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신화편 세트 - 전3권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12년 3월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 이승편》을 인상 깊게 읽은 바 있다. 이승편은 집을 지키는 신들과, 집을 강제로 철거해 버리려는 인간들과의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졌다. 당시 용산참사의 슬픔과 분노 속에서 책을 읽어 내려간 기억이 있다.

 

 

이번 작품은 저승편, 이승편에 이은 《신과 함께》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저승편과 이승편에 등장한 신들의 과거 모습을 보여주는 ‘프리퀄’ 성격의 작품이다. 《신과 함께》작품 전체가 한국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이니, 당연히 신화편은 이들 신이 어떻게 신이 되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주호민 작가의 작품은 이승편과 이번 신화편만 읽었을 뿐이다.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느낀 것은 그의 작품에 담긴 것이 결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전 우리네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도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과 그리 다르지 않은 갈등과 반목과 또한 사랑이 담겨있다.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사랑, 질투와 욕망이 만들어 낸 비극, 타인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만들어낼 수 있는 조그만 기적까지. 이 모든 것들은 바로 이 땅에서 지금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여기에 작가는 기존의 이야기를 각색해 현실과 직접 맞닿게 만들기도 한다. 대별소별전에 보듯 원래 대별왕이 혼자의 힘으로 떨어뜨리는 해를, 온 백성들이 힘을 모아 함께 떨어뜨리는 것으로 내용을 바꾸었다. 한 명의 영웅보다는 우리 모두의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것. 사실, 그렇다. 역사의 면면을 보면 보잘 것 없는 민중의 힘으로 수레바퀴를 무던히도 굴려오지 않았나.

 

 

무엇보다 작품이 전해주는 미덕은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심성을 전해주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열광하는, 또한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신화들을 모아 만든 책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신화는, 내 기억엔 그리 많지 않았다.

 

 

때문에 《신과 함께》는 본디 우리에게 제일 친숙했고, 지금도 함께 있는(!) 우리 신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우리 역시 눈물겹고, 아름다우며, 때로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야기들이 있음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간혹 잘못된 방법으로 신앙을 접하거나 혹은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이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종교가 가지고 있는 선한 측면보다는 잘못된 측면을 더욱 부각시켜, 결과적으로 자신이 믿는 종교를 왜곡된 모습으로 보여주는 우를 범한다.

 

 

최근 ‘나꼼수’ 김용민 PD가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는데, 나 역시 그의 의견에 공감하는 편이다. 현재 한국 종교는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를 마치 부동산 매물처럼 내놓고 심지어 경매에까지 붙인다. 목사라는 이들은 다른 종교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욕설과 공격을 퍼붓고, 마치 원리주의 테러리스트처럼 타 종교의 성전에 가서 ‘테러’를 저지른다.

 

 

비단 기독교만 탓할 수도 없다. 여타 종교들도 종교를 위장한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부패와 알력 다툼 등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작태들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난 종교단체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기업적 형태를 가지고 있는 종교들에겐 더욱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들 중 특정종교는 제사를 부정한다. 조상들에게 예를 갖추어 절하는 것을 우상숭배라 말한다.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할 수도 없다. 우상이라니? 당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를 있게 해준 조상들을 기억하고 일가친척들이 모여 우애를 다지는 것을 우상숭배 행위라 치부해 버린다면, 그야말로 그들이 믿는 신은 치졸하기 그지없는 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일신은 그래서 위험하고 허구이다.

 

 

주호민의 작품에 나오는 신들은 하나 같이 우리네 이웃처럼 친숙한 신들이다. 하다못해 악한 신마저도 그렇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나타나는 서양의 신들은 그야말로 전지전능하고 매우 폭력적(!)인 힘을 과시하곤 한다. 어떤 신이 더 마음에 드는지는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난 종교 전쟁으로 수많은 인간들을 죽음으로 내몬 서양의 신들, 종교보다는 순박하고 친숙하고 이웃 같은 우리네 신들이 더 마음에 든다.

 

 

이러쿵저러쿵 감히 종교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그럴 능력도 없다. 다만 서양이든 동양이든, 우리의 신화이든 모두 존중하고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그리고 거기에 주호민 작품의 미덕과 중요성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또 다른 재미있는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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