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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는 당신에게 힘을 주는 말 -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80가지 희망 이야기
김현영 지음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몇 번 이야기한 것 같다. 나는 솔직히 힐링에 관련된 책이나 콘텐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막연히 ‘모두 잘 될 거야’ 혹은 ‘힘을 내, 너도 열심히 하면 나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와 같은 말들은, 정작 죽을 만큼 힘든 이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 의도는 좋았다 하더라도, 초기 힐링 도서들이 크게 인기를 얻자, 너도 나도 힐링 힐링거리며, 수준에 미달하는, 혹은 정말 막연하게 늘어놓거나 훈계하는 책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골적으로 ‘나는 어떻게 하든 책만 많이 팔면 됩니다!’를 티내며 나온 책들도 적지 않다.
돈이 아무리 좋아도, 유행에 따라 영혼이 없는 책들을 쏟아내는 출판사들을 보면 한심하면서도, 또는 얼마나 요즘 출판계가 힘들면 저럴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누누이 말하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정말 죽겠다고, 반칙이나 사기를 쳐도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묵묵히 양서를 내는 양심적인 출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종편 따위에 투자나 후원을 하지 않고도 말이다.
최근 방송 중 아빠와 아이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서로의 마음을 열고 이해하는 프로가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그러자, 금새 프로 이름을 흉내 낸 책들이 쏟아진다. 곧 군대에 대한 책들도 쏟아지겠지. 종이 아깝다. 솔직히.
이러 저러한 이유로 이 책 역시 처음 잡았을 때는 그리 호감이 가지 않았다. 또 빤한 훈계나 위로를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기존의 영화나 음악, 명언, 일화 그리고 저자가 직접 만난 이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라디오 방송작가인 저자는 틈틈이 기억에 남는 글,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 글들을 꼭꼭 챙겨두었다. 자신 스스로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어 준 글들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하고픈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책은 건방지지도, 어설프지도 않다. 다만 솔직하고 편안하고 조금은 진지하다. 가령 “난 23살이 되면 뭔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어”라는 친구의 말에 “네가 23살까지 되어야 할 것은 너 자신이야”라고 말해주는 친구처럼. 책은 그렇게 조용히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또한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일러준다.
덧붙여 이 책의 큰 특징이자 장점은 수자원 개발 전문 NGO인 ‘팀앤팀’이 아프리카 현장에서 일하면서 담은 아이들의 사진들을 함께 실었다는 점이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사진은 글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아이들의 미소를 따라 하게 만든다.
시인 문태준이 책의 추천사에서도 말했듯, 좋은 말과 글은 타인에게 다가가 아름다운 모자, 따스한 빛, 소중한 혈액이 된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말, 타인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무참한 말보다, 서로에게 나무가 되고 구름이 되고 음악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분명 한결 나아진 세상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성질 급한 나처럼 한꺼번에 무식하게 읽어나가기 보다는 하루에 한 두 이야기씩 찬찬히 곱씹으며, 또는 편안한 마음으로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이러한 슬로우 리딩에 어울리는 책마저 밑줄 팍팍 쳐가며 읽는 내가 참 한심할 따름.
아, 책을 읽으며 느낀 또 하나. 가끔은 그냥 맘 편히 속는 셈치고, 남들 하라는 대로 해봐도 나쁘지 않다는 것. 어차피 잘 속고 잘 우는 녀석이니, 다시 빳빳하게 가시를 세울 필요 없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도 맘 편하다는 것.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 속에서 좋은 점만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원하거든
굶주린 사람들과 너의 음식을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릿결을 지니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 아이가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태를 원한다면
결코 너 자신이 홀로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고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치유 받아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그 누구도 버려두어선 안 된다.
기억하라. 만약 네가 도울 손길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나머지 한 손은 남을 돕는 손이다.
- 오드리 햅번(배우, 1929~1993)이 죽음을 앞두고 아들에게 들려준 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