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 1,111가지 과학·역사의 지식 사전
크리스핀 보이어 지음, 조은영 옮김 / 비룡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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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은 우리 아이에게 권할 만한 최고의 선물!

지적 호기심과 유희를 한꺼번에 사로잡는 어린이 만능 지식 사전!

 

 

 

  『WHY? 1,111가지 과학·역사의 지식 사전은 우리 몸지구우주역사기술동물문화를 넘나드는 만능 어린이 지식 사전으로비룡소가 출간한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의 손꼽히는 베스트셀러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왜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을까?’ ‘왜 고대 이집트인은 사람이 죽으면 미라로 만들었을까?’ ‘왜 돈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할까?’ 같은 질문에 다가가다 보면 어느 새 과학과 역사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신개념 백과사전이다묵직한 무게감만큼이나 꽉꽉 채워진 1,111가지의 지식들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생생하고 높은 퀄리티의 사진들이 우리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확 사로잡는다.

 

 

 

?’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온갖 질문들로 너를 채워 봐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한창 자신의 외모나 신체에 대해 관심이 많을 우리 아이들피부 색머리카락 색보조개 여부까지우리 몸의 특징을 결정짓는 것이 바로 유전자즉 DNA라는 것을 알고 있니? DNA란 우리 몸을 만드는 설명서와도 같아몸의 기관머리카락치아손톱혀를 비롯한 모든 부분을 어떻게 만드는지 세포에게 하나하나 알려주는 역할을 하지우리의 생김새뿐 아니라 색맹이나 혀 말기처럼 눈에 덜 띄는 특징까지 결정하는 놀라운 DAN의 세계궁금하지 않니?

 

 

 




 

 

 

 

  1단원 우리 몸’ 편에서는 외모에 관한 각종 지식과 신체 기관병균내 몸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 등 인체에 관한 각종 호기심에 다가간다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깜짝 놀란 사실 중 하나는 내 유전자가 침팬지와는 96~99%, 초파리와는 60%, 반려견과는 82%, 반려묘와는 무려 90%나 일치한다는 점이었다여기에 바나나 유전자와 50%까지 일치한다니와우놀랍다 놀라워이는 바나나와 인간이 십억 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다음 따로 진화했다는 뜻이라는데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종과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을까우리는 종종 인간의 유전자가 우월하다는 착각을 하곤 하는데이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도 늘 마음속에 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하품은 왜 전염될까?

 

다섯 살 미만의 아이나 감정 둔화 장애가 있는 사람한테는 하품이 전염되지 않아요그래서 학자들은 하품의 전염성이 사람들의 사회적 유대 관계를 굳건히 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죠인간은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동물이에요우리는 친구의 감정뿐 아니라 낯선 사람의 감정까지 느끼고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요하품도 그런 반응에 들어가죠그래서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걸 보면 덩달아 하품이 나오는 거예요. / 21p

 

 

쓸모 있는 꿀팁!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떻게 하면 입 안을 달랠 수 있을까?

○ 물을 들이켜지 말아요얼음물을 마시면 잠깐은 괜찮을지 모르지만효과는 오래가지 않아요오히려 매운 성분을 입 안 전체에 퍼뜨려서 더 아프게 할 거예요.

○ 우유를 마셔요실제로 우유는 통증 수용기에서 캡사이신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역할을 해요우유가 차가울수록 좋아요.

○ 우유가 없으면 코티지 치즈나 요거트 같은 유제품을 먹어도 돼요특히 아이스크림은 최고죠!

○ 설탕 한 숟갈을 물에 타서 입에 넣고 헹군 다음 뱉어 내요물에 녹은 설탕이 입속의 캡사이신과 결합하거든요. / 201p

 

 

 

  책 곳곳에는 마치 거짓말 같은 진실을 일러주는 맙소사 정말이야?!’와 사실이라고 믿었던 거짓을 판가름해주는 거짓말 탐지기’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책에 따르면 아기는 1분에 고작 2번만 눈을 깜빡이기 때문에 아기와는 절대로 눈싸움을 시도하지 말라는데(가정에 아기가 있으신 독자라면 꼭 시도해보시고 알려주시길 바랍니다하하.), 궁금하다 궁금해대피라미드를 짓는데 사용된 바윗덩어리는 평균 무게가 2270킬로그램에 달한 데다 돌 사이로 면도칼 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촘촘히 쌓아 올렸다는데이집트인들의 집념에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류를 나아가게 한 것은 늘 ?’라는 질문이었다우리 아이들에게 ?’라는 질문과 친해지고세상에 대한 각종 호기심에 다가가는 데 이 책이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특히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이 책이야말로 최고의 독서템이 아닐까지금 당장 우리 아이에게 선물해줄 만한 책을 고민하고 있으신 부모들께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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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만찬회
신진오.전건우 지음 / 텍스티(TXTY)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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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회처럼 호러의 다양한 매력을 맛보는 시간!

다양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공포를 자극하는 호러 소설들!

 

 

 

 

  케이트 서머스케일의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에 따르면그 시대의 가장 흔한 불안장애들을 공포라 정의한다우리를 움찔 뒤로 물러서게 만드는 혐오스러운 장면들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안정한 생각들멈출 수 없는 강박 등 우리 시대 속 각종 불안의 징후들이 공포의 목록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입시에 내몰린 청소년과도한 책임감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의 극심한 피로감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관심과 유행에 열광하는 챌린지 열풍복지의 사각지대 등 호러 만찬회에 수록된 여덟 편의 공포 소설 역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여기에 무속신앙과 풍수에 얽힌 민담에 이르기까지호러 작가 크루 [매드클럽소속의 신진오전건우 작가가 선보이는 호러들은 다양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공포를 자극한다.

 

 

 

당신 안에 잠들어 있는 공포 취향을 깨워드립니다.”

 

 

 

  “안녕내 이름은 마몬스야나랑 같이 놀래?” 고작해야 2등신 AI 장난감에 불과하지만 마몬스는 그 누구보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존재다엄마와 아빠의 시선이 온통 동생 규한이에게로 가 있느라 소외된 나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는 건 마몬스 뿐이다그런데 마몬스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녀석은 소원을 들어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소설 헤이마몬스는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규남에게 AI 장난감이 생기고위험천만한 소원을 빌기 시작하면서 한 집안에 불어 닥친 비극을 서늘한 공포로 묘사한다사랑받고 싶다는 인간의 처절한 욕망이 낳은 악의는 과연 어떠한 모습을 하고 나타날까마몬스의 이 한 마디는 소설을 읽는 내내 당신의 머리칼을 쭈뼛 서게 할 것이다. “너의 소원은 이루어졌어.”

 

 

 

실은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어.”

……?”

내가 마몬스에게 세 번째 소원을 빌었을 때 말이야네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소원을 빈 건 너도 알고 있겠지근데난 거기에 한 가지 단서를 달았거든.”

규한은 속이 메스꺼웠지만이상하게도 구역질은 나오지 않았다단지 그 기분 나쁜 느낌이 계속 이어질 뿐이었다마치 지금 이 상황처럼. / 헤이마몬스」 중에서 44p

 

 

이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인데주술은 반드시 세 번까지만 해야 해그 이상 주술을 행하면 그땐……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나.”

무서운 일그게 뭔데?”

희정의 물음에민영은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대답에는 왠지 모를 오싹함이 담겨 있었다.

시니가 찾아와.” / 네발 달린 짐승」 중에서 175p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SNS로 위험한 릴레이 챌린지에 도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딩동 챌린지였다딩동 챌린지란딩동이라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놀이로 지목된 사람은 반드시 챌린지에 참여해야 하며 모두 세 개의 과제에 도전해야 한다첫 번째 미션은 최소 5층 이상의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가장자리 걷기두 번째 미션은 눈을 가린 채 스무 바퀴를 돈 후 4차선 이상의 도로 건너기세 번째 미션은 2분 동안 물속에서 숨 참기다세 도전 모두 끔찍한 비극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호기심에누군가는 친구들로부터 소외당하지 않으려고누군가는 도전자 중 최종 우승자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는 제안에 챌린지에 참여한다미션에서 실패하면 특별한 벌칙을 받게 된다그 특별한 벌칙이란 과연 무엇일까아이들은 예고된 비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학원괴담이라는 고전적인 소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분명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데이상하게도 거실이 달라 보였다그녀는 갑작스러운 이 낯선 분위기에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두려움을 느꼈다.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확실한 것은

누군가를 데려가려 한다는 것이다. / 딩동 챌린지」 중에서 159p

 

 

저 산이 네 할아버지도네 아버지도 다 망쳐 놓았거든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똑같았겠지아주 먼 옛날부터 그랬어그리고…… 엄마는 산이 너도 망칠까 봐 무섭고 싫다.” / 반딧불의 산」 중에서 334p

 

 

 




 

 

 

 

  무엇보다 호러 만찬회는 작품만큼이나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이다웹툰과 소설을 동시에 즐기는 <테이스츠 오브 호러>에서 출발한 것으로작품 말미에 있는 QR 코드를 찍으면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도 확인해 볼 수 있다덕분에 심리적 공포를 자극하는 소설과 시각적 공포를 자극하는 웹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소설 보고 놀란 가슴웹툰 보고 기절할 뻔). 또 -이라 적힌 QR 코드를 찍으면 공포의 묘미를 배가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멜로디도 수록되어 있어 그야말로 만찬회처럼 호러의 다양한 매력을 맛볼 수 있다또 2023년 하반기엔 영화도 개봉된다 하니 호러를 다방면으로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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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레츠고 어떻게 나눠 먹지? 분수와 소수 - 1분이면 수학과 친해지는 만화 씽씽레츠고 시리즈 5
이젠수학연구소.한날 지음 / 이젠교육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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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가 좀 더 수학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부모들에게 권해드립니다!








  초등 2학년인 아들과 쭉 엄마표 공부를 진행하고 있다. 교과목 대부분 빠르면 1년이나 반 학기 정도의 선행과 복습 위주의 학습을 지향하고 있는데, 확실히 3학년 수학 문제집에서 처음 등장하는 분수와 소수는 엄마인 나를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수학 개념 중에 하나다. 흔히들 저학년 수학에서 수포자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분수와 소수라고 하는데……. 늘 그러했듯 확신의 문과형에 속하는 내가 분수와 소수의 개념을 제대로 가르쳐줄 수 있을지 의문과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늘 그러했듯, 당장 문제집부터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관련 교구나 학습 만화와 같이 해당 개념에 재미있게 다가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나는 마침, 씽씽 레츠고 어떻게 나눠 먹지? 분수와 소수라는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수학과 친해지는 만화, 씽씽 레츠고!

 




  이젠교육에서 출간된 씽씽 레츠고시리즈는 만화를 통해 어려운 수학 개념과 친해질 수 있도록 기획된 수학 만화책이다. ‘시계와 시간’, ‘모양과 비교’, ‘구구단’, ‘평면 도형’, ‘단위와 각도여기에 분수와 소수까지, 초등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단원을 영역별로 구분하여 한 권의 책을 완독하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수학 개념이 정립될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특징인 시리즈 책이다.

 







  그 중에서도 분수와 소수편은 초등 3학년과 4학년 수학 교과서의 핵심 내용을 반영한다. 전체를 똑같이 나누고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분수로 나타내기, 분모와 같은 분수의 크기를 비교하기, 진분수와 가분수 그리고 대분수의 개념 이해하기, 소수 이해하기, 소수의 크기 비교하기, 분수와 소수의 덧셈과 뺄셈 구하기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웹툰 인생다반사로 이미 유명한 한날 작가의 그림으로, 과일과 채소 친구인 쵸배, 배찌, 체로, 가징 토리가 엮어내는 재미있는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분수와 소수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정립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또 각 단원마다 만화를 읽고 나면 개념을 바로바로 정리할 수 있어 학습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마침 분수와 소수단원 문제집에 들어가기 직전에 이 책을 먼저 읽은 덕분인지 아이가 개념을 수월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엄마인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분수와 소수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아이와 어떻게 공부해볼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이젠교육에서 출간된 씽씽 레츠고시리즈는 전 시리즈를 다 구비해놓고 싶을 만큼 엄마의 입장에선 욕심이 나는 수학 만화책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첫째 아이는 물론 둘째 아이가 본격적인 초등 수학 학습에 돌입하기 전에도 꼭 읽혀볼 예정이다.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가 좀 더 수학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부족한 영역이 있다면 시리즈 중에 관련 책을 골라 여러 번 반복해서 읽히게 한 후 문제집 풀이에 들어가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특히 엄마표 공부를 진행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혀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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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샤우트
P. 젤리 클라크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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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도 환상적이다!

미국의 인종차별역사에 판타지라는 과감한 상상력을 덧입힌 매력적인 소설!

 

 

 

  하얀 로브에 뾰족한 두건을 쓴 무리들일명 쿠 클럭스 클랜이라 불리는 KKK단은 미국 테네시 주의 조그만 도시 풀라스키에서 퇴역군인 여섯 명이 모여 조직해 1866년 6월 정식으로 발족한 백인우월주의 단체였다전직 사령관병사남부연합 지도자목사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유색인종을 상대로 린치구타방화 등의 테러를 저질렀다. 1910년대 말부터 급성장해 1924년 초 단원 수는 450만 명으로 폭증했고그 배경에는 KKK단을 불의에 맞서는 정의와 구세주로 묘사한 데이비드 그리피스 감독의 영화 국가의 탄생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증오로 점철된 미국 인종차별의 역사가 판타지로 재탄생되다

 

 

  소설 링 샤우트는 바로 이 KKK단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인종차별역사를 다룬 대체역사판타지다작가인 P. 젤리 클라크는 KKK단의 배후에 어떤 초자연적이고 사악한 존재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판타지적인 상상력을 덧입혀 역사를 재구성한다여기서 말하는 초자연적이고 사악한 존재란 KKK단이 급증했던 1920년대 초흑마술이 깃든 책을 바탕으로 비밀 의식에 의해 소환된 쿠 클러스라는 괴물이다쿠 클러스를 이끄는 도살자 클라이드의 계획 하에 미국 전역의 백인들은 영화 국가의 탄생에 부려진 주술에 넘어간다백인들은 남부의 진정한 영웅이고 유색인은 괴물이라는 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은 쿠 클러스와 함께 도시 곳곳에서 유색인들에 대한 차별과 학살을 일삼는다.

 

 

 

쿠 클럭스에게 검둥이 냄새가 어떻게 느껴질까검둥이에게서 불에 탄 개 냄새가 난다고 여길까그래서 우리를 저렇게 잡으려는 거야저자들 고향에 검둥이가 있긴 한가?” / 18p

 

 

해방된 이들로버트 스몰스와 그를 따르는 무리는 최초의 클랜을 끝장냈다클랜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퍼뜨린 악령은 살아남아 유색인이 이제 투표를 한다는 이유로 채찍질하고 죽이고정부에서 내쫓고온갖 학살을 저질러 지금껏 우리 숨통을 죄는 짐 크로법을 시행했다전쟁의 승자가 누구이고 패자가 누구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이걸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 1915년 국가의 탄생이 등장하자신문에서는 그 영화가 몹시 실감 나며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작품이라고 떠들어 댔다그 영화는 몇 주몇 달씩 매진됐다대법원국회백악관에서도 상영했다백인들은 검은 구두약을 바른 백인 남자들이 백인 여자들을 쫓는 영상을 게걸스레 즐겼다백인 여자들은 극장에서 기절했다. / 39p

 

 

 



 

 

 

 

  한편다른 한 쪽에서는 쿠 클러스와 클랜들에 저항하기 위해 링 샤우트가 한창 진행 중이다샤우트 의식은 노예제 시절에 생긴 흑인 문화의 오랜 관습으로노예 시절에서 살아남아 자유를 구하기 위한 기도이자 악행을 끝내 달라고 하늘에 비는 전통 의식이다그 사이 샤우터들의 무리 속에서 킬러로 성장한 마리즈는 쿠 클러스와 클랜에 맞서기 위해 남장을 하고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코디와 뛰어난 저격수 세이디와 함께 괴물 사냥에 나선다하지만 마리즈와 일행의 활약에도 쿠 클러스는 더 강한 힘을 발휘하며 세를 증가하는 가운데샤우터들의 리더인 진 할머니는 이제껏 마주했던 적과는 차원이 다른어떤 거대한 폭풍을 맞이하리라는 예감을 맞는다과연 이들은 쿠 클러스를 물리치고 이 땅에 진정한 자유를 구할 수 있을까?

 

 

 

클랜이 쿠 클럭스로 변하는 과정을 과학은 그렇게 설명한다몰리는 감염이나 기생충과 같다고 한다그리고 그것은 증오를 먹이로 삼는다몰리는 강한 증오심을 가지면 신체의 화학물질이 변한다고 한다감염이 그 증오와 만나면 그 사람을 쿠 클럭스로 변화시킬 만큼 강해질 때까지 자라기 시작한다내 생각엔 클랜이 약을 받아들이면악이 그들을 먹어 치우는 것이다속이 텅 빌 때까지그리고 자기가 인간임을 기억 못 하는 허연 악령이 남는다. / 65p

 

 

클랜의 증가괴물의 대응력조직적인 공격에 저 영화 개봉까지여기에 지적인 배후가 있다면난 있다고 믿거든그러면 뭔가 큰일이 벌어질 거야대비해야지.” / 69p

 

 

 

  『링 샤우트는 KKK단으로 상징되는 인종차별의 역사를 증오를 먹고 자라난 괴물’ 쿠 클러스로 형상화한 과감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쿠 클럭스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킬러로 자란 마리즈의 성장 서사는 물론일행들이 거대한 쿠 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맞서는 장면은 암울한 역사 속에서 상처를 극복하고 자유를 쟁취하려 했던 유색인종들의 저항 의식을 대변한다특히 아프리카 고대 민담과 전설신화를 판타지 요소로 잘 융화시켜 민족의 역사와 자긍심으로 그들의 역사를 새롭게 새워나가는 과정은 장르문학을 훌쩍 뛰어넘는 느낌이다빠른 전개와 거세게 질주하는 이야기는 당시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한국 독자들에겐 일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독서 전후로 이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나마 숙지한다면 소설 곳곳에 배치된 상징과 역사가 더 묵직하게 다가올 듯하다.

 

 

 

너희 모두는 증오할 이유가 충분하다너와 너희 족속에게 가해진 온갖 악행은채찍질당하고 얻어맞고사냥당하고 개에게 쫓기고저들 손에 그토록 지독하게 고통당한 민족너희는 저들을 경멸한 이유가 충분하다수백 년간 타락한 저들을 혐오할 이유가그 증오는 너무나 순수하고너무나 확실하고 올바르며너무나도 강할 것이다!” / 199p

 

 

하지만…… 도살자 클라이드의 말이 머릿속에 박혀 떨쳐 낼 수가 없다그들이 내게 준다는 것은 권력이다지킬 힘복수할 힘내 동족의 생사를 좌우할 힘유색인들이 이런 제안을 받아 본 적 있을까우리에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언제 있었을까우리는 그동안 내내인간의 꼴을 한 괴물의 손에 고통당하고 죽어 나가지 않았는가우리가 다른 괴물과 계약을 맺는다면 뭐가 다를까우리를 그렇게 경멸하고 괴롭힌 이 세상을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을까세상이 우리를 구하려고 무엇 하나 해준 것 없는데어째서 손을 들어 그 세상을 구해야 할까? / 206p

 

 

 



 

 

 

 

  괴물은 증오와 상처를 먹고 자란다어디선가 증오와 상처가 자라고 있는 한 괴물은 사라지지 않는다역사는 그것을 끝없이 증명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저 괴물에게 끊임없이 먹잇감을 제공하는 것인가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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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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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의 우리 그리고 진정한 소통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여덟 편의 단편들!

 

 

 

  창비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 연결하는 소설은 김애란, 구소현, 오선영, 서이제, 김혜지, 임현석, 김보영, 전혜진까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쓴 소설 중 미디어 즉 연결을 주제로 한 단편 소설 한 편씩을 수록해 엮은 책이다. 미디어란 인류가 원시 시대부터 자신의 의사나 감정 또는 객관적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수단으로,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에서부터 인쇄, 디지털, 소셜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왔다. 이제 미디어는 그것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삶의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과연 서로를 얼마나, 온전히 연결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긴다. 특히 책 속의 여덟 편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실은 우리가 사이의 진실된 연결을 얼마나 갈망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던지는 미디어 속의 우리 그리고 진정한 소통의 가치를 되새겨 보시길 바란다.

 

 

 

거기, 당신 있나요?

 

 

나는 이 세계에서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 그 말에서 빠져 나온 숨결과 기운들로 이뤄진 영이다. 나는 커다란 눈이자 입, 하루치 목숨으로 태어나 잠시 동안 전생을 굽어보는 말이다. 나는 단수이자 복수, 안개처럼 하나의 덩어리인 동시에 각각의 입자로 존재한다. 나는 내가 나이도록 도운 모든 것의 합, 그러나 그 합들이 스스로를 지워 가며 만든 침묵의 무게다. / 침묵의 미래, 김애란중에서 16p

 

 

 

  첫 수록작인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속의 는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는 순간 그 말에서 빠져나온 일종의 영혼이다. ‘는 소수 민족으로 더 이상 자신과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이가 없어 평생 고독 속에서 자신의 을 그리워했던 마지막 화자의 죽음을 반추한다. ‘의 마지막 화자는 소수 언어 박물관이라는, 이른바 사라져 가는 언어를 보존하고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설립된 박물관의 전시실에서 홀로 고향의 언어를 지켜내었던 살아있는 테이프였다. 검은 피부에 우아한 속눈썹을 가진 그는 눈감기 전, 자기 말을 알아듣는 누군가가 한 명쯤 곁에 있길 바랐다. 하물며 이나 그래같은 아주 간단한 말이라도, 누군가 건네주길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그건 노인뿐만이 아니었다. 소수 언어 박물관의 사람들은 혼자라는 단어를 닳아 없어질 때까지 만지고 또 만졌다. 김애란 작가는 그들의 고독을 이렇게 묘사한다. ‘몸에 좋은 독이라도 먹듯 날마다 조금씩 비관을 맛봤다. 고통과 인내 속에서, 고독과 두려움 속에서, 희망과 의심 속에서 소금처럼 하얗게, 하얗게 결정화된 고독…… 너무 쓰고 짠 고독.’ 그렇게 노인의 죽음으로 이 땅에 오래된 언어 하나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소설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언어가 사라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거냐고.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했던 모두의 이야기가, 세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침묵에, 미래가 있느냐고.

 

 

 

그에게 모어란 호흡이고, 생각이고, 문신이라 갑자기 그걸 안 하고 싶어졌다해서 쉽게 지우거나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말과 헤어지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말과 잘 사귄 것도 아니었다. 말을 안 해도 외롭고, 말을 하면 더 외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그는 자기 삶의 대부분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다. 혼자 하는 말이 아닌 둘이 하는 말, 셋이 하면 더 좋고, 다섯이 나누면 훨씬 신날 말. / 침묵의 미래, 김애란중에서 34p

 

 

 


 

 

 

 

  비슷한 맥락에서 사라져가는 언어,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고요한 시대라는 미래를 형상화한 김보영의 고요한 시대역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인데 만약 다음 세대가 언어를 생각의 도구로 쓰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릇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마음은 앞으로 어디에 담기겠느냐고. 그러면서도 작가 김보영은 인지 언어학자인 신영희의 목소리를 빌려 이렇게 지적한다. “마음은 물이고 언어는 그릇이야. 물은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하지.” 때로는 언어가 마음의 형태를 좌지우지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왜곡시킬 수도 있는 법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언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담긴 본질임을, 나와 타인이 진실된 소통을 나누는 데 있어야 한다는 작품의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준다.

 

 

 

언어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그리 좋은 소통 도구가 아니다. 대화를 할 때 실상 의미 전달의 80퍼센트는 표정이나 몸짓 따위의 비언어적 대화가 차지한다. 언어가 전해질 때는 주의를 기울일 때 뿐이고 대개의 사람들은 대개의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맥락은 전해지지 않는다. 서술어는 들리지 않고 명사만 들린다. 더 거칠게 말하면 그 명사에 숨은 심상만 들린다. / 고요한 시대, 김보영중에서 170p

 

 

나라에서는 단어를 골랐다. ‘괴담’, ‘허위 선동’, ‘근거 없는’.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무수한 것들을 광우병이 진실인가 거짓인가의 문제로 후려치고 축소시켰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그렇게 간단히 한두 단어로 후려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신영희는 언어학자가 되었다. 언어가 그날을 모독하고 현상을 바꾸었기에.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언어고 사람의 마음은 언어에 담기며, 경험은 사라지고 언어만이 남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 고요한 시대, 김보영중에서 185p

 

 

 

  TV라는 매체에 의해 한 가정이 소비되는 과정을 여실하게 보여준 오선영의 후원명세서, 어린이 유튜버의 삶과 허상을 날 것 그대로 묘사한 김혜지의 지아튜브, 중고거래 앱을 통해서 타인과 소통을 시도하고 편견을 해소해가는 과정을 그린 임현석의 무료나눔 대화법도 인상적이다. 또 알고리즘의 굴레에 갇혀 끊임없이 위시리스트를 갈구하는 화자가 주인공인 서이제의 위시리스트♥」는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 특히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매체가 등장했다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이라는 매체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전하는 구소현의 시트론 호러와 전혜진의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읽는 즐거움을 환기시킴으로써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과소비를 막으려면 온라인 스토어에 들어가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겠지만, 그걸 알면서도 자꾸만 온라인 스토어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담고 또 담았다. 내가 이 옷을 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담았다. 일단은 담고 또 담았다. 담고 또 담아도 장바구니는 무거워지지 않았다. 무거워지지 않아서 담고 또 담았다. 담고 또 담아도 되었다. / 위시리스트, 서이제중에서 105p

 

 

바닥엔 식탁 다리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 만이 공들이고 신경 쓰던 것. 그것을 들어낸 자리였다.

() 나는 어두운 바닥으로 하나씩 떨어지는 수신 대기음을 들으면서, 지금 대화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냉장고야? 그건 아내만이 알고 있다. 아내만이 아이에게 해 줄 말이 있다. 내게도 판단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고, 나는 아내를 붙잡고 한참 이야기하고 싶었다. 무슨 원목이라고 했지? 이젠 그때 흘려들었던 아내 이야기도 듣고 싶어졌다. / 무료나눔 대화법, 임현석중에서 159p

 

 

더 많이 알고 싶고 읽고 싶고 느끼고 싶은 그 마음과, 책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에 대해서. 이제는 지난 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 그 집념이라는 것에 대해서. 오직 그 집념을 이루기 위하여, 숨만 붙은 채 2백 년을 살아온 한 몸뚱이에 대해서. 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할 수 있을까.

가슴이 뛰었다. /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중에서 235p

 

 

 

 

 

 

 

  『함께 걷는 소설, 끌어안는 소설에 이어 연결하는 소설에 이르기까지,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주는 남다른 무게감이 참 좋다. 이 시리즈를 차곡차곡 수집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다른 많은 분들도 누려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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