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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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늘바로 지금 현재를 살라는 이 60대 노인의 가르침은 이토록 생생하다!

조르바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로 내내 기억될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우연히 읽은 한 조사 결과 때문이었다교보문고 소설 전문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 2008년부터 2017년에 이르기까지 주요 10개 세계문학전집 브랜드의 연령대별 판매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였다흥미롭게도 1020대는 데미안, 30대는 위대한 개츠비, 50대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가장 많이 사 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데미안이야 워낙 청춘의 애독서로 손꼽히는 고전인 데다 위대한 개츠비』 역시 꿈과 이상뒤틀린 열정의 초상을 담은 고전으로 30대의 호응을 얻을 만한 작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그런데 난데없이 그리스인 조르바라니… 이 작품이 유독 50대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

 

 

  그도 그럴 것이 20대 후반쯤에 이 책을 4분의 가량 정도 읽고 나서 덮어버린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호색한에 여성을 비하하는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일삼는 조르바라는 노인과 먹물 먹은 젊은 부르주아가 철학을 운운하는 모양새가 적잖이 불쾌감을 주었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그런 작품이 여전히 위대한 고전으로 불리며 회자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그것도 한창 무르익어 원숙해진 50대라는 시기에 이 작품의 어떤 부분에 영감을 받는 것인지 사뭇 궁금했다그렇게 나는 20대 후반에 마주했던 조르바는 잠시 잊기로 하고조금씩 자신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 조르바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지금현재를 중요시하는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작중 화자인 는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던 도중그곳에서 알렉시스 조르바를 만난다움푹 들어간 뺨튼튼한 턱튀어나온 광대뼈잿빛 고수머리에 헌털뱅이 같은 이 60대 노인은 대뜸 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왜 당신을 데려가야 하냐고 묻는 에게 조르바는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 하는 건가요가령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 됩니까?” 하고 도리어 공갈 비슷한 태도와 격렬한 말투로 쏘아붙인다뜻밖에도 는 근심 걱정이 없는 곳에서 산투르를 연주하기 위해 가족을 떠나고도자기를 만드는 데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왼손 집게손가락을 도끼로 잘라버렸다는 이 노인의 기이한 행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심지어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는 버릇 말이오.” 하고 스스럼없이 이성을 물레방앗간 집 마누라 궁둥짝 취급하는 조르바의 거침없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마침 는 사랑하는 친구가 그리스의 민족주의 혁명에 동참하여 떠난 뒤 홀로 남아 스스로를 삼류글쟁이라는 한 마리 구더기’ ‘책에 파묻혀 지내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자라 비난하며 원고를 내팽개치고 행동하는 인생에 뛰어들기로 결심하던 차였다그런 의미에서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인 조르바야말로 자신이 오랫동안 찾아다녔던그러나 만날 수 없었던 자일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아니어쩌면 자신과 가장 반대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본능적으로 이끌렸을지도 모르겠다그렇게 는 과거에 광부로 일했다던 조르바를 자신의 탄광사업을 지휘하는 일을 맡기기로 하고 크레타섬으로 함께 들어간다.

 

 

 

사랑하는 친구여,

나는 지금 크레타의 외로운 해변에서 이 편지를 쓰네여기서 몇 달 머물면서 나는 운명과 맞붙어 놀이를 해보기로 했네내가 자본가 노릇을 하는 놀이일세이 장난이 성공하면나는 이것이 장난이 아니라 일대 결단을 내려 내 삶의 양식을 변혁한 것이라고 말하겠지.

떠나면서 나더러 책벌레라고 했던 말 기억할 걸세그 말이 적잖게 마음에 걸렸던 나는 종이에다 끼적거리는 버릇을 한동안 아니면 영원히? - 집어치우고 행동하는 삶 속에 뛰어들기로 결심을 했다네나는 갈탄이 매장된 산 하나를 빌렸네나는 여기에서 인부를 고용하고 직접 곡괭이아세틸렌 램프소쿠리손수레를 쓰고 다루네내 손으로 갱도를 열고 들어가기도 하지자네 말을 무색하게 하려고 이러는 것이야갱도를 타고 땅속에다 길을 내는 것으로 책벌레는 두더지가 된 셈이지자네는 나의 이 변신을 인정해 주었으면 하네. / 132p

 

 

 



 

 

 

 

  두 사람은 한때 크레타에 모여든 네 강대국(영국프랑스러시아이탈리아)의 제독을 상대했다던 카바레 여가수 오르탕스 부인의 여인숙에서 머무르기로 한다그곳에서 는 낮에는 탄광을 돌보고밤에는 육체라는 이름의 짐승을 실컷 먹이고 포도주로 목을 축이며 조르바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다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는 온갖 관념과 형이상학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던 자신과 달리 육신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이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자유롭게 춤에 몸을 맡기고여인을 향한 자신의 욕망에 항상 충실하며 신성을 모독하는 일마저도 거리낌이 없는 조르바의 행동에서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조르바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무도아무것도 믿지 않아요오직 조르바만 믿지조르바가 딴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그놈이 유일하게 내가 아는 놈이고유일하게 내 수중에 있는 놈이기 때문이오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그는 자기 자신이 경험한 것을 믿고오로지 현재에 집중하며무엇보다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데 주저함이 없다.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이 노인의 언어에는 그 어떠한 이미지도체면도양식도 없다때문에 저 조르바 앞에서 스스로 미적지근하고 모순과 주저로 점철된 몽롱한 반생이었다던 의 고백은 곧 나 자신의 것이자 우리 모두의 부끄러운 고백이 되고 만다.

 

 

 

마음이 내키면알죠마음이 내키면 말이오일이야 당신이 바라는 만큼 해주겠소거기 가면 나는 당신 사람이니까하지만 산투르 말인데그건 달라요산투르는 짐승이오짐승에겐 자유가 있어야 해요마음이 내키면 칠 거요또 노래도 할 거요제임베키코하사피코펜토잘리도 추고그러나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놓겠는데마음에 내켜야 해요분명히 해둡시다나한테 강요하면 그때는 끝장이에요이런 문제에서만큼은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 24p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이어진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나비의 날개가 도로 접히더니 쪼그라들고 말았다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안간힘을 썼다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번데기에서 나오는 과정은 참을성 있게 이루어져야 했고날개를 펴는 과정은 햇빛을 받으며 서서히 진행되어야 했다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온통 구겨진 채 집을 나서게 강요한 것이었다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고 말았다.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서둘지 말고안달을 부리지도 말고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 177p

 

 

 

  동네 청년이 과부에게 마음을 표현했다가 거절한 일을 계기로 자살하면서 마을 일대가 소란했던 날과부를 죽이려 달려드는 사람들을 막아 세운 건 조르바였다그는 온마을이 여자 하나를 죽이려고 몰려다니는 비인간적인 태도에 분노하며 그들을 꾸짖는다하지만 이들은 과부를 기어코 죽이고오르탕스 부인이 죽을 때에도 내내 그 앞에서 죽기만을 기다리다 그녀의 물건들을 죄다 제 것처럼 쓸어간다이때 그들을 바라보며 이놈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같이 불의불의불의입니다!” 하고 외치는 조르바의 음성은 여느 때보다 처절하고 날카롭게 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좋은 사람이냐나쁜 놈이냐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던 조르바였기에인간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 자체로 사랑하려 했던 이였기에 이 사건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만 더욱 뚜렷이 확인한 채 조르바와 ’ 모두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는다.

 

 

 

열정과 광기로 싸우는 자가 행복하다면나는 행복한 사람이야자네 식으로 말하면나는 행복을 내 키에 맞게 재단했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네용케 그렇게 했다면그렇다면 나는 위대한 사람일 것일세나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맞추어 키를 늘이고 싶네그리스의 가장 먼 변경까지 말일세그러나 말이 쉽지……자네는 크레타 해안에 드러누워 바다 소리와 산투르 소리를 듣고 있으리자네에겐 시간이 있는데내게는 그것이 없네행동이 나를 삼키고 말았네만나는 이게 좋아친구여행동하기 싫어하는 내 스승이여행동행동…… 구원의 길은 그것뿐이네.」 / 206p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하고는 했다모든 문제가 일을 어정쩡하게 하기 때문이에요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못을 박을 때도 한 번에 제대로 때려 박는 식으로 해나가면 우리는 결국 승리하게 됩니다하느님은 악마 대장보다 반거들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 / 331p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사람고가선수레를 모두 잃었다우리는 조그만 항구를 만들었지만 실어 내보낼 물건이 없었다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렇다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마치 어렵고 어두운 필연의 미로 속에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행복하게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 같았다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함께 놀았다. / 416p

 

 

 

  이윽고 두 사람이 헤어질 무렵당신이 읽는 그 빌어먹을 책에는 뭐라고 써있냐고그 위대하다고 하는 책들이 대체 인간을 어떻게 구원해줄 수 있는 거냐고 부르짖었던 조르바의 말이야말로 어쩌면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평생 질문처럼 품고 산 말은 아니었을까문학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이상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자신의 문학은 어디로 나아가야하는 것인지 작가는 끊임없이 고뇌한 듯하다그런 의미에서 이제 스스로 자유로워졌다고 믿는 에게 조르바가 한 말 역시 매우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아니요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보다 좀 길 거예요그것뿐이오두목당신은 긴 줄 끝에 매달려 있으니까이리저리 다니고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사회적인 인간으로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나와 타인 혹은 사회적인 구속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다만 우리는 자유롭다고 착각하거나 끊임없이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할 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옭아매는 것들을 잘라내려는 부단한 시도와 행동하는 자세 속에서 우리는 조금이나마 자유를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또한 문학이 그러한 길을 제시해야 하는 건 아닐까이것이 그리스인 조르바가 품고 있는 함의이자 당대인들을 비롯해 오늘날까지도 큰 울림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곧잘 친구들에게 이 위대한 인간의 이야기를 했다우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성보다 더 깊고 더 자신만만한 그의 긍지에 찬 태도를 존경했다우리들이라면 고통스럽게 몇 년을 걸려 도달할 정신의 경지에 그는 단숨에 가닿았다그래서 우리는 말했다. <조르바는 위대한 인간이다!> 때로 그는 그 경지를 훌쩍 넘어 더 멀리 나가 버리기도 했는데그럴 때면 우리는 말했다. <조르바는 미쳤다!> / 436p

 

 

 




 

 

 

 

  해설에 따르면 조르바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을 만큼 실존하는 인물이었다고 한다호쾌하고 농탕한 사나이 조르바는 떠도는 인간 카잔차키스가 한동안 쉬어 가고 싶어 하던 구원의 오아시스이자 자유의 상징이었다완벽하게 실제 성격 반영한 것인지 여기에 문학적 상상력을 얼마간 가미한 것인지는 분명히 알 수 없으나 확실히 조르바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덕분에 사회적 제약이나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갈구하는 그에게 왜 유독 50대가 특히 공감하는 것인지 적잖이 이해가 된다한편역사적 맥락 속에서 읽는 것도 이 책을 깊이 있게 읽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개인의 자유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오스만 제국과 강대국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자유와 독립을 꿈꾸었던 그리스인들 전체의 소망이 이 작품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보면 인물 하나하나의 삶이 보다 풍부하게 읽힐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464p

 

 

 

  책을 다 읽고 난 뒤에야 알았지만이윤기 작가 님의 번역으로 보석 같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은 독자들에게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 될 듯하다. 20대 후반에 읽었다 그대로 쭉 덮어두었다면 이 작품의 진면목을 발견하지 못했으리라혹여 이 책을 책장에 묵혀두고만 있을 또 다른 분들에게 언젠가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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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가족 2 인싸가족 2
김기수.황정호 그림, 최재연 글, 서후 콘티, 인싸가족 원작 / 샌드박스스토리 키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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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오늘도 웃음만발시트콤 같은 인싸가족의 일상은 늘 유쾌하다!

온 가족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만화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인싸가족』 2권이 출간되었다아이가 읽고 있는 만화책 중에 엄마인 내가 원픽으로 꼽은 책은 단연 인싸가족그래서 2권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엄마인 나까지 설레게 한다하루라도 심심할 날이 없을 것 같은 인싸가족을 만나러 출발!

 

 

 

  원작인 유튜브 코미디 채널 인싸가족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만화책 인싸가족에도 유쾌 발랄한 네 명의 등장인물이 출연한다웃음 많고 가족의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먼저 발벗고 나서는 아빠 이봉필모두들 엄마 앞으로 엎드려카리스마로 가족을 휘어잡는 엄마 나순정대결이나 내기에서 잘 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운이 좋은 딸 이봉자귀찮은 척하지만 사실 가족들과 게임할 때가 제일 즐거운 아들 이봉두이 유쾌한 가족이 펼치는 시트콤 같은 일상은 오늘도 코믹 그 잡채!

 

 

 



 

 

 

 

인싸가족 외식하는 날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봉두의 퀴즈는 멈추지 않는다이번에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퀴즈가 나올까요?

인싸가족 중 홈 쇼핑 판매왕은 누구일까요?

 

 

 

잘 때 얼굴에 낙서하기

화장실에 휴지 심만 남기기

먹을 때 옆에서 방귀 뀌기

양말에 구멍 내기

 

 

  동생인 봉두의 장난을 한두 번 당한 게 아닌 봉자어떻게 하면 봉두를 골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봉자는 한 가지 꾀를 낸다바로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 클레이로 봉두 놀리기!!! 그날 오후아무 것도 모르고 있던 봉두는 느닷없이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아 게임 중에 난감해진다알고 보니 마우스가 클레이였던 것이에 발끈한 봉두는 봉자가 먹으려던 라면을 빼앗아 먹기로 하는데아니이건 또 뭐야라면 젓가락도 클레이이 뿐만이 아니다아이스크림도화장실 휴지도컵에바퀴벌레까지여기저기 봉자가 만들어놓은 클레이에 된통 당한 봉두는 급기야 두 손 두 발 다 들며 다시는 장난치지 않기로 약속한다클레이로 이런 신박한 복수라니왠지 밉지 않은 봉자의 장난은 그래서 유쾌하다.

 

 

 




 

 

 

 

  인싸가족의 특별한 하루바로바로 주사위 운명의 날’. 오늘 하루의 운명은 주사위로 결정된다규칙은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숫자를 보고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이다참가자는 봉자와 봉두아빠는 사회를 보기로 하고 점심 메뉴 고르기 게임을 시작한다먼저 봉두가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숫자는 6! 6을 뽑은 당신은 “6가지 반찬을 먹을 수 있다!” 무려 6가지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부러움을 느낀 봉자는 서둘러 자신의 주사위를 던지고으잉? 1? 주사위 숫자가 1이 나오면서 자동적으로 반찬을 한 가지만 먹을 수 있게 된 봉자.

 

 

 

  하지만 좌절은 금물그렇게 다시 시작된 주사위 운명의 게임의 주제는 반찬 종류 고르기! 6이 나왔던 봉두는 어떤 반찬을 먹을 수 있을지 기대감에 가득한 눈으로 결과를 마주하는데그것은 바로바로~~~ 나물?! 나물 여섯 가지로 밥 먹기!(이거 좋아해야 해말아야 해?) 반면 1이 나왔던 봉자가 먹을 반찬은 바로바로~~~ 오옷소불고기이거 어쩐지 봉자가 승리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려는 찰나밥 먹은 뒤 할 일 고르기도 주사위의 운명으로 결정된다이번에는 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심심하고 무료한 주말책 속의 인싸가족처럼 주사위를 던져서 그날 먹을 점심 메뉴를 정하고오후에 할 일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마침 부록으로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게임판이 첨부되어 있으니 함께 해보면 좋을 듯하다이 외에도 흥미진진한 초성 게임심리 테스트인싸가족처럼 만들어보는 요리 레시피미로 찾기와 맞춤법 퀴즈그림 퀴즈 등이 페이지 곳곳에 수록되어 있으니 아이와 함께 참여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1권에 이어 인싸가족』 2권 역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아이는 어느 틈에 세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그만큼 온 가족이 함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만화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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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케팅하라! -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최적의 마케팅 공부
박노성 지음 / 성안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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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이론과 기술이 아닌마케팅의 본질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보게 하는 책!

 

 

 

  가정에서 살림과 육아를 돌보고 있는 내가 종종 마케팅 서적을 읽는 이유는새로운 관점에서 놀라운 혁신을 이룬 기업의 성공 사례를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또 기업들이 위기를 돌파하고 자기 비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했던 여러 시도들 속에서 삶의 전략과 추진력이라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그래서 자연스럽게 학문적인 성격의 마케팅 서적보다는 실전 감각과 여러 아이디어를 녹여낸 마케팅 서적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리마케팅하라!에 주목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마케팅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식의 원론적인 법칙이 아닌모두가 칭찬하고 성공한 사례로 소개하는 마케팅의 숨겨진 이면을 비틀고 되짚어 새로운 각도로 들여다보려는 시도들이 흥미롭다무엇보다 시장의 흐름과 현시대에 최적화된 마케팅을 제안하면서도인문학적인 시각에서 마케팅의 본질과 가치를 탐구하고자 하는 이 책의 서술 방식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수업이 될 것이다.

 

 

 

애플이 아이패드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늘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서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잡스가 말한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말합니다사람들이 좀 더 사용하기 쉽고재미있어 하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애플이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애플은 환경을 분석하거나 미래를 예측하지 않습니다오로지 소비자를 보고 움직이며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해석하지요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합니다바로 이 과정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 156p

 

 

소비자로부터 생각해 보니까이 전략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하는 자연스러움이었습니다.” - 츠타야 서점 CEO 마스다 무네아키 / 33p

 

 

 

   몇 해 전, ‘별마당 도서관이라는 이름과 함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책장 사진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스타필드 코엑스몰 중심에 자리잡은 독서문화공간이라는 말에 와하고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전직 서점 직원이었던 나로서는 개방된 공간에서 어떻게 도서관이라는 형태를 운영할 수 있는 건지책이 분실될 염려는 없는지 이내 현실적인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도서를 구심점으로 한 매우 상징적인 공간이 탄생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었다그런데 리마케팅하라!』 에서는 이 아름답고 거대한 랜드마크의 이면에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본다.

 

 

 

  '제1적과의 동침'에서는 책을 빌려주는 별마당 도서관과 책을 판매하는 영풍문고가 코엑스몰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는 방식에 주목한다저자는 별마당 도서관에서 카뮈의 책을 읽다 문득 이 책을 사고 싶은 마음에 영풍문고를 찾아갔다 깜짝 놀랐다고 한다언제부터 매장의 규모가 이토록 작아진 건지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책마저 진열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쪼그라든 듯한 인상의 서점 규모에 씁쓸해졌다고 한다아름답고 거대했던 코엑스몰의 랜드마크 서점은 사라지고몇몇 인기 서적만을 전시하는 작은 서점으로 전락하면서 구색 갖추기에 불과해진 것이다영풍문고는 별마당 도서관에 도서를 공급하는 데다강남역이나 잠실역에 있는 교보문고와 비교하면 매출을 단기간에 확실히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텐데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소비자가 당신의 제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장 참가자의 제품도 함께 가지고 있다면그래서 당신 제품의 가치가 떨어진다면그 참가자는 경쟁자다.” 저자는 베리 네일버프의 가치 그물의 이론에 따르면 별마당 도서관과 영풍문고는 협력자가 아니라 경쟁자가 되어버렸고영풍문고가 자신의 가치 그물을 먼저 작성하지 않은 채 매장의 규모를 축소시킨 것 역시 잘못된 판단이라 지적한다다시 말해별마당 도서관 이후의 시점까지는 생각지 못한 마케팅 근시안(앞만 내다보고 세운 전략)’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으로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결국 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최진석 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뛰어넘는 공생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사실 카카오의 경쟁사를 SK텔레콤으로 보는 것은 경계를 뛰어넘는 생각이며대림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협력자로 보는 것도 경계를 넘는 생각입니다경계를 두면 그 너머의 새로운 것을 볼 수 없습니다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말인 인간은 자기 비전의 한계를 세계를 한계로 생각한다와 같은 의미지요.

경계를 넘어서야 숫자 뒤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기 비전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서점의 물리적 한계에 대해 고민해보고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관점을 혁신해야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명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45p

 

 

기능은 모방하기가 쉽습니다그리고 다른 사람이 따라하는 순간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없지요그래서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로 남으려면 모방하기 쉬운 기능이 아닌모방하기 어려운 자신의 의미가 필요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노트북이라는 기능 중심의 마케팅은 경쟁사가 더 가벼운 제품을 내놓는 순간어떠한 가치도 남지 않습니다그래서 제품의 기능적 특징이 아니라 자신만의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브랜드의 의지의견지향점을 소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담는 것이 변화의 시대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방법입니다. / 93p

 

 

 



 

 

 

 

  이어 2선도 기업의 딜레마에서는 야후와 롯데네이버와 카카오애플과 소니를 통해 변화해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다양한 전략 사례들을 살펴본다이때 중요한 것은 경쟁사가 아니라 조직이 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목적의식이며, ‘자유분방함’ 속에서 아이디어가 꽃을 피운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3소비자를 열광시켜라에서는 롯데그룹의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2% 부족할 때를 성공 캠페인으로 이끌 수 있었던 자세한 경험들을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중요성과 이를 만들기 위해 피벗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농구 용어이기도 한 이것은주로 중심축을 잡고서 여러 관점으로 돌려보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핵심은 중심축을 잡는 것이다중심축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피벗으로 세우고서 다양한 방향성을 고민할 때 엉뚱한 곳으로 향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이는 즉피벗을 세우지 않았거나 잘못 사용했을 때 종종 엉뚱한 해결책이나 뜬구름 잡는 전략이 도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그래서 함정에 빠지지 않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세웠다는 건 사실 피벗을 정확한 위치에 놓았다는 것(오리온 초코파이의 피벗은 ’)으로마케팅에 있어서는 이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문샷씽킹이라는 것이 있습니다이는 모두가 달을 좀 더 잘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개선하는 경쟁에 빠져 있는 동안차라리 탐사선을 만들어 직접 달에 가보는 혁신적인 방법을 생각해낸다는 의미이지요망원경에 들어가는 광학’ 기술과 탐사선에 투입되는 제조’ 기술은 전혀 다른 분야의 관점입니다문샷씽킹이란 자신의 분야를 바라보고 의심함으로써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이는 브랜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전혀 다른 주제를 관찰하고통합해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240p

 

 

 

  이 외에도 한우리열린교육에서 홍보마케팅을 지휘하던 과정에서 느낀 광고와 매출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본다또 BTS와 하이브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원하는 콘텐츠의 속성과 거대 플랫폼 환경의 미래디지털 전환에 사장될 위기에 처한 콘텐츠들에게 요구되는 미래 전략을 함께 모색해본다이때 인용된 방시혁 대표의 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사실 모든 콘텐츠는 일종의 발언입니다중요한 것은, ‘그 발언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동시대적인 울림을 가졌는가입니다. ‘이건 내 이야기구나우리 시대우리 세대에 대한 이야기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더 가까워지고 싶어하고더 많이 참여하고 싶어하고그들이 좋아하는 스토리에 연결되기를 원한다결국 좋은 콘텐츠란공감과 연결의 가치를 얼마나 잘 실현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 역시 모든 마케팅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음을 역설한다.

 

 

 

 




 

 

 

 

  이처럼 리마케링하라!는 다양한 기업의 마케팅 에피소드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마케팅의 주요 원칙을 가늠해보기 좋은 책이다다만하나의 마케팅 사례를 통해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려다보니 주제나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마케팅 이론에 근거하여 이를 관철시키는 데 집중하기보다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마케팅의 본질과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보기를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인상적인 책이다특히 이 마케팅이 나에게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인지나는 어떤 기준을 통해 그것을 바라봐야하는지 마케팅에 관한 안목을 높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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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의 역사 - 마키아벨리에서 롤스까지
사카모토 다쓰야 지음, 최연희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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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문제를 감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내기 위해 읽어야 할 책!

마키아벨리에서 롤스까지 근현대사회를 관통하는 사회사상을 쭉 짚어보다!

 

 

 

  나만의 편협한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사상이라 하면 부정적인 온도가 가장 먼저 감지된다나의 윗세대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관념을 가진흔히 외골수로 보이는 이들에게 사상이 불순하다는 식의 표현을 곧잘 했기 때문이다비교적 최근까지도 사상은 기존의 시스템을 전복시키는 불온한 기운 따위에 무척 적합한 단어로 들렸다그렇다면 사상이란 과연 무엇일까사전에 따르면 어떠한 사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고나 생각을 이르는 말로 이 책에서 가리키는 사회사상이라 하면 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고나 생각 즉이론체계를 뜻하겠다.

 

 

 

  『사회사상의 역사의 저자 사카모토 다쓰야는 사회사상의 역사에 대해 근대국가와 시장경제의 관계를 원리적으로 고찰한 사상의 역사이며각 시대에 각 지역에서 살았던 사상가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출현한 국가 및 시장에 관한 문제들과 씨름한 역사라고 정의한다정치경제철학의 범위를 넘어 근대사회의 저류를 형성하는 사상을 개관하고 정리하는 일이란 매우 복잡하고전공자가 아닌 이들이 접근하기에는 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그러나 근현대 사회를 다각도로 이해하고당대의 주요 사상가들이 시대와 사상’, ‘문제의식을 어떻게 포착했는지에 다가가는 여정은 우리의 지적 토대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사상가들은 특정 학문 분야에 입각하여 자신의 본바탕에 전문 분야를 넘어선 학문적 식견과 그것을 끌어안는 강인한 인간관·사회관·역사관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로서그들 고유의 사회사상을 논하는 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개인적인 느낌에 근현대 사회사상을 다룬 저작 중에서이처럼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읽기에 부담이 적고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고 균형감까지 두루 갖춘 책이 또 있을까 싶다지속적으로 독서생활을 하다보면 어느 곳에서든 철학과 사상에 관한 문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데그때마다 이 책이 교과서처럼 길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사회사상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사회사상사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역사의 사실보다는 각 사상가가 자신의 현실을

어떻게 포착했는가 하는 것,

특히 현실의 어떠한 측면을 가장 중요시했는가 하는 것이다. / 267p

 

 

 

  피렌체는 유럽 근대 국가의 출범(르네상스)을 상징하는 존재였다이때 군주교황메디치가 등의 정치적 야망에 좌우되던 피렌체에 법의 지배를 통해 공화주의(군주제귀족제민주제의 혼합정체)를 실현하고자 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마키아벨리다그의 저작인 군주론은 법의 지배를 주체적으로 담당하는 정치 지도자의 을 그린 인간론이며로마사 논고는 법의 지배를 객관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기구론·제도론이라 할 수 있다이처럼 르네상스가 그리스·로마의 전통으로 돌아감으로써 인간성의 해방과 공화국의 자유를 추구했다면 종교개혁은 유대교·그리스도교적 고대 세계로의 회귀를 통해 봉건사회의 지배 구조를 타파하려는 운동으로 귀결되었다대표적인 개혁자인 루터와 칼뱅은 경력도 활동 거점도 다르고 운동의 정치적 성격도 크게 달랐지만 종교적 권위의 상징이었던 성서를 일반 사회의 공유재산으로 돌리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무엇보다 종교 영역 외부에서특히 정치와 도덕과 경제의 언어도 자유와 공공성의 문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과제(사회계약)를 나았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루터와 칼뱅은 마키아벨리와는 다른 방향에서 근대적 자유의 기초를 다지려 했다마키아벨리에게 자유는 무엇보다도 고전적 공화주의의 정치적 자유이며그것을 지탱할 정치 지도자의 (비르투)’의 확립이 그의 사상 과제였다면루터와 칼뱅에게 자유는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자유였다마키아벨리가 정치의 종교로부터의 자립을 자유로운 공화국의 실현으로 추구했다면루터와 칼뱅은 그리스도교의 원점 회귀에 의한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로마교회로부터의 자립과 해방을 추구했다두 사상운동은 결과적으로 로마교회를 정신적 지주로 하는 중세 사회의 질서를 해체했으며 정치와 종교라는 별개의 방법으로 근대적 공공 세계의 형성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 77p

 

 




 

 

 

  종교와 정치에서 도덕과 경제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18세기 유럽은 각국의 정치체제에 따라 다른 성격의 계몽’ 사상을 펼쳐나간다그 중에서도 인간 본성의 학문을 제창한 계몽사상가 흄이 눈에 띤다인간을 감정과 정념의 동물로 파악하고 이성은 정념의 노예이며 오직 그러할 뿐이다라고 한 것은인과법칙의 필연성이나 자아의 확실성 등 당시 철학자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철학의 근본 개념에 회의론이라는 메스를 가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준다특히 인간은 동료들과의 평화로운 협동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데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공감이라 한 점 역시 인상적이다사람들이 사회질서의 근간인 정의의 여러 규칙을 지키는 것은 그것이 없으면 사회가 붕괴된다는 홉스의 공포심(이기심때문이 아니라정의의 침범이 해치는 공공의 이익에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은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주효한 영향을 끼친 듯하다.

 

 

 

베이컨의 방법이 봉착하는 가장 큰 장벽은 인습과 편견의 존재이다그는 이것을 이돌라(우상이라고 부르며 네 종류로 구별했다첫째는 인간 본래의 감각의 불확실성에서 유래하는 종족의 이돌라’, 둘째는 개인의 성질교육타인의 영향에서 유래하는 동굴의 이돌라’, 셋째는 인간관계나 사교에서 비롯되는 말의 부적절한 사용에 근거하는 시장의 이돌라’, 넷째는 주요 학설이나 유파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극장의 이돌라이다과학혁명이 시작되고 나서도 전통적인 스콜라 철학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으므로 그 굴레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는 듯이 베이컨은 이 네 가지 이돌라로부터의 해방을 호소하며 스스로도 그것을 실천했다. / 88p

 

 

루소는 이렇게 해서 사회적 불평등이 인간의 자연(본성)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사의 어느 발전 단계에서 비롯된 역사적인 것임을 입증하려고 했다그는 이런 인류 진보의 역사를 단순히 부정하지 않고 새로운 역사적 창조 행위로서의 사회계약에 의한 국가와 사회의 재건을 꾀하게 된다그것은 강제된 동의로서의 기만적 사회계약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들에 의한 진정한 사회계약이며자연 상태의 순수함과 무구함을 잃지 않고 인류 진보의 빛나는 유산을 계승하면서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체현하는 참된 문명사회를 성사시키는 것이다바로 이것이 사회계약론에서 다룬 근본 문제였다. / 150p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해 경제학 분야에서 더 잘 알려져 있어서일까그의 저서 도덕감정론은 사회사상의 역사에서 소개하는 사회사상가들의 저작 중 가장 인상적이다그는 흄에서 전개되어온 도덕철학의 영향을 받아 인간은 홉스나 맨더빌이 상정한 것처럼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며인간의 본성에는 이기심과 함께 동류 감정이라고 하는 이른바 공감이 있다고 설명한다다시 말해 타인의 감정에 완전히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도덕 판단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이때 공감이 어떻게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그는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떠맡은 역할즉 공평한 관찰자에 의해 안정된 도덕의 질서가 창출된다고 말한다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공감을 통해 표명하면서도 각자의 이익을 적절한 방식으로 스스로 규제하며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사회그것이 스미스의 도덕론이 내세운 새로운 문명사회의 모습이었던 것이다개인적으로 공감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흄과 스미스의 저작을 함께 찾아 읽고 비교해봄으로써 연계 독서로 활용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낭만주의 사상은 공리주의나 독일 철학과 같은 체계적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지만사상가들은 하나같이 프랑스 혁명의 영광과 좌절(빛과 그늘)이라는 문제를 공유하고 있었다혁명의 성공에서 인간 자유의 승리를 본 그들은 자코뱅의 공포정치와 나폴레옹 체제의 출현으로 인해 인류 공통의 보편적 이성이나 자유·평등의 이념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보편적 이성에 대한 반동으로서 꿈·환상·상상력 같은 비합리적 감정이 중시되었으며자유·평등에 대한 반동으로서 국민 고유의 역사나 가치에 대한 자각중세의 공동체나 가톨릭주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그것은 또한 영국의 공리주의나 경제학프로이센의 관료제를 전형으로 하는 근대 합리주의에 대한 사상적 저항이기도 했다. / 247p

 

 

 

  19세기 중엽 서구의 자본주의가 낳은 여러 사회적 문제를 통해 사회주의 실현을 주장한 사상가마르크스를 탐구해본 것 역시 흥미로운 일이었다마르크스가 믿은 진정한 자유는 자기실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타인을 지배·착취하기 위한 자유가 아니라 타인과의 공생·공동·협동을 조건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흥미로운 것은 그의 이념이 추상적이고 고매한 이념의 수준에서 유지되었음에도 그 공상성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이다결국 마르크스의 사상은 그 유토피아적 성격으로 인해 영속적인 생명력을 획득했다는 저자의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이 외에도 베버와 케인스하이에크를 지나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화두인 정의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본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시의 사회 문제를 깊이 고민한 사회사상가들의 문제의식을 살펴보는 일이란 도전이기도 하면서도 뿌듯한 일이었다아울러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로부터 사회사상의 역사로 이어지는 독서과정은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는 감각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밀이 사람들을 참된 공익으로 이끄는 소수자(엘리트)의 개성에서 대중민주주의의 구세주를 기대했다면베버는 같은 문제를 엘리트와 대중의 구별 없이 성숙한 시민 정신의 모습이라는 문제로서 파악해 정치가적인 심정 윤리와 관료적인 책임 윤리의 극한적 통일의 문제로서 제기했다근대사회의 학문과 정치라는 가장 본질적인 활동을 합리적 관료제 시스템 속에서 떠맡아 거기에 전인적 열정을 어떻게 불어넣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베버는 근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문제로서 제기한 것이다. / 362p

 

 

롤스를 비롯한 현대 리버럴리즘의 여러 흐름은 정당한 공공성의 실현 기관으로서의 국가·정부의 모습과 그 방법이라는 문제에 정면으로 답하려 한 시도의 궤적이며 우리는 거기서 무언가를 배우지 않고서는 장래의 현실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인류 사회의 전망을 얻지 못할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존엄에 기초한 공공사회의 실현이라는 서구 리버럴리즘의 기본적 가치를 확인하면서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유와 평등공정과 효율의 최대한의 양립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바로 이것이 현대 리버럴리즘의 사상적 과제이자 인류 사회의 과제다. / 433p

 

 

 




 

 

 

 

  마키아벨리에서 롤스까지 근현대사회를 관통하는 사회사상을 쭉 짚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전공자가 아니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책의 말미에 수록된 사상가들의 주요 저작 연표를 통해 차근차근 연계 독서까지 나아간다면 더 풍부한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사회사상이라는 틀 속에서 근현대사와 철학까지 동시에 개괄할 수 있는 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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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러키 스타트업
정지음 지음 / 민음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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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직장에서의 회한을 술로 푸는 친구의 손에 이 책을 꼭 쥐어주세요!

이 작가님최소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 게 틀림없어.’ 공감 백배폭소 만점 시트콤 소설!

 

 

 

언러키 스타트업 제1법칙_

여기에선 모든 일이 어떻게든 망한다는 것,

희망은 사망하고 소망은 절망으로 화한다는 것. / 123p

 

 

 

  이곳은 헬시 닥터 제임스의 스트롱 뷰티’, ‘수면 닥터 제임스의 슬리핑 뷰티’, ‘청년 닥터 제임스의 청춘 뷰티란 이름의 인터넷 강의를 파는 스타트업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이다아니정확하게 고쳐 말하면 언러키 스타트업이다아무리 봐도 스타트만 있고 업(UP)은 없는스타트업이란 단어에서 흔히 연상되는 가치-열정자유비전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참신함이라면 이수진 과장을 ‘Susan 과장’, 오지구 대리를 ‘Earth 대리’, 김다정 주임을 ‘DJ 주임이라는웃기지도 않고 어디 내놓기에도 부끄러운 영어 닉네임 정도랄까각자가 1인 팀의 유일한 팀원이자 팀장인 이들 세 직원은 오늘도 대표 박국제(자칭 박사 제임스)라는 어마어마한 리스크와 싱크홀을 메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웬일로 새 디자이너가 들어왔다 싶었던 날아니나 다를까 티 없이 맑고 순해 보이는 이미지의 어린 여자 사원이 모습을 드러낸다꼭 그런 부류의 대표들이 있다자신이 잘 키워보겠다며 나만 믿고 따라오면 많이 배울 수 있고 금방 성공할 거라는 호언장담을 내세우지만실상은 씹고 뜯기 좋은 만만한 사회초년생을 먹잇감처럼 채용하는 부류들 말이다박국제는 남자애들은 멍청하다는 이유로 남자 사원을 채용하지 않지만 사실 청일점이고 싶은 차별주의자에 불과하다는 걸 다정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사내 복지를 위해 안마 의자를 들여놓으며 온갖 생색은 다 내놓고(실은 대표방에 더 좋은 걸 넣고서정작 누가 앉기라도 하면 너 한가한가 봐?” 하고 눈치를 주는 부류라는 것 또한그렇게 다정은 오늘도 어김없이 스타트업 복지의 맹점은 생성만 되고 아무도 즐길 수 없다는 사실만 또렷이 확인하고 만다.

 

 

 

신기하게도 악덕 대표들은 꼭 업무적 설득이 필요한 순간마다 치사한 기 싸움을 걸었다일이야 개판이 되든 말든 직원부터 찍어 누르고 보는 게 그들이 알량한 자존심을 수호하는 비법인 것 같았다. / 54p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놀랍기도 했다박국제는 항상 회사를 무럭무럭 키우고 싶은 마음과 영원히 ‘5인 미만 사업장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무적이었다지키지 않아도 되는 노동법이 참 많기 때문이었다만약 5인 이상 사업장이 된다면 우리에게도 드디어 법적으로 보장되는 연차라는 게 생기는 것이었다. / 67p

 

 

 



 

 

 

 

  이렇듯 언러키 스타트업은 콩알만 한 기쁨으로 큰 모욕들을 견뎌 가며썩어 빠진 주니어로 성장했고하루하루 착실히 성격을 베려 가는’ 한 스타트업 직원의 분투기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담은 소설이다차라리 밤낮없이 일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기분 따라 변하는 상사의 무례한 말과 행동만큼은 참을 수 없는 회사원들무식한 데다 졸렬함과 분노를 유발하는 이기심을 두루 갖춘 사람이 어째서 한 회사의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건지 오늘도 지상최대의 미스터리를 떠안고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작가님최소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 게 틀림없어.’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사연들이 리얼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언러키 속에서도 러키를 발견해내는 게 인간의 습성이 아니던가어쩐지 소설 표지에 쓰인 시트콤 소설이란 글귀가 예사롭지 않더라니정지음 작가는 다정이라는 인물로 하여금 이 고달픈 회사 생활 속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적재적소에 뽑아내 답답한 마음을 긁어준다이런 표현을 쓰기 차마 민망하지만 이 작가분 미쳤네.” 하고 키득키득 웃으며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실소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삶은 부당하지만 가끔씩 아주 멋진 인과응보를 보여준다던 소설 속 글귀처럼 이따금 박국제를 먹이는 한 방은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태연한 척했지만 실은 마음이 스산했다내가 스터디 카페를 모르는 만큼지원도 회사라는 세계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등학생 땐 분 단위 일상을 공유하던 우리였는데 이젠 100마디 얘기를 나눠도 각자의 일상이 서로에게 스며들지 못했다.

문득 자길 감정 쓰레기통으로 보냐던 지원의 항의가 떠올랐다내가 그 애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보는 것일까그 애가 내 감정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것일까? / 108p

 

 

일주일간은 아무 일도 없었다그러나 일주일이 더 지난 후에는 새로운 폭풍이 몰아쳤다박국제가 대뜸 사무실 이사를 통보한 것이었다그는 이 웅장한 계획을 사옥 이전이라 칭했다창립 이래 내내 월세였고 이사 갈 사무실 또한 월세인데 어째서 사옥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 121p

 

 

수진 언니는 퇴근 후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에서 최신 사건 사고들을 설명하며 분통을 터뜨렸다박국제가 보정 씨를 신임할수록 수진 언니의 입지 또한 눈에 띄게 좁아지고 있었다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구국의 영웅이 득세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을 개국공신이었다. / 200p

 

 

저놈의 빈약한 자아는 탈세자일 때직장 내 괴롭힘의 주도자거나 방관자일 때어린 여성을 희롱하는 해충이 될 때 오히려 강해졌다왜인지 몰라도 박국제는 사회적 합의나 안정망을 구둣발로 박차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었다아니사실은 왜인지 알고 있었다짓밟아 부수고서도 책임지지 않는 것잘못하거서도 심신이 가뿐한 것그리하여 잘못을 반복해도 되는 자유를 다시 얻는 것……일련의 배덕을 박국제는 권력이라 믿었다. / 237p

 

 

 




 

 

 

 

  소설을 읽다보면 이 작가를 왜 이제야 알았지하는 의문이 들만큼 문장에 쫄깃한 맛이 있다회사 생활의 생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한 번씩 던지는 위트와 참신한 문장이 소설을 착감는 매력이 있다덕분에 정지음이란 작가의 이름을 내내 기억하게 될 것 같다아울러 이 소설로 하여금 정지음 작가를 기억하게 될 이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무엇보다 오늘도 직장에서의 회한을 술로 푸는 친구가 있다면이 책을 손에 꼭 쥐어주시길 추천드린다매일매일 자발적 퇴사를 꿈꾸며 탈출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도 이 책이 넉넉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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