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림스톤 펜더개스트 시리즈 3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으아, 무려 721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이틀 만에 다 읽었구나. 음……. 너 시간 많았구나. 에헴.

 

경애해 마지않는 펜더개스트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부터 슬슬 펜더개스트의 숙적인 동생 디오게네스가 등장한다. 전작에서도 살짝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번 편부터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작품의 후반에 등장하긴 하지만,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번 작품에서 내 흥미를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자연발화 현상이었다. 인간이 아무런 외부의 영향 없이 스스로 불타오르는 현상. 이러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은 이미 많은 미스터리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단 돈 1000원 짜리 시리즈 북이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어느 출판사의 어떤 시리즈였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리즈의 내용들은 얼핏 기억이 나는데, 전체적으로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미스터리였다. 어떤 책은 동서양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귀신이나 마귀, 요정들을 종합하기도 했고, 또 어떤 책은 UFO에 대한 집중 분석을 담기도 했다. 공룡들을 주인공으로 한 일본 액션 드라마를 분석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아마도 영적인 존재에 대한 책이었던 것 같다. 즉 귀신, 고스트. 그런데 여기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자연발화현상이었다. 홀로 살아가던 노부인이 한쪽 발목만 남기고 스스로 불타버렸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기억이 날만큼 어린 시절 충격과 미스터리로 다가왔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자연발화는 물론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벌어진 살인이었다. 뭐, 저자들이 설명하는 내용에 동의하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암튼 귀신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과거, 지금처럼 과학이 한껏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며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지배할 것만 같은 거만함을 피우지 않았을 당시에는, 자연발화와 같은 현상에 대해 종교와 악마를 제외하고는 달리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리라 짐작되기는 한다. 아니, 멀쩡하던 사람이 옆에서 불을 붙인 것도 아닌데, 스스로 불씨가 되어 타오르는 현상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귀신이 붙었거나, 악마의 저주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 작품 덕분에 예전 어렸을 때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했으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시절이 떠올라 잠시 행복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아, 그리고 우리의 히어로 펜더개스트 양반. 그리고 뉴욕의 우직한(솔직히 말하면 살짝 머리 회전이 느린) 경찰 다코스타의 콤비 플레이는 다름 괜찮았다. 워낙 댄디한 펜더개스트라 다코스타와 같이 살짝 거친 친구가 파트너로는 제격이다.

 

4월부터 5월 내내 나름의 고민이 참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너무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전혀 상관이 없는 일에 몰두하기도 하는 법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세상을 바라보며 불의에 분노하고 동지들과 연대하며 강력하지만 동시에 부패한 권력에 저항하는 것은 언제나 지극히 당연한 책임지자, 권리이다.

 

하지만 스스로 내부에서 먼저 무너지고 중심을 잃어버린다면 그 싸움의 결말은 너무도 빤하다. 나는 그런 슬럼프에 빠져 있었던 것이고, 그리고 절망하고 있었다. 절대 깨뜨릴 수 없는 악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이들의 용기와 열정은, 때문에 언제나 필요하다.

 

이 책을 읽을 당시 엄청난 충동구매 행위를 했다. 이것저것, 정말 조금이라도 맘에 드는 책이면 무조건 줄줄이 구매했다. 대책이 없어지면 개념도 감각도 함께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역설적이지만, 그 때 구매했던 책 중에 꽤 쓸 만한, 읽을 만한 책들이 많다.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고맙게 읽고 있다.

 

어떤 책이든 읽었다면 반드시 기록을 남긴다는 규칙. 장단점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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