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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참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난 '무녀리'라는 말의 뜻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무녀리 - 한배 새끼 가운데에서 맨 먼저 태어난 새끼, 너무 작고 약해서 제 구실을 못한다
그래서 주인들은 태어나자 마자 무녀리로 태어난 돼지를 대부분 죽여버린다.
돼지 윌버도 이런 무녀리였다. 태어나자 마자 눈도 뜨기 전에 죽을 운명에 처해졌으나
주인집 딸 펀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남게 된다. 펀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이제 어엿한
돼지가 된 윌버.. . 맛있는 먹이와 좋은 잠자리.. 돼지로서는 세상 부러울 것 없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펀의 관심사가 자기에게서 남자친구에게로 옮겨질 무렵
윌버는 거미 샬롯을 만나게 된다. 같은 헛간에서 살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별로 관심두지
않았던 샬롯.. 크리스마스 날 햄으로 만들어질 윌버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는 등.. 사람들의
한끼 식사로 죽임을 당할 친구 윌버의 불안감과 초조함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고
그를 그 위기에서 구해내려고 갖은 머리를 다 짜낸다. 여러번 생사의 기로에서 돼지 윌버를
구해낸 샬롯.. 그러나정작 제 목숨이 사그라들고 있는 것도 모른다. 자기 알들을 윌버에게
부탁하고 눈을 감는다. 혼자 남겨진 윌버는 샬롯의 알들을 지키기 위해 헛간 안의 다른
동물들에게 자신의 먹이를 양보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태어난 거미새끼들에게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해주게 된다
친구의 아픔을 보고도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내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혹 내게 엉겨 붙을까하는 두려움 등의 이유로 말이다. 우정이라는게 사람의 영혼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끼게 된다. 엄마의 입원으로 지쳐서 병실 문 밖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친구 옆에 같이 쭈그리고 앉아 있어 주는 것.. 그것이 참다운 우정이라는 걸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걸을 힘도 없어 병실 앞에 앉아 있는 친구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친구가 앉은 옆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 주는 것 ..
그것이 친구에게 더한 위로가 되리라.. 더불어 나는 어떤 친구인가를 되묻게 된다
친구의 친절을 받기만 원하는 건 아닌지.. 내 마음을 먼저 내 보이기가 두려운 건 아닌지..
내가 먼저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