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것이 아이디어다 - 우리 삶을 모던하게 만든 50가지 위대한 발상들
존 판던 지음, 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참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오! 이것이 아이디어다」‘우리 삶을 모던하게 만든 50가지 위대한 발상들’ 이라는 부제가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은이인 존 판던과 영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를 뽑고 수천 명의 영국 네티즌들의 투표로 순위를 매겼다. 그러나 머리말에서 저자가 말한 대로 ‘1위에서 50위까지’라는 순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현실을 있게 만든, 또는 진일보하게 만든 위대한 50가지 아이디어를 살펴본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책은 50위부터 1위까지 소개되는 역순이다. 이것 또한 재미난 아이디어다.

다소 두꺼운 책의 두께에 비해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치 만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중간 중간 그림이 있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저자가 독자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잘 쓰는 것 같다.

 

책에 소개된 50가지 아이디어는 어느 것 하나 인류의 역사를 바꾸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중요하고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들이었다.

그중에서도 11위인 희망, 20위인 인쇄술, 9위인 하수도가 가장 눈에 띄었다.

 

 

“희망은 우리를 속인다. 희망은 기대감만 잔뜩 부풀린 뿐 정작 기대하는 것을 이루어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째서 희망을 좋게 생각해야 할까?” (p.357, No11 Hope)

 

희망고문이라는 말도 있듯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현실이 더 많은데 ‘희망’은 어쩌면 고문에 불과할 때가 많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과 니체는 희망을 쓰레기 취급했다. 역사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규정했다.

일면 동의가 되기도 하지만 또 너무 부정적인 면만 보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중 하나가 [현장르포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사회의 밑바닥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가감 없이 전달된다. 처음에는 불편했다. 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이 너무 고달프다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지난회에 방송했던 주인공들이 그 회를 시청한 시청자나 관계기관의 도움을 받아 더욱 나은 삶을 살게 된 것을 소개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실 나는 그 부분을 보려고 기다린다. 여전히 ‘희망’을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시혜적 도움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등 도움이 안 된다’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어쨌든 도움을 받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현실이고 사실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희망’이고 그 ‘희망’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쇄술의 발명은 유례없는 방식으로 인간 세계를 하나로 통일했다. 인쇄술은 많은 사람이 생각을 공유하고, 같은 이야기와 같은 언어를 읽고, 경험을 나누고, 같은 신념을 좇게 만들었다. 한 나라는 물론 여러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는 것이 역사상 처음으로 가능해졌다.” (p.281, No20 Printing)

 

학창시절 배웠던 것인데 인쇄술을 발명해준 선조들에게 새삼 고마웠다. 문자가 있어도 인쇄술이 없었다면 지금의 문명은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매일 45조 장에 달하는 종이가 인쇄되고 수십 억 인구가 책과 잡지와 신문은 물론 상품 라벨과 청구서를 읽고 티켓을 점검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들 덕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그들 덕이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존 종이책은 없어지고 전자책이 대세가 될 것이라 떠들어댔지만 결국 종이책은 남았다. 종이는 그 어떤 첨단의 발전에도 굴복되지 않을 것이다. 읽고 넘기고 덮는 육체의 행위는 그 어떤 것으로 치환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영국에서 영국의 전문가들과 영국의 네티즌들이 선정한 것이라 그런지 20위인 인쇄술과 36위인 도기, 28위인 냉각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간과한 역사적 사실들이 있었다.

 

“868년 「금강경」751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본, 아직 세계적으로는 가치를 공인받지 못한 실정.”

“유네스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은 1372년 고려에서 제작된 「직지심체요절」” (p.283)

 

중국의 「금강경」보다 100여 년 전 만들어진「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삼국시대부터 활발하게 있어 온 자기문화에 대한 부분, 마찬가지로 신라시대부터 있어왔던 냉각기술인 석빙고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애국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한국이 조금 더 국제적 인지도가 많았더라면 이런 것들이 소개되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에서 중국과 일본의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서는 소개와 언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긴 자업자득이다. 맨날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 떠들어대고 철없는 코흘리개들에게 주입하기 바빴지 정작 계승하고 보존하여 발전시켜야 할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개털 취급을 해왔던 나라 아닌가.

프랑스로부터 대여 형식으로 잠시 반환해 온 [외규장각의궤] 같은 경우에도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민간차원에서 시작된 일의 마지막에 부랴부랴 뛰어들어 마치 정부가 나서서 다 해낸 것처럼 “145년만의 귀환”이라며 방송 해대고 하는 모습이 참 가관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생물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구럼비바위를 해군기지로 만들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폭파시키는 꼴 또한 동일하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해만 보일 뿐이다.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서 ‘그때 왜 그걸 지켜내지 못했을까...’후회해봐야 떠 나간 버스다.

 

 

역사라는 것이 힘을 가진 자들이 밀고 나가는 것이기에 눈치 보지 않는다. 결국 기록이 되고 전해질 텐데 부끄러움이 없다. 염치도 없다.

지켜내야 할 것들은 진작 지켜냈으면 아니, 꼭 찾아와야 할 것들을 진작 찾아왔더라면... 그래서 제대로 의미부여하고 세상에 알렸다면 좋을 뻔했다. 이미 지나간 얘기지만 말이다.

점점 리뷰가 산으로 가고 있어 각설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한다.

 

“하지만 21세기에 와서 돌아보면 명예는 그저 남성다움을 과시하려는 허세에 지나지 않을 때가 너무 많은 듯하다. 명예는 폭력과 편견을 훌륭한 옷으로 둔갑시키는 데 사용될 때가 너무나, 너무나 많다.” (p.61, No 45 Honor)

 

100% 공감한다. 명예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공격이 너무나, 너무나 많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명한다. 명예라는 허울로 덮어씌우면 그냥 없던 일이 된다. 그리고 정당한 일이 된다.

꼭 못난 자들이 밖에서는 쥐 죽은 듯이 지내다가 안에서는 큰 소리 친다. 가정과 사회와 국가가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허세를 부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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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스튜어디스가 될 수 있다 - 항공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면 당신도 스튜어디스가 될 수 있다
강민경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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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많지는 않았지만 해외 여행 경험을 하며 스튜어디스에게 받은 인상은 피곤함이었다. 짧은 거리의 비행을 할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면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 좌석 뒤꽁무니에 있는 작은 모니터로 한참을 놀다가 지쳐 잠들었다가 다시 일어나면 어김없이 스튜어디스들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그런데 나는 그때 봤다. 그렇게 이쁘고 산뜻하고 멋있어 보이던 항공사 유니폼의 구김을 말이다. 장시간의 비행을 하면서 얼마나 왔다갔다 하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겠나. 아무리 좋은 질의 옷감이라 해도 구김을 피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스튜어디스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늘 웃어야 하고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 하는 그들이기에 남모를 고통과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알고 있다. 아는 후배의 친한 친구가 외국 항공사에서 일하는데 그 후배와 얘기할 때마다 그 친구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런데 처음엔 친구가 외국 항공사에 취업했다고 해서 엄청나게 부러워했었는데 스튜어디스의 실상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늘 듣다보니 이제는 그 친구가 불쌍하고 안쓰럽다고까지 했다.

 

아무리 선망의 대상이고 많은 연봉과 그만큼의 대우를 받는 직종이라고 하지만 늘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스튜어디스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책에서도 저자인 강민경씨는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근무한 경험을 십분 살려 '허황된 선망'을 꿈꾸지 않기를 얘기한다. 이 책은 일반 독자보다는 스튜어디스를 꿈꾸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대상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한 것 같다.

그래서 책에 대한 신뢰가 더욱 생긴 효과가 있다.

 

책은 굉장히 실용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승무원이 되기 위한 준비'에서 부터 스튜어디스 시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자소서 작성이나 면접전략, 영어면접이 소개된다. 책의 뒷부분에는 저자가 6년이 넘는 기간동안 수많은 승무원 지망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쳐오면서 터득한 tip과 그 지망생들의 합격, 불합격 스토리가 그대로 소개된다.

물론, 나는 지금 스튜어디스가 될 수 없다. 육체적, 정신적 조건이 모두 불가능하고 능력 또한 전무하다.ㅋㅋ

하지만 스튜어디스를 꿈꾸는 학생이나 지망생들에게는 천금과 같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떤 정보든 인터넷에서 떠도는 출처를 알 수도 없고 신뢰할 수도 없는 정보들 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도 인터넷의 정보들은 믿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전.현직 스튜어디스들의 생생한 경험담이라고 한다. 주변 친척이나 지인 중 스튜어디스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승무원 경험도 풍부하고 승무원 지망생을 지도한 경험도 풍부한 저자의 도움은 실제적이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학생 중 스튜어디스를 꿈꾸는 성희라는 아이에게 선물하려고 한다. 선물하기 전 먼저 읽어봤는데 참 좋아할 것 같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인 성희는 키도 크고 잘 웃고 공부도 곧잘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튜어디스가 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외모'이라고 생각하는데(나도 그랬다.) 저자와 이 책에 소개된 현직 스튜어디스들은 절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적극적인 태도와 긍정적인 자세, 그리고 막연히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아니라 내게 국내항공사가 맞는지, 외국항공사가 맞는지 찾아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추상적이고 그저그런 충고 같지만 전.현직 스튜어디스의 말과 충고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고 하니 믿어야지 뭐.ㅋㅋ

 

 

 

 

 

책에는 스튜어디스가 되기 위한 실제적인 지침으로 가득하다. 웃는 표정을 연습하는 것부터 입사지원서에 붙일 사진을 찍는 요령까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렇겠지만 실제 준비하는 사람이나 꿈꾸는 사람의 입장에선 분병 도움이 될 것들이다.

 

 

 

 

저자가 실제 스튜어디스 생활도 했고 지망생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는 장점이 위의 내용같은 것들에서 빛을 발한다.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뿐만 아니라 면접 요령, 영어 면접 준비 tip까지 친절하게 소개한다.

물론, 이 책에 나와 있는대로 한다고 해서 모두가 스튜어디스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유용한 정보임에는 틀림없다. 

 

이번주에 이 책을 선물하려 한다.

그 학생이 책을 다 읽고 난후 소감이나 느낌을 추후에 리뷰에 덧붙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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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게이트 - 세계를 상대로 한 콜라 제국의 도박과 음모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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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입학 때부터 결혼하기 직전까지 10년 정도 자취생활을 했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볼꼴 못볼꼴 다봤다.

무개념의 원룸 주인과 밤만 되면 싸우는 옆집 커플과 새벽녘에 만취되어 문 열어달라고 행패부리는 아저씨.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엄마 내일 반찬 들고 올라간다”

였다.

 

 

자취생활을 한 남자들은 많이 공감할 듯한데, 사실 남자 혼자 자취생활하면 아주 가관이다. 구석에 깔아놓은 이불에서 탈피하듯 쏙 빠져나와 옷장에 널브러진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어제 아침 해 놓아 누렇게 변색된 밥과 언제 씻었는지 모를 김치를 냉장고에서 반찬통 채로 꺼내 영원한 자취생의 친구 동원 양반김과 함께 휘리릭 식사완료.

 

그런데 어머니가 오신다니!!!!

이건 전쟁이 나는 것보다 더욱 청천벽력이다.

 

학생이던 때는 수업을 빠져서라도, 일할 때는 조기퇴근을 불사해서라도 어머니가 오시기 전 자취방의 묵은 때와 켜켜이 쌓인 냉장고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들을 제거해야 했다.

미친 듯이 집단장을 마치고 초조히 어머니를 기다리던 그 시간이 얼마나 억겁 같았는지…….

 

혼신을 다한 청소는 매번 어머니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어쩜 그렇게 내가 놓친 구석만 골라내시는지 어머니는 초능력을 가지신 게 분명했다.

잔소리 17단 콤보를 맞고 그로기 상태에 있는 나에게 마지막 하이라이트.

냉장고~!! 냉장고를 여시고 난후 내 등짝을 후려치시며 하시는 말

 

“또 콜라 먹었어!!!!!!!!!!!”

 

 

 

                                                                                  (나야 나^^)

 

 

그랬다. 코카콜라는 내 애인이자 친구이자 동료였다. 배가 고프면 빨간 마개를 열어 벌컥, 출출하면 빨간 마개를 열어 벌컥, 목마르면 빨간 마개를 열어 벌컥, 친구가 오면 빨간 마개를 열어 벌컥

 

어려서부터 특별히 콜라를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자취를 하면서부터는 늘 냉장고에 콜라가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것을 가장 싫어하셨다. 밥도 안 챙겨먹는 놈이 늘상 콜라 마시고 있다고. 이빨 다 상하고 속 다 버린다고 버럭버럭 소리치셨지만 어쩌나~~ 콜라가 좋은걸. 거사를 치르고 어머니가 내려가시면 바로 슈퍼로 고고씽~! S라인 용기에 담긴 검은색 애인, 친구, 동료를 껴안고 집으로 와 작은 냉장고가 터져 나갈 듯 채워놓으신 어머니의 반찬들을 모두 제치고 코카콜라가 들어가신다.

 

“전 세계 200개국에서 1초마다 7,000병이 판매되는 음료수”

“처음 판매 된 지 120년이 지난 지금, 코카콜라는 하루에 10억 병 이상이 소비된다. 전 세계 인구의 94%가 코카콜라를 안다.” (p.108)

 

전 세계 사람들이 OK라는 영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아는 단어가 ‘코카콜라’라고 한다. 오랜 자취생활을 끝내고 결혼 한 이후로는 신기하게도 콜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아주 가끔 사다 먹기는 하지만 자취방에서 마시던 그 맛이 아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우드러프는 전직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면 더 높은 봉급을 제안하여 회사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코카콜라의 이익을 추구했다.” (p.215)

 

 

뭐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관행으로 하고 있는 일이다. 저자인 윌리엄 레이몽은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의 관행이 굉장히 부도덕적인 일로 여겨졌다 보다.

탐사전문 기자라고 하시는 윌리엄 레이몽씨~~!!

언제 한번 시간 내서 한국으로 와 보세요. 여기는 완전히 별천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무조건!!!! 그 이상입니다.

삼성이라고 아시나요? 슬쩍만 들여다보세요. 이런 「코카콜라 게이트」같은 책이 수천 권은 나올 겁니다.

 

그리고 사실 프랑스가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다 보니 책의 곳곳에서 프랑스인 특유의 자만심이 베어 나왔다. 유일하게 시장 개척을 하지 못한 곳도 프랑스이다 보니 은연중에 우쭐대는 듯한 문장이 나온다.

그래도 뭐 나는 계속 코카콜라를 마실 생각이다.

코카콜라가 없으면 내 10년의 자취생활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비밀유지 관행은 전 세계적인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고 귀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코카콜라가 택한 유일한 수단이다. 코카콜라 제조법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p.29)

“코카콜라는 제조법에 대한 비밀을 계속 유지하면서 제품에 ‘신화’와 ‘마술’이라는 특별한 가치를 덧입힌다. 이렇게 하여 코카콜라는 하나의 상징이 됨과 동시에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아이콘으로 변화했다.” (p.34)

 

이것은 몰랐던 내용이다. 열심히 마시기나 했지 ‘특수한 제조비법’따위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알아서 도대체 뭘 한단 말인가.

 

자본주의 시대에서 내가 만든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것을 조장하고 방조해 왔다. 물론 그것이 선은 아니지만 악도 아니다. 누구나 사고 싶어 하고 갖고 싶어 하는 아이콘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코카콜라의 대단한 영업 전략이다. 120년 간 독보적 1위의 자리를 지켜온 것이 배신과 음모로 점철된 초기 역사를 철저히 가려온 덕분이더라도,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제조법을 마치 마술인양 포장해온 상술이더라도,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끝없는 로비덕분 이더라도 나는 계속 코카콜라를 마실 생각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기업들의 행태와 작태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코카콜라의 이면의 모습. 더 악랄하고 더러운 모습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별로 그런 모습을 찾지 못했다. 콧대 높은 프랑스 기자의 투정정도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보면 치가 떨리는데, 레이몽씨도 이 책을 좀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코카콜라를 생각한다」로 다시 좀 적나라하게 밝혀줬으면 좋겠다. 아~! 물론 가능하다면...

 

 

그때까지는 코카콜라를 마셔야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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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부 방법을 만드는 공부생 비법 공부생 시리즈
최귀길 지음 / 마리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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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유독 특이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공대에서 화학공학과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 친구였는데 어느날 그 친구 자취방에 가니 이상한 제목의 책들이 꽂혀 있었다.

[4차원 수학 풀이], [30일 만에 끝내는 영어 회화], [속독, 남들보다 빠르게] 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제목의 책들 뿐이었다.

같이 간 친구와 함께 너는 고삐리냐 장사할거냐 수능 다시 칠려고 그러느냐 온갖 타박을 했다.

그 특이한 친구는 특별히 뭘 할려고 그런 책을 산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샀단다. 푸하하하~! 책이야 많이 보면 좋은 거니까 라고 이해했지만 결국 그 친구는 그 책들을 읽지도 않았다.

지금은 건실한 중소기업에서 연구원입네 하며 잘 살고 있다.ㅋㅋㅋ

 

 

비법은 없다. 노력만 있을 뿐이다.

물론, 이 책처럼 학생보다 훨씬 경험과 내공을 쌓은 분들의 선례와 지도를 받으면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은 학생들보다는 더 유리한 위치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어~! 뭐 그래 다 맞는 말이지 뭐~! 그래서 어쩌라고~'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책의 중간중간 삽입된 여러가지 예시들을 직접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책을 읽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15년 간 3500여 학생을 만나 그들의 공부 방법을 변화시키고 학생들이 자신만의 체계적 공부 비법을 만들도록 도와준 저자 최귀길씨의 노력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책을 보고 조금이라도 '어~! 이거 도움이 되겠는데? 한번 해볼까?' 생각이 든다면 당장 해봐야 한다.

 

적어도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이런 책이 없었다. 그냥 학교에서 선생님이 집에서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었지 이런 [비법]들을 소개해주는 친절함은 없었다.

그런면에서 이런 책을 읽는 학생들은 적어도 나보다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일테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이 책이 단순히 학생들의 점수를 조금 더 올리고 학업 성적에 더 목매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

 

반에서 1등을 하는 학생이든 40등을 하는 학생이든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에 주목한다. 전교 1,2등을 하는 친구가 어머니와 상담을 하러 왔는데 교육계통 일을 하시는 엄마의 체계적이고 꼼꼼한 교육계획에 맞춰 공부하는 아이의 스트레스가 엄청났다는 것이다. 흔히 그 정도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학업스트레스가 낮은 편인데 이 아이는 [자신의 공부]가 아니라 [엄마가 짜준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서 그것을 내것으로 완전히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단순히 대학수학능력시험 하나를 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같은 신문을 보고 같은 TV뉴스를 보더라도 [나만의 공부 방법]으로 [나만의 정보]를 재생산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바라보고 수많은 정보와 자극을 내것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바로 [나만의 공부 방법]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책에 나와 있는 여러가지 적용거리 들 중 [학습 유형별 특징]이 가장 재미있었다.

성격유형 검사와 비슷한 종류인 듯 한데 이 책의 주 대상인 학생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이해 주고 있었다.

 

 

이 책의 유형분석에 따르면 나는 '별형'이었다.

추가 설명을 보니 거의 맞아떨어졌다.

 

 

 

 

각 유형에 따라 공부하는 포인트를 다르게 잡고 유형별로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책에서 분류한 4가지 유형에 거의 다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가장 고민은 '내가 뭘 하고 싶은 지 모르겠어요'다.

하물며 부모조차도 아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어떤 것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유형의 학생인지 명확히 안다면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나만의 공부 방법]을 만드는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앞서도 분명히 말했지만 이 책은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은 책이다.

하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대로 내 것으로 적용해 보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다.

선택은 책을 보는 자신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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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성석제 지음 / 강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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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대학 3학년 때 부터이다. 고(故) 리영희 교수님의 「반세기의 신화」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이전까지 세계문학류와 기독교서적만을 위주로 읽던 독서생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후로 줄곧 사회과학 서적만 찾아 읽었다.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한 것인지, 한국의 현대사가 얼마나 창피할 정도로 엉망진창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부작용이 있었다.

그런 사회과학 서적을 읽기 전에는 학과와 기독동아리에서 밝고 유머 있는 사람으로 통했는데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한 후로는 점점 웃음을 잃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웃을 일이 없었다.

학과 활동과 동아리 활동에서 큰 의미를 찾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개판인 사회를 살면서 그저 취직걱정 하고 기독 동아리에 가서는 열심히 기도하고 하는 일 따위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인간으로 바뀌어갔다.

대학1학년 때 풍물패를 하며 잠시나마 운동권에 몸담기도 했으나 학기 초 열렸던 대동제에 단대 깃발을 들고 참석한 후로 ‘이런 80년대 운동 방식을 그대로 하다간 아무것도 안되겠다.’ 싶었다. 그 큰 노천강당에서 열린 대동제에 참석한 학생수가 200명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길로 운동권(?)에서 몸을 뺐다.

그리고 그 때 선배들이 들려주던 얘기와 책 내용이 구태의연했다.

차라리 혼자서 찾아 읽는 편이 나았다.

 

 

그런 나를 걱정해 주던 친구 하나가 성석제의 책을 선물해 줬다. 그 책은「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였다.

너무 재미있었다.

사회과학 서적을 파고들고 나서부터는 문학류의 서적은 손도 대지 않았었다.

그런데 재미있었다.

딱딱하고 무거운 예의 사회과학 책들과는 달랐다.

 

시대의 고민을 혼자서 짊어진 척하며 두껍고 어려운 책들에 코를 박아온 날들에서 해방된 느낌이었다. 한번 손을 댄 뒤로는 누가 뭐라 그럴 것도 아닌데 ‘맑스니 촘스키니 리영희니 읽다가 소설 읽고 있으면... 누가 보면... 뭐라 할까....’ 혼자 생쑈를 한 것이었다. 누가 상을 준 것도 아닌데 혼자 잘난 맛이었다.

여튼 성석제의 책은 단비 같았다.

 

이후로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 즐겁게 춤을 추다가」읽었다. 성석제 특유의 익살과 위트, 시골에 사는 사촌 형이나 막내 삼촌이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다.

 

 

이번에 읽은 「아름다운 날들」또한 그랬다. 주인공 원두가 겪는 성장통을 그린 성장소설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한 눈에 그려지는 시골 동네와 집들, 너른 들녘을 뛰어다니는 시골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실제로 내가 어린 시절 겪었고 보았던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의 경험들이 그대로 중첩되었다.

 

이전 책들처럼 히죽히죽 거릴 정도의 웃음은 없었지만 남동생이 의경 생활을 해 면회하러 가본 성석제의 고향 상주의 고즈넉한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에도 상주는 시였는데 시내 전체에 신호등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 인상 깊었었다. 동생 말로는 참 조용하고 범죄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 고장이라 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기타리는 내 시골 할아버지 댁에 큰 전축을 틀어 놓고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에 맞춰 춤을 가르쳐 주던 막내 삼촌 같고,

동네 바보 진용이는 할아버지 동네 산 밑 감나무 집에 살았던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형 같다.

그도 진용이처럼 나와 친구들보다 두세 살 위였으나 약간 모자란 탓에 늘 우리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지만 물놀이 가고 미꾸라지 잡으러 가고 가을이면 뒷산에 올라 밤 주워 먹고 겨울이며 썰매 타던 추억을 함께 한 형이었다.

융통성 없는 당숙 어른은 할아버지 동네 이장님이었던 큰 아버지 같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정겨웠다.

지금은 모습이 많이 바뀐 할아버지 댁과 그 동네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들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소설 속 진용이가 축산업으로 큰 부자가 되어 고향땅에서 떵떵 거리며 살고 있는 것처럼 내 어린 시절 추억 속 그들도 그들의 곳에서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소설 속 내용들이 작가 성석제의 어린 시절을 재구성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 과거의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날들을 추억하게 해주어 고마웠다.

 

 

“원두는 고민과 고민의 새끼와 손자와 증손자를 데리고 결국은 기타리를 찾아갔습니다.” (p.62)

 

오후 내내 물놀이를 하고 난 뒤 시골집에 뛰어 들어가면 금세 부엌에서 고슬고슬 맛난 비빔밤을 해주시고, 뒷산으로 저 멀리 개울로 데리고 다니시며 나무이름, 풀이름, 고기 이름 가르쳐 주시고 마이클 잭슨의 춤을 기가 막히게 잘 추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나의 ‘기타리’, 내 막내삼촌이 서럽도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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