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 우화 - 4천년 전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우화
얄와츠 우랄 지음, 에르도안 오울테킨 그림, 이희수 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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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우화집!

수천 년의 이야기가 전하는 삶의 지혜와 교훈들!







  ‘이솝 우화’가 있기 전에 ‘수메르 우화’가 있었다!

  이솝 우화는 삶과 인간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해결책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이 아닌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생각하고 성찰하는 고결한 개인을 양성하기 위해 쓰인 기원전 6세기, 구전설화 시대의 초기 우화였다. 그래서 오늘날 우화의 뿌리를 이솝 우화에 두고 있지만, 튀르키예 아동문학의 권위자인 얄와츠 우랄에 따르면 이솝보다 무려 천 년 전에 수메르 우화가 있었다고 한다(수메르 필경사들에 의해 설형문자(쐐기문자)로 쓰인 수메르 우화가 점토판 형태로 니푸르에서 발견되었다). 그리스-로마 문화와 아동문학의 금자탑으로 여겨지던 이솝 우화가 수메르 우화에 뿌리를 두었으며, 우리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그리스-로마 신화의 많은 부분들도 수메르 신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수메르 우화』는 원전에 충실하면서 아이와 어른 모두가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46편의 수메르 우화를 재구성한 책이다. “우화는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게 만들어야 한다”던 기원전 1세기의 시인 파이드로스의 말처럼, 도덕적 교훈과 고결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지혜와 원칙 같은 중요한 메시지들을 담은 우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에르도안 오울테킨의 의해서 완성된 감각적인 그림들이 수메르 우화만의 특별한 분위기와 느낌을 가득 전한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엔릴 신이

여우에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는 너의 하나하나를 고유한 모습으로 창조했다.

나는 필요 이상 주지 않았고, 부족함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넌 내가 준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뿔 달린 동물이 네 자신보다 강하다고 여겼지.

네게 가장 큰 무기는 영리한 무리인 것을 깨닫지 못했다!” / 46p



“이봐! 거북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 재능, 능력을 말야.

넌 손톱과 발톱이 있는 육지 거북이 아니라,

민물 거북이잖아.

엔릴 신은 네가 헤엄칠 수 있도록

발톱이 있는 손과 발이 아니라 물갈퀴를 주셨어.

어떤 생물도

다른 생물의 삶을 부러워해서는 안 돼.” / 65p





  수천 년 전에 지어진 우화가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을 전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오록스의 멋진 뿔을 탐냈던 여우의 이야기 ‘오록스의 뿔을 가진 여우’, 새처럼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던 ‘민물 거북이와 고원’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이가 가진 재능과 능력을 탐하기만 하는 우리네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숲과 초원의 왕이라 으스댈 줄 만 알지 정작 염소 한 마리도 잡아먹지 못하는 사자의 이야기 ‘사자와 꾀 많은 염소’에서는 실속 없는 허세의 어리석음을 꾸짖는다. 뿐만 아니라 ‘도시에 온 오록스 두 마리’에서는 백성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국가란 그저 허울일 뿐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유연하게 행동해야지. 온 힘을 다해 짖어!

한데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짖어야 하는지 알고 짖어야지!

사자가 오늘은 밀치기만 했지만,

내일은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여우는 충고했다. / 101p



“봐, 내 말이 맞잖아. 넌 그런 들소야.

수메르에 이런 말이 있지…….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자에게는 보금자리가 없다’고 말이야. / 125p












  잠자리 독서로 이 책을 두 아이들에게 한두 편씩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매일 밤 의미 있는 가르침을 나눌 수 있어 우리 가족에겐 더 특별한 책이 되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소장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좋은 책인 만큼 이 책을 두고두고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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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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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까지 읽었는데, 4권이 또 기대되게 만드는 작품이라니!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를 절묘하게 결합한 유쾌한 소설!





  어쩌다 킬러로 오해받은 싱글맘 작가 핀레이와 수상한 베이비시터 베로 콤비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담은 ‘어쩌다 킬러’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 돌아왔다. 그저 평온한 일상을 꿈꾸는 이들이지만 어쩌다 보니 남자 네 명이 살해된 사건에 연루되었을 뿐만 아니라 마피아 보스에게 협박을 받는 신세까지 된 핀레이와 베로. 전작에서는 남편을 죽이려 했던 킬러이자 마피아 보스가 쫓고 있는 ‘싹쓸이’이란 인물이 경찰로 의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끝이 난다. 그렇게 이어진 3권,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에서는 ‘싹쓸이’라는 자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경찰 아카데미에 잠입하게 되면서, 시리즈 사상 가장 화끈하고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액션을 선사한다.





걸스 파워의 매력이란 이런 것!




  시리즈 중 세 번째라고 하면 은근 재미가 떨어질 만도 한데, 이번 작품은 단연 최고다. 경찰로 의심되는 킬러 ‘싹쓸이’를 잡기 위해,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경찰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가해 여러 명의 경찰들 중 싹쓸이로 의심되는 이를 색출해나가는 과정이 일단 흥미진진하다. 겉보기엔 직업 정신이 투철하고 동료애도 끈끈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은 구석이 있는 경찰들, 더 나은 결말을 내달라고 독촉하는 출판사, 핀레이의 정체를 오히려 미심쩍게 바라보는 조이 경찰, 핀레이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던 전 남편 스티븐의 느닷없는 잠수, 거기에다 빨리 싹쓸이의 정체를 알아내라고 종용하는 마피아 보스의 협박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찮은 게 없지만 핀레이와 베로는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기지를 발휘하여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간다.




“그렇겠죠. 당신은 좋은 사람이고 모두 당신을 좋아하니까. 나도 좋은 사람깨나 만나봤고, 좋은 사람은 항상 구린 데가 있죠.” / 118p


“법집행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일반인은 도저히 견디지 못할 험한 일들을 감당하지만, 보상은 크게 따르지 않죠. 좋은 사람으로 살기가 늘 쉬운 건 아니에요. 악당이 되는 편이 차라리 쉽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 162p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모든 상황이 완벽해지기를 기다렸다고. 내가 완벽해지기를 기다렸다고.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내 모습에 맞추기 위해 나 자신을 왜곡하지 않을 거라고. 내 탓이 아닌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행복한 결말을 부정하지 않을 거라고. / 325p











  세 편의 시리즈를 쭉 읽다보니 뭐랄까… 극중 주인공인 작가 핀레이가 성장해갈수록 이 책을 쓰는 작가 엘코시마노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이다. 1권에서는 그냥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3권에 다다르니 장편을 이끌고 가는 힘뿐 아니라 적재적소에 로맨스와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를 잘 활용하여 상당히 능수능란해진 것 같다. 여기에 반전에 반전의 연속으로,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듯 4권에 대한 기대감까지 한층 높인 마무리까지!




  걸스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한 데다 로맨틱 코미디,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를 절묘하게 결합한 유쾌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꽉 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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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독백 - 발견, 영감 그리고
임승원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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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긍정하기 위해 필요한 다채로운 영감들!

가볍지만 무례하지 않고,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으면서, 서툴러도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이것은 아주 개인적이면서 무척 보편적인 한 청년의 독백, 아니 ‘나’를 비롯한 ‘당신’의 이야기다.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내야 하는 삶 속에서 때로는 거짓으로 나를 포장해가며 매순간 치열하게, 그러나 최대한 느슨하게 살아가길 희망하는 대도시의 젊은이라면 이 날것 그대로의 기록에 속수무책으로 공감 당하게 될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그는 이 책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읽히길 바란다고 고백한다. 인생은 수많은 가능성을 좇는 기나긴 여정이기에, 덕분에 우리 삶의 이런 가능성과 저런 가능성을, 나아가 나의 가능성들을 가늠해본다. 그 안에서 가볍지만 무례하지 않고,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으면서, 서툴러도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하며….





저는 이 책이 지저분한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다가 어떠한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면,

언제든 볼펜으로 끄적댈 수 있는

그런 일기장 같은 책, 대화 같은 책이요.

저 또한 제 생각이 적힌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저와 끝없는 논쟁을 하게 될 테니까요.

모든 게 다 그렇잖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죠. / 4p





  쨍한 주황색 표지가 시선을 압도한다. 배경보다는 텍스트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감각적인 연출에 한 번 놀라고, 뒤이어 누가 봐도 알만한 명사들의 추천사에 또 한 번 깜짝 놀라고 말았으니, 대체 작가가 누군지 정체가 궁금해진다. 임승원, 그는 <원의독백>을 통해 독보적인 영상미와 차별화된 연출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놀랍도록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에 마이너한 감성과 삶의 철학,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녹여내는 능력까지 탁월해서 콘텐츠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관람(?)했다. 이 책은 그의 콘텐츠와 연결지점에 놓여 있는 것으로, ‘발견’과 ‘영감’ ‘그리고’라는 키워드를 통해 창작이 시작되는 지점과 취향, 사회와 자기 내면으로 향하는 시선들을 공유한다.





인생 역시 똑같다. 세이브 기능이 없는 게임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해야만 한다. 기록하지 않는 인생은 항아리 게임과 같다. 성공한 기억, 실패한 기억, 당시 나의 선택과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 머릿속의 아이디어, 모든 성과와 교훈은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휘발되어서 사라지고 만다. 아무리 가슴 아픈 교훈일지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쌓아야 한다. / 43p



배달 음식의 단점으로는 너무 비싸다는 것. 살찌게 한다는 것. 양 조절이 힘들다는 것. 엄청난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이 있겠다. 그러나 가장 나쁜 점은 편리하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는 먹는 행위, 그 자체 외에도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신중하게 채소를 고르는 일. 고기를 손질하는 일. 레시피를 공부하는 일. 세심하게 계량하는 일. 불을 조절하는 일. 정성을 들여 접시에 담는 일. 그러니 배달 음식을 먹는다는 건, 무수히 많은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취하는 것. / 47p




우리는 특별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특별함에는 정답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신발, 좋은 옷, 좋은 차. 그 외의 것들에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마치 1월 1일의 해돋이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다른 날들의 해돋이는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처럼.

1월 1일은 특별한 하루지만, 진짜 재밌는 일들은 나머지 날들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잊지 말기. / 85p










  흥미롭게도 저자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 창작물을 절대 독창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라는 믹서기에 시청각물과 감정과 감각들을 넣고 마구 섞어서 만든 어떤 스무디’라 표현한다. “GARBAGE IN, GARBAGE OUT.” 개발자들이 격언처럼 여기는 이 말처럼, 그는 창작이란 건 내가 나라는 믹서기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지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생각으로든, 말로든, 글로든, 음악으로든, 비디오로든 되도록 좋은 걸 보려고 노력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처럼, 건강한 영감을 골라서 섭취할 때 내게서도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지. 삶의 태도 역시 그러한 긍정적인 영감들 안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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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끼리 스콜라 어린이문고 42
김태호 지음, 허지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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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달이 뜨면 달코가 생각날 것 같다!

인간의 이기주의에 훼손되어가는 자연과 생명체들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동화!






  “저건 뭐지?”

  눈보라가 치는 어느 날,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사는 보미와 다움이는 공원에서 정체모를 무언가를 발견한다. 잔뜩 웅크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하얀 덩어리 같은 그것을 보고 분명 강아지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추위에 얼어 죽었나보다 하고 여기던 찰나, 살짝 만져본 몸에서 아직 온기가 느껴지자 두 아이는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가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노력으로 강아지가 깨어나고, 마침 집으로 돌아온 엄마와 함께 강아지의 상태를 살펴보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다. 온몸이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여 있는 데다, 크기도 두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작아서 이제껏 강아지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다름 아닌 코끼리였던 것!





“어?”

강아지라기엔 생김새가 이상했다. 온몸이 보송보송한 흰 털로 덮여 있고, 크기도 두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여서 강아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몸이 부드러워지니 움츠렸던 코가 길게 늘어졌다. 코 주름은 털에 가렸지만 길쭉한 코 모양과 둥글납작한 커다란 귀는 꼭 작은 코끼리 인형 같아 보였다. / 22p












  『달코끼리』는 아기 코끼리를 둘러싼 좌충우돌 소동극이자 인간과 동물의 우정, 생명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 동화책이다. 추위에 죽어가던 아기 코끼리를 구한 보미는 새벽에 우연히 깨어나 본 아기 코끼리의 모습이 달과 닮아서 ‘달코’라 이름 짓고, 이후 둘은 소중한 가족이 된다. 그리고 달코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달코에게는 무척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달코가 다가가면 메말랐던 식물이 살아나고, 아팠던 할아버지가 건강을 되찾는 등 신기한 일이 연거푸 일어나는 것이었다.





“코끼리 이름을 ‘달코’라고 할래.”

“달코?”

정민 씨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미를 쳐다보았다.

“새벽에 봤는데 동그란 달처럼 빛났어. 달을 닮은 코끼리라니깐, 달코!” / 37p





  하지만 달코의 존재를 알게 된 호반시 시장인 강해라는 보미로부터 달코를 빼앗아 동물원에 가두고, 그 인기를 이용해 차기 시장직을 노린다. 부시장은 달코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 성장억제제를 놓도록 지시한다.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달코를 차지하려다 못해 못된 짓을 저지르는 탐욕스러운 어른들, 이에 맞서 달코를 구출하려는 보미와 다움이 그리고 엄마…. 과연 이들은 달코를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이 녀석도 한때 써먹고 나면 끝이거든.”

부시장이 바쁘게 일하는 강해라 시장을 곁눈질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인형 코끼리 달코.’

달코의 인형처럼 작고 귀여운 면을 내세운 홍보 문구였다. 호반시는 달코에 대한 만화, 광고, 캐릭터 상품 등을 빠르게 준비했다. 동물원 측도 달코를 위한 공간 마련에 속도를 올렸다. 동물원을 새롭게 개장하는 날, 달코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로 되어 있었다. / 88p














  신비로운 동물 ‘달코’와 그런 달코를 구출해내려는 아이들의 분투를 통해 『달코끼리』는 인간의 이기주의에 훼손되어가는 자연과 생명체들을 돌아보게 한다. 강해라 시장은 도심에 인공 수로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안전성과 적합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원자로를 가동하는 데 동의한다. 아름다운 도시 경관과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된 도심 속의 나무들은 말라가고, 귀엽다고 신비롭다는 이유로 달코는 시민들의 구경거리가 되거나 그에 부응하기 위해 강제로 성장억제제를 맞기까지 한다.





  김태호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개입이 없어도 자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해 냅니다.’ 달코가 지닌 생명을 되살리는 신비한 능력은 어쩌면 자연의 모든 존재가 지닌 회복의 힘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그건 자연의 일부이기도 한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성장과 발전을 좇느라 때때로 인간성을 잃어버릴지라도, 우리에게도 회복의 힘이 있다는 것을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생존의 경계에서 밀려난 존재들이 처한 곤경과 현실에 보다 마음을 쓰고, 돌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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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기술 - 명화의 구조를 읽는 법
아키타 마사코 지음, 이연식 옮김 / 까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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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미술관으로 뛰어가고 싶게 만드는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몇 번이고 봤던 그림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예술 작품을 관람하는 것을 좋아해서 종종 미술관을 찾곤 한다. 특별한 기술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주로 작품에서 드러나는 정서나 감각에 의지하는 편이다. 그러다 팸플릿이나 해설사들의 설명을 통해 작품 해설과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듣다 보면, 전문가들은 대체 어떻게 작품을 이토록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지 부러울 때가 있다. 예술 작품이란 것이 보고 싶은 대로, 느껴지는 대로 즐기면 된다고는 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읽고, 작품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곤 한다.





“자네는 보고는 있지만, 관찰하고 있지는 않다네.”

/ - 아서 코난 도일의 『보헤미아 왕국의 스캔들』에서 14p




  아키타 마사코의 『그림을 보는 기술』은 나처럼 명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싶은 분들을 위한 그림 감상 안내서다. 그림의 주인공에 해당하며 화가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봐주기를 바라는 부분인 ‘초점’, 중요한 지점으로 눈길을 유도하는 ‘경로(리딩 라인)’, 그림의 인상을 좌우하는 ‘균형’, 화면을 조정함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끄는 역할을 하는 ‘색’, 작품의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구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통일감’ 등의 기술을 통해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관찰의 스킴(보기 위한 틀)”을 따라 그림을 바라보다보면 그 누구라도 그림을 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그림을 보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표면적인 인상뿐만 아니라 선, 형태, 색 등의 조형에서 보아야 할 포인트를 잡고, 그 배치와 구조를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8p










  지난 해,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 전을 인상 깊게 관람한 적 있다. 그 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확 사로잡은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병자들을 낫게 하는 그리스도」였다. 어마어마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그리스도가 가진 신성한 기운을 오롯이 드러낸, 렘프란트의 탁월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아키타 마사코 역시 인물의 위치와 명암을 섬세하게 조절하여 그리스도에게 온전히 주목하게 한 “초점”의 기술이 잘 발휘된 작품이라 평가한다. 뿐만 아니라 렘브란트는 그리스도가 성스러운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후광 효과를 주었는데, ‘선을 한 점으로 집중시킴으로써 중요함’을 나타내는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작품 속에서 “리딩 라인”을 발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작품을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화면을 빠짐없이 보도록 하려면 회전형 구도 외에도 지그재그 구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떤 식으로든 반환점이 화면 가장자리에 가까워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관객이 화면 밖으로 주의를 돌릴 염려가 있습니다. 회전형 구도에서는 관객의 시선이 모서리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경계하지만, 지그재그 구도에서는 양쪽 가장자리에서 시선이 밖으로 나갈 위험이 있습니다. / 92p



밀레(1814-1875)의 그림 「이삭줍기」는 등장인물들이 아무도 관람객을 바라보지 않고, 두드러지는 요소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을 끕니다. 정돈이 잘 된 그림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시선의 경로에 있습니다.

이 그림이 마음을 끄는 이유는 지평선의 한 점을 중심으로 하여 전체 선이 우산 형태로 펼쳐지는 구심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어디에서부터 보더라도 그 한 점에 이끌려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있으며, 마치 한지붕 아래에 있는 것 같은 잘 마무리된 기분이 듭니다. / 102p











  우에무라 쇼엔의 「미유키」와 피테르 파울 루벤스의 「십자가를 세움」을 살펴보면 인물의 몸이 기울어져 있어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작품의 구조선은 특정한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데, 사선의 구조를 이용한 두 작품은 수평과 수직과 달리 약동감이나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연인이 노래를 써준 부채를 보고 있던 참에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재빨리 소매로 숨기는 모습을 포착한 그림 「미유키」 속의 주인공이 만약 똑바로 서 있는 자세였다면 그저 의연한 느낌을 주었을 테지만, 몸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깜짝 놀라는 움직임과 인물의 감정이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루벤스의 「십자가를 세움」 또한 오른쪽 아래로 향하는 사선을 구조선으로 삼았기 때문에 긴박하고도 비극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이처럼 기본적인 구조만 알고 있어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읽는 눈까지 달라질 수 있다니, 무척 신기하고 웃음이 날 만큼 재미있다.





그림 속의 선은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다른 각도의 보조적인 선이 필요합니다. 선들의 관계를 “리니어 스킴”이라고 합니다. 그림의 구조를 선의 모델로 파악하는 방식입니다.

「서장의 춤」에서 구조적인 세로선에 대응하여 인물이 앞으로 뻗은 오른손이 이루는 가로선이 화면의 균형을 잡습니다. 세로선과는 대립하면서도, 세로선을 지지하며 마치 화면 양쪽 가장자리에 고정하는 듯한 이 가로선은 구조선보다는 눈에 덜 띄는 부차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수평선과 수직선에 의한 십자형태의 조합은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리니어 스킴입니다. / 130p



알머 타데마가 이 그림을 그리던 무렵에는 이미 황금비가 화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으므로 의식적으로 이것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황금비가 그림을 아름답게 만들었다기보다는 직사각형의 기하학적 성격을 활용한 질서 정연한 구성이 아름다움의 비결이라고 여겨집니다. / 269p



윤곽선을 강조하여 그릴 경우에는 표현의 자연스러움이 떨어지지만, 선을 긋는 방법에 따라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선의 굵기, 길이, 필압, 선을 긋는 속도, 분방하게 그은 선인가, 공들여 그은 선인가, 어떤 재료로 그은 선인가 등등. 이런 요소들이 조합되어 선의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선의 성격을 살피면 그 역할과 효과가 보이겠지요. / 286p





  미켈란젤로, 고흐, 다 빈치, 에드워드 호퍼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화들을 예시로 살펴보면서 그림을 읽는 비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그 자체로 명화를 즐기는 기쁨뿐만 아니라, 몇 번이고 봤던 명화도 새로운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그림 보는 눈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작품을 기술에 가두면 단순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의견과 취향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감성의 영역’과 작품의 객관적인 특징을 분석적으로 살펴보는 기술 즉, ‘이성의 영역’을 함께 놓고 감상하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 관점을 조화롭게 활용하여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덕분에 그림을 보는 안목도 조금은 높아진 기분이다. 얼른 미술관으로 달려가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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