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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사회 - 대한민국은 지금 절벽에 서 있다
고재학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벽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인간성이 상실돼 자신을 파괴한다.
낭떠러지
밑으로 밀려나지 않으려 다들 죽기 살기로 돈벌이에 매달리고 자녀에게도 공부와 성공만을 강요한다.
이는
결국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 극심한 경쟁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약탈적 착취 행위가 만연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건
뭐,
도저히
새빨간 색 말고는 표현할 색이 없다.
우울 그
자체이니 보라색으로 칠해야 했나.
뭐 아무튼
지금 심정으로는 극히 우울한 레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을 표현하거나 묘사할 수 있는 단어들은 죄다 ‘급성우울증후군’을
불러일으킬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좀
지겹지만,
다시 한 번
복기하자면 세계 최고의 자살률(자그마치
하루 평균 42명이다),
중산층
붕괴,
600만 명의
비정규직(여기에서 또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비정규직은 당연한 모습’이라고
떠드는 분 계시겠다.
여기까지
읽느라 고생하셨다.
그만 접고
다른 고색창연한 글들을 읽으시라),
100만 명의
청년백수,
1천조 원을
웃도는 가계 부채 등이다.
지겹도록
눈물겹겠지만 현실이다.
살짝 다른
이야기 하나.
얼마 전
탈북 출신 기자를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 얘기 저
얘기 떠든 적이 있다.
그 때
기자의 말 중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구절,
아니 증언이
있었다.
대충 옮겨
보자면,
“지금
북한 역시 빈부 격차의 확대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가난한 계층(맙소사,
위대한
공산주의 국가 북한에서 계층이라굽쇼!)의
젊은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은 존재이다.
사소한
시비가 붙어도 큰 싸움으로 번지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도 다반사다.
이런
북한의 현실을 모른 채 마냥 통일은 대박이라고 떠들면 곤란하다.
남한은
이런 폭탄을 온전히 껴안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준비는
무슨!
우리가 안고
있는 폭탄만도 지구를 수 백 번 가루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많은 걸!
원래
착하지도 않은 우리가 뭔 놈의 남의 폭탄까지 사랑으로 안을 수 있냐고!
라고 말하면
정말 매정하고도,
반민족적이자,
싸가지
없는,
한 마디로
참 나쁜 놈 되시겠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인정하자.
현실은
현실이다.
내가 만난
기자는 탈북 하여 한국에서 살게 된지 이미 10년이 훌쩍
넘은 이였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의 북한을 ‘매직(Magic)
종편’처럼 잘
아느냐고?(종편은
마술사다.
자강도,
양강도에서
평생을 살다 탈북 하여 한국으로 온 이들도 종편에 출연하면 평양 엘리트들의 시시콜콜한 뒷얘기,
보위부
최고위 간부의 사생활,
심지어 북한
최고지도자의 개인 생활까지 꿰뚫는 예지력과 통찰력을 보여준다.
급기야
그들이 했다는 대화까지 인용한다.
마술이
아니면 도대체 무언가!).
최근 탈북
하여 들어오는 이들에게 전해 듣고,
또 최근
탈북한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증오와 박탈감 등을 직접 확인했다는 것이다.
살짝 다른
이야기가,
살짝
길어졌다.
비교적 최근
시장경제가 침투(보수진영
학자나 언론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다.
침투래.
누가
새벽녘,
원산항으로
밀입북해 시장경제 1.5리터짜리
스무 개들이 20박스를 몰래
던져놓고 나오기라도 했나?)되었고,
빈부격차가
아무리 크다 한들,
우리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북한이 이 정도이다.
그래!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거다.
다들
고만고만하게 살면,
힘들어도
그리 큰 박탈감이나 억울함을 느낄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극심한 소득격차와 이로 인한 불평등,
소외의식,
불공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사회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언제든 사회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위험한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꼴이 된다.
인간의
분노는 아주 작은 화학작용 하나로도 터질 수 있으니 말이다.
오랜 언론인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날카로운 시각과 숙성된 감성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한 두 개도
아닌 무려 아홉 개의 핵폭탄을 보여준다.
오해마시라,
저자가
오버하거나 발명해낸 것들이 아니다.
엄연히
현실로 존재하며 우리를 한 방에 말살해버릴 수 있는 ‘리얼’
핵폭탄이다.
이것들을
정중히 호명해보자.
인구,
일자리,
재벌,
교육,
취업,
임금,
금융,
창업,
주거. 저자는
이것들의 꼬리에 공통적으로 ‘절벽’을
붙인다.
그렇다.
우리는 한
번 삐끗하면 다시는 오를 수 없는 아홉 가지의 절벽 사이를 헤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좀 살아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절실히 느끼겠지만,
친절히 개당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자.
문장력
증진을 위해!
인구:
살기
참 더럽게 힘들어 아이는커녕 결혼도 포기하는 젊은이와 상대적으로 늘어만 가는 노년층
일자리:
에혀,
이건
말해 뭣하나.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로 끝.
재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이어지는 죽음엔 침묵하던 언론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입원과 병세 완화를 실시간 속보로 날린다.
교육:
초등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나는
꿈이 없다’고
말하는 사회.
취업:
88만원
세대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청춘들의 소리 없는 눈물.
임금:
해마다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전경련을 비롯한 재벌들의 눈뜨고는 못 보는 온갖 생쑈.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내일이라도 망할 것처럼 떠들지.
그네들이
말하는 경제에는 임금노동자의 삶과 국민들의 살림살이 따위는 애초 고려사항이 아니다.
금융:
가계부채
천국이 된 대한민국.
지겨운
대출광고가 없다면 종편도,
케이블
방송도 이미 망했다.
대부업체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창업:
서태지와
아이들이 뛰어난 예지력으로 말씀하셨지.
“죽음의
늪”
주거: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이 소유한 토지의 면적은 여의도의 6.5배.
경기도
안성에서만 사들인 아파트가 216세대.
그럼
보통 국민은?
28살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대한민국 평균 월급쟁이가 서울에서 33평형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숨만 쉬고 살아도 57세,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사려면 72세가
될 때까지 오로지 숨만 쉬어야 한다!
근데
빌어먹을.
당최
정년이 몇 년까지인 건 알고 떠드는 거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에서 정작,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는 고사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조차 아귀다툼으로 누군가에게 빼앗아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언뜻 봐도
이는 지옥이다.
이미 다들
눈치를 채셨겠지만 우리는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탄지 오래다.
그리고 그
길에 에스오일이나 현대 오일뱅크가 있는 휴게소 따위는 없다.
그럼
뭔가.
도대체
무엇이 이 지긋지긋하고 살 떨리는 절벽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인가.
저자는 아홉
가지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역시 아홉
가지의 주문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주문이라고 해서 허무맹랑하고 유치뽕짝이거나 미션 임파서블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당연해서 숙연해지는 주문이다
바로
공생이다.
공멸을
피하는 방법은 단 하나,
다 같이
살아가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 무슨
허무한 소리냐고 하실 분들 분명 계시겠다.
하지만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어디에 가도
1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등의 개소리는 하지 않는다.
그런
극악무도한 이야기가 어디 있나.
나머지는
9,999명은
잉여인간인가!
절벽 끝에서
이제 떨어질 순간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저 하늘에서 동아줄을 내려 주시진 않는다.
결코!
다만 다른
누군가가 손길을 내밀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손길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며 우리는 결코 이 정글 같은 시스템에 구속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면,
절벽사회는
어느 새 따뜻한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빙 둘러앉아 소박한 밥을 나눌 수 있는 ‘원형사회’로 변해
있을 것이다.
우울한
7월이다.
월드컵
대표선수단을 ‘애국자’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우리 국민이
지금 월드컵에 정신 팔려 있을 때가 아님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왔다는 소리다.
궁극의
역발상!
사의 표명한
총리를 ‘쓸
만한’
후보가
없다고,
다시
주저앉히는,
역시 궁극의
대국민 ‘삐짐쇼’를 보여주신
분이,
이젠 대국의
큰 형님을 모셔와 동족 비난하기를 대대적으로 감행하고 계시다.
역지사지라고
과연 북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국민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공허하게
북핵 절대 불용을 외치며,
모처럼
찾아온 소중한 외교적 기회를 오버헤드킥으로 날려버리는 정부.
진도
앞바다에는 여전히 사랑하는 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피눈물이 멈추지 않고 있는데,
뒤늦게
밝혀지는 온갖 끔찍한 공권력의 무능과 직무유기.
범죄.
맞다.
액면가
그대로의 대한민국은 당장 내일 망해도 전혀 억울할 게 없다.
하지만 늘
희망은 사람에게서 나왔고,
사람에게
있다.
<절벽사회>는 우리가
서 있는 절벽의 맨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이를 넘을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소중한 가치들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적어도 누구처럼 ‘먹튀’는
아니다.
일독을
슬그머니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