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만드는 아이주도 영어공부 - 한국에서만 공부하고도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는 아이들만의 비결!
곽창환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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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학습을 실천하기 위한 교육마인드를 제시하는 책!

아이에게 문제집을 풀리고학원을 보내기 전에 부모가 먼저 자신의 교육관부터 정립하기를 제안하다!

 

 

 

 

  BTS의 리더 RM의 영어 실력이 화제가 된 적 있다. UN에서 유창한 발음으로 영어 연설을 하고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정말 그가 단 한 번도 유학을 가본 적이 없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놀랍게도 그는 미국 유명 시트콤 <프렌즈>를 보며 공부를 했다고 한다어렸을 때 어머니가 사주신 <프렌즈> DVD 세트를 한글 자막영어 자막무자막 순으로 보면서 영어를 익혔다는 것이다한 때 SBS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서도 유튜브 시청만으로 자매의 영어 실력이 상당 수준을 뛰어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이들처럼 학원을 가지 않아도유학을 가지 않아도 정말 원어민처럼 자연스러운 회화가 가능한 것일까타고난 언어 감각을 가진 몇몇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8살과 4살인 아들의 엄마인 나로서는 가급적이면 학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영어 문법과 원어민 화상 통화 같은 스피킹 프로그램을 슬슬 찾아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수능 성적을 높게 받기 위한 한국식 영어 교육에 익숙해있는 나로서는 결국 기존의 문법과 단어 암기 위주의 익숙한 영어 학습법을 따르게 되리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었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에서만 공부하고도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아니어떻게 하면 아이가 영어와 친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까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만드는 아이주도 영어공부를 읽게 된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뇌과학선진교육유대인교육으로부터 찾은 올바른 영어 교육법

 

 

  영어 교육 사업을 통해 오랫동안 학부모와 학생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던 저자는 한국식 영어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단기 기억에만 머무르고 장기 기억으로는 이어지지 않는국제 학력 평가 수준은 높지만 공부한 시간과 비교해 보면 공부 효율은 세계 하위권인외국인도 풀지 못하는 수능 영어는 풀 수 있지만 외국인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은 하지 못하는 한국 영어 교육의 현실유명 어학원의 각종 레벨 테스트에 아이들을 밀어 넣지만 정작 이에 대한 교육적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다특히 저자는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가 문법이 약해서 말을 못해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그는 정말 우리 아이들이 문법을 몰라서 말을 못하는 것인지원어민 아이들은 문법을 잘 알아서 말을 잘하는 것일지 되물어본다각 문장을 언제 적절하게 사용해야하는지는 정작 알려주지 않으면서 가정법이나 수동태형을 만드는 방법만 가르치는 게 과연 얼마나 효용 가치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이렇게 책은 한국식 영어 교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보면서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영어를 통하여 세상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공부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영어를 잘하려면 뇌에서 영어를 위한 언어 영역을 활성화해야 합니다어떻게 하면 될까요뇌에서 영어라는 언어를 처리하는 기능을 자동화해야 됩니다자동화란 간단하게 생각하면 영어로 듣고영어로 이해하고영어로 말하는 것이 자동으로 된다는 말입니다자동적으로 언어가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그런 자동화는 반드시 반복 사용을 통한 숙달에 의해서만 이루어집니다그래서 영어 30일 완성 같은 영어 단기 완성이나 비법을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절대 가능하지 않습니다앞으로는 그런 광고를 보면 그냥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 48p

 

 

앞 문장에서 아버지가 개한테 물린 것을 수동태형으로 사용하였습니다그래야 글의 일관성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수동태를 배우기 전에 먼저 글을 일관성 있게 쓰는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수동태가 왜 필요한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그런 후에 수동태를 어떻게 만드는지 가르쳐야 합니다하지만 한국 교육에서는 그런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그냥 수동태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만 가르칩니다과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까요그렇게 배워서 학생들이 영어로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왜 배우는지도 모른 채 시험에 나오니까 공부하는 건가요선후가 바뀐 느낌이 드는 것이 한국식 영어 교육입니다. / 89p

 

 

 



 

 

 

 

  흔히 단어집으로 공부하면 단어를 엄청 많이 외울 수 있다고 광고하는데저자는 장기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특히 새로운 단어를 공부하려고 할 때는 단어집을 추천하지 않는다대신 자신이 공부한 걸 정리하거나 자신의 단어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정리용으로만 볼 것을 제안한다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새로운 단어는 문맥에서 파악해야만 그 단어의 쓰임새를 알고 써먹을 수 있다다시 말해 어휘력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어를 많이 만나보고 실제로 써보는 것으로영어로 독서를 많이 하고 반복적으로 많이 만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한다이때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2~3개 있는 것이 적당한 수준으로, 98% 법칙의 기준에 따라 아이가 그 책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지 판단해보기를 추천한다학생이 학구열이 있어서 도전적인 것을 좋아한다면 좀 더 어려운 책에 도전해 볼 수 있지만책에 흥미가 없다면 쉬운 책을 더 많이 읽으면서 서서히 레벨을 올리기를 제안한다.

 

 

 

순간적으로 아는 단어가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단어 실력이 향상된 것이 아닙니다단기 기억과 내가 그런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그래서 그런 유혹에 더 이상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그것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그래서 부모님의 교육관이 중요합니다부모님이 좋은 교육관을 가지고 있어야 흔들리지 않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해 줄 수 있습니다그런 교육관이 없으면주위에서 하는 말이나 학원에서 하는 말에 쉽게 흔들립니다. / 57p

 

 

책을 읽거나 공부할 때 만나는 모르는 단어는 공책이나 수첩을 준비해서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뜻도 적어보고 예문도 적어보고그리고 시간이 날 때 다시 읽어보는 것입니다굳이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시간이 날 때 반복적으로 읽어보고다시 그 단어를 만났는데 기억이 안 나면 다시 정리하면서 연습하면 됩니다이렇게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 정리하는 습관이 단어를 인위적으로 단기간에 많이 외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 77p

 

 

 

  저자는 영어 문제집 위주의 공부 역시 권하지 않는다영어 문제집 위주로 공부한 학생은 영어로 말을 잘하지 못할뿐더러고학년이 되면서 이것이 학습 습관으로 굳어져 그냥 자기가 익숙한 방식의 영어 공부만 하려드는 까닭이다이런 학생들에게 영어는 더 이상 언어가 아니라 그냥 학교의 교과 과목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어릴 때부터 문제집이나 문법 위주로 영어를 가르치기보다는 어릴 때는 책 읽는 습관과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길러줄 것을 제안한다문제집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학교 내신 등의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12세 이후로 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라이팅의 경우 어릴 때부터 형식에 얽매여 쓰게 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많이 써볼 것을 추천한다라이팅 학원 대신 아이가 쓴 라이팅을 읽어주고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만 있다면 학생 스스로 많이 써보는 것만큼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이 외에도 책은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법뇌과학과 선진교육유대인교육으로부터 찾은 올바른 영어 교육법을 통해 아이의 잠재력과 진정한 성장을 끌어내는 법을 소개한다.

 

 

 

바로 상위권 학생들은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설명을 잘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설명해 주는 행위가 뇌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생각해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남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서는 자기의 기억을 더듬어 보아야 합니다우리는 이것을 회상이라고 했습니다회상을 하면서 자기가 가진 지식들을 다시 둘러볼 수 있습니다그리고 자기가 모르는 부분도 알 수 있습니다자기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추가로 공부해서 남에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자기의 지식을 남과 공유하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학생보다는 자기가 아는 지식을 남과 공유하는 이타적인 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 120p

 

 

학습적인 측면에서 이 시기에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독서하는 습관과 자기주도학습 습관입니다.

어릴 때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갖춘 학생은 나이가 들수록 지식 습득 속도가 빨라지고 사고가 좋아집니다하지만 어릴 때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은 고학년이 될수록 공부에 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습니다많은 부모님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학원에 의존하도록 하는데이런 학생일수록 자기주도학습이 되지 않습니다학원은 꼭 필요한 부분만 제한적이고 보조적으로 보내야 합니다공부의 주체는 학생임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 139p

 

 

 




 

 

 

 

  사실 이 책은 엄마표 공부나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아이가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찾는 부모들에게 자기주도 학습을 실천하기 위한 교육마인드를 제시하는 쪽에 더 가깝다때문에 아이 주도 영어 학습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면면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주변에 있는 아이가 다 한다는 이유로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가 뒤쳐질까봐아이를 학원으로 밀어 넣고 있는 부모들에게 진정으로 내 아이를 위한 교육의 참뜻이 무엇인지 되새겨보게 한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마침 엄마표 공부와 학원이라는 기로에 서 있던 나에게도 부모의 흔들리지 않는 교육관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 뜻깊은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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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걸즈 2 - 라이, 코스프레 동아리를 구하라! 급식걸즈 2
진영옥 그림, 최재연 글, 박병규 감수, 급식걸즈 원작 / 샌드박스스토리 키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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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급식걸즈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모두 모여라!

꿈을 좇는 라이와 그런 라이를 위해 뭉친 급식걸즈의 우정이 따뜻한 어린이 만화책!

 

 

 

 

 ‘급식걸즈는 상큼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4명의 소녀들이 펼치는 학교 생활 콘텐츠로 56만 구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튜브 코미디 채널이다소녀들의 우정과 특유의 감수성이 가득 담긴 이야기로 팬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으면서 벌써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지난 1권에서는 가수를 꿈꾸던 초아가 급식걸즈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꿈을 향해 도전하는 여정을 담았다면, 2권에서는 위기에 빠진 코스프레 동아리와 동아리 회장인 라이를 위해 의기투합한 급식걸즈 친구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으아아악말도 안 돼!

우리 코스프레 동아리가 폐지될 거래!” / 10p

 

 

 

  많아도 너~무 많은 학교 동아리학교 측은 동아리 활동비로 나눠줄 예산이 부족해지자 회원 수가 5명 이하인 동아리는 폐지시키기로 결정한다코스프레 동아리 회장인 라이가 초아를 도와주느라 동아리 일에 소홀한 사이하나둘씩 회원들이 빠져나가면서 동아리는 폐지 위기에 처한다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코스프레 동아리 명예 회원인 초아와 반희는 코스프레 동아리를 홍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덕분에 코스프레 동아리는 오랜만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이에 신이 난 것도 잠시다들 연예인이 된 초아에게 더 관심을 보이자 라이는 실망하게 되는데라이는 이대로 동아리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코스프레 동아리를 포기할 수 없어!

급식걸즈우정 파워를 보여줘!

 

 

 

  연이은 좌절로 코스프레 동아리를 유지할 수 있는 희망이 점점 사라져가는 가운데구구쌤의 제안으로 급식왕 학교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되는 급식걸즈 친구들. 1등을 하면 무엇이든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준다는 말에 급식걸즈 친구들은 다시 힘을 모은다때마침 모두 떠난 동아리에 홀로 남아 있었던 신입 회원 두루미가 가세해 야무지게 라이 회장을 돕기 시작한다그렇게 콘테스트를 앞두고 멋진 빅토리아풍 웨딩드레스를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급식걸즈 친구들하지만 콘테스트 무대로 올라가기 직전에 방실이가 쏟은 주스 때문에 드레스가 젖어버리는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다과연 급식걸즈 친구들은 이 위기도 함께 벗어날 수 있을까?

 

 

 




 

 

 

 

  꿈을 좇는 라이와 그런 라이를 위해 뭉친 급식걸즈의 우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소녀들의 성장을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위기에 처할 때마다 함께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큰 울림이 되어줄 것이다이처럼 감동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페이지 곳곳에서 만나는 놀이 페이지 역시 책의 흥미를 높인다심리 테스트패션 고수 라이가 전하는 똑똑한 쇼핑법라이와 함께 쓰는 그림일기 쓰는 법동아리 홍보 포스터 만들기내가 입고 싶은 드레스 그리기 등은 누구나 참여해볼 수 있다이 외에도 시대와 지역신분에 따라 달라진 패션의 역사다양한 드레스 스타일, 20세기 패션의 변화까지 알찬 정보가 수록되어 있어 읽을거리도 풍성하다.

 

 

 

  꿈을 좇고 이를 응원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급식걸즈는 부모가 아이에게 먼저 권해도 좋은 어린이 만화책이다급식걸즈 코스프레 포토 엽서도 부록으로 담겨 있으니유튜브로 먼저 급식걸즈를 접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이 책을 선물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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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존 M. 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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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넓은 지형으로 바라본 악의 본성!

나와 타인의 경계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경계에 갇히지 않는 성찰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책!

 

 

 

 

  존 M. 렉터는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제시한 동굴의 비유로 포문을 연다플라톤은 인간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깊은 동굴에 갇혀 사는 죄수와 같으며그 깊은 동굴에서도 목과 다리에 족쇄가 채워진 채 똑같은 저리에만 머물기 때문에 바로 앞에 있는 동굴 벽만 바라볼 수 있을 뿐이라 했다이는 많은 것을 관찰하고 경험하지만 그것들의 표면만 보는 경향이 있으며어떤 존재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가 그 존재의 진실을 대변한다고 섣불리 가정하는 우리의 태도를 가리킨다.

 

 

 

  저자는 이 비유야말로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에서 강조하는 핵심 개념즉 대상화와 연관된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한다여기서 말하는 대상화란타인을 주체가 아닌 사물로 바라보고 사물처럼 대하는 심리적인 과정이다저자는 타인을 대상화한다는 것은 타인을 총체적인 존재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뜻이며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이 지닌 심오한 진실까지 왜곡하게 되어 악이 실현될 가능성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대상화의 본질을 비롯해 이것이 우리의 일상이나 의식·무의식적인 활동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그로 인해 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이는 저 플라톤의 동굴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인간이 타인을 대상화하는 경향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알아보기 위함이자역설적이게도 선을 지향하고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게 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면 어떨지를 상상해보는 행위는 인간성의 핵심을 이룬다.

이는 연민의 본질이자 도덕의 시작이다. - 이언 매큐언 / 43p

 

 

 

  타인을 수단화한다는 의미에서 대상화는 경미한 수준에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를 아우른다대상화 스펙트럼의 가장 최저점에 위치한 일상적 무관심은 대부분의 인간이 대부분의 시간에 경험하는 현상이며이때 우리는 극히 소수의 타인만을 소중한 주체로 간주한다고 한다대상화 스펙트럼에서 가장 넓은 중간지대를 차지하고 있는 유도체화는 타인을 우리의 필요욕구두려움소망에서 파생한 한낱 대상으로 간주하는 현상이다유도체화 과정이 진행되면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타인을 희생시키면서(여성을 대상화한 광고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유도체화가 극단적으로 발현될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감정적 둔화라 하는데전시 상황 혹은 폭력적인 문화 속에서 발현되거나 정상적인 공감이 불가능한(정신병무능의 부차적인 결과로 나타난다고 한다.

 

 

 

  대상화 스펙트럼의 최고점에 위치한 비인간화는 극단적인 대상화를 가리키며특정 사람들의 인간성을 부인하고 그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존재로까지 간주하는 현상을 말한다대체로 제노사이드의 전조를 여기에 분류한다이처럼 넓고 다양한 수준의 대상화 스펙트럼을 살펴보다보면 우리 내면에 이토록 다양한 자아 경계가 존재한다는 것을삶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사는 일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특히누스바움이 제시하는 대상화가 구현되는 일곱 가지 방식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의식의 여부와 상관없이 수시로 타인을 대상화하는 일을 빈번하게 해왔음을 직시하게 된다.

 

 

 

대상화가 구현되는 일곱 가지 방식을 설명한다.

  • 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본인의 목적을 위한 (한낱도구로 대한다.
  • 부정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이 결여된 존재로 대한다.
  • 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행위성이 없거나 행동을 취할 역량이 없는 존재로 대한다.
  • 가능성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과 교환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 대한다.
  • 가능성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경계 완전성이 결여되어 침해하거나 망가뜨려도 되는 존재로 대한다.
  • 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다른 사람이 소유하거나 사고팔 수 있는 존재로 대한다.
  • 부정대상화의 주체가 타인을 마치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경험과 감정(존재한다면)을 지닌 존재로 대한다. / 40p

 

 

어떤 집단은 다른 집단의 인간성을 부정한다인간성이 부정된 집단에 속한 이들은 동물해충곤충질병 따위와 동일시된다비인간화는 인간이 살인에 대해 느끼는 정상적인 혐오감을 압도한다비인간화가 이루어지는 수준에서는 피해집단을 비방하기 위한…… 혐오의 프로파간다가 동원된다. - 그레고리 H. 스탠턴 / 70p

 

 

 




 

 

 

 

  우리가 타인을 대상화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저자는 애착과 갈망분리나는 옳고 타인은 그르기를 바라는 욕구소유와 존재를 동일시하는 삶 등 타인을 대상화하는 경향에 기여하는 인간의 기질적(내적요인과 더불어 상황적(외적요인에 주목한다사회가 부여한 역할이 대상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상당히 충격적이다이 모의 교도소 실험은 학대적인 교도소 환경이 각 교도관과 수감자가 지닌 성격에서 기인한 부산물인지 아니면 유해한 환경이 낳은 결과물인지를 파악하고자 실시된 것이다선발된 실험 참가자들은 24명의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젊은이들로 동전 던지기를 통해 수감자와 교도관으로 나뉘었다이들은 어떤 식으로 교도소 내에서 행세를 해야 하는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그런데 6일 차가 되던 날이 실험은 돌연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도저히 이 실험을 진행할 수 없을 만큼 교도관 역할을 맡은 이들이 대상화 스펙트럼 중에서도 상당히 진행된 유도체화 수준으로 가혹한 폭력과 성적 학대를 일삼았고수감자 역할을 한 이들은 그전까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무기력과 우울의존적이며 수동적이며 억압받는 경험들에 시달렸던 것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 원래 선하거나 악한 것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상황적 조건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다시 말해 좋은 자아는 언제나 나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일반적인 통념에 경고를 날리는 사례로, ‘악이란 단지 사이코패스나 폭군도착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밟게 될 수 있는 지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우리가 악을 선의 반대 개념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해자가 받아들이는 권력의 의미가 극단적인 형태의 폭력을 설명하는 하나의 중요한 변수라고 말한다그러면서 강제수용소처럼 절대권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머지않아 폭력이 새로운 언어로 군림하게 된다고 주장한다어떤 지역이 고립되어 있을수록 폭력의 하위문화는 더 거리낌없이 발전할 수 있다강제수용소-특히 폴란드에 위치한 강제수용소들-에서 복무한 나치스 친위대원들은 전쟁 이전의 삶을 보냈던 익숙한 풍경과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그들은 민간의 생활 풍경이 존재하지 않는 강제수용소라는 곳에서 본래 일종의 규제로 작용했던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상태였다또한 그들은 이렇게 고립된 환경에서 전능감을 느꼈다. / 72p

 

 

애착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부정적인 혹은 적대적인 감정적 몰두라는 형태를 띨 수도 있다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원한에 사로잡히거나 누군가를 증오 또는 원망하는 감정에 극도로 몰두할 수도 있다한편 일상에서 어떤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깊은 즐거움이나 만족감을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애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애착은 주로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인지하고 인정할 때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인지하고 인정할 때어떤 사물이나 사람 없이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여길 때 생겨난다그러므로 핵심은 욕망하거나 경멸하는 사물 혹은 사람 그 자체보다도 그러한 사물 혹은 사람에게 투영된 감정의 유형 및 깊이와 결부되어 있다. / 188p

 

 

삶을 평가하는 기준을 물건의 소유와 동일시할수록 우리는 자아의 영향과 세상을 대상화하는 경향에 더 쉽게 좌우되며이에 따라 우리 자신과 타인의 본질은 흐려진다반면 존재의 실존양식은 취득과 소비보다 존재경험관계를 강조한다존재의 실존양식에서는 경험의 풍요로움을 다른 무언가를 위한보다 갈망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목적으로 본다그러므로 존재의 실존양식은 모든 존재의 깊이를 이해하는 깨달음과 동일하다그리고 이는 타인을 대상화하려는 우리의 경향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독제를 제공해준다. / 227p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플라톤의 동굴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저자는 이를 유신론과 비신론적 접근법이른바 깨달음의 스펙트럼으로 지칭되는 일상적 관심과 상호연관성 그리고 합일의식 등을 제시한다여기서 가장 높은 스펙트럼에 위치해있는 합일의식이란 경계를 초월하여 세계와의 연결성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자신이 사실 이 세계와 하나라는 인식을 가지고존재의 다른 측면과 통합되기를 제안한다이러한 방법은 자칫 심오하고 종교적이며 낭만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으나다른 존재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자주 나누고 참된 감사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경험에 마음 깊이 몰두하는 순간들 체화하다보면우리는 타인을 대상화하려는 경향으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작들과 (대중서나 한번 읽고 마는’ 문학작품과 상반되는훌륭한 문학작품을 읽는 행위는 인간됨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문학작품의 독서는 독자가 이야기에 몰두하기만 한다면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한층 북돋아준다위대한 문학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주제를 다루고 깊이와 모순을 지닌 인물들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오래도록 유지된다더불어 독자들이 주인공은 물론 악인과도 동일시해보고 본인의 내적 복합성과 천사 같은 경향 혹은 그림자도 조명해보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타인을 더욱 섬세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383p

 

 

 

  한나 아렌트가 강조했던 것처럼 얼마든지 외부 환경과 꼬리표 이미지사회 역할에 따라 악의 평범성에 빠질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대상화 문제는 일상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일이고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는 대상화에 동일시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악의 본성을 들여다봄으로써 나와 타인의 경계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경계에 갇히지 않는 성찰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유의미한 책이다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고참신한 해결책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울만한 면면도 있는 책이다하지만 유독 자아를 강조하는 현 시대에 경계 너머의 세계와 합일을 독려하는 책의 메시지는 아무리 낡은 것이어도 지속적으로 전해져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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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 한국 200만 부 돌파, 37개국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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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둘러싼 문제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성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공정과 정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망이 계속되는 한 이 책은 계속 읽힐 것 같다!

 

 

 

 

  그야말로 공정이 범람하는 시대다한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7년 현재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공정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이어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편법과 잘못에 대한 공정한 처벌이 이뤄지는 사회가 1,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대가가 치러지는 사회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고 한다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에 관한 이슈는 가장 민감한 화두 중에 하나다신재용 교수의 책 공정한 보상에 의하면 부도 신분도 대물림되는출구가 없는 이 세대(MZ)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확보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레토릭으로 공정은 이 시대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임이 분명하다바로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판매부수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에서만 영미권의 20배가 넘는데다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읽히는 것을 보면 공정과 정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망이 얼마나 깊은지 느낄 수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정의에 관한 질문들

 

 

  지난 달한전의 임직원들이 받은 성과급에 관한 기사가 화제로 떠올랐다올해 상반기에만 14조 3천 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한전)와 자회사들이 5년간 약 2조 5천억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매년 적자난을 겪는다며 전기요금을 올리더니 그렇게 걷은 국민의 혈세를 남의 돈처럼 펑펑 쓴 이들에 태도에 국민들은 분노했다이와 유사한 사례로 2008년 월스트리트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160억 달러의 보너스를 나눠준 적이 있다당시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7천억 달러의 구제 금융 승인을 의회에 요청한 상태였고이 돈이 납세자들로부터 나왔기에 미국인들의 공분을 샀다이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분노의 핵심은 그들이 실패를 포상했다는 점이다방만한 경영과 무분별한 투자로 기업을 파산으로 몰고 간 이들은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보편적인 견해에 따른 것이다그렇다면 반대로 경기가 좋았을 때 시장으로부터 부여받은 포상은 과연 정당한가부진한 작황이 날씨 탓이라면 날이 좋을 때의 풍요로운 수확이 유능한 경영자들 덕분이라고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처럼 오늘날 정치를 움직이는 공정과 정의의 문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그 모습이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앞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명예와 포상을 누릴 미덕이 무엇이며 좋은 사회가 장려해야 할 생활 방식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기 위한 수많은 상황에 직면한다그렇다면 정의와 부당함평등과 불평등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을 둘러싼 주장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성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까정의란 무엇인가는 바로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책이다다양한 사례와 도덕적 사고의 근간이 되는 철학가들의 사상을 통해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고비판적으로 검토하게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는 데 있다궁극적으로는 좋은 사회의 기반이 되는 태도와 기질인격을 길러내는 일이자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옳은 행위에 대한 견해나 확신에서 시작한다그러고는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근거가 되는 원칙을 찾는다그다음 그 원칙에 반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이러한 혼동되는 상황을 생각하고 이를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것이 바로 철학으로 가는 기폭제다.

이러한 긴장에 직면했을 때옳은 행위에 대한 판단을 재고하거나 애초에 옹호하던 원칙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새로운 생황에 직면하면자신의 판단과 원칙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판단에 비추어 원칙을 재조정하기도 하고원칙에 비추어 판단을 재조정하기도 한다이처럼 행동의 세계에서 이성의 영역으로다시 이성의 영역에서 행동의 세계로 마음을 돌리는 것이 바로 도덕적 사고의 근간을 형성한다. / 53p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접근법을 제시한다첫 번째는 공리주의다영국의 도덕 철학자이자 법 개혁가인 제러미 벤담이 주장한 공리주의의 핵심은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의 극대화즉 쾌락의 총량이 고통의 총량보다 많아야 한다는 데 있다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잘 알려진 이 개념은개인의 행복을 총합한 것이 사회 전체의 행복이라는 견해에 입각하여 어떤 법이나 정책을 집행할 때 정부는 공동체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할 것을 강조한다다시 말해 정의의 개념을 규정하고 무엇이 옳은 일인가 판단하려면 사회 전체의 복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이것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해도 옳은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인간의 생명을 비롯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다양한 가치를 하나의 잣대 즉, ‘더 나은’ 것을 묻는 이득이란 개념으로 획일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반박 또한 피할 수 없다.

 

 

 

때로는 도덕적 신념들이 서로 충돌하며 도덕적 딜레마가 생긴다예를 들어 전차 이야기에서 가능하면 많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는가 하면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이라는 또 다른 원칙이 적용된다많은 생명을 구하자니 죄 없는 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직면한다상황에 따라 무엇이 더 중요하고무엇이 더 적절한지 가려내야 한다. / 47p

 

 

 




 

 

 

 

  만약 우리가 세계적인 부자들의 돈을 그들의 동의 없이 가져간다면 그 이유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강제 행위이자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 된다자기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이러한 근거로 재분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자유지상주의자라고 부른다공리주의가 공동체의 이익을 중요시한다면 자유지상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요시하는데이것이 책에서 설명하는 정의를 접근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자유지상주의자들은 규제 없는 시장을 옹호하면서 정부 규제에 반대하는데이는 경제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 때문이다이들의 핵심 주장은 우리 개인에게는 자유라는 기본권이 있으며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한 우리는 자신의 소유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에 있다자유주의자의 대표 철학자 칸트 역시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에 존중받아야 하는 존엄성을 지녔으며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존중하고도구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 철학 사조에 들어서 자유주의는 특히나 각광을 받고 있지만여기에도 결함은 있다인도의 대리 출산과 앤드루 카네기가 남북 전쟁에서 자기 대신 싸울 군인을 고용한 사례처럼경제적 이유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이 선택이 완벽히 자유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낙오자들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없는 간섭받지 않는 시장불평등을 해소하고 공동선을 장려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이 배제된 최소 국가합의를 완벽한 행위로 칭송하여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합의한 식인 행위나 노예 매매 등)마저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무지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미국의 정치철학자인 존 롤스는 자신의 인종이 무엇인지사회적 지위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무지의 장막)가 된다면 어쩌면 내가 억압받는 소수에 속할지도 몰라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혹은 자신이 앞으로 사회에서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자기 이익에만 동기 부여 되어 움직이지 않을 거라 말한다다시 말해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어느 누구도 우월하지 않고 평등한 위치에 있다면 우리가 합의한 원칙은 정당할 것이라 주장한다그래서 존 롤스는 기회 균등 및 자유 시장을 보장하는 자유지상주의 정의론을 주장하면서도자유 시장에서 소득과 부가 공정하게 배분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됨으로 이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질 수 있는 기회 즉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득한다이른바 차등의 원칙에 따라 가난한 사람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끔 조세 및 재분배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그의 주장은 선진 민주주의 복지 철학의 기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고오늘날 정치적 자유주의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최소화하려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정치이념이 발달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원칙을 택하게 될까자신이 지독히 가난한 처지에 있을 경우에 대비하여처음에는 소득과 부의 완전 균등한 배분을 선호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윽고 그보다는 나은 방법심지어 가장 하층 사람들에게도 더 나은 선택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약간의 불평등을 인정(예를 들어 의사에게는 버스 기사보다 더 높은 보수를 주는 식)하는 대신 빈곤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등 환경 개선을 제공할 수 있다이런 가능성을 허용한다면사회에서 가장 약자에 속하는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에만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인정한다는 롤스의 소위 차등 원칙을 우리는 받아들일 것이다. / 228p

 

 

롤스는 기회 균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자유 시장에서 소득과 부가 공정하게 배분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자유지상주의 체제에서 가장 정의롭지 못한 부분은 분배되는 몫이 도덕적으로 봤을 때 대단히 임의적인 요소에 부적절하게 영향을 받는 상황이 허용된다는 점이다.”

이 부정의를 바로잡는 한 가지 방법은 사회적·경제적 불리함을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다공정한 능력주의 사회는 제도적 기회 균등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조치들로 이를 실현하려 노력한다예를 들어 공정성을 해치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풍요로운 가정 출신 학생과 똑같은 기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고르게 제공한다.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저소득층 대상 교육 지원 프로그램-옮긴이), 아동 영양 보건 프로그램교육 및 직업 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모든 사람이 계층이나 가정환경에 관계없이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돕는다. / 231p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에 이어 우리가 정의를 이해하기 위한 세 번째 접근법은 정의란 사람들에게 도덕적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주는 것즉 미덕을 포상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재화를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자격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시민의 미덕이 탁월한 사람공동선을 고민하는 데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이는 정치란사람들에게 좋은 인격을 기르게 하고 좋은 시민이 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따라서 정의에 관한 논의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이상적인 법의 본질[을 조사하기전에가장 바람직한 삶의 본질부터 밝혀내야 한다그것이 불분명하면이상적인 법의 본질 또한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주장은 결국국민의 정치의식(미덕)을 성숙시켜 그들의 판단력을 기르게 하고 공동선과 공동체의 운명을 함께 보살피도록 독려하는 데 의의를 둔다마이클 샌델은 바로 여기에서 공동체주의라는 개념에 힘을 싣는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현실의 인간은 고립된 주체가 아니다여러 가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공동체 속에서 살아간다정의라는 문제도 사회적 관계를 떠나서 풀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으며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이다시민들이 사회 전체를 염려하고 공동선에 헌신하는 태도를 함께 고민하며 정치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기를 독려하는 것은 물론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선의 가치를 묻고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토론할 수 있을 때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공동체의 도덕적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자유를 인정하는 길은 여전히 요원해 보이지만그래서 마이클 샌델이 책에서 던진 정의를 향한 화두는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응답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사실 정의를 명확하게 논하기란 쉽지 않고이 책 역시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리뷰라기보다는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만큼 어려운 게 사실이다하지만 철학가들의 입장에서 정의라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해보고나의 생각을 정립해보는 과정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또 우리 사회의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하고 정착해왔는지 살펴보는 과정 역시 유의미한 시간이었다진입장벽이 어려운 것은 분명하나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또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혹시나 이 책이 책장 한 곳에서 묵묵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꺼내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정의를 논하는 일이란 결국 좋은 삶을 살기 위한 고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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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 - CALENDAR & 컬러링 BOOK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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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철 음식으로 건강 챙기고컬러링북으로 마음까지 챙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달력!

 

 

 

  아들이 느닷없이 엄마크리스마스 얼마 남았어?” 하고 물었다크리스마스가 언제지하고 가늠해볼 때가 되면 한 해가 다 지나갔다는 것을 실감한다그러고 보니 2022년이 겨우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다그 말은 즉, 2023년에 사용할 다이어리와 달력을 주문할 때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그간 보험회사에서 서비스로 나눠주는 평범한 캘린더만 쭉 사용해오다 올해는 특별히 수채화 탁상 달력으로 포인트를 줘봤는데은근 분위기도 좋고 계절감까지 느낄 수 있어 유용했다그렇다면 다가오는 2023년에는 또 어떤 특별한 달력을 사용해볼까고민해보던 중 <2023 식객 허영만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캘린더>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인생 멋있고 맛있게 살자비싸다고 좋은 음식이 아니다.

아무거나 먹지 말고 제철 건강한 맛을 맛나게제대로 즐기자!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인 식객 허영만. TV프로그램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과 책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 발품을 팔아 우리나라의 귀한 음식을 소개해주는 허영만 작가의 특별한 캘린더라니 기대가 되었다.

 

 

 



 

 

 

 

포인트 하나오늘 식사는 식객 허영만 님이 추천해주시는 제철음식을 먹어보자월별로 몸에 좋은 식재료와 몸에 좋은 음식이 소개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고 챙겨 먹어보자. (이를 테면 1월에는 시래기밥더덕구이매생이굴국밥문어숙회굴비조개구이 등을, 5월에는 산채비빔밥과 두릅숙회병어조림키조개삼겹살장어구이 등이 좋다고 하니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챙겨 먹어보자.)

 

포인트 둘각종 음식관련 기념일 챙기며 맛있는 하루를 보내자여느 달력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 오삼데이(5월 3), 애플데이(10월 24), 가래떡데이(11월 21)도 챙겨볼 수 있다.

 

포인트 셋뒷장을 넘기면 허영만 작가의 스케치를 내 손으로 완성할 수 있는 컬러링북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내 입맛에 맞게 색칠해보자.

 

 

 




 

 

 

 

  그저 날짜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제철 음식으로 건강 챙기고컬러링북으로 마음까지 챙길 수 있으니 2023년은 어쩐지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한 한 해가 될 것 같다건강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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