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업데이트할 시간입니다 - 흔들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남궁원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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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나의 마음에 채워줄 따뜻한 글 하나!

오늘도 흔들리며 사느라 내 마음 돌볼 틈도 없이 외로워하고 있을 이들에게!

 

 

 

  스물여섯의 나이쯤이었나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대학교 졸업식도 아직 치르지 않았는데 출판사에 취직했다고 기뻐서 날뛴 지 꼬박 1년이 지났을 때였다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서적을 출판하는 곳이었고그곳에서 전집 작가를 구한다기에 주저하지 않고 이력서를 냈다가 합격한 나는 1년 동안 성실하게 출퇴근했다그 사이 기획했던 전집은 어그러졌고뜻밖에도 외국어 서적과 신문 발행 파트의 업무를 맡아서 진행해야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직장 생활이란 게 다 그런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회사 대표의 거친 말투에 한두 명씩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고그들의 업무를 내가 다 떠안은 것은 물론 디자인팀의 작업까지 배워서 해내야했던 나는 과중된 업무와 스트레스로 폭발할 지경이 되었다하지만 그때의 나는 내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친구들을 찾고 밤새 술을 마시며 괴로움을 달랬다건강은 건강대로마음건강은 마음건강대로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그때 좀 더 내 마음 챙기는 법을 알았더라면 덜 힘들었을 텐데잠에서 깨어나 그 지옥 같은 회사를 오늘도 출근해야 한다는 괴로움으로 속앓이 했던 시간들로부터 좀 더 빨리 탈출할 수도 있었을 텐데미련하게도 나는 방법을 몰라서 그로부터 한참동안 나를 동굴 속에 가둔 채 살아왔다.

 

 

 

  언제부턴가 내 마음 돌보는 법’,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담긴 책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과거의 나처럼 잘못의 원인을 내 안에서만 찾느라 마음이 다치는 줄 모르고세상일이란 다 그런 것이라 이해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야박하게 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책 마음을 업데이트할 시간입니다』 속에 이런 글귀가 있다. ‘지치고 힘겨운 마음은 어디에나 쌓이는 먼지처럼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먼지를 조금 털어내고 들춰보면 그중에는 찐득하게 달라붙어 있거나 녹이 슬었거나 굳어져 버린 마음들도 있었다그래서 한 번 더 확신했다마음을 관리하는 게 곧 삶을 관리하는 거라고지금 잘 살든 혹은 그렇지 않든항상 마음에 기름칠을 해주며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이 결국에는 삶의 승리자가 될 거라고.’ 마음을 관리하는 게 곧 삶을 관리하는 거라는 말내 마음에 기름칠을 해주면서 소중히 여기라는 말힘들 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이 말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말 중에 하나인 것 같다사랑행복행운… 우리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말들은 결국엔 나를 잘 돌볼 수 있을 때 찾아오는 법이니까.

 

 

 

잊지 말렴어두운 건 어두운 대로 놔두는 거야.

세상 모든 사람 누구나

하루에 꼭 한번은 어둠을 겪는 것처럼.

수많은 조명이 애써 빛을 뿜어대도

밤하늘을 밝히기엔 역부족인 것처럼.

 

 

어둠은

억지로 개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동이 트기 전 새벽처럼 옅어지는 거란다. / ‘야행성’ 중에서 20p

 

 

 



 

 

 

 

  아이의 어린이집 차량이 서는 골목길 앞에 어느 틈엔가 풀이 무성해졌다야트막하게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이 언제 이렇게 많이 자라서 빽빽하게 땅을 다 차지할 정도로 자라난 건지 놀라울 정도였다문득복잡한 상념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내 마음 같다한 번 들어와 앉으면 좀처럼 뿌리 뽑힐 줄 모르는 어지러운 생각들뭐 하나 시원하게 되는 일 없고오늘은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들이 번번이 발목 잡히고나는 왜 또 미련을 못 버려서 내내 끙끙 앓고 있는 건지.

 

 

안다뜻대로 안 된다는 거.

이제 그만 토해내고 싶다는 거.

다만 현재까지 마음이 어려운 건

마음속에 잡초 하나가 자랐기 때문이다. / ‘우울증’ 중에서 81p

 

 

 

  그래내 마음속에서 잡초가 자랐구나그게 어느 틈엔가 이만큼 자라나 뿌리 뽑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구나대체 언제부터이리도 많이 자랐나그런데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잡초가 왜 자라는지 의미와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된다고티끌만큼의 관심도 갖지 말고 잡초 생각이 나도 그냥 멋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라고그러다 잡초가 뿌리를 깊게 내린다면 그때 내가 해야 할 건 겁을 먹는 게 아니라 건강하고 향기 좋은 예쁜 꽃과 나무를 마음속에 심는 거라고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울창한 숲이 되고 꽃밭을 이루었을 땐그 기세에 잡초가 자랄 틈조차 사라져버리는 날이 올 거라고 말이다그러고 보면 내 마음속에서 무엇이 피어날지 아는 이는 오직 나 자신뿐이다그것이 비록 잡초일지라도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햇빛을 쐬게 해줄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기에오늘도 내 마음 속에 무심코 잡초 하나 들여놓은 건 아닌지진즉에 잘라버리지 않고 또 방치해 둔 것은 아닌지 틈틈이 보듬어봐야겠다.

 

 

 

내가 보잘것없는 하루라고 치부하여 내팽개친 오늘은 누군가에겐 탐이 나는 보물이었던 거야.

정말로 의미가 없었던 건 내 생각이었지 삶이 아니었어.

삶에선 경험만이 존재할 뿐 의미 없는 순간은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허수아비도

아무 의미 없이 서 있는 게 아닌 것처럼. / ‘친구가 알려준 이야기’ 중에서 97p

 

 

적당한 걱정은 나를 현명하게 만들지만 지나친 걱정은 나를 겁쟁이로 만드는 법이다나를 구원하는 건 복잡한 상상이 아닌 담백한 용기다고작 과장된 잡념일 뿐인 흙탕물에 오늘과 내일이 잠긴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때론 바보처럼 생각하고 천재처럼 행동하자모든 시작은 용기를 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늘을 보라.

자외선 따위를 신경 써 커튼을 치기에는

너무 푸르지 아니한가. / ‘해방’ 중에서 207p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너는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잘하는 게 없어도 된다고내세울 게 없어도 된다고특별한 게 없어도 된다고끊임없이 증명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건네는 이 한 줄의 글이 참 위로가 된다오늘도 흔들리며 사느라 내 마음 돌볼 틈도 없이 외로워하고 있을 이들에게 이 책의 따뜻한 글귀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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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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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끈질긴 생명력으로 가슴에 남아 성찰의 촉매가 된 언어들!

나는 타인에게 어떤 언어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해보는 데에서 삶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둘 무렵친구가 먼저 취직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콜센터 업무라고 했다평소 목소리가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던 친구라 구체적으로 콜센터 상담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일단 취직이 되었으니 잘 되었다고 좋아했다그렇게 3개월이 지나 만난 친구는 이제껏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늘 활기찼던 음성은 온데간데없고상담 업무를 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푸느라 끊임없이 부정적인 언어만 쏟아내고 있었다그 어떤 직업도 쉬운 일이란 없겠지만당시에 나는 처음으로 감정 노동자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감정노동자. ‘감정을 숨기고 억누른 채 회사나 조직의 입장에 따라 말투나 표정 등을 연기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우리나라에는 대략 740만 명의 감정노동자가 있다고 한다콜센터 직원텔레마케터백화점 판매원 등 서비스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주로 여기에 속한다콜센터의 말이란 책을 마주한 순간나는 그때 친구가 서러움에 복받쳐서 쏟아냈던 말들이 떠올랐다콜센터를 통해 오가는 그 불편한 언어들은 내가 세상을 참 말랑하게만 생각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다들 우리한테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 친구의 격한 토로는 순진했던 나에게 합리적인 설득이 통하지 않는 게 세상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로부터 시간은 10여 년이 넘게 흘렀고감정노동자들의 처우가 예전보다는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들에게 박하다콜센터를 넘나드는 말의 무게에 대해수화기 너머로 차마 내뱉을 수 없었던 그들의 진짜 목소리에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이 세상에 누군가를 상처 주려는 말보다 보듬고 북돋아주려는 말이 더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때로는 회상하는 일조차 버거웠던 기억을 모아 기어코 책 한 권을 완성한 것은단지 이 말이 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던 저자의 말은 여전히 무례와 비상식 속에서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아직도 우리 사회가 귀를 기울일 자세가 되어있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헤드셋 너머로 전해오는 감정의 언어들

 

 

  『콜센터의 말은 520일 동안 일본의 한 여행사 상담 콜센터에서 일하며 울고 웃었던 기록들을 담은 에세이다하루에 적게는 20~30많게는 70명이 넘는 고객과 대화를 나누며 실수와 부침을 거듭해왔던 과정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여기에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감염병이 몰고 온 혼란과 외국인 노동자로서 감내해야 했던 숱한 상처들까지총성 없는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묵묵히 나아가야만 했던 시간들을 돌이켜본다그러는 동안에 대부분의 말은 입을 떠나거나 귀에 들어오는 순간 소멸되었지만유독 끈질긴 생명력으로 가슴에 남아 성찰의 촉매가 된 언어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 많은 상담원이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상상하면 조금 아득해진다어릴 적 장래 희망으로 콜센터 상담원을 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낭랑한 목소리와 기민한 센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매력을 느낄 수는 있다하지만 콜센터가 삶의 1지망이었다는 사람은 콜센터 안에서도 찾기 힘들다상담원 일에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높은 소득을 올리는 이들도 분명 있지만내가 경험한 콜센터는 각자의 이상적인 경로를 이탈한 사람들이 잠시 흘러 들어왔다 나가는 웅덩이에 가까웠다. / 8p

 

 

 




 

 

 

 

  고작 헤드셋 너머로 들리는 소리의 파동이 이토록 선명하게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다니저자는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들을 필요가 없었을 표현들을 적잖이 만난다. “이봐요일본에서는 이럴 때는 알았습니다.’ 하는 거예요일본어 다시 배우세요.”, “여기 일본 콜센터 아닌가요왜 외국인이 받는 거죠?” 같이 외국인과 대화해야 한다는 사실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고 모욕감을 주는 이들이 있다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독단적으로 콜센터 상담사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무책임하다느니 상사를 바꾸라고 호통을 치는 이들도 있다. ‘콜센터에 전화만 하면 대체 왜들 그러는 걸까?’ 실생활에서 만나면 하나같이 차분하고 상냥한 이들이 비대면이라는 이유로고객이라는 이유로 언어라는 권력을 휘두른다덕분에 알게 된다인간은 사회적인 가면과 본능적인 욕구 사이를 갈팡질팡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평소에는 드러내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추한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여행사도 잘못은 없는데 고생이네요.”, “솔직히 아가씨 잘못은 아닌데너무 뭐라고 해서 미안해요열심히 응대해 줘서 고맙고요.” 심장이 굳고 피가 식는 느낌을 번번이 경험하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한마디와 사과를 건네는 고객들이 있기에 이를 치료제 삼아 견디고 또 견딘다무심코 건넨 배려 섞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단비와 같은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체감한다.

 

 

 

  이치고 이치에일본어로 인생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을 뜻한다고 한다상담원과 고객의 전화 한 통이야말로 어쩌면 인생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일지 모른다한 건의 문의가 해결되고 나면 두 번 연결되는 일은 좀처럼 없고아무리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눠도 서로의 얼굴조차 모르는 사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인생의 단 한번뿐인 만남에 누군가는 날카로운 말로 상대방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누군가는 다정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도닥이기도 한다나는 이쪽과 저쪽 중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가장 평범한 말이지만 이 말 한마디가 콜센터를 비롯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위로이자 하루의 고단함을 녹일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언어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저도 초보 시절에 실수가 잦았어요누구보다 본인이 자책하고 있을 걸 아는데굳이 한 소리 더할 필요가 있나요.”

콜센터에서 만난 모든 이들이 이처럼 따뜻하지는 않았지만그 답에서 큰 위안을 얻었다안 그래도 고객으로부터 매일같이 상처를 받는데 내부에서조차 감싸 주는 이 하나 없다면 어떻게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고기계가 아닌 사람이기에 실수는 불가피하다동병상련에서 오는 진한 동료애와 사려 깊은 리더십을 나는 콜센터에서 처음으로 체감했다. / 37p

 

 

이러한 노력이 통했는지 첫 석 달이 지난 후부터는 줄곧 평균 이상의 KPI를 유지했다. ‘고객을 감동시키되 전화는 최대한 빨리 끊어라.’라는 콜센터의 요구는디자인업계에 떠도는 화려하지만 심플하게라는 주문만큼이나 황당하고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한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객 감동과 최대한 빨리’ 둘 중 하나를 택한다보통 콜센터 KPI에 반영되는 비중은 통화의 질보다는 양이 높으므로어쩔 수 없이 상담원은 통화 시간에 민감해진다. / 52p

 

 

콜센터에서 일하는 동안나는 정해진 대본에 따라 누구보다 상냥하고 이해심 깊은 상담원을 연기해야 했다헤드셋을 쓰고 있는 나는 본래의 내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평소에는 타인의 일에 쉽게 간섭하지 않는 내가 고객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며 하나라도 더 도울 일은 없는지 끈질기게 물어봐야 했다. / 162p

 

 

 




 

 

 

 

  비록 1년 반 동안의 콜센터 상담원 시절은 고군분투의 연속이었지만저자는 이때 얻은 근력이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자산이 되어 다음 여정을 도울 것이라 믿는다아울러 고된 회사 생활이 자신을 끊임없이 생의 절벽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들에게나를 괴롭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득히 멀어 보이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무엇보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언어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해보는 데에서 삶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내가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나 또한 다짐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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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메시지 - 스킵되지 않고 착착 달라붙는 말과 글을 만드는 법
김병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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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에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성공 법칙!

전달력 높은 글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

 

 

 

  오늘도 습관처럼 스크롤을 내린다. SNS를 화면에 띄워놓고 수십수백 개의 사진을 훑어 내리는 일련의 과정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처럼 된 지 오래다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그런데 그 수많은 게시물 중 오랫동안 시선을 머물게 하는집중해서 읽게 되는 게시물의 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짐작하건대 오랜 지인의 게시물을 제외하고는 그저 무심결에 좋아요를 누르거나최근 관심 있는 분야의 게시물 정도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때문에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리뷰를 통해 SNS로 소통하기 시작한 나로서는 늘 고민이 앞선다어떤 사진이 좀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까어떻게 글을 써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줄까무엇보다 평소 장문의 글을 쓰는 편이다 보니 아무래도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글을 선호하는 SNS의 특성과는 맞지 않은 것 같아 바꿔보려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겠지하고 낙관만 할 게 아니라 트렌드에 맞춰 변화도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그런 가운데 만난 이 책 스티커 메시지에서 스킵되지 않고 착착 달라붙는 말과 글을 만드는 법이란 부제가 눈에 띤다좋은 주제와 콘텐츠를 가지고도 전달력이 부족해서 스킵되고 마는 나의 콘텐츠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방법이라니읽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스킵되는 지루한 메시지를 착착 붙는 스티커 메시지로

 

 

  기업의 브랜딩뿐만 아니라 퍼스널 브랜딩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한층 더 높아진 지금어떻게 하면 스킵당하지 않고 주목받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이자 30여 년 동안 광고계에 몸담고 있던 저자는 나이키파타고니아맥도날드누텔라 등 다양한 기업 광고와 마케팅을 분석한 끝에 짧은 시간에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성공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이에 좋은 주제와 콘텐츠를 가지고도 전달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스티커처럼 마음에 착착 달라붙을 수 있는 일곱 가지 메시지 전달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단순성(Simplicity)_ 필요한 것만 남기고 최대한 단순화시켜 마음에 정확히 꽂히도록 이야기하는 법.

표적화(Targeting)_ 목표 대상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상대의 머릿속에 특정 이미지를 남기는 법.

흥미성(Interesting)_ 타이밍에 맞는 유머 감각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해 주목시키는 법.

구체성(Concreteness)_ 추상적인 표현 대신 생생하고 구체적인 스토리로 진정성을 불어넣는 법.

핵심어(Keyword)_ 두 단어 이상은 금물한 단어로 메시지를 기억하게 하는 법.

정교화(Elaboration)_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말과 글을 고치고 다듬어 완성하는 법.

상관성(Relevance)_ 관계되는 의미와 가치를 연결해 말과 글의 목적을 뚜렷하게 전달하는 법.

 

 

 

  지루한 메시지를 마음에 착착 붙는 스티커 메시지로 만드는 일곱 가지 원칙은 단순성표적화흥미성구체성핵심어정교화상관성이다가장 심플하지만 가장 강렬한 무기가 되어줄 단순성은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남기고 모두 버리는 미니멀리즘과 유사하다스티브잡스가 애플에 담으려 했던 메시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더 많이 전달하겠다는 욕심을 버릴 것더하기가 아닌 빼기에서 미학을 찾는다유대인의 지혜서 탈무드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많은 단어로 적게 말하지 말고 적은 단어로 많은 것을 말하라.” 이런저런 말을 덧붙여 길게 설명하는 게 습관인 내가 반드시 새겨두어야 할 말이 아닐까말과 글그 무엇이든 결국 쉬움이 어려움을 이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인 조셉 퓰리처는 글쓰기와 관련해 이런 원칙을 강조했다. “짧게 써라그러면 읽힐 것이다명료하게 써라그러면 이해할 것이다그림같이 써라그러면 기억 속에 머무를 것이다무엇보다 정확히 써라그러면 독자를 올바른 길로 이끌 것이다.” / 50p

 

 

 



 

 

 

 

  표적화란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목표 시장을 선정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전략적인 판단 과정이다저자는 누구에게 말할 것인가’ 최적의 목표를 설정한 뒤 말과 글에서 하나에 집중하는 단호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양궁 선수의 화살이 과녁 중심에 정확히 꽂히는 것은 선수가 표적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활시위를 당겼기 때문이다이는 즉대상의 가슴을 겨눠야 메시지가 정확히 꽂힌다는 것을 의미한다여기에 흥미성 역시 중요하다세상에 재미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광고와 마케팅 활동에서도 소비자의 재미를 자극해 주목을 끄는 것은 의외로 매우 중요하다.

 

 

 

  공허하게 말하지 않고 제대로 보여주는 구체성 역시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구체성에는 어떤 메시지를 더 확실하고 뚜렷하게 전달하는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아울러 자신의 힘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생동감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이야말로 상대방에게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다음으로광고와 마케팅에서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점이 있다면 바로 핵심어일 것이다자신의 지향점을 한 마디로 전달할 수 있을 것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하나의 주장에 집중할 것핵심 비주얼로 현저한 인상을 남길 것이러한 핵심어야말로 메시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타인의 마음에 명중하여 확실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음을 기억하자.

 

 

 

구체성이 담긴 말이나 글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 대신이번 주 수요일 저녁 6시에 밥 한번 먹자고 말하자기업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연설할 때도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겠노라 말하지 말고 사무실 의자를 더 편한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구체적으로 말하라정치인들도 세계적 선도국가를 만들겠다며 큰소리치지 말고 차라리 국가 청렴도 지수를 세계 몇 위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라. (사회 구석에서 기업 경영에 이르기까지 모호한 추상성을 걷어내자구체성이 신뢰를 키운다. / 133p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사람들이 딱 내 이야기네!’라고 느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개발해야 한다그동안의 마케팅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었다면앞으로의 마케팅은 마음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 154p

 

 

현저성은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원천이다심리학의 또 다른 지각 이론으로 인상 관리 이론이 있다인상 관리 이론에서는 사람에게 타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인정 욕구가 있다고 한다그렇게 해서 나타난 태도는 타인에게 기대감을 준다어떤 인상이 일관되게 형성되면 신뢰감과 친근감을 주지만그렇지 못하면 실망감과 긴장감을 준다. / 185p

 

 

 

  메시지의 양과 질을 섬세하게 다듬는 과정인 정교화 역시 중요하다저자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창작 솜씨나 숙련도 수준이 메시지의 설득력을 결정한다고 말한다다시 말해 디테일이야말로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 포인트라는 것이다아울러 상관성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원칙이다. TPO(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적절히 메시지를 인용할 것반드시 전하려는 메시지와 어울리는 소재를 선택해 의미화 할 것을 강조하며상관성이 희미해지려 할 때마다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잊지 말라 당부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연결성 재능이다연결성 재능이란 세상이 어떤 네트워크로 연결됐는지 인식하고 상호 연결성을 파악하는 능력이다우리는 말과 글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지식의 교류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오늘날 연결성 재능을 갖춘다면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이어지도록 할 수 있다. / 245p

 

 

 




 

 

 

 

  이처럼 스티커 메시지는 프레젠테이션부터 브랜드 마케팅인플루언서에 이르기까지 명료하게 타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는 마케팅 책이다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인 만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알아두면 좋을 팁들이 담겨 있다이제 책에서 제시하는 일곱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보다 정교하게 나의 것으로 체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나처럼 전달력 높은 글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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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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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강렬한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라니!

역사 속에서 그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던 개개인의 삶을하나하나의 목소리를 매우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구현해낸 소설!

 

 

 

 

  때는 막 20세기로 접어든 일제강점기대한민국의 항구도시 부산의 끄트머리에 영도라 불리는 작은 섬 하나가 있었다이야기는 딸 넷인 집안의 막내딸인 양진이 한쪽 발이 뒤틀리고 윗입술이 세로로 갈라진 채로 태어난 훈에게로 시집을 가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남녀 가릴 것 없이 다 굶주리고 있는 마당이니 처녀들이 식량을 구걸하는 것보다는 아무하고나 혼인을 하는 것이 나은 시절이었다장애를 지니고 태어났을지언정 다행히도 훈은 온화하고 사려 깊은 남자였고양진 역시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왔으나 집안 살림과 하숙집을 착실하게 꾸려나갔다비록 아버지인 훈은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견실하고 단단한 어머니 아래서 자라난 선자는 제 몫이 무엇인지 아는 아이였다세상은 점점 팍팍하고 흉흉해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고 성실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선자의 임신은 이제껏 바라본 적이 없었던경험한 적이 없었던 세상 밖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아무리 고개를 넘고 내를 건너도

조선 땅이고 조선 사람밖에 없는 줄 알았다. - 박완서

 

 

 

  선자가 한수를 만난 건 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가 마주친 일본인 학생들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였다비누 향과 머릿기름의 노루발품 냄새가 나는깔끔한 양복차림에 잘생긴 데다 일본을 오가며 생선 중개상을 하는 부유한 남자에게 선자가 마음을 빼앗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아버지인 훈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쳤지만선자의 눈에 한수는 늘 바닷가에 나가 있느라 비린내가 빠지지 않는 하숙집 남자들과 달리 별세계에 존재하는 이처럼 보였을 것이다이미 한수는 일본인 학생들로부터 선자를 구해주기 전부터 그녀를 쭉 지켜보고 있었기에때로는 오빠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다정하게 그녀의 마음을 살폈고 이내 미래를 약속하기도 했다그렇게 선자는 한수를 만나 처음으로 조선 밖의 넓은 세상으로 나서는 상상을 했다하지만 한수의 아이를 가진 뒤에야 선자는 그가 오사카에 아내와 아이를 둔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상심에 빠진 선자는 다신 그를 만나지 않겠노라 밀쳐냈다.

 

 

 

그럼바쁘고말고선자야아낙네 삶이라는 게 끝없이 일하고 고생하는 기다고생 끝에 더 큰 고생이 온다꼬각오하고 있는 게 낫다이제 니도 여자가 된다 아이가그러니까 이 말을 해야겠다여인네가 잘 살고 못 살고는 혼례 올리는 사내한테 달려 있다좋은 사내 만나면 괜찮게 살고 나쁜 사내 만나면 욕보고 살고 그라는 기라어쨌거나 고생을 각오하고 그냥 열심히 일하면 된데이세상천지에 딱한 여인네를 돌봐줄 사람은 없다믿을 거는 자신뿐인 기라.” / 52p

 

 

총독부 말이야일본 군인들을 위해 중국에 데려가려고 한다고아무도 따라가지 마여자든 남자든 가릴 거 없이조선인일 거야중국이나 일본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말할 거고네가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조심해저런 멍청한 남자애들을 말하는 게 아니야쟤들은 그냥 불량배들이고그래도 조심하지 않으면 저런 애들이 너를 해칠 수 있어알아듣겠어?” / 60p

 

 

 



 

 

 

 

  때마침 병을 얻어 선자네 하숙집에 손님으로 오랫동안 묵고 있었던 목사 백이삭은 병이 다 나은 듯하자 선자에게 청혼을 하기로 결심했다평생 손가락질을 당할 난잡한 계집으로아이는 성도 없는 사생아가 되어 놀림 받을 것을 걱정했던 선자는 이삭의 선한 마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한수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지만선자는 이삭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열심히 이삭을 보살피기로 마음먹고 그를 따라 오사카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다하지만 운명은 선자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일본은 전쟁 중이었고그 속에서 조선인이자 여성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늘 가혹한 현실에 내몰려야만 했다훗날 사람들은 조선을 버리고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하여 자이니치(재일동포)’를 조국을 버린 이라 욕하기도 했지만선자와 그녀의 가족사를 따라가다 보면 차별과 멸시혐오와 배재로 단 한순간도 온전하게 살기 어려웠을 그들의 고단한 삶이 눈에 밟힌다.

 

 

 

일본어를 아무리 유창하게 구사해도 억양은 어쩔 수 없어서 조선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겉모습으로만 본다면야 어느 일본인에게 다가가도 공손한 미소가 돌아오겠지만말문을 여는 순간 환영받지 못했다결국 요셉은 조선인이었고아무리 호감이 가는 성격이라도 그는 소위 교활하고 약삭빠른 족속의 일원이었다편견이 없고 생각이 바른 일본인들도 많았지만그들도 외국인을 경계하는 경향이 있었다. ‘똑똑한 인간들특히 그런 인간들을 조심해야 해조선인은 타고난 말썽꾼이야.’ 요셉은 일본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그런 말을 숱하게 들었다. / 155p

 

 

우리 자리에 냄새 풍기지 마라.”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다른 데로 가.” 여자가 생선을 파는 구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선자가 마른멸치와 미역을 파는 여자들에게 다가가자 나이 많은 조선 여자들은 이전 여자들보다 더 탐탁지 않아 했다. “그 꼴불견 수레를 안 옮기면 우리 아들들한테 니 항아리에다가 오줌을 싸라고 할 거다알아들었어이 촌뜨기야?”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른 키 큰 여자가 말했다. / 254p

 

 

김치맛있는 김치 있어예김치맛있는 김치 있어예오이시데스오이시 김치!”

이 소리가자신이 내는 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졌다자기 목소리라서가 아니라 어렸을 적에 장에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처음에는 아버지와 함께아가씨가 돼서는 혼자그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을 간절히 바라는 여인으로 갔다그 시절 큰 소리로 물건을 팔던 여자들의 소리가 항상 선자의 주위에서 들렸고이제는 선자도 그 여자들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257p

 

 

 

  이처럼 소설 파친코』 는 일제강점기와 해방한국전쟁과 세계대전이라는 굵직한 근현대사 속에서 살아남아야했던 조선인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담은 작품이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그래도 상관없다던 소설의 첫 문장처럼당시 조선인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살아내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에 가까웠다일본 경찰들은 조선인들을 잡아다가 구타하고 굶기다 거의 죽기 직전에야 집으로 돌려보냈고여자아이들은 국수 한 그릇에 순결을 팔아야 했다일본인 학생들이 조선의 여인들을 함부로 겁탈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으며일본의 기업들은 험한 노동현장에 조선인들을 끌어다놓고 전쟁으로 폭격을 당하자 그 어떤 피해 보상이나 임금 지불조차 하지 않았다같은 조선인조차 가진 것을 지키기에 급급해서 자신들의 자리를 조금도 내어주지 않거나 훔치고 서로에게 욕을 했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고살아내는 것이 중요했기에 그 어떤 모욕에도 침묵했으며고향으로 돌아갈 날만을 꿈꾸며 꾸역꾸역 삶을 연명했다미래를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마음 속 어딘가에서 늘 숨 쉬고 있었기에 살았고또 살아가려 했다이렇듯 소설은 역사 속에서 그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던 개개인의 삶을하나하나의 목소리를 매우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생동감 있게 구현한다.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들의 삶을 다룬 매우 방대한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굉장한 흡인력을 지닐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요셉은 희망에 차 있는 듯했다오사카에서 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다 나아지기 마련이었다가진 것이 돌멩이와 쓰디쓴 고난뿐이라도 얼마든지 맛있는 국을 끓여낼 수 있을 것이다일본인들이 그들에 대해 제멋대로 생각하겠지만살아남아서 성공하면 그런 것은 아무 상관 없었다경희는 이제 그들 넷이 여기에 있고 곧 다섯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함께 있으니 더 강해질 것이다. “맞지?” / 171p

 

 

조선인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까결코 아닐 것이다그렇다면 각자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인들이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었다가족을 지켜라자기 배를 채워라정신 바짝 차리고지도자들을 믿지 마라조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나라를 되찾지 못한다면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출세하게 해라적응해라지극히 간단하지 않은가조선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애국자들이나 일본 편에 선 재수 없는 조선 놈들이 있는가 하면이곳에서나 또 다른 곳에서 그저 먹고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수많은 동포가 있었다결국 배고픈 앞에 장사 없는 법이었다. / 276p

 

 

 




 

 

 

 

  “우리 같은 사람한테 고향은 없어.”

  1권의 말미에서 한수가 창호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냉정하지만 조선의 처한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나라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창호의 질문에 한수는 싱긋 웃는다진실은 자애로운 지도자 따위는 없다는 것그들이 조선을 신경 쓴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는 것애국심은 그저 이념일 뿐이고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이어서 한수는 너 같은 사람들이나 나 같은 사람이 백 명이 있어도 조선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거침없이 말한다그저 살아남아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나 하라는 그의 말은 서글프지만 직시해야만 하는 그들의 현실이었을 테니까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 조선의 아이들은 또 어떤 삶을 살아야했을까소설은 이제 선자의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를 중심으로 새롭게 펼쳐질 이야기를 향해 나아간다. 2권에서는 어떠한 운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2022년 애플TV가 제작한 동명의 드라마가 공개되면서 진즉에 화제가 된 소설이지만이제야 나는 1권을 읽었다. ‘파친코라는 제목이 과연 이 소설과 어떠한 관련이 있을지역사는 선자와 그녀의 가족들을 어디로 데려다줄 것인지한수와 선자는 또 어떠한 운명을 맞이할 것인지 2권이 더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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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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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로 가득한 스칸디나비아 언어와 따뜻한 일러스트가 만난 아주 특별한 책!

여행지에 데려가거나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유럽의 북단에 있는 스칸디나비아 반도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3국을 비롯해 아이슬란드와 핀란드에 이르기까지대자연의 낭만이 살아 숨 쉬고 궁극의 복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상당히 낯선 곳이었다그나마 북유럽의 이미지가 친숙해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이케아를 주축으로 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유행에서부터 비롯된 게 아닐까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덴마크어 휘게를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인기를 끈 것도 한 몫을 한 듯하다영화 <어벤져스>의 흥행신화와 함께 토르가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가 다수의 도서로 출간되고노르웨이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겨울왕국>의 흥행 역시 북유럽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토베 얀손의 캐릭터 무민이 등장하는 책을 읽고 난 뒤 북유럽만의 독특한 세계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북유럽 신화와 스칸디나비아스코틀랜드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 속 괴물 트롤이 하마를 닮은 귀여운 캐릭터 무민으로 탄생되었지만시종일관 어두컴컴한 숲속 골짜기를 배경으로 한 데다 독특한 북유럽식 유머를 곁들인 대화는 내겐 그리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덕분에 북유럽식 언어와 문화는 여느 문화권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고유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독특하고 유별난 북유럽 문화의 분위기가 낯선 것은 나뿐 만이 아니었나보다스웨덴 남부에서 태어나 자란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의 저자 카타리나 몽네메리는 영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사람들이 스칸디나비아반도 인근 나라들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를 상당히 낯설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비록 누군가는 그들의 언어를 별난’ 것으로 표현하지만 저자는 그들만의 매혹적인 언어와 유머에 가까이 다가가다 보면혹독한 날씨와 자연 친화적인 생활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북유럽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그도 그럴 것이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핀란드 4개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관용구의 기원과 뜻올바른 사용법을 엮은 이 책을 읽다보면어느 새 스칸디나비아의 매혹적이고 넘치는 재치에 푹 빠지게 된다여기에 국제회의통역사 안현모의 번역과 코멘트가 더해진 유쾌한 해석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때론 매력적이고때론 묘하고 이상한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

 

 

  “그대는 나를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 주었어요나의 맛있는 청어여.”

  로맨틱한 레스토랑에서 젊은 사내가 연인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주며 이렇게 고백한다청어사람을 생선에 비유하다니그리 좋은 칭찬으로 생각되지 않는 데다 고백할 때 쓰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어감이 썩 좋지 않다하지만 스칸디나비아에서는특히 덴마크에서는 청어를 대단히 고귀하게 여긴다고 한다다시 말해 열망하는 상대를 맛있는 청어라 칭하는 것은 당신이 선물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 가운데 하나라고하긴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멋진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는다면 청어인들 고등어인들 뭔들 어떻겠는가하하.

 

 

 



 

 

 

 

  만약 노르웨이 친구의 자동차를 빌렸다가 기름을 채워 넣지 않고 돌려준다면그 친구는 아마도 다음에 만날 때 이 같은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함께 털을 뽑을 암탉이 있어(I have a hen to pluck with you).” 말만 들었을 때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맥락을 살펴보면 얼핏 이해가 간다그만큼 암탉의 털을 뽑는 일은 고역이라는 뜻이 아닐까이 표현은 마치 영국인들이 무언가 따질 일이 있을 때 함께 발라낼 뼈가 있다(“너에게 따질 일이 있어”)’라고 하는 것과 거의 똑같이 쓰인다고 하니문화는 달라도 이처럼 언어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게 참 신기하다.

 

 

 

황금과 푸른 숲을 약속해(Promise gold and green forests)

겸손한 스칸디나비아인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것들을 약속하죠그들은 달과 별을 대신해 호아금과 푸른 숲을 말합니다이 표현은 원래 남유럽의 황금산을 약속하다라는 말에서 유래해요그런데 덴마크는 산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덴마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은 대략 의자 위에 올라선 높이), 자신들의 평탄한 토지와 숲을 향한 사랑을 반영해 표현을 수정했지요. / 14p

 

 

골짜기에 무민이 없네(Not all the Moomins are in the valley)

토베 얀손의 이 사랑스러운 만화 캐릭터들은 핀란드 문화와 디자인의 필수 아이콘이랍니다그러니까 무민이 버젓이 사라졌다면 무언가 잘못됐다는 경고음이 울리겠죠무민을 활용한 이 표현은 그래서 만들어졌을 거예요멀쩡히 보고 듣고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얼빠진 사람에게 영어로 집에 불은 켜져 있는데 아무도 없다’(정신이 딴 데 팔려 있다)라고 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 53p

 

 

 

  재능이 부족하거나 성과가 나쁘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격려하고 싶다면 까마귀도 제 목소리로 노래하니까(Even the crow sings with its own voice).”라는 말을 인용해보면 어떨까노랫소리가 아름다운 새는 아니지만꾸밈이나 장식이 없는 진실된 소리를 내는 까마귀처럼 최선을 다해 나다운 모습을 보여 주면 된다고 말하는 핀란드인들에게서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그래꾀꼬리만 노래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구두 수선공이 떨어지고 있어(It’s raining cobbler boys)

덴마크에서는 비가 세차게 내리면 하늘에서 구두 수선공들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못과 망치 그리고 이왕이면 쇠모루까지 같이 들고 말이죠. / 73p

 

 

눈 흰자 값이다(It costs the whites of the eyes)

가격표가 없을 때는 신중하게 처신하세요십중팔구 해당 물건을 구매할 여력이 안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만약 직원에게 가격을 문의하는 실수를 저지른다면달갑지 않은 놀라움에 직면할 확률이 높습니다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 커질지도 몰라요그러니 막대한 돈이 드는 일을 두고 영어로는 팔다리 값이라고 하는 반면덴마크어로는 눈 흰자 값이라고 하는 거겠죠. / 113p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스칸디나비아인들의 글에 감성 일러스트가 만나니 이토록 아름다운 책이 탄생할 줄이야여행지에 데려가기에 좋은 책이자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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