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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의 거장들 - 매 순간 다시 일어서는 일에 관하여
데비 밀먼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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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창작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통찰하고 이해한 노력들을 공유하다!
디자이너, 시인, 소설가, 화가, 사진작가, 여성운동가, 사업가, 셰프, 방송인 등 우리 시대의 가장 창의적인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의 창작법과 신념, 멘탈 관리법을 담은 인터뷰집이다. 혁신의 아이콘 팀 페리스, 디자이너 중의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작가 알랭 드 보통, 스티브 잡스의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앨버트 왓슨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창작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통찰하고 이해한 노력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이 책을 엮은 데비 밀먼 역시 지난 20여 년간 버거킹, 펩시, 하겐다즈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담당한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인터뷰이가 사랑하는 인터뷰어로 정평이 난 커뮤니케이션의 대가다. “훌륭한 인터뷰는 시간과 변화에 짓눌리지 않고 존재와 잠재력의 핵심을 건드린다”는 마리아 포포바의 말처럼, 하나하나의 인터뷰 속에 담긴 그들의 예리한 지성과 삶을 대하는 특별한 태도는 우리로 하여금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바가 있다. 무엇보다 이 한 권으로 세계적인 아이콘들을 한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황홀해지는 책이다.
인터뷰는 태생적으로 신기한 문화적 인공물이다.
그것은 미래의 부끄러움에 대한 합의된 훈계다.
우리가 삶의 특정 시기에 어떤 상태였고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열정으로 들끓었고
어떤 슬픔으로 괴로워했는지 새겨놓은 공동의 기록이다.
/ 마리아 포포바의 맺는 말 중에서 603p
하나의 문화를 선도한다는 건 자신만의 예술적 원천과 작품 속에 깃든 철학을 그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감지하고 그것을 증명할 줄 아는 이에게만 허락된 재능일지도 모르겠다. 『멘탈의 거장들』 속 창작가들은 자신의 내면과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수많은 고뇌 속에서 자신만의 창작법을 발견하고 수정하며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성소수자인 앨리슨 벡델은 “어디까지 드러낼 것인가?”와 같은 질문으로 ‘진정한 자아’에 다가가는 방식을 고민하고, 세스 고딘은 공포와 경멸의 사이클에서 떨어져 나와 조용히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냄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하려 한다.
매릴린 민터는 좋은 예술가가 되려면 자신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패를 창조적 과정의 일부라 생각하고, 그때 발상하는 두려움조차 정면으로 마주하며 예술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재커리 페팃은 그래픽디자인 혹은 상업 예술의 세계에서 독창적이라는 것은 본질적인 미덕이 아니라고 말하며 독창적이 되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마라고 조언한다. 아이디어를 으깨고 융합하는 가운데서 오히려 혁신적인 무언가가 알아서 따라올 거라고 말하는 그의 인터뷰는 새로운 영감을 발견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사로잡혀 있는 창작자들에게 귀한 메시지를 준다.
우리 삶은 카오스예요.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에는 그 어떤 의미도, 질서도 없죠. 하지만 거기서 무언가 이야기를 발견하려고 애쓰는 것, 그런 무작위적인 사건에서 어떤 의미나 서사를 발견하려고 애쓰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에요. / 앨리슨 벡델 편 중에서 37p
“무용, 원고, 책 소설, 시 등의 예술 작품에서 자신과 다른 인종, 경제적 지위, 국적, 젠더, 섹슈얼리티를 가진 집단을 묘사할 때 외부자의 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타자를 낭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내부자로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높여야 해요. 자신이 누군지, 자신이 무엇인지 세상에 말해야 해요.” / 비스 버틀러 83p
정말로 능숙해지기까지 10년, 12년, 14년도 더 걸린 것 같네요. 그쯤 지나고 나서야 어떤 비전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그것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게 되었어요. 나는 늘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나를 깜짝 놀라게 해줄 무언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지요. / 앨버트 왓슨 편 중에서 1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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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태도와 무너지지 않을 마음을 관리하는 법에 관한 여러 인터뷰들도 인상적이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답게 팀 페리스는 데비와의 인터뷰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내적인 삶과 외적인 삶을 조정하는 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이를 테면 구체적으로 내게 어떤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최소 열다섯 가지 정도를 적어봄으로써 나의 두려움을 ‘정의’해보고,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 ‘예방’해봄으로써 두려움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임을 알아가 보라고 한다. 또 이 모든 예방 조치를 다 취했는데도 우려했던 일이 결국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고려해봄으로써 실제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더 이상 절망적이거나 무력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제안한다.
“뭘 꼭 알아내야 한다거나 특정 나이에는 특정 장소에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허상과 같은 미래나 목표를 붙잡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나의 능력’을 바라볼 것을 조언하는 채니 니컬러스의 말 역시 새겨둘 만하다. 나아가 우리는 시민으로서 사회에 애정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아난드 기리다라다스의 메시지는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직시하게 한다. 이 외에도 에스터 페렐과 알랭 드 보통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들여다본 낭만적 사랑의 허상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법을 고민해보게 한다.
2005년에 마흔다섯 살이 되면서 중년의 위기를 맞았어요. 하던 걸 멈추고 돌아보고 점검해야 하는 중년의 시기가 45세 즈음이라고 늘 생각해왔거든요. 문제는 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었어요. 엄청나게 많은 생각과 불안이 뒤따랐죠. 결국 나 자신을 시장에 내놓고 “자, 여러분들아, 나 여기 있어요. 내가 할 만한 거 뭐 없어요?”라고 묻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미지의 세계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약을 한 것이죠. 그때 이후로 제가 한 모든 일은 온전히, 그리고 전적으로 우연의 산물이었어요. / 신디 갤럽 편 중에서 52p
제가 이렇게 희망적인 이유는 온갖 역경에도 우리가 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는 정말 변해요. 마음도 말랑말랑해지고 스스로에게 훨씬 더 다정하고 너그러워지죠. 스스로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변화하죠. 사람들 눈치만 보던 그 불안하고 겁 많던 사람이 지금은 이렇게 그딴 거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이 되었잖아요. 그것만으로 희망이 생기죠. / 앤 라모트 편 중에서 106p
자신의 마음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낭만적이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토라짐이 낭만적 사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토라지는 게 뭔가요? 상대방이 자신에 관한 중요한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분노와 그게 뭔지 절대 설명해주지 않겠다는 오기가 섞인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이해 못 한다고 상대방을 탓하면서도 설명해주기를 거부하는 것인데, 설명하는 것 자체가 사랑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연애는 다방면에서 가르침을 필요로 해요. 양쪽 다 상대방이 자신을 가르치는 걸 허락하고 분노나 원망 없이 그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성공적인 연애를 할 수 있어요. / 알랭 드 보통 편 중에서 3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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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알렉산더는 “무언가를 정말 열심히 하고 좋아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예술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요? 그건 정말 진지해야 하는 거잖아요.” 하고 도리어 물어온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짓는 개별적인 예술가라는 점에서 그녀가 말한 ‘진지함’에 대해 고민해보는 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2년을 갈무리 하는 시점에서 나는 얼마나 진지한 사람인지, 또 나의 작업에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 늘 진지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삶에 대하여 마음을 써보려 한다. 2022년을 마무리 하며 약 2주에 걸쳐 새벽 독서로 이 책을 차근차근 읽어나간 경험들은 다가올 새해에 보다 더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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