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한국사 2 - 성종의 유교 정책과 연산군의 폭정 벌거벗은 한국사 2
이효실 그림, 박선주 글, 김지영.송웅섭 감수, tvN STORY <벌거벗은 한국사& / 아울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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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한국사 스토리텔링쇼 <벌거벗은 한국사>가 어린이 책으로 출간되다!

쉽고 재미있으면서 초등학생을 위한 한국사 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초등학생인 2학년 아들이 방과 후 수업인 창의실험 수업에서 앙부일구를 만들어왔다아이는 내게 앙부일구가 세종대왕 때 만들어진 해시계라 설명해주었다. “그럼 세종대왕은 어느 시대의 왕일까?” 하고 물으니 아이는 고려… 시대인가?” 하고 더듬더듬 대답했다별도의 역사 공부를 한 적이 없는 아이라 아직은 시대 구분이 어려운 모양이었다그렇지 않아도 3학년이 되면 사회 교과 수업을 듣게 될 테고이어서 한국사도 접하게 될 텐데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당장에 공부로 접근하기보다는 역사 관련 도서를 통해 재미있게 다가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만 하더라도 어릴 때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만화책부터 시작했던 경험이 있어서이왕이면 아이도 어린이를 위한 교양 역사책부터 한 걸음씩 나아보기로 하고 이 책 저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때마침 tvN 한국사 스토리텔링쇼 <벌거벗은 한국사>가 어린이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있어 눈이 번쩍했다큰별쌤 최태성 선생님이 패널들과 함께 과거로 가는 특급 열차 히스토리 트레인(HTX, History Train Express)을 타고 아주 특별한 한국사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평소 애청하는 한국사 프로그램이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출간되었다니 더 믿음이 갔다특히 재미와 지식을 한꺼번에 쏙쏙 채워주는 최태성 선생님만의 특별한 스토리텔링이 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자연스럽게 한국사와 친해질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추추~! 1469년의 조선으로 출발하는 히스토리 트레인에 서둘러 탑승해보자.

 

 

 


 

 

 

 

유교 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성군성종

폭정으로 유교 국가를 무너뜨린 폭군연산군

 

 

 

  앞서 출간된 벌거벗은 한국사』 1권이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을 통해 조선의 건국 과정을 살펴보았다면, 2권에서는 유교 정책으로 조선의 기틀을 다진 성종과 그의 아들 연산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특히 성종은 조선의 법과 제도를 안정시킨 성군 중에 성군으로 치세를 드높인 반면아들인 연산군은 어째서 악명 높은 폭군으로 불리게 된 건지 자못 궁금하다책은 열세 살에 왕이 된 성종이 수렴청정과 경연을 통해 제왕의 수업을 받으며 성장하여 마침내 조선 개국 이후 추진되어 온 여러 제도를 정비하고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설명해준다홍문관과 독서당을 설치하여 다양한 편찬 사업을 통해 학문을 진흥하고세종 때 펴낸 <삼강행실도>를 한글로 번역해 유교 문화를 확산한 것은 물론, <경국대전>을 완성하여 조선 통치의 기본 법전을 마련한 그의 업적을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다.

 

 

 

HTX VIP 보태기_

홍문관과 집현전의 차이:

성종은 원래 왕실 도서관이었던 홍문관에 경연과 자문을 하는 역살을 더해줘 위상을 높였어요홍문관이 세종 때 학문 연구 기관이던 집현전과 같은 일을 하게 된 셈이지요같은 일을 하면 이름도 같아야 하는데왜 집현전이라 바꿔 부르지 않았을까요그건 집현전이 성종의 할아버지 세조의 의해 폐지됐기 때문이에요할아버지가 폐지한 기관의 이름을 그대로 다시 쓰는 건 할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불효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 42p

 

 

세종은 백성들에게 삼강을 가르쳐 잘 따르게 하고 싶었어요그래서 삼강의 도리를 글과 그림으로 설명한 책을 만들기 시작해 1434년에 <삼강행실도>를 펴냈어요일종의 유교 도덕 교과서였지요하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어요글이 한자로 써 있으니 백성들이 읽을 수 없고관리들도 교육을 하는 데 소홀했거든요.

성종은 어우동 사건을 계기로 서둘러 이 책을 한글로 펴냈어요세종이 백성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하늘을 성종이 널리 퍼뜨렸다고 할 수 있지요이렇게 성종은 유교 도덕이 백성들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도록 애를 썼답니다. / 58p

 

 

조선은 왕이나 신하가 자기 마음대로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경국대전>에 규정된 법에 의해 다스리는 나라법치국가로 자리 잡게 됐어요. <경국대전>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차지하는 건 나랏일을 하는 관리에 대한 규정이에요관리가 일을 잘못했을 때 어떻게 처벌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무려 절반을 차지하지요. () <경국대전>은 백성의 어려운 생활을 도와주는 일에 대한 내용도 많이 담고 있어요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백성을 보호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법을 만들어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지요. / 62p

 

 

 




 

 

 

 

  가만 보면 세종대왕에 못지않을 만큼 치적이 이토록 상당한데 오늘날 성종의 업적이 과소평가된 것은 다소 억울할 지경이다그것은 아마도 엄격한 유교적 질서를 강요한 점중전인 윤씨를 내쫓아 사약을 내려 연산군으로 하여금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사게 한 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하나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특별히 짚어볼 만한 좋은 사례가 될 듯하다.

 

 

 

  성종이 서른여덟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으면서 조선의 10대 왕이 된 연산군의 즉위는 어쩌면 예고된 불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연산군은 즉위 내내 신하들과 갈등을 빚었고 괴팍한 행동을 일삼았다책은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로 대표되는 연산군의 폭정을 통해 왜 신하와 갈등했고어쩌다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살펴본다하나의 사례로 흥청망청이라는 한자말이 바로 연산군을 통해 유래되었다는 설명이 있어 흥미롭다연산군은 춤과 기예를 좋아해서 기생들을 가까이 했는데이들을 특별히 흥청이라 부르며 월급을 주고 부모 형제까지 한양으로 불러 집과 땅을 내줄 만큼 나랏돈을 마구 썼다고 한다이렇게 돈이나 물건을 마구 사용하거나 흥에 겨워 마음대로 즐기는’ 연산군을 보며 백성들이 이렇게 흥청거리다가는 나라가 망하겠다고 탄식한 데서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한다이렇게 역사를 알면 삶의 진리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또 연산군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누구를 위해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은 우리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훈이 되어줄 것이다.

 

 

 

연산군은 폐비 윤씨 사건을 신하들의 능상으로 못 박고온갖 잔인한 형벌을 동원해 대대적인 숙청을 했어요사건과 관계되어 잡힌 모든 신하들이 재산을 빼앗기고 유배를 갔으며 사형을 당했지요갑자사화의 피바람은 자그마치 7개월 동안이나 계속됐어요.

갑자년의 이 비극적인 사건의 희생자는 무려 239이 중 극형을 받아 죽은 사람들의 숫자만 해도 122명이나 되었어요궁궐에 있던 수많은 신하들이 갑자사화로 사라졌지요갑자사화는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남게 됐어요. / 97p

 

 

 



 

 

 

 

  이처럼 벌거벗은 한국사는 우리 아이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한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은 물론풍부한 시각 자료와 어휘 설명을 통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책의 말미에 당시 시대적 배경과 인물 다르게 보기왕과 운명을 함께 했던 인물들주제 마인드맵한국사 검정시험 문제 및 퀴즈 등을 수록하여 역사적 사고력과 올바른 역사의식을 키울 수 있게 한 점도 이 책의 소장가치를 더한다. 1권에서부터 앞으로 출간될 3권 역시 계속해서 소장해 읽어봐야겠다쉽고 재미있으면서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필수 한국사 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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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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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과학사 대혁명의 순간을 재구성한 대중과학서!

발전과 혁명이라는 그 아름다운 이름 뒤에 따르는 무한한 책임감에 대하여!

 

 

 

 

  1927년 브뤠셀에서 열린 솔베이회의가 남긴 흑백 사진 한 장은 20세기 아니 과학사를 통틀어 가장 기념비적인 사진이 아닐까 싶다오귀스트 피카르에르빈 슈뢰딩거볼프강 파울리베르너 하이젠베르크폴 디랙아서 콤프턴막스 보른닐스 보어막스 클랑크마리 퀴리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위대한 물리학자 29명이 하나의 사진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참가자 29명 가운데 무려 17명이 노벨상 수상자다이 사진이 찍히기 전인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론물리학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의 혁명은 없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던 때였다물리학의 중요한 기본 법칙과 사실들은 모두 발견되었고이제 남은 것은 소수점 아래 몇 자리까지 정확히 측정하고 계산하기에 불과할 정도로 완성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그러던 물리학계가 갑자기 들끓기 시작했다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현대물리학의 황금기였던 20세기 초천재들의 놀라운 발견과 혁명의 순간

 

 

  찬란했지만 어두웠고위대했지만 재앙이기도 했던 불확실성의 시대. 20세기 과학사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토비아스 휘터의 불확실성의 시대는 세계의 위대한 지성들이 고전물리학을 넘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20세기 과학사 대혁명의 순간을 재구성한 대중과학서다책은 1900년 막스 플랑크가 에너지의 양자화를 발견하면서 양자역학 발전의 길을 연 이래, 1938년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이 우라늄에서 핵분열을 발견하고 이후 맨해튼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원자폭탄이 개발되기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엮고 있다이 책은 대중과학서인 만큼 어렵고 복잡한 물리 개념을 설명하기보다 플랑크부터 퀴리아인슈타인과 보어하이젠베르크까지 현대물리학사에 이름을 남긴 천재들의 놀라운 발견과 혁명의 순간들을 드라마처럼 그려나간다과학자의 사생활을 비롯해 그들의 내면과 고뇌를 함께 따라가는 여정으로 하여금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 또한 이 책의 큰 묘미다.

 

 

 

먼 세상넓은 삶,

오랜 세월정직한 노력,

항상 연구하고 항상 입증하고,

끝맺음이 없고종종 두루뭉술 마무리하고,

옛것을 신의로 보존하고,

새것을 친절하게 받아들이고,

맑은 마음과 순수한 목적:

이제한 구간을 지난다. / 61p

 

 

 

  원자물리학의 창시자인 닐스 보어는 자신의 약혼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괴테의 시를 인용한 다아직 스물여섯 살이 채 안 된 어린 청년이 덴마크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로 와 자신의 뛰어난 과학적 재능을 세상과 자기 자신에게 증명하고자 하는 데에 따르는 고뇌가 느껴지는 시다보어가 그러했듯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숱한 반박과 싸우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이 증명하고자 하는 바를 하나의 이론으로 수렴하기 위한 물리학자들의 외로운 사투가 유독 눈에 밟혔다프랑스 공작이자 독일의 왕자인 드브로이는 명문가 딸과의 약혼을 파기하고 출신과 명예를 선택하는 대신 과학에 전념했고방으로 들어가 공식이 적힌 종이 더미 속에서 길고 외로운 숙고 끝에 그동안 입자로 간주되어온 전자가 파동을 지닌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입증해냈다.

 

 

 

  아울러 과학의 여정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점에 있었지만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힌 악몽으로 정신분열의 증세를 보였던 파울리여성에게 고등 교육이 금지되었던 시대 속에서 특히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과학계 안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을 리제 마이트너도 마찬가지다. 20세기 초어느 하나 완전한 것이 없었던 격동의 시대 속에서 부단히 자신이 믿는 것을 완전한 것으로 실현하기 위해 몰두하고 또 몰두했던 그들의 시간을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러나 보어는 여전히 광양자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 교수님잘 생각해보십시오정확히 보셔야 합니다.” 보어가 덴마크 억양의 독일어로 맞선다. “아니아니죠.” 아인슈타인이 보어의 양자 도약을 반박한다. “하지만하지만.” 보어 역시 물러서지 않는다두 사람은 다른 승객의 놀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친 것도 모른 채 한참을 더 간다. “여기가 어디죠?” 아인슈타인이 묻는다. (보어는 나중에 이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전차를 타고 같은 구간을 여러 번 오갔다그리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안중에 없었다.” / 150p

 

 

아인슈타인은 하룻밤 사이에 세계적 스타가 되었다왕립학회 회장인 톰슨은 영국 신문에서 상대성이론이 새로운 과학 아이디어의 신대륙을 열었다고 말했다전후 독일에서도 아인슈타인은 축하를 받았고곳곳에서 그와 상대성이론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독일 주간지 <베를리너 일루스트리르테 차이퉁>은 그를 코페르니쿠스케플러뉴턴의 뒤를 잇는 사람으로 소개했다런던의 <타임스>는 과학의 혁명/우주의 새 이론/뉴턴의 아이디어가 전복되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런던 팔라디움의 버라이어티쇼가 아인슈타인을 3주간 게스트로 초대했지만그는 초대를 거절했다한 젊은 여성은 아인슈타인을 보고 기절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이 말은 대중문화광란의 1920년대미국화의 슬로건이 되었다. / 104p

 

 

이제 양자물리학자들은 슈뢰딩거의 파동 아니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대다수 물리학자는 예전부터 알았던 파동을 선호했다그들에게 행렬은 여전히 낯설고 복잡했다세계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설명하는 옳은’ 방식은 오직 단 하나일까아니면 그저 취향과 편리함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까? / 226p

 

 

 




 

 

 

 

  하지만 이 책은 과학의 밝은 면 만을 조명하지 않는다. “신념의 확실성이 흔들렸고이제 중요한 것은 지식을 통해 힘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그 힘을 길들이는 것이며그러지 않으면 지구적 재앙이 올 것이라던 과르디니의 우려는 기어코 실현되고 말았으니까아인슈타인이 훗날 인생 최대 실수라 한 바로 그것은그저 아주 기이한 우연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점 놀라운 결론으로 다가가는늘 그렇듯 이것이 거대한 살상 무기로 이용될 줄은 몰랐던 과학자들의 그저 새로운 발견에서부터 시작되었을 뿐이다. “내가 25년 동안 함께 겪었던 원자물리학의 진보가 수십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는 사실을나는 직시해야만 했다.”던 하이젠베르크의 고백은 발전과 혁명이라는 이름 뒤에 따르는 무한한 책임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다.

 

 

 

교수 313명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학자들이 자리를 잃었다대학에서 일하는 물리학자의 약 1/4, 이론물리학자는 심지어 절반이 망명을 강요받았다. 1936년까지 1,600명 이상의 학자들이 추방되었는데그중 1/3이 자연과학자였고그중 20명이 당시 또는 장래의 노벨상 수상자였다물리학 11화학 4의학 5. (히틀러는 유대인에게 관대하다는 인상을 주느니 차라리 독일 과학을 버리는 사람이다. / 380p

 

 

1938년 12월 19오토 한은 스톡홀름에 있는 마이트너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의 모든 혼란과 좌절을 얘기했다. “지금은 밤 11시입니다. 11시 반에 슈트라스만이 다시 올 예정입니다그래서 조금 있으면 나는 퇴근할 수 있습니다. ‘라듐 동위원소에 뭔가가 있는데그게 너무 이상해서 우선 귀하에게 먼저 말합니다물론아주 기이한 우연일 수 있지만… 우리는 점점 더 놀라운 결론에 다가가고 있습니다우리의 라듐 동위원소가 라듐이 아니라 바륨처럼 행동합니다.” / 438p

 

 

 




 

 

 

 

  공식과 이론이 아닌과학자들의 드라마 같은 삶을 조명한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다오늘날 마리 퀴리나 아인슈타인 정도로만 기억되는 과학자들 속에서 보다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보고현대물리학사의 전체적인 흐름까지 살펴볼 수 있었던 것 유쾌한 일이었다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어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과학이 점점 그들만의 영역으로 굳혀져가고 있는 지금청소년들이 그 단단한 틈을 계속해서 파고들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책이 길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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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 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조애나 버크 지음, 송은주 옮김, 정희진 해제 / 디플롯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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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와 성폭력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끝없고 광범위한 성폭력의 역사를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이유!

 

 

 

 

  수치란 무엇인가나는 얼마 전에 읽은 셰임 머신을 통해 인류가 수치라는 감정으로 하여금 공동체의 질서와 사회적 기준을 따르도록 유도해왔음을 알게 되었다책 수치에서는 이를 학습된 억압의 도구라 정의한다역사적 시기지리적 장소무수히 많은 권력의 제도적 체제에 뿌리박힌 사회적 감정이자 정치적인 감정으로자신과 공동체에 수치를 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집단 내에서 상당한 구속력을 발휘한다저자인 조애나 버크는 성폭력의 문제에 있어서 자신이 성폭력의 희생자-생존자임을 공개적으로 증언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대표적인 이유 역시 수치를 꼽는다가족의 명예를 실추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강간을 당했다는 이미지가 낙인이 될 것을 두려워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지금도 진실을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성폭력이 젠더(성별성의 구별성차)라는 사회구조적 모순이 낳은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수치는 왜 매번 희생자-생존자의 몫이어야 하는가?

 

 

 

강간의 수치는 섹슈얼리티와 존엄성 정치학의 지표다.

정치적 계급은 수치로부터 희생자를 보호할 큰 책임이 있다. / 71p

 

 

 

  이제 우리는 수치와 성폭력이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전 세계의 뿌리 깊은 성폭력 문제에 대항하기 위해 성폭력을 일으키고 계속되도록 만든 이념(성차별주의와 인종주의민족주의식민주의)과 법 제도권력 구조에 수치를 되돌려주어야 한다이 책은 그러한 시도를 위해 쓰인 강렬한 목소리다젠더섹슈얼리티인종민족계급카스트종교나이세대신체 유형장애 유무가 복합적으로 얽힌 전 세계의 성폭력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과연 성폭력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방대하지만 결코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를 통해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여성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로의 전환

 

 

 

  1999년 이탈리아 로마 대법원은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벗기기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여성이 더 적극적으로 공격자에게 저항하지 않았다며 상호 합의한 것으로 판결을 내렸다홀로코스트 이후강제수용소에서 성 학대를 당했던 유대 여성은 이를 공론화하려다 공동체를 재건하려는 시도를 방해했다며 비난을 받았다북아메리카에서는 교정적 강간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동성애들에게 성폭력의 합당성을 주장했고그리스에서는 부부간 강간이 2006년에 이르러서야 범죄로 성립되었다이 외에도 책은 가해를 일삼는 국가 기관과 희생자를 의심하는 법의학과 법 체계남성 간의 성 학대집단 강간 등 광범위한 성폭력의 사례들을 통해 범역사적인 관점에서 성폭력을 이해하려는 다각적인 시도를 구체화한다폭력의 피해 사례를 다양한 지역과 언어로부터 끌어와 지역성과 시대적 구체성을 동시에 탐구하는 일은성폭력을 여성의 문제로 제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의 문제로의 전환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일반적으로 남성에 대한 성 학대를 보는 관점은 어떨까이 질문에 대한 충격적인 답 한 가지는남성에게 가해지는 성 학대는 여성과 달리 유독 변태적으로 간주된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 전쟁에서남자들이 파키스탄군에게 강간당했다한 해방 전사가 인류학자 나야니카 무커지에게 말했듯이남성들의 강간은 야만적이라고 여겨졌다. “국경 지내에서 온 남자들이나 그런 사악한 짓을 하는 법이다이 전사가 설명했듯이아시아 평원 지대에서는 남성 간의 강간은 전적으로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평원에 사는 남자들에게는 여자를 강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남성의 강간은 국경 지대의 문화다”. / 173p

 

 

저항하거나 불만을 드러내면 그들도 집단 강간을 당하거나 살해당할 수 있었다코헨은 자기네 집단 구성원들과 경쟁 집단에 대한 성폭력을 결속력이 낮은 무장 집단 내 결속을 다지는 핵심적 수단이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어떤 여성 병사들은 협력하면 남자 동료들이 자기들에게는 비슷한 모욕을 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다른 여성들에 대한 폭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 244p

 

 

 



 

 

 

 

나는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정부가 모든 한국인을 고향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에 타야만 했다.

배에는 위안부들이 가득했다.

나는 돌아갈 가족도친척도집도 없었다.

남편을 찾는 것도 바랄 수 없는 일이었다.

고국에 돌아가느니 차라리 물에 빠져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차마 뱃전에서 몸을 던질 용기가 없었다. - 이용숙

 

 

 

  일본의 군대와 정치 지도자들은 위안소’ 설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성 노예가 군대의 사기를 진작하고점령지에서 강간을 억제하며군 사창가로 수입을 늘리고군인들 사이에서 성적으로 전염되는 감염병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공식 문서에서는 일본군 성 노예를 군수품으로 기록했다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전후 정부는 살아남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고사하고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기조차 꺼렸다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본군 장교들을 공개적으로 재판하고 유죄판결을 내렸지만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정부는 가난한 여성들의 문제로 취급하며 오히려 반일 정서와 친한 민족주의를 북돋우는 데 이용했다하지만 저자는 다분히 정치적으로 변모해버린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활동가들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의와 기억하기뿐 아니라 초국가적 연대를 보여준 사례들에 주목한다소녀상이 불러일으킨 공감, ‘나비 기금을 설립해 다른 분쟁 지역 희생자들을 돕는 연대를 보면서 저자는 성폭력을 근절시킬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주지한다바로 횡단의 정치.

 

 

 

  문화연구 학자 린넬 세콤베는 이렇게 말한다.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은 불일치·저항·선동이 아니다공동체의 연대와 상호 관계를 파괴하는 것은 통합과 합의의 명목으로 차이와 불일치를 억누르는 것이다.” 각자가 자기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하며그러므로 모든 지식은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는 믿음을 갖는 것그 어떤 지식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그렇게 서로의 시행착오를 배워가며 다양한 이론과 지식을 수용하고 계속해서 담론을 내부로 끌어들일 때 우리는 더 넓고 깊은 페미니즘적 유대를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횡단의 정치이며횡단의 정치가 자연스럽게 공유될 수 있을 때 성폭력은 근절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소녀는 우리 또래였어요과거의 우리가 아닐까요?” 이화여고 학생들이 주먹도끼’ 동아리를 만들어 100개 학교에 소녀상 복제품을 세우면서 한 인터뷰야말로 희생자와 나를 가르는 이분법을 넘어서는진정한 연대로 나아가는 힘이 아닐까이 끝없고 광범위한 성폭력의 역사를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일이지만그럴수록 더 분명하게 직시해야 하는 문제임을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강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성폭력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또한 개인·정치적이지만도 않으며심지어 (특별히젠더화된 억압의 도구도 아니다성폭력을 다른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불평등으로부터 떼어놓을 수 없으므로성폭력을 근절하거나 한다면 활동가들은 가해자 개인과 희생자로부터 주의를 돌려성차별주의인종주의식민주의경제적 불의이성애 규범주의트랜스 혐오군국주의기후 부정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부채질하는 체계화된 불의에 주목해야 한다다시 말해서 젠더 폭력에 맞서는 캠페인은 다른 진보적인 대의들과 연합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도번성할 수도세계를 바꿀 수도 없다. / 404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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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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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쓰기를 향한 예찬이 아름다움이 위대함!

상실 뒤의 회복을 책에서 구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

 

 

 

물건들은 바라는 게 많다그것들은 공간을 차지하고관심을 원하고가만두면 당신을 미치게 할 거다그러니 이것만 기억하자당신은 항공관제사와 같다아니지구상의 온갖 재즈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브라스 백밴드의 리더와 같다당신은 우주 속에 떠 있다세상의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 위에 서 있다머리를 뒤로 빗어 넘기고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지휘봉을 들고 온갖 열정적인 물건들에 둘러싸여서 말이다. ()

음악을 만들어낼 것이냐 미칠 것이냐그것은 순전히 당신에게 달려 있다. / 14p

 

 

 

  처음부터 목소리가 들린 것은 아니다베니는 술에 취해 1층 쓰레기더미 속에 누워있던 아빠를 트럭이 치는 불행의 사고를 목격한 후죽은 아빠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그로부터 1년 뒤한 목소리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나머지가 따라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온갖 사물들의 목소리가 시시때때로 들려왔다시든 상추의 한숨 혹은 유리창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모래의 울음 같은 것들에서문제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마치 옷에 진하게 배어서 털어낼 수 없는 냄새처럼 달라붙어 있기도 했다때로는 낮은 음역대로때로는 비명 같은 외침으로때로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어느 날엔 가위가 베니를 충동질하며 폴리 선생님을 찌르라고 부추겼다참다못한 베니는 일어나 한 발 한 발 선생님 앞에 나아가 제발 가위를 가져가달라고 애원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가위를 손에 들었다그리고는 이내 자신의 다리를 찔러버렸다.

 

 

 

온갖 사물의 목소리를 듣는 베니,

도서관에서 마주한 작지만 위대한 기적

 

 

 

  『우주를 듣는 소년이라니한 편의 동화 같은 판타지를 기대하게 되는 제목이다하지만 이야기는 아빠의 죽음 이후 온갖 사물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열네 살 소년 베니와 저장강박증을 지닌 엄마 에너벨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비극 뒤에 맞은 상실감과 고통에 주목한다베니가 사물들이 내는 목소리를 듣게 된 건 극도의 슬픔이 가져다준 충격 때문이었을까평범한 학교생활조차 해내기 어려울 정도로 사물들이 내는 소리에 예민해진 베니는 가위로 자신의 다리를 찔러버린 일을 계기로 상담과 병원입원퇴원을 반복하지만 그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이는 어디에도 없다엄마인 에너벨 역시 그녀대로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상처를 그러안은 채 생계의 위협과 베니의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충동저장강박증에 시달린다.

 

 

 

네가 두려워서 그러는 게 아닐까베니너는 두려워그래서 목소리를 듣는 거야.”

아뇨저는 목소리를 들어요그래서 두려운 거예요.” 그가 지쳐서 말했다. / 141p

 

 

 




 

 

 

 

  와해되지 못하고 끝없이 어긋나고 있던 베니와 에너벨을 붙든 건 뜻밖에도 이다학교 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베니는 공공 도서관으로 숨어들기 시작하면서 그 안에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낀다책을 읽는 동안에는 머릿속의 모든 목소리들이 점점 조용하고 고요해지고책들이 그의 주변에서 펼쳐내는 조용한 이야기에 안락한 누에고치 속에서 쉬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한편에너벨 역시 그녀의 쇼핑 카트로 스스로 뛰어들기라도 한 것처럼 정리의 마법이란 책을 마주한다책은 마치 혼자 돌아다닐 수 있는 것처럼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곳에마침 필요한 순간에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다이후 에너벨은 한 페이지 그리고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수습하기 어려웠던 마음과 어지러운 집안과 베니와의 관계를 차츰차츰 정리해나가기 시작한다그렇게 책은 두 사람의 무너진 마음을 매만지고 상처를 감당하고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여준다.

 

 

 

책은 첫 문장이 제일 중요하다첫 조우의 순간독자가 첫 페이지를 펼쳐서 시작하는 문구를 읽을 때그건 마치 누군가와 처음 눈이 마주치거나 처음 손을 잡는 것과 같다우리도 그것을 느낀다책은 눈이나 손이 없다사실이다그러나 책과 독자가 서로를 위한 존재라면둘 다 그것을 안다그리고 에너벨이 정리의 마법을 펼친 순간바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그녀가 첫 문장을 읽었을 때 그녀와 책 모두 등줄기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 125p

 

 

그후 에너벨이 다시 정리의 마법을 읽기까지는 한참이 걸렸지만책은 인내심이 많다우리는 당신들의 삶이 얼마나 긴박하고 절박한지 알고그래서 가만히 때를 기다린다. / 132p

 

 

베니도서관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지공공도서관은 꿈의 사원이고사람들은 늘 여기서 사랑에 빠지지어쩌면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실이야책은 결국 사랑의 작품들이야우리는 몸의 육체적 결합의 신비를 즐기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는 몰라도우리 중에 가장 재미없고 딱딱한 책들가장 낭만적이지 않은 책들조차 인간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어. / 248p

 

 

 




 

 

 

 

  이 소설이 흥미로운 건 베니와 에너벨 두 인물 외에 이 화자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은 말한다책은 사랑의 작품이라고우리 중에 가장 재미없고 딱딱한 책들가장 낭만적이지 않은 책들조차 인간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다고다만 동화 같은 이야기를 지어서 그 후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따위의 이야기로 꿈을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설령 아프더라도 책은 진짜를 담아 진짜’ 이야기로 읽는 이가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결국엔 베니 네 삶을 살 수 있는 건 너 뿐이라고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통해 저마다의 책을 써내려가는 작가가 아닐까작가 루스 오제키가 이 특별한 화자로 하여금 베니가 듣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독려했던 이유 역시 이 때문이리라.

 

 

 

위대한 모든 혁명가들도 모두 목소리를 듣고목소리에 의지했지!”

마틴 루서 킹이 누군지 안다는 것이 베나에게 발언할 용기를 주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요말하자면 어린애처럼요시인이나 혁명가나 뭐 그런 거 말고…….”

() “이봐시도한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지그래서 난 자네에게 당장 시도할 것을 제안하겠네작게 시작해야 해작은 시나 단순한 철학적 질문이나 작은 혁명으로 시작하는 거야.” / 298p

 

 

세상은 끝없이 창의적이고 그 생성적 속성이야말로 당신들의 일부분이다세상은 당신들에게 산과 강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과 바람과 바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그것을 말하기 위해 필요한 목소리를 주었다우리 책들은 그런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우리는 당신들을 돕기 위해 여기 존재한다. / 330p

 

 

보틀맨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모두 써 내려가게사물들이 하는 모든 말들을그들의 모든 문제들도…….”

사물들의 문제요?” 베니가 물었다.

그래사물들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사람들이 듣지 않지그래서 답답해하는 걸세당연히 답답할 수밖에누구도 자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분이 어떻겠나?” / 356p

 

 

 

  상실 뒤의 회복을 책에서 구하는 이 마법 같은 이야기에 어떻게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특별한 초능력을 지니지 않았어도 우리는 꽤 오랫동안 세상의 수많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읽고 또 써왔다우주를 듣는 소년은 이 사랑스러운 행위에 믿음을 실어주는 이야기라 좋았고읽는 내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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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산티아고 칼레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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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교훈을 모두 아우르는 찰스 디킨스의 명작 중에 명작!

위기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스푼북에서 기획된 ‘S 클래식 시리즈 찰스 디킨스 편다섯 번째 책은 오래된 골동품 상점이다.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들에 비하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희소성이 높은 작품을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책이다. 산업사회의 명암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상의 희비극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묘사했던 찰스 디킨스였던 만큼, 이 작품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모두 아우르는 훌륭한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찰스 디킨스의 명작

 




일찍 부모님을 여읜 넬은 할아버지와 함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어.

이 오래된 골동품 상점에선 옛날 갑옷, 녹슨 검처럼 오래되었지만 신비한 물건들이 많이 있었지. 넬과 할아버지는 종업원 청년이었던 키트와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하게 지냈어.

하지만 할아버지는 자기가 죽고 나면 넬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늘 걱정이었어. 그래서 손녀에게 남겨 줄 큰돈을 벌기 위해 도박에 손을 대는 바람에 큰 빚을 지게 되었어.

결국 돈을 갚지 못하면 사람들이 가진 부동산이든 물건이든 닥치는 대로 빼앗는 퀼프라는 사람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가게에서 쫓겨나고 말았지.

하루 아침에 떠돌이 신세가 되어 길을 가다 만난 친절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잘 곳을 구걸하며 다녀야 했지만 넬은 쇠약해진 할아버지를 극진히 돌보았어.

다행히 마턴이라는 교사를 만나 한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춥고 굶주린 채로 잉글랜드 전역을 도느라 넬의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뒤였어.

우리의 넬은 어떻게 될까? 한편 넬과 할아버지가 떠난 뒤 종업원이었던 키트는 마음씨 나쁜 퀼프의 꾐에 넘어가 도둑으로 몰리는 위기에 처했어. 이들에게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넬과 할아버지는 키트와 재회할 수 있을까?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소녀 넬이 할아버지와 운영하던 오래된 상점을 잃고 고난에 빠지지만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그런 가운데 위험한 선택을 하면서 위기를 좌초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마턴이라는 교사를 통해서는 선의의 아름다움을, 퀼프를 통해서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감동과 유익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양한 등장인물을 비롯해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어른이 읽기에도 재미있어 아이와 함께 읽기에 좋은 작품이다. 끊임없는 빚의 굴레, 빈곤의 어려움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애정을 잃지 않는 소녀 넬의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빛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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