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 - 우리 시대 작가 49인이 차린 평온하고 따뜻한 마음의 밥상
성석제 외 지음 / 뜨란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대학 2학년, 한 학기를 마치고 그 해 겨울 입대했다. 그리고 맞이한 군대에서의 첫 여름, 특히 군대에서 졸병의 여름은 머리꼭지에서 김이 푹푹 날만큼 무척이나 더웠다.

 

나름 요령피우지 않고 착실한 졸병 생활을 보내던 나는, 부대에서 나오는 잔반(음식 쓰레기) 처리를 맡아 하시는 농장 아저씨의 논으로 이른 바 대민 지원을 자주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중대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는 행정보급관님(계급 상 중대장이 말 그대로 중대의 장이지만, 군대의 현실은 사실 조금 다르다)과 그 아저씨의 친분이 돈독하여 이뤄진 대민 지원이었다.

 

,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커넥션이나 비리 따위로 비난할 것도 아니다. 잔반은 어차피 처리해야 했고, 논이든 그보다 더한 지옥’(!)이든 우리들은 부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으니.

 

주 임무는 모내기였는데, 지원을 나간 이들 중 막내였기에 그 곳에서도 나는 요령 같은 것은 피울 재간이 없었다. 그냥 시키는 대로 논바닥에 얼굴을 들이밀고 폭폭찔러 넣기를 반복할 수밖에.

 

나의 근면함(!) 덕분에 농장 아저씨에게 훌륭한 평가를 받게 된 나는, 단지 부대 밖으로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부대원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여름 대민지원의 전담 요원이 되다시피 했다. 문제는 내가 이른 바 짬밥이 차 굳이 부대 밖이 그립지 않을 때에도, 즉 그 다음 해 여름에도 자주 대민지원을 나가야 했다는 것이지만. 뭐 암튼.

 

무엇보다 대민지원의 하이라이트는 일 수밖에 없었다. 점심시간, 농장 아주머니께서 직접 차려준 밥상을 받아들고, 논두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LTE급 속도로 사제 밥(!)을 먹어치웠던 기억. 풋고추와 된장, ‘사제 김치와 가끔씩 나오던 돼지보쌈, 그리고 막걸리 한 사발.

 

하늘은 몸살 나게 푸르렀고, 달게 배부른 우리들은 그토록 젊음에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작가 49인이 써내려간 밥의 찬가이다. 찬찬히 읽다보면 문득 내 인생의 밥 한 끼는 언제 였던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밥 한 끼가 얼마나 나를 위로했던가, 아련해진다.

 

시인 김사인은 책에서 밥을 모신다고 표현했다. 밥의 소중함이 점점 잊히는 지금, 각자의 소중한 한 끼 밥상을 모셔보는것은 어떨까.

 

? 물론 내 인생의 찬란한 밥 한 그릇은 작대기 두 개 달고, 논바닥에 앉아 허겁지겁 먹어치우던, 그 여름의 밥이었다. 막걸리 한 잔 들이 키고, 대자로 누워 바라본 그 하늘의 눈부신 푸르름을 어찌 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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