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 트레이더 김동조의 까칠한 세상 읽기
김동조 지음 / 북돋움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경제이야기 그리고 경제학을 재미있게 풀어 쓰거나 이야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온통 딱딱한 용어와 법칙들이 난무하는 경제학을 일반 독자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공을 갖춘 사람이라야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상당한 내공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따분할 수도 있는 경제 이야기를 우리네 실생활과 연결시켜 매우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술술 읽히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그는 빤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차라리 편견에 가득 찬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상식이라 알려져 있는 것에 도전하고, 고정 관념을 과감히 부수는 책. 누구에게는 상식인 것이 다른 누구에게는 단순한 의견일 수도 있음을 지적하며, 저자는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은 결국 자기 목소리로 가득 찬 세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 자신의 ‘편견’을 과감히 담아 버렸다. 때문에 조금은 도전적이고, 논쟁적이다.
저자는 마약 문제, 성매매, 사형제도 등 고정관념에 빠져 있기 쉬운 주제들에 과감히 이견을 제시한다. 강간범을 사형에 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차별 없는 세상이 오히려 불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 등은 경제학적 논리와 맞물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는 김밥 가게 두 곳에서 삼성과 애플의 미래를 점치는가 하면, 부부 간의 이해관계 속에서 게임이론의 내시 균형을 접목시키기도 한다.
그는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이론들을 우리의 인생에 대입시켜 설명한다. 기회비용을 이야기하며 왜 결혼 적령기에 결혼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인지 이야기하고, 매몰비용을 말하며, 왜 아무리 오래 사귄 연인이라 해도 결혼 상대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헤어져야 하는지 설명한다. 또한 생산성의 개념을 이야기하며 중요한 것은 결국 다른 나라와의 비교, 즉 경쟁력이 아닌 온전한 생산성 증가라고 강조한다.
경제관념이나 경제학에 대해 당최 막연한 두려움만을 가지고 있는 내가 별 어려움 없이, 아니 상당히 재미있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의 비유나 실생활에서의 대입이 적절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경제학 도서라면 환영하고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저자의 말대로 설득력이 없이 자기 목소리로만 가득 찬 책은 불편하고 불쾌하다. 하지만 설득력을 확보한 편견은 불편함을 줄지는 몰라도 불쾌감을 주지는 않는다. 아울러 그런 의견들은 비록 작은 목소리라 해도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의견이 상식으로 수렴하는 과정에 이바지하게 된다.
세상엔 엉터리 질문들이 많다. 그 중 어린 아이들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묻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것이 나쁜 질문의 전형이라 말한다. 아이들은 아직 무엇에 적성이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인지도 충분히 알지 못한다. 아니, 세상에 직업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조차 모른다. 때문에 그것은 어른들이 스스로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강요하거나, 빤한 소리를 듣고 싶을 때 하는 질문일 뿐이다. 아이들은 기껏해야 티브이나 부모님,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직업을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경제학적 관점이다. 이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경제학적 관점에 익숙해지면 ‘이런 사랑을 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보다 ‘이런 결혼을 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이 인간을 파악하는 더 좋은 질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저자의 주장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경제학적 관점으로만 볼 수는 없다. 아마 애초부터 불가능하지 않을까? 인간은 지구상 어떤 생명체보다 합리적이지 못한 측면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자신의 주장이 100% 옳다고 스스로 자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사안을 분석하고 일상적 현안에 대응하는 데 경제학적 관점과 전략적 사고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 방법론에 신뢰가 있고, 여기에 노력이 더해진다면, 설사 예측이 틀리고 대응이 서툴러 결과가 나빠도 상처입지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그는 전략적일 수 없다면 철학적이기라도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책은 경제학적 관점으로 세상의 다양한 이슈를 바라보고 있다. 또한 ‘후회 없는 인생 설계하기’에서는 결혼, 이혼, 교육, 부모, 친구, 양육, 직업, 직장 등 삶의 단계마다 혹은 삶을 통틀어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각자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이라 하면 일단 한껏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나에게,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아울러 애초에 글러먹은 성격이라 온전히 저자의 전략대로 살아가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 역시 ‘경제학적 관점’에서 두 눈을 똑바로 바짝 뜨고 세상을, 또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나쁜 경험은 아니겠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정말 정말 좋은 경제학이 되리라.
아,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느낀 궁금증 하나. 대한민국에 그 수많은 경제학자, 경영학과 교수 들은 전부 부자일까? 혹은 전부 돈을 많이 벌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헐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