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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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하나에 경이를 담은 놀라운 소설!

지금 당장 주목해야 할 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추천하겠다!

 

 

 

  이따금 나는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의 무게를 가늠하느라 머뭇거리곤 한다재미삼아 한 거짓말이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오는 이야기남의 것을 탐하다 자신이 가진 것마저 잃어버린 이야기가 잠자리에서 베개 삼아 들을 수 있는 동화라는 것쯤은 아이도 알고 있다다만언젠가는 엄마에게도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지구 저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자비한 폭격에 관한 이야기우리에 가두고 키워진 동물들이 사람들의 먹거리가 되기도 한다는 잔혹한 진실 앞에서 내가 어떤 말을 해주어야 아이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짐작하기 어렵다.

 

 

 

  단어 하나하나조차 민감하게 반응하고 흔들리기 쉬운 아이의 눈빛 앞에서이 아름답고 견고해 보이는 세상이 실은 얼마나 바스라지기 쉽고 잔인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일이란 늘 무겁고 버겁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넓디넓은 광활한 우주 속에서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경이로운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그 모든 과오 속에도 희망은 있다는 것을 일러주는 게 나의 몫임을 안다아들 로빈에게 전 우주적 감각과 가능성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한 시오처럼,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열어보여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늘 품고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가 너무나 아름다운 방식으로 부족하죠. / 18p

 

 

 

  싱글대디이자 행성대기예측프로그램을 연구 중인 우주생물학자 시오는 갓 아홉 살이 된 아들 로빈과 오늘도 지구 너머에 존재하는 행성을 탐험한다스모키산맥의 숲속에 임시 베이스캠프를 마련한 뒤 망원경을 설치하고우리은하 4000억 개의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에서 나란히 누워 행성들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시오는 행성이 얼마나 많은지어째서 문명이 가득해야 할 은하계가 이토록 침묵하는가를 두고 걱정하는 자신의 특별한 아이를 바라보며 고뇌한다둘 만의 이 특별한 야영이 끝나고 나면누구보다도 상실에 민감하고 욱하는 성격에 제어하기 어려운 아이의 행동을 아스퍼거 또는 강박장애, ADHD 같은 진단명으로 통제하려드는 도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아니나 다를까야영을 다녀온 직후 로빈은 학교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온병으로 때려 다치게 한다도로 위에 뛰어든 주머니쥐를 피하다 죽은 엄마의 사고를 두고 제멋대로 말하는 친구에게 분개한 것이다.

 

 

 

의학이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며나는 별난 이론을 하나 발전시켰다인생은 우리가 멈춰 서서 교정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이론내 아들은 내가 헤아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도 없는 주머니 우주였다우리 모두는 하나의 실험이며심지어 우리는 그 실험이 무엇을 시험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아내였다면 그 의사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았으리라아내는 이렇게 말하기를 좋아했다.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너무나 아름다운 방식으로 부족하죠.’ / 18p

 

 

로빈은 나를 피해서 현미경 접안렌즈를 들여다보았다공책에 필기하는 손이 바빠졌다바깥에서 누가 본다면 녀석의 연구가 진짜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2학년 때 로빈의 담임은 비공개 학생 평가에서 느리지만 그렇다고 늘 정확하지는 않다.’ 라고 썼다느리다는 점은 맞았고정확성에 대한 평가는 틀렸다시간만 주어지면 로빈은 담임이 상상도 못할 정도의 정확성을 갖출 수 있었다. / 29p

 

 

 



 

 

 

 

  로빈의 약물치료를 거부해오던 시오는 마침내 아내의 친구였던 신경과학자 마틴 커리어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그로부터 디코디드 뉴로피드백이라는 치료를 로빈에게 받게 한다. AI를 이용해 타인의 감정 지문을 그대로 경험하도록 훈련하는 것으로엄마인 얼리사의 생전 두뇌 활동 패턴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로빈은 눈에 띄게 안정적으로 변해간다그러는 과정에서 로빈은 동물권활동가였던 얼리사의 영향을 받아 멸종된 생명체들을 그리는 데 몰두한다파머스 마켓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아 생긴 수익금으로 동물단체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뿐만 아니라 의사당 앞에서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하기 위해 1인 시위를 하기도 한다하지만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려던 시오와 지구 생명체의 위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로빈의 노력은 번번이 사회와 부딪친다진전을 보였던 치료 역시 연구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멈추게 된다무엇보다 자신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세상과 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의 냉정한 시선을 과연 이 연약하고 섬세한 아이가 이겨낼 수 있을까.

 

 

 

엄마가 하던 말 기억해? “넌 얼마나 부자니꼬마야?”’

기억하지.”

로빈은 두 손을 들어 올려 달빛이 비치는 산을 증거로 가리켰다바람에 구부러진 나무들가까운 강에서 나는 요란한 물소리특이한 대기 속에서 원자의 계단을 굴러 떨어지는 전자들어둠 속에서 로빈의 얼굴은 정확한 말을 찾아 고심하고 있었다. ‘이만큼 부자야이렇게 부자야.’ / 51p

 

 

존재하는 많은 것들은 셋 중 하나의 특질을 나타낸다. 0, 1, 또는 무한이다. ‘단 하나는 이야기의 모든 단계에모든 곳에 있었다우리는 예전에 한 세계에서한 가지 액체 매질 속에서한 가지 에너지 저장 형태와 한 가지 유전 암호를 써서 생겨난 한 종류의 생명만을 알았다하지만 나의 세계들이 지구 같은 필요는 없었다나의 세계에서 태어난 생명은 지표수나 골디락스 존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탄소를 핵심 요소로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어린아이가 그렇듯 나는 편견에서 아무것도 추정하지 않으려 했다마치 하나뿐인 우리의 예가 오히려 가능성에 끝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다. / 100p

 

 

나한테 벌점도 줬어학교에서 물건을 파는 건 규칙에 어긋난다며그 정도는 안내서를 보고 알았어야 한대그래서 케일라에게 우리가 선생님 나이가 되면 지구상의 대형 동물 절반이 없어질 걸 아느냐고 물었어그랬더니 지금은 생물학이 아니라 사회과학시간이고 말대꾸하지 말라면서 또 벌점을 줬어.’

나는 차를 몰았다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인간은 지긋지긋했다우리는 집 앞에 차를 댔다아들이 내 팔에 손을 얹었다.

우린 뭔가 잘못된 데가 있어아빠.’ / 175p

 

 

 



 

 

 

 

  과거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행성에서 살고 싶었던 로빈. ‘이따금 내 아이가 사는 행성은 어디일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던 시오의 글처럼로빈은 그 자체로 소우주였다끊임없이 다른 행성에서 들려올지 모를 생명의 신호를 기다리며 이 땅의 생명들을 있는 그대로 품고 싶었던 아이를아이의 우주를 파괴한 건 누구였을까무모하고 폭력적이며 신과 같은 자각많고도 많은 자각급격하게 폭발하다 기계의 도움을 받고 수십억으로 불어난 자각오래 지속하기에는 너무나 불안정한 이 힘을 과신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아니었을까때문에 힘없이 엄마의 기도문을 외우던 로빈의 음성이 내내 가슴 한 구석을 묵직하게 짓누른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우리에게서 해방되기를.’

 

 

 

하지만 어차피 지구상의 모든 것이 그 아이를 바꾸고 있었다점심시간에 친구가 던진 공격적인 말 한 마디가상의 농장에서 하는 클릭질 한 번로빈이 그리는 모든 생물종모든 온라인 비디오 클립밤에 로빈이 읽는 모든 이야기와 내가 들려 주는 모든 이야기가 로빈을 바꿨다이런 자아들의 행렬 속에 영원히 그대로’ 남을 단 한 명의 순례자 로빈은 없었다시공간을 행진하는 만화경 같은 자아들의 행렬 자체가 로빈의 현재 진행형이었다. / 162p

 

 

그럼 차세대는 어떻게 할 거래?’

전 세계 천문학자들과 열 살짜리들의 잠을 망쳐 놓을 게 확실한 질문이었다허블의 5만 배는 멀리 보려고 120억 달러를 들인 장비가열여덟 개의 육각 거울을 만분의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배열해서 우주의 저편을 보려고 했던 장비가 버려져서 조각조각 뜯겨 나가다니…… 역사상 가장 비싼 난파선이리라.

아빠모든 게 뒷걸음질 쳐.’

() ‘저 바깥에 있는 모든 문명들 말이야다들 왜 우리의 소식을 전혀 못 듣는지 궁금해할 거야.’ / 371p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닥친 위기로부터 무관심한 사람들장애진단을 받거나 적응이 느린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문제우주 탐사 및 과학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시선들 등 전 인류가 공감하고 고민해야 할 주제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한 작가의 필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문장 하나하나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소설에 뭐라 더 좋은 말을 쓸 수 있을까지금 당장 주목해야 할 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추천하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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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소보로 사진 / 가디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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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만이 해줄 수 있는 딸을 향한 진심어린 삶의 조언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해주고 싶다!

 

 

 

  나는 8살과 4살 된 두 아들을 둔 엄마다인테리어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남편이라 일정 시간에 퇴근은커녕 지방 공사나 밤샘 작업이 많은 까닭에 살림과 육아를 온전히 내 몫으로 살아온 지도 8년이 되었다둘째 아이가 뱃속에 들어서기 6개월 전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하는 재미를 느낀 것도 잠시 다시 육아에 전념하게 되면서 엄마로서의 삶에 충실해야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첫째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번번이 집안에 주저앉기만 해도 되는 걸까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그렇다고 일을 찾아보자니 코로나에아이들을 선뜻 맡길 데도 없는 상황에서 일도 육아도 온전히 해내지 못해 전전긍긍해 할 내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이대로라면 애꿎은 남편만 원망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러다 지난 해 말부터 독서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당장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은 안 되지만 일단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비워지고만 있는 마음을 배움으로 채워보고 싶었고아이들의 독서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그러면서 운동도 하고독서 모임도 시작했다주어진 여건 안에서 ’ 답게, ‘를 잃지 않는 삶을 사는 엄마이자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그런 가운데 읽게 된 엄마의 주례사』 속에도 마침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이 인생이 끝날까 봐 걱정된다면 지금부터 너만의 스토리를 잘 쌓아가겠다고 마음먹어 봐스토리가 쌓이면 너만의 콘텐츠가 되고그 콘텐츠를 가지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지금 이 순간 네가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이력이 되고네 자서전의 한 페이지가 되는 거야.’ 좋은 엄마이기도 하지만 행복한 엄마로 살고 싶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며느리로엄마로여자로 먼저 살아본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따뜻한 조언과 응원의 말

 

 

 

  『엄마의 주례사는 사랑이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엄마만이 해줄 수 있는 진심어린 삶의 조언들을 담은 에세이다결혼생활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세상을 먼저 살아본 엄마로서 딸이 보다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따뜻한 조언과 함께 곳곳에 담겨 있다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결혼을 하고 나면 이전의 자유는 없어지고남편이나 시부모님과의 갈등에 괴로워하고아이를 낳고 나면 육아에 지쳐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는 일상이 펼쳐지는 만큼딸이 힘든 순간을 마주했을 때 이 책으로 하여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이는 곧 세상의 수많은 딸들이 결혼에 대한 현실 감각을 키우고누구보다 행복하고 현명하게 결혼생활을 헤쳐 나가기를 바라는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연애할 때의 격정적 사랑은 같이 살면서 정으로 변해 작은 몸짓이나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느낄 수 있어그렇게 쌓인 정으로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두 사람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거야반짝반짝 빛나던 설렘의 꽃이 시들었다고 실망하지 마그 꽃이 진 자리에 익숙함과 편안함이라는 열매가 맺히는데 그게 바로 부부의 사랑인 거야연애에는 설렘이라는 기쁨이결혼에는 안정감이라는 즐거움이 있는 법이지. / 36p

 

 

사람들은 흔히 자신 키우는 일을 농사에 비유해농사짓는 것처럼 절기에 맞춰 씨를 뿌리고 잡초도 제거해주면서 정성스럽게 키워야 한다는 뜻이겠지또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안 와도 걱정끊임없이 걱정해야 하는 것도 자식 키우기와 똑같고그렇다면 나의 자식 농사는 태평농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땅과 작물의 힘을 믿고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농법처럼 너희를 믿어주는 게 최고의 교육법이라는 신념으로 살았으니까아마 너도 기억할 거야내가 제일 많이 한 말이 너를 믿어!”였다는 걸. / 157p

 

 

 




 

 

 

 

  책에는 결혼을 해서도 나의 인생을 남편에게 맡기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 편을 ’ 편으로 만드는 노하우시댁과의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조언 등 결혼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고민들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조곤조곤 일러준다특히 결혼 후에 완전히 달라진 일상과 밀려드는 외로움이따금 결혼 전과는 다른 남편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며 눈물로 얻어낸 책상’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이렇게 살기는 싫다내 책상이라도 있어야 책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펑펑 울면서 얻어낸 나만의 작은 공간저자는 그 눈물로 얻어낸 책상이 있어서 지금의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결혼하면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 더 외롭고 괴로울 때도 많다고그러니 외로움은 남이 채워주는 게 아니라 내가 채워야 견딜 수 있는 거라고.

 

 

 

  남편은 기대는 대상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는 동행자다그런 의미에서 부부란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여야 한다던 저자의 말은 새겨둘 필요가 있다우리는 흔히 부부가 일심동체여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내 마음과 같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고소유하려 들기 때문에 더 큰 외로움에 빠진다그러니 이심이체의 마음으로선대칭도형처럼 각자 독립적인 상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가기를 마음먹는다면 각자의 세계도 함께 하는 세계도 더 견고해지지 않을까결혼한 후에도 나를 잃지 않고 살아야 가족을 희생이 아닌 사랑으로 감쌀 수 있는 법이다가족을 사랑한다면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마음의 힘을 키워내라는 저자의 말은 결혼 생활 속에서 반드시 새겨두면 좋은 말인 듯하다.

 

 

 

  이 외에 혼자서도 잘 놀 줄 알아야 결혼해서도 행복하고더 나이 들어서는 가족에서 부담 주지 않는다며 혼자 잘 놀 줄 아는 여자가 되어보라는 글도 인상에 남는다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려면 매주 두 시간 정도 아티스트 데이트를 즐기라고 했던 줄리아 카메론의 글처럼기분 전환을 위한 소풍 또는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고물상에 가거나 옛날 영화를 보러 가는 등 아티스트 데이트를 즐기며 내 일상을 여행처럼 만들어보라는 조언도 참 좋다또 부러워할 만한 일은 마음껏 부러워하라는 말도 참 신선하게 와 닿는다상대방의 부러운 점을 구체화해서 벤치마킹하다보면 나도 분발하게 되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에너지도 나오게 되니 말이다다만 부러워하되 비교는 하지 않길 바란다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내가 확실하다는 것이고 자신만의 충만한 세계를 갖고 있다는 얘기이므로나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저자의 응원을 잊지 말아야겠다.

 

 

 

여자들이 결혼하고 나서 가장 많이 포기하는 게 꿈이라고 하잖아이 남자와 결혼해도 될까 고민하고 있다면 네 꿈을 인정해주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져봐네 꿈을 응원하는 남자라면 주저하지 말고 결혼해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여자에게 결혼의 행복과 불행은 꿈을 이루며 사느냐 아니냐에 달렸거든. / 66p

 

 

단 한 번뿐인 인생너 자신의 고유한 삶은 누구도그 무엇으로도 훼손되게 할 수는 없어네 인생은 남편 또는 아이가 아닌 네가 만드는 거니까너를 믿고 가면 돼만약 다른 사람이 옳다고 하는 길로 그냥 따라가다 보면 네가 원하는 진짜 삶을 살지 못하고 끝날지도 몰라버티는 삶은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너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해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네가 믿고 가는 길이 곧 네 길이야너를 믿고 가라당당하고 우아하게! / 91p

 

 

네가 지금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그것은 자기 탐구야스펙 쌓을 시간도 없는데 무슨 자기 탐구냐고 할지 모르지만 자기 탐구가 선행되어야 헛똑똑이가 되지 않는 거야신이 너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든 건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으라는 미션을 준 건지도 몰라사람도일도음식도운동도 오직 자신에게 맞는 것이어야 행복하니까. / 242p

 

 

 



 

 

 

 

  문득 엄마와의 통화가 생각난다전화를 걸면 늘 무릎이 아파서허리가 안 좋다는 말을 하신다두 번의 암투병으로 쇠약해진 엄마의 몸은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운가보다그래서일까엄마의 주례사를 읽으며 다짐해본다언젠가 나도 나이가 들어서 아들이 전화를 걸어오면 엄마 지금 산에 있어.” “엄마 여행 중이야.” 라고 늘 유쾌하게 말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삶을 살겠다고아들 두 명이 모두 성인이 되어 자신의 길을 찾아가면 그때가 되어서 정작 몸이 아파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서는 곤란할 테니까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건강하게나의 세계를 잃지 않는 행복한 엄마이자 아내가 되기 위해 나를 가꾸어봐야지결혼을 결심한 여성들이결혼한 모든 여성들이부디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살아갈 삶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거듭거듭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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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디즈니 기묘한 소원 1~2 세트 - 전2권
베라 스트레인지 지음, 이윤정 옮김 / 라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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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법!

기묘한 모험과 긴박한 선택의 순간들이 쉴 틈 없이 몰아닥치며 몰입도가 높은 소설!

 

 

 

   물고기 여친물고기 마니아부모님이 대형수족관을 운영하고 있는 탓에 해양 생물에 유독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셸리는 친구들로부터 곧잘 이렇게 놀림을 받곤 한다전학을 온 뒤 몇 개월 동안 친구도 없이 지내다 비교적 최근에야 같은 수영부의 켄달애티나앨라나와 가까워질 수 있었지만셸리가 대회에서 처참하게 지는 바람에 팀 전체 성적도 떨어져 미움을 산다이 때문에 셸리의 머릿속은 온통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차기 시작한다켄달과 애티나앨라나마저 잃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동생에게 선물로 준 앵무조개에 손을 댔다가 어두운 해저 동굴로 이끌려가 마녀 우르술라를 만난다우르술라는 셸리에게 솔깃한 제안을 하나 한다셸리가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주는 대신 나중에 자신의 부탁을 한 가지 들어주기로 약속하자는 것이다셸리는 가장 빠른 수영 선수가 된다면 부모님은 물론 친구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우르술라가 내미는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나는 바다 마녀 우르술라에게 약속합니다.

가장 빠른 수영 선수가 되는 대가로

나중에 우르술라의 한 가지 부탁을 들어 주겠습니다. / 66p

 

 

 

  하지만 가장 빠른 수영 선수가 되게 해준다던 선물은 끔찍한 저주로 돌변한다셸리의 몸이 점차 물고기처럼 변하기 시작한 데다수영 대회에서 주디를 이기고 우승하지만 켄달의 기록을 제쳤다는 이유로 도리어 미움을 사게 된 것이다가장 빠른 수영 선수가 되면 친구들을 잃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그래서 소원을 빌고 마녀와 거래를 한 것인데점차 물고기처럼 변해가는 제 모습을 보며 셸리는 이제 소원을 무르고 싶어진다하지만 마녀 우르술라는 거래를 미끼로 또 한 번 위험한 제안을 하는데과연 셸리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셸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그러고는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며 빨대를 꺼내 플라스틱 컵 사이로 집어넣었다넣는 도중에 끼이익 하고 소름 돋는 소리가 났다머릿속에 아퀴노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빨대가 저 거북처럼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죽일 수도 있어아니면 소중한 우리 바다를 오염시킬 수도 있고.’ / 31p

 

 

바다의 주인은 그 누구도 될 수 없어바다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지.” / 39p

 

 

 




 

 

 

 

  『디즈니 기묘한 소원』 1권에서는 절친이 생겼으면 하는 주인공 셸리가 바다 마녀 우르술라를 통해 소원을 이루게 되지만뒤늦게야 이것이 위험한 거래였음을 알게 되고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이는 왕자를 만나기 위해 마녀 우슬라에게 목소리를 내어주고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속 에리얼을 연상시킨다그런 의미에서 현대판 인어공주라 할 수 있는 셸리의 이야기는 놀라운 디즈니의 상상력과 마치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를 보는 것 같은 현실감아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고민들을 입체적으로 엮어낸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편, 2권에서는 인기 많은 쌍둥이 형의 그늘에 가려 마치 그의 그림자 취급을 당하는 자말이 등장한다생일나이외모부모님 등 너무도 닮은 게 많은 형제지만 뭐든지 잘하는 형에 비해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을 주목해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로 인해 속상하다심지어 돌아가신 외할머니조차 형에게는 근사한 트럼펫을 유산으로 남긴 반면자신에게는 쓸모없어 보이는 섬뜩하고 낡은 해골 목걸이를 남겼을 뿐이다그렇게 오늘도 속상한 마음을 가득 부둥켜안고 집으로 돌아가던 자말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난다.

 

 

 

파실리에 박사

타로점마술마법의 물약.

꿈은 현실이 됩니다.

파실리에 박사의 부두교 상점 / 70p

 

 

 

  자신을 파실리에 박사라고 소개하는 기이한 모습의 남자는 자말에게 달콤한 영상을 펼쳐보이며 거절하기 힘든 거래를 제안한다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친구들에게 인기 많고과학 시간에 발표도 하고체육 시간에 가장 먼저 팀원으로 뽑힐 수 있다면조건은 하나외할머니에게 받은 해골 목걸이만 그에게 내어놓으면 된다아무리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이라 해도 외할머니가 주신 목걸이를 선뜻 내놓을 수 없었던 자말은 그 자리에서 파실리에 박사의 제안을 거절하지만파실리에 박사는 어둠의 그림자를 소환해내 자말을 쫓아다니며 위협한다.

 

 

 

  결국 자말은 형의 트럼펫을 몰래 훔쳐 파실리에 박사에게 주며 그 대가로 밝은 미래를 약속받는다그런데 다음 날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다단지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인기 있는 삶을 맛보고 싶었을 뿐인데아예 형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진 것이다모두에게 관심을 받고 싶다는 소원을 빈 대가로 형이 사라져버린 것에 충격을 받은 자말형에게 질투심을 느끼긴 했지만 누구보다 형을 사랑했던 자말은 반드시 이 상황을 바로잡으리라 다짐하지만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과연 자말은 형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파실리에 박사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파실리에 박사가 활짝 웃었다.

특별한 의사지나는 저에게 제안을 하나 할 거야네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제안을요어떤 건데요?”

사람들 눈에 네가 잘 보이지 않는 그 문제를 내가 해결해 준다면 어떨까네가 그림자에서 벗어나 한 번이라도 오롯이 빛을 받고 서도록 내가 도와준다면 말이야?” / 68p

 

 

 




 

 

 

 

  이처럼 디즈니 기묘한 소원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빌런과 아이들의 위험한 거래를 소재로 하여기묘한 모험과 긴박한 선택의 순간들이 쉴 틈 없이 몰아닥치며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다특히 사람들의 가장 깊고 어두운 두려움을 잡아먹고 그들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빌런들의 활약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높이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그런 가운데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어떤 현실적인 고민들을 마주하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하고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교훈을 전하기도 한다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타인의 장점을 부러워하기보다 나의 장점을 발견하고 사랑할 줄 아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러주기도 한다.

 

 

 

  마치 디즈니 만화를 보는 것처럼 글 속에서도 생생한 영상미를 느낄 수 있는 디즈니 기묘한 소원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우리 아이들을 단숨에 책 읽기에 빠져들게 할 수 있는 작품을 찾으시는 부모님들께 이 책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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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 - 울음이 그치고 상처가 아무는 곳, 보건실 이야기
김하준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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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상처 난 마음까지 돌보는 어느 보건교사의 특별한 보건일지!

보건실그 작은 방 안에서 일어나는 따뜻한 희망 이야기!

 

 

 

  나는 적응에 느린 아이였다새 학년새 학기가 되면 유독 남몰래 눈물을 자주 흘렸다새로운 친구들새로운 선생님늘어난 과목과 어려워진 숙제들을 감당하기가 버거워 더욱 의기소침해졌다바뀐 환경에 쉬이 적응하지 못하는 내가 그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었던 곳은 보건실(당시에는 양호실)이었다담임선생님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얼굴로 보건실에 가고 싶다는 나를 처음에는 걱정했지만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었을 때는 탐탁지 않아하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꾀병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한 게 틀림없었다그런 내가 그나마 위안을 얻고 다시 적응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보건실 선생님 덕분이었다. “괜찮아질 거야너한테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뿐이야.”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보건 선생님으로부터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약으로 치료를 받은 셈이었다보건실 선생님의 얼굴을 아무리 떠올려보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그 말만큼은 여전히 내게 남아있는 걸 보면 말이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은데 끼워주지 않아서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을 데가 없어서

학교에서 울고 싶은데 울 데가 없어서

아무도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아이들은 갈 데가 없어서 보건실에 가기도 한다. / 18p

 

 

 

상처가 아물 때쯤 한 뼘 더 자라 있겠지

 

 

  2학기 내내 체한 것 같다며 자주 소화제를 먹던 아이가 어느 날, 1교시도 시작되기 전에 보건실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와 꺼이꺼이 울었다고 한다무슨 일이냐고 묻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가 꺼낸 첫 마디는 가히 충격적이다옥상에 올라가 떨어져 죽으려고 했는데 옥상 문이 잠겨 있어서 갈 데가 없어 보건실에 왔다는 것이다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20년간 보건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하준의 에세이 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에는 보건실을 찾는 아이들의 뜻밖의 사연들이 실려 있다저자는 할 말을 찾지 못해 아이를 꼭 안아주며 여기 오길 정말 잘 했다고진짜 잘했다고 다독였다고 한다.

 

  우리는 보건실’ 하면 연고나 밴드를 발라주는 가벼운 외상 정도의 치료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 생각한다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내상을 발견해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머릿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며 찾아오는 아이구내염을 자주 앓아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해도 갈 수 없는 아이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 보이는데도 자주 아프다고 찾아오는 아이까지이 아이들을 위해 보건실은어떤 위험한 징조를 감지하기 위한 센서이자 가정과 교실에서 소외된 아이를 마지막으로 걸러낼 수 있는 체의 역할이 될 수 있는 곳이다마음의 불편함을 몸을 빌려 아프다고 말하는 아이들그런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아픔까지 살펴봄으로써 저자는 다짐한다아이들을 볼 땐 그림자도 함께 보기를그림자가 얼마나 큰지 알아보기를그림자가 너무 커 그림자가 없는 줄 착각하지 않기를.

 

 

 

흙 묻은 양말을 신은 채 저벅저벅 보건실로 들어오던 지헌이비와 땀에 흠뻑 젖어 저는 비 맞으면서 축구하는 것도비 맞고 다니는 것도 왠지 재밌어요답답한 게 다 사라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던 지헌이엄마는 누구에게나 당연히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한 지헌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당당한 날림체처럼 자신만의 빛깔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 / 49p

 

 

사춘기 아이들에겐 그런 작은 것들누군가의 놀림이 상처나 고민거리가 되곤 한다나도 그랬으니까 지아의 마음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아이들은 자라면서 많은 상처를 받고 자라고 이렇게 손금으로도 상처를 받는다.

세상에 미운 손은 없다나쁜 것을 도모하는 손남에게 해를 가하는 손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손은 아름답다왜냐하면 아름답다의 어원은 인데 사람이 다른 건 몰라도 자기 손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니 손은 예쁘다가 아닌 아름답다가 어울린다서로 다른 일을 하는 하나밖에 없는 귀한 손이다하물며 꼼지락꼼지락 무얼 배우는 아이들의 손은 두말해 무엇 할까.

나는 오늘도 아름다운 손으로 아이들의 귀한 손을 치료한다. / 94p

 

 

당뇨를 가진 아이들의 고달픈 마음을 헤아릴 순 없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절망과 희망의 순간을 경험하리라는 짐작을 해본다그 아이들의 마음에도 굳은살이 배기려면 손가락이 얼마나 더 많이 찔리고 또 아물기를 반복해야 할까당뇨병 진단을 받은 아이를 보면 그저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 100p

 

 

 



 

 

 

 

  학교를 지키는 단 한 명의 의료인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담겨 있다5분 간격으로 홍수처럼 들이닥치는 아이들과 많은 업무지속적인 긴장감 속에서 어떤 보건교사가 아이를 매번 사랑으로 치료해줄 수 있을지갈수록 많은 법들과 규정 속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일을 하게 만드는 제도 속에서어떤 보건교사가 언제까지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고 눈빛을 살필 수 있을지 안타까움을 토로한다무엇보다 그다지 전문적이지 않은 최소한의 의료 기구로혼자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막연한 불안과 긴장을 늘 안고 있다 보니 심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보건교사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성교육 방식의 문제점 또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인 듯하다이렇게 20년간 보건교사로 근무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보건실과 보건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된다.

 

 

 

성교육의 최종 목적은 젠더 감수성 함양이다젠더 감수성은 인간관계의 모든 것에 관여되어 있다젠더 교육은 남녀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에 있다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는 것서로를 혐오하지 않게 하는 것혐오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남녀 성을 구분하기 전에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바라보는 것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결국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알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2010년이 아닌 2020년대를 살고 있고, 2030년대에 어른이 될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른이다머무르고 고여 있는 학교가 아닌 끊임없이 앞을 내다보고 시야를 확장시키도록 도와주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 234p

 

 

보건실에 가는 아이가 없는 교실이 행복한 교실이다.

보건실에 가는 아이가 적은 학교가 행복한 학교다. / 106p

 

 

대부분의 과일은 상처가 나면 썩지만모과는 상처가 나도 잘 썩지 않는다는 걸 상처 난 모과를 오래 지켜보며 알게 되었다오히려 상처 난 자리에서 더 진한 향기가 배어 나왔다모과는 완전히 단단해질 때까지 향기를 뿜어냈다갈색의 빛깔은 언젠가 박물관 전시에서 본 미라의 색깔을 연상케 했다향기가 다하자가벼워졌다.

(마음이든 몸이든 상처를 가지고 보건실에 오는 아이들 중에도 향기가 없는 아이는 없었다울퉁불퉁 모과 같은 아이들도 자세히 바라보면 그 안에 사랑스럽고 생기 넘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따뜻한 성질을 가진 모과처럼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 나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 115p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아픔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상처까지 함께 보려는 보건교사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복도 가장 끝 혹은 건물 밖 외진 곳에 존재했던 보건실의 위치가 이들의 노고를 가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책을 덮으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에게 물어 보았다. “너 보건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가봤어?” 혹시나 다치거나 아프면 보건실을 찾아가야 한다고 알려주려 했는데 아이가 당연한 듯 대답했다. “그럼내가 얼마나 자주 가는데저번에 책에 찍혀서 발가락 다쳤을 때 갔지책에 베여서 피 났을 때 밴드 붙이러 여러 번 갔는데?” 아주 사소한 상처에도 밴드를 붙이곤 하는 아들의 평소 행동을 돌이켜보니 걱정은 기우였던 듯하다덕분에 한 번 크게 웃은 뒤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혹시나 담임선생님께 하지 못할 말이 있거나마음이 아파도 보건실 선생님을 찾아갈 수 있어선생님이 네 마음도 치료해주실 거야.” 하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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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8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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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욕망을 부정한 것으로 바라보고시대의 가치와 인습도덕 등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당대 여성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소설!

제한된 삶으로부터 자유의지에의 욕망과 자아성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한 젊은 여성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작품!

 

 

 

  “모든 게 지긋지긋해!”

  6월의 오후산들바람 한 줄기가 언덕 등성이에 걸린 하얀 뭉게구름 사이로 불어와 들판을 가로질러 풀이 우거진 노스도머 거리 아래쪽으로 그림자를 몰고 가는 시각텅 빈 거리를 홀로 걷고 있던 채리티는 나직이 중얼거린다마을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열여덟 살의 채리티는 처음 한두 달 동안은 먼지 덮인 책들을 열심히 뒤적이며 전에 느껴보지 못한 정보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킬 수 있었지만지금은 하루 빨리 돈을 모아서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무엇이 되려고 애써봐야 모두 헛수고인 이 작은 마을에서 대체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서 태어난 그녀가 변호사인 로열 씨의 후원으로 이 마을에 내려와 살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할 수 있었지만아내가 죽은 뒤 로열 씨가 채리티에게 청혼을 하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감이 생긴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다그러던 어느 날도시에서 유행하는 옷차림에 젊고 자유분방해 보이는 한 남자가 그녀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다도서관장의 조카이자 대도시 출신의 건축가인 하니는 어느 누구보다 지적이고 솔직하며 예의가 바른 남자였고그로 인해 채리티는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느낀다.

 

 

 

사랑과 욕망현실과 한계 사이에서 갈망하는 여성의 성장을 그린 드라마

 

 

  식민지 시대의 특징이 남아 있는 가옥을 연구하기 위해 노스도머로 온 하니와 그를 안내하던 채리티는 종종 초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피해 숲으로 들어간다여름 곤충들이 공중에서 춤을 추고흰나비가 무리 지어 자줏빛 분홍바늘꽃의 끝을 부채질하듯 움직이는 푸른 자연 속에서 채리티는 자신과 하니 두 사람만이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존재인 것처럼 그에게 이끌린다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더러운 오점과도 같은 ’ 출신의 그녀를 과연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지만너무 드러내 놓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태도를 보이면 후견인인 로열 씨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할지도 모르지만 하니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외면하지 못한다.

 

 

 

사랑이 핏속에서 즐겁게 춤을 추는데

어디에서 태어났건누구의 자식이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74p

 

 

 

  머지않아 채리티와 하니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밀회를 즐기게 되고함께 있으면 여름밤 폭풍우도 두렵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깊어지지만이따금 교육과 기회에서 비롯된 격차는 아무리 노력해도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게 하여 채리티를 심연 속으로 밀어 넣는다집을 몰래 빠져나와 하니와 도시에서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던 그녀를 로열 씨가 발견하고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굴욕을 주는 장면은 여성의 욕망을 부정한 것으로 바라보고시대의 가치와 인습도덕 등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당대 여성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하지만 채리티는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와도 같았던 사랑이 비록 슬픔과 절망만을 남겼을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일 것을 선택한다하니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자신을 버리고 떠난 하니를 붙잡지 않는다여성이 스스로를 가엾은 희생자로 바라보지 않는 이러한 태도는 당대 여성들에게 새로운 여성상의 유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크레스턴 연못에서 만난 뒤로 줄곧 하니는 이렇게 생각에 잠긴 채 말이 없었다말이 필요 없어 침묵을 지킬 때와는 사뭇 달랐다그럴 때 그의 얼굴에는 어둠 속에서 보았던 표정이 감돌았고또다시 그녀로 하여금 두 사람 사이에 설명하기 힘든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그러나 평소에 하니는 넋 빠진 듯 멍한 표정이다가도 갑자기 폭발하듯 쾌활한 표정을 지었고그러면 그녀의 마음이 오싹해지기 전에 어두운 그늘이 달아났다. / 133p

 

 

이 갈보 년…… 빌어먹을…… 모자도 쓰지 않은 이 갈보 년!” 로열 씨가 천천히 내뱉었다.

술에 취한 일행이 깔깔대며 웃었다채리티는 자기도 모르게 머리에 두 손을 갖다 댔다관중석을 떠나려고 벌떡 일어설 때 모자가 무릎에서 떨어진 것이 떠올랐다문득 모자도 쓰지 않고 엉클어진 머리로 남자의 팔에 안긴 채 가련한 후견인이 이끄는 술 취한 일행과 맞부딪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가슴 속에 수치심이 가득 차올랐다. / 141p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숙명적인 체념이 점점 더 채리티를 짓눌렀다상황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무 쓸모 없는 일처럼 여겨졌다채리티는 지금껏 적응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다만 부러지고 찢기고 파괴될 따름이었다그녀는 앨리와 한바탕 싸우면서 어린아이처럼 야만적으로 행동했다는 수치심에 휩싸였다만약 하니가 보았더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그러나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 사건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무리 교양 있는 사람이라도 자기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다르게 행동할 것 같지 않았다채리티는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부당하게 맞서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 203p

 

 

 



 

 

 

 

  이처럼 이디스 워튼의 소설 여름은 주인공인 여성이 사랑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실을 대면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초여름에서 가을이 되기까지의 계절적 배경과 매사추세츠주 서부 산악 지역의 언덕을 배경으로 하는 대자연의 공간적 배경이 한 데로 어우러져제한된 삶으로부터 자유의지에의 욕망과 자아성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한 젊은 여성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덕분에 여름이라는 제목과 표지 속 여성의 모습이 소설의 이미지를 탁월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연인의 포옹이라는 부서지기 쉬운 은막 뒤에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그의 삶이 수수께끼처럼 숨어 있었다는 표현처럼 사랑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 없어 이따금 외로워지고 마는 등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다만 결말이 나의 입장에서는 다소 충격적이어서 채리티가 과연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물론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음에는 틀림없지만 말이다그래서인지 소설 이후의 삶이 어떻게 펼쳐졌을지 사뭇 궁금해진다그녀는 자신의 선택 안에서 행복했을까채리티의 아이는 또 어떤 삶을 살게 될까하고.

 

 

 

글쎄어머니를 그렇게까지 탓할 수 있을까그날 이후로 채리티는 어머니를 인간적인 감정이 조금도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 왔지만 지금은 그저 불쌍하게 보였다어떤 어머니가 그런 삶으로부터 아이를 구하고 싶지 않겠는가채리티는 배속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자 쓰라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238p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이 비참한 무리 중 하나가 된다는 생각에 오싹함을 느꼈다그런 운명으로부터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길이라도 걷고삶이 부여할지 모르는 어떤 짐이라도 기꺼이 걸머질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238p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선 프롬과 순수의 시대가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특히 이선 프롬은 여름과 자매편과 같은 작품이라고 하니 이 책도 찾아 읽어봐야겠다이디스 워튼의 작품을 미처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읽어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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