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것이 아이디어다 - 우리 삶을 모던하게 만든 50가지 위대한 발상들
존 판던 지음, 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참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오! 이것이 아이디어다」‘우리 삶을 모던하게 만든 50가지 위대한 발상들’ 이라는 부제가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은이인 존 판던과 영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를 뽑고 수천 명의 영국 네티즌들의 투표로 순위를 매겼다. 그러나 머리말에서 저자가 말한 대로 ‘1위에서 50위까지’라는 순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현실을 있게 만든, 또는 진일보하게 만든 위대한 50가지 아이디어를 살펴본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책은 50위부터 1위까지 소개되는 역순이다. 이것 또한 재미난 아이디어다.

다소 두꺼운 책의 두께에 비해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치 만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중간 중간 그림이 있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저자가 독자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잘 쓰는 것 같다.

 

책에 소개된 50가지 아이디어는 어느 것 하나 인류의 역사를 바꾸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중요하고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들이었다.

그중에서도 11위인 희망, 20위인 인쇄술, 9위인 하수도가 가장 눈에 띄었다.

 

 

“희망은 우리를 속인다. 희망은 기대감만 잔뜩 부풀린 뿐 정작 기대하는 것을 이루어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째서 희망을 좋게 생각해야 할까?” (p.357, No11 Hope)

 

희망고문이라는 말도 있듯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현실이 더 많은데 ‘희망’은 어쩌면 고문에 불과할 때가 많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과 니체는 희망을 쓰레기 취급했다. 역사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규정했다.

일면 동의가 되기도 하지만 또 너무 부정적인 면만 보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중 하나가 [현장르포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사회의 밑바닥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가감 없이 전달된다. 처음에는 불편했다. 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이 너무 고달프다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지난회에 방송했던 주인공들이 그 회를 시청한 시청자나 관계기관의 도움을 받아 더욱 나은 삶을 살게 된 것을 소개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실 나는 그 부분을 보려고 기다린다. 여전히 ‘희망’을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시혜적 도움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등 도움이 안 된다’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어쨌든 도움을 받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현실이고 사실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희망’이고 그 ‘희망’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쇄술의 발명은 유례없는 방식으로 인간 세계를 하나로 통일했다. 인쇄술은 많은 사람이 생각을 공유하고, 같은 이야기와 같은 언어를 읽고, 경험을 나누고, 같은 신념을 좇게 만들었다. 한 나라는 물론 여러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는 것이 역사상 처음으로 가능해졌다.” (p.281, No20 Printing)

 

학창시절 배웠던 것인데 인쇄술을 발명해준 선조들에게 새삼 고마웠다. 문자가 있어도 인쇄술이 없었다면 지금의 문명은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매일 45조 장에 달하는 종이가 인쇄되고 수십 억 인구가 책과 잡지와 신문은 물론 상품 라벨과 청구서를 읽고 티켓을 점검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들 덕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그들 덕이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존 종이책은 없어지고 전자책이 대세가 될 것이라 떠들어댔지만 결국 종이책은 남았다. 종이는 그 어떤 첨단의 발전에도 굴복되지 않을 것이다. 읽고 넘기고 덮는 육체의 행위는 그 어떤 것으로 치환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영국에서 영국의 전문가들과 영국의 네티즌들이 선정한 것이라 그런지 20위인 인쇄술과 36위인 도기, 28위인 냉각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간과한 역사적 사실들이 있었다.

 

“868년 「금강경」751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본, 아직 세계적으로는 가치를 공인받지 못한 실정.”

“유네스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은 1372년 고려에서 제작된 「직지심체요절」” (p.283)

 

중국의 「금강경」보다 100여 년 전 만들어진「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삼국시대부터 활발하게 있어 온 자기문화에 대한 부분, 마찬가지로 신라시대부터 있어왔던 냉각기술인 석빙고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애국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한국이 조금 더 국제적 인지도가 많았더라면 이런 것들이 소개되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에서 중국과 일본의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서는 소개와 언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긴 자업자득이다. 맨날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 떠들어대고 철없는 코흘리개들에게 주입하기 바빴지 정작 계승하고 보존하여 발전시켜야 할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개털 취급을 해왔던 나라 아닌가.

프랑스로부터 대여 형식으로 잠시 반환해 온 [외규장각의궤] 같은 경우에도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민간차원에서 시작된 일의 마지막에 부랴부랴 뛰어들어 마치 정부가 나서서 다 해낸 것처럼 “145년만의 귀환”이라며 방송 해대고 하는 모습이 참 가관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생물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구럼비바위를 해군기지로 만들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폭파시키는 꼴 또한 동일하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해만 보일 뿐이다.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서 ‘그때 왜 그걸 지켜내지 못했을까...’후회해봐야 떠 나간 버스다.

 

 

역사라는 것이 힘을 가진 자들이 밀고 나가는 것이기에 눈치 보지 않는다. 결국 기록이 되고 전해질 텐데 부끄러움이 없다. 염치도 없다.

지켜내야 할 것들은 진작 지켜냈으면 아니, 꼭 찾아와야 할 것들을 진작 찾아왔더라면... 그래서 제대로 의미부여하고 세상에 알렸다면 좋을 뻔했다. 이미 지나간 얘기지만 말이다.

점점 리뷰가 산으로 가고 있어 각설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한다.

 

“하지만 21세기에 와서 돌아보면 명예는 그저 남성다움을 과시하려는 허세에 지나지 않을 때가 너무 많은 듯하다. 명예는 폭력과 편견을 훌륭한 옷으로 둔갑시키는 데 사용될 때가 너무나, 너무나 많다.” (p.61, No 45 Honor)

 

100% 공감한다. 명예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공격이 너무나, 너무나 많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명한다. 명예라는 허울로 덮어씌우면 그냥 없던 일이 된다. 그리고 정당한 일이 된다.

꼭 못난 자들이 밖에서는 쥐 죽은 듯이 지내다가 안에서는 큰 소리 친다. 가정과 사회와 국가가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허세를 부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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