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이 서울에게 서울이 평양에게
조동호 지음 / 동아시아연구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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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평양. 이 두 도시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각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상이한 이념 위에 세워진 두 도시는 지금껏 어떤 형태로 발전 혹은 진화해왔으며, 또한 어떠한 미래를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2002년 설립된 이후 사회과학 분야에서의 학제적 연구, 국제학술교류 확대, 지식사회 네트워크 활성화 등에 노력해온 동아시아연구원에서 펴낸 『평양이 서울에게, 서울이 평양에게』는 도시 건축(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경제(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영화와 대중문화(김현경 MBC 기자/통일방송연구소장), 인간의 생애(이수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두 도시의 미래(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등 다섯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서울과 평양을 비교·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보다 더 나은 서울, 더 나은 평양을 만들기 위한 두 도시의 ‘대화’를 시도한다.

 

책은 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에서 북과 통일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학제 간 연구 시도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또한 책은 단순히 서울의 논리를 평양에 이식하자는 이야기에서 벗어난다. 오히려 평양의 변천과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상황에서 두 도시가 서로에게 전해줄 이야기가 무엇일지 고민한다.

 

이는 책에 참여한 다섯 필자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한국을 대안으로 삼아 북을 변화시키는 데에만 연구를 국한하지 말고 남과 북의 역사성을 모두 인정하면서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통일은 일방의 승리, 일방의 패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통일은 남북 모두에게 새롭고 좋은 사회가 된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통일 대박이다.

 

필자들은 통일의 과정이 결국 북의 주민들에게 변화에 대한 동의를 얻어가는 과정이 될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현재 한국의 모습이 북한 주민에게 대안으로 제시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 역시 인정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통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식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미래 한반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책은 단순한 두 도시 간 우열비교나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각기 도시의 장단점을 평가하고 두 도시의 장점을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많은 교류와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평화를 전제로 한 공존이라는 목표 아래 끊임없는 소통이 지속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더 나은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두 도시의 대화.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고민한 결과인 이 책은 부족함과 아쉬움보다는 또 다른 방식의, 나아가 더 바람직한 형태의 공존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후속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부디 이러한 논의와 시도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학문적 자극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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