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제2주의 경영 - 이익과 효율은 두 번째다!
마키오 에이지 지음, 이우희 옮김, 유영만 감수 / 토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 <미생>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 그리고 대사(!)가 있다. 과거 오상식 과장의 상사였던, 지금은 회사를 나와 자영업을 하고 있는 선배가 오 과장에게 던진 한 마디.

 

회사가 전쟁터라고 했지? 떠밀릴 때까지 버텨라. 밖은 지옥이다.”

 

평생 장사라고는 인터넷 중고품 직거래 판매도 해본 경험이 없지만, 이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얼마나 많은 가장들이 이 시간에도 지옥으로 내몰리고 있을까? 혹시 전국에 있는 치킨집이 몇 개 인줄 아는가? 커피전문점은? 고기 집은? 그리고 한 해 폐업하는 가게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는가?

 

이것저것 해보다가 안 되면 장사나 하지 뭐이 말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것인지, 이미 많은 이들이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다. 장사는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보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꾸려가는 데 이보다 더 척박한 환경이 있을까. 대기업들의 추악한 탐욕으로 골목 상권마저 이미 빼앗긴지 오래인 지금, 동네 치킨집, 피자집, 커피전문점은 하루에도 몇 개씩 생겼다가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안전망이 턱없이 부실한 이 땅에서 우리 아빠들은, 엄마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치킨을 튀기고 피자를 굽는다.

 

책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책은 경영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말리는, 그리고 대부분 실패를 점친 무모한 사업을 성공으로 뒤바꾼 이의 이야기다. 상식파괴, 역발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적과도 같은 성공 이야기. 장사를 통해 성공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그런 신화이다.

 

많지 않은 인구 중 1/3은 노인층이고, 게다가 위치도 바닷가 시골마을. 이 곳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대규모 마트를 세웠다. 그리고 23만 점에 달하는 상품을 구비하고 관청과의 줄다리기 끝에 24시간 영업이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영업방식을 만들어냈다. 상권 인구가 적어도 30만 명 이상은 되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이 무색하게, 겨우 27천여 명의 인구를 가진 작은 마을에 세워진 AZ마트. 하지만 첫 해 마트는 누적고객 650만 명, 매출 1천억 원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가장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 과연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 무엇이 사람들을 이 황당한 마트로 이끌었는가. 게다가 책의 저자이자 AZ마트의 CEO는 대형마트는커녕 작은 소매점 하나 운영해본 경험이 없었던 자동차 엔지니어였다. 그는 어떻게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일까.

 

앞서 말한 대로, 책은 경영서이다. 성공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책에 주목한 이유다. 저자는 자기본위에서 타인본위로, 손익 판단보다는 선악 판단을 먼저하고, 이익보다는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이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오직 나만 성공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가 먼저 만족하고, 또한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행복하면 판매자 역시 행복하게 된다는 장사의 정도(正道)’. 이 단순함을 지킨 것이 바로 성공의 지름길이었던 것이다.

 

‘AZ’라는 이름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갖추어 놓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는 단순한 홍보 전략이 아니었다. 마트는 지역 주민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을 우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이라면 회전율에 관계없이 진열하는 풀 라인 업을 고수했다. 상품 가격 역시 매일 최저가, 납품은 지역 업체를 최우선적으로 선정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전단지 한 장 돌리지 않고도, 650만 명이라는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규모의 힘이다. 누구나 11,650제곱미터, 상품 수 23만 점, 24시간 영업을 현실로 옮길 수는 없다. 저자 마키오 에이지는 비록 많은 노력을 거둔 결과이겠지만, 시작부터 이러한 규모의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이 있었다. 작디작은 규모의 소매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구나 250가지 종류의 간장을 구비해 놓을 수는 없다.

 

글머리에 정글 자본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어려움을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아무리 상식파괴가 중요하고 역발상이 필요해도, 게임의 룰 자체가 불공정하다면 성공은커녕 생존도 요원하다. 더구나 소규모의 자영업이라면 거대한 대기업에 맞서 싸울 수 없다. 오히려 철저한 을이 되어 온갖 갑질을 감당해야 한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계속 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상식 파괴로 성공신화를 창조한 일본의 어느 마트 사장에 대한 존경심과 부러움으로 끝내선 안 된다. 어쩜 이 땅에도 그에 못지않은 수많은 이들이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상식파괴와 역발상이 통할 수 있는 공정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불의와 편법과 온갖 불공정이 판치는 사회에서 순수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도 정의로워야 가능하다.

 

어느 대기업의 총수는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1명이 온전히 자기 노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이다. 그리고 누구나 노력한 만큼 최소한의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국가의 역할이다. 그리고 대기업들에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죽도록 힘들다는 말이 일반명사가 되어버린 시대에서, 누구나 AZ마트와 같은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당신도 노력하면, 당신도 끊임없이 발상의 전환을 하고 창조적인 경영 철학을 갖는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따위의 이야기는 더 이상 대중에게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소한 공정한 룰을 세워, 그 룰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되는 그런 환경을 먼저 만들자는 것이 백배는 더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혀 의도치 않았겠지만, 이 책을 소개하며 은근히 개인의 실패를 온전히 모두 개인에게 돌리는 뉘앙스를 풍기는 거대 언론들의 이야기들에 짜증을 느껴, 이렇게 두서없이 주절거렸다.

 

물론 그런 불공정한(!) 서평 없이 공정한 마음으로 읽어도 충분히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진정한 장사, 상도를 생각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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