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집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존 데이비스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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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고전 문학 시리즈, S 클래식!

상류사회와 부조리한 시대상을 비판한 찰스 디킨스의 문학정신을 만나다!

 

 

 

 

  나의 책읽기는 출산을 앞두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후부터 시작되었다당시 편식에 가까울 만큼 장르 소설만을 읽어오던 나는 처음으로 외국 고전문학에 호기심이 생겨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덜컥 구입해버렸다그것 역시 내가 좋아하는 영화 <다크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소개글을 읽은 뒤였다과연 빈민자들의 삶과 귀족의 폭압 정치복수에 얽힌 광기를 생생하게 묘사하여 디킨스 식 문체를 압도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고이후에 읽은 올리버 트위스트』 역시 시대를 직시하는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내내 그의 이름을 마음 속 1순위로 손꼽곤 했다이런 강렬한 기억이 나를 계속 독서하게 했던 만큼언젠가 아이가 성장하면 꼭 그의 작품을 선별해 추천해주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바람이 어떻게 닿았던 걸까스푼북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고전 시리즈 ‘S 클래식찰스 디킨스’ 편이 출시되었다이르면 초등 3~4학년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찰스 디킨스 시리즈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대문호의 문학 유산을 어린이 독자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대표작인 크리스마스 캐럴올리버 트위스트두 도시 이야기』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은 니콜라스 니클비오래된 골동품 상점』 등의 작품들도 계속해서 출간될 예정이라 하니 무척 기대가 된다.

 

 

 

잔다이스 대 잔다이스,

유산을 둘러싼 잔다이스 가문의 소송 이야기

 

 

엄마 없이 자란 에스더는 무서운 이모 밑에서

외롭고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존 잔다이스라는 후견인이 나타나

학교에도 가고친구도 사귀게 되었지요.

에스더는 행복한 삶을 꿈꾸었어요.

하지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지요.

대체 엄마는 어디 있는 걸까요?

에스더는 영영 엄마를 볼 수 없을까요? / 뒷표지 중에서

 

 

 





 

 

 

 

  ‘S 클래식 시리즈찰스 디킨스’ 편에서 가장 먼저 만나본 작품은 황폐한 집이다실제 원작은 1,1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여러 대표작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찰스 디킨스 특유의 사회비판의식과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 중에 하나다. ‘잔다이스 대 잔다이스라 불리는 진흙탕 같은 소송을 둘러싸고 런던 상류사회와 법조계의 부조리함을 낱낱이 드러내는 작품으로인간의 허황된 욕심과 진실함의 중요성에 대한 교훈을 준다그런 가운데 부모의 생사도 알 수 없이 엄격한 이모의 손에서 외롭게 자란 에스더 서머슨이라는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는 어린이 독자들의 공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특히 오르탕스 부인이나 털킹혼 변호사처럼 남의 약점을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데 이용하려는 인물과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에스더를 후원하는 존 잔다이스와 같은 다양한 인물상은 우리 아이들에게 훌륭한 거울이 되어줄 듯하다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고전 문학 도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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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수학 - 우리를 둘러싼 일상 속 수학의 원리
아드리안 파엔사 지음, 최유정 옮김 / 해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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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재미없다고우리가 사는 세상과 상관없다고이 책을 읽고 나면 달라질지도!

우리 아이가 수학이라는 언어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는 수학이야말로 인간의 재능 중 가장 독창적인 창조물이라 이야기한 바 있다그만큼 인류의 역사는 계산하고측정하고증명하고응용함으로써 발전한 수학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지만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수학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면 선뜻 대답을 듣기 어려울 것이다여기에 수학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 앞에서 그렇다는 대답을 들을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세계적인 수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수학의 저자인 아드리안 파엔사의 말에 따르면일반 대중이 수학이라는 기초 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무려 25세기 전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한다그리고 그 문제의 큰 책임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 있는즉 나눌 줄도 모르면서 즐기고만 있는 수학자들에게 있다고 지적한다수학에는 무한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학생들이 수학을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호기심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교사들의 잘못을 꼬집는다그도 그럴 것이 요령과 공식암기로 점철된 수학 교육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수포자가 쏟아져 나오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아드리안 파엔사는 말한다. “수학은 일상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리가 발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상으로부터 한참 멀어진저 높은 곳에 떠받쳐진 채 재미없는 학문으로 전락하고만 수학을 우리 곁으로 바짝 끌어오기 위한 그의 시도는 우리를 새로운 풍경으로 이끈다.

 

 

 

종이 한 장을 몇 번 접을 수 있을까?

연못 안 물고기 수는 어떻게 추정할까?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혈액이 있을까?

맨홀 뚜껑 모양이 둥근 이유는 무엇일까?

128명이 참가한 테니스 토너먼트에서 챔피언을 정하기 위해선 총 몇 경기를 진행해야 할까?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 때면 아이는 늘 이렇게 물어온다. “산타할아버지가 내 선물을 빠뜨리면 어떡하지?” 아이는 단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러 다니는 일이 정말 가능한 건지 의심스러운 눈치다여기이 책에 산타클로스의 놀라운 능력에 관한 명쾌한 해답이 있다세상에는 대략 20억 명의 어린이가 있지만 계산의 편의상 3억 7800만에 이르는 기독교 가정에만 찾아간다고 가정해보자가구당 평균 3.5명의 어린이가 있다는 자료를 토대로 계산하면 총 1억 800만 가구가 있는데서로 다른 시간대와 지구의 자전까지 고려하면 산타클로스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약 31시간이다이는 1초에 968개 가구를 방문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산타클로스가 썰매를 주차하고 트리 밑에 선물을 놓고 다시 썰매에 올라 다음 집에 도착하려면 1/1000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뿐만 아니라 1억 800만 가구가 지리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하면집과 집 사이의 거리는 대략 1,248km으로산타클로스는 총 1억 2100km를 이동해야 한다이때 산타클로스의 썰매는 초당 1,040km 속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이는 음속보다 3,000배나 빠른 속력이라 하니새삼 산타클로스의 위대한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내 생각엔 이걸 계산한 저자도 대단하다). 만약 크리스마스에 불가피하게 선물을 마련하지 못했다면산타클로스의 고단함을 핑계 삼아 보시길 추천드린다하하하.

 

 

 

이제 우리가 모두(약 60억 인구영화배우로 변신해서 스타가 되어 함께 영화를 찍는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한 사람당 기껏해야 15(즉 한 사람당 7m가 채 안 되는 셀룰로이드 필름의 분량 정도로등장한다면 대략 4000만 km 길이의 인화지가 필요하다게다가 누군가 그 영화를 보려고 한다면 25,000,000시간 동안즉 1,041,667일이자 대략 2,853년이란 시간 동안 영화관에 꼬박 앉아 있어야 한다그나마도 내내 잠을 자지 않고 밥도 안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 23p

 

 

체스판에는 64개의 작은 사각형이 그려져 있으니 순금 알갱이 1경 개가 놓이게 된다혼란스러운 수가 다시 등장했다어떤 사물의 수가 ‘1이라는 의미는 어느 누구라도 막연하게나마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그 사물을 더 친근한 것과 비교해보자앞서 말했던 것처럼 순근 알갱이 한 알의 무게가 딱 1g이라면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1경 g은 도대체 어느 정도 되는 수일까?”

이것은 1조 톤에 해당하는 무게다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어느 누가 단 한 번이라도 무게가 ‘1조 톤이 나가는 물체를 가져본 적이 있을까이 무게는 총 440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하고 20시간 비행에 필요한 연료를 가득 실은 보잉 777 항공기 40억대의 무게와 맞먹는다어쨌든 조금이나마 생각의 진전을 이루었지만, 40억이 얼마큼인지 또다시 궁금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25p

 

 

두 사람 A와 B가 서로 2m 떨어진 거리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두 사람은 가상의 존재가 되어 선분의 양 끝을 의미하는 점처럼 기능할 것이다이 선분의 길이는 2m이다.

이제 A는 B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그런데 마음대로 걷지 않고 다음의 지시를 따라 걸을 것0한다다시 말해, A가 내딛을 첫 걸음은 1m이다(A가 B로부터 2m만큼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A는 0.5m만큼 전진한다. B에게 도달할 때까지 가야 할 거리가 정확히 1m이기 때문이다이제 A는 1.5m 지점에 서 있을 것이다. B로부터 0.5m 거리에 있기 때문에 다음에 가야 할 거리는 0.25m이다그곳에 도착하면 출발 장소로부터 1.75m 거리에 서 있게 된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A는 결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얼마나 걷는지와는 상관이 없다. A는 점점 적게 걷긴 하겠지만 어쨌든 항상 앞으로는 나아간다그렇다고 해도 결코 목적지에 도달하진 못한다. / 113p

 

 

 

 



 

 

 

 

  “엄마우리한테 1000조 원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긴 피자의 길이가 1경이라면?” 수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뒤로 아이는 아주 많은 양이나 길이를 표현하려 할 때, 1조 혹은 1경과 같은 단위를 여기저기 끌어다 붙이곤 한다흔히 우리는 수십억 달러수억 광년태양의 온도인 6,000℃ 같은 단위를 표현할 때 그 수를 쉽게 헤아릴 수 없어 오히려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때가 있다이에 책에서는 앞서 산타클로스의 이야기처럼 일상에서 무한의 수를 감각할 수 있는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그 중 종이 한 장을 몇 번이나 접을 수 있는지 계산해보는 예시가 있어 여기에도 소개해보겠다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얇은 종이(0.001cm)가 한 장 있다고 상상해보자이제 이 종이를 반으로 접기 시작한다종이를 한 번 접으면 그 두께는 1,000분의 2cm가 된다여기서 또 한 번 접으면 1,000분의 4cm가 될 것이다종이를 접을 때마다 두께가 두 배씩 증가한다그래서 종이를 (항상 절반으로계속해서 접고 또 접는다면, 10번을 접은 후 다음의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2¹?(이것은 2를 10번 곱했다는 뜻이다)=1,000분의 1,024cm=거의 1cm. 이는 종이를 10번 접으면 그 두께는 1cm가 조금 넘는다는 뜻이다그렇게 접고 또 접어 종이를 27번까지 접을 수 있다면그 종이의 두께는 ?=1,000분의 134,217,728cm, 즉 1,342m가 조금 넘는 정도가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거의 1km 반에 가까운 두께라니정말 놀랍지 않은가!

 

 

 



 

 

 

 

  이처럼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수학은 일상의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수학의 원리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수와 확률집합의 개념소수와 합성수방정식평면도형의 성질 등 다양한 수학 개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수학 교양책이다수학을 사랑하는 청소년은 물론수학을 싫어하는 청소년에게도 수학을 좋아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뿐만 아니라 문제집을 열심히 풀어 해답을 찾는 성취욕 안에서 수학의 재미를 발견하는 데 그쳤던 부모들에게자신에게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이가 수학이라는 언어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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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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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손에 들면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놀라운 작품!

가슴 저미는 러브 스토리와 미 서부개척시대의 장엄한 서사를 아우르는 경이로운 소설!

 

 

 

 

  1840년대미국이 멕시코와 전쟁을 하여 캘리포니아를 매수했다당시 캘리포니아는 빈 땅에 가까웠기에 연방정부는 안보를 위해서라도 동부에 살던 사람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펼쳐 서부개척시대를 열었다골드러시가 그 중 하나였다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정보가 동부에 전해지자 이듬해인 1849년 한 해 동안에만 일확천금을 꿈꾸는 8만 명 이상의 남자들이 육·해로를 통해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다이후에도 수천 명의 이주민들이 약 1년이라는 시간 동안무려 2천 마일에 걸쳐 평야와 산과 강과 계곡을 가로지르며 땅 위에 바퀴 자국과 발자국을 남겼다재산과 지위와는 관계없이 캘리포니아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꿈은 동일해 보였다행운멋진 인생 그리고 사랑.

 

 

 

  하지만 그 여정에 무엇이 있을지 그들이 알 수 없었던 것만큼우리 역시 그들이 겪은 가혹한 삶을 감히 짐작할 수 없다다만 이 책에서 존과 나오미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엿볼 따름이다낯선 땅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뒤따라올 사람들을 위해 길을 열어 보여준 용기와 수고로움을시시때때로 죄어오는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필사적인 투쟁을그리고 위대한 헌신과 사랑을나는 이 이야기가 단순히 그들만의 역사가 아님을 안다이건 먼저 이 땅의 수많은 길을 개척한 자들의 이야기이면서그 길로 걸어 들어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또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의 뼈대를 세우는 데 도움을 준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은 바로 그들이 보여준 장엄한 여정에 바치는 헌사다.

 

 

 

실존인물과 미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주인공인 존 라우리는 백인인 아버지와 원주민인 포니 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어머니 부족의 원주민들은 그를 두 발이라고 불렀다한쪽 발은 백인의 발다른 쪽 발은 포니 족의 발이라는 뜻이었지만그 두 세계 모두에 걸쳐져 있다는 이유로 이쪽과 저쪽 어디에도 환영받지 못할 존재가 되었다어머니의 세계에서 내쫓긴 이후로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그의 노새 사업을 도왔고 그 안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지만늘 자신이 누구인지를 의심하느라 삶의 의미와 목적 사이에서 방황해야 했다그렇게 사람들과 감정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던 그는 1849골드러시를 향한 서부 이주 호황에 발맞춰 이주민들을 캘리포니아로 안내하는 사업을 하던 그랜트 애벗을 돕기 시작했고그러던 중 이주민 일행인 나오미 메이라는 백인 여성에게 끌리게 된다.

 

 

 

1949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에 동참했었지만 일확천금을 움켜쥐는 데는 실패했다지금껏 오리건 준주까지 세 번 왕복했고이제는 모피 판매나 사금 채취보다 서부 이주 호황에 뛰어드는 것이 더 큰 돈을 버는 길이라고 결정 내린 모양이었다덧붙이자면 그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질이었다그가 나에게 커니 요새까지 같이 가자고 설득했다그래서 나는 그동안 노새들을 몰고 플랫 강 바로 아래에 있는 커니 요새까지 다섯 번을 왕복했다나는 그곳에 가 갈 때마다 그곳에서 멈추지 않고 서쪽으로 계속 더 가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었다그러면서도 결국에는 매번 세인트조의 아버지 집으로 되돌아왔었다. / 28p

 

 

나의 아버지는 나의 존재에도 편안해한 적이 없었는데그것이 나로 하여금 나 자신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었다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긴장하게 했다나를 조용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늘 조심하게 했다나 스스로를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 249p

 

 

 



 

 

 

 

  나오미 메이는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남편을 병으로 잃고 과부가 되었지만 부모님을 따라 캘리포니아 이주 행렬에 동참하기로 한다쾌활하고 자신의 감정에 누구보다 솔직한 그녀지만 임신한 엄마와 어린 두 남동생을 책임감 있게 돌보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단하고험난한 여정을 묵묵히 견뎌낸다그리고 그 여정을 끈기있게 이끌어주는 존 라우리에게 사랑을 느낀다. 2천 마일에 이르는 서부로의 대이동 속에서 목숨을 위협하는 콜레라어디로 떠밀려나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강수많은 이탈자들과 죽음이따금 밀려오는 권태로움과 끊임없이 맞서 싸워야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는 용기와 희망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힘을 얻는다또한 서로를 향한 헌신과 사랑 안에서 내내 잃어버린 줄 알았던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아나간다.

 

 

 

미워하는 것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해미워하는 게 간단하고 편해 보일 거야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생각보다는 단순해그것들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바로 우리야우리는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을 복잡하게 만들면서 살아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우리의 에너지를 초월에 쏟을 수 있게 되지.”

초월이요?”

그래.”

그게 뭔지 저에게 설명해 주셔야 해요엄마저는 초월이 뭔지 모르거든요.”

네 손이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너의 정신이 머무는 곳이란다.” 엄마가 설명했다. “이곳을 넘어선 세계이고 장소야한계를 뛰어넘는 곳이지.” / 70p

 

 

앤더슨 부부는 노르웨이 사람들이에요맥닐리 부부는 아일랜드 사람들이고요요한 그루버는 독일 사람이에요당신은 일부분은 인디언이고나는 과부예요.” 나오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모두 서로가 필요해요우리 모두 서로의 곁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우리 모두가 서로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요.” / 94p

 

 

우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야.” 위니프레드가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중요한 게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야모든 것이 중요하다면 목적이 없는 거지요령을 말하자면그 사이에서 단단한 땅을 발견하는 거라네.”

저는 의미도목적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냥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건 대부분 날들의 삶을 훨씬 단순하게 만들어주지우리는 먹어야 하고잠잘 곳이 필요하고따뜻함도 유지해야 하지그런 것들은 중요한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먹여줄 사람이재워줄 사람이따뜻하게 해줄 사람이 자네 곁에 없다면그런 것들 전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자네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 사람이 없다면왜 밥을 먹나왜 잠을 자나왜 걱정을 하나그러니 내 생각에 그건 무엇이 중요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중요하냐의 문제인 거야.” / 255p

 

 

 




 

 

 

 

  이 작품은 존과 나오미의 사랑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실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작가는 소설의 말미에서 주인공인 존 라우리가 남편의 5대 조부님으로실제했던 인물임을 밝힌다또한 존 라우리와 나오미를 도왔던 와샤키 추장 역시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영토를 보유했던 몇 안 되는 원주민 추장 중 한 명이었다고 소개한다덕분에 우리는 미국 토착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점점 자신들의 영토를 잃고 길 잃은 민족으로 전락해가는 원주민들의 애환을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무엇보다 절대로 화합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들 관계 속에서도 아름다운 우정과 연대를 보여준 이 책의 놀라운 서사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지금 거기에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윌리엄.” 엄마가 말했다. “이제 우리가 돌아갈 곳은 없다고요만약에 되돌아간대도…… 아비가일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에요우리의 미래는 저기에 있어요우리의 아들들은 캘리포니아에 도착할 거예요우리가 남겨두고 온 인생보다 더 나은 인생을 아이들이 살 거라고요두고 보세요당신도 알게 될 거예요.” / 113p

 

 

하루는 로 하이드라는 지류에서 휴식을 취했다어느 백인 남성이 품에 아기를 안고 있는 원주민 여성을 죽인 죄로 산 채로 가죽이 벗겨졌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곳이었다.

애벗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엘메다는 헉 소리를 냈고콜드웰 씨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야만인 새끼들.” 그가 말했다. “전부다 야만인 새끼들이야.” 그러더니 존을 쳐다보았다.

누가 더 야만적인가요?” 애벗 씨가 물었다. “어린 아기 엄마를 죽인 사람인가요아니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한 사람인가요저는 그렇게 당해도 싸다고 봅니다여기에서 정의의 실현은 빠르게 실행되는 편이거든요콜드웰 씨물론 우리는 산 채로 사람의 가죽을 벗기지는 않아요하지만 지금껏 수많은 마차 행렬에서 살해 혐의가 있는 일행을 기꺼이 목매달아 죽이기도 했습니다그들만의 정의의 실현이죠.” / 187p

 

 

원주민의 피와 백인의 피가 함께 흐르게 될 거야하나의 민족나는 그걸 본 적이 있어.” 그 말을 와샤키의 목소리를 행복하게 들리지 않았다그는 체념한 듯 보였고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와샤키에게 예전에 나오미가 나에게 했던 거북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땅과 물 양쪽 모두에 사는 거북이와샤키는 웃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가 될 거야그러면 우리 모두 길 잃은 민족이 되겠지…… 나의 어머니처럼 말이야.” / 381p

 

 

너의 에너지를 네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넘어서는 데 사용하렴나오미마음 단단히 먹고. / 390p

 

 

 

  마치 골드러시를 쫓아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장엄한 여정의 한 가운데로 직접 들어갔다 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작품이다프롤로그 때의 긴장감을 마지막장까지 놓을 수 없을 만큼꽤 오랜만에 서사에 압도되는 기쁨을 느꼈다고단하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우정과 용기사랑과 연대헌신을 보여준 소설 속 주인공과 실제 했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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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가우르 고팔 다스 지음, 이나무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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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위한 진짜 인생책!

어른이 되었으나 여전히 어른아이 같은 성인들을 위한 21세기형 탈무드!

 

 

 

 

  얼마 전진선규 배우가 출연한 SBS <집사부일체>를 흥미롭게 시청한 적 있다영화 <범죄도시>에서 펼친 열연으로 호평을 받은 뒤 충무로의 대표 배우로 성장했지만매사 겸손하고 선한 그의 모습에 큰 호감을 느꼈다마침 눈이 쌓일 만큼 매서운 추위가 닥친 촬영 날함께 백패킹을 하기로 한 집사부 멤버들에게 그는 공유하고 싶은 말이 세 가지 있다며 조심스레 꺼내놓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감사였다그 다음은 겸손과 진심으로이 세 가지 말은 추위로 고되었던 방송 내내 멤버들을 어루만지는 메시지가 되어주었다.

 

 

 

  다만나로서는 너무도 평범하고 단순한 이 세 가지 말 앞에서 처음엔 멋쩍고 민숭민숭한 반응을 보였던 멤버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나를 비롯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짐작되었기 때문이다누구나 다 알기에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말누구나 다 알면서도 말로 꺼내기 어렵고 실천하기 쉽지 않은 말, ‘감사겸손 그리고 진심’.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의 저자인 가우르 고팔 다스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앎은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저 말들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내가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만 저 말들을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닐까인생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는 필독서라 하여도 다 아는 말이라고 치부해버리곤 했던 나는 덕분에 새롭게 일깨우기를 시도해본다그저 반응하는 삶이 아니라 깨어 있고 의식함으로써 실천하는 삶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우리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터득했지만,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도록

삶을 꾸려 나가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보이는 것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 책 표지 중에서

 

 

 

  가우르 고팔 다스는 오늘날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적 멘토이자 라이프 코치로그의 강연은 누적 조회수 10억 뷰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한다인도 힌두 종교 단체 크리슈나 국제영성협회 소속의 수도승이지만그의 강의는 자신의 종교가 내세우는 가치와 의미에서 벗어나 실제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실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유머와 깨달음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는 호평은 그의 책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일찍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터득했지만정작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도록 삶을 꾸려 나가는 방법은 알지 못했던 해리그와 가우르 고팔 다스의 대화로 이루어지는 책의 구성은 여느 자기계발서와 달리 한 편의 소설처럼 유려하게 읽힌다고대의 지혜와 실제 사례를 자연스럽게 인용하여 고답적이지 않은 깨달음을 주는 그의 언어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심연에 파고든다.

 

 

 

내가 내 삶을 사랑하는 이유는 내 삶의 다른 사람들보다 쉬워서가 아니라한 개인으로서 행복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에요그래요나 자신의 행복은 내가 책임집니다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나를 사랑하고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힘닿는 모든 일을 해요그러나 나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부터 남편은 자유롭게 하면남편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이것은 다른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그렇게 할 때 모두의 삶이 훨씬 단순해집니다.” / 37p

 

 

감사는 인식과 기억과 보답이라는 게 세 가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삶에 감사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선한 것이 우리에게 베풀어졌는지 인식해야만 한다이것은 누군가 우리를 위해 문을 잡아 주거나 따뜻한 음료를 사 줄 때처럼 어느 순간이든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그다음 단계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해 준 것을 기억하는 일이다기억은 감사하는 마음을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우리를 자극하는 어떤 기계장치도 없이 침묵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누가 우리의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지도록 도와주었는가에 대해 돌아보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우리는 감사한 일에 보답해야 합니다. ‘감사하다를 살아야 합니다말과 감정을 넘어 진정으로 보답하는 것이 오래도록 감사하는 삶을 사는 기초입니다.” / 89p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한다. ‘단지 내 성격이 그런 것일 뿐이야.’라는 말은 타인에게 그저 무신경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당신이 타인에게 충분히 세심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알기 위한 황금률은당신이 대접받고 싶어 하는 것보다 상대를 더 잘 대해 주라는 것이다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나의 말투몸짓 언어행동에 세심함이 깃들어 있는가?’ / 125p

 

 

 



 

 

 

 

  돌이켜보면 인생은 온통 선택의 순간들이었다혹자는 나이가 들면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하지만애석하게도 나는 나이가 들수록 선택이 조심스러워 보다 소극적이 되어버린 듯하다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가가 아닌어떤 선택이 덜 실패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어버렸다고나 할까이렇게 마음 속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나에게 가우르 고팔 다스는 ‘CAR’를 생각해볼 것을 조언한다. CAR는 세 단어의 약자로그는 우리가 어떤 차를 운전하든 삶에서 평생 운전해야 하는 차가 한 대 있다고 말한다먼저 C는 바꾸는 것change을 의미한다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즉,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라. A는 받아들임accept의 약자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R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첫 번째 R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벗어나게 하는 것’remove이다두 번째 R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위로 비상하라’rise의 의미이다자신을 벗어나게 할 수 없을 때는 영적인 힘을 가지고 그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으로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그 사람이나 상황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을 제안한다.

 

 

 

필요한 만큼 시간을 가져요시간은 상처를 치유해 주고 적절한 소통과 길잡이가 있으면 분명한 판단을 가져다줍니다인간관계는 어려운 시기에 시험을 받습니다모든 일이 잘 될 때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습니다하지만 당신을 둘러싼 일들이 다 무너지고 당신이 그것들을 주워 모으려고 애쓸 때 그것이 관계의 시험입니다사랑은 헤어져야 할 온갖 이유가 있지만 헤어지지 않을 때 존재합니다.” / 180p

 

 

내 영웅은 서른다섯 살의 나이니까요.’

그렇게 매일매주매월 그리고 매년 내 인생에 있어서 나의 영웅은 항상 10년 후의 나였습니다나는 결코 그 영웅이 될 수 없을 겁니다나는 그걸 이루지 못하겠죠나는 영웅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하지만 괜찮습니다왜냐하면 그 덕분에 나에겐 따라잡고 싶은 존재가 늘 함께하는 셈이니까요. / 208p

 



 

 

  어릴 적나의 집에는 탈무드처럼 유대인 랍비가 들려주는 지혜서 한 권이 있었다지금은 책제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유년시절의 내가 집에서 유일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당시 나는 그 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나이도그럴만한 책 경험도 없을 만큼 어렸지만짧은 이야기 속에 넘쳐흐르는 은유와 유머따뜻한 가르침이 좋아서 내내 읽었던 것을 기억한다그리고 그런 경험이 지혜로운 삶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음을 안다느닷없이 내가 유년시절에 읽은 책 이야기를 써낸 이유는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에 쓰인 아름다운 은유와 예화들이 그때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어른이 되었으나 여전히 어른아이 같은 성인들을 위한 21세기형 탈무드랄까그 중 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전하는 지침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이는 우리 자신의 삶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다.

 

 

 

  연필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연필 제작자는 연필에 매우 적절하고 중요한 지침을 주었다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준 첫 번째 지침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연필에는 몇 가지 측면이 있다외부는 다양한 색으로 된 아름다운 나무 몸체이다그리고 흑연으로 된 내부는 그 본질이며그 목적이다자신의 본질이 자신 안에 있음을 잊지 말 것진짜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지를 기억하자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준 두 번째 지침은 네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너는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나무 몸체에서 흑연 심이 나올 때만 연필은 실제로 무엇인가를 써서 종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마찬가지로 우리의 삶 역시 우리 안에 있는 것이 드러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준 세 번째 중요한 지침은, ‘연필을 깎지 않으면 네 안에 있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연필은 심이 나와서 종이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고통스럽게 깎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이는 고통스러운 연마를 거치지 않는 한 내면의 가장 좋은 것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귀중한 메시지다갈망만 하는 자에게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마찬가지로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는 법안전한 방법만을 도모하는 내가 가장 절실하게 새겨두어야 할 말은 아닐까.

 

 

 

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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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0호 : 대학 인문 잡지 한편 10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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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

대학 안팎에서 쓰인 열 편의 글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대학의 문제를 모색하다!

 

 

 

 

  고등학교 졸업반 열에 일곱이 대학에 진학하는 오늘날, 4년제 대학 입학이 입시 경쟁의 목적이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의 청소년들은 스카이인서울-명문대를 향한 보다 과열된 경쟁 속에 내던져져 있다그런 가운데 한쪽에서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구호를 외치고진정한 배움과 멀어진 대학 시스템과 권위가 무너진 대학을 비판한다대학 간판 따기에 목매는 고등교육의 현실뼈와 살을 갈아 넣어 지옥의 입시를 통과했지만 취업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한 유예 공간으로 전락한 지금의 대학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그런 의미에서 인문잡지 한편』 10호 <대학편은 오늘의 대학에서 우리가 잃은 것과 앞으로 얻을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보고자 한다대학의 위기새로운 대학 서사 쓰기를 위한 시도우리가 모르는 대학 이야기학계 연구자들의 속사정 등 대학 안팎에서 쓰인 열 편의 글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대학의 문제를 모색해본다.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고 바람직하다는 능력주의의 원리가 학교와 시험대학 체제와 결합해 구체화된 것이 바로 학력 차별이고 학벌주의다교육학자 이경숙의 지적처럼 또래 거의 전부의 인지적 능력을 일괄적으로 비교해서 점수와 등급을 부여하는” 수능 시험과 대학 입시의 과정을 거쳐 갖게 되는 대학 학벌은 불완전하게나마 능력주의를 실체화시키는 사회적 경험이다. / 난다 학력무관의 세계를 향하여」 중에서 26p

 

 

 

  청소년들의 대학 입시 거부 선언을 통해 만들어진 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인 난다는 학력무관의 세계를 향하여를 통해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학력 차별 문제를 지적한다그러면서 우리 사회 전체가 학력무관의 세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말 그대로 학력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각자가 가진 능력들의 차이가 차별의 조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들이 기대고 소통하는 힘이 되는 사회를 지지한다경쟁이 아니라 실질적 필요와 보람을 위해 공부하고 배울 것이며그 배움이 시험과 학교에 얽매이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편소진형의 실용적인 학문의 성립 사정에서는 실용적인 학문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인기 없는 학과는 사장되고 마는 대학 시스템의 불편한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그는 실용적인 지식은 그 지식을 펼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갖춰져 있을 때 유의미한 것이며다양한 학문적 영역이 공존할 때 비로소 실용적이라는 레테르가 붙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마찬가지의 이유로 대학 내 여성학 학부 과정과 여성학을 다루는 대학 전공교양과목들이 줄줄이 폐지 혹은 축소된 과정을 지적하는 신하영의 글 혼란스러운 강의실 만들기는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교수자로서 보다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낸다학령기 인구가 점점 줄며 학생이 원하지 않거나 학생의 반응이 좋지 않은 과목학과는 구조조정과 통폐합의 대상이 되어 버린 작금의 현실 앞에서, ‘여성학이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배움의 주체들에게 세상을 보는 감각을 깨우고 그 세상과 화해할 자원을 제공하기를 바라며 좀 더 이 혼돈을 버텨보겠노라 다짐한다아직 성인으로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후기 청소년기 대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학습과 연습의 기회아직은 그래도 되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마지막 글귀는 대학의 진정한 본질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대학 생활이 스펙 쌓기의 장으로 통하는 오늘날 이러한 학생 자치 활동은 스펙이 되기 어렵다는 바로 그 이유로 쉽게 외면받는다많은 학생이 학생 자치라는 단어에 긍정적이지만 추가로 노력을 들여야 하는 활동은 시간 낭비로 여긴다최근에는 대학 내 많은 학생 단체들이 보궐 선거를 반복하고 있고어쩌다 선거가 진행되더라도 단일 후보인 경우가 잦다대표도공론의 장도 존재하지 않는 지금의 대학에서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해 보인다. / 김종은 익명을 설득하는 학생 자치」 중에서 42p

 

 

추상적인 선의 실현보다는 구체적인 악의 제거에 집중하라.’

포퍼의 보수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문제시하지만나는 오늘날 이 말이 갖는 호소력이 크다고 본다.

거창하고 설득력 있는 이념을 제창하는 것은 당장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명백한 부정의인 인권의 침해에 대해 나는 문제 제기 하고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완전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실천적 대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당장 할 수 없는 것에 좌절하거나 무리한 시도를 하기보다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인 한 사람에 대한 고려에서 노동문제 바라보기의 확산과 설득을 시도하고 있다. / 우재형 노동문제 동아리 활동기」 중에서 91p

 

 

 

  이 외에도 대학 연구실의 풍경 속에서 탐구의 활력이 사그라든 현실을 바라보는 유상운의 탐구는 어디에서 일어나는가와 지역 재생의 대안으로 지역의 풀뿌리 대학을 제안하는 황민호의 졸업하기 싫은 학교도 대학의 위기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그런 와중에 학문의 성지에서 나온 단어와 문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급한 교수의 원고를 교정해야 하는 한 출판노동자의 고충을 담은 글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은 씁쓸함을 남긴다.

 

 

 

역사가들에게는 역사의 교훈을 제시하지 않고 역사의 서사 그 자체를 보여 주는 방식이 왜 즐겁고 재미있는지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셈이다나는 역사가로서 우선 사료에 철저히 기반하여 과거상을 재구성하는 데 힘쓸 것이고대학 내에서 생산된 역사 지식을 공공의 장에 풀어놓고자 기꺼이 내 노력을 다할 것이다역사를 이야기 자체로 즐기든역사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와 창의성을 즐기든역사의 교훈을 찾아 개개인의 삶의 자산으로 전유하든스스로 역사를 새롭게 구성하든 그건 역사를 향유하는 모든 주체의 자유로운 사고와 감상에 달렸다. / 현수진 대학 안팎에서의 역사학」 185p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나 교정공이란 이를 테면 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교정공이 개입할 수 있는 지면은 오늘날 점점 좁아지고 있다또는 교정공이 개입할 수 없는 지면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아와 어의 다름도 점차 사라지는 듯아와 어가 다르지 않다고 우기는 사람과 어와 어가 다르다고 우기는 사람들 사이의 다름도 사라지는 중인 것만 같다가끔 우리가 견딜 수 없이 산산조각이 났다는 생각이 든다. / 유리관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 중에서 203p

 

 

 




 

 

 

 

  이처럼 인문잡지 한편은 하나의 주제를 통해 여러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 책이다이번 <대학편 역시 청소년인권활동가포항공대 총여학생회 회장세명대 교양대학 교수노동인권동아리 학생문화연구가동아시아 정치연구가옥천신문 대표이자 사단법인 커뮤니티저널리즘센터의 이사장역사학자출판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저자들의 면면이 상당히 다채롭다이렇게 여러 지점에서 감지되는 문제의식은 한편의 훌륭한 동력이 된다무엇보다 어디에서 인용된 글이 아닌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지금바로 현재를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아울러 이번 호에서는 창간 3주년을 맞아 특집으로 기획된 공부하는 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인문사회 출판 현장에서 만난 저자와 편집자의 공부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으로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공부법글쓰기와 창작법연구법업무 마인드 등을 접할 수 있으니 꼭 챙겨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창작과 연구가 비슷한 점이 있다면 자기 안에 주제를 갖고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는 거예요고갈되지 않는 질문이 있어야 끝까지 할 수 있어요. / 85p

 

 

공부가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 일이라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어떻게 인지하느냐가 공부법에 접근하는 가장 중요한 길이 아닐까요.

비유를 하나 들어 보자면 저는 공부가 어떤 지식의 방에 들어가서 그것을 단순히 탐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오히려 공부는 어떤 방에 있는 지식을 가지고 와서 다른 방으로 옮겨 재배치하는 일입니다그렇게 하면서 내가 지금 공부하는 부분이 전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계속 의식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 101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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