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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소보로 사진 / 가디언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엄마만이 해줄 수 있는 딸을 향한 진심어린 삶의 조언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해주고 싶다!
나는 8살과 4살 된 두 아들을 둔 엄마다. 인테리어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남편이라 일정 시간에 퇴근은커녕 지방 공사나 밤샘 작업이 많은 까닭에 살림과 육아를 온전히 내 몫으로 살아온 지도 8년이 되었다. 둘째 아이가 뱃속에 들어서기 6개월 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하는 재미를 느낀 것도 잠시 다시 육아에 전념하게 되면서 엄마로서의 삶에 충실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첫째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번번이 집안에 주저앉기만 해도 되는 걸까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일을 찾아보자니 코로나에, 아이들을 선뜻 맡길 데도 없는 상황에서 일도 육아도 온전히 해내지 못해 전전긍긍해 할 내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이대로라면 애꿎은 남편만 원망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러다 지난 해 말부터 독서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당장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은 안 되지만 일단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비워지고만 있는 마음을 배움으로 채워보고 싶었고, 아이들의 독서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러면서 운동도 하고, 독서 모임도 시작했다. 주어진 여건 안에서 ‘나’ 답게, ‘나’를 잃지 않는 삶을 사는 엄마이자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가운데 읽게 된 『엄마의 주례사』 속에도 마침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이 인생이 끝날까 봐 걱정된다면 지금부터 너만의 스토리를 잘 쌓아가겠다고 마음먹어 봐. 스토리가 쌓이면 너만의 콘텐츠가 되고, 그 콘텐츠를 가지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 지금 이 순간 네가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이력이 되고, 네 자서전의 한 페이지가 되는 거야.’ 좋은 엄마이기도 하지만 행복한 엄마로 살고 싶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며느리로, 엄마로, 여자로 먼저 살아본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따뜻한 조언과 응원의 말
『엄마의 주례사』는 사랑이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엄마만이 해줄 수 있는 진심어린 삶의 조언들을 담은 에세이다. 결혼생활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세상을 먼저 살아본 엄마로서 딸이 보다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따뜻한 조언과 함께 곳곳에 담겨 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결혼을 하고 나면 이전의 자유는 없어지고, 남편이나 시부모님과의 갈등에 괴로워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육아에 지쳐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는 일상이 펼쳐지는 만큼, 딸이 힘든 순간을 마주했을 때 이 책으로 하여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곧 세상의 수많은 딸들이 결혼에 대한 현실 감각을 키우고, 누구보다 행복하고 현명하게 결혼생활을 헤쳐 나가기를 바라는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연애할 때의 격정적 사랑은 같이 살면서 정으로 변해 작은 몸짓이나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느낄 수 있어. 그렇게 쌓인 정으로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두 사람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거야. 반짝반짝 빛나던 설렘의 꽃이 시들었다고 실망하지 마. 그 꽃이 진 자리에 익숙함과 편안함이라는 열매가 맺히는데 그게 바로 부부의 사랑인 거야. 연애에는 ‘설렘’이라는 기쁨이, 결혼에는 ‘안정감’이라는 즐거움이 있는 법이지. / 36p
사람들은 흔히 자신 키우는 일을 농사에 비유해. 농사짓는 것처럼 절기에 맞춰 씨를 뿌리고 잡초도 제거해주면서 정성스럽게 키워야 한다는 뜻이겠지. 또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끊임없이 걱정해야 하는 것도 자식 키우기와 똑같고. 그렇다면 나의 자식 농사는 태평농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땅과 작물의 힘을 믿고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농법처럼 너희를 믿어주는 게 최고의 교육법이라는 신념으로 살았으니까. 아마 너도 기억할 거야. 내가 제일 많이 한 말이 “너를 믿어!”였다는 걸. / 157p



책에는 결혼을 해서도 나의 인생을 남편에게 맡기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남’ 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노하우, 시댁과의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조언 등 결혼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고민들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조곤조곤 일러준다. 특히 결혼 후에 완전히 달라진 일상과 밀려드는 외로움, 이따금 결혼 전과는 다른 남편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며 ‘눈물로 얻어낸 책상’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이렇게 살기는 싫다, 내 책상이라도 있어야 책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펑펑 울면서 얻어낸 나만의 작은 공간. 저자는 그 눈물로 얻어낸 책상이 있어서 지금의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결혼하면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 더 외롭고 괴로울 때도 많다고. 그러니 외로움은 남이 채워주는 게 아니라 내가 채워야 견딜 수 있는 거라고.
남편은 기대는 대상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는 동행자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란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여야 한다던 저자의 말은 새겨둘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부부가 일심동체여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내 마음과 같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고, 소유하려 들기 때문에 더 큰 외로움에 빠진다. 그러니 이심이체의 마음으로, 선대칭도형처럼 각자 독립적인 상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가기를 마음먹는다면 각자의 세계도 함께 하는 세계도 더 견고해지지 않을까. 결혼한 후에도 나를 잃지 않고 살아야 가족을 희생이 아닌 사랑으로 감쌀 수 있는 법이다. 가족을 사랑한다면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마음의 힘’을 키워내라는 저자의 말은 결혼 생활 속에서 반드시 새겨두면 좋은 말인 듯하다.
이 외에 혼자서도 잘 놀 줄 알아야 결혼해서도 행복하고, 더 나이 들어서는 가족에서 부담 주지 않는다며 ‘혼자 잘 놀 줄 아는 여자’가 되어보라는 글도 인상에 남는다.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려면 매주 두 시간 정도 ‘아티스트 데이트’를 즐기라고 했던 줄리아 카메론의 글처럼, 기분 전환을 위한 소풍 또는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고물상에 가거나 옛날 영화를 보러 가는 등 ‘아티스트 데이트’를 즐기며 내 일상을 여행처럼 만들어보라는 조언도 참 좋다. 또 부러워할 만한 일은 마음껏 부러워하라는 말도 참 신선하게 와 닿는다. 상대방의 부러운 점을 구체화해서 벤치마킹하다보면 나도 분발하게 되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에너지도 나오게 되니 말이다. 다만 부러워하되 비교는 하지 않길 바란다.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내가 확실하다는 것이고 자신만의 충만한 세계를 갖고 있다는 얘기이므로, 나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저자의 응원을 잊지 말아야겠다.
여자들이 결혼하고 나서 가장 많이 포기하는 게 꿈이라고 하잖아. 이 남자와 결혼해도 될까 고민하고 있다면 네 꿈을 인정해주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져봐. 네 꿈을 응원하는 남자라면 주저하지 말고 결혼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여자에게 결혼의 행복과 불행은 꿈을 이루며 사느냐 아니냐에 달렸거든. / 66p
단 한 번뿐인 인생, 너 자신의 고유한 삶은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훼손되게 할 수는 없어. 네 인생은 남편 또는 아이가 아닌 네가 만드는 거니까, 너를 믿고 가면 돼. 만약 다른 사람이 옳다고 하는 길로 그냥 따라가다 보면 네가 원하는 진짜 삶을 살지 못하고 끝날지도 몰라. 버티는 삶은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너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해. 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네가 믿고 가는 길이 곧 네 길이야. 너를 믿고 가라, 당당하고 우아하게! / 91p
네가 지금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 탐구야. 스펙 쌓을 시간도 없는데 무슨 자기 탐구냐고 할지 모르지만 자기 탐구가 선행되어야 헛똑똑이가 되지 않는 거야. 신이 너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든 건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으라는 미션을 준 건지도 몰라. 사람도, 일도, 음식도, 운동도 오직 자신에게 맞는 것이어야 행복하니까. / 242p


문득 엄마와의 통화가 생각난다. 전화를 걸면 늘 무릎이 아파서, 허리가 안 좋다는 말을 하신다. 두 번의 암투병으로 쇠약해진 엄마의 몸은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운가보다. 그래서일까, 『엄마의 주례사』를 읽으며 다짐해본다. 언젠가 나도 나이가 들어서 아들이 전화를 걸어오면 “엄마 지금 산에 있어.” “엄마 여행 중이야.” 라고 늘 유쾌하게 말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삶을 살겠다고. 아들 두 명이 모두 성인이 되어 자신의 길을 찾아가면 그때가 되어서 정작 몸이 아파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서는 곤란할 테니까.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건강하게, 나의 세계를 잃지 않는 행복한 엄마이자 아내가 되기 위해 나를 가꾸어봐야지. 결혼을 결심한 여성들이, 결혼한 모든 여성들이, 부디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살아갈 삶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거듭거듭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