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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가우르 고팔 다스 지음, 이나무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1월
평점 :

행복한 삶을 위한 진짜 인생책!
어른이 되었으나 여전히 어른아이 같은 성인들을 위한 21세기형 탈무드!
얼마 전, 진선규 배우가 출연한 SBS <집사부일체>를 흥미롭게 시청한 적 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펼친 열연으로 호평을 받은 뒤 충무로의 대표 배우로 성장했지만, 매사 겸손하고 선한 그의 모습에 큰 호감을 느꼈다. 마침 눈이 쌓일 만큼 매서운 추위가 닥친 촬영 날, 함께 백패킹을 하기로 한 집사부 멤버들에게 그는 공유하고 싶은 말이 세 가지 있다며 조심스레 꺼내놓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감사’였다. 그 다음은 ‘겸손’과 ‘진심’으로, 이 세 가지 말은 추위로 고되었던 방송 내내 멤버들을 어루만지는 메시지가 되어주었다.
다만, 나로서는 너무도 평범하고 단순한 이 세 가지 말 앞에서 처음엔 멋쩍고 민숭민숭한 반응을 보였던 멤버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나를 비롯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알기에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말. 누구나 다 알면서도 말로 꺼내기 어렵고 실천하기 쉽지 않은 말, ‘감사, 겸손 그리고 진심’.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의 저자인 가우르 고팔 다스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앎은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저 말들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만 저 말들을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인생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는 필독서라 하여도 다 아는 말이라고 치부해버리곤 했던 나는 덕분에 새롭게 일깨우기를 시도해본다. 그저 반응하는 삶이 아니라 깨어 있고 의식함으로써 실천하는 삶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우리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터득했지만,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도록
삶을 꾸려 나가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보이는 것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 책 표지 중에서
가우르 고팔 다스는 오늘날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적 멘토이자 라이프 코치로, 그의 강연은 누적 조회수 10억 뷰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인도 힌두 종교 단체 크리슈나 국제영성협회 소속의 수도승이지만, 그의 강의는 자신의 종교가 내세우는 가치와 의미에서 벗어나 실제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실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유머와 깨달음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는 호평은 그의 책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찍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터득했지만, 정작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도록 삶을 꾸려 나가는 방법은 알지 못했던 해리. 그와 가우르 고팔 다스의 대화로 이루어지는 책의 구성은 여느 자기계발서와 달리 한 편의 소설처럼 유려하게 읽힌다. 고대의 지혜와 실제 사례를 자연스럽게 인용하여 고답적이지 않은 깨달음을 주는 그의 언어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심연에 파고든다.
“내가 내 삶을 사랑하는 이유는 내 삶의 다른 사람들보다 쉬워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행복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요, 나 자신의 행복은 내가 책임집니다.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나를 사랑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힘닿는 모든 일을 해요. 그러나 나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부터 남편은 자유롭게 하면, 남편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이것은 다른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그렇게 할 때 모두의 삶이 훨씬 단순해집니다.” / 37p
감사는 인식과 기억과 보답이라는 게 세 가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삶에 감사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선한 것이 우리에게 베풀어졌는지 인식해야만 한다. 이것은 누군가 우리를 위해 문을 잡아 주거나 따뜻한 음료를 사 줄 때처럼 어느 순간이든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그다음 단계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해 준 것을 기억하는 일이다. 기억은 감사하는 마음을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우리를 자극하는 어떤 기계장치도 없이 침묵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누가 우리의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지도록 도와주었는가에 대해 돌아보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우리는 감사한 일에 보답해야 합니다. ‘감사하다’를 살아야 합니다. 말과 감정을 넘어 진정으로 보답하는 것이 오래도록 감사하는 삶을 사는 기초입니다.” / 89p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한다. ‘단지 내 성격이 그런 것일 뿐이야.’라는 말은 타인에게 그저 무신경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당신이 타인에게 충분히 세심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알기 위한 황금률은, 당신이 대접받고 싶어 하는 것보다 상대를 더 잘 대해 주라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나의 말투, 몸짓 언어, 행동에 세심함이 깃들어 있는가?’ / 125p


돌이켜보면 인생은 온통 선택의 순간들이었다. 혹자는 나이가 들면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나이가 들수록 선택이 조심스러워 보다 소극적이 되어버린 듯하다.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가가 아닌, 어떤 선택이 덜 실패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이렇게 마음 속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나에게 가우르 고팔 다스는 ‘CAR’를 생각해볼 것을 조언한다. CAR는 세 단어의 약자로, 그는 우리가 어떤 차를 운전하든 삶에서 평생 운전해야 하는 차가 한 대 있다고 말한다. 먼저 C는 바꾸는 것change을 의미한다.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즉,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라’다. A는 받아들임accept의 약자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R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 R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벗어나게 하는 것’remove이다. 두 번째 R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위로 비상하라’rise의 의미이다. 자신을 벗어나게 할 수 없을 때는 영적인 힘을 가지고 그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으로,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그 사람이나 상황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을 제안한다.
“필요한 만큼 시간을 가져요. 시간은 상처를 치유해 주고 적절한 소통과 길잡이가 있으면 분명한 판단을 가져다줍니다. 인간관계는 어려운 시기에 시험을 받습니다. 모든 일이 잘 될 때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둘러싼 일들이 다 무너지고 당신이 그것들을 주워 모으려고 애쓸 때 그것이 관계의 시험입니다. 사랑은 헤어져야 할 온갖 이유가 있지만 헤어지지 않을 때 존재합니다.” / 180p
‘내 영웅은 서른다섯 살의 나이니까요.’
그렇게 매일, 매주, 매월 그리고 매년 내 인생에 있어서 나의 영웅은 항상 10년 후의 나였습니다. 나는 결코 그 영웅이 될 수 없을 겁니다. 나는 그걸 이루지 못하겠죠. 나는 영웅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그 덕분에 나에겐 따라잡고 싶은 존재가 늘 함께하는 셈이니까요. / 208p


어릴 적, 나의 집에는 『탈무드』처럼 유대인 랍비가 들려주는 지혜서 한 권이 있었다. 지금은 책제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유년시절의 내가 집에서 유일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당시 나는 그 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나이도, 그럴만한 책 경험도 없을 만큼 어렸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 넘쳐흐르는 은유와 유머, 따뜻한 가르침이 좋아서 내내 읽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지혜로운 삶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음을 안다. 느닷없이 내가 유년시절에 읽은 책 이야기를 써낸 이유는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에 쓰인 아름다운 은유와 예화들이 그때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었으나 여전히 어른아이 같은 성인들을 위한 21세기형 탈무드랄까. 그 중 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전하는 지침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이는 우리 자신의 삶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다.
연필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연필 제작자는 연필에 매우 적절하고 중요한 지침을 주었다. 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준 첫 번째 지침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 연필에는 몇 가지 측면이 있다. 외부는 다양한 색으로 된 아름다운 나무 몸체이다. 그리고 흑연으로 된 내부는 그 본질이며, 그 목적이다. 자신의 본질이 자신 안에 있음을 잊지 말 것, 진짜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지를 기억하자. 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준 두 번째 지침은 ‘네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너는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무 몸체에서 흑연 심이 나올 때만 연필은 실제로 무엇인가를 써서 종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 역시 우리 안에 있는 것이 드러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준 세 번째 중요한 지침은, ‘연필을 깎지 않으면 네 안에 있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연필은 심이 나와서 종이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고통스럽게 깎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고통스러운 연마를 거치지 않는 한 내면의 가장 좋은 것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귀중한 메시지다. 갈망만 하는 자에게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는 법, 안전한 방법만을 도모하는 내가 가장 절실하게 새겨두어야 할 말은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