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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 아빠와 딸,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꾼 베이킹 이야기
키티 테이트.앨 테이트 지음, 이리나 옮김 / 윌북 / 2023년 6월
평점 :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h/j/hjh8s/IMG_20230623_1111.jpg)
저 먼 영국에서 날아온 가슴 벅찬 감동의 이야기!
더 이상 자신의 삶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어줄 책!
앨(아빠)_ 아내와 나는 키티를 보며 성장하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의식 과잉의 십 대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인기가 많고 성적도 좋은, 우울과는 거리가 한참 먼 아이였다. 아니, 매일 아침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우리 방으로 뛰어들곤 했던 밝은 아이였다. 그렇게 모두를 웃게 했던 열네 살 나의 막내딸이 영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고민 끝에 하던 일을 관두고 키티가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주려고 갖은 시도를 했다. 빵 굽기는 그중 하나였다. 다행히도 키티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키티(딸)_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자신만만하고 확신에 차 있다가도 느닷없이 불안해서 온몸이 얼어붙어 버렸고 내가 그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치 블록 하나를 너무 빨리 빼내는 바람에 순식간에 무너진 젠가처럼, 나는 무너졌다. 나는 엄마 아빠가 모든 걸 이해해보려 애쓰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빵을 함께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오븐에서 막 꺼낸 뜨거운 빵에서는 타닥타닥, 쉭쉭 소리가 났다. 그건 마치 빵이 들려주는 노래 소리, 빵이 부리는 연금술 같았다. 나는 단숨에 빵과 사랑에 빠졌다.
“오븐에서 갓 나온 빵에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브레드송, 거기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있었다.” / 책 속에서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는 열네 살에 우울증을 앓게 된 딸과 그런 딸을 돕고 싶어 나선 아빠가 함께 베이킹을 하면서 찾아온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다. 우연히 아빠의 제안으로 빵을 만들기 시작한 키티는 여기에 푹 빠지게 되고 매일 빵 굽는 시간을 위해 살기 시작한다. 빵을 먹는 속도보다 만드는 속도가 더 빨라지기 시작하자 이웃에게 빵을 나눠주기로 하는데, 다행히 사람들은 키티의 빵을 받고 진심으로 기뻐한다. 점차 주문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키티가 항상 입는 오렌지색 멜빵바지에서 힌트를 얻어 ‘오렌지 베이커리’란 이름을 내걸고 빵 구독 서비스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책은 아빠와 키티가 베이커로 거듭나기 위한 우여곡절의 시간과 도전을 담은 성장기를 통해 갓 구운 빵 한 덩이의 온기와도 같은 따스한 감동을 전한다.
이 일상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숨어 있었다.
키티가 자기 전에 반죽을 만들어놓으면, 우리는 아침에 빵을 굽고 포장한 다음 거리를 오르내리며 빵을 배달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키티가 반죽으로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거나 캐러롤의 뚜껑을 열거나 아직 따뜻한 빵을 건넬 때 한 번씩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건 키티가 어두운 생각에 잠식당하지 않았을 때의 미소였고, 애써 지어내는 게 아닌 진심 어린 미소였다. / 24p
“나 매니큐어 칠하거나 드레스 입는 거 별로 안 좋아해. 밀가루 포대 500킬로그램을 들어 올리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고 싶어. 커피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도 해볼래. 내가 살아낼 수 있는 삶인 것 같아. 내가 원하는 게 바로 저거야. 나는 강해지고 싶어.” / 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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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의 이야기가 이토록 사랑스러운 건, 한결같이 너그럽고 열린 태도로 키티의 가족을 응원해준 와틀링턴 마을 사람들과 키티의 열정에 기꺼이 가르침을 전해준 베이커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전한 진심어린 마음 덕분이 아닐까. 옆집 방갈로로 이사 온 70대 할아버지 피터는 온화한 공감과 위로를 통해 키티의 사정을 쓰다듬어 주었고, 줄리엣 아주머니는 자신의 집 오븐을 써도 좋다며 기꺼이 주방을 내어주었다.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던 베이커들은 모두 키티를 믿어주었고, 귀한 시간을 선뜻 내주며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나눠주었다. 이 외에도 ‘오렌지 베이커리’가 탄생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 후원에 나서준 수많은 사람들의 애정어린 응원까지. 어쩌면 키티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베이킹을 향한 열정뿐만 아니라 그녀의 꿈을 지지하고 인내해준 가족과 다정한 이웃들의 관심 덕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마이트의 짭짤함이 빵의 속살에 전혀 다른 맛을 더했고, 다 구워진 빵 껍질에는 잔가지 같은 무늬가 생겨났다. 모든 면에서 정말 위로가 되는 빵이었다.
우리 빵을 주문해 먹는 고객은 모두 우리 집에서 2킬로미터 반경 안에 살았다. 우리는 빵을 약간 식힌 다음 바로 자전거 바구니에 넣어 배달을 가곤 했다. 이건 키티에게(솔직히 말하면 내게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나는 우리의 이 짧은 여름이 지나면 또 어떤 날들이 이어질지 내심 두려웠지만, 키티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키티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사람들은 키티의 빵을 받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고마워하는 고객에게 따뜻한 빵을 건네며 키티의 안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 35p
코펜하겐에 있는 동안 울라 할머니는 호밀빵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다. 호밀빵을 만드는 데는 이틀이 걸렸고, 우리가 영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에 딱 맞춰 빵이 완성되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배낭 안에 넣은 호밀빵은 온기가 등으로 전해졌다. 울라 할머니의 가족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들 덕분에 내가 일상을 벗어나도 공황발작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으며, 나아가 큰 자신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울라 할머니한테 배운 레시피로 호밀빵을 만들어 ‘울라브뢰드’라는 이름을 붙여서 오렌지 베이커리에서 판매했다. / 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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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말미에는 오렌지 베이커리만의 특별한 빵 레시피가 담겨 있다. 재료 준비와 만드는 과정을 비롯해 먹는 방법까지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야말로 빵덕후의 심장을 저격하는 페이지다. 결국 참을 수 없어 빵집으로 달려가 치아바타와 블루베리 식빵을 업어왔다는 말씀! 여기에 위트 넘치는 부녀의 사진과 책 곳곳에서 빛나는 아빠 앨의 아기자기한 그림까지…. 키티는 말한다. 나는 반죽의 언어로 말한다고. 내가 만든 레시피로 빵을 만들 때면 심장이 거의 벗어날 만큼 쿵쿵 뛴다고.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 그곳에 열과 성의를 다 쏟아 부은 키티에게 이제 정신적 고통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더 이상 자신의 삶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키티의 이야기가 온전한 용기와 희망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