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 사기본기 1 사기 완역본 시리즈 (알마)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 알마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을 읽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고전이 아직까지 살아 숨 쉴 수밖에 벗는 이유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을 인류와 함께 해온 그 생명력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하다.

 

사실 중국고전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홍신문화사의 「한비자」를 읽은 것이 고작이었다. 특별히 중국고전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자가 많고 양이 워낙 방대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그리고 아무리 유명한 고전이라해도 번역본이 너무 오래전인 것이 많아 읽기가 버겁다.

 

중국고전을 전공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 내에서 내 나름의 언어와 사고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기」라는 Text는 변하지 않지만 시대와 역사를 통해 일어나는 Context들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같은 Text에서도 나름의 해석을 해내는 것이 책을 읽는 독자의 중요한 의무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세 가지를 생각했다. 옮긴이사마천, 슈퍼차이나이다. 리뷰를 읽으시며 확인해 보시라.

 

 

첫 번째는 옮긴이다.

“42일, 1만 9,376킬로미터, 역자가 본기(本紀)의 현장을 답사하는 데 투자한 총 시간과 거리. 하루 평균 약 461킬로미터를 이동한 셈.”

“어지러운 책이란 뜻의 ‘난서(亂書)’라는 야유부터 어려운 책이라는 뜻의 ‘난서(難書)’에 이르기까지 많은 별명을 갖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완역본을 15년 넘게 고민하게 구상해 옴.” (p.35)

 

먼저 책을 번역한 김영수씨의 노력과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방대한 역사서를 한국어로 다시 옮긴다는 일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일 텐데 단지 책상 앞에 앉아 검색하고 책 찾아가며 번역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사마천의 역사루트를 따라 「사기」에 등장하는 지명을 따라 발품을 팔았다. 사진을 찍고 기록하며 최대한 「사기」의 날 것. 그대로를 한국어로 옮기려 한 사명감에 감탄했다.

 

“사마천은 궁형을 당한 후 남은 삶의 전부를 <사기>의 완성에 쏟았다.” (p.53)

 

억울한 누명에 의해 남자에게는 치욕스러운 형벌인 궁형을 당하면서도 온 몸을 불태워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의 사명감과 오버랩 된다.

 

또한 나와 같은 중국고전에 대해 문외한이고 ‘중국고전은 어렵다~. 재미없다~.’라는 선입견을 가진 독자가 이 책 「완역 사기」를 볼 때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책을 구성했다.

 

“<사기>는 12편의 ‘본기’, 10편의 ‘표’, 8편의 ‘서’, 30편의 ‘세가’, 70편의 ‘열전’으로 다섯 체제, 총 13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p.88)

 

입이 떡 벌어지는 방대한 책인 「사기」는 더욱 독자를 주눅 들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옮긴이의 지극정성으로 꽤나 이해가기 쉽다.

 

먼저 각 ‘편’의 가장 앞부분에 ‘해제’를 배치한다. 각 ‘편’이 쓰여진 배경과 역사적 상황 등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한국어 번역문’이 온다. 앞서도 말했듯이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원문은 볼 필요가 없다. 그 다음에는 ‘명언·명구 풀이’, ‘관련 인명표’, ‘관련 서명 인명표’가 배치된다.

그리고 각 구성의 곳곳에는 옮긴이가 직접 사기루트를 따라 여행하며 찍은 사진이 삽입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두 번째로 사마천이다.

 

황제에 대한 충정으로 올린 직언이 황제의 노를 사 사형을 선고 받는다. 사마천은 억울했지만 평생의 명(命)으로 삼았던 「사기」집필을 완성하기 위해 죽음보다 치욕스러운 ‘궁형(남자의 생식기를 거세하는 형벌)’을 자청하여 사형을 면했다. 그 때 사마천의 나이 49세였다고 한다. 목숨보다 명예와 자존심을 중요시 했던 고대 문인들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었다. 하지만 사마천은 살아남아 죽음의 수치를 글로 대신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 석 자와 그의 책은 수천 년을 아로새기며 아직도 살아 있다.

 

사마천은 이전의 수많은 역사서의 집필 방향과 집필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사기」를 집필했다. 새로운 역사서술체인 기전체를 창조해 냈고 인간군상에 대한 관심이 가장 우선이었으며 사회적 소수자와 비주류 계층에 대한 차별함이 없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사마천은 표상이 아닌 사실을 중시하였는데, 항우와 여후가 본기에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이다. 사마천은 본기를 통하여 그 사람이 제왕이든 아니든 천하대세를 주도했다고 판단하면 그를 역사 사건의중심인물로 삼아 논술을 덧붙였다.” (p.174)

 

사람의 출신 성분이 어떠하고 배경이 어떠한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았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서 주목받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여겨지면 그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다.

“‘열전(70권)’은 <사기>에서 가장 중요한 체제다…….사회적 비주류 계층이었던 상인, 자객, 유협, 동성애자, 점술가 등 실로 다양한 계층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생동감 넘치는 인간학 보고서이다.” (p.27)

 

“열전에는 수많은 인간 군상이 포함되어 있다. 특정한 시대나 시기에 그 나름 역사적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한 사람은 누구나 포함시켰다. 정치가, 학자, 군사가, 문학가, 관리 등 주류 계층은 물론 유협, 자객, 연예인, 장사꾼, 점쟁이 등 비주류 계층이나 천민들까지 두루 망라하는, 말 그대로 적나라한 인간 시장이 펼쳐진다.” (p.102)

 

사실 아직도 <열전>에 실린 사회적 소수자들은 여전한 차별 속에 살아간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분명한 차별법과 사회적 제도가 있었고 지금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여전히 존재하고 사회적 통념은 더욱 단단하고 경직되었다고 본다.

사마천의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더 적나라한 차별과 실제적인 위협과 처벌을 가했을 계층에게까지 눈길을 담았다는 것은 역사가로서 높이 평가받아야 할 관점이다. 역사라는 것은 늘 승리한 개인과 집단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서술에 있어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와 집필방식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당시 많이 읽히고 가치를 평가받던 역사서들을 모두 망라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비교하여 「사기」를 집필했다.

 

그래서 고대 중국의 왕조들에 대한 계보와 주요사건들을 계통적으로 서술했다.

최초 중국의 설화와 중세 중국의 왕조의 중간기에 존재했던 공백을 메우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 중국, 슈퍼차이나의 ‘역사 소프트 파워 전략’이 되리라고는 사마천은 당연히 알지 못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슈퍼차이나다.

 

얼마 전에 읽었던 책 제목이기도 한데, 경제적·군사적으로 힘이 강해진 ‘슈퍼’가 아니라 수많은 소수민족과 동북아시아 타국가와의 역사격론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슈퍼’를 말하는 것이다.

 

 

 

“<사기>의 첫 편인 <오제본기>는 상고시대 다섯 제왕의 덕과 공적 그리고 계보를 기록. 특히 사마천은 자신이 주로 참고하였던 문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중화민족의 시조를 만들어냄으로써 훗날 중화주의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대일통(大一統)’ 관념을 만들어 냄.” (p.187)

 

“우의 공적을 집중적으로 수록한 <하본기>는 중화(中華)의 원형질로 거듭나고, 우의 구주는 천하의 개념이자 중국의 개념이 되었다. 그리하여 ‘하(夏)’는 중국이요, 중국인을 가리키는 단어로 발전하였다. 이런 점에서 <하본기>는 처음부터 정치논리와 이데올로기에 휘둘릴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p.251)

 

“이런 위험성은 최근 중국이 의욕적으로 전개하는 ‘역사 새로 쓰기’공정에 의하여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전 세계를 향한 중국의 ‘소프트 파워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p.251)

 

이 책 「완역 사기 본기」 1권이다. 전체 사기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래서 전체 「사기」에 대한 평가를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후세의 개인과 집단·국가·정권이 어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기」의 일부 내용을 전도하여 이용한다면 이것은 꽤나 심각한 일이다.

 

<오제본기>와 <하본기>는 쉽게 얘기하면 고대 중국의 왕조에 대한 이야기다. 상고시대와 중세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는 역사의 단추를 찾지 못하던 중국에게는 「사기」야말로 딱 들어맞는 역사책인 것이다. 「사기」에 실린 고대 왕조의 기록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관변·어용 역사학자들의 주장이 더해지면 금세 강력한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수많은 소수민족과 주변국들과의 역사문제들에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연속성을 확보하여 한족의 발상지인 중원 지역에 둥지를 틀었던 하·상·주의 건국 연도와 주요 사건들의 연대를 확정하는 것은 향후 이어질 55개 소수민족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프로젝트의 방향타를 설정하는 일이며, 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한족 중심의 역사관 확립이라는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수립하겠다는 의미다.” (p.253)

 

 

그것은 다름 아닌 ‘중화주의의 부활’이다. 중국이 최고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슈퍼차이나다. 어차피 현재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2대 파워로 자리 잡았고 국제무대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이다.

 

불과 십여 년 전만해도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과 중국 내 인권·여론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특히 미국)의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별한 사고와 사안이 있어도 중국 정부의 대변인이 나와 ‘내정간섭이니 조용들 해라!!!’라고 얘기하면 아무 말 하지 못한다.

경제는 엄청나게 성장하고 정치적 파워도 급속히 높아져 가는 시점에서 반드시 깔끔하게 처리하고 봉합해야 할 문제는 ‘역사문제’이다.

 

‘중화, 중화’ 떠드는 것이 단순한 중국 민족의 자존심이나 인구 수, 경제 성장력 따위가 아닌 ‘고대 역사책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라는 인증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기」에 대한 재평가와 특히 <본기>에 실린 <오제본기>와 <하본기> 등에 대한 집착이라 할 수 있다.

 

옮긴이는 이러한 문제의 시급성과 중대성에 대해 분명히 강조하고 경고하고 있다. 어차피 <오제본기>, <하본기>는 한국의 고대 역사와도 맞물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양국이 협력해서 함께 연구하고 역사적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서 조차 역사를 배우지 않는 한국에서 이런 옮긴이의 주장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 확신한다.

 

그냥 손 놓고 있다가 슈퍼차이나에게 역사마저 통째로 뺏기게 된 후에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슈퍼차이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적 사업으로 이러한 역사문제에 대해 예산을 편성하고 조직을 구성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그들의 치밀함이 무섭기도 하다. 단순히 경제만 성장하는 존재가 아니라 역사마저도 새롭게 재편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파워를 지닌 존재가 이미 되어버렸다.

 

한국도 준비를 해야 할 텐데 걱정만 앞선다. 준비를 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출간된 「사기 본기 2권」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옮긴이가 「사기」전체를 번역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명감에 대한 열정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느라 고생한 나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방수지구심어방수(防民之口甚於防水)

-백성의 입을 막는 일은 물을 막는 일보다 심각합니다- 소공(召公)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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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새끼입니다 -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 정철의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개새끼’라는 어감은 좋지 않다. 불편하다. 흔히 욕으로 통용된다. 지역에 따라 ‘개새끼’를 발음할 때 강세가 다르다. 어렸을 때 서울에 사는 큰 고모 댁에 놀러가서 그 동네 아이들과 놀다가 들었던 ‘개새끼’는 내가 살던 경상도 지역의 아이들이 하던 ‘개새끼’와는 달랐다. 욕이라기보다 귀여운 말장난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저기 벌교, 순천 정도의 질펀한 욕은 아니지만 내 고향 경상북도 해안 지역의 욕 또한 질펀하다. 아마 서울·경기 지역에서 표준말(나는 이 말을 참 싫어한다. 도대체 무엇이 표준이란 건지 모르겠다. 여튼,)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들으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구토바운스를 일으킬 정도다.

 

하긴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서울 지하철을 타고 실컷 수다를 떨고 있는데 사람들이 다들 쳐다보고 슬금슬금 비켜섰던 적도 있다.(사실 그땐 철없이 약간은(?) 놀던 때라 입고 있는 옷도 거시기 했었고, 대화의 98%는 욕이었으니까.^^;;;;)

 

욕 하나 조차도 이렇게 다르다. 지도만 보면 참 작은 땅덩어리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허리가 뚝 끊긴 체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지역마다 욕이 다르고 말이 조금씩 다르다. 생각은 더 다르고 고정관념은 더욱 다르다. 아주 사소한 것도 이렇게 다른데 국가적인 중대 사안에 대한 생각은 더욱 다르다. 늘 봐왔듯이 지난 4월 총선은 하나의 국가에서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명확한 실제 사례이다.

 

 

아름다운 색의 대비를 보라. 누가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할 수 있을까?ㅜㅜ

 

 

이 책 「나는 개새끼입니다」도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저자인 정철씨와 같이 나는 흔히 비꼬듯 표현하는 ‘노빠’다.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도 노무현이다. 여전히 정치적 타살에 의해 추락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훗날 역사가 참여정부와 노무현을 재해석 할 때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할 정부와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노빠’ 정치인들을 개 몰 듯 몰고 있고 이번 총선에 출마한 이른바 ‘노빠’진영의 후보자 들 중 대다수가 낙선했다. 봉하마을의 방문객은 꾸준하지만 정작 노무현을 바라보는 시선은 천양지차다.

 

나는 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잘 몰랐다. 정치적 각성을 한 대학시절 그는 이미 정권 후반기에 이르렀고 아들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게 김대중은 그저 나이 많이 먹고 겨우 대통령이 되었다가 아들들 단속 제대로 하지 못해 정권 말년이 비루해진 대통령에 다름없었다. 김영삼과 거의 동일시 했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정치적 각성을 한 후 김대중 대통령이 걸어온 정치적 삶과 행동을 제대로 복기한 후 김대중 대통령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런 재 각성이 없이는 잘 알지 못한다. 이번 총선에서 왜 20대 투표율이 그렇게 저조했느냐에 대한 많은 말이 쏟아졌다. 다들 맞는 얘기고 날카로운 분석이다. 하지만 노무현 시대를 살지 못한 20대 초·중반, 정확히 말하면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이어온 민주·개혁의 정치적 바람을 정치적으로 각성하지 못한 채 중·고등학교를 졸업 한 20대는 지금의 이명박 가카의 멜랑콜리한 바람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 놈이 그 놈이다. 정치? 개나 줘버려~ 재미없는 아저씨들! 투표가 뭔데? 당장 취업 준비해야 하는데 뭐래?’ 이렇게 되는 것이다. 제 아무리 뛰고 나는 인기 정치인이 눈물을 흘리며 호소해도 먹히지 않는다. 반드시 필요한 정치적 각성을 어느 때에 하게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이 요점이다.

 

나의 선배 세대가 가졌던 김대중에 대한 생각과 내 생각이 달랐던 것처럼 내가 가졌던 노무현에 대한 생각이 내 후배 세대의 생각과는 굉장히 다를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한 인식을 하지 못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림이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정철씨의 한 문장 한 문장은 내게는 참 아프고 안타깝고 답답하고 또 가카에 대한 일갈에는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카피라이터답게 촌철살인으로 가득 담긴 내용이 쏠쏠하게 재미있다. 허를 찌르는 재치에 피식 웃다가도 현실을 적나라하게 해부하는 칼날 같은 문장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슬펐다.

 

웃프다. 이 시대는 웃프다라는 웃픈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충분히 웃프다.” (p.54)

 

웃고 있지만 동시에 슬픈 현실. 그것을 가리키는 ‘웃프다’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현실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단어인 듯하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고, SNS에 잘못 올렸다가 고소가 되기도 하는 철권시대에 그저 술자리에서 술기운을 빌려 욕지거리 내뱉는 정도의 우리네 삶의 정형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다. ‘웃프다’. 웃퍼서 웃기고 슬프다. 제정신으로 사는 것이 더욱 이상하고 용기가 필요한 시대에 매일매일이 ‘웃픈’, 웃픈이들이 가득하다.

 

“모든 ‘서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p.28)

 

웃픈일이다. 아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서민’이니까 당연히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져야지. 물론. 돈 많고 권세 있고 빽 있고 힘 있는 분들은 미리미리 영주권이 있으시든가 병을 만들어 놓으시든가 아님 생각지도 못했던 기상천외한 방법을 준비하셔서 더 큰일을 하셔야지. 국방의 의무 따위야 ‘서민’이 하면 되지~~. 당연한 거 아냐??

 

 

 

악마 같은 북한을 무찔러 버려야지. 우리 ‘서민’들이. 힘을 합쳐서. 군대에서 3년 6개월을 썩고 제대하고도 이 나이까지 예비군 훈련을 가야하는(다음 달에 예비군 마지막 년차 2박3일 동원훈련이 있다. 제길!!) 나 같은 ‘서민’ 따위가 해야지. 지옥에나 떨어졌을 김정일이 남침을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예비군 때문이라지 않나!!! ㅋㅋㅋ. 인간어뢰와 더불어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코미디다. ㅋㅋㅋㅋ

 

길게 얘기했지만 노무현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이 읽으면 이 책은 분명 재미없을 것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과 미안함이 절절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같은 이에게는 위로가 된다. 위안이 된다. 책을 읽는 동안은 현실의 ‘웃픔’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주기가 가까워 더욱 그러하다.

 

한 때 '노빠'였던 것이 부끄러운 사람이나, 한 때 '노빠'였으나 전향한 사람이나, '노빠'를 비하하는 사람이나, '노빠'를 증오하는 사람이나, '노무현'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제발 이 책을 읽지 마시기를.

 

 

그렇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 중 이 책을 안 읽어본 사람들은 당장 사서 읽어 보시라.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이 사진에는 모두들 공감을 하겠지?

 

 

많이 많이들 드시고 얼른 인간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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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열섬 - 대책과 기술 푸른길 학술총서 6
모리야마 마사카즈 외 지음, 김해동.한상주 옮김 / 푸른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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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맘때면 나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어릴 때부터 유독 땀을 많이 흘렸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 해 여름 영천에서 훈련을 받으며 흘렸던 땀은 족히 수 리터는 될 듯하다. 16주 동안 훈련 받으며 10킬로그램이나 몸무게가 빠졌으니까.

 

나는 한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 중 하나인 대구에 살고 있다. 한국지리 시간에 배웠던 대표적인 분지지형의 도시가 대구다. 사방으로 산에 둘러싸여 있는 지형이다. 그래서 실제로 대구는 상당히 덥다. 몇 년 전부터는 여름 날씨가 더욱 습해지고 있다. 불쾌지수와 열대야의 수치는 매년 그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을수록 땀이 더 나는 것 같다. 그래서 여름을 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

 

“냉방 실외기와 자동차 등에서의 인공 배열이 많은 데다 일사를 흡수한 콘크리트 면으로부터의 복사열로 하루 종일 고온의 상태가 지속”(p.228)

 

여름 한 낮에 거리를 걷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아스팔트와 지나는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건물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뒤섞여 찜통 따로 없다. ‘밖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 생각 않고 저렇게 에어컨을 틀어대니…….’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막상 차 안에 있거나 건물 안에 있으면 가장 먼저 에어컨을 가동시킬 것이다.

 

“열섬이란 교외 기온과 비교했을 때 도시 기온이 섬 형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p.38)

 

열섬이라는 단어를 학교에서 배웠던가 싶다. 말 그대로 섬처럼 유독 도심 지역에서 고온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한낮에 뜨거운 것은 당연하지만 한밤에도 여전히 온도가 내려가지 않고 고온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흔히들 쓰는 열대야 현상을 일으키는 주원인도 바로 열섬현상 때문이다.

 

“열섬 문제의 근원은 우리들이 도시와 건축을 만들 때, 전혀 이 문제를 배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해 온 점에 있다.”

 

“열섬 현상은 열오염 문제이다. 공해 대책이 한창이었던 1970년경, ‘열오염은 최후의 공해’라 일컬어졌다.” (p.5)

 

이 책 「도시열섬」은 일본의 여러 학자들이 ‘도시열섬’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학자는 1명이 참여하였다. 총 16명의 학자들이 자신이 쓴 소논문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그러나 내용은 결코 어렵지 않고 따분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이러한 ‘도시열섬’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많은 연구와 대책이 있어왔다고 한다. 실제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일본 중·남부 지역의 여름기후가 아열대기후가 되었다고 한다. 굉장히 덥고 굉장히 습한 여름이 된 것이다.

책에서는 오사카와 도쿄를 예로 제시하고 비교·분석, 실제 대안와 대책을 기술적으로 적용한 각종 데이터와 도표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 사례를 가지고 얘기를 해주고 있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다. ‘도시열섬’ 현상에 대해 이것을 단순한 기후 변화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것은 대단한 인식의 발전이다. 기후 변화로 인식하며 다들 손을 놓고 있는 것에서 오염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적극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했던 것이다.

 

 

실제로 오사카의 한 보도 주변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니다. 가로수가 있는 보도의 온도와 가로수가 없는 보도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크고 작은 수림 지대 안은 주변의 수림이 둘러싸여 있지 않는 장소에 비해 그 규모에 따라 기온이 얼마간 낮다. 이것을 쿨 스폿이라 한다.” (p.74)

“여름철 낮에는 수림의 표면 온도와 외부의 아스팔트면의 온도차는 15℃이상, 도시 생활자에게 수림의 이러한 효과는 열섬 대책으로 효과적이다.” (p.75)

 

 

“옥상녹화, 고반사성 도료를 도포한 지붕 ‘쿨 루프’"

 

 

 

책에서는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이러한 대안과 대책이 실제 오사카와 도쿄에서 적용되었을 때 볼 수 있었던 열섬현상의 완화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가로수·도심내 공원·옥상과 건물표면의 녹화·고반사성 도료의 도포 등이 적용되었다.

 

실제로 내가 살고 있는 대구도 예전부터 대구에서 살아오신 어르신들은 오히려 예전보다 ‘대구 여름이 덜하다.’라는 말씀을 하신다. ‘예전에는 정말 따가운 햇볕이 내려쬐고 숨이 턱턱 말할 정도로 더웠다고 하시는데 요즘은 많이 시원해 졌다.’ 라고도 하신다.

98년 처음 여름 더위를 마주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때만 해도 정말 더웠던 것 같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려 했지만 너무 더워 고향집으로 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대구는 수년전부터 도심 내 다소 방치되었던 공원을 완전히 재정비 했다. 경상감영공원과 2.28기념공원이 대표적이다.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들과 함께 방문할 때면 깜짝 놀라고는 한다. 책에서 여름철 낮에 수림의 표면 온도와 외부의 아스팔트면의 온도차가 15℃이상 난다고 하는데 나는 이것을 직접 경험해 봤다. 한 여름 한 낮에도 나무 그늘 밑 공원벤치에 앉아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한참을 앉아 있으면 서늘하기도 하다. 에어컨만큼 즉각적·저돌적으로 내뿜는 차가운 바람은 아니지만 에어컨처럼 머리를 아프게 하지 않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드는 바람이다.

 

도심내 공원이 있고 많은 가로수가 있다. 그래서 대구의 여름이 예전보다는 덜하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대구가 고향인 아내는 이런 내 의견이 전적으로 동의했다. 아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는 너무 더워서 학교가 방학 전이었는데도 휴교를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대구의 여름이 그 전보다는 더위의 정도가 덜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구의 여름은 덥다. 그래서 괴롭다.

 

 

 

“열대야 일수는 1950년 이후에 급증하고 있다.” (p.33)

“사람 1명이 약 100W의 발열원이며” (p.42)

 

사실 이러한 여러 가지 대책은 뒤늦다. 나 한 사람에게서도 100W의 열이 방출되고 수많은 문명의 이기가 낳은 결과물에서도 무참한 열이 방출된다. 배려가 없다. 염치도 없고. 일단 내가 시원하면 만사 오케이다.

 

각자 자기 집 에어컨을 켜는 빈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희망온도는 조금 높이고 차안에서 켜는 에어컨의 빈도도 좀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제 휴일을 맞아 아내와 백화점에 갔다. 대형백화점임에도 아직 에어컨을 틀지 않아 혼자 궁시렁대던 기억이 떠올라 부끄럽다. 어제는 별로 덥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1. 녹지와 물이 있어 촉촉함이 넘치고, 자연 바람이 부는 도시

2. 냉방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편히 잘 수 있는 도시

3. 건물과 도로에 열이 잘 축적되지 않는 도시

4. 시원함,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도시 (p.212)

 

책에서 제시된 최종적인 목표이다. 4가지가 충족되는 도시에서 살면 참 좋겠다. 특히 2번 열대야가 없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

올 여름에도 더위 때문에 시들시들 하루를 버티며 살겠지만 남을, 상대방을 조금만 더 배려하는 자세를 견지할 것을 다짐해 본다.

내가 더우면 저 사람도 더울 것이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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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 Feel通 - 머리 좀 굴리며 살고 싶은 그대를 위한 카피라이터의 뇌 소통법
김이율 지음, 송진욱 그림 / 대교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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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고 체하면 약도 없습니다. 며칠 동안 큰일을 못 보면 초조하고 불쾌합니다. 시원하게 샤워를 했는데 하수구가 막혀 물이 빠지지 않으면 짜증납니다. 긴 시간 고민하다 어렵게 꺼낸 말에 동문서답하는 상대방은 골 때립니다. 내 마음 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헛물켜는 저 치가 답답합니다.

통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연스럽지요. 그래야 순리대로 진행이 되니까요. 막히면 답답하고 짜증나고 제 맘대로 해버리니까요.

 

 

「필(Feel)통(通)」카피라이터의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책입니다. 벌써 제목부터 카피라이터 냄새가 나잖아요. 어떻게 저런 감각을 가질 수 있을까요.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유명한 카피라이터가 쓴 책인데 이 분도 참 감각이 환상적입니다.

 

사실 이런 책이 많이 출간되어서 ‘소통을 해야 한다.’, ‘fell이 통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하는 것은 그 만큼 소통이 안 되고 있다. feel이 통하지 않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모르고 있다는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지요.

 

“소통이란, 말을 섞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섞어야 하는 것입니다.” (p.5)

 

며칠 전 우연히 TV에서 학교폭력 관련된 프로그램을 시청했는데요. 중간에 소아정신과 의사 한 분이 원인을 제시했는데요. 지금의 아이들은 모두 일정 정도의 정서적 학대를 받아왔다고 하더군요. 그 분의 말씀이 이랬습니다.

 

“2살 된 아이에게 영어 발음을 해보라고 하는 게 정상입니까?”

 

아이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 이지요. 그러나 부모는 맞벌이로 정신없이 살다보니 내 아이 공부만을 똑부러지게 시켜야겠다는 욕심이 앞섰겠죠.

그래서 쉬는 날에도 퍼질러 쉬지 않고 나름 소명감으로 공부를 시켰겠죠. 그런데 그것이 아이의 발달 정서를 멈추게 하고 스트레스 동인으로 작용하게 되었죠. 아주 어린 나이부터 경쟁을 강요받고 성공에 대한 강박에 세뇌되어 온 아이들은 ‘배려’, ‘나눔’, ‘이웃’ 따위의 단어들을 연상하지 못한 다고 하더군요.

 

가만히 생각해봤더니 꽤나 구조적이고 복잡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나라에서 전적으로 책임을 져서

 

“자~ 오늘부터는 맞벌이 하는 가정은 불법입니다. 맞벌이 하던 소득수준을 보장해 줄 테니 부모 중 한 명은 가정으로 가서 아이들 정서함양에 힘써주시오!!”

라고 한다면 모를까 맞벌이를 해도 먹고 살기 빠듯한 가정에게는 정서발달이니 가정교육이니 하는 것은 배부른 남의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또한 한국의 정부가 그런 용기와 배려가 있을 리 만무하고.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과 말을 섞지만 마음을 섞지 못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마음을 섞는다는 것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리라 확신합니다. 슬픈 일입이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으로 제도를 만들고 처벌을 강화하고 하는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본질적 배경과 근원을 모르는 바 아닐 겁니다. 직시하기 두렵고 용기가 없기 때문이겠죠. 바보들.

부모가 먼저 아이와 통(通)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볼 때는 망원경으로 보라. 다른 사람의 단점을 볼 때는 현미경으로 보라” (p.75)

 

요즘 꽤나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보다 연배도 한참 위고 평소 많이 친했던 분인데 지금은 얼굴을 마주치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불편합니다. 이유를 찾으려면 A4를 가득 채울 수 있지만 책에서 저 문장을 보는 순간 적잖이 놀랐습니다. 누군가 제가 정말 존경하고 따르는 스승이 해주는 말 같았거든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해 덮어두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더 늦기 전에 그 분과 통(通)해야겠습니다.

 

 

 

삼성이 이제는 정유 업계까지 손을 뻗친다고 하죠. 보수언론들은 또 용비어천가를 불러 대고 있고요. “삼성의 정유계 진출로 그간 정유 업체들의 담합을 막고 합리적 경쟁을 통해 서민의 등골을 휘게 하던 주유비를 낮추는데 기여를 할 것으로...”

 

쌍욕을 하고 싶지만 참습니다. 개풀 뜯어 먹는 소리, 바보 널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십시오. 한 두 번속아 왔습니까? 그냥 돈 벌거 찾아서 들어가면 들어가지 왜 그딴 말도 안 되는... 하긴 언론이라는 것들이 지금은 모조리 이상해 져서 이해는 갑니다만 작작들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통(通)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삼성도 언론도 가카도 맞벌이 부부도 학교폭력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나도 그분도 문대성도 박근혜도, 말이죠.

feel까지 통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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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경제 - 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김상조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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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온 나라가 뜨겁던 2008년 초여름 MBC 100분 토론에 나온 김상조 교수를 똑똑히 기억한다. 반대편 정부쪽 패널로 나온 국회의원과 평론가의 어이없는 주장과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생떼를 웃음으로 받아 넘기며 조목조목 데이터와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쉽고 논리적으로 정부쪽 패널의 입을 하나씩 다물게 했던 그 분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교수라는 직업이 정말 잘 어울리는 외모와 목소리,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완전히 원사이드한 토론이 되어버려서 정부쪽 패널들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지켜보는 나는 얼마나 시원하던지~ 어려운 경제 분야에 대해서 시청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주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런데 이분이 [경제개혁연대]라는 단체의 소장이시고 한국의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골칫덩어리인 삼성과 수년을 싸워온 전사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이 책 「종횡무진 한국경제」는 사실 좀 어려웠다. 100분 토론에 나와서 농담과 비유를 섞어가며 하는 주장과는 사뭇 달랐다. 그림책을 방불케 할 정도로 도표와 그래프가 난무한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이 개혁과 진보의 ‘실체적 내용’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 (p.13)

“흔히 나는 진보경제학자라 불리지만, 케인스주의자라고 평가하는 분들도 많다. 맞다. 그만큼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러나 국가 개입의 현실적 수단인 관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p.19)

 

 

[경제개혁연대]는 1997년 설립된 이래 줄곧 재벌과 싸워온 민간단체이다. 창립선언문에서도 <작고 소중한 성공 경험의 축적을 통해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갑니다>라고 주창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이제껏 아무도 하지 않았던 재벌을 향한 계란 던지기를 계속해서 해오고 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덤빌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재벌의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편법 상속·증여, 탈세 등등 수많은 경제범죄에 대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다.

 

표창을 주어 마땅한데 리뷰를 쓰기 전 [경제개혁연대] 홈페이지에 들어 가보니 열악함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긴 그렇다. 한국에서 삼성과 싸운다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어쩌면 목숨까지도) 불구덩이에 기름통을 움켜쥔 채 뛰어드는 것인데 참 대단한 분들이다.

 

일각에서는 김상조 교수를 진보경제학자라느니, 좌파경제학자라느니 말이 많은 듯하다. 이건 뭐 재벌에 조금이라도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면 모두 빨갱이니 뭐. 그런데 자신도 진보냐 보수냐 이념의 실존적 자세에 대한 의미보다 어떻게 해야 경제의 진보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이라 한다.

 

 

또한 책의 곳곳에서 모피아(금융 정책과 관련된 전·현직 관료들이 정부정책과 산하기관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용어)로 불리는 경제 관료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진실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정과 고민이 있지만 공적체제에 예속된 직장인으로서의 공무원이 되면 그렇게 이기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총수 일가가 5%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황제처럼 경영하는 불건전한 기업지배구조의 문제, 특히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승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행위의 문제는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전근대적 잔재의 상징이기도 하다.” (p.176)

“기업인 범죄에 대해, 검찰은 불구속 기소에 그치고,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곧이어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관행이 되풀이되는 법치주의의 이중 잣대 속에서는 경제성장은 물론 민주주의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p.192)

 

 

대단한 수사를 할 것처럼 재벌총수를 잡아들이지만 휠체어 타고 검찰청으로 들어가는 퍼포먼스 한 번 보여주면 그것으로 만사 오케이다.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검찰과 법원의 과정이 진행되고 적절한 타이밍에 사면복권~! 늘 하는 얘기는 ‘한국 경제를 위해서…….’ 개가 뿔 뜯어 먹을 소리다.

한국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이상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온 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1부에서는 경제사를 다루며 거시적 경제정책에서부터 역사의 곳곳에서 태동된 경제담론을 다루는데 서구 경제가 400년에 걸쳐 수없이 만들고 부수며 만들어 낸 경제체제를 한국은 단 60년 만에 만들어 버렸다. 안 맞는 장기를 몸 속 깊은 곳에 이식해 놓다 보니 이곳저곳이 여차하면 한순간에 끝장날 것 같은 살얼음이다.

 

 

“한국경제는 중상주의(박정희식 개발독재 모델)에서 신자유주의로 바로 건너뛴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서구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이룩한 성과, 즉 법치주의 내지 ‘법 앞의 평등한 정의’로 요약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매커니즘이 확립되지 못했다.” (p.57)

 

 

쉽게 말하자면 서구의 경제가 오랜 기간 수많은 갈등을 몸으로 받아내고 상처를 싸매고 봉합하고 또 다른 체제를 만들어 내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제도도 뒷받침되고 국민들의 의식도 동반 성장하고 하는 과정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월남에 가라고 해서 가고 신작로라는 이름으로 논과 밭이 파헤쳐지고 집을 허물어버리면서 ‘잘 살아 보세’ 노래에 맞춰 길을 닦고 집을 만들었다.

 

잘 살게만 되면 그만이다!!

박정희, 전두환 군부 독재는 충분히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국가통제를 극대화하여 특정 수출산업을 육성해 외화를 끌어 모으는 일이 가능했다.

 

그러면서 재벌은 완전한 왕이 되어 버렸다. 세계 어느 재벌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문어발 경영, 족벌세습, 온갖 경제범죄가 국가의 비호와 경제 관료의 묵인아래 자행되어 왔다. ‘재벌이 잘돼야~~’, ‘낙수효과를 볼 수 있다~~’라는 말로 미혹해 왔다.

 

하지만 김상조 교수는 줄곧 낙수효과의 허구를 줄곧 지적해 왔고 이 책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투명성과 책임성의 원칙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주 자본주의는 천민자본주의가 될 뿐이고” (p.201)

 

투명성, 책임성 따위는 쿨하게 개나 줘버리는 우리네 재벌님들은 왕국에서 사시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으실 것이다. 오죽하면 동네 빵집 상권까지 위협하는 지경이겠나. 그것도 재벌 3세의 경영수업을 위해……. 참……. 무심코 던진 돌팔매에 연못에서 놀던 개구리가 맞아 죽는 것처럼 ‘아~ 할아버지 저 이제 사업 좀 해 볼래요’, ‘음~ 그래 빵집이나 한 번 해보렴.’

 

한국의 재벌은 안하무인이다. 제멋대로다. 그래도 걔네들이 왕이다.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간 지 오래다.

 

작년에 읽었던 「복지국가 스웨덴」에 제시된 경제체제가 현 시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덴마크 모델을 스웨덴 보다 진일보된 것으로 소개한다.

 

 

“덴마크에서는 실업 후 최대 4년간 실업 전 소득의 90%를 지급하는 관대한 실업급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노동자에게 큰 저항 없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받아들이게 하는 조건이 된다.” (p.338)

“실업급여의 지급기간은 90∼240일, 소득대체율은 49%에 불과하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OECD 최하위권이다.” (p.340)

 

위는 덴마크, 아래는 한국의 현실이다.

노당자들에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제로 떠넘기면서 전혀 현실성 없는 대책을 떠드는 한국과는 참 다르다. 그래서 더 슬프고 절망적이다.

 

실업의 상태에 있어도 소득대체율이 90%에 달하고 4년간 실업급여가 나오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재취업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주기 위해 의무적으로 직업교육을 받게 해 주는 덴마크와 한국은 떨어져 있는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다르다. 그래서 더 슬프다.

 

덴마크 모델을 소개 받으니 더 암울해 졌다.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바위를 깨뜨리기 위해 작은 계란이 되어 몸을 던지는 일이 [경제개혁연대]의 창립선언문처럼 소중한 경험과 자산이 되어 언젠가는 비뚤어지고 굉장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한국의 경제체제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의 무모한 도전과 제 정신이 아닌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찝찝하고 답답한 마음은 숨길 수 없다.

 

 

“경제 공부를 하는 이유는, 이념이 편견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추기 위함이다.” (p.67)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경제학자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다.

간결하지만 폐부를 찌른다.

다음 책은 조금만 더 쉽게 써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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