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2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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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가장 처절한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복잡한 중동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통찰한 역사서!

 

 

 

 

  성경에 따르면 비옥한 초승달 지대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알려진 가나안 지역이집트와 시리아 사이에 지중해 연안을 따라 가늘게 뻗어 있는 이 지대는 오랫동안 중동사의 강력한 두 문명(메소포타미아 문명이집트 문명)을 연결하거나 두 문명이 대립할 때는 접점을 이루던 곳이었다다양한 민족이 각축을 벌이던 이곳에 이집트를 탈출한 셈계의 히브리인(유대인)이 고대 가나안 원주민을 몰아내고 도시를 세웠다하지만 히브리인의 왕국 이스라엘과 유다는 아시리아와 신바빌로니아왕국에 의해 멸망했고유대인들은 나라를 잃은 처지가 되어 세계 전역으로 흩어졌다이제 이 땅은 필리스티아인의 이름을 따서 팔레스타인이라 불리게 되었으니,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며 20세기와 21세기 전쟁사를 아우르는 최대의 격전지가 되었다.

 

 

 

성지 예루살렘을 둘러싼 끊임없는 분쟁 그리고 전쟁

 

 

  고전 소설이나 인문 서적을 읽다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개념 하나가 있다바로 디아스포라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는 말이다유대인들은 산업혁명 이후 금융과 정보기관 등을 장악하며 근대라는 세계에 특화되어 성장해갔지만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오명과 어떤 집단을 열등하고 사악한 집단으로 공식화하여 지정하는 오랜 관습, ‘토지 소유 금지라는 특별 조항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었다이에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해야 했던 유대인들은 19세기 말쯤 팔레스타인에 하나둘씩 나타나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고로스차일드 같은 유대인 금융가들의 지원과 테오도르 헤르츨을 같은 인물을 통해 시오니즘(유대인의 신과 율법일체성을 잃지 말자)을 실존하는 유대인 국가 건설 운동으로 확대해갔다.

 

 

 

  20세기 초반까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둘러싸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하다이를테면 1차 세계대전 후 영국과 프랑스가 사이크스-피코협정을 맺어서 팔레스타인을 오스만제국에서 떼어내 분할하기로 한 일, 1917년 영국이 벨푸어선언을 발표하고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세우기로 결정한 일 등에 그들은 무지했다이들이 자각했을 때는 이미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내에 정예 특공대와 무장 조직을 갖춘 뒤였다여기에는 영국의 이중계약과,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들이 식민지를 움켜쥘 힘을 잃자 팔레스타인으로부터 철수하기로 한 것이 본격적인 유대 민족 국가 수립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함께 팔레스타인에도 독립국가를 세워줄 것인지팔레스타인의 독립을 허락한다면 두 국가의 규모와 국경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유엔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1.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은 각각 독립국가를 세운다.

2. 예루살렘은 중립지대로 하고 유엔이 통치감독한다. / 54p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유엔이 그어 놓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국경선은 도저히 현실성이라고는 없는매우 기이한 형태였기 때문이다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가 세 조각으로 쪼개져 단절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수도인 텔아비브가 위치한 중심지역은 방어 자체가 어려울 만큼 가늘고 측면이 길게 노출되어 있었다중동전쟁을 쓴 임용한 역사학자에 따르면 이는 유엔이 애초에 신생 국가 이스라엘의 생명을 길게 보지 않은 조치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CIA조차 이스라엘이 기껏해야 2년쯤 버틸 수 있을 거라 예측했다고 한다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스라엘은 저평가되었음이 분명하다하지만 이스라엘은 1947년 유엔의 분할안에 이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56%에 이르렀던 점유지역을 수 십 년간의 전쟁을 통해 87%까지 확장시켰다대체 이들을 어떻게 해서 지금의 지정학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일까이를 위해 책 중동전쟁은 팔레스타인 땅을 둘러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비롯해 무려 4차에 이르는 아랍국가와 이슬라엘 간의 중동전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아울러 이념과 종교냉전의 편향이 뒤섞인 중동의 복잡한 그물망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치열했던 중동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성지 예루살렘의 의미_

기원전 1000년 이후다윗왕이 예루살렘을 옛 이스라엘왕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성지가 됐다하지만 기원전 63년 로마에 의해 점령당했고, 638년 이후로는 줄곧 아랍이 차지하고 있었다그렇게 유대교와 기독교에는 빼앗긴 성지이자 반드시 되찾아야 할 지역으로 남고 만 것이다이렇게 아랍에 함락된 후부터 현재까지도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의 쟁탈전이 끊이지 않는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가 바로 예루살렘이다예루살렘을 둘러싼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은 중세 십자군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을 정도로 쟁탈전은 치열하고 처절했다.

그런 예루살렘이 1차대전에서 오스만제국이 패하고 팔레스타인이 영국의 위임통치하에 들어가면서 팔레스타인의 수도가 되었고자연히 모두가 예루살렘을 노렸다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아랍 양측 모두에게 절대 빼앗길 수 없는 절체절명의 요충지이자 대의명분의 중심에 선 도시그리고 마음의 고향인 성지’ 그 자체다. / 136p

 

 

 

  제 1차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시작되었다. 650킬로미터쯤 되는 이스라엘 국경 전역에서 포성이 터졌다팔레스타인의 보호와 영역 확보를 위해 북쪽에서는 시리아레바논이라크군이동쪽에서는 요르단이남쪽에서는 이집트군이 아랍연합국을 자처하며 침공을 시작했다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다름없었다사실 아랍연합국의 군사력이라면 2~3일 내로 전쟁이 끝났어야 마땅했다하지만 무능한데다 전략적 의지와 방향성을 잃은 시리아·이라크군예루살렘을 점령해 장기적으로 시리아까지 넘보겠다는 요르단군의 야심에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승리를 거머쥐었다덕분에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조직력이 빈약했던 이스라엘은 IDF라는 통합사령부를 설치하고 각종 뛰어난 군수품을 확보하면서 영국프랑스미국소련이 얽혀 벌여진 제 2차 중동전쟁까지 승리로 이끌었다훗날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충돌로 제3차 중동전쟁까지 벌어지지만 이들의 뛰어난 공중전은 6일 만에 전쟁을 종결시켰다이후 이스라엘은 내부에서 위기를 좌초하기도 했으나 제4차 중동전쟁에서도 이집트의 강세로부터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냈다.

 

 

 

  하지만 전쟁이 지속되면서 최대 피해자인 팔레스타인인들은 땅에서 쫓겨나 난민이 되었다.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바로 이때부터 생겨난 것으로무려 65만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이들은 자신들이 전쟁을 일으킨 것도전쟁을 원한 것도전쟁을 주도한 것도 아닌데 아랍의 공격으로 인해 격렬한 전쟁이 벌어졌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이 전쟁을 일으킨 아랍 국가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당연해보이지만도움은커녕 시리아와 요르단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핍박을 받았다모든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을 자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자신들이 되레 위험해질 수 있고또 다른 전쟁의 불씨가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훗날 팔레스타인 난민이 레바논으로 대거 밀려든 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레바논 내전(종파 간의 균형이 파괴되어)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하니이들의 강경한 태도가 얼마간 이해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 기나긴 전쟁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으로서는 이스라엘도주변 아랍국들도 모두 적이 되었다무장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게릴라 공격 형태의 민간인 대상 테러’ 공격에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용서되어서는 안 되지만이러한 배경을 알고 보니 저들의 한이 서린 처절한 사투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중동전쟁은 외형상 유대인과 전 이슬람권의 전쟁이었다공식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을 포함해서 6개국만이 참전했지만, ALA를 통해 비참전국의 젊은이들이 전쟁에 뛰어들었다사우디아라비아예멘심지어 보스니아인도 있었다이라크는 소극적으로 개입했는데, ALA에 참여한 이라크인들은 위협적이었다그들의 희생이 늘고 전쟁이 길어지면어떤 형태로든 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았다. ALA야말로 전 세계의 이슬람 국가를 지하드(성전)로 끌어들일 수 있는 도화선이었다. / 161p

 

 

후방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군인과 살인자를 구분하지 못하는데어둠 속에서 대검으로 소년병을 해치우고 다니는 대원이라고 해서 그가 살인마는 아니며피를 뒤집어쓰는 임무에 무한한 의욕을 발휘하는 전투 기계도 아니다살인적인 전투를 버텨내는 사람들의 에너지는 책임감과 의무감이다그 의무감 중에는 전우들이 고향의 가족연인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도 있다전쟁은 일상의 상식과 기준이 통하지 않는 곳이지만그러기에 더더욱 맹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도강요해서도 안 되는 곳이다. / 498p

 

 

 




 

 

 

 

  모든 전쟁의 배후에는 정치와 권력이라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저자 역시 사람들은 전쟁을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진짜 괴물은 정치라는 탈을 쓸 권력욕이라고 말한다결국 중동전쟁은 정치와 권력 싸움으로 빚어진 결과물이자, 20세기의 모든 문제와 인류의 고뇌가 집약된 전쟁이었다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국가와 미국소련, 20세기의 선진국들의 야욕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더더욱 뼈아프다.

 

 

 

  한반도 역시 이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기에 이들의 역사는 곧 우리의 역사를 마주하는 일과 같다때문에 우리는 각종 전쟁사를 통해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전쟁과 정치권력의 문제를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중동전쟁은 복잡한 중동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통찰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개인적으로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다평소 중동의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었던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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