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놀이 펜더개스트 시리즈 2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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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진열장》으로 만나게 된 펜더개스트 시리즈 제2편. 역시나 나의 백수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 작품. 음, 자랑이냐.

 

스릴러 장르의 소설이 주는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가독성이다. 킬링 타임용이라고 다소 낮춰 부르기도 하지만, 스릴러 소설을 집어 들었는데, 시간이 더! 안 간다면, 그것도 낭패 아닌가.

 

사실 백수 시절, 시간이 그렇게 널널한 것도 아니었다. 갓 태어난 귀여운 딸아이를 보러 조리원에도 매일 출근해야 했고, 특히나 생계를 꾸려가야 한다는 중압감으로(뭐, 그렇다고 내가 밖에 나가 떼돈을 벌어온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나름 분단된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일원으로 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거창한 사명감도 남아 있어, 이와 관련된 단체의 발족에 참여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 까불기도 하던 시기였다.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죄송함은 지금도 남아있다.

 

무려 6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는 이 작품에 대한 기억은 우선, 황량함이다. 캔자스 어느 시골 마을의 끝없이 펼쳐져 있는 옥수수밭.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견된 끔찍한 형상의 시체. 도저히 사람의 짓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시체 곁에는, 반대로 짐승이라면 할 수 없는 행위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시체를 특정한 모습으로 꾸며 놓은 것이다. 음, 그럼 사람이 했다는 것인데 말야.

 

어디서 또 이 사건의 냄새를 맡은 우리의 주인공 펜더개스트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농가에서 민박(!)을 하며, 동네의 유명한 날라리 여학생을 개인 기사로 임시 채용한 후(!), 무려 혼자 외로이(!) 수사에 나선다. 흠, 분위기 좋아. “난 파트너따위 필요 없어!”라고 외치는 어느 B급 영화의 강력계 형사가 떠오르지 않나?

 

아무튼 펜더개스트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고 끔찍한 살인 사건은 이어진다. 그리고 이곳에서 벌어졌던 인디언들의 학살과 복수에 대한 전설까지 회자되며 점차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짜잔.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사람인가? 초자연적 존재인가? 아님 외계인? 아, 요건 아니고.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스릴러 소설이라는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며,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 책이다. 아내로부터 “자꾸 그런 소설만 읽으면 사람이 이상해져. 작작 좀 보셔”라는 핀잔을 들었지만, 뭐 재미있으면 장땡이지! 그리고 이것 읽었다고 연쇄살인마가 되었으면, 지금까지 CSI 세 동네 편을 꼬박꼬박 챙겨본 건 어찌 해? 이미 증거 하나 안 남기고 사람들 다 죽이는 완전범죄자가 되어야 맞지!

 

물론 앞에선 말 못했다. 말했음 또 죽었을 걸?

 

암튼, 그때 《살인자의 진열장》서평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후 줄기차게 이 분야의 책들을 섭렵했다. 이유는 그 때 말한 것 같고. 그냥 복잡한 생각이 하기 싫었던 시기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뭐, 다들 그럴 때가 있잖아요?

 

소설의 중후반을 지나면, 점차 펜더개스트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어떤 능력을 갖춘 인물인지 드러나기 시작한다. 전작에 이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역시 육체보다는 정신력이 뛰어난 인물로 묘사된다. 뭐, 요즘 스타일이다. 요새는 너무 몸만 강조해도, 무식해 보인다는 소리를 듣지 않나. 아, 그리워라, 무대포 정신으로 사건을 해결하던 하드보일드의 전설들이여!

 

암튼 결말에 가면 살짝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없지만, 결국 그렇게 되리라는 나름의 예상이 맞았던 나는 살짝 세계적 스릴러 콤비 작가의 지성과 내가 동급이라는 즐거운 착각도 할 수 있었던! 즐거운 독서였다.

 

그리고 당연히, 다음 편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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