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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케팅하라! -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최적의 마케팅 공부
박노성 지음 / 성안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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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이론과 기술이 아닌, 마케팅의 본질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보게 하는 책!
가정에서 살림과 육아를 돌보고 있는 내가 종종 마케팅 서적을 읽는 이유는, 새로운 관점에서 놀라운 혁신을 이룬 기업의 성공 사례를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위기를 돌파하고 자기 비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했던 여러 시도들 속에서 삶의 전략과 추진력이라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학문적인 성격의 마케팅 서적보다는 실전 감각과 여러 아이디어를 녹여낸 마케팅 서적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리마케팅하라!』에 주목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마케팅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식의 원론적인 법칙이 아닌, 모두가 칭찬하고 성공한 사례로 소개하는 마케팅의 숨겨진 이면을 비틀고 되짚어 새로운 각도로 들여다보려는 시도들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시장의 흐름과 현시대에 최적화된 마케팅을 제안하면서도,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마케팅의 본질과 가치를 탐구하고자 하는 이 책의 서술 방식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수업이 될 것이다.
“애플이 아이패드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늘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서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잡스가 말한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말합니다. 사람들이 좀 더 사용하기 쉽고, 재미있어 하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즉,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애플이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애플은 환경을 분석하거나 미래를 예측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소비자를 보고 움직이며,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해석하지요.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합니다. 바로 이 과정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 156p
“소비자로부터 생각해 보니까, 이 전략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하는 자연스러움이었습니다.” - 츠타야 서점 CEO 마스다 무네아키 / 33p
몇 해 전, ‘별마당 도서관’이라는 이름과 함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책장 사진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중심에 자리잡은 독서문화공간이라는 말에 와, 하고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전직 서점 직원이었던 나로서는 개방된 공간에서 어떻게 도서관이라는 형태를 운영할 수 있는 건지, 책이 분실될 염려는 없는지 이내 현실적인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도서’를 구심점으로 한 매우 상징적인 공간이 탄생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리마케팅하라!』 에서는 이 아름답고 거대한 랜드마크의 이면에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본다.
'제1부, 적과의 동침'에서는 책을 빌려주는 별마당 도서관과 책을 판매하는 영풍문고가 코엑스몰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저자는 별마당 도서관에서 카뮈의 책을 읽다 문득 이 책을 사고 싶은 마음에 영풍문고를 찾아갔다 깜짝 놀랐다고 한다. 언제부터 매장의 규모가 이토록 작아진 건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책마저 진열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쪼그라든 듯한 인상의 서점 규모에 씁쓸해졌다고 한다. 아름답고 거대했던 코엑스몰의 랜드마크 서점은 사라지고, 몇몇 인기 서적만을 전시하는 작은 서점으로 전락하면서 구색 갖추기에 불과해진 것이다. 영풍문고는 별마당 도서관에 도서를 공급하는 데다, 강남역이나 잠실역에 있는 교보문고와 비교하면 매출을 단기간에 확실히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텐데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소비자가 당신의 제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장 참가자의 제품도 함께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당신 제품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그 참가자는 경쟁자다.” 저자는 베리 네일버프의 가치 그물의 이론에 따르면 별마당 도서관과 영풍문고는 협력자가 아니라 경쟁자가 되어버렸고, 영풍문고가 자신의 가치 그물을 먼저 작성하지 않은 채 매장의 규모를 축소시킨 것 역시 잘못된 판단이라 지적한다. 다시 말해, 별마당 도서관 이후의 시점까지는 생각지 못한 ‘마케팅 근시안(앞만 내다보고 세운 전략)’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결국 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최진석 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뛰어넘는 공생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사실 카카오의 경쟁사를 SK텔레콤으로 보는 것은 경계를 뛰어넘는 생각이며, 대림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협력자로 보는 것도 경계를 넘는 생각입니다. 경계를 두면 그 너머의 새로운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말인 ‘인간은 자기 비전의 한계를 세계를 한계로 생각한다’와 같은 의미지요.
경계를 넘어서야 숫자 뒤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기 비전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서점의 물리적 한계에 대해 고민해보고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즉, 관점을 혁신해야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명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45p
기능은 모방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따라하는 순간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없지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로 남으려면 모방하기 쉬운 ‘기능’이 아닌, 모방하기 어려운 ‘자신의 의미’가 필요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노트북’이라는 기능 중심의 마케팅은 경쟁사가 더 가벼운 제품을 내놓는 순간, 어떠한 가치도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품의 기능적 특징이 아니라 자신만의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 결국 브랜드의 의지, 의견, 지향점을 소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담는 것이 변화의 시대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방법입니다. /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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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제2부, 선도 기업의 딜레마’에서는 야후와 롯데, 네이버와 카카오, 애플과 소니를 통해 변화해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다양한 전략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경쟁사가 아니라 조직이 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목적의식’이며, ‘자유분방함’ 속에서 아이디어가 꽃을 피운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제3부, 소비자를 열광시켜라’에서는 롯데그룹의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2% 부족할 때’를 성공 캠페인으로 이끌 수 있었던 자세한 경험들을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중요성과 이를 만들기 위해 ‘피벗’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농구 용어이기도 한 이것은, 주로 ‘중심축을 잡고서 여러 관점으로 돌려보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핵심은 ‘중심축을 잡는 것’이다. 중심축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피벗으로 세우고서 다양한 방향성을 고민할 때 엉뚱한 곳으로 향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즉, 피벗을 세우지 않았거나 잘못 사용했을 때 종종 엉뚱한 해결책이나 뜬구름 잡는 전략이 도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함정에 빠지지 않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세웠다’는 건 사실 ‘피벗을 정확한 위치에 놓았다’는 것(오리온 초코파이의 피벗은 ‘정’)으로, 마케팅에 있어서는 이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문샷씽킹’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모두가 달을 좀 더 잘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개선하는 경쟁에 빠져 있는 동안, 차라리 탐사선을 만들어 직접 달에 가보는 혁신적인 방법을 생각해낸다는 의미이지요. 망원경에 들어가는 ‘광학’ 기술과 탐사선에 투입되는 ‘제조’ 기술은 전혀 다른 분야의 관점입니다. 즉, 문샷씽킹이란 자신의 분야를 바라보고 의심함으로써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전혀 다른 주제를 관찰하고, 통합해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240p
이 외에도 ㈜한우리열린교육에서 홍보마케팅을 지휘하던 과정에서 느낀 ‘광고’와 ‘매출’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본다. 또 BTS와 하이브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원하는 콘텐츠의 속성과 거대 플랫폼 환경의 미래, 디지털 전환에 사장될 위기에 처한 콘텐츠들에게 요구되는 미래 전략을 함께 모색해본다. 이때 인용된 방시혁 대표의 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사실 모든 콘텐츠는 일종의 발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발언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동시대적인 울림을 가졌는가’입니다. ‘아, 이건 내 이야기구나. 우리 시대, 우리 세대에 대한 이야기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더 가까워지고 싶어하고, 더 많이 참여하고 싶어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스토리에 연결되기를 원한다. 결국 좋은 콘텐츠란, 공감과 연결의 가치를 얼마나 잘 실현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역시 모든 마케팅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음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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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리마케링하라!』는 다양한 기업의 마케팅 에피소드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마케팅의 주요 원칙을 가늠해보기 좋은 책이다. 다만, 하나의 마케팅 사례를 통해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려다보니 주제나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마케팅 이론에 근거하여 이를 관철시키는 데 집중하기보다,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마케팅의 본질과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보기를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인상적인 책이다. 특히 이 마케팅이 나에게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나는 어떤 기준을 통해 그것을 바라봐야하는지 마케팅에 관한 안목을 높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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