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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춤 ㅣ 펜더개스트 시리즈 4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펜더개스트 시리즈 중 ‘디오게네스 3부작’으로 알려진 것 중 2번째 작품이자, 펜더개스트 시리즈 4번째 이야기. 내 버릇 중 하나가 시리즈를 보게 되면 무조건 처음부터 봐야하고, 가능하면 끝까지 완결을 내버리는 것인데, 때문에 펜더개스트 시리즈 역시 국내에 출간된 것은 모조리 구해서 읽었다. 음… 가끔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버릇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원피스나 뭐 그런 것들이면 피곤하잖아! 언제 다 모아!
지난 《브림스톤》에서 형인 펜더개스트를 죽음의 위기까지 몰고 갔던 디오게네스는 이번 편에서 형의 지인들을 하나하나 잔인하고, 또한 기괴하게 살해해 나간다.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펜더개스트를 조롱하듯, 그가 사랑하는 여인 비올라마저 납치하는데….
대부분 영미권의 스릴러 작품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염두하고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 또한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그대로 떠오를 만큼 생생하고 또한 박진감이 넘친다.
펜더개스트 시리즈의 미덕이자 아쉬운 점 또한 마찬가지다. 나름 치밀한 플롯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긴장감이 넘치고 또한 액션도 화려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장면장면 하나가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져도 무리가 없다. 아니, 스크린용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때문에 살짝 아쉬운 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깊이감이 부족해 보인다고 할까. 눈앞에 보이는 장면 묘사나 액션에 다소 무게를 주다보니 스토리가 왠지 억지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너무나 막강한 디오게네스와 여기에 속수무책인 일반 평민(!)들. 그리고 유일하게 맞서는 펜더개스트 간의 계급적(!) 격차가 심각하게 크다. 초사이어인 두 명의 대결에 일반 엑스트라들이 가끔씩 나서는 정도?
뭐, 그렇다고는 해도, 스릴러의 정석을 충실히 지켜가며 방대한 분량을 별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가게 하는 것은 분명 두 공동저자의 능력이자 작품의 미덕일 것이다. 또한 꼼꼼한 두 양반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사건들의 리얼리티를 100% 살리고 있다. 이건, 단지 인터넷만 뒤진다고 나올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지난한 자료조사와 사실 확인의 과정이 수반되었을 것이다. 역시, 재능도 중요하지만 작품은 근면함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
이 작품 이후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지옥의 문》이 출간되었다. 물론 당연히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상 읽어 내려갔다. 가끔씩 타인의 창작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는 이들을 보게 된다. 글쟁이들의 무한한 고통을 우습게 보는 이들.
좀 화가 난다. 모든 글쓰기는 고통이 수반된다. 즐겁게 글쓰기를 할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냐만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이들은, 내 생각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얼 마 간의 고통은 창작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집에 산재되어 있는 책들을 나름 장르별로 구별하여 분리시켜보려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예상 외로 스릴러나 추리문학이 적지 않았다. ‘오호라, 요거 괜찮네’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답답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스릴러만한 것이 없다. 밑줄을 팍팍 쳐가며 책을 읽어가는 내 성격에는 더욱 더.
아, 난 스릴러도 밑줄 쳐가며 읽기도 한다는.
뭐야…. 집중력 부족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