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 포스트 후쿠시마와 에너지 전환 시대의 논리
김명진 외 지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기획 / 이매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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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소초에서 군 복무를 했다. 경북 울진에 있는 소초였다.

소위로 임관해 낯선 지역에 낯선 이들과 낯선 사투리를 들으며 한 소초를 책임지는 소초장 생활은 참으로 고되었다. 물론,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


처음 울진에 가서 놀란 두 가지는 사투리와 원자력발전소였다. 포항이 고향인 나는 경상북도 지역의 다른 곳도 사투리가 비슷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러나 울진 사투리는 인접한 강원도 삼척의 사투리와 섞인 탓인지(예전엔 울진도 행정구역상 강원도였었다.)

내가 쓰는 사투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신기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부대에 전입 온 신입 장교들 몇몇이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어릴 때 ‘울진에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는 것을 배우기는 했지만 실제로 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일반인이 방문하면 발전소 입구에 홍보관이 있어 거기서 견학 및 소개를 듣는데 우리는 유관기관을 방문해 협조사항을 배우는 자리였기 때문에 발전소 내부까지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발전소 내부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크고 원자로로 추정되었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나를 압도했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값싼 원자력’이라는 주입식 교육과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연간 100어거 원이 넘는 광고에 익숙해진 까닭” (p.28)


내가 근무하던 소초에는 울진 지역 상근근무자들이 있었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인원들이었다. 부임 초기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했던 기억이 있어 이것저것 물었다.


“그래도 울진에 원자력발전소 들어와서 경기도 많이 좋아지고 취직도 많이 한 거 아니냐?”

“아닙니다. 처음에 들어올 때 반대가 많으니까 취직도 많이 시켜주겠다. 학교도 세우겠다. 지역경기 살리겠다. 했는데 아닙니다.”

“아니~! 실제로 많이 일하지 않냐?”

“중요한 자리는 전부 서울 사람들이 하고 울진 사람들은 별로 취직도 못했고 취직 했다 해도 저~ 말단 자리나 하고 있습니다. 발전소 들어와서 북면 여기 물가만 높아지고 술집이나 많아지고 별로 안 좋아해요?”


그리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전소 인근 주민들에게 끼쳐질지 모를 건강상의 위험에 대해서도 늘 걱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책 「탈핵」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출간된 책이다. 원자력발전으로 통칭되는 핵 발전의 역사와 그 태동의 과정을 풀어내는 것으로 도입부를 전개한다.

“핵 발전은 시작부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선택이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우리 세대 안의 탈핵을 목표로, 우리 후손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p.176)

무엇보다 핵 발전은 미·소 양국의 첨예한 냉전대립의 결과라는 것을 강하게 피력한다. 서로를 완전히 없애버리기 위해 보다 더 강력하고 폭발적인 무기를 개발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는 양국은 과학을 그런 목적을 달성할 도구로 사용했다.

허무하게 한쪽의 붕괴로 끝나버린 냉전대립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는데 그 중 가장 공황상태로 빠져버린 것은 군비경쟁이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무기를 발명하고 만들어 대던 시스템이 이제는 감당이 안 되는 것이었다. 상대가 없으니 당연하다.

그때부터 핵은 발전에 이용되었다. 일반 전력을 만들어 내고 여전히 잠수함이나 항공모함 따위의 군사무기에도 활용되었다.

핵이 가져 올 엄청난 재앙에 대해서는 깊이 있고 차분하게 성찰하지 않은 채 당장의 효율을 위해 사용과 활용이 가능한 분야에는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다.

기존 석탄·석유 발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비용 고효율의 마법을 보여주던 핵 발전은 인류의 마지막 에너지 대안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꿈은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와 미국의 스리마일 사고를 겪으며 완전히 깨졌다. 핵 발전이 결코 대안에너지의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세계가 인식했다. 일본과 중국 프랑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가동 중인 원전을 멈추거나 다른 에너지 대안을 찾는 일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 세계적인 흐름에 힘을 실어 준 것이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당장 7개의 원전을 잠정적으로 가동 중단한 독일이나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한 중국하고는 사뭇 다른 대응이다.” (p.70)


이제는 중국마저도 핵 발전이 유일한 대안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중동에 원전수주를 했다고 뉴스속보를 내보냈다. 일본과 지구반대편에 있는 유럽의 국가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물질이 유럽 상공에 도달하는 시간을 예측하고 대비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한국은 지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곳임에도 ‘우리 원전은 안전합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무조건적 비판을 일삼는 무리에 현혹되지 말라’ 며 오히려 큰소리쳤다.


“방사능에 관한 한 허용 기준치라는 것은 면밀한 의학적 연구 결과가 아니라 원자력 산업의 유치와 확대를 위해 어용학자들이 자의적으로 만든 수치라는 사실이다.” (p.9)


유명한 교수라는 사람들은 모두 저렇게 말했다. 허용 기준치보다 현저히 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서울의 모 지역의 도로에서 허용 방사능 수치의 몇 배에 달하는 수치가 측정되었음에도 애써 무시하고 덮어 버렸다.


“한국 정부는 전력 생산량의 30∼40퍼센트 대를 유지하는 원자력을 2030년까지 59퍼센트(약 40기 추가 건설)로 높일 계획을 세웠다.” (p.27)

“현재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한 국가라는 썩 내키지 않는 타이틀까지 보유하게 됐다.” (p.86)

“한국은 원전 중심의 전력 시스템, 성장과 공급 중심의 에너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하고 민주적인 에너지 전환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p.86)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나라가 원자력발전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석유에너지는 고갈이 가까워졌고 풍력·태양열 등의 대안에너지는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서 분석한 것은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가장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던 미국은 이미 잠정적인 핵발전 중지를 선언했고 유럽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던 독일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대안에너지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만이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과 전체 에너지 비중에서 원자력의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OECD국가들 중에서도 청소년 자살률과 이혼율 정도만 1등을 기록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1인당 전력 소비량도 독일과 영국보다 더 높다고 한다. 수출산업군이 국가 주력산업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오로지 수출의 역군들에게 최대한 값이 싼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문제가 많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원자력발전을 계속해서 고집하는 것은 먼 미래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몰지각이다.


실제로 책의 4장에서는 [독일이 어떻게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풍력·화력·태양열 등 여러 대안 에너지 대책이 강구되고 실제 상용화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완전히 국민 개개인에게 보급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 타 전력에 비해 비용이 높고 개발비가 높지만 핵 발전처럼 수백 년간 심혈을 기울이고 끝도 없는 돈을 쏟아 부어 핵처리물질들을 처리하고 보관해야 하는 어려움과 위험에 따르는 비용과 비교한다면 푼돈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도 더 늦기 전에 ‘탈핵’을 선포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설령 재생 가능한 에너지라는 대안이 없고, 전력이 부족해 경제가 여려워지고, 삶이 고달파진다 하더라도 핵 발전은 용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p.13)

“우리는 더 안전하고 더 깨끗하고 더 경제적인 에너지 대안을 옆에 두고서도, 원자력 중독에서 아니 그 신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p.25)


여전히 고리 원전과 월성 원전은 수명을 연장하고 있고 영덕, 삼척 등 신규 원전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책에서도 여러 번 말하지만 지금 당장 ‘탈핵’을 선포하고 원전의 가동을 멈추면 바로 눈에 보이는 비용 문제와 ‘이미 건설한 것은 최대한 사용하자’라는 효율·편의주의가 강하게 대두되겠지만 확실하게 보이는 원전으로 인한 미래의 곤혹스러운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보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해결해 둘 수 있다면 이만한 담보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에너지 대안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막연한 이상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러 가지 데이터와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아 이해하기 용이했다.



“우선 에너지 수요의 증대가 필연적이지 않으며, 재생 에너지의 잠재력은 핵에너지를 대체할 만큼 크고 점진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p.157)

“서울의 건축물 지붕만 잘 활용해도 태양광으로 서울 전체 에너지의 30퍼센트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에너지 소비가 집중되고, 멀리 떨어진 핵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동안 손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도권의 지역 재생 에너지 보급은 핵 발전의 필요성을 더욱 줄이게 될 것이다.” (p.167)


70∼80년대 수출을 위해 가동되던 공장 중심의 산업구조와는 다르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처음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때처럼 수직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상식적인 차원의 접근이다. 맞는 말이고. 그리고 대안에너지 산업의 선두주자인 독일의 학자는 ‘독일보다 일조량이 몇 배나 많은 한국에서 왜 태양열·태양광 산업에 집중하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책에서 여러 번 지적했던 것은 서울과 수도권의 전력집중화를 감당해 내기 위해 멀리 울진·고리·월성에서부터 에펠탑 같은 대형 송전탑을 만들고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대안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리하게 원전을 가동(수명이 다한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등의)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까지 송전탑을 무리하게 건설하는(밀양 송전탑 문제 등) 것이 서울과 수도권까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서울의 건축물 지붕만 잘 활용해도 태양광으로 서울 전체 에너지 30퍼센트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런 것은 염두에 두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그에 따른 기타 확충해야 할 정책과 기술적 문제가 많겠지만 이전까지 핵 발전을 위해 쏟아 부은 막대한 돈과 국가적 지원이 재생에너지·대안에너지 산업으로 그 방향을 돌린다면 불가능한 말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결론이다. 국가적 에너지 정책을 핵 발전에서 재생에너지·대안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그에 앞서 이것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월성 1호기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일”

“이미 수명 연장에 들어간 고리 1호기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일”

“삼척, 울진, 영덕 등에 예정된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을 중단하는 일” (p.175)


이제는 더 이상 핵 발전만이 최고이자 마지막 대안인 것처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손들에게 감당 못할 짐과 위험이 아닌 깨끗하고 안전한 실제적인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어차피 우리만 살다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식의 전환과 구체적 정책의 실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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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클라시쿠스 - 클래식 멘토 7인이 전하는 클래식 대화법
김용배 외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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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여고와 펜팔을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몇몇이서 하는 게 아니라 반 전체가 하는 펜팔이었다. 그때는 한 반의 학생이 50명을 웃돌 던 때라 펜팔을 주선한 아이가 그쪽 여학교 아이와 편지를 교환해 와서 교탁에서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며 편지를 나눠줬다.

참 재미있었다.


1학년 여름 즈음에 시작했는데 학년말까지 그리고 2학년 때까지 펜팔을 유지한 건 내가 유일했다. 나와 펜팔을 하던 아이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친구였다.

그 아이가 다니던 학교가 지역에서는 공부를 제일 잘 하는 학교였고(흔히 지역명이 학교이름이던 학교^^)두발 단속이 여학교에도 심하던 시기임에도 그 학교는 두발 자유화였던 터라 찰랑거리는 생머리로 타 여학교에서 껌 좀 씹는 아이들에게 지탄이 대상이 되기도 했던 학교다.

물론, 남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고.ㅋㅋ


펜팔이 잘 유지되고 친한 친구 사이가 되면서 주말에 한 번씩 만나기도 했다. 그 아이에게 처음 받았던 선물은 소니뮤직에서 나온 카세트테이프(CD가 보편화되기 직전이었다) 베토벤 소나타 ‘월광’ 이었다. 클래식에 대해서는 완전한 문외한이던 내게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예쁜 포장을 해서 건네준 ‘월광’ 카세트테이프를 늘어지도록 들었다. 당시 나는 한창 드럼에 빠져 있던 터라 나는 레드핫칠리페퍼스를 선물했다.ㅋㅋ


이후로 몇 번의 선물 교환이 더 있었고 베토벤의 ‘비창’과 ‘폭풍’을 듣게 되었다.

그 아이는 고2때까지 피아노와 다른 인문계열 전공을 고민하던 끝에 피아노를 포기하고 인문계열로 진학했다.

이후로 계속 연락을 유지하고 지금껏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멀리 캘리포니아에 있는 00야~~ 잘 있냐?? 한 번 나와라~~”


이것이 클래식과의 첫 만남이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합창단이 있었다. 남자 학교여서 남성4중창이었다.

1학년 음악시간에 합창단의 지휘자를 겸하시던 음악선생님이 자기 목소리가 테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선구자’를 부르게 했고, 베이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집 앞’을 부르게 했다.

나는 ‘그 집 앞’을 불렀고 합창단에 뽑혔다.


우리 학교는 매년 가을 문화예술회관에서 합창제를 했다. 꽤 유서 깊은 행사라 합창제가 다가오면 학교에서도 합창단은 야간자율학습을 빼줘서 합창 연습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운 좋게도 합창단 안에서도 전국대회를 위해 뽑는 중창단에 들어갔다. 4개의 파트 중 2베이스를 맡아 2학년 때 있었던 도대회에 나가서 은상까지 받았었다.


또 2학년 때 마침 지역에서 도민체전이 열렸는데 도민체전 합창단 지휘를 학교 합창단 선생님이 맡으셔서 도민체전 주제가와 개·폐회식의 여러 곡들을 방송국에서 녹음도 해보고 도민체전 팸플릿에 이름도 올려봤던 경험이 있었다.


드럼을 치느라 늘 락음악만 듣던 내게 합창단은 새로웠다.

짧은 스포츠머리의 풋내 나는 남자고등학생들이 내는 4중창은 꽤나 매력적이고 짜릿했다. 각자 파트 연습을 하고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화음을 맞출 때의 그 쾌감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그 때 불렀었던 수많은 가곡과 창작곡의 2베이스 멜로디는 아직도 생생하다.


4개의 파트가 톱니가 맞물리듯 맞아 들어가는 화음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아직도 그 멜로디와 음정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가장 큰 이유는 연습 시 잘 못하거나 음이탈을 하면 합창시간이 끝난 후 선배들에게 무시무시한 체벌을 받았었기 때문인 것도 같다.ㅋㅋ 야구방망이와…….난무하는 욕설과…….ㅋㅋ


이것이 클래식과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현재 나의 출·퇴근길에 함께 하는 라디오 주파수는 FM89.7이다.

출·퇴근시간이 1시간 가까이 되기 때문에 주로 음악을 듣는다.

어느 날 우연히 맞춘 89.7에서 민요가락이 흘러나왔다. 유명한 주파수들의 프로그램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중간 중간 광고가 지겹고 음악보다는 토크가 많아 오래 듣지 못했는데 89.7의 민요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KBS FM클래식 채널이었다. 민요, 클래식을 주로 들려주는 채널이었는데 몇 번 반복해 듣다보니 어느새 고정되어 있었다.


이것이 클래식과의 세 번째 만남이었다.



네 번째 만남은 이 책 「행복한 클라시쿠스」이다.

세 번째 클래식과의 만남인 KBS FM클래식 채널 개국 33주년 기념도서였다. 전혀 모르고 읽다가 중간쯤 읽고서야 알았다.

“클래식음악은 지금으로부터 몇 세기 전 작곡된 음악들을 지칭한다.” (p.6)

“클래식과 동행하는 사람들, 클래식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의미부여” (p.7)

“어느 날부터인가 클래식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p.19)


‘클래식’에 대한 정의를 가장 쉽게 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7명의 클래식 멘토들은 ‘클래식’이 결코 어렵거나 잘난 체 하는 사람들만이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들을 수 있는, 유식한 사람들만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님을 공통적으로 얘기한다. 7명의 멘토가 클래식을 처음 접하고 클래식으로부터 말을 건네받은 연유도 각각 다르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클래식의 유익함을 소개하고 조금이라도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쉽고 재미있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사실 나도 클래식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이 많았다. 앞서 장황하게 얘기한 첫 번째와 두 번째 클래식과의 만남은 짧고 짜릿했을 뿐 더 많은 클래식을 찾아 듣거나 공연을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차안에서도 매일 KBS 클래식FM을 듣지는 않기 때문에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른다.


“클래식음악은 결코 한정된 계층과 사람의 음악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p.201)

“두세 시간 음악에만 집중하면서 휴대전화도 꺼놓고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p.216)


클래식을 듣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에서 한 멘토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 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3∼5분 사이에 한 곡을 들을 수 있는 현대음악에 익숙해 져 있는 귀는 클래식의 수십 분에 달하는(몇 시간을 들어야 하는 것도 있다) 감상시간은 고역이다. 물론, 7명의 멘토처럼 클래식과의 잊을 수 없는 조우가 있었던 사람에게는 즐겁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와 같은 짧은 만남에 불과했던 사람에게는 여전히 힘들고 지루하다.


바쁜 일상에서 두세 시간 음악에 집중해 휴대전화도 꺼놓을 수 있는 여유를 상황을 가진 사람도 흔치 않다. 클래식은 고사하고 요즘 나오는 노래 한곡조차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또 수백 년을 이어온 클래식을 듣기 위해서는 찾아보는 공부가 필요하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클래식 공연은 참 비싸다. 멘토들은 요즘은 찾아가는 공연도 많고 지역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공연도 많다고 하는데 사실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몇 년 전 열린음악회 녹화가 진행되던 야외음악당에 가서 들어본 것이 전부다.

그래도 책에서 멘토들이 하나같이 얘기한 것처럼 클래식이 주는 특별한 위안과 느낌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태교에 좋다느니 식물생장에 좋다느니 하는 것은 둘째 치고 운전을 하며 클래식을 들을 때는 마음이 안정이 된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랬던 경험은 분명하다.


짜증나는 교통체증에서도 가만히 클래식에 집중하면 ‘욱’하는 것이 사그라진다. 그때 들리던 클래식이 무슨 곡이고 작곡가가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것이 책에 소개된 ‘클래식이 내게 말을 건네 온’ 순간이었을까? 근데 나는 그러고 나서 그 곡에 대해 다시 찾아보지 않았는데……. 그러면 내가 클래식의 대쉬를 거절한 건가? ㅋㅋ


책은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

아직은 클래식과의 진한 만남을 하기에는 그 절실함이 덜하고 시간과 환경이 허락하지 않으며 더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이 있다.

그래서 이번 클래식과의 네 번째 만남 이후 언제쯤 다섯 번째 만남이 있을지 예견할 수 없다.


당분간은 89.7에 맞춰진 FM클래식을 들으면 짜증나는 출·퇴근길을 견뎌보려 한다

더불어 다섯번째 만남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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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온 편지
김용규 지음 / 그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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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님의 고향은 충청북도 단양이다. 단양 8경과 단양 마늘로 유명한 곳이다. 두 분이 결혼하시고 아는 분의 소개로 멀리 경상북도 포항에 있는 회사에 아버지가 취직하게 되셨다. 그리고는 30년이 넘게 포항에서 살고 계신다. 자연스레 내 고향은 포항이 되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향에서 결혼·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을까?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어린 시절 방학이나 명절, 조부모님 생신을 맞아 시골에 갈 때면 포항에서 영덕까지는 7번국도, 영덕에서 안동까지는 34번국도, 안동에서 충북 단양까지는 5번 국도를 이용했었다. 지금이야 국도의 많은 구간이 왕복4차선으로 잘 닦여 있지만 당시만 해도 전부 왕복 2차선에 불과했다. 지금보다 통행량이 현저히 적었기는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귀성길에는 늘 강원도에서 내려오는 귀성차량들과 영덕인근 7번 국도에서 극심한 정체를 겪기도 했었다.

 

 

“그녀는 가는 곳에서 만나는 모든 식물에 대한 분류를 척척 해냈습니다.” (p.106)

 

 

포항에서 단양까지 국도를 따라 가는 길에서 부모님은 나와 동생에게 늘 차창 밖의 풍경을 설명해 주셨다. 수많은 나무와 꽃, 풀에 대한 이름을 말이다. 나와 동생이 가르쳐달라고 보챈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 분이 어린 시절 들로, 산으로, 냇가로 뛰어 다니시고 일 하시며 자연스레 친구가 되고 이름을 알게 된 동무들을 소개해 주시는 것처럼 달큰하고 애살맞았다.

 

먼 타지에서 생활하시며 흙, 나무 등 자연과 멀어졌던 기억의 틈을 귀향, 귀성길에서나마 채우시려 했던 것 같다. 설, 추석, 여름방학, 겨울방학 등 갈 때마다 차창 밖의 풍경은 늘 다른 것이었기에 4시간에 가까웠던 오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자세히 귀담아 듣지 않았음에도 학창시절 친구들보다 들풀, 꽃, 나무 이름들을 확연히 많이 알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지난 주 아내와 팔공산 올레길을 다녀왔다. 신록이 우거진 산에서 제대로 나무의 이름하나 구분해 내지 못하는 서로를 발견하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내 아이들 세대,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 세대에는 내 부모님이 내게 해주셨던 ‘풀, 나무, 꽃 이름 가르쳐주기’ 시간은 없어질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뭉뚱그려 ‘아~ 산이 참 좋아~~’, ‘나무들이 참 예뻐~~’ 따위의 감탄사만 연달 할 수밖에 없을지 모르겠다.

 

이 책 「숲에서 온 편지」는 도시의 모든 것을 접고 숲으로 들어간 김용규씨가 도시 사람들에게 보내는 50편의 편지글이다.

 

 

“평화로 가득한 숲에 살고 있는 내가 삭막함 가득한 숲 밖의 세상으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p.8)

 

 

“숲 속 내 삶에 배어 있는 기쁨과 분노와 슬픔과 즐거움을 발가벗어 담았습니다.” (p.8)

그 또한 도시에서 정신없이 살 때는 나무나 풀 따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매일 자신을 채근하며 위태로운 쳇바퀴 질을 할 뿐이었다.

‘버리는·비우는 것’이 키포인트라 생각한다.

누구나 버리고 싶어 하고 비우고 싶어 하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 ‘바쁘다’ 그래서 ‘겨를이 없다’

 

아버지 차를 타고 시골로 향하는 차창 밖을 내다볼 수 있었던 건 제한속도 60km의 왕복2차선 국도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한속도 80km의 왕복4차선 국도에서는 차창 밖을 오래 집중해서 내다보면 멀미가 난다. 속도의 차이다.

 

수목원이나 동네의 작은 공원에만 가도 온갖 나무와 풀과 꽃에 이름표를 달아 놓았다. 내 부모가 내가 어렸을 때 들려주었던 그 목소리를 떠올려 볼 틈을 주지 않는다. 한 번 쓱 보고 ‘아! 이 꽃 이름이 이거구나. 이 나무 이름이 이거구나!’하면 끝이다. 생각하고 추억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저자인 김용규씨도 버리고 비우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관심조차 없었고 겨를조차 없어 눈길도 주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숲속에서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만물과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심란함까지 모두 다.

 

저자의 말대로 책에 실린 50편의 편지는 짧지만 강한 여운을 준다. 쉽게 긁적인 글이 아니다. 꽤나 책을 많이 읽고 사고의 깊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양봉을 하고 고구마를 심고 개를 키우는 모습이 글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래도 산골에 혼자 들어와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사무치는 외로움과 문득 소스라치게 느껴지는 고독을 이겨냈을지, 즐겼을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정직한 사람임을 나는 압니다……. 두려우면 두렵다 말할 수 있는 사람……. 두려움을 끌어안고 한 발 디뎌보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진정 용기 있는 사람임을 나는 압니다.” (p.98)

 

 

그리고 차마 책에는 다 담지 못한 또 다른 편지가 있으리라 짐작한다.

표현하지 않고 표현할 수 없는 이제까지의 숲 속 여정이 궁금하다.

그것이 괴롭고 힘든 여정이었다 하더라도.

 

연단(鍊鍛)의 고됨이 없었다면 뱉을 수 없는 문장이다.

그나저나 내 아이들에게도 ‘풀·나무·꽃 이름 가르쳐주기’교육을 해야 할 텐데……. 도감이라도 사서 공부를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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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구글에서 일할 만큼 똑똑한가? - 세계 최고기업 인재들이 일하고 생각하는 법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유지연 옮김 / 타임비즈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집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할 때 인터넷 브라우저를 2개 사용한다. 하나는 구입 때부터 설치되어 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 또 하나는 구글크롬이다. 늘 사용하던 익스플로러에 익숙했었지만 반복되는 오류와 이유를 알 수 없는 디버깅에 지쳐 구글크롬을 설치했다. 간단한 설치만큼 가볍고 빠르고 정확하고 안전하다. 지금까지는. 습관이란 참 무섭고도 질겨서 아직도 컴퓨터를 켜고 제일 먼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마우스가 향하지만 이내 구글을 클릭한다.

몇 년 전 구글어스를 노트북에 설치하고 얼마나 신기하던지 몇 시간을 구글어스와 놀았었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 적어도 내게 구글은 좋은 이미지였다.

 

이 책 「당신은 구글에서 일할 만큼 똑똑한가?」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뭐, 이 책을 읽고 ‘구글에 대해 악감정이 생겼어. 구글 별로야. 구글 들어가기 싫어!!’ 이런 것은 절대로 아니다. 지금이라도 나를 구글에서 채용해준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아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 크흐흐흐

 

다만 ‘세계 최고기업 인재들이 일하고 생각하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책에서 나는 절망과 탄식과 자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되어 있듯이 구글에 입사해 ‘구글플렉스(Googleplex)’에서 생활한다면 입사를 위한 면접에서 겪었던 참담함은 금세 잊혀질 것이다. 각종 편의시설과 최고급 카페테리아, 실내 암벽등반장, 수영장, 온갖 운동도구, 말도 못할 복지제도 등

어렵게 뽑은 만큼 대우는 확실하게 해준다.

 

그래도 적어도 나 같은 사람, 중2때 수학을 포기하여 지금은 인수분해도 가물가물한……. 아직도 수학정석 책을 보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구글의 채용면접은 지옥이다.

또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포기해 버린 물리가 지속적으로 응용된다.

구글과 애플은 쳐다보지도 못할 그림의 떡이다. 적어도 내게는.

 

 

 

“지적 유연성(mental flexibility)은 물론, 기업가로서의 잠재력까지 평가해보려는 시도다. 구글은 언제나 이런 능력을 중요하게 꼽아왔다.” (p.19)

“아직까지 해명되지 않는 의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해진 이런 면접 형식들이 과연 더 나은 직원을 찾아내는 데 효과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p.76)

 

 

이 책은

세계 유수의 대학과 일류 기업의 채용 면접 시 행해지는 수많은 질문들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 많은 기업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직접 인터뷰한 내용들이다. 10개의 챕터에 걸쳐 많은 질문과 퀴즈, 물음이 있다.

 

정말 나는 단 한 치의 과장과 거짓말을 하지 않고 단 하나도 제대로 풀지 못했다.

너무너무 어렵고 짜증났다. ‘도대체 이 따위를 왜 물어보지?’ 라는 자조를 반복 또 반복했다

 

.

“당신의 머리 무게를 어떤 방법으로 재겠습니까?”

“이 질문은 말도 안 되게 어려우며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답도 없다. 이 질문은 주로 면접을 보는 지원자를 궁지에 몰아넣고, 불가능한 요구와 거의 확실한 실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 위한 것이다. 지원자가 얼마나 용감하게 문제와 씨름하느냐를 가지고 근성을 판단할 뿐이다.” (p.192∼193)

 

 

머리 무게를 재는 퀴즈를 내는 진짜 이유는 면접자의 근성을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창의력 또한 인내력에서 발원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소개가 있었지만 사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애당초 답도 없는 이상한 문제를 왜 내느냔 말이다.!!

 

 

“구글보다 더 쿨한 곳이 있다면 바로 애플(Apple)이다. 그러나 애플에 입사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만만치 않다.”

“애플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거세라도 할 태세인 사람들이 차고도 넘치더군요.” (p.59)

 

 

답은 높은 실업률이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내 마음대로 내린 결론이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수재들이 넘쳐나고 그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사악한 면접 절차를 견뎌낸 궁극의 인내력을 견지한 지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골라 뽑을 수 있는 그들이 완전한 힘의 우위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만약 중2때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고1때 물리를 포기하지만 않았다면 ‘한 번 미친척하고 도전해봐??’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 나와 있는 온갖 사악하고 폭력적인(?) 퀴즈와 질문을 풀 시간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아깝다.

 

나는 내 인문학·사회학적 소양을 기르는데 온갖 정성과 시간의 노력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은 너무너무 좋은 곳이지만 지금 내가 수학정석을 펴서 인수분해를 다시 공부할 수는 없고 물리의 공식들을 외울 수 없다. 시간 낭비니까.

 

 

사다 놓은 인문·사회 분야 책 읽을 시간도 빠듯해서 그런 귀한 기회는 저 멀리 아이비리그 수재들에게 선심으로 양보하는 바이다. 히힛

그리고 거세따위는 더더욱 NO!!!

 

“서류작업 정도 시키는 데 아이비리그 졸업장이 왜 필요한 걸까요? 자크 데리다를 읽던 사라이 이젠 유급휴가가 필요한 직원에게 신청서류나 갖다 주는 신세가 된 거죠.” (p.89)

 

그럴 리도 없겠지만 구글이 채용 면접 형태를 완전히 바꿔서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가장 중요시 여겨서, 그럴 리가 없겠지만 내가 입사한다 해도 전직 구글 직원이었다는 저 사람정도의 일을 한다면 나는 멋지게 퇴사할 것이다. 하긴 뭐, 구글에서 나를 뽑아줄 리도 없겠지만 말이다.ㅋㅋㅋ

 

구글에서 일할 만큼(구글이 원하는 분야에서) 똑똑한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지원을 하고 말도 안 되는 채용 면접을 치룰 것이다. 하긴, 구글 정도 되는 회사에서 단순한 시험 성적이나 자격증 몇 개 가지고 사람을 채용할 수는 없지 않나? 간지나는 회사인 만큼 채용도 간지나게(?) 해야지.

 

그 쪽에서 일할 사람들은 계속 일 잘 해주시고, 나는 다른 쪽에서 열심히 또 달려야지.

당장 이번 달 안에 읽어야 할 책이 쌓여 있다. 벌써 여름이 코앞에까지 다가와 힘을 빼놓지만 멈출 수 없다.

 

나는 구글에서 일할 만큼 그들이 원하는 분야에서는 똑똑하지 않으니까.

보던 책이나 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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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하나로 세계를 정복하다 - 온리원 상품을 만들어 롱셀러 상품으로 키워라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와카바야시 가츠히코 지음, 황세정 옮김 / 서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TV에서 전 세계 오토바이 헬멧 시장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한국의 기업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세히 찾아보니 ‘홍진크라운(HJC)’ 이라는 중소기업이었다. 북미시장의 점유율이 35%이고, 전 세계 시장으로 환산하면 15%정도라고 한다. 명실상부한 부동의 1위라고 하니 대단하다.

 

이 책 「나사 하나로 세계를 정복하다」는 ‘하드록 나사’를 만든 일본의 ‘하드록공업’에 대한 책이다. ‘하드록공업’ 또한 ‘홍진크라운’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다. 두 회사 모두 국내·외 특허등록이 수십 건이나 되고 탄탄한 기술력으로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하드록공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일본 국내의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십 수 년 간 꾸준한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다른 회사에는 없는 ‘온리원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p.22)

 

‘하드록공업’은 ‘하드록 나사’라는 단 하나의 나사를 만들어 냈다. 사장인 ‘와카바야시 가츠히코’씨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이 ‘하드록 나사’는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

“하드록공업에서는 ‘절대로 풀리지 않는 나사’를 만들고 있다. 나사는 너트와 볼트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p.4)

“하드록 너트는 ‘쐐기의 원리’를 이용해서 풀림 현상을 방지한다.” (p.27)

“나사 자체가 ‘역회전’을 하지 않는 구조라는 점, 즉 스스로는 절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하드록 너트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p.21)

 

‘풀리지 않는 나사’가 말이 될까 싶었다. 그러나 이것이 구조역학·물리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다고 한다. 이전까지 사용되던 모든 나사는 아무리 튼튼하고 큰 것이라 해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풀렸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사라는 것은 조이고 또 풀어야 하기 때문에 영구적인 접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량이나 건축물, 특히 철도레일 같은 곳에 쓰인 나사가 풀리지 않도록 접합되어 있다면 보수 공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사는 반드시 잘 조여야 하고 잘 풀려야(단, 필요할 때) 했다.

 

사장인 ‘와카바야시 가츠히코’씨는 우연히 방문한 신사에서 ‘쐐기의 원리’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그대로 나사에 적용한다. 물론, 책에서도 소개되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장의 외면, 고객의 클레임으로 인한 리콜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줄곧 강조하는 것은 <아이디어>다. 누구나 사용하는 것이지만 조금만 더 독창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할 때 비로소 ‘온리원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리원 상품’은 곧 ‘롱셀러 상품’이 될 수밖에 없다. ‘하드록 공업’과 오토바이 헬멧 시장의 왕좌에 오른 ‘홍진크라운’은 모두 자사의 상품에 대한 특허출원이 많은 곳이다. 이것이 경쟁력인 것이다.

 

‘풀리지 않는 나사’와 ‘튼튼하고 가벼운 오토바이 헬멧’은 시장의 타사제품보다 시장가격이 높다. 그렇지만 더 많이 팔린다. 왜? 제품이 좋기 때문이다. 고객은 조금의 웃돈을 주더라도 좋은 제품을 쓰고 싶은 당연한 요구를 가지고 있다.

 

“신칸센은 개통 이후 단 한 번도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 그러한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우리 회사의 하드록 너트가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p.178)

 

하드록공업’의 ‘하드록 나사’는 신칸센 차량과 레일에 납품이 되면서 완전히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여러 번 TV와 책을 통해 ‘무사고 신화의 신칸센’을 보고 듣게 되었는데, 그 중심이 ‘하드록 나사’였다는 사실을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국내 KTX가 심심하면 사고가 나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하드록 나사’는 비싼 편이다. 나사 하나에 4천원 돈이면 비싸다.

그래서 신칸센에서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 써본 ‘하드록 나사’는 말 그대로 절대로 풀리지 않았고 기존에 쓰던 나사로 인해 들었던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하게 되니 오히려 돈을 아끼게 되었다고 한다. 기술의 승리인 것이었다.

 

“한국과 대만에서는 지금까지의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향후 공공사업 분야까지 진출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p.194)

 

나는 이미 국내에서도 상용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뛰어난 기술로 이미 일본 국내의 굵직굵직한 사업에 나사를 납품하게 된 ‘하드록공업’이 본격적으로 국내로 뛰어든다면 쓰나미가 몰아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코레일에서 좀 대량으로 구매해서 KTX 사고 좀 줄였으면 좋겠다. 물론, 나사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책을 읽어보면 ‘하드록 공업’의 사장인 ‘와카바야시 가츠히코’씨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조그만 회사를 차려 무던한 노력과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독보적 제품을 만들고 시장개척을 위해 사장이 직접 영업전선에 뛰어들고 하는 열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원 교육만큼은 어디까지나 경영자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 회사의 기업문화와 관련된 부분만큼은 절대로 남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내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청소’와 ‘조례’다. 우리 회사는 8시30분에 업무를 시작하지만, 모든 직원이 8시까지 출근한다. 그리고 8시15분까지 본사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p.204)

청소가 끝나면 함께 라디오 체조를 한다. 라디오 체조를 할 때 진행자를 둔다. 진행자가 큰소리로 ‘0월0일, 오늘도 열심히 합시다!’라고 외치면 전 직원이 큰 소리로 따라 외친다... 끝나면 식당에서 아침 조례가... 회사의 기본 이념을 큰 소리로 읽으면, 사장인 나를 포함한 전 직원이 따라 읽는다.” (p.205)

 

직원들은 참 피곤할 것 같기도 하다. 사장님이 워낙에 잘하시니까 부담이 클 것 같다.

 

'온리원 상품'을 만드신 '온리원 사장님'이다.ㅋㅋ

 

일본의 기업문화라고 봐야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군대 문화 같기도 하고... 일찍 출근해서 다 같이 청소하고 체조하고 조례하는 것을 좋아할지 모르겠다. 세계 1위의 ‘하드록공업’ 회사의 직원들로 고달픈 하루를 사는 직장인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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