 넘어서자 그 대안으로 언어라는 소리 그루밍을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호모사피엔스는 육체적 그루밍을 소리 그루밍으로 바꾸면서 한 집단의 크기를 150명까지 확장할 수 있었고이때 단순히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신변 잡담과 가십 혹은 뒷담화 같은 수다로 집단의 결속을 다짐으로써 인류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이 책만이 아니라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자미라 엘 우아실원더박스)에 따르면 인류는 생존과 진화를 위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이를 통해 발달을 크게 가속화시킬 수 있었다고도 전한다우리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비로소 인간이 된 유인원인 셈이다.

 

 

 

인지 혁명의 결과가 만들어낸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우리는 그간 <인류 진화도>를 통해 우리 종의 진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품고 있었다진화가 유인원에서 현생 인류로 선형적으로 발전한 데다 과거의 인류보다 뇌의 크기가 커서 지금의 문명을 이룬 것처럼 설명되곤 했는데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최근 수많은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과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이를 인지 혁명이라 부른다.

 

 

 



 

 

 

 

  약 7~3만 년 전호모 사피엔스의 사고방식과 의사소통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사건으로인지 혁명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들은 주변 세계의 객관적인 사실뿐만 아니라 상상 속의 세계까지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또 이전보다 언어가 더 자유롭고 유연해져서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표현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특히, ‘소문은 호모 사피엔스들의 생존 전략으로 집단에 도움이 되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거르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말마따가 또 거짓말했군.”

거짓말이라고?”

라세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말마따는 거짓말 때문에 마을에서 쫓겨났다사자 신에게도 거짓말한 거다.”

말마따 말은 아무것도 믿지 마라.” / 66p

 

 

쿠슬미는 네안에나들이 사랑엔스들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사랑엔스 꼬마는 자신의 무리가 된 모로에게 미니 망원경과 붉은 돌을 교환하자고 했었다.

그땐 두 발 생명체가 자그마한 돌멩이 하나를 교환하게 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수만 년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자신의 무리뿐만 아니라 다른 무리와도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며 교류하게 되었다니두 발 생명체의 변화는 목격할 때마다 놀라웠다. / 78p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7: 수군수군 호모 사피엔스는 이처럼 호모 사피엔스가 고도의 문명을 이룰 수 있는 배경이 된 인지 혁명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어린이 지식교양동화책이다라세티빠다쿠슬미말더 다섯 명의 외계인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낯선 인류의 조상과 만나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통해호모 사피엔스들이 수만 년 전에 어떻게 신체와 행동 양식을 발전시켰는지 살펴볼 수 있다무엇보다 만화와 이야기학습이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어 흥미는 물론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과거를 과학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까지 기를 수 있어 만족스러운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전권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으로부모도 꼭 함께 읽어보고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추천드린다특히 역사와 과학을 동시에 아우르는 어린이 지식교양동화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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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될 시간 - 고립과 단절, 분노와 애정 사이 '엄마 됨'을 기록하며
임희정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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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공감했고먹먹했다!

엄마라는 이름의 서사를 써 나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벌써 4년 전이라니무심코 책장에 손을 뻗어 임희정 작가의 첫 에세이를 꺼내들었다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 이 강렬한 문구 하나가 아직도 이토록 생생한데첫 발행 일자를 보니 무려 4년 전이다그 사이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가난해서 미안했고 원망해서 죄송했던부모와 자식이란 이름의 삶의 궤적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첫 에세이의 기억을 뒤로 하고두 번째 에세이에서는 고립과 단절분노와 애정 사이에서 홀로 분투했던 엄마 됨을 기록한 글로 그녀는 또 다시 나의 마음을 두드렸다딸의 시선에서 부모를 바라보다 이제는 엄마의 시선에서 딸을 바라보는 이 시간의 흐름과 행적들이 익숙한 듯 또 눈에 밟혀서 읽는 내내 공감했고먹먹했다.

 

 

 

아이가 태어날 때 나도 엄마로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여자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여자의 몸은 너무나도 정확하고 성실하게 젖먹이 아이를 위한 엄마의 몸이 되고아이의 사소하고도 예민한 움직임조차 기민하게 반응하도록 세팅된다그런 가운데 분노와 애정이라는 양가감정에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다 내팽겨진 듯한 깊은 우울감에 사로잡히고희생과 헌신 혹은 무조건과 당연함이라는 모성애란 이름의 판타지 안에서 오늘도 자책과 후회를 곱씹고야 만다. ‘아이를 낳고 죽고 싶었다던 책의 첫 문장이 내 것처럼 무겁게 느껴진 이유는저마다의 이유로 홀로 고군분투하며 엄마라는 서사를 써내려가고 있을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매만져지는 까닭이다.

 

 

 

엄마가 된 나는 알게 되었다말하지 못하고 기록되지 못한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이 너무 오랫동안 저평가되었다는 것을그렇게 한 존재의 고된 삶의 시기가 통째로 단순화되었다열 달의 임신 기간 동안 겪는 몸의 변화와 출산의 고통미숙하고 혼란스럽고 고달픈 육아의 길고 복잡한 이야기가 아이의 성장과 함께 다 사라졌다.

갓 태어난 아이에 대한 말과 기록연구와 조사는 성장 시기별로 넘치는데 갓 태어난 엄마에 대한 관심과 고찰당사자의 생각과 이야기는 적고 감춰지고 미화되었다.

아이가 태어날 때 나도 엄마로 태어났다배 밖으로 나온 아이가 마주하는 모든 것이 낯설 듯 엄마가 된 내가 마주하는 세상도 다 생소했다. / 14p

 

 

아이를 낳고 죽고 싶었다. ‘낳고와 죽고’ 사이에 눈물 가득한 수많은 밤이 흘렀다나는 아이를 낳고 너무나 신기했고 행복했고 기뻤고 막막했고 슬펐고 아팠고 힘들었고 고통스러웠고 괴로웠고 그리고 죽고 싶기도 했다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이 옆에 죽음을 생각하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매일 나를 갈아 넣어 아이를 키우는 건 분명 고통이었다. / 22p

 

 

 




 

 

 

 

  출산하고 보니 아이를 왜 낳는지보다 왜 안 낳으려고 하는지를 더 잘 알겠다는 책 속의 글귀가 퍽 와 닿는다육아의 열 가지 고됨이 아이의 해맑은 미소 한 번으로 싹 날아가 버릴 때도 있지만아이가 주는 열 가지 행복이 단 한 가지 결정적 이유로 불행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무엇보다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엄마로서도 직장인으로서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듯한 죄책감과 고단함은 출산을 더욱 버겁게 만든다.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었지만 엄마가 되니 먼저 마음이 기운 것도 있었다던 그녀의 말처럼자꾸만 내 실력과 경력을 잊은 채 엄마라는 사실에 주눅이 들고예전엔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이제는 맘만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엄마라서 주저하게 되는 것들에 유독 마음이 쓰인다그래서일까, ‘엄마이면서 나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회복하려는 그녀의 분투를 응원하게 된다나를 비롯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 역시 자신의 선택과 삶을 긍정하되 저마다 가치 있는 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말하지 못하고 기록되지 못한 시간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영영 이해받지 못하고 나아가지 못한 채 반복된다.

여성이 겪는 임신과 출산과 육아가

개인의 영역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고통을 위한 이 기록이 누군가의 고통을

덮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 35p

 

 

엄마가 된 나는 요령을 피우기로 했다적당히 넘어가는 잔꾀가 아니라 일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이치와 삶의 가장 긴요한 골자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르는 요령 말이다예전엔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이제는 맘만 먹어서는 안 되는 일이 되어버렸으니까그러니 내가 가장 하고 싶고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로 선택한다나를 중심에 두고 삶을 선별하며 산다못한 거에 아쉬워하기보다는 내가 고른 거에 책임지고 즐기고 만족하려고 노력한다무엇보다 나를 소진하지 않고 남겨두는 하루를 살려고 한다. / 220p

 

 

 



 

 

 

 

  기억하자좋은 엄마란완벽한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그러나 자책하는 엄마도포기하는 엄마도 아니라는 것을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엄마는매순간 엄마라는 첫 경험을 한다익숙해지는 듯하다가도 어느 새 새로운 고민에 휩싸이고 스스로를 자책한다하지만 결국 타협하고 적응하게 되리라는 사실 또한 안다다만 그 속에서 질문하고생각하고열심히 살아왔던 나를 잃지 않기를나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이제 막 엄마라는 세계에 들어선 이들에게오늘도 부지런히 엄마라는 서사를 써나고 있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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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인물의 세계 : 역사를 이끈 리더들 - 완전 정복! 대한민국 VS 세계 위인 역사로 보는 인물의 세계
이은정 지음, 양미연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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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인물 역사서!

역사와 세계사를 이해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줄 책!

 

 

 

  초등 3학년을 앞두고 있는 첫째 아이가 예년에 비해 부쩍 역사와 세계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특히 분쟁 이슈나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자주 드러내곤 했는데그때마다 자신의 목숨보다는 자유와 인권 수호를 위해 애국에 앞장섰던 인물들의 행동에 특히 고무되는 듯했다이처럼 인물들의 성장과정그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았던 태도들은 아이들에게 큰 영감과 자긍심을 준다또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이해는 역사와 세계사를 이해하는 가장 든든한 토대가 되기도 한다.

 

 

 

  마침 크레용하우스에서 출간된 역사로 보는 인물의 세계역사를 이끈 리더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무엇보다 하나의 주제어를 통해 한국사 속 인물과 세계사 속 인물을 비교하여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정복이라는 주제어를 통해서는 광개토 대왕과 칭기즈 칸을, ‘지혜라는 주제어를 통해서는 선덕 여왕과 클레오파트라를, ‘통일이라는 주제어를 통해서는 문무왕과 진시황을, ‘평등이라는 주제어를 통해서는 전봉준과 넬슨 만델라를 함께 비교해봄으로써 인물과 시대적 배경을 보다 쉽게그러면서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 점이 특별하다.

 

 

 

광개토 대왕을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국강상은 왕의 무덤이 국강상에 있다는 뜻이고 광개토경은 땅을 널리 개척했다는 뜻이야평안은 나라를 평안하게 했다는 뜻이고 호태왕은 훌륭한 왕을 기린다는 의미지.

비문에 광개토 대왕은 영토만 넓힌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는 정치를 펼쳤다고도 새겨져 있어이것은 광개토 대왕이 사용했던 연호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연호는 임금이 즉위한 해에 붙이는 칭호인데 광개토 대왕은 영락이라는 연호를 사용했어영락은 백성들을 즐겁게 하리라라는 뜻이야. / 15p

 

 

몽골족을 통일한 테무친은 부족장 회의에서 몽골 민족 전체의 우두머리인 칸으로 임명되며 칭기즈 칸으로 불리게 되었어칭기즈 칸은 위대한 칸이라는 뜻이야칭기즈 칸은 통일된 몽골족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군사 조직을 정비하고 법령을 제정했어. / 19p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데다주제어에 초점을 맞추어 인물의 삶과 업적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인상적이다그런 가운데 진시황의 잔인한 품성과 폭압 정치가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인 분서갱유백인 우월주의를 앞세워 인종 차별 정책의 폐해를 남긴 나폴레옹을 통해 인물을 균형감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영광스러운 순간도그렇지 않은 순간도 역사라는 것을 알아야만 역사라는 긴 통로 속에서 오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우리 아이들이 꼭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폴레옹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아나폴레옹이 치른 전쟁으로 600만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또한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운 인종 차별 정책으로 아이티섬을 침공해 원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했고 원주민들의 저항이 심해지자 군대를 보내 원주민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어.

점점 권력에 집착을 보이지 시작한 나폴레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언론을 통제하고 검열을 강화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 했어. 20여 명 이상의 시민이 모이지 못하도록 하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일은 프랑스 혁명의 기본 정신인 자유와 평등박애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 / 63p

 

 

온몸이 불에 휩싸인 전태일은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어그리고 쓰러져 정신을 잃어 가는 순간에도 친구들에게 말했어자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 달라고 말이야. / 139p

 

 

 




 

 

 

 

  아이와 책을 읽으며 광개토 대왕이 정복한 요동 지역은 어디인지그리하여 고구려는 얼마나 넓은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 함께 찾아보았다개마무사의 모습을 복원한 이미지와 광개토 대왕비 실사도 찾아보며 시각적 이해까지 돕기도 했다여기에 QR코드를 찍으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독후활동지까지 따로 받아 볼 수도 있으니책을 다 읽은 후 꼭꼭 활용해봐야겠다초등 저학년부터 고학년에 이르기까지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인물 역사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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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경계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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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뼈아픈 우리 사회의 무거운 진실!

절망의 순간 속에서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삶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책!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범인은 스물여섯 살의 오노데라 케이치라는 남성으로제일 먼저 길을 건너던 26세 여성을 자신이 들고 있던 도끼로 공격한 다음여성을 구하려던 48세 남성을 무참하게 난도질하고이어서 도망치던 28세 여성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48세 남성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숨을 거두었고가장 먼저 공격당한 여성은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보도에 따르면 당시 범인은 짜증 나서 그랬다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면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었다고 진술했다 한다.

 

 

 

묻지마 범죄의 이면에 드리워진 현대 사회의 문제점

 

 

  잡지 기사인 쇼고는 우연히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사건의 범인인 케이치가 사건 발생 일주일 전까지 근무했다는 회사 사장의 인터뷰를 보게 되고케이치라는 남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가족이 없고 열여섯 살까지 시설에서 지냈다는 점그의 양팔이 좁쌀만 한 화상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는 점이 쇼고의 관심을 끈 것이다실은 쇼고 역시 시설에서 자란 데다어릴 때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해 팔다리 곳곳에 담뱃불에 지져진 자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치에게서 몇 년 전의 자신이 겹쳐 보였던 쇼고는 그 길로 케이치를 찾아가 그의 불행했던 과거를 담은 자서전을 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그렇게 쇼고는 케이치의 지난 과거의 행적을 추적하면서어쩌다 케이치가 교도소에 가고 싶어서 사람을 죽이고출소하면 또 그런 짓을 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사회를 증오하게 되었는지 끔찍하고도 무거운 비밀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애초에 나한테는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다고 할 만한 게 없어요기억하는 것도 없고 기억해 내고 싶은 것도 없고그래서 이쪽에 온 거니까요내 인생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거예요.”

네 인생은 교도소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쇼고가 물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전 이쪽에 있을 거예요아직은 죽기 싫으니까 사형이 나오지 않도록 처음부터 딱 한 명만 죽이자고 정해 놓고 시작한 일이었거든요.” / 168p

 

 

쇼고는 끝이 뾰족한 물건을 발견하기만 하면 자기 몸에 문신을 새겼다문신을 새기는 행위는 시설에서 나온 후에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스무 살쯤 되자 흉터는 대부분 문신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과거에 갇힌 채였다.

어떻게 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인가자신은 무의식중에 계속해서 그 답을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 234p

 

 

 



 

 

 

 

  한편절체절명의 순간에 범인을 막아선 한 중년의 남성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진 아카리는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사랑하던 사람과의 관계도 어긋나고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의 품에서 지내면서도 몸과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지 못한다그렇게 깊은 절망과 한탄에 빠져 자신을 공격한 범인을그리고 세상의 부조리함을 원망만 하며 지내던 아카리는 문득 아카리를 구한 남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떠올린다. “약속은 지켰다고… 전해 줘.” 남자는 대체 누구에게 이 말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아카리는 죽은 남자의 마지막 말을 상대에게 전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온전한 마음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남자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한다그 과정 속에서 아카리는 상처에 대한 원망과 미련이 아닌생에 대한 절박한 마음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깨달아간다.

 

 

 

의사 선생님한테 말해서 검사를 받았지만 시력에는 이상이 없대아마 정신적인 문제일 거라고그것뿐만이 아니야. TV 요리 채널에서 식칼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아소리 때문에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불을 끄거나 눈을 감으면 범인한테 공격당했을 때의 광경이 선명하게 되살아나서 미쳐버릴 것 같아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야코헤이가 알던 내가 아니라고!” / 113p

 

 

남들이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뒤집힐 것 같다고!” / 157p

 

 

나는 일면식도 없는 범인한테 공격당해서 크게 다쳤잖아아키히로 씨는 목숨을 잃었고그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면 세상에 나랑 상관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 않나 싶더라.” / 308p

 

 

 



 

 

 

 

  이처럼 죄의 경계는 야쿠마루 가쿠의 사회파 미스터리로무차별 묻지마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이다이야기는 범인이 묻지마 살인 사건을 벌이게 되기까지의 사연과묻지마 살인 사건에 휘말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한 남자의 사연을 두 가지 시선을 통해 쫓아간다그 과정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의 심리와 아동 학대방임소외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매우 심도 있게 그려간다그러면서도 자신이 처한 불우한 환경이 타인의 삶을 빼앗는 범죄를 정당화 할 수 없음을 전하는 책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죄의 경계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삶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저와 재판부를 비롯해 지금 이 법정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상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왜 그런 사건을 일으켰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피고인처럼 부모에게 학대당하고 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많습니다시설에서 나와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도 많고요피고인이 사건을 일으킨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모두가 당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편견을 갖게 될 겁니다.” / 445p

 

 

 

  촘촘한 이야기 구성에 내용도 다소 무거운 편인데도 단숨에 페이지가 넘어갈 만큼 흡인력이 높다여담이지만 오전에는 내가저녁에는 남편이 읽으며 함께 감상을 공유한 게 이 책이 처음이라 더 재미있게 읽었다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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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2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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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한 시즌을 정주행한 것 같은 강렬한 몰입감!

 

 

 

  여성 정치인인 엠마 웹스터가 살인 혐의로 기소되면서 세간에 충격을 준 지 6개월 뒤혐의의 유무죄를 밝힐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린다왕립기소청은 기자인 마이크 스톡스가 엠마의 명예를 실추시킬 만한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껴 그를 살인한 것으로 보고이에 유죄를 주장한다반면엠마의 변호인 측은 여성 혐오와 살해 협박에 지속적으로 시달린 여성 정치인이 사생활 침해의 위협을 느끼고 벌인 정당방위였음을 주장한다이어 관련 사건의 증인과 객관적인 증거를 설명해줄 법의학자들이 하나씩 소환되기 시작하고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때마다 엠마의 머릿속에서는 불안과 안도가 파도처럼 휩쓸고 지나간다과연 엠마는 바닥까지 추락한 자신의 명예를 지켜낼 수 있을까?

 

 

 

화려한 법정 공방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의 카타르시스

 

 

  『레퓨테이션명예』 2권은 자신의 명예가 한창 절정에 치달은 순간에 절대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주인공 엠마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치밀하고도 생생하게 묘사한다서로 다른 증언과 증거들이 쌓여가는 가운데소설은 재판의 향방이 어디로 흘러갈지 마지막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종 날선 긴장감을 앞세우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권력과 명예혐오와 증오비밀과 거짓이 난무하는 정치계의 그림자를 날카롭게 파고들어 한 편의 멋진 법정 스릴러로 완성해낸 세라 본의 필력에 내내 감탄하며 읽게 된다.

 

 

 

우리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도 그냥 위층으로 올라갔다고 해서 알렉스에게 뭐라 할 수는 없었다그럼에도 그가 와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펐다그가 나를 두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고 말한 것에 화도 났다내가 어떤 공포를 느꼈는지 알기나 할까분노와 동시에 오싹한 두려움이 내 온몸에 퍼졌고그 두려움이 내 움직임을 변덕스럽고 난폭하게내 목소리를 크고 날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뭐라고새된 비명을 지르면서 험악하게그때 나는 미친 듯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뿐이다. / 63p

 

 

배심원들의 마음에 다음과 같은 말이 각인되고 있었다. ‘미디어를 잘 다루는’, ‘가까워졌어요’. 가깝다는 표현은 은밀한 느낌을 풍긴다가이는 자신의 증원에 이런 암시적인 말을 슬쩍 섞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 / 91p

 

 

 



 

 

 

 

  “공인이라면 당연한 목표물이 되는 셈이죠.”

  오랜 기간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고스토킹도 모자라 지속적인 신문사의 감시까지 받았던 엠마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변호인의 설득에 증인석에 선 레이철 마틴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공인이면 응당 누군가의 목표물이 되기 마련이며대중의 엄격한 시선과 더 면밀한 조사를 받는 대상이어야 한다고 말이다정치인뿐만 아니라 공적인 위치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라면 감시와 사생활 노출혐오 등이 일상적으로 따라붙는다소설은 어째서 이들이 이러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수용하게 되었는지또 대중은 어째서 그들이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지 우리에게 묻는다.

 

 

 

이런 위험이 내 직업의 일부라고 받아들였지만그런 내면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언제부터 여러 예방 조치들을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 걸까왜 내 직원들도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걸까? / 220p

 

 

저는 20년 가까이 정치인으로 살아왔지만이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합니다소셜 미디어와 24시간 보도되는 뉴스의 영향입니다기사의 주기가 짧아졌고사람들은 훨씬 더 공격적이고 충동적으로 반응합니다솔직히 말해 여성 하원의원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고려한다면이 사건이 제대로 된 정당방위란 무엇인지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인 것 같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 223p

 

 

여성들의 영역이 물리적 공간에서 그리고 가상의 공간에서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지 살펴볼 때입니다또한 왜 여성들이 이러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수용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볼 때입니다저는 당분간 제 딸과 시간을 보낼 생각이지만공인의 삶에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주눅 들지 않을 것이며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 244p

 

 

 




 

 

 

 

  넷플릭스 드라마 한 시즌을 정주행한 것처럼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마지막까지 반전을 놓지 않고 긴장감을 끌고 가는 힘 역시 매력적이다킬링 타임용 소설이나 스릴 넘치는 법정 드라마를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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