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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소셜한가? - 소셜미디어가 바꾸는 인류의 풍경 ㅣ SERI 연구에세이 109
유승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스마트폰을 구입한 것도 올 초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태블릿PC, 가정이나 직장에 있는 PC로도 소셜미디어나 SNS를 사용할 수 있지만 내 손 안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의 의미를 가중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어쨌든 늦었지만 스마트폰을 사서 남들이 다 하는 페이스북, 트위터를 해보았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기대를 가질 것이다.
‘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누가 찾아올까? 내가 글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거나 반응을 보이겠지?’
나도 그런 기대를 가졌다. 처음엔 꽤 재미있었다.
책에서도 여러 번 얘기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예전에 편지를 주고받으며 느꼈던 알콩달콩함과 전화 통화를 하며 경험했던 즉각적인 소통을 한 번에 주는 것이 SNS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또 평소에 내가 알고 지내던 친구나 지인뿐만이 아니라 내가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과 한 가지 사안에 대한 공통적인 의견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굉장한 유대감을 경험하게 되기도 했다. 외국인과 어설픈 대화도 나누게 되고 말 그대로 내 손안에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소셜미디어에 집착하고 골몰한다.
“W.I.T.(Well-being, Integration, Trust : 행복, 통합, 신뢰)의 관점에서 소셜미디어의 속성을 해석하고, 소셜미디어에 집착하는 인간의 사회심리학적인 이유를 파헤치고 있다.” (p.7)
이 책 「당신은 소셜한가?」의 저자 유승호교수는 흥미로운 방법으로 이러한 현상에 접근한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 통합, 신뢰 이 세 가지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내 삶은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모래처럼 흩어진 관계가 아니라 한 데 모아지며, 불신이 팽배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회.
이것은 모두가 원하는 사회이다.
저자는 소셜미디어가 이 W.I.T.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이라 지적한다. 그리고 이것을 소셜미디어가 만들어 내고 있는 현 시대의 풍경들에 비추어보고 앞으로 만들어 낼 시대의 흐름도 예견하고 있다.
“일개 개인이 천리안이나 관세음처럼 천 리 밖을 보고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히 ‘증강인류(augmented humanity)'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p.8)
‘증강인류’라는 개념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소셜미디어가 탄생하기 전 한때 엄청난 유행이었던 아이러브스쿨, 미니홈피도 대단했었다.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끊겼던 동창들과의 동창회가 무수히 생겨났다. 미니홈피는 내 이름과 내 모습을 전면으로 내세운 최초의 웹페이지였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나와 관계된 모든 것을 증강시켰다. 배가시켰다고도 할 수 있겠다. 내가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무한대로 확장시켰고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도 그렇게 확장시켰다. 반응과 대화는 더 신속하고 즉각적이다.
책에서 소개된 것처럼 정확하고 세밀한 계획 없이 트위터 하나만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일이 예전에는 절대 불가능했다. 현지에 사는 트위터 친구들의 도움과 조언을 받아 매일매일 새로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오늘날의 미디어는 대화 자체를 관리한다. ‘가까움의 미디어’는 이성적인 면보다 감성적인 면과 더욱 가깝다.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로 인해 차가운 이성의 미디어보다는 뜨거운 감성의 미디어로 변형되기 쉽다.” (p.36)
지난해부터 부쩍 사회적 이슈가 되고 때론 공론화되기도 했던 주제이다.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특히 한국의 독특한 현실구조에서는 소셜미디어 또한 격하게 다루어질 때가 많다. 몇몇 소셜테이너들에 대한 댓글과 리트윗, 반응과는 다르게 지하철 진상녀, 고속도로 진상녀, 벤츠 진상녀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이전 인터넷게시판을 통한 악성댓글보다 더 신속하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나에게 기쁜 소식이 있거나 슬픈 소식이 있을 때 소셜미디어는 ‘가까움의 미디어’라는 속성을 십분 발휘한다. 이성적인 면은 물론 감성적인 특징을 아우르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며 위로한다.
그렇지만 확인되지 않은 불명확한 정보에 대한 소셜미디어의 파급은 광기에 가까울 때가 있기도 하다. 얼마 전 한국의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대화가 ‘뒷담화’라고 하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누구보다 ‘뒷담화’를 좋아한다. 대놓고 드러내고 대놓고 비판하고 대놓고 칭찬하지 못했던 시대상황을 비춰보면 일견 이해되지 않는바 아니다. 그래서 소셜미디어 상에서 ‘뭐라뭐라 더라~’ 라고 하면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오른다. 이후에 거짓이나 잘못된 정보라 확인되면 슬쩍 뒤로 빠져버리면 그만이다. 이것은 그토록 욕을 먹는 일부 언론의 행태를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일부 진보 인사는 이것을 ‘팬덤’이라 격하하기도 했다.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급격히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에 불과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가 3장에서 얘기하고 있듯이 소셜미디어로 인해 탄생된 ‘증강인류’는 그 개인 각자가 하나의 미디어를 생성한다. 노출이 증가하고 관계 맺는 무리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권력이 형성된다.
한 명의 연예인이 60만 명이 넘는 팔로우를 갖게 되는 것은 권력이다. 권력은 힘이고 영향력일 수밖에 없다. ‘나는 60만 명까지 나를 팔로우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항변해도 형성된 권력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조심해주기를 바라고 소셜미디어로 얻게 된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일정 부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관계가 일방향적인 것이 아니라 스타와 팬, 팬과 팬으로 확산되는 무한의 쌍방향이다.” (p.130)
“기존 미디어나 폐쇄적인 사회관계망에서는 소외되던 사람들이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스스로 조직화하고 있는 것이다.” (p.131)
저자는 소셜미디어로 갖게 된 권력의 양태가 일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주장한다. 동의한다. 소셜미디어 이전의 미디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었던 쌍방향소통과 쌍방향관계는 소셜미디어의 가장 큰 힘이다. 나와 관계 맺는 소셜미디어 상의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상호 간 벽을 허물 수는 없겠지만 반대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호관계이다.
예전에 집에서 기르던 반려동물을 잃어버리면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전봇대에 붙이거나 아파트 게시판에 게시하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움을 요청한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어르신도 찾게 되는 예를 보게 되었다.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도구를 활용한 소통과 관계의 극적인 예라 볼 수 있겠다.
일부 기업에서는 입사면접 시 지원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체크하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힌 육군 장교는 군법에 회부되기도 했다.
아직 실정법상에서는 소셜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국민의 알권리·자유로운 의사표현과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가 주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공존한다. 칼로 두부를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는 것처럼 분명하게 구분 지을 수 없다.
때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적인 대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법의 제정이든, 미비한 제도의 개선이든 간에 더욱 강력해질 소셜미디어의 탄탄대로가 저자의 접근처럼 W.I.T.(Well-being, Integration, Trust : 행복, 통합, 신뢰)를 정착시키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결국 자기 노출을 할 경우, 타인에게 신뢰를 얻고 친구도 얻게 되어 행복해 진다.” (p.72)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함으로써 나와 유사한 사람을 끌어 모야야 한다. 이제 소셜미디어에서는 프라이버시가 존재할 수 없다. 나의 매력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나의 은밀한 이야기까지 노출시켜야 한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지속시킬 수 있다.” (p.133)
리뷰의 도입부에 나는 소셜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 댓글을 달고 댓글을 확인하는 것이 아직도 어색한 개인적인 기질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어쩌면 겁을 먹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프라이버시가 존재할 수 없다고 확고하게 말하고 있는 저자의 주장이 틀린 말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끊임없이 노출하고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야 하는 소셜미디어의 생리를 지금처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지 내 기질을 뛰어넘어 적극적으로 소셜할지는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소셜미디어에서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자신을 존중하는 매커니즘이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소셜미디어를 왜 사용하는가?’하는 물음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이다” (p.169) 라고 지적한다.
‘소통’의 부재가 가져 온 결핍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복하는 것이다.
비록 나는 아직 소셜하고 있지 못하지만 소셜하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소셜미디어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어쨌든 소셜미디어는 앞으로도 ‘소통’의 주요한 통로가 될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탄생된 ‘증강인류’가 만들어 갈 미래가 기대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한다.
불안한 줄타기가 고꾸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