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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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적용해볼 가치가 있는 숨겨진 역사와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엮은 담백한 역사서!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와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익히 알려진 서양사학자 조한욱 교수의 책이다이 책은 10년에 걸쳐 써오던 칼럼을 마치며 그간 발표해왔던 내용들을 선별해 엮은 것이다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시대와 발행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정형화된 관점을 깨부수는 통찰이 요구되는데무려 10년 간 그 기나긴 작업을 지속해왔다는 건 그의 혜안이 얼마나 깊이 있는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책은 우리 사회에 어떤 사건이 생기면 거기에 일말의 빛을 던져줄 가능성이 보이는 이들을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에서 찾았던 저자의 집념이 담긴 결과물이다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스페인의 여왕 이사벨 1자유로운 영혼의 프리다 칼로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장미의 이름의 작가 움베르트 에코 등을 비롯해 색소폰을 만든 아돌프 삭스에베레스트산의 어원이 된 조지 이브리스트미국 철도 노조의 확립에 기여한 유진 데브스 등 생소하지만 알아두면 좋을 인물들의 결코 소소하지 않은 서사를 보여주기도 한다그 외에도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개구쟁이 데니스>, <꼬마 돼지 베이브같은 예술 혹은 영상 작품이나 증오 범죄포인세티아징글벨의 유래처럼 알아두면 좋을 상식도 수록되어 있다.

 

 

 

  그 중 우리가 트럭의 이름으로 알고 있는 포터와 관련한 어느 역사 속 한 장면이 눈길을 끈다사실 포터는 물건을 나르는 사람즉 짐꾼을 뜻하는 말로서 어느 정도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특히 풀먼 열차 제작회사에서 고용한 객차 내 승무원을 가리키는 풀먼 포터는 암울한 역사의 그림자를 품고 있다대륙횡단철도 부설의 초창기였던 1860년대 말에 풀먼은 호화로운 침대차를 제작했고남북전쟁 이후 쏟아져 나온 흑인 해방 노예들은 그 기차에서 시중을 드는 인력으로 고용되었다그들을 풀먼 포터라 불렀다하지만 호황의 시기가 지나고 1893년부터 시작된 불황은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으로 이어졌고이는 풀먼 파업을 일으킨 계기가 되었다이때 정부와 언론사법계가 한뜻으로 풀먼 파업을 주도한 유진 데브스와 노동자들을 진압하고 그들을 뜻을 짓눌렀다유진 데브스는 풀먼 파업의 실패를 통해 자본가의 힘이 도처에 존재하며 정부는 자본가의 편임을 뼈저리게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꽃은 피어났다침대차의 포터였던 윌리엄 마셜과 아내 노마의 이야기다그들은 두 아들의 교육에 각별히 힘을 쏟으며 법치에 대한 존경심을 불어넣었고법리 다툼이 진행되는 법정에 참관시킨 뒤 함께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저녁식사 후에는 시사 문제를 놓고 가족 모두가 격론을 벌였다고그렇게 자라난 맏아들이 흑인 최초의 대법원 판사 서굿 마셜이었다그는 언제나 자신의 성공을 아버지의 공을 돌렸다. “아버지가 나를 법률가로 바꿔놓았다그는 논쟁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내가 어떤 진술을 하든 그것을 입증하게 만들었다.” 서굿 마셜의 말은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삶을 살게 하는 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덕분에 두 아이의 부모로서 내가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여담이지만 서굿 마셜의 이야기는 <블랙 팬서>의 주인공 채드윅 보스만이 열연한 <마셜>이란 영화로 개봉되었으며마침 넷플릭스에 이 작품이 있으니 꼭 시청해봐야겠다.

 

 

 

무솔리니는 신체가 허약한 안토니오 그람시를 감옥에 보냈지만그것은 옥중수고를 통해 헤게모니 이론을 더욱 확고하게 다듬을 기회가 되었을 뿐이다카스트로 치하에서 체포되어 수감된 쿠바의 저항 시인 에베르토 파디야에게 최고의 시는 언제가 간수의 등불 밑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감옥에서의 고초를 변절을 위한 구실로 삼지 않는 사람들이다이들은 자신에게 가해진 부당한 폭력을 타인에 대한 무분별한 증오심으로 대체시키지 않는 사람들이다이 의로운 사람들의 육체에 가해진 구속은 영혼이 더욱 단련되어 한결 자유롭게 비상하고그리하여 다른 이들에게 배움이 되고 도움이 될 계기로 작용했을 뿐이다.

신영복 선생이 그런 분이셨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편 중에서 50p

 

 

헤세는 작가가 되려는 꿈을 키웠고그와 함께 세계시민이 되려는 의미를 굳건히 다졌다그것은 단순히 그의 성장 배경 때문만이 아니었다그런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외할아버지로서헤르만이라는 이름조차 그에게서 연유한다.

방법은 간단했다세계 문학으로 가득찬 자신의 서재를 손자에게 개방한 것이다헤세가 회상하듯그 독서가 어떤 종류의 민족주의에도 저항하려는 생각을 심어준 것이다나치를 피한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토마스 만의 망명을 도운 이유가 바로 그 세계시민 정신이었다. / 세계 시민 헤세헤르만 헤세 편 중에서 55p

 

 

 




 

 

 

 

  이어 염병하는 애국’ 편에서는 국가 기관군수 산업다국적 기업의 이익이 국익임을 앞세워 한 미국 청년을 희생케 한 사건을 통해 정의의 의미를 고찰해본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편에서는 종전 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측이 패배를 한 측에 대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규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최근 가수 이승기 씨에게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 때문일까마침 책 속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어 마음이 짠해진다바로 미소 수녀라 불리는 자닌 데커스의 이야기로그녀는 수녀지만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를 좋아했다고 한다이에 고참 수녀들이 음반을 내도록 권유했고 실제로 레코드사에서 녹음한 노래가 국제적인 대성공을 거뒀다미국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오른 유일한 벨기에 노래로 남을 정도였다하지만 미소 수녀라는 이름과 달리 그녀의 삶은 불우해졌다레코드 판매로 거둔 수입 대부분은 레코드사와 제작자가 가져갔고나머지의 이익금조차 수녀원의 몫이 된 것이다더 큰 문제는 미소 수녀라 알려진 이미지 때문에 원장 수녀로 하여금 항상 미소 짓기를 강요받았고 자신이 만든 곡에서조차 슬픈 가사는 삭제당하는 검열을 받아야만 했다한 사람의 재능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려드는 행태가 어디 이뿐일까더 이상 우리 사회가 땀의 가치가 부당하게 쓰지 않기를 바라본다.

 

 

 

2007년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작은 마을에 있는 학교에서 중학교 3학년 남학생 제이드리언 코타가 분홍색 셔츠를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이른바 왕따를 당한 것이다이에 분개한 동급생 데이비드 셰퍼드와 트래비스 프라이스가 나섰다그렇다고 동급생을 괴롭힌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맞선 것은 아니었다그들은 분홍색 셔츠 50장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 2009년 2월 25일에는 남녀 학생들이 분홍색 셔츠를 입고 학교 폭력은 여기서 끝내자고 외쳤다그래서 이날을 분홍색 셔츠의 날이라 부르기로 한다. / 분홍색 셔츠의 날제이드리언 코타 편 중에서 128p

 

 

증오 범죄는 보통 증오 연설과 맥을 같이한다증오 연설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떤 개인을 명시하는 것이 아니라 통칭으로 언급하며 집단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다십자군전쟁을 주도한 교황 우르바누스는 유럽 내부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으로 이슬람이라는 공동의 적에게 눈을 돌렸다그 사악한 인종으로부터 땅을 탈취하면 토지 부족의 문제가 해소될 뿐 아니라 천국에도 도달하게 되리라는 선동이었다이것이 멀리 동떨어진 역사 속의 일일까개인의 잘못을 그가 속한 지역이나 단체의 이름으로 매도하는 일은 이곳에서도 얼마나 흔한가? / 증오 범죄아머드 아버리 편 중에서 189p

 

 

 




 

 

 

 

  이 외에도 미국의 대표 가곡이라 불리는 <오 수재너>가 과거에는 전기 같은 분비액이 급증하여 검둥이 500명을 죽여버렸다는 내용의 인종주의 가사를 담고 있었다는 사실, <징글벨>의 징글이라는 영어 단어는 성스러움과는 꽤 거리가 먼 뜻이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다술잔에 든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도 바로 이 의성어로 표현하기에 사람들은 권주가로 이 노래를 불렀었다고특히 지금의 가사로 개사되기 이전에는 말이 끄는 썰매가 한 쌍의 젊은 남녀가 함께 자리할 기회를 주면서 인적 없는 숲으로 데려가는 내용이었다니뭐 그 뒤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겠지…….

 

 

 

  이처럼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는 세계사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리 삶에 적용해볼 가치가 있는 숨겨진 역사와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엮은 담백한 역사서다페이지에 구애받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가볍게 역사상식을 채울 수 있는 책이다평소 역사에 흥미가 있어도 긴 호흡으로 따라가기 부담스러웠던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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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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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논리 너머에는 이미 다정함이 존재하고 있었다!

생존과 직결되는 인류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친화력에 있다!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만이 살아남고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어 멸망한다는 뜻의 적자생존다윈이 종의 기원을 쓸 때까지만 하더라도 적자는 자연선택 즉, ‘국소적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을 가리켰음에도 불구하고신체적·정신적으로 우월한 자가 더 잘 생존한다는 의미로 살아남아 우리의 집단의식에 깊이 뿌리내렸다문제는 이 잘못된 해석이 가장 강한 자가 최상의 먹이를 독차지하고강자가 약자를 지배할 수 있으며 가장 매력 있는 짝을 얻어 가장 많은 후손을 낳을 수 있다는 이른바 힘의 논리에 압도되어이를 위시하는 자들에게는 편리한 도구이자 각종 사회현상과 자유시장의 문제점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적자생존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1965타임-라이프 북스의 의뢰를 받아 제작된 <인류 진화도역시 우리 종의 진화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놓았다이 이미지는 진화가 유인원에서 현생 인류로 선형적으로 발전한다는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인간이 진화의 정점에 서 있어 가장 우월하다는 인상을 준다나 역시 오랫동안 이 이미지로 교육받아왔고아직도 과거에 출간된 인류사와 관련된 교재에는 이 이미지가 교과서처럼 실려 있다하지만 최근에 출간된 다양한 인류학 서적을 읽어보면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두 저자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 역시 이 이미지는 대중이 진화를 올바로 이해하는 데 악영향을 줬으며 이 그림이야말로 강력한 비인간화의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처럼 우리는 꽤 오랫동안 생존과 진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적자생존만큼 완벽히 설명해줄 수 있는 건 없다고 믿어왔다이를 바로잡기 위해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덫에 걸린 진화설을 과감히 깨부수고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고 주장한다두 공동저자는(이하 저자자연을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친화력과 협력이 넘치는 세계로 바라본다가장 잘 적응한 개체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 모두가 제거되는 게 아니라서로 손잡고 서로에게 다정한 개체들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사실 다정함이 인류의 진화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심지어 다윈 역시 여러 저서를 통해 생존투생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오로지 주변 모두를 제압하고 최적자가 돼야만 하는 게 아니며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쓴 적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특별한 것은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는지 자신들의 가설을 증명하거나 경고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는 점에 있다인간의 근원에는 다정함이 있음을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을 극복하는 도구 역시 다정함에 있음을 역설함으로써 가장 따뜻한 시선으로 생존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학책이기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다정함은 일련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대략 정의할 수 있는데,

다정함이 자연에 그렇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속성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 20p

 

 

 

  그렇다면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를 결정 짓게 되었을까사람 종은 약 600만 년에서 900만 년 전 보노보와 침팬지와 같은 조상으로부터 갈라져나온 이래 호모 속 안에서 다른 수십여 종을 만들어냈다호모 사피엔스가 살았을 당시최소 4종 이상의 다른 사람 종과 공존했음이 밝혀졌다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를 떠나 지구상 가장 너른 영토를 분포했던 탐험가이자 발전된 석기를 능숙하게 사용한 최초의 인류였고빙하시대를 지배한 네안데르탈인은 섬세한 운동 신경을 지닌 기술 좋은 사냥꾼이었으며 불확실한 기후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높은 종이었다.

 

 

 

  앞서 적자생존의 논리에 의하면 이들 중 네안데르탈인이 진화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고 모두 멸종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저자는 초강력 인지능력즉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이 우리에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친화력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하나의 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함께 일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주었다또한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게 하여 지식을 세대에 세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게 해주었다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언어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문화와 학습의 기반이 되었으며친화력을 갖춘 사람들이 밀도 높게 결집했을 때 뛰어난 기술을 발명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다른 똑똑한 인류가 번성하지 못할 때 호모 사피엔스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특정한 형태의 협력에 출중했기 때문이다달리 말하면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사람 종과 달리 다정함과 친화력을 더 중요한 전략으로 활용했음을 의미한다혁신은 뛰어난 지적 능력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보람차거나 고통스럽다거나 매력적이라거나 혐오스럽다고 느끼는 우리의 감정이 우리로 하여금 아주 큰 역할을 수행하게 만든다는 것타인의 의도나 욕망감정 등 인간에 대한 이해와 기억력전략능력이 아무리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과 결합하지 않으면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러한 주장은 확실히 우리가 경쟁적 속성에만 매몰되어 있을 때 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우리는 적자생존의 세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게 아니라지구상에서 가장 정교한 방식으로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고다정함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협력함으로써 종족의 생존과 발전을 이루어냈다는 따뜻한 그림을 보여준 이 책에 감사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마음이론 능력이 있어서 지구에서 가장 정교한 방식으로 타인과 협력하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우리가 겪는 거의 모든 문제에서 마음이론이 중대하게 작용한다.

(마음이론은 두 사람이 무언가를 보고 동시에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환희의 순간이요상대방의 말을 내가 끝맺어줄 때 느끼는 편안함아무 말 없이 손을 맞잡고 있는 순간의 평화다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행복하다고 느낄 때 행복은 더 달콤한 것이 된다죽음으로 떠나보낸 누군가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리라고 믿는다면 슬픔은 더 견딜 만한 것이 된다. / 40p

 

 

사람은 지난 200만 년 동안 뇌 용적이 사실상 2배 증가했는데침팬지나 보노보 뇌 용적의 거의 3배에 달한다이로써 사람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밀도가 높은 종이 되었다우리 종의 자제력이 유례없이 강력한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이 된다사람은 자제력이 강화되면서 마음이론계획 수립추론언어 등의 초강력 인지능력이 발달하게 되고 그에 이어서 우리 종 특유의 행동 현대성과 복합적인 문화 전통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 118p

 

 

지금으로부터 5만 년보다 조금 더 전 쯤에 우리 종이 사회연결망의 급속한 확장을 경험했다는 점 말이다.

사회연결망은 많은 이유로 중요하지만무엇보다 기술 발전에 필수 요소다더 큰 사회연결망과의 관계가 끊어진 인구 집단은 그저 기술의 진보가 멈추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집단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 120p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자기가축화 가설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친화력을 높여나갈 수 있었는지까지 다양한 근거를 통해 설명하는 부분이다어떤 동물이 가축화될 때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변화를 겪는다가축화징후라고 불리는 현상의 변화 패턴은 얼굴형치아 크기신체 부위별로 각기 다른 피부색호르몬과 번식주기신경계에 이르기까지 가축화에 적합한 형태로 변화가 일어난다하나의 예로 넬슨은 플라이스토세 중기 사람들의 검지 대 약지 비율이 현대인보다 낮은즉 남성화’ 상태로 나타났으므로 태어나기 전 남성호르몬 수치가 더 높았을 가능성을 언급한다넬슨은 또한 네안데르탈인 4명의 검지 대 약지 비율이 가장 남성적이었음을 보여준다이는 가장 여성적인 검지 대 약지 비율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 종의 특성이 다른 사람 종들과 같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여성적인 검지 대 약지 비율은 다소 늦게, ‘여성화된 얼굴이 나타나던 시기와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났음을 보여준다이러한 일련의 조건이 일정해지면 자기가축화가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시키는데이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 가축이 되었고 사실 가장 높은 수준의 가축화를 이룬 종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제스처와 목소리에 반응할 수 있는 동물은 사냥 동반자이자 안내자로 대단히 유용했을 뿐 아니라 온기를 제공하고 늘 함께하는 반려동물로서도 소중했을 것이다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천막 밖에 있던 그들을 불 곁에 오도록 허용했을 것이다개는 사람이 길들이지 않았다친화력 높은 늑대들이 스스로 가축화한 것이다이 친화력 좋은 늑대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현재 그들의 후예는 개체수가 수천만에 달하며 지구의 모든 대륙에서 우리의 반려동물로 살아가고 있으니얼마 남지 않은 야생 늑대 개체군은 슬프게도 끊임없이 멸종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 80p

 

 

벨라예프의 연구는 개체의 밀도가 높아지면 개체들 사이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대규모의 자기가축화라는 사건이 일어나리라고 보았다이 사건은 선택압의 강도개체 규모그리고 야생 개체군과 가축화 개체군의 유전자격리에 따라서 아주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두려움을 매력으로 대체함으로써 생존하는 데 사람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떤 동물이라도 살아남을 뿐 아니라 번성하게 될 것이다. / 84p

 

 

 

  하지만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해준다우리 종에게는 우리가 아끼는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위협이 되는 무리를 우리의 정신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이 있어서 그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긴다위협적인 외부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다이를 테면 동물학대인종차별독재자사회지배 성향과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에게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공통적 특성은 자신들의 집단 동질성에 위협으로 느껴지는 외부자들에 대해서는 극도의 불관용을 보인다는 점이다우수한 유전자를 개량할 목적으로 우생학을 옹호하는 현상도 이에서 비롯된다이처럼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하지만 그에 대한 해법 역시 다정함과 친화력에서 찾아야 한다무엇보다 우리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그러한 인식 안에서 보다 다정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당부할 것은 이 책에서는 자기가축화 가설을 인류 진화의 근원으로 바라보고 있지만이 역시 고정불변의 창조론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적자생존의 법칙이 오랫동안 우리의 뇌리에 박혀 있었던 것은 그만큼 우리를 정의하는 방법과 방향이 선형적으로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 종이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해 선택한 가장 따뜻한 방법을서로를 사랑하고자 하는 우리의 경향을 증명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가설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과학책이지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신보다 연민이 더 깊어지게 되는 책이다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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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문해력 독해가 힘이다 문장제 수학편 2-A 초등 문해력 독해가 힘이다 문장제 수학편
최용준.해법수학연구회 지음 / 천재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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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도 독해력이 필수가 된 시대!

초등학생 때부터 다지는 우리 아이 문해력 수학 문제집!

 

 

 

 

엄마표 수학을 진행하고 있는 나는

초등 1학년에 재학 중인 첫째 아이와 학기별로 3~4권의 수학 문제집을

함께 풀고 있다.

기초 연산에서 시작해 EBS 기본서기본+응용 문제집심화 과정까지

총 4단계의 문제집을 선별해 함께 풀고 한 학기를 마무리한다.

아이의 수학 능력에 따라 선행이 가능하다면 한 학년 정도만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나는 이제 2학년 2학기 문제집을 정리하고 3학년 교재로 넘어갈까 고민하다

방학 동안 2학년 과정을 최종적으로 한 번 더 마무리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겨울 방학에는 어떤 교재를 사용해볼까 고민하던 중,

천재교육에서 출간된 <독해가 힘이다 문장제 수학편 2-A>이 눈에 들어왔다.

갈수록 장문의 문제 독해력과 해결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문해력과 문제해결력을 함께 다질 수 있는 책이라니 참 반가웠다.

 

 

 




 

 

 

 

<독해가 힘이다 문장제 수학편 2-A>은 매일 4쪽씩, 28일로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게끔 학습 스케줄표가 구성되어 있다.

① 준비 학습문해력 기초다지기

연산기초 문제가 어떻게 문장제가 되는지 알아본다.

이번 주에 풀 문장제 유형의 가장 단순한 문장제를 풀면서 기초를 다진다.

② 1~4일 학습

문제 속 핵심 키워드 찾기 전략 세우기 전략에 따라 문제 풀기 문해력 레벨업

순으로 수준을 높여가며 차례로 훈련한다.

③ 이번 주에 나오는 어휘&지식백과

텃밭친환경박물관달러 등 문제 속에 등장하는 어휘의 뜻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④ 5일 학습

HME 경시 기출 유형수능대비 창의·융합형 문제를 풀면서 수학 문해력을 완성한다.

 

 

 




 

 

 

 

엄마표 수학을 진행하면서 항상 씨름하게 되는 것은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풀이 과정을 차근차근 적어봄으로써

오답을 줄여나가기를 원하지만

아이는 암산이 더 편하다며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곧바로 답을 도출하기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칫 아이가 암산으로 풀기를 즐겨하는 것을

막거나 그러지 말라고 단속하면

아이가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을 것 같아 가급적이면 자제하는 편이다.

다만문장제의 경우 한 번의 계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 세 번의 계산을 더 요구하기 때문에 만약 오답이 나올 경우

또 다시 풀이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다.

때문에 해당 문제에서 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구하려면 어떤 해결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를 미리 생각한 뒤

문제를 푸는 과정이 진행되어야 오답을 줄일 수 있지만,

그게 어디 엄마 마음처럼 되는 일인가.

다행히도 <독해가 힘이다 문장제 수학편 2-A>

그러한 엄마의 고민을 해결하고 풀이과정을 충실히 밟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문제집이다.

 

 

 



 

 

 

 

1학년 아이가 문제 풀이를 꼼꼼하게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초를 다질 때부터 찬찬히 풀이 과정을 밟아나갈 수 있도록 지도해준다면

그것이 습관화되어 어려운 문제 앞에서도 헤매지 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엄마표 수학을 진행하거나 문장제에 어려움을 느끼는 자녀가 있으신 부모들께

이 문제집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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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하루 - 두 심리학자가 초대하는 365일 마음챙김 안내서
아리아 캠벨 다네시.세스 J. 길리한 지음, 이진 옮김 / 수오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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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머리맡에 단 한 권의 책을 두어야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삶의 지혜를 제안하는 책!

 

 

 

  『단단한 하루는 임상심리사와 인지행동치료 전문가가 마음챙김 수행과 인지행동치료를 바탕으로 매일의 기쁨과 충만함을 발견하는 365일 삶의 제안들을 담은 안내서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하루 한 장씩 책 속의 귀한 메시지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나를 소중히 가꾸는 법들로 1년을 채워나갈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각각의 조언들은 우리의 가치감각마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알아차림으로써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행복변화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인도해준다.

 

 

 

흔들리고동요하고두렵고의심이 들고무지막지하게 겁에 질려 있는가?

그렇다면 잘 하고 있는 것이다계속 그렇게 하라. - 빅토리아 에릭슨

 

 

 

당신은 언제나 원의 중심에신성한 공간의 중심에 서 있다그 공간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은 당신을 가르친다. - 페아 초드론 / 11p

 

 

 

  ‘계획형 인간에 가까운 나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쪼개어 쓸지 미리 전날부터 생각하고 움직이는 편이다심지어 미리 계획을 세웠어도 일을 하는 도중에 다음에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한 번 더 정리해두어야 한다계획해두었던 것을 제때 실행해 마무리했을 때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얻는 성격이라 그런가보다다만 책을 읽는 도중에도 다음 할 일을 생각하느라 책장을 무심결에 넘겨버릴 때가 있는 걸 보면 어쩔 땐 내가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저자 역시 이렇게 말한다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회복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바로 이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고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우선 이 일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건 정작 하루를 낭비하는 일이라고그렇기 때문에 책에서는 오늘 당신이 있는 자리에서 저만치 앞질러 가는 마음을 알아차려 보기오늘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현재에 머물러 보기를 제안한다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건 그 일에 온전히 집중해 보기이것이 전부임을 깨닫는 순간 그 속에서 평온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사랑은 우리가 붙잡은 것보다는 놓아 버린 것 속에 있다. - 리치 멀린스

 

사랑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기꺼이 놓아 버린 것들 속에 있습니다.

 

제안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우리가 그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놓아 버린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가장 선명해집니다오늘 당신이 놓아 버린 것들을 생각해 보세요무엇을 놓아 버림으로써 사랑을 표현했는지 생각해 보세요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 19p

 

 

 



 

 

 

 

  “아이고지나간 얘기는 왜 자꾸 해이제 그만해엄마.”

  자꾸 과거 이야기를 꺼낸다며 외할머니를 책망하던 엄마다그런데 언제부턴가 상황이 바뀌어 이제는 내가 엄마의 후회를 단속한다나이가 들면 다가올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지나간 날을 추억하거나 후회하는 일로 남은 생을 채우게 된다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림없나보다곧 있으면 내 나이 마흔나 역시 엄마 나이에 이를 즈음엔 후회하는 일로 남은 생을 채우게 되는 건 아닐까이미 ’ 일을 후회해봤자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

 

 

 

  H. 잭슨 브라운 주니어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부터 20년 뒤에는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을 더 후회하게 될 것이다그러니 밧줄을 내던져라안전한 항구에서 떠나라바람에 돛을 올려라탐험하라꿈꾸어라발견하라.” 앞으로의 내 목표는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는 걸 줄여나가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무를 심을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었다그다음으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는 중국 속담처럼꿈꿀 수 있을 때 미련 없이 꿈꾸고 사소한 것이라도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겨두어야겠다.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인지행동치료에는 ‘3분 명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현재에 머물게 하는 이 명상법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3분 명상은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첫째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집중하고둘째호흡에 주의를 집중하고셋째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제안우리는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소셜 미디어에 접속하기 위해인터넷을 서핑하기 위해 시간을 내지요오늘은 3분 명상을 위해 시간을 내어 보세요어디에 있건 당신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 보세요. / 79p

 

 

숨을 들이쉬어라신이 당신에게 다가간다들이쉰 상태로 머물러라신이 당신 곁에 머문다숨을 내쉬어라당신이 신에게 다가간다내쉰 상태로 머물러라그리고 신에게 굴복하라. - 티루말라이 크리슈나마차리아

 

제안오늘은 하루 종일 당신의 호흡에 연결되어 보세요들숨과 날숨을 따라가며 호흡의 느낌을 알아차려 보세요몇 분간 숨을 길고 느리게 내쉬어 보세요깊고 규칙적인 횡경막 호흡을 통해 몸이 이완되고 심박과 혈압이 낮아집니다그다음엔 호흡의 흐름을 타세요스트레스 받거나불안하거나화가 나거나걱정될 때 혹은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머물기 위해호흡법을 실천해 보세요. / 89p

 

 

 

  “5킬로그램만이라도 살을 꼭 빼자.”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에 집중하며 그것을 바꾸기 위한 결심을 세운다사실 나의 결점이 엄청난 골칫거리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지만 유독 부족한 부분에만 더 몰두하게 된다하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부족함을 납득할 수 있는 불완전함으로 여겨 보라고 조언한다이왕이면 자신이 지닌 장점을 실천하는 즐거움으로 누려볼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이를 테면 심미안용기창의성호기심공정성용서감사정직희망겸손유머판단력친절리더십사랑학구열지혜인내심신중함절제력사회성영성협동심열정과 같은 바람직한 성향 속에서 나에게 해당하는 장점 서너 가지를 골라 그것을 종이에 적어 하루 종일 들고 다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한다그런 뜻에서 2023년에는 부족한 점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나의 장점을 실천할 수 있는 훌륭한 자질로 키워내는 데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호기심으로 들어라정직함으로 말하라진정성으로 행동하라대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이해하려고 듣지 않고 대답하려고 듣는 것이다호기심을 갖고 듣는 것은 대답하기 위해 듣는 것이 아니다말의 이면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듣는 것이다. - R.T. 베넷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치료사들은 호기심을 장착한 채 일합니다그들은 내담자를 고유한 경험을 지닌 존재로 여깁니다심리치료의 목표는 내담자들을 알아가고 그들의 내면세계와 정서적 경험들을 이해하는 것이지요그러나 경험이 축적될수록치료사는 추측을 하게 되고내담자 개개인을 진단명으로 분류합니다. “이런 환자 전에도 본 적 있어이 사람 조울증 정신이상 우울증이로군.” 판단이 시작되는 순간이해는 멈춥니다독특한 한 개인으로서의 다양성과 특이성은 사라집니다호기심이 사라지고 추측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 283p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곧 우리 자신이다. - 웰 듀랜트

 

우리의 가치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자신이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시간과 자원을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는다면그 말은 사실일까요?

(우리는 종종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선언합니다마치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듯이 말하지요스스로를 고유의 특성을 지닌 고정된 개체로 여깁니다하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하는 행동이 우리의 특성을 말해주는 건 아닐까요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 385p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삶의 지혜를 제안하는 단단한 하루를 읽다보니 어느 새 고단함이 내려앉고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을 느낀다침대 머리맡에 두고 매일 아침 혹은 잠들기 전에 한 페이지씩 음미하며 읽다보면 나의 하루가 어제보다는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다.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이제 새해를 앞두고 있는 지금어떤 거창한 계획보다는 이 책으로 하여금 나의 마음부터 먼저 챙겨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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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2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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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가장 처절한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복잡한 중동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통찰한 역사서!

 

 

 

 

  성경에 따르면 비옥한 초승달 지대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알려진 가나안 지역이집트와 시리아 사이에 지중해 연안을 따라 가늘게 뻗어 있는 이 지대는 오랫동안 중동사의 강력한 두 문명(메소포타미아 문명이집트 문명)을 연결하거나 두 문명이 대립할 때는 접점을 이루던 곳이었다다양한 민족이 각축을 벌이던 이곳에 이집트를 탈출한 셈계의 히브리인(유대인)이 고대 가나안 원주민을 몰아내고 도시를 세웠다하지만 히브리인의 왕국 이스라엘과 유다는 아시리아와 신바빌로니아왕국에 의해 멸망했고유대인들은 나라를 잃은 처지가 되어 세계 전역으로 흩어졌다이제 이 땅은 필리스티아인의 이름을 따서 팔레스타인이라 불리게 되었으니,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며 20세기와 21세기 전쟁사를 아우르는 최대의 격전지가 되었다.

 

 

 

성지 예루살렘을 둘러싼 끊임없는 분쟁 그리고 전쟁

 

 

  고전 소설이나 인문 서적을 읽다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개념 하나가 있다바로 디아스포라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는 말이다유대인들은 산업혁명 이후 금융과 정보기관 등을 장악하며 근대라는 세계에 특화되어 성장해갔지만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오명과 어떤 집단을 열등하고 사악한 집단으로 공식화하여 지정하는 오랜 관습, ‘토지 소유 금지라는 특별 조항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었다이에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해야 했던 유대인들은 19세기 말쯤 팔레스타인에 하나둘씩 나타나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고로스차일드 같은 유대인 금융가들의 지원과 테오도르 헤르츨을 같은 인물을 통해 시오니즘(유대인의 신과 율법일체성을 잃지 말자)을 실존하는 유대인 국가 건설 운동으로 확대해갔다.

 

 

 

  20세기 초반까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둘러싸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하다이를테면 1차 세계대전 후 영국과 프랑스가 사이크스-피코협정을 맺어서 팔레스타인을 오스만제국에서 떼어내 분할하기로 한 일, 1917년 영국이 벨푸어선언을 발표하고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세우기로 결정한 일 등에 그들은 무지했다이들이 자각했을 때는 이미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내에 정예 특공대와 무장 조직을 갖춘 뒤였다여기에는 영국의 이중계약과,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들이 식민지를 움켜쥘 힘을 잃자 팔레스타인으로부터 철수하기로 한 것이 본격적인 유대 민족 국가 수립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함께 팔레스타인에도 독립국가를 세워줄 것인지팔레스타인의 독립을 허락한다면 두 국가의 규모와 국경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유엔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1.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은 각각 독립국가를 세운다.

2. 예루살렘은 중립지대로 하고 유엔이 통치감독한다. / 54p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유엔이 그어 놓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국경선은 도저히 현실성이라고는 없는매우 기이한 형태였기 때문이다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가 세 조각으로 쪼개져 단절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수도인 텔아비브가 위치한 중심지역은 방어 자체가 어려울 만큼 가늘고 측면이 길게 노출되어 있었다중동전쟁을 쓴 임용한 역사학자에 따르면 이는 유엔이 애초에 신생 국가 이스라엘의 생명을 길게 보지 않은 조치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CIA조차 이스라엘이 기껏해야 2년쯤 버틸 수 있을 거라 예측했다고 한다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스라엘은 저평가되었음이 분명하다하지만 이스라엘은 1947년 유엔의 분할안에 이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56%에 이르렀던 점유지역을 수 십 년간의 전쟁을 통해 87%까지 확장시켰다대체 이들을 어떻게 해서 지금의 지정학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일까이를 위해 책 중동전쟁은 팔레스타인 땅을 둘러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비롯해 무려 4차에 이르는 아랍국가와 이슬라엘 간의 중동전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아울러 이념과 종교냉전의 편향이 뒤섞인 중동의 복잡한 그물망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치열했던 중동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성지 예루살렘의 의미_

기원전 1000년 이후다윗왕이 예루살렘을 옛 이스라엘왕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성지가 됐다하지만 기원전 63년 로마에 의해 점령당했고, 638년 이후로는 줄곧 아랍이 차지하고 있었다그렇게 유대교와 기독교에는 빼앗긴 성지이자 반드시 되찾아야 할 지역으로 남고 만 것이다이렇게 아랍에 함락된 후부터 현재까지도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의 쟁탈전이 끊이지 않는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가 바로 예루살렘이다예루살렘을 둘러싼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은 중세 십자군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을 정도로 쟁탈전은 치열하고 처절했다.

그런 예루살렘이 1차대전에서 오스만제국이 패하고 팔레스타인이 영국의 위임통치하에 들어가면서 팔레스타인의 수도가 되었고자연히 모두가 예루살렘을 노렸다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아랍 양측 모두에게 절대 빼앗길 수 없는 절체절명의 요충지이자 대의명분의 중심에 선 도시그리고 마음의 고향인 성지’ 그 자체다. / 136p

 

 

 

  제 1차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시작되었다. 650킬로미터쯤 되는 이스라엘 국경 전역에서 포성이 터졌다팔레스타인의 보호와 영역 확보를 위해 북쪽에서는 시리아레바논이라크군이동쪽에서는 요르단이남쪽에서는 이집트군이 아랍연합국을 자처하며 침공을 시작했다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다름없었다사실 아랍연합국의 군사력이라면 2~3일 내로 전쟁이 끝났어야 마땅했다하지만 무능한데다 전략적 의지와 방향성을 잃은 시리아·이라크군예루살렘을 점령해 장기적으로 시리아까지 넘보겠다는 요르단군의 야심에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승리를 거머쥐었다덕분에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조직력이 빈약했던 이스라엘은 IDF라는 통합사령부를 설치하고 각종 뛰어난 군수품을 확보하면서 영국프랑스미국소련이 얽혀 벌여진 제 2차 중동전쟁까지 승리로 이끌었다훗날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충돌로 제3차 중동전쟁까지 벌어지지만 이들의 뛰어난 공중전은 6일 만에 전쟁을 종결시켰다이후 이스라엘은 내부에서 위기를 좌초하기도 했으나 제4차 중동전쟁에서도 이집트의 강세로부터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냈다.

 

 

 

  하지만 전쟁이 지속되면서 최대 피해자인 팔레스타인인들은 땅에서 쫓겨나 난민이 되었다.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바로 이때부터 생겨난 것으로무려 65만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이들은 자신들이 전쟁을 일으킨 것도전쟁을 원한 것도전쟁을 주도한 것도 아닌데 아랍의 공격으로 인해 격렬한 전쟁이 벌어졌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이 전쟁을 일으킨 아랍 국가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당연해보이지만도움은커녕 시리아와 요르단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핍박을 받았다모든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을 자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자신들이 되레 위험해질 수 있고또 다른 전쟁의 불씨가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훗날 팔레스타인 난민이 레바논으로 대거 밀려든 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레바논 내전(종파 간의 균형이 파괴되어)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하니이들의 강경한 태도가 얼마간 이해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 기나긴 전쟁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으로서는 이스라엘도주변 아랍국들도 모두 적이 되었다무장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게릴라 공격 형태의 민간인 대상 테러’ 공격에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용서되어서는 안 되지만이러한 배경을 알고 보니 저들의 한이 서린 처절한 사투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중동전쟁은 외형상 유대인과 전 이슬람권의 전쟁이었다공식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을 포함해서 6개국만이 참전했지만, ALA를 통해 비참전국의 젊은이들이 전쟁에 뛰어들었다사우디아라비아예멘심지어 보스니아인도 있었다이라크는 소극적으로 개입했는데, ALA에 참여한 이라크인들은 위협적이었다그들의 희생이 늘고 전쟁이 길어지면어떤 형태로든 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았다. ALA야말로 전 세계의 이슬람 국가를 지하드(성전)로 끌어들일 수 있는 도화선이었다. / 161p

 

 

후방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군인과 살인자를 구분하지 못하는데어둠 속에서 대검으로 소년병을 해치우고 다니는 대원이라고 해서 그가 살인마는 아니며피를 뒤집어쓰는 임무에 무한한 의욕을 발휘하는 전투 기계도 아니다살인적인 전투를 버텨내는 사람들의 에너지는 책임감과 의무감이다그 의무감 중에는 전우들이 고향의 가족연인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도 있다전쟁은 일상의 상식과 기준이 통하지 않는 곳이지만그러기에 더더욱 맹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도강요해서도 안 되는 곳이다. / 498p

 

 

 




 

 

 

 

  모든 전쟁의 배후에는 정치와 권력이라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저자 역시 사람들은 전쟁을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진짜 괴물은 정치라는 탈을 쓸 권력욕이라고 말한다결국 중동전쟁은 정치와 권력 싸움으로 빚어진 결과물이자, 20세기의 모든 문제와 인류의 고뇌가 집약된 전쟁이었다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국가와 미국소련, 20세기의 선진국들의 야욕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더더욱 뼈아프다.

 

 

 

  한반도 역시 이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기에 이들의 역사는 곧 우리의 역사를 마주하는 일과 같다때문에 우리는 각종 전쟁사를 통해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전쟁과 정치권력의 문제를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중동전쟁은 복잡한 중동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통찰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개인적으로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다평소 중동의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었던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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