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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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로 가득한 스칸디나비아 언어와 따뜻한 일러스트가 만난 아주 특별한 책!

여행지에 데려가거나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유럽의 북단에 있는 스칸디나비아 반도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3국을 비롯해 아이슬란드와 핀란드에 이르기까지대자연의 낭만이 살아 숨 쉬고 궁극의 복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상당히 낯선 곳이었다그나마 북유럽의 이미지가 친숙해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이케아를 주축으로 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유행에서부터 비롯된 게 아닐까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덴마크어 휘게를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인기를 끈 것도 한 몫을 한 듯하다영화 <어벤져스>의 흥행신화와 함께 토르가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가 다수의 도서로 출간되고노르웨이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겨울왕국>의 흥행 역시 북유럽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토베 얀손의 캐릭터 무민이 등장하는 책을 읽고 난 뒤 북유럽만의 독특한 세계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북유럽 신화와 스칸디나비아스코틀랜드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 속 괴물 트롤이 하마를 닮은 귀여운 캐릭터 무민으로 탄생되었지만시종일관 어두컴컴한 숲속 골짜기를 배경으로 한 데다 독특한 북유럽식 유머를 곁들인 대화는 내겐 그리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덕분에 북유럽식 언어와 문화는 여느 문화권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고유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독특하고 유별난 북유럽 문화의 분위기가 낯선 것은 나뿐 만이 아니었나보다스웨덴 남부에서 태어나 자란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의 저자 카타리나 몽네메리는 영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사람들이 스칸디나비아반도 인근 나라들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를 상당히 낯설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비록 누군가는 그들의 언어를 별난’ 것으로 표현하지만 저자는 그들만의 매혹적인 언어와 유머에 가까이 다가가다 보면혹독한 날씨와 자연 친화적인 생활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북유럽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그도 그럴 것이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핀란드 4개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관용구의 기원과 뜻올바른 사용법을 엮은 이 책을 읽다보면어느 새 스칸디나비아의 매혹적이고 넘치는 재치에 푹 빠지게 된다여기에 국제회의통역사 안현모의 번역과 코멘트가 더해진 유쾌한 해석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때론 매력적이고때론 묘하고 이상한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

 

 

  “그대는 나를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 주었어요나의 맛있는 청어여.”

  로맨틱한 레스토랑에서 젊은 사내가 연인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주며 이렇게 고백한다청어사람을 생선에 비유하다니그리 좋은 칭찬으로 생각되지 않는 데다 고백할 때 쓰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어감이 썩 좋지 않다하지만 스칸디나비아에서는특히 덴마크에서는 청어를 대단히 고귀하게 여긴다고 한다다시 말해 열망하는 상대를 맛있는 청어라 칭하는 것은 당신이 선물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 가운데 하나라고하긴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멋진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는다면 청어인들 고등어인들 뭔들 어떻겠는가하하.

 

 

 



 

 

 

 

  만약 노르웨이 친구의 자동차를 빌렸다가 기름을 채워 넣지 않고 돌려준다면그 친구는 아마도 다음에 만날 때 이 같은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함께 털을 뽑을 암탉이 있어(I have a hen to pluck with you).” 말만 들었을 때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맥락을 살펴보면 얼핏 이해가 간다그만큼 암탉의 털을 뽑는 일은 고역이라는 뜻이 아닐까이 표현은 마치 영국인들이 무언가 따질 일이 있을 때 함께 발라낼 뼈가 있다(“너에게 따질 일이 있어”)’라고 하는 것과 거의 똑같이 쓰인다고 하니문화는 달라도 이처럼 언어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게 참 신기하다.

 

 

 

황금과 푸른 숲을 약속해(Promise gold and green forests)

겸손한 스칸디나비아인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것들을 약속하죠그들은 달과 별을 대신해 호아금과 푸른 숲을 말합니다이 표현은 원래 남유럽의 황금산을 약속하다라는 말에서 유래해요그런데 덴마크는 산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덴마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은 대략 의자 위에 올라선 높이), 자신들의 평탄한 토지와 숲을 향한 사랑을 반영해 표현을 수정했지요. / 14p

 

 

골짜기에 무민이 없네(Not all the Moomins are in the valley)

토베 얀손의 이 사랑스러운 만화 캐릭터들은 핀란드 문화와 디자인의 필수 아이콘이랍니다그러니까 무민이 버젓이 사라졌다면 무언가 잘못됐다는 경고음이 울리겠죠무민을 활용한 이 표현은 그래서 만들어졌을 거예요멀쩡히 보고 듣고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얼빠진 사람에게 영어로 집에 불은 켜져 있는데 아무도 없다’(정신이 딴 데 팔려 있다)라고 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 53p

 

 

 

  재능이 부족하거나 성과가 나쁘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격려하고 싶다면 까마귀도 제 목소리로 노래하니까(Even the crow sings with its own voice).”라는 말을 인용해보면 어떨까노랫소리가 아름다운 새는 아니지만꾸밈이나 장식이 없는 진실된 소리를 내는 까마귀처럼 최선을 다해 나다운 모습을 보여 주면 된다고 말하는 핀란드인들에게서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그래꾀꼬리만 노래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구두 수선공이 떨어지고 있어(It’s raining cobbler boys)

덴마크에서는 비가 세차게 내리면 하늘에서 구두 수선공들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못과 망치 그리고 이왕이면 쇠모루까지 같이 들고 말이죠. / 73p

 

 

눈 흰자 값이다(It costs the whites of the eyes)

가격표가 없을 때는 신중하게 처신하세요십중팔구 해당 물건을 구매할 여력이 안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만약 직원에게 가격을 문의하는 실수를 저지른다면달갑지 않은 놀라움에 직면할 확률이 높습니다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 커질지도 몰라요그러니 막대한 돈이 드는 일을 두고 영어로는 팔다리 값이라고 하는 반면덴마크어로는 눈 흰자 값이라고 하는 거겠죠. / 113p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스칸디나비아인들의 글에 감성 일러스트가 만나니 이토록 아름다운 책이 탄생할 줄이야여행지에 데려가기에 좋은 책이자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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