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바꾸는 우리 - 정치와 약속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5
조무원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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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쓰일 정치를 향한 우리 시대의 갈망이 담긴 책!

우리 세대가 인식하고 있는 정치생존 게임으로 변모한 정치적 갈등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 작지만 커다란 시도!

 

 

 

  『우리를 바꾸는 우리의 저자이자 정치철학가인 조무원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는 고독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정의한다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에게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지만국민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되는 우리들은 실상 무력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다그도 그럴 것이 선거는 국민의 심판으로그 결과는 국민의 목소리와 의지로 해석되지만사실상 국민이라는 말은 각자의 이익을 꾸미기 위한 대의명분이자 정치적 구호로 전락한 지 오래다얼마 전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되었던 바로 그 사람이 국민통합이라는 마술의 주문을 통해 사면되고 복권되어도모두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버리는 이 마술 같은 정치적 행위 속에서 정작 국민은 철저히 고독해지는 경험을 반복할 뿐이다때문에 우리는 늘 의심한다저들이 말하는 국민에 내가 포함되어 있기는 한 걸까하고.

 

 

 

  하지만 대대손손 진보와 보수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의 언어만이 거듭해서 태어나는 한우리가 이 지독한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과연 함께 행위하고 말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진정한 주어로서의 우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어떻게 하면 우리의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을까이에 책은 오늘의 우리를 만든 정치의 기원은 무엇인지우리는 자연상태와 사회의 경계에 선 정치적 존재들이지만 왜 끊임없이 정치적 무력감을 느끼는 것인지그렇다면 새롭게 써내려가야 할 우리 정치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국가를 수립할 의도로 함께 만난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난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민주정이다.” - 홉스 시민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면서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가던 사람들이 무기를 내려내 놓고 다른 존재가 되기를 모색하고 나서기 시작했다이들은 함께 행위하고 말하고 결정할 수 있는 주어가 되기 위해 회합하고합의를 이뤄내 우리는 이제 모두 동등하다고 외치기를 원했다그 중심에 바로 사회계약론자들이 있었다저자는 사회계약론자들을 가리켜 인간의 허물을 찾아 나선 이들이라 규정한다매미의 변태가 자연스러운 본성의 결과라면 인간의 변태는 서로 약속을 하고 우리의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스스로 구조를 바꾼 의지의 결과에 가깝다하지만 매미의 허물이 쉽게 부스러지듯이 인간들이 맺은 약속 역시 위태롭고 허약하기 그지없어서 공동의 권위를 만들어 내는 일에 실패한다. ‘계약의 이면에는 지배가동의의 뒷면에는 위력이국민이라는 이름의 경계에는 국민이 되지 못한 타자들이 있음을 번번이 확인하고야 만다진영의 논리에 따라 지배와 억압을 정당화하거나 위력을 용인하고우리와 그들을 구별하고 성숙한 시민과 그렇지 못한 시민을 구분하기도 한다.

 

 

 

정치학자 박상훈 역시 국민을 위한다는 말들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사적 전략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박상훈이 문제 삼는 것은 참여를 강조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요소가 오히려 대통령 권력을 강화하는 양상이다그는 이를 청와대 정부라고 명명하면서 대통령의 비서조직에 불과한 청와대가 여론을 주도하고 내각을 수직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비판한다. / 157p

 

 

 



 

 

 

 

  민주주의가 정치의 근본 원리라고 믿었지만 스스로도 민주정의 비효율성을 꿰뚫어보았던 홉스가 지적했던 것처럼우리는 약속을 통해 국가를 수립함과 동시에 국가의 힘에 의해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가 된다대표자를 통해서만 단일성이 재현되는 신과 유사한 국가 개념의 등장정치적 대표자는 우리 각자를 대표하는 하나의 관념이 되어버린 정치적 현실이처럼 신의 피조물이자 모사물인 바다괴물 리바이어던을 재현하고 있는 한국 정치는 과연 구출될 수 있을까?

 

 

 

리바이어던의 홉스는 정부 사이의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들면서 모든 정치가 공포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반면 시민론의 홉스는 모든 정체에 앞서 민주제가 존재했다고 믿었으며그것은 공포가 아니라 상호 신뢰에 기반해야 한다고 보았다사회계약 자체가 자기보존의 욕망과 타인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기본이다그럼에도 시민론에서 홉스는 제도적 정보의 기원이 상호 간의 계약과 신뢰를 토대로 상호 간에 대한 의무가 있는 많은 사람의 동의라고 명시했다. / 83p

 

 

시민론의 홉스는 인민이 통치권을 한시적 군주(정부)에 위임하더라도 다시 깨어나 자신들의 회합인 민주정을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바로 그와 같은 회합을 통해 인민은 다시 획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이런 홉스의 관점은 한 세대에게는 한 세대의 헌법만이 유효하다고 보았던 토마스 제퍼슨의 주장과도 연결된다새로운 세대에 맞는 약속을 갱신하는 일은 바로 헌법의 저자인 인민의 정체성이 언제나 불분명하다는 사실로 정당화된다갱신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사회의 경계 속에서 정치적 계기를 필요로 할 때 어쩌면 점진적으로또 어쩌면 혁신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 209p

 

 

 

   이를 위해 저자는 상대 진영에 대한 공포와 적대를 내려놓고 다시 개인으로 돌아가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서로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정치적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돕고 교육하며적대하는 진영의 권위자에 대한 공포에 눌려 우리 진영의 문제에 눈감지 않으며여성이든 난민이든 북한 주민이든 우리의 경계와 약속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의 아니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이다다시 말해 우리의 약속이 누구를왜 배제했는지를 다시 물을 때우리는 고정되고 닫힌 정체성이 아니라 경계 없이 열린 상태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새롭게 쓰여지고또 우리를 바꾸는 우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정치란 아슬아슬한 약속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그 아슬함 때문에 부수고 들어갈 수 있는 빈틈을 내어 보이기도 한다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동등한 우리를 세우려는 노력을 계속할 때 균열은 메워지고 이분법의 언어는 공동의 언어로 융화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된다는 것의 본질적인 의미는 바로 민주주의가 지닌 이 인간적 곤란함을 수용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과 사회의 경계를 부유하는 존재임을 받아들일 때괴물 같은 힘으로 구성원에게 동일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리바이어던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경계에서 맺은 약속이 언제나 재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인민은 훨씬 견고해질 수 있다. / 231p

 

 

 



 

 

 

 

  『우리를 바꾸는 우리는 우리 세대가 인식하고 있는 정치생존 게임으로 변모한 정치적 갈등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 작지만 커다란 시도다꽤 오랫동안 정치를 시끄럽고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그네들만의 잔치로 치부한 채 외면하고 있던 나지만하나하나 붙여놓은 플래그의 수를 들여다보니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한 내 안의 열망이 얼마나 깊은지를 느낄 수 있었다이 책이 대한민국 정치를 향한 우리 세대의 견고한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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