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존 프럼 지음 / 래빗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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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상상력과 신화적 사고를 절묘하게 결합한 완성도 높은 SF문학!

김초엽천선란김청귤여기에 나는 존 프럼의 이름을 더하려 한다!

 

 

 

  생체 분해까지 4분 59, 4분 58, 4분 57……망했다완전히 망했다.

  ‘는 4세기 하고도 50년을 더 살았던 생을 뜻밖의 전송 오류로 마감하게 되었다는 것에 낙담한다이미 5분 전에 자신의 몸을 이루는 생체 패턴 정보가 클라우드를 통해 달로 제대로 전송되었고정상적이라면 출발지인 지구에 있던 자신은 분해되었어야 마땅하다테세우스법에 따르면 한 인간이 동시에 둘 이상의 개체로 존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니까그런데 분해 과정 속에서 오류가 발생해 의도치 않게 또 하나의 개체인 가 지구에 남게 되었으니아예 부스 안에서 폐기될 운명에 처해지고 만 것이다표제작인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은 복제기술과 생체 정보 전송을 통한 차원 이동오류나 포맷이 되지 않는 한 영생을 꿈꿀 수 있는 최첨단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복제 인간인 주인공이 뜻밖의 전송 오류로 디지털 유령 신세가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소설은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이른바 테세우스법으로부터 제기되는 의문이다고대 아테네인들은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고 귀환한 영웅 테세우스의 배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조금씩 수선한다그 과정에서 낡은 부품들이 서서히 교체되는데오랜 세월이 흐르자 배를 이루던 원래 부품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그렇다면 이 배를 과연 처음과 같은 배라고 할 수 있을까형태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후대의 배는 원래의 배와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이렇게 영웅이 탔던 배와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테세우스의 배는 논리적인 모순을 지니게 된다.

 

 

 

  인간의 생체를 무한히 복제할 수 있는 첨단 과학의 시대를 맞이한다 하더라도복제되면서 서로 다른 줄기로 분기한 두 인간이 함께 존재함으로써 야기되는 혼란은 결국 테세우스의 배와 같은 모순에 처할 수밖에 없다존 프럼은 바로 이러한 모순을 제기하며인간을 복제할 경우 즉시 원본의 의식을 클라우드에 동기화하는 동시에 원본을 파기해야 한다는 테세우스법을 소설 속에 정립한다하지만 주인공인 는 오류로 인해 파기되지 않고 살아남아 디지털 유령 신세인 잉여 인간으로 전락하고결국 복제의 세계를 거부하는 게토의 영역으로 들어가 자신을 소멸시키기로 선택한다그러나 유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게토에서는 다시금 영생을 갈구하는 복제 세계로 이행하고픈 뫼비우스의 굴레에 빠지고 마는데끝나지 않는 역설의 항로 속에서 분해와 재생을 거듭하는 테세우스의 배를 타고 영원히 해맬 수밖에 없는 ’, 어쩌면 우리 모두야말로 그 굴레 안에서 끝없이 맴도는 저주에 걸린 존재는 아닐는지.

 

 

 

5분 전에 나는 바로 이 전송 부스에서 클라우드를 경유해 달로 전송되었다세포 하나하나가 전송된다는 것은 아니다전송되는 것은 내 몸을 이루는 생체 패턴 정보이다달에 있는 수신기는 지구에서 송신된 정보를 바탕으로 라는 인간을 생체 프린트한다법률상 한 인간이 동시에 둘 이상의 개체로 존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니목적지인 달로 전송되는 순간 전송 부스는 출발지인 지구에 있단 인간을 분해해버린다나는 5분 전에 이 부스에서 이미 한번 분해되었다하지만 망할 놈의 전송 오류로 인해 달과 지구두 곳에서 프린트 되어버렸고이쪽에 있는 나는 겨우 5분 만에 폐기될 운명에 놓인 것이다. /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중에서 63p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어쩌면 또 하나의 테세우스의 배가 존재하지 않았을까하는 그런 의문이배를 수선한 누군가가 원래의 부품을 따로 모아서 조립한다면 그 배 역시 테세우스의 배가 아닐까테세우스의 배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지 않을까테세우스법은 두 번째 배를 무조건 폐기하는 대신영원의 요람에 독자적인 자리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중에서 98p

 

 

 



 

 

 

 

  이처럼 존 프럼은 자신의 소설집을 통해 인공지능분자 프린팅가상현실복제인간다차원 세계 등을 위시하여 고도로 발달된 미래 사회의 모습과 그것이 지닌 윤리적인 문제그 안에서 인간이 진정으로 자유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한다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에서는 내 인생이 내가 설정한 난이도의 게임이라면?’과 같은 가정 아래서무엇이 게임 속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 주인공이 극한까지 내몰림으로써 마침내 자아가 분열되고 마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유사한 형태의 소설 나의 디지털 호스피스」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바이트만큼 원하는 시나리오를 구입해 살 수 있는 뉴 리얼리티의 세계 속에서진짜 현실과 가짜 현실이라는 함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고뇌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다신의 소스코드에서도 지구를 포함한 우주 전체가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실은 프로그램화된 디지털 세계에 불과하다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통해 누가 전원 코드를 뽑아서 세상이 사라지면 어떡하지?”와 같은 섬뜩한 공포를 마주하게 한다.

 

 

 

라플라스는 날이 갈수록 거대해져만 갔다만물의 방정식을 응용해 우주를 해킹하는 기술을 보유한 것은 오직 라플라스뿐이었기에 경쟁자 따윈 없었다라플라스는 DU에서 채굴한 몇몇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점점 빠르게 더 많은 소우주를 만들어냈고그로 인해 더 많은 기술을 채굴하는 무한한 사이클에 들어섰다누구도 멈출 수 없는 라플라스의 폭주는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플랑크 길이에서 무한히 진동하며 우주를 존재케 한다는 뫼비우스 모양의 리본형 초끈처럼 무한한 궤도 위에 올랐다. / 회귀」 중에서 188p

 

 

 




 

 

 

 

  「신의 소스코드에서 철학 교수이자 뇌과학자인 대니얼 핸슨은 이렇게 말한다. “한때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어. (그로부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지구가 숱한 행성 중 하나에 불과하나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다시 한참이 지나서야 우주를 탐험하기 시작했지다시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우주를 포함한 모든 세계가 시뮬레이션 안에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어그리고 이제는 다차원 구조에 관해 알게 되었지만여전히 많은 것들이 미지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자신들의 거대한 질서 속에 개인을 철저히 이속시키려 하면서도 끊임없이 분열을 가한다신의 소스코드를 뒤져가며자신의 꼬리를 먹고 자라는 우로보로스 밖으로도넛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연구했던 안나 한처럼 우리는 세계 너머를 자주 의식하며 테세우스의 배에서 탈주를 감행하는 위대한 모험가가 될 수 있을까이제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다.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말했듯 자유의지란사실은 환상에 불과할까물리적 인과의 연쇄 작용은 자유의지가 끼어들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걸까설령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이 끔찍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정말로 자유로운 것일까.

(어쩌면 자유의지는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자유의지라는 것은 인간이 짊어지기엔 너무나도 무거운 짐은 아닐까. / 회귀」 중에서 207p

 

 

어떤 신비한 초월자가 아닌나와 같은 프로그래머가모니터 앞에 안장 키보드나 두드리는 너드 따위가신의 자리를 대체한다는 것은 어딘가 쿨하짐 못한 구석이 있었으니까요나처럼 두꺼운 안경을 쓰고 키보드 앞에 앉아 있는 너드가과자 부스러기가 묻은 땀에 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컴퓨터광이우리의 조물주라니……. / 신의 소스코드」 중에서 268p

 

 

 

  과학적 상상력과 신화적 사고를 절묘하게 결합하여 SF를 상당히 완성도 높은 문학적 장르로 이끌어낸 작가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최근 한국 문단에서 SF의 존재감이 점차 두드러지는 가운데 또 하나의 결을 꿰차며 자신만의 세계를 밀고 나가는 과단성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사실 리뷰에 쓴 말보다 하지 않은 말이 더 많다한 권의 책에서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좋은 작가를 얻었다는 뜻이 아닐까이름을 보고 외국 작가인줄 알았는데 실은 필명이었다는 반전이 작가에 대한 신비로움을 더하는 만큼앞으로도 놀랍도록 신선한 작품을 더 많이 내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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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 아빠와 딸,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꾼 베이킹 이야기
키티 테이트.앨 테이트 지음, 이리나 옮김 / 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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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먼 영국에서 날아온 가슴 벅찬 감동의 이야기!

더 이상 자신의 삶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어줄 책!

 

 

 

(아빠)아내와 나는 키티를 보며 성장하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의식 과잉의 십 대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인기가 많고 성적도 좋은우울과는 거리가 한참 먼 아이였다아니매일 아침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우리 방으로 뛰어들곤 했던 밝은 아이였다그렇게 모두를 웃게 했던 열네 살 나의 막내딸이 영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고민 끝에 하던 일을 관두고 키티가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주려고 갖은 시도를 했다빵 굽기는 그중 하나였다다행히도 키티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키티()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자신만만하고 확신에 차 있다가도 느닷없이 불안해서 온몸이 얼어붙어 버렸고 내가 그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마치 블록 하나를 너무 빨리 빼내는 바람에 순식간에 무너진 젠가처럼나는 무너졌다나는 엄마 아빠가 모든 걸 이해해보려 애쓰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던 어느 날아빠가 빵을 함께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오븐에서 막 꺼낸 뜨거운 빵에서는 타닥타닥쉭쉭 소리가 났다그건 마치 빵이 들려주는 노래 소리빵이 부리는 연금술 같았다나는 단숨에 빵과 사랑에 빠졌다.

 

 

 

오븐에서 갓 나온 빵에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브레드송거기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있었다.” / 책 속에서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는 열네 살에 우울증을 앓게 된 딸과 그런 딸을 돕고 싶어 나선 아빠가 함께 베이킹을 하면서 찾아온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다우연히 아빠의 제안으로 빵을 만들기 시작한 키티는 여기에 푹 빠지게 되고 매일 빵 굽는 시간을 위해 살기 시작한다빵을 먹는 속도보다 만드는 속도가 더 빨라지기 시작하자 이웃에게 빵을 나눠주기로 하는데다행히 사람들은 키티의 빵을 받고 진심으로 기뻐한다점차 주문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키티가 항상 입는 오렌지색 멜빵바지에서 힌트를 얻어 오렌지 베이커리란 이름을 내걸고 빵 구독 서비스에 도전해보기로 한다그렇게 책은 아빠와 키티가 베이커로 거듭나기 위한 우여곡절의 시간과 도전을 담은 성장기를 통해 갓 구운 빵 한 덩이의 온기와도 같은 따스한 감동을 전한다.

 

 

 

이 일상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숨어 있었다.

키티가 자기 전에 반죽을 만들어놓으면우리는 아침에 빵을 굽고 포장한 다음 거리를 오르내리며 빵을 배달했다아주 잠깐이었지만키티가 반죽으로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거나 캐러롤의 뚜껑을 열거나 아직 따뜻한 빵을 건넬 때 한 번씩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건 키티가 어두운 생각에 잠식당하지 않았을 때의 미소였고애써 지어내는 게 아닌 진심 어린 미소였다. / 24p

 

 

나 매니큐어 칠하거나 드레스 입는 거 별로 안 좋아해밀가루 포대 500킬로그램을 들어 올리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고 싶어커피를 좋아하지 않지만그것도 해볼래내가 살아낼 수 있는 삶인 것 같아내가 원하는 게 바로 저거야나는 강해지고 싶어.” / 40p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의 이야기가 이토록 사랑스러운 건한결같이 너그럽고 열린 태도로 키티의 가족을 응원해준 와틀링턴 마을 사람들과 키티의 열정에 기꺼이 가르침을 전해준 베이커들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전한 진심어린 마음 덕분이 아닐까옆집 방갈로로 이사 온 70대 할아버지 피터는 온화한 공감과 위로를 통해 키티의 사정을 쓰다듬어 주었고줄리엣 아주머니는 자신의 집 오븐을 써도 좋다며 기꺼이 주방을 내어주었다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던 베이커들은 모두 키티를 믿어주었고귀한 시간을 선뜻 내주며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나눠주었다이 외에도 오렌지 베이커리가 탄생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 후원에 나서준 수많은 사람들의 애정어린 응원까지어쩌면 키티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베이킹을 향한 열정뿐만 아니라 그녀의 꿈을 지지하고 인내해준 가족과 다정한 이웃들의 관심 덕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마이트의 짭짤함이 빵의 속살에 전혀 다른 맛을 더했고다 구워진 빵 껍질에는 잔가지 같은 무늬가 생겨났다모든 면에서 정말 위로가 되는 빵이었다.

우리 빵을 주문해 먹는 고객은 모두 우리 집에서 2킬로미터 반경 안에 살았다우리는 빵을 약간 식힌 다음 바로 자전거 바구니에 넣어 배달을 가곤 했다이건 키티에게(솔직히 말하면 내게도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사람들 앞에 나서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나는 우리의 이 짧은 여름이 지나면 또 어떤 날들이 이어질지 내심 두려웠지만키티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키티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사람들은 키티의 빵을 받고 진심으로 기뻐했다고마워하는 고객에게 따뜻한 빵을 건네며 키티의 안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 35p

 

 

코펜하겐에 있는 동안 울라 할머니는 호밀빵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다호밀빵을 만드는 데는 이틀이 걸렸고우리가 영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에 딱 맞춰 빵이 완성되었다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배낭 안에 넣은 호밀빵은 온기가 등으로 전해졌다울라 할머니의 가족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그들 덕분에 내가 일상을 벗어나도 공황발작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으며나아가 큰 자신감을 얻었다는 사실을우리는 울라 할머니한테 배운 레시피로 호밀빵을 만들어 울라브뢰드라는 이름을 붙여서 오렌지 베이커리에서 판매했다. / 128p

 

 

 




 

 

 

 

  책의 말미에는 오렌지 베이커리만의 특별한 빵 레시피가 담겨 있다재료 준비와 만드는 과정을 비롯해 먹는 방법까지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그야말로 빵덕후의 심장을 저격하는 페이지다결국 참을 수 없어 빵집으로 달려가 치아바타와 블루베리 식빵을 업어왔다는 말씀여기에 위트 넘치는 부녀의 사진과 책 곳곳에서 빛나는 아빠 앨의 아기자기한 그림까지키티는 말한다나는 반죽의 언어로 말한다고내가 만든 레시피로 빵을 만들 때면 심장이 거의 벗어날 만큼 쿵쿵 뛴다고자신만의 언어를 찾아 그곳에 열과 성의를 다 쏟아 부은 키티에게 이제 정신적 고통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더 이상 자신의 삶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키티의 이야기가 온전한 용기와 희망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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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방울 채집 - 곁을 맴도는 100가지 행복의 순간
무운 지음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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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행복의 언어를 길어올리는 이삭과 보리!

일상의 작은 행복을 수집해 나가다보면 어느 새 내 마음은 좀 더 단단해져 있을 거예요!

 

 

 

 

  부앙갑자기 폭발하듯 질주하는 오토바이 소음에 어깨가 들썩일 만큼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맞은 편 상가에서 올라오는 술 취한 사람들의 고성빵빵거리는 자동차 경적소리에 해가 질 무렵이면 창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게 일상이 되었다두해 전한적한 시골 같은 동네로 이사를 온 건 높다란 건물 틈 사이의 번잡한 도심이 아닌창문을 열었을 때 하늘이 먼저 보이고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아침을 맞고 싶었기 때문이다아침 해가 떠오르면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 자신만의 텃밭을 일구는 이웃 어르신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며 잠을 깨운다햇빛 냄새 푹 묻어나라고 빨래를 한가득 널어놓으면 얼룩진 내 마음까지 보송보송해지는 것 같다기찻길 담벼락을 따라 난 산책길을 가만가만 걷다보면 잎사귀 가득한 푸릇함에 눈과 마음까지 선선해진다.

 

 

 

  “이렇게 커다란 벚나무가 곁에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까?” 마음 방울 채집』 속에서 이삭과 보리는 집 담벼락을 따라 핀 벚꽃을 넋 놓고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그 존재감만으로도 든든해지는 내 마음한 해가 지나 다시 이 자리에서 피어나는 꽃을 맞을 때면 나의 1년이 무탈하게 흘러갔음에 감사하게 된다비록 그 순간순간은 힘든 일의 연속이었을지라도 한 해가 지나 멀찍이서 바라보면 제법 견딜만한 것이 된다.

 

 

 

  어느 하나 똑같은 순간이 없기에 아름다운 사계절그 안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다음 해를 기약하는 꽃잎사귀… 이렇듯 자연이 주는 일상이 행복한 이유는다채로운 변화 속에서 단단하게 자신의 삶을 일구는 그 모든 생명에게서 또한 내 모습을 발견하고 다정한 위로를 얻기 때문일 것이다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삶의 가장 따뜻한 순간을 포착해내고 행복의 언어를 길어 올리는 이삭과 보리처럼.

 

 

 

보리마음이 방울방울해.”

그게 무슨 말이야?”

행복하다는 말!” / 책 속에서

 

 

 




 

 

 

 

꽃가람 마을에서 날아온 행복의 언어

 

 

  『마음 방울 채집은 우리 곁은 맴돌고 있지만 보지 못했던 100가지 행복의 순간을 담백한 글과 몽글몽글한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에세이다무운 작가는 이삭과 보리라는 귀여운 토끼 캐릭터와 이들의 반려 강아지인 망두무리를 지어 다니는 개구락찌가 아름다운 꽃가람 마을에서 보내는 사계절을 통해 각자의 행복을 찾아보기를 제안한다내 마음의 정원에 꽃을 피워줄 계절 봄메마른 흙과 내 마음에 물을 듬뿍 주어야 하는 계절 여름알록달록 내 마음도 물드는 계절 가을켜켜이 쌓이는 눈처럼 사랑하는 이와의 모든 순간을 쌓아갈 계절 겨울도심 속에 있었다면 그저 무심하게 흘려보냈을 계절들을 오롯이 느끼며 살아가는 꽃가람 마을 친구들을 바라보며 내 마음의 행복 언어도 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마음 한편에 방울을 모은다는 건 우리가

조금씩 선명해진다는 거야. / 책 속에서

 

 

 




 

 

 

 

  저마다 손꼽아 기다리는 계절의 풍경이 있을 것이다어쩌면 내가 기다리는 그 계절의 풍경이그 안에 머물러 있던 순간이 내가 한때 채집한 행복의 모습이 아닐까그렇게 채집한 행복이 오늘을 좀 더 단단하게 살아가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며일상의 작은 기쁨을 모아나가 보시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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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쓸모 -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쓸모 시리즈 3
김응빈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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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 대한 기본 지식과 흥미도를 높여줄 수 있는 대중과학서!

쓸모 그 너머의 생물학적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책!

 

 

 

  생물학은 한마디로 생명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이다본질적으로는 생물을 대상으로 생명의 기원과 생명현상을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21세기 생물학은 수많은 유전자와 단백질화합물 사이를 오가는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규명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아우르는 전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시스템의 최소 단위에서부터 기후 환경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바이오 기술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언어를 읽는다는 것은 그저 쓸모라는 말만으로는 형용하기 어려운그 너머의 가치까지 감각하고 이해하는 일일 것이다그것은 곧인간은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며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복합적인 유기체라는 것을 끊임없이 자각해야 한다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에 다다르는 일이기도 하다.

 

 

 

자연!

우리는 자연에 둘러싸여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자연에서 떨어져 나올 힘도자연을 넘어서 나아갈 힘도 없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212p

 

 

 

  『생물학의 쓸모는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김응빈 교수가 쓴 생물학의 잠재력과 바람직한 쓸모에 관한 책이다세포호흡, DNA, 미생물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생물을 이루는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는지 그에 따른 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살핌으로써 인류의 기원은 물론 미래까지 찬찬히 톺아본다생명현상의 최소 단위인 세포가 처음 발견되기 시작한 이래로 줄기세포기술로 발전하기까지현대 생물학의 아이콘이자 유전자의 물질적 실체인 DNA가 인간게놈프로젝트로 진행되기까지박멸의 대상에서 팬데믹 시대의 생존 지식으로 재탄생한 미생물의 높아진 위상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의 진화과정과 현주소를 살펴본다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생물학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물질적 성분으로만 보면 뇌는 머리뼈로 둘러싸인 약 1.4킬로그램의 지방과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다하지만 세포 수준에서 살펴보면 자그마치 1,000억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뉴런)가 100조 개가 넘는 연결을 이루고 있다이러한 연결망을 지도로 연결한 것이 커넥톰이다. / 27p

 

 

인간의 몸에는 서로 다른 200여 가지의 세포가 있다하지만 그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세포는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에서 만들어진다이렇게 수정란이 개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발생이라고 한다인간을 예로 들면대략 지름 0.1밀리미터무게 0.000004그램짜리 세포 하나가 평균 38(266동안 급속히 분열하고 정교하게 분화되면서 새로운 인간이 생겨나는 놀라운 사건이다우리나라 통계에 따르면신생아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각각 49센티미터와 3킬로그램 정도다불과 아홉 달 정도 만에 하나의 세포가 수십억 배로 늘어나는 성장 속도도 놀랍지만미세한 세포에서 어여쁜 아기로 변신하는 발생 과정은 가히 기적과도 같다. / 29p

 

 

 



 

 

 

 

  “당 떨어졌네.”

  우리는 뭔가에 몰두하다가 머리가 잘 안 돌아갈 때 흔히 당이 떨어졌다고 표현한다그런데 이게 제법 과학적인 표현이라고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포도당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세포에서 포도당 1그램을 태우면 4킬로칼로리 정도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우리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었다고 느끼면 몸이 스스로 포도당을 원하는 것이다한편엄동설한에 밖에 나가면 나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릴 때가 있다저자는 이를 가리켜 떨림 열발생이라고 하는데추위에 맞서 체온을 유지하려고 근육을 비벼서 열을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온도가 낮은 환경에 있으면 인체는 먼저 비떨림 열발생을 통해 열생산을 늘리고그러다가 이 방법이 한계에 달하면 떨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하니 우리의 인체는 정말 알면 알수록 놀랍다이처럼 책을 읽다보면 평소 일상 속에서 느낀 여러 궁금증들을 해결할 수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항상성을 유지하거나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켜 상처를 아물게 하는 등 개체의 정상 기능 유지를 돕는다성체줄기세포가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는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그 가운데 하나가 각질이다각질형성세포는 표피의 맨 아래쪽에 있는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지며보통 2주에 걸쳐 증식하고 분화하면서 표피의 맨 바깥쪽인 각질층으로 이동한다그리고 다시 2주 정도가 지나면 피부 표면에서 떨어져 나간다이게 흔히 말하는 각질의 정체이며결국 각질은 새 피부고 꾸준히 생겨난다는 생생한 증거다그러니 지저분하다고 눈살을 찌푸리지만 말고 생물학적 의미를 떠올리며 새 피부가 잘 만들어지고 있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 37p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감염병 발생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 멸망의 시나리오로 내다본 우리의 미래는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일까이 책을 읽다보면 감사하게도 우울한 미래의 전망을 뒤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물학자들의 노고가 매만져진다특히 결국 우리 삶은 미생물에 달려 있다던 저자의 말처럼미생물이라 불리는 한없이 작은 것들의 한없이 큰 쓸모에 대한 의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책의 메시지가 무엇보다 크게 다가온다미생물은 박멸해야 하는 공공의 적이 아니라 늘 곁에 두고 함께 살아야 하는 동반자이며인간 중심적인 환경관이 아닌 생태주의적 가치관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썩지 않는다는 것은 미생물이 물에 있는 유기물을 깨끗이 먹어치워 완전히 분해한 상태다시 말해 여러 미생물이 세포호흡을 완벽하게 수행한 결과라는 뜻이다물이 흐르면 미생물이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된다보통 자연수에 녹아 있는 산소량곧 용존산소량은 1리터당 10밀리그램 정도다문제는 먹을 것곧 오염물이 많을수록 미생물에게는 그만큼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이처럼 미생물이 오염물을 분해할 때 필요한 산소량을 생물학적(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라고 한다.

당연히 BOD는 오염물 함량에 비례해 많아진다하수의 BOD는 보통 자연 용존산소량의 약 20배에 달한다이런 하수가 그대로 강이나 호수로 흘러들면 거기에 사는 미생물들은 특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신이 난다하지만 수생생태계 전체로 보면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하면서 산소를 써버리면자칫 물고기의 떼죽음으로 이어져 심각한 환경피해를 연쇄적으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71p

 

 

질소고정세균은 이 견고한 결합을 끊고 수소원자를 붙여 암모니아를 만들어내야 한다이는 깐깐한 솔기를 한땀씩 끊고 다시 새로운 땀을 떠야 하는 바느질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지구의 모든 생명이 이 과정에 의존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미물(微物)이 미물(美物)로 느껴질 정도다비와 함께 내리치는 번개도 질소기체의 결합을 끊어 비옥한 빗물을 뿌리기는 한다하지만 질소고정세균에 비하면 생명에게 주는 도움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질소고정세균이 만든 암모니아는 흙 속의 여러 세균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 138p

 

 

 




 

 

 

 

  일부 전문적인 개념은 일반 독자가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생물학의 기능과 잠재력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쓴 책이라는 점에서 생물학에 대한 기본 지식과 흥미도를 높여줄 수 있는 책이다생물과 무생물과의 공생을 생각하는 생물학적 사고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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큔, 아름다운 곡선 자이언트 스텝 1
김규림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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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궁금해지는 소설입니다. 작가님의 첫걸음을 응원하며 또 하나의 멋진 SF소설이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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