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산림, 한반도를 사막화하고 있다
김성일.이동호 지음 / 스토리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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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 남북산림복구를 위한 협의를 위해 개성을 방문했다. 개성공단을 지나 개성 시내로 들어서며, 과거보다는 조금 나아진 듯한 북한 시민들의 차림새나 표정을 보고, 조금은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아픈 장면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중 제일 내 마음에 남았던 것은 가뭄에 시달리는 북한의 논과 밭으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냇가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 열심히 붓고 있는 장면이었다. 아마도 전교생이 전부 동원되었는지, 수많은 아이들이 열심히 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한창 뛰어놀고 또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고작 양수기 한 대만 있었어도 해결될 문제에 동원되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마음이 다시금 불편해졌다.

 

또 하나의 모습. 과거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북한의 산은 나무를 찾기 힘들만큼 황폐화되어 있었다. 그나마 대도시에 속하는 개성이 이럴진대 과연 지방으로 가면 얼마나 더 상태가 심각할까, 걱정이 앞섰다. 이러한 민둥산이 결국 홍수와 가뭄의 악순환을 낳는 근원이 됨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고, 남북산림복구협력사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한반도의 산림자원은 본래 북한 지역에 더 많이 있었다. 1910년 일제가 조선 침탈을 위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의 전체 임야 중 대부분이 북한 지역에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해방 이전까지 일제는 우리의 산림자원을 무수히 수탈했는데, 이 역시 대부분 북한 지역의 산림이 대상이 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산림자원은 역시 북한이 남한보다 더 많았다. 이러한 추세는 1970년대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냉전체제가 흔들리며 북한이 외부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와 식량이 대폭 줄어들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산지개간을 통한 식량증산과 임산에너지의 확대공급을 위한 과도한 임목벌채가 이뤄지며, 북한의 산림은 점점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반대로 우리는 국가주도의 대대적인 녹화사업을 벌여 지금과 같은 울창한 산림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녹화사업의 과정에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황폐화되었던 산림을 복구했다는 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산림녹화사업을 추진하는 국가들에게 여전히 대한민국은 중요한 벤치마킹 국가이다.

 

저자인 김성일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식량 생산을 위해 산림을 마구잡이로 다락밭으로 개간하고, 이 때문에 대홍수가 일어나 토지와 농작물이 유실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1990년 전체 면적의 68%를 차지했던 북한의 산림은 15년 만인 200551%로 줄어들었고, 2010년에는 47%로 떨어지게 되었다. 20년 만에 북한 산림면적의 3분의 1이 사라진 것이다. 훼손된 산림면적은 260ha 이상, 서울시 면적의 약 50배다. 지금도 해마다 축구장 13만 개 크기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엄청난 면적이다.

 

세계적인 산림학자인 저자는 북한 산림복원이야말로 통일 이전부터 우리가 시작해야 할 숙원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통일 후 천문학적인 환경, 농업, 산림, 인프라 복원비용을 감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황폐화된 북한산림이 복원되기까지는 최소 50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통일준비 사업 중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말한다. 황폐화된 자연을 다시 복구하는 것은 긴 시간과 함께 인간의 끈기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는 북한 산림복원을 더 이상 식량원조사업이나 생태적 이슈 차원으로 접근하지 말 것을 주장한다. 오히려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 외교적 문제로 인식하여 다자간 협력과 국제문제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이상 한 국가의 자연환경은 그 국가만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중국의 황사로 인해 우리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일본의 원전 사고로 전 세계가 안심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개성에서의 그날 협의는 잘 진행되어 합의를 이룰 수 있었지만, 국내 정치적 문제, 북한 당국의 남한 정부에 대한 불신 등으로 실재 지원물자를 보낼 수는 없었다. 다시금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이렇게 양국이 다투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도, 북한의 산림은 더욱 더 악화될 것임을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연은 임의로 분단되어질 수 없다. 그리고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는 것은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필요치 않다. 남과 북 모두 한반도 구성원으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책은 산림복구 사업의 시급성, 절박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자, 또한 호소이다. 북한산림복구사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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