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별에 닿은 아이
케빈 애쉬비 지음, 김선희 옮김 / 아울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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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일론 머스크 성장 동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꿈그것은 도전정신과 실천하는 힘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

 

 

 

  “모험 가득하게그러면서도 신중하게 살아라!”

  어린 시절일론 머스크는 어머니로부터 항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좇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그 이야기 속에는 모험심 가득하게도전정신을 가지고 살면서도계획성을 가지고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었다호기심이 많고혼자만의 상상에 몰두하며 세상의 수많은 비밀에 다가가기를 좋아했던 일론에게 그 이야기는 매번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일론은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학교 근처의 서점으로 곧장 달려갔다그곳에서 서점 영업이 끝날 때까지 책을 쌓아두고 읽기를 줄겼다그 중에서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은 그를 자연의 법칙과 머나먼 우주의 세계로 이끌었다책 속의 이야기들은 공상과학 소설 같은 상상일 뿐이었지만그는 줄곧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자신이 바로 그 자리에 있는 꿈을 꾸었다그때부터 우주여행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배우겠다고 다짐했다그 꿈은 훗날 민간 기업 최초의 유인 발사 성공이라는 위대한 도전에 이르게 되었다그리고 그는 여전히 담대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야지구를 떠나 우주를 탐험하는 이야기의 도입부지지금은 사진으로만 태양계의 행성들을 보고소설책 속에서만 저 머나먼 행성에 갈 수 있지만 언젠가 분명 현실이 될 거야.’ / 48p

 

 

 




 

 

 

 

    『일론 머스크별에 닿은 아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작은 소년이 스페이스 X, 테슬라트위터 CEO가 되기까지 어린 시절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 동화책이다책은 일론 머스스크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 정신으로 자신을 무장하며 그 꿈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분투했던 여정들을 그려나간다그 과정 속에는 관대한 자세로 꿈의 크기를 넓혀준 어머니높은 기대와 엄격한 태도를 지녔지만 공학자로서 일론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아버지란 존재가 눈에 띤다또 일론이 열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이 인종 차별 정책이 뚜렷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떠나 캐나다로 향한 뒤대학에 입학해 스스로 돈을 벌어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겠다는 담대한 꿈을 실천한 점이 인상적이다그는 지금껏 내가 크게 생각하면 모두 거기에 맞추어진다는 생각을 스스로 증명해보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이러한 모습은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꾸는 자의 위대함을도전정신의 가치를실천하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실천해야 해그리고 준비해야 해나중에 우리가 커서 우리 스스로 이루어 낼 수 있도록 말이야.” / 130p

 

 

 



 

 

 

 

내가 무언가를 말하면 보통 그렇게 됩니다.

계획대로 다 안 될 수도 있지만보통 그렇게 됩니다.”

일론 머스크

 

 

 

  언젠가 아이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엄마일론 머스크가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야?” 어쩌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는 대부분 일론 머스크를 부자라는 이미지로만 기억할 수도 있겠다물론 그는 때로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대중과 언론의 평가 역시 극과 극으로 나뉘기도 하지만꿈은 만들어가는 자의 것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실천했다는 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되리라 생각한다다만 어린이 동화라는 점에서 일부 이야기 구성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모험 가득하게그러면서도 신중하게 살아라!”는 이 책의 메시지가 많은 아이들의 가슴 속에 가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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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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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우리를 자라게 할 거야!

사람으로 기억되는 이야기들로오늘도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에세이!

 

 

 

  첫째 아들이 하교할 즈음이면 나는 꼭 마중을 나간다아이와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내가 오전 동안 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즐겁다붙임성이 좋은 편인 아이는 마주 오는 어르신에게 항상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이의 인사에 어르신들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덕담 한 마디나 가방 속에서 주섬주섬 간식을 꺼내 건네신다사실 어른인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인데번번이 아이를 따라 강제 인사를 하는 격이 되고 말지만덕분에 처음 보는 이웃 어르신들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며 다정한 온기와 명랑한 기운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무엇보다 어르신들이 건네는 덕담 안에서 아이가 자라나고이웃의 자리를 기억하며 연결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면 이 사소해 보이는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김달님의 에세이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속에는 이런 글이 있다초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반 학생들과 능력치 그래프 활동을 했는데육각형 그림이 인쇄된 투명한 OHP 필름에 아이들이 선생님이 불러주는 능력을 적고 꼭짓점에 적힌 능력마다 내가 가진 능력치는 어느 정도인지 눈금에 표시해 보기로 했단다그런 다음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로 도형을 칠을 한다완성된 도형을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어떤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지상대적으로 어떤 능력에 자신 없어 하는지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아이들은 모둠별로 완성된 OHP 필름을 챙겨 교실 창가로 간다그리고 여러 장의 필름을 하나로 겹친 다음 손을 뻗어 햇빛에 비춰본다그러면 혼자서는 채워지지 않았던 육각형의 빈자리가 여러 색깔로 채워지는 걸 볼 수 있다내가 잘하는 걸 옆자리 친구는 못하는 바람에또 앞자리 아이가 못하는 걸 내가 조금 더 잘하는 덕분에 육각형이 꽉 찬 색깔로 물드는 것이다그렇게 아이들은 나의 빈 부분을 채워줄내가 못하는 걸 잘하는 여러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게 된다세상 속 우리는 모두 이렇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걸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고조금 더 다정한 말들을 건네면서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감각되는 거다.

 

 

 

나는 그런 게 좋았다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가 어떤 삶들과 함께 살아가는지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되는 순간이내가 모르는 인생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찾아오던 놀라움과 부끄러움그와 동시에 또렷하게 생겨난 삶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 91p

 

 

그만두지 않고 여전히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다여전히 그림을 그리고글을 쓰고무언가를 만들고공간을 꾸려나가는 사람이 있다그 옆에서 나도 외롭지 않게 글을 쓰며 살아간다계속 하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도 해볼 만하다는 걸 느낀다.

그러니 다들 지금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하던 거’ 하며 살아가기를. ‘거기 가면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시시하지만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느슨하고 애틋하게그들을 우정하는 마음으로. / 212p

 

 

 




 

 

 

 

  바로 그런 이야기다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이야기들로오늘도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내가 모르는 인생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놀라움과 부끄러움동시에 또렷하게 드러나는 삶에 대한 애정과 의지들또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만남 같은 글들로 마음을 쓰다듬는다여든셋의 나이에도 여전히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기를 꿈꾸는 이매일 반복되는 노동뿐 아니라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와 그렇게 쌓여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정성의 의미를 보듬는 이예상했던 공모전에서 최종 탈락한 뒤 다음에 또 도전할 거냐는 질문에 지금은 되게 하는 것이 나의 몫이야.”라고 덤덤하게 다짐하는 이까지김달님의 글 속에는 사람이 있고이웃이 있고또 그 안에서 자라는 가 있다.

 

 

 

틀리면 부끄럽지 않았어?”

부끄럽지 않았어요.”

?”

왜냐하면 저는 배우는 중이니까요원래 배울 때는요어려운 거예요.” / 97p

 

 

가능성이라는 건 원래 내게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생겨나기도 한다는 걸 피아노를 배우며 알게 되었다. / 98p

 

 

 



 

 

 

 

  책을 읽으며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은 무엇인가를 내내 생각했다나는 내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했다그리고 어딘가에서 오늘도 묵묵하게,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사람들을 생각했다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이 계절다정한 글 귀 하나에 위로 받고 또 희망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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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인 현대지성 클래식 52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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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반항인의 메시지!

우리 모두가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긍정하고 버티기 위해서는 반항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어느 날 문득우리는 생각한다나는 왜 매일 같은 시간에 학교에 가고출근을 하며저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가는가나는 왜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삶을 반복해야 하는가밑으로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정상으로 돌을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의 형벌처럼이처럼 삶은 무의미하다왜냐하면 삶은 온통 부조리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기합리화라는 행위를 통해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스스로를 기만하며 다시 열심히 다람쥐 쳇바퀴 속으로 들어가기를 택한다대체 왜?

 

 

 

  이처럼 숙명적으로 주어진 부조리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카뮈는 반항이야말로 이에 대한 해답이라 말한다반항인』 1장에서 카뮈는 반항인에 대해, ‘아니요Non’라고 말하는 사람이라 정의한다그에게 거부란 또한 포기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신의 형벌로 인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했던 시지프를 보며 비록 삶은 비극적일 수는 있어도 절망적이지는 않으리라고 믿었던 것은그가 부조리한 삶을 직시하고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존엄성을 지켰기 때문이다데카르트의 저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로부터 카뮈가 나는 반항한다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 역시참을 수 없는 구속에는 아니요라고 말하되 본질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에는 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따라서 우리 모두가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긍정하고 버티기 위해서는 반항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이것이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반항인의 메시지가 아닐까.

 

 

 

반항은 삶에 가치를 부여한다.

한 생애의 전체에 걸쳐 펼쳐져 있는 반항은 그 삶의 위대함을

회복시킨다.” - 카뮈

 

 

 

반항과 함께 의식은 태어난다

 

 

 

  ‘반항이란 자기 권리를 의식하는 더없이 명석한 인간의 행위이다.’ 과거 잉카제국의 신민이나 인도의 불가촉천민은 반항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사실 그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전에 신에게서 해답을 찾았기 때문이다신화가 형이상학을 대신했다그러나 신은 죽었다던 니체의 선언 이후로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더 이상 우리의 존재를 보증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인간은 신의 역사적 대표자인 왕을 살해한다이때부터 주인으로부터 해방을 꿈꾸던 노예의 반항은 노골적으로 혁명운동과 결합하고자유에 대한 비이성적 요구는 역설적으로 이성반항자에게 순전히 인간적인 것으로 비치는 유일한 정복의 힘인 이성을 무기로 삼게 된다.

 

 

 

반항인이란 신성 이전이나 신성 이후에 위치하는 사람이며인간적인 질서를 요구하는 데 전념하는 사람이다인간적인 질서에서는 모든 해답이 인간적으로즉 합리적으로 표현된다이때 모든 물음과 말은 반항이 된다. / 46p

 

 

존귀한 것은 반항 자체가 아니라 반항이 요구하는 대상이다설령 반항이 현실적으로 얻어내는 결실이 아직은 보잘것없더라도 말이다.

적어도 반항이 얻어내는 보잘것없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반항이 현재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전적으로 거부할 때즉 절대적 아니요를 신격화할 때 반항은 살인한다반항이 현재 있는 그대로의 것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때즉 절대적 를 외칠 때 반항은 살인한다창조자에 대한 증오는 창조된 세계에 대한 증오로 변할 수도 있고현재 있는 그대로의 것에 대한 배타적이고 도발적인 사랑으로 변할 수도 있다그 어느 경우든 반항은 살인에 이르고반항이라고 불릴 권리를 잃게 된다. / 161p

 

 

신은 죽었다그러나 슈티르너가 예고한 대로 신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으므로원리의 도덕마저 말살해야 한다신성의 타락한 증인이요불의를 섬기는 가짜 증인인 형식 미덕에 대한 증오는 현대사를 움직이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아무것도 순수하지 않다이 외침은 우리의 세기에 경련을 불러일으킨다불순함즉 역사가 규범이 되려 하고황량한 대지는 인간의 신성을 좌우할 헐벗은 힘에 내맡겨지리라그리하여 사람들은 종교에 귀의하듯 비장하게 거짓과 폭력에 귀의한다. / 208p

 

 

 




 

 

 

 

  “인간의 역사는 어떤 의미에서 끝없는 반항의 총합일 수밖에 없다.”던 카뮈의 말대로 789년의 프랑스대혁명은 나폴레옹으로, 1848년의 2월혁명은 나폴레옹 3세로, 1917년의 러시아혁명은 스탈린으로, 1920년의 이탈리아의 여러 폭동은 무솔리니로바이마르 공화국은 히틀러로 귀결된다마르크스의 예언적인 꿈헤겔과 니체의 강력한 선견은 마침내 신의 왕국을 거세한 후 합리적 국가 또는 비합리적 국가그러나 어느 경우든 테러리스트적인 국가를 탄생하게 한다카뮈의 시선에서 반항은 이제 그 진정한 기원으로부터 단절되어 전체성에 몸을 던지고역사의 노예가 됨으로써 인간을 저버린 채 세계 전체를 노예화하는데 기여하게 된다반항에서 비롯된 비합리적 열정이 인간을 톱니바퀴로 전락하지 않게 하려는 반항 자체를 제한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카뮈는 일종의 항의에서 시작해 점진적 해방을 추구하는 반항과 달리역사를 전복하고 세계를 뒤바꾸려는 혁명을 비판한다혁명은 자신의 원리와 허무주의와 순전히 역사적인 가치를 포기하고 반항의 창조적 원천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혁명이 창조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의 광란에 균형을 부여할 수 있는 도덕적 혹은 형이상학적 규범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실제로 있는 그대로의 우리가 아닌 존재를 생산하기 위해 죽이고 죽이는 것 대신에 이 지상에서의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것부조리에 맞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완전해지는 진정한 의미로서의 반항을 추구하자고 말한다.

 

 

 

모든 종교는 유죄와 무죄의 관념 주위를 맴돈다그렇지만 최초의 반항자인 프로메테우스는 징벌의 권리를 부정했다제우스 자신아니 특히 제우스는 이 권리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결백하지 않다최초의 운동에 있어 반항은 징벌의 정당성을 거부한다그러나 고단한 여행의 끝에 이르러 반항은 징벌이라는 종교적 관념을 되풀이하고그것을 세계의 중심에 놓는다최고 심판관은 이제 천상에 있지 않다최고 심판관은 바로 역사인데역사는 무자비한 신이 되어 형을 선고한다. / 348p

 

 

요컨대 반항은 생의 운동이다아무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반항을 부정할 수 없다반항이 내지르는 더없이 순수한 절규는 번번이 한 인간 존재를 일으켜 세운다그러므로 반항은 사랑이요 풍요다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반항이 고결한 기원을 잊은 채 원한에 의해 더럽혀지자마자반항은 삶을 부정하고 파괴로 치달으며 하찮은 반역자들의 냉소적 무리를 낳는다노예들의 씨앗인 그들은 오늘날 유럽의 시장에서 온갖 예속에 몸을 바치고 있다그것은 더 이상 반항도 혁명도 아니다그것은 오히려 원한이요 폭정이다혁명이 권력과 역사의 이름으로 과도한 살인 기계가 된 셈이다.

(반항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적어도 모든 일에 도전할 수는 있다정오의 태양이 역사의 운동 위에서 이글거리고 있다. / 439p

 

 

세계의 부조리를 강조하는 철학이 그들을 절망에 빠뜨릴 위험은 없나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그것은 꼭 필요한 하나의 단계하나의 경험입니다그것을 막다른 골목으로 이해하면 안 돼요부조리는 반항을 유발하는데반항은 생산적일 수 있습니다. / 444p

 

 

 




 

 

 

 

  이처럼 반항인은 부조리로 점철된 삶을 극복하기 위해 반항 의식의 중요성과 반항의 한계까지 되짚어보며 진정한 반항의 의미를 전하려 한 카뮈의 철학을 집대성한 역작이다냉전 시대였던 당시좌파의 입장에서 공산주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혹독한 비판과 함께 문제작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그 외에도 최초의 반항자인 프로메테우스에서부터 마르크스주의에 이르기까지 반항을 중심으로 서양 철학과 역사를 돌이켜보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여기에 반항의 정신을 담은 예술의 가치카뮈의 인터뷰까지 만나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다만식견이 짧은 관계로 그가 제기하는 균형과 중용의 정오의 사상은 워낙 추상적인데다 모호하게 느껴져서 여기서 다 언급하기 어려운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방인과 시지프 신화를 읽은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카뮈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사유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이 책 역시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리고 싶다.

 

 

 

예술에서 가장 위대한 스타일은 비록 그것이 당대의 편견과 충돌할지라도 가장 지고한 반항을 표현한다진정한 고전주의가 길들인 낭만주의이듯천재란 자신의 한계를 창조한 반항이다. / 3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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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라이프 마인드 - 나이듦의 문학과 예술
벤 허친슨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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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달린 문제다!

중년을 이해하는 깊고 단단한 울림으로 가득한 책!

 

 

 

  인생은 40부터라는 말도 있다지만실제로 마흔이라는 나이에 임박하면 내 나이가 벌써 마흔이라니’ 하는 탄식과 함께 목구멍이 턱 하고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든다현재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이 진즉에 80세를 넘겼으니나 역시 인생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된 셈이다그렇다는 것은 곧 중년을 상징하는 일련의 이미지들그러니까 처지기 시작하는 피부후줄근한 몸매갱년기늘어진 뱃살’ 따위의 신체적 쇠퇴를 비롯해 이루지 못한 꿈을 떠올릴 때마다 느끼는 좌절감동년배보다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를 두루 돌봐야 하는 중압감과 같은 심리적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이렇듯 우리는 자신이 중년이라고 생각하는 나이에 도달하면인생의 중간 지점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아 이제 내가 정말 중년이구나 하고 의식하게 된다책 미드라이프 마인드는 이를 만들어진 중년이라 표현한다우리는 나이를 먹는 것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기지만 사실 나이 먹는 일처럼 문화의 강력한 영향을 받는 현상도 없다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느끼는 바로 그만큼 늙는다우리가 어떻게 늙어가는지나이를 먹어가는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그 관점과 반응은 으레 이래야 한다는 상투적인 비유 안에서 미리 결정된다는 뜻이다결국 나이 먹음이란, ‘생물적 개성이라기보다 사회의 심판에 더 가깝다는 책의 표현은 우리가 중년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제대로 음미해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늙는구나 하는 느낌에 대처하는 최선의 자세는

늙는다는 의식으로부터 달아나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 어찌해야 잘 늙어갈 수 있는지 성찰하는 것이다. / 17p

 

 

 

  따라서 이 책은 중년이라는 선입견을 걷어내고 나이듦의 의미를 성찰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단테와 몽테뉴괴테와 보부아르에 이르기까지자신만의 정교한 안테나로 항상 늙어감의 위기와 두려움을 포착해왔던 작가와 사상가들의 작품을 통해 인생의 한복판에 선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어떻게 이를 수용해서 나아갈 것인지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길러내고자 한다이 책에 수록된 작가들은 불안함을 예술로 승화할 방법을 찾기 위해 진력했으며저마다 다른 길을 걸었다덕분에 우리는 중년에 반응하는 방법이 그만큼 다양하며우리가 중년을 대하는 태도 역시 자신만의 관점으로 다양하게 길러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생의 행로 한복판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또 어디로 갈 것인가

 

 

 

나는 따뜻한 향기를 머금은 숲속에서 나무가 만든 그늘 아래를,

햇살로 얼룽거리는 그늘 아래를 산책하며,

내 인생의 한복판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로서의 인생이 아니라인생행로의 중간쯤이 아니라, ‘

내 실존의 한복판에 섰다는 생각을.

나의 심장이 전율했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 446p

 

 

 

  고대 스토아학파로부터 현대의 실존주의자들은 대체로 중년에 이르러서는 더 많은 것이 아니라덜어냄의 지혜를 추구해야 하는 시기로 인식했다사뮈엘 베케트 역시 인생의 중반에 이르렀을 때많은 일을 벌이기보다 마음을 비워내는 자세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성숙함이 완성된다고 여긴 것이다단테는 중년이란우리가 할당 받은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피할 수 없이 분명히 깨닫는 지점이지만이런 깨달음이 촉발하는 위기는 신곡과 같은 작품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창의적 번뜩임을 제공해줄 기회로 보기도 했다.

 

 

 

  한편 괴테는 익숙해서 편안한 방식을 버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고 진화하는 데에서 영원한 초심을 유지하려 했다몽테뉴는 중년에 도달했다는 것그리고 자신이 중년이 되었음을 의식한다는 것은 예전에 일어난 모든 일을 잊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멈춰야 할 때라고 인식했다따라서 그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나 자신의 연구는 나의 형이상학이자 나의 물리학이다.”라고 했을 만큼 시간에 따른 몸과 마음의 변화를 진지하게 관찰했다시간의 심연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객관화했던 그의 태도는 우리에게 시간의 다스림이 곧 자아의 다스림이며겸손함을 키우는 것이 성숙함의 본질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조지 엘리엇보부아르바콜손태그 그리고 스미스는 몇 세기에 걸친 남성 중심의 중년 관점을 올바르게 바로잡으려는 노력해왔다덕분에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 여성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중년이라는 선입견들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고독은 자아를 포착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몽테뉴는 주장한다. ‘가게 뒤에 붙은 방’, 곧 번잡한 거래가 이뤄지느라 바삐 돌아가는 장터의 가게에서 슬쩍 빠져나가 뒤에 붙은 방에 가서 홀로 머리를 식히며 고독한 시간을 가진다면우리는 무엇이 진정 잘 사는 인생인지 하는 물음에 집중할 수 있다그러나 단순히 사회와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우리는 또한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무뢰배의 속성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중년에 이르는 동안 우리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위해 살았다그만하면 충분하다우리는 적어도 인생의 끝부분만큼은 우리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몽테뉴의 관점에서중년의 목표는 자신에게 충실한 자기만족의 삶이 되어야만 한다. / 138p

 

 

우리는 이미 아는 것을 더욱 깊이 천착해야 할까아니면 알지 못하는 것을 찾기 위해 새로운 모험을 감행해야 할까요컨대우리는 세월의 흐름에 맞서 싸워야 할까아니면 굽히고 순응해야 할까괴테는 이런 딜레마를 몸소 감당하면서도더없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풀어낸다. (괴테는 유구한 세월의 무게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세월과 맞서 싸우려고. / 246p

 

 

울프는 우리에게 성숙함의 묘사상당히 긍정적인 묘사를 제공한다망설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아픔을 끌어안고 성장으로 진보하는 이 모든 것은 단단하고 강건한 정체성으로 빨려 든다중요한 점은이 정체성이최소한 겉보기에는무한히 반복되는 운동기름칠을 잘할 기계처럼 매일 그리고 매주 왕성한 피스톤 운동을 한다는 사실이다그러므로 이 인용문은 시간이 어떤 것인지 상징처럼 보여주면서또한 시간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인간을 그런대로 즐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현세의 인간으로 그려낸다문학은 이처럼최소한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알고 있듯일종의 충격 완화 장치 역할을 한다. / 421p

 

 

 




 

 

 

 

  이처럼 책을 읽다보면 중년이라는 인생의 행로를 통과하는 데에는 단 하나의 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다만 우리는 그 많은 행로를 모두 경험할 수 없기에 문학과 예술을 통해 다양한 관점들을 살펴보고 나에게 맞는 항로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내가 믿고 있고-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하기내 뜻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것-실제로 전혀 통제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우리는 언제나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존재이며중년이라는 나이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맬지라도 그것조차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줄 알 때 우리는 비로소 중년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내게 중년이라는 이미지에 나를 가두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그 모든 부정적인 이미지와 상투적인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가장 생산적인 시기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위대한 작가들처럼나 역시 나만의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법을 계속해서 고민해하고 실천하려 노력해야겠다 생각했다무엇보다 중년이라는 시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이 여정에 동승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즐거운 독서였다걷고걸어 어느 덧 길 한복판에 서 있게 된 나는 이제 무엇을 바라보고 또 어디로 갈 것인가이 시대의 많은 중년들에게중년의 길로 접어들 분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해드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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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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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은 내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

각자 따로가 아닌 같이 함께를 감각하게 하는 8편의 소설들!

 

 

 

  현대 사회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타인과의 소통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도되었다기술의 시대 속에서 타인은 곧최소한의 필요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더욱이 코로나19는 단절고립의 동의어처럼 작용하여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되었다그런 가운데 사회적 약자들 혹은 소수자들로 포함되는 여성저소득층노인장애인성 소수자이주 노동자 등은 차별과 배제 그리고 폭력의 위협으로부터 더 잦은 소외감을 느껴야만 했다그러나 그 덕분에 우리는 또 다른 교훈을 얻기도 했다공존과 연결 그리고 연대의 가치와 중요성만이 이 세계의 불안으로부터 서로를 돌보고 구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이 통증의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한 번 더 말을 건네는 데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문학의 쓸모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각자 따로가 아닌 같이 함께를 감각하게 하는 것문학이 그 기나긴 세월 우리 곁에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형용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재현해냄으로써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영역을 확장하게 하기 때문이다당신의 고통이 내일 나의 고통이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하고배제와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언제든 자리를 달리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그렇게 우리는 문학으로 하여금 함께 아파해야 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무해하지만 그래서 불편한 약자라는 이름에 대하여

 

 

  창비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 공존하는 소설』 속 인물들 역시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다선하지만 그래서 타인에게 내내 이용만 당하는 언니가 등장하는 안보윤의 소설 밤은 내가 가질게주 6일씩 일하면서 정신없는 서울살이를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느냐며 한심한 존재로 취급받는 가 주인공인 서유미의 에트르정식 직원이 아니라서 무기한 강제 휴직을 권고 받은 청년 노동자 해주의 모습을 담은 서고운의 소설 빙하는 우유 맛외모 때문에 남자로 종종 오해받던 주인공이 오히려 자신이 여성인 것을 발각당하는 순간에 폭력의 대상으로 내몰리는 김지연의 공원에서」 등등이 그러하다.

 

 

 

  이들은 대체로 무해하지만소설 속 주변 인물들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존재들이다분명 불편함과 부당함을 당하는 건 이들 약자들인데정작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자들의 몫은 따로 있는 것처럼 주변 인물들은 이들을 한심해하거나 조롱하거나 거리를 둔다. “너는 그게 선의라고 생각하지돌아보고 미적거리고 자꾸 여지를 남기는 거.” 안보윤의 소설 밤은 내가 가질게」 속 대사는 우리 시대가 이들을 어떻게 감각하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저 방문 너머에서 바깥 소리에 귀 기울이며 카톡을 쓰고 지우고 다시 썼을 언니가 떠올랐다침대 아래방석도 러그도 없는 맨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을 언니가열심히 살수록 불행해지고 남의 호의에 기생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언니가희망이 가장 두렵고 끈기가 가장 무서운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끝끝내 인정하려 들지 않는 선하고 한심한 언니가. / 안보윤밤은 내가 가질게」 중에서 39p

 

 

휴대폰 매장과 카페옷 가게에서 일했지만 명함 한 장 만들지 못했고 이력서에 적을 경력도 변변치 않다찡이나 나나 근면 성실했지만 그건 자랑도 자부도 되지 못했다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었다주위 사람들도 다 시간을 쪼개고 욕망을 유보하며 살았다정신없이 바쁘게 지내 왔는데도 서른 살의 겨울을 생각하면 인생을 대충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초라했다. / 서유미에트르」 중에서 64p

 

 

우리 관계가 알려지면 아무도 네 편을 안 들어줄 거야너만 더 욕먹을 거야맞을 만한 짓을 했다고맞아도 싸다고 수군거릴 거야비도덕적인 인간의 말은 들을 가치도 믿을 이유도 없다고 하겠지.”

기영은 멀찍이 떨어져서 우리의 관계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자신은 무관하다는 듯이. / 김지연공원에서」 중에서 140p

 

 

요즘 제일 필요한 게 노인 시설이에요고령화 시대잖아요.”

현대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고령화거나 말거나 주민 동의도 없이 이렇게 허가를 팡팡 내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사무실 한가운데서 소란을 피웠다아무튼 우리는 요양원 같은 거 허락 못 하니까 그렇게 알라고 자꾸만 큰소리를 내서 경화가 끌어내다시피 데리고 나왔다. / 조남주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 중에서 205p

 

 

 




 

 

 

 

  “아파!라고 말해야 돼아니면 이렇게라도.” 빙하는 우유 맛에서 해주는 48개월이 되어도 말을 하지 않는 민지의 이마를 자기 이마에 가만히 포개며 이렇게 얘기한다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이마를 맞대면 된다그리하여 눈을 마주하고 서로의 체온을 느낌으로써 민지의 아픔을 느끼려 한다정작 엄마는 이런저런 과외 선생님을 붙여가며 말을 하게끔’ 하는데 열을 올리지만 해주는 민지의 말할 수 없음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조남주의 소설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에서는 노인 요양 보호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이를 반대하던 백은빌딩’ 학원 원장 대표인 경화가 엄마의 치매 소식에 태도에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준다엄마를 돌봐야 하는 입장이 되면서 사회적 약자의 편으로 돌아선 경화의 모습은 또 다시 이기적으로 보이지만고통을 가까이 느끼는 입장이 되어보아야 그들의 아픔을 깨닫게 되는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그런 밤이 있었다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 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었다. / 최은영고백」 중에서 131p

 

 

사냥을 나간 에스키모들이 얼음 벌판에서 개를 끌어안고 잠드는 밤을 개의 밤이라고 한 대요.”

별 희한한 밤도 다 있군.”

얼어 죽지 않으려고요.”

얼어 죽지 않으려고 개를 끌어안고 잔단 말이야에스키모들이나 그러라고 해나는 차라리 얼어 죽고 말 테니.”

천지사방 어둠과 얼음뿐이라고 생각해 봐요온기를 구할 게 개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요고요한 밤거룩한 밤 말이에요.” / 김숨고요한 밤거룩한 밤」 중에서 152p

 

 

 




 

 

 

 

  「밤은 내가 가질게에서 언니는 순진하게 이용만 당하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동생에게 아무 의심 없이 대할 수 있는 존재가 내 앞에 있다는 거그래서 내가아직 상냥한 채로 남아 있어도 된다는 거그게 나한테는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다아무 의심 없이타인을 향한 상냥한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때로는 어리석고 미련해보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마음들이 더 자주 타인과 이웃에게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게 하는 건 아닐까생각하게 한다이렇듯 책을 읽고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느끼다보면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은 내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또는 그 안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부디 이 책이 사회 곳곳의 낮은 자리를 더듬고나아가 공존의 의미와 연대의 가치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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