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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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종교광신폭력테러… 그 이면에 존재하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조명한 소설!

상실을 복구하고 상처를 회복할 길이 없어 고립되고만 모든 청춘들의 초상!

 

 

 

  녹스허스트를 비롯해 뉴욕주 곳곳에 있는 빌딩 다섯 군데가 폭파로 완전히 무너졌다초기 보도에 따르면 폭발물이 적재된 트럭들이 각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벽 옆에 세워졌다고 했다윌은 마치 폭발 현장을 눈앞에서 보기라도 한 것처럼 최대한 그날의 생생한 그림을 떠올리려 한다연기가 신의 숨결처럼 솟아오른 뒤에 잇따르는 정적잠시 후 승리감에 찬 무리의 함성이 일제히 터져 나오고 이내 와인 잔을 부딪치며 제자’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하는 사람들그때 존 릴이 다가와 피비의 어깨를 감싸며 말할 테지잘했다고하지만 머지않아 다시 행동해야 할 때가 올 거라고조금 더 나가야 한다고……윌은 피비가 왜 그곳에 있어야만 했는지 이해하고 싶지만그날 이후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정작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지만돌아올 길이 없는 물음만 상상 속에 실어 보낼 뿐이다.

 

 

 

인센디어리스(Incendiary의 복수형): 방화의불을 지르기 위한선동적인

 

 

 

  폭발하는 에너지를 담은 강렬한 표지컬트 종교와 테러라는 소재를 활용한 과감한 시도,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주목받는 작가 4에 선정된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첫 데뷔작이 3박자의 조합만으로도 이목을 끄는 인센디어리스는 이미 애프터 양과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 연출로 드라마화가 결정되어 화제성·작품성을 입증한 작품이다소설 속에는 회복되지 못한 상처를 짊어진 불안한 영적 존재들어디에도 이해받지 못해 여기저기 외로이 떠도는 청춘들이 등장한다이들은 자신의 영혼을 품어줄 구원의 대상을 찾아 나서지만 끝없는 상실과 위태로운 욕망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귀속되지 못한다한때는 하나님에게 삶을 맡기겠다는 생각으로 신앙에 몰입했으나 가장 필요한 순간에 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뒤로 신앙을 버린 윌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피아노 신동으로 자라났으나 목표를 상실한 뒤 충동적으로 살아가는 피비이들은 사랑을 통해 서로를 구원하고자 하지만대충 무마하거나 결정적일 때 입을 다물어버린 진실 때문에 서로의 육체만을 그러안고 있을 뿐이다바로 그 무렵한 낯선 남자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신앙을 갈구하는 자들의 지도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수수께끼 같은 남자존 릴이다.

 

 

 

기다렸다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근육이 경직된 채 나는 일어났다그때부터 내게 하나님 모양의 구멍이 뻥 뚫린 느낌이었는데 어떻게 메워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피비에게 말할 걸 그랬다내가 그리스도에게 신물이 났던 까닭은 오히려 그분을 사랑하기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내가 지어낸 유령을 잃고서 마치 진짜를 잃은 것처럼 슬퍼했기 때문이었다고. / 65p

 

 

그는 이야기를 들었다옥상에서 열린 신입생 파티 때 피비는 떨어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11층 높이에서 공중곡예사처럼 두 팔을 벌리고 난간 위를 걸었다고 했다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처럼 살았다매번 요란하게증거를 남기듯 폭소하면서그는 수소문을 했다피비는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해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그러나 이 또한 모두 활용할 수 있었다사람들이 남들 앞에서 내세우는 모습은 그들의 실제 자아만큼이나또는 그보다 더욱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 99p

 

 

 



 

 

 

 

  이 삶을 낭비하는 게 지겨워지면 연락하세요존 릴은 피비에게 쪽지 한 장을 내민다그는 중국에 숨어 있는 탈북자들이 서울로 도망치는 것을 돕는 일을 하다 북한 공작원에게 붙잡혀 수용소에 갇힌 적이 있다고 말한다억류된 지 세 달이 지났을 때 얼어붙은 강을 건너 겨우 살아 돌아왔지만 수용소에서의 충격적인 기억을 잊지 못한다그는 그곳에서 터무니없는 이유로 벌을 받으면서도 친애하는 수령을예수 그리스도를 믿듯 폭군을 믿는 수용소 사람들을 바라보며 신앙에 대해 생각했다 한다어디에든 누군가의 지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라고다만 독재자가 자기 제자들이 믿는 만큼 올바른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큰 것을 성취할 수 있겠느냐고만약 그가 그들을 사랑한다면……한때 신앙에 신실했던 윌은 존 릴의 이야기 곳곳에서 예의 사이비 종교에서 발견되는 거짓말의 징후를 읽곤 하지만자기 자신의 구원하고 인류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존 릴의 종교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피비를 붙잡기란 요원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변했어요변하는 게 가능하더라고요종종 존 릴이 즐겨 하던 말을 생각했어요우리가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듯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다고 믿을 수 있다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그는 말했죠사랑이란 단지 잘 상상하는 것입니다. / 200p

 

 

존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고통의 밖이 아니라 그 안에 함께 거하신다고 말했어요내가 상처 입힌 사람들을 되새기고 내가 실패한 시간들을 열거하는 일은 곧 용서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기도 해요그리스도께서 내리는 정화의 불길은 고통이 아니라 죄예요모든 상실에는 보상이모든 악에서는 용서가 포함되어 있지요사실 그대로 말하자면 나는 사고를 냈고사람들이 차를 들어 올렸고나는 이 죄책감이 내 몫이라고 주장하는 거예요만약 주님을 믿는 이들에게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만약 내가그리고 여러분이 너무나 큰 죄를 지었다면여러분과 내가 얼마나 강해질지 생각해보세요. / 242p

 

 

그들은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싸우기로 맹세했고그는 신앙이 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신앙은 손 한 번 내밀어서 고스란히 받아 쥘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비록 긴 햇살이 발치에서 아첨할지라도수북이 쌓인 잔해들 사이에서 억지로 끄집어낸 전리품이요힘겹게 쟁취한 보상이었다다가올 전쟁은 성스러운 치유가 될 것이고순수한 이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 256p

 

 

 



 

 

 

 

  우리는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는 없었던 걸까이제 윌은 가까이 있었음에도 서로를 알지 못했던 피비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때의 마음을 되짚어본다화해하지 못한 과거채워지지 않는 결핍서로의 본심에 다가갈 수 없어 그저 부유했던 관계의 어리석음을 그때 제대로 직시할 수 있었더라면 선동된 믿음의 환대 앞에서 마냥 무기력하지는 않았으리라다만늦게나마 피비가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이해를 시도해봄으로써 윌은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얻어 볼 뿐이다.

 

 

 

  이처럼 인센디어리스는 컬트 종교에 연루된 여성과 그녀를 사랑한 한 남성의 엇갈린 진심을 담고 있지만상실을 복구하고 상처를 회복할 길이 없어 고립되고만 모든 청춘들의 초상이다여기에 이민자성소수자성폭력낙태라는 사회의 무거운 주제들까지 섬세하게 아우를 줄 아는 작가의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컬트 종교광신폭력테러는 우리 사회의 가장 불온한 존재이지만 이 역시 인간의 산물임을 비추어보면이 소설은 그 이면에 가려져있는 인간의 감수성에 대한 이해를 잊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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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오드리 로드 지음, 송섬별 옮김 / 디플롯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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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주 오랜 세월 사랑하고 연대하고자 했던 모든 여성들을 위한 한 편의 신화다!

오드리 로드의 별빛 같은 언어에 빚을 진 이유로나는 그것이 실현되고 있는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자미는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시인흑인이자 페미니스트이며 레즈비언으로 평생 인종주의와 성차별동성애혐오에 맞서 싸운 전사이자 영원한 아웃사이더였던 오드리 로드의 자전신화다니그로슈바르츠다이크 등 그 시대에서 가장 불온한 이름으로 불려야 했던 유색인종이자 소수자의 딸로서흑인이자 여성이자 동성애자로 사는 것이 형벌이었던 시대 속에서, ‘지배자의 도구가 아닌 자신의 언어로 결연히 나아가고자 했던 그녀는 놀랍게도 분노나 저항이 아니라 사랑을 이야기한다.

 

 

 

  “내가 사랑한 여자들은 저마다 나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내 목소리에 담긴 힘을멍든 살갗의 수포 아래서 문득 거품을 일으키듯 부풀어 오르는 강인한 나를 만들어준 이들은 누구인가내 생존의 상징들을 만들어준 이들은 또한 누구인가? ‘오늘의 나라는 여성이 되기까지 나는 어떤 이들에게 빚을 졌는가질문하고 확인하고부서져도 무너진 것들을 다지며 끊임없이 자신만의 집을 지어나가려 했던 여정 속엔 오직 사랑만이 가득하다껴안음으로써 몸에 새겨진 사랑의 흔적그 고유의 힘으로 불가해한 역사를 뛰어넘고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그러한 이유로 이 책은 한 흑인여성해방운동가의 분투기가 아닌 아주 오랜 세월 사랑하고 연대하고자 했던 모든 여성들을 위한 한 편의 신화가 된다.

 

 

 

마디빈프렌딩자미(서인도제도의 속어로

레즈비언을 지칭하는 단어다), 캐리아쿠 여성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은 그레나다의 전설이며,

그들의 힘과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다. / 29p

 

 

 

  오드리 로드는 줄곧 자신의 정체성이 캐리아쿠의 여성들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했다어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캐리아쿠 여성들은 바다로 나간 남편 없이도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생존에의 힘을 키울 줄 알았으며이웃하는 여자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서로를 사랑함으로써 함께하는 삶을 영위했다문을 열면 상쾌한 아침과 뜨거운 정오에 풍기던 과일 향기가 달큼하게 밀려들어오던 그 신비로운 낙원에서여성들의 강한 연대 속에서 단단하게 성장했던 나의 어머니그래서 오드리 로드는 자신 역시 어머니처럼 강한 여성이 되기를어머니와 아버지가 가진 가장 강하고 풍부한 면모들을 받아들여 지구가 언덕과 산봉우리를 품듯 자신의 몸에 골짜기와 산맥이 공존하기를 바랐다그렇게 오드리 로드는 지도 위에 포착해내지 못한목을 졸라 교과서의 페이지 사이에 가두지 못한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그들만의 공간 캐리아쿠를 늘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상상이 무너진 자리에는 늘 소음과 흥건한 땀으로 가득한 할렘의 현실이 눈앞을 어지럽혔다인종봉기 이후 할렘의 똥통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바로 그곳에서 이민자로흑인으로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통제 불가능의 연속이자 결코 단순해질 수 없는 삶의 반복이었다어머니와 아버지는 미국에서 흑인들이 겪는 현실과 미국의 인종주의라는 엄연한 사실로부터 아이들을 가장 안전히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그것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거나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을 택했다백인을 믿지 말라고 가르치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그들이 품은 악의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마치 관심을 주지 않으면 그 일들이 없어지기라도 한다는 것처럼하지만 세인트캐서린학교에 입학한 최초의 흑인 학생이자 반에서 제일 똑똑한 학생이라는 자부심 따위가 반장선거에서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니그로에게 집을 빌려주는 신세가 됐다는 허탈감 때문에 집주인이 자살을 한 일을 전교생 모두가 알게 되었다면인종주의란 결코 무시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일찍이 알아버린 그녀는 내 심장은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를 그리느라 아프고 또 아팠다고 자신의 유년시절을 고백한다.

 

 

 

나는 어둠 속 내 자매들 옆에 눕는다길에서 나를 알아보지도 인정하지도 않고 스쳐 지난 자매들이 중 얼마만큼이 벗겨지지 않는 보호용 마스크의 역할을 맡은 거짓 자기부정이고또 얼마만큼이 우리를 갈라놓고자 계획된 증오일까? / 103p

 

 

나는 젊고흑인이고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게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한다대체로 내가 진실과 빛과 열쇠를 지니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괜찮았지만그럼에도 대체로 순전히 지옥 같았다.

우리한테는 어머니도 자매도 영웅도 없었다우리는 아마존의 자매들처럼다호메 왕국에서 가장 외딴 전초기지의 기수들처럼뭐든지 홀로 해내야 했다우리젊고 흑인이고 괜찮았고 동성애자였던 우리는 점심시간에 속마을을 털어놓을 학교 친구나 회사 동료 하나 없이 첫 실연을 이겨내야 했다우리가 행복하고 비밀스러운 미소를 짓게 하는 그 이유를실재하는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어줄 반지가 없었듯우리의 실험실 보고서나 도서관 문서에 얼룩지는 눈물에는 어떠한 이름이나 이유가 주어지지도공유되지도 못했다. / 306p

 

 

 



 

 

 

 

  하지만 오드리 로드는 어머니의 망명지였으나 이제는 어머니가 아는 것보다 거리 구석구석을 더 잘 알게 된 이 나라에서 그저 쓰라린 감정이 아니라 생산적인 소득을 얻고자 마음먹었다집을 떠난 뒤 그녀는 자신을 살아가게 해주는 여성들을 만나며 그들로부터 다른 사랑을 배웠다아픔이 무감각보다 낫다는 것을 가르쳐준 낙인찍힌 자들’, 사랑만이 지속된 결핍의 아픔을 치료해줄 수 있을 거라 믿는 굶주린 여자들한데 모이면 뇌우가 되어 터지는 요소들처럼 짧은 시간이지만 흠뻑 젖은 채 하나가 되어 에너지를 교환하고 전류를 나누었던 연인들그들은 비록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불안전한 존재들이자 혐오의 대상이 되곤 했지만적대적이기만 하던 세상 속에서 서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행위만이 자신들을 살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그렇게 유색인종이자 레즈비언이기도 했던 오드리 로드는 관계와 그들과 나누는 사랑’ 속에서 자신을 재정의하고그들로부터 얻은 반향의 힘을 타투처럼 정서에 새겼다. 20년 뒤 여성운동에서 새로운 개념으로서 등장하게 될, ‘상호지지라는 관계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그 안에서 탄생되었다.

 

 

 

우리는 스스로가 유별나고 제정신이 아니라는 점을우리가 사용하는 특이한 잉크와 깃펜을 자랑스러워하는 낙인찍힌 자들이자 과격한 주변인들이었다고지식한 무리를 조롱하는 법을 배웠고우리가 가진 집단적인 편집증을 퇴학당하지 않을 선에서 멈출 수 있는 본능적인 자기보호에 이르도록 계발시켰다모호한 시를 쓰고불복종의 전리품인 우리의 괴상함을 아끼고 사랑했으며그 과정에서 고통과 거부가 상처를 준다는 걸 배웠지만그럼에도 그런 것들이 치명적이지는 않으며또 피할 수 없기에 쓸모 있다는 걸 배웠다우리는 아픔이 무감각보다 낫다는 걸 배웠다그 시절엔 괴로워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우리는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을 미덕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기에 낙인찍힌 자들이 되었다. / 141p

 

 

나는 유령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나는 살지 못한 삶들의 희망이었고

나는 텅 빈 공간 그리고 텅 빈 빵 광주리 안 공간이

남긴 사고의 산물이었고

나는 태양을 향해 뻗는 손

위안을 구하려 까맣게 타들어간……

 

그리고 애도의 나무 위에 그들이 날 매달았네

성난 사람들의 길 잃은 감정이

나를 매달았네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죽어갔는지

얼마나 오래 불멸로서 버텼는지

잊은 채로

내가 얼마나 쉽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잊은 채로.

 

1952년 4월 20일 / 203p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정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제멋대로자신들에게 유리하지만 우리에게는 해가 되는 방식으로 우리를 정의하고 말 것이라 했던 오드리 로드그 별빛 같은 언어에 빚을 진 이유로나는 그것이 실현되고 있는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나만의 불꽃을 빛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책이 부디 귀한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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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피아 3 : 엽기 상식 - 꼬리에 꼬리를 무는 400가지 사실들 팩토피아 3
케이트 헤일 지음, 앤디 스미스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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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팩토피아를 모른다고뭐해빨리 팩트의 세계로 놀러와!

진짜 괴이하고 별나지만 알아두면 지식이 번뜩이는 어린이 백과사전!

아이 학교 가방에 챙겨 넣어주면 친구와 함께 깔깔 웃으며 읽는 재미가 두 배로 더 커지는 책!

 

 

 

  세상의 놀랍고 신비한 지식만을 쏙쏙 담은 신개념 어린이 백과사전팩토피아.

  다채로운 잡학 상식으로 꽉꽉 채워져 있던 1권과 2권에 이어, 3권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줄 괴이하고 별난 엽기 상식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이번 3권에서는 대뜸 우리에게 단단히 주의할 것을 경고한다불쾌하고질척대고끈적거리고오싹하고근질거리고역겨운 사실들로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동물과 식물학문스포츠역사엽기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누구도 예상치 못한 엉뚱한 방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엽기 상식들에 금세 혀를 내두르게 될 테지만무척이나 기발하고 놀랍고 특별한 팩토피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테니 기대해보시라!

 

 

 

팩토피아에 또 왔구나반가워!

만나자마자 경고부터 해서 미안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거야.

이번 여행에서는 비위 상하는 일이 많을 테니까.

어떤 것들이냐고?

이번 엽기 팩토피아 여행에서 너희는 끔찍한 변기구역질 나는 세계 기록멀미할 것 같은 구토징그러운 역사를 만나게 될 거야.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긴장해야 할 걸? / 6p

 

 

 

  그럼 어디 샛길을 따라 162쪽으로 바로 넘어가볼까? 162쪽 ’ 편에서는 머리가 두 개인 뱀을 만날 수 있다머리가 두 개라니대번에 얘들은 샴쌍둥이인가봐.” 하고 말하는 우리 집 둘째의 눈은 벌써부터 반짝인다머리가 두 개인 뱀은 먹이를 두고 다투거나 심지어 서로 잡아먹으려고 한다지결국 한 몸인데 서로 다투는 모습이라니한 몸에서 태어났어도 더 잘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은 어쩔 수 없나보다. 114쪽의 ’ 편에서는 개에 관한 놀라운 습성을 발견할 수 있다개는 보통 북쪽이나 남쪽을 바라보면서 똥 누는 걸 좋아한다고지구의 자기장에 예민해서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한다하지만 왜 그러는지는 과학자도 모른다고… 그럼 오늘부터 개가 똥을 누려고 할 때면 어느 방향으로 누는지 자세히 살펴볼까?

 

 

 




 

 

 

 

엄마와 아이가 함께 꼽은 재미있고 유용한 상식들

 

 

토사물과 파르메산 치즈의 냄새는 같은 화학 물질에서 나는 거야.

어디어디냉장고에 있는 파르메산 치즈에서 정말 토사물과 같은 냄새가 나는지 맡아보러 가볼까왠지 냄새를 맡고 나면 못 먹을 것 같지 않아크크.

 

플라스틱을 먹고 소화하는 미생물이 발견되었어어쩌면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해 줄지도 몰라.

세상에플라스틱을 먹고 소화하는 미생물이 있다니그러고 보면 자연은 참 위대한 것 같아인간이 버린 쓰레기마저 소화해내는 능력이라니무척이나 고마운 존재지만 이들이 소화해내기 벅찰 만큼 많은 플라스틱을 버려서는 안 되겠지?

 

과학자들이 그러는데 지구에 있는 모든 물은 공룡이 한 번씩 마시고 쉬한 것이라네?

뜨억그럼 지금 내가 마신 물이 공룡이 쉬한 물이야?

 

달팽이는 이빨이 수천 개나 돼다 셀 수는 있을까?

정말우리 팽팽이(집에서 키우고 있는 달팽이이빨이 이렇게 많았어잘못 만지면 물리는 거 아니야?

 

런던에 사는 한 남성은 17킬로그램이 넘는 구더기를 자기 입으로 옮겨서 세계 기록을 세웠지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여성은 발 냄새 맡기 세계 기록을 세웠어발 제품을 테스트하느라 5,600명의 발 냄새를 맡았다지 뭐야.

아니대체 이런 건 왜 하는 거야구더기를 대체 왜 입으로 옮기냐구발 냄새는 또 왜 맡는 건데세상엔 별난 기록이 참많다많아!

 

 

 




 

 

 

 

  『팩토피아』 시리즈의 장점은 어린이들의 시각적 재미를 자극하는 삽화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인데이번 엽기 상식’ 편에서는 그 재미가 배로 늘어난 듯하다또 브리태니커의 검수를 받아 참고 자료 및 사진 출처까지 하나하나 표기되어 있으니 우리 아이에게 믿고 권할 수 있는 책이라 좋다여기에 3~6학년 사회과학음악미술체육 교과 연계까지 가능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아울러 팩트력이 쑥쑥 올라가는 초성 퀴즈와 알쏭달쏭 OX 퀴즈팩트 꼬리 물기단어 찾기와 빙고 게임낱말 퍼즐 등 다양한 퀴즈 놀이로 독후활동까지 마무리할 수 있으니 재미와 상식지식 모두 챙겨갈 수 있는 책을 찾으신다면 팩토피아』 시리즈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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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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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괴물은 누구인가?

공포스럽고 기괴한 괴물의 이미지에 이끌려 읽게 되었지만인간의 이기와 맹목적인 욕망에 의해 희생당하거나 배제된 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되는 소설!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밤시인 바이런과 폴리도리퍼시 비셰 셸리메리 셸리 등의 일행이 한 자리에 모였다무료한 시간을 달랠 무언가를 고민하던 바이런은 손님들에게 각자 자기만의 무서운 이야기를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이때 퍼시 비셰 셸리는 어린 시절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었고바이런은 흡혈귀를 소재로 소름끼치는 단편을 후딱 써냈다(훗날 이 자리에 있던 폴리도리가 바이런이 버린 미완성 단편을 기초로 뱀파이어를 써서 유명해졌다). 한편그 어떤 소재를 갖다 붙여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섬뜩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메리는 우연히 퍼시와 바이런이 나누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당시 학계에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갈바니즘(죽은 개구리 뒷다리가 전기 자극을 받고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한 이탈리아 의사 갈바니의 실험에서 유래한 혁신적인 요법)’에 관한 것이었다그때메리는 불경스런 기술을 지닌 창백한 얼굴의 학자가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작품 옆에 무릎을 꿇은 모습을 한 환경을 본 듯했다그 작품이란 바로 인간의 신체 조각들을 모아 바느질하듯 기워 만든 괴물이었다그렇게 이야기는 탄생했다광기에 사로잡힌 학자와 그가 생명을 부여한 괴물에 관한 공포소설이.

 

 

 

창조주시여진흙으로 저를 사람으로 빚어달라

제가 당신께 청했습니까?

어둠에서 저를 건져달라 간청했습니까? / 실낙원』 중에서

 

 

 

  제네바 공화국의 명문가 자제로 태어난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고대 과학과 자연철학에 심취해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생명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돌파해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고죽어서 육신이 부패하기 시작한 생명체에도 새로운 삶을 줄 수 있으리라는 열망에 사로잡힌 그는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방법에 몰두한다그렇게 2년 동안 건강을 돌보기는커녕 사랑하는 가족과의 만남까지 자제해가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그는 마침내그간의 난고가 결실을 거두는 순간에 돌입했음을 직감한다생명을 불어넣을 주위의 도구들을 모아발치에 놓여 있는 무생물에 존재의 불꽃을 일으키는 순간자신의 피조물이 누런 눈을 천천히 뜨는 모습을 지켜본다하지만 그토록 욕망하던 것이 이토록 악마 같은 존재였다니커다란 키허여멀건 눈구멍과 쭈글쭈글한 피부곧고 검은 입술과 대조를 이루어 무시무시해 보이는 얼굴그 모든 것을 한 데로 모은 창조물은 그 어떤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존재와도 비할 수 없는 그저 괴물일 뿐이다자신의 손으로 창조한 존재를 마주할 수 없어 참담해진 프랑켄슈타인은 그 길로 실험실을 뛰쳐나가고얼마 후 피조물 역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다.

 

 

 

나는 생명과 죽음이 이상적인 경계로 보였다내가 제일 먼저 그 경계를 돌파해 암흑에 찬 우리의 세상으로 빛이 격류처럼 쏟아지게 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새로 창조된 종들이 나를 창조주이자 생명의 근원으로 축복할 것이다행복하고 빼어난 자질을 지닌 존재가 수도 없이 내 노력에 힘입어 세상에 탄생할 것이다세상에 나만큼 자식에게 완전한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 아버지가 또 있을까이런 생각에 계속 몰두한 끝에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언젠가는 죽음을 육신이 부패하기 시작한 생명체에도 새로운 삶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 77p

 

 

 

  프랑켄슈타인은 그동안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몸과 마음으로 자신이 괴물을 만들었다는 절망감에 괴로워하지만친구 앙리의 따뜻한 우정과 변함없는 가족들의 사랑대자연의 경관이 주는 에너지 속에서 점차 회복하기 시작한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으로부터 비보가 들려온다동생인 윌리엄이 숨바꼭질을 한다며 숲에 들어간 뒤 살해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윌리엄의 목에 남겨져 있었다던 살인자의 손자국프랑켄슈타인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내내 어쩌면 자신의 과오가 빚은 화살이 윌리엄에게로 향한 것이 아닐지 의심한다그리고 그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맞는다동생이 죽은 바로 그곳에서한 줄기 번개가 비추자 그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거인 같은 체구와 인간의 것이라기에는 너무나 흉측한 외모그 괴물자신이 생명을 불어넣은 더러운 악마라는 사실을 깨닫고 만 것이다.

 

 

 

혹시나 내가 창조한 그 괴물이 어디선가 악행을 저지르지나 않을지 매일 두려움에 떨었다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막연히 들었다그 괴물이 과거에 저지른 악행의 기억이 무색해질 정도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를 것만 같았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는 한 나는 항상 두려움에 갇혀 살아야 했다그자를 떠올릴 때면 이가 갈렸고 불이라도 난 듯 눈이 뜨거워졌다내가 경솔하게 불어넣은 그 생명이 어서 꺼지기를 열렬하게 빌었다그자가 지은 죄와 악의를 떠올릴 때마다 내 속에서 증오와 복수심이 한없이 터져 나왔다. / 146p

 

 

 



 

 

 

 

  이처럼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겠다는 욕망에 눈이 멀어 자연과 신의 영역을 넘본 젊은 과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손에서 창조된 흉측한 모습의 괴물이 서로의 목을 조이며 끔찍한 파멸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공포소설이다이 소설은 공포소설을 대표하는 고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으며흔히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이라 오인할 정도로 문학사상 독보적일만큼 강렬한 캐릭터를 완성해냈지만실상 공포를 유발시키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소설적 장치가 두드러지는 작품이 아니다엄밀히 말하자면 일부 낭만적인 요소를 비롯해 전반적으로는 19세기 과학이 지향하는 합리주의와 실천주의를 강조하며, ‘무엇이 악을 만드는가와 같이 선과 악의 근원적인 질문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작품이다.

 

 

 

  이는 작가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이 어떻게 자의식을 갖게 되는지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나는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건만 당신이 기쁨을 앗아가버리고 말았어어딜봐도 행복이 흘러넘치지만 나 혼자만 그 행복을 영원히 누릴 수 없어나는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었어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든 거야나를 행복하게 해줘그러면 나도 다시 선해질 거야.” 비록 기괴한 외모를 지녔지만 괴물은 기본적인 인지 수준을 지닌 데다 모방하고 학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시골 오두막에서 사는 가족을 몰래 훔쳐보며 그들을 흠모하고그들의 감정에 동요될 뿐만 아니라 여기에 소속되고 싶은 감정을 느끼기까지 한다이는 흡사 인간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습득하고 알아갈수록 선명해지는 사실은그는 절대 인간과 섞일 수 없는 혐오스러운 존재라는 것 뿐때문에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게 고독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혐오한 데서 나의 악의는 싹텄다며 자신의 분노와 증오의 이유를 설명한다그렇게 메리 셸리는 악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님을어디에도 마음 둘 데 없이 세상으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해버린 한 외로운 존재에게서 악의의 뿌리를 들추어낸다. ‘그렇다면 나는 괴물인가누구든 보자마자 도망치고모두에게 거부당한 이 세상의 오점이란 말인가?’하고 고뇌하는 괴물의 모습은 그 모든 사회가 적극적으로 소외해왔던 존재들을 대변하는 듯하다그런 의미에서 보면 진짜 악마는 저 흉측한 괴물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과신하다 못해 맹신했던 프랑켄슈타인은 아닐는지.

 

 

 

나는 그들을 우월한 존재로 우러러보았어그들이 장차 내 운명을 결정지을 사람들이 되리라고 말일세상상 속에서 나는 그들에게 나를 소개하고 그들이 나를 맞아주는 모습을 천 번은 더 그려보았다네그들은 처음에는 나를 혐오하겠지만 내가 점잖은 태도와 온화한 말투를 보여주면 처음에는 호의를후에는 사랑을 얻을 거라고 상상했어.” / 186p

 

 

인간은 이토록 강력하고 고결하고 위대하면서동시에 어떻게 그토록 사악하고 비열할 수 있을까어떤 때는 사악한 원칙을 물려받은 자손에 불과한 것 같다가도또 어떤 때는 고결하고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나위대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인간이 거둘 수 있는 최고의 명예처럼 보이더군기록에 남아 있는 수많은 사람이 보여주듯이저열하고 사악한 인간이 되는 것은 최악의 타락으로눈먼 두더지나 해를 끼치지 않는 벌레보다 더 비참한 것으로 보였지.” / 194p

 

 

모든 인간이 내게 죄를 지었는데 어째서 나 혼자만 범죄자로 여겨져야 해왜 당신은 친구를 그토록 무례하게 문전박대한 펠릭스는 증오하지 않지자신의 친구를 구해준 나를 도리어 죽이려고 했던 그 시골 청년을 왜 비난하지 않는 거냐고그래그들은 도덕적이고 결점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이지비참하고 버림받은 자인 나는 퇴짜를 맞고 발길질을 당하고 짓밟혀야 하는 쓸모없는 존재일 테고이런 부당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끓어올라.” / 372p

 

 

 




 

 

 

 

  윌북의 호러컬렉션’ 중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이다공포스럽고 기괴한 괴물의 이미지에 이끌려 읽게 되었지만인간의 이기와 맹목적인 욕망에 의해 희생당하거나 배제된 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되는 소설 프랑켄슈타인내 안의 프랑켄슈타인이 스멀스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할 때면어디선가 자신의 몸을 숨기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를 괴물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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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감사해
김혜자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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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읽었을 뿐인데왜 배우님과 두 손을 마주 잡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오늘도 고단한 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과 위로용기를 전하는 큰 어른의 따뜻한 메시지!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또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눈이 부시게.

당신을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드라마 <눈이 부시게나레이션 중에서

 

 

 

 

  3년 전쯤백상예술대상에서 김혜자 배우님이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통해 대상을 수상하면서 들려준 소감이 기억난다혹시 수상하게 되면 드라마 속 나레이션을 꼭 들려주고 싶었다며 대본을 쭉 찢어오셨는데그 글귀가 이 땅의 수많은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큰 어른의 말씀 같아 참 귀하게 느껴졌다대본이나 시놉시스를 보면 내가 이 역을 맡으면 세상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한다는 배우님의 말씀처럼오늘에 늘 감사하고 내일에게선 희망을 바라보기를 바라는 당신의 바람이 숨결 하나하나에눈빛 하나하나로 전달되는 듯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김혜자 편에서 배우님은 또 한 번 특유의 선하고 말간 얼굴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생에 감사하다고내가 그토록 부족한 인간인데 나를 배우로 만들어주셨고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기 생활을 삶처럼 여기며 살아갈 수 있게 해준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전한다고우리 각자가 생이란 무대에 올려진 배우라면앞서 그 무대에서 치열하게 살았고 여전히 그 위에 올라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님이라 더 깊은 울림을 주었던 바로 그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생에 감사해.”

 

 

 

네 힘으로 살아네 힘을 다 해.

 

 

  김혜자라는 이름이 너무 흔한 시절이었지만연극반이라 배우 같은 김혜자라 불렸다던 그녀는 어쩌면 진즉에 배우가 될 운명이셨나 보다그녀가 정말 배우가 되겠다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미쳤다며 모두 반대했지만미군정 시절 재무부 장관이자 대한민국 2호 경제학박사였던 아버지는 오히려 이런 말을 해주셨다고 한다. “유명한 배우의 한마디는 어떤 정치인이나 학자 못지않게 영향력이 있다. (좋은 배우가 되거라좋은 배우가 되면 톨스토이나 셰익스피어처럼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라그리고 책을 많이 읽어라.” 배우나 가수를 딴따라라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그들만의 가치를 인정하고 부디 선한 영향력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던 아버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배우님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배우인 엄마의 꿈을 지지해줬던 남편과 자식들그녀를 끊임없이 새로운 무대에 올려 보내준 연출가와 작가들그래서 더 열심히 살았고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던 고백이 나의 마음을 울린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까닭 없이 우울하고 절망하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알았습니다책을 통해서도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모두 조금씩은 부조리 연극의 배우들입니다단지 그렇지 않은 것처럼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절망감과 우울증 속에서도 스스로 힘을 내어 살아가는 것입니다그것이 삶이고그것이 인간입니다. / 56p

 

 

봉준호 감독은 내가 마치 신인배우처럼 항상 불안해한다고 했습니다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내도 정말 오케이냐고 내가 계속 반문했기 때문입니다사실 나는 언제나 신인입니다그 역을 처음 맡아서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매번 맡은 역마다 처음 사는 인생입니다. / 70p

 

 

 




 

 

 

 

  배우님은 기억력이 없어져서 연기를 그만둬야 하는 날이 언제올까그 순간이 오는 게 제일 두렵다고 말씀하신다대사는 자신이 하는 말인데 자기가 하는 말도 모르면 어떻게 연기를 하겠느냐고 말이다그만큼 배우가 하는 대사를 자신의 말처럼배우가 입는 옷을 자신이 매일 입는 옷처럼어떤 역할을 하는 연기자가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인 것처럼 매번 혼신을 다했던 그녀다수탉이 온 힘을 다해 울다가 지쳐서 기절해 쓰러진 영상처럼있는 것을 다 뽑아내고 소리를 지르다 극이 끝나면 쓰러지듯 널브러졌다고 한다그럼에도 배우님은 여전히 자신에게 어떤 역이 더 주어질까 그 생각만으로도 설렌다며 해맑게 웃으신다배우는 이만큼 하면 됐다.’거나 이 정도면 성공했다.’라고 멈춰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채찍질했던 그녀연기는 직업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그런 마음을 품고서 해야 한다는 책 속의 글귀는 도리어 우리에게 이렇게 물어오는 듯하다너는 그만큼 온 마음을 다해 해본 적이 있느냐고.

 

 

 

몰입하는 순간 인생의 허무와 고통슬픔갈등부질없는 생각들을 다 잊을 수 있었습니다그리고 그 순간에 어디에도 물들지 않은 순수한 나 자신이 되고 어느 때보다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생의 모든 것에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내가 그토록 부족한 인간인데 나를 배우로 만들어 주셨으니까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기 생활을 정말로 그만둘 때가 되면 그것으로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안나 카레니나의 마지막 문장을 대사처럼 외웁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내 인생은 매 순간순간이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 25p

 

 

나는 직업란에 탤런트라고 쓰는 사람을 보면 무심결에 저이는 저걸 직업이라고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놀랍니다아주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 와서 그런지 나는 연기가 직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직업이라고 하면 왠지 자존심이 상합니다마더의 엄마가 아들 도준(원빈)한테 너는 나야.” 하듯이 연기는 나입니다숨 쉬는 것처럼. / 42p

 

 

내가 죽기 살기로 하면 그 뒤는 신이 책임져 주시리라 믿었습니다관객이 어떻게 봐 줄지는 모르지만이것이 내 마지막 작품이라는 마음으로 매달렸습니다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이었습니다이 작품을 하면서 나 자신을 진실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 120p

 

 

 




 

 

 

 

  ‘누구나 날개를 갖기를 희망합니다날개는 누가 달아 주지 않습니다내 살을 뚫고 나올 뿐입니다내 어깨에서 얼마나 아프게 나왔겠는가그 날개등가교환과 같은 것입니다날개깃이 살을 뚫을 때 얼마나 아프겠는가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이 되고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프고 고통스럽더라도 뚫고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20년 전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던 그 귀한 말씀처럼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프고 고통스럽더라도 뚫고 나와야 한다는 책 속의 말씀이 내내 기억에 남을 듯하다인생이라는 미끄럼틀 꼭대기 위에 서있을 때 우리는 내려갈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할 게 아니라 그저 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것자신을 끊임없이 밀어 붙임으로써 내 온 힘을 다해 살 것단순히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글이 아니라 오늘도 고단한 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과 위로용기를 전하는 큰 어른의 따뜻한 메시지에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뭉클했다순수하다 못해 너무나 솔직하고자신의 부끄러움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인정할 줄 아는 이 아름다운 어른을 배우로만 기억했더라면 참 아쉬울 뻔했다이 책을 읽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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