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 독일 대통령은 왜 지금 자유를 말하는가
요아힘 가우크 지음, 권세훈 옮김 / 부엔리브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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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독재는 오래, 아주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거리로 뛰쳐나와 그들 자신이 민중으로 존재함을 온전히 자각하고 주장하는 비판적인 군중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권력에 관여하느냐 아니면 복종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시민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 희망? 경제? 복지? 신뢰? 뭐 하도 많아서 늘어놓기도 힘들다. 하지만 내 생각에 가장 큰 것은 다름 아닌 ‘목적’이 아닐까 싶다.

 

무엇을 위한, 무엇을 위해,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는 것. 그것이 당최 애매하게 되어버린 세상이 아닌가. 오히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무엇을 피하고만 싶은 처지가 되어버린 것 같다.

 

책은 독일의 11대 대통령 요아힘 가우크의 연설을 담은 것이다. 그는 동독 출신의 목사이자 민권운동가이다. 하지만 모든 정파를 초월해 압도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다. 그는 민중이 일어나 어떻게 자유를 얻어냈는지, 삶으로 고스란히 체험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제 12월 19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도 5년 동안 국정을 꾸려야 할 대통령을 뽑는다. 그런데 희한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MB정권 5년 실정에 대한 뚜렷한 비판도 없고, 앞으로 5년 동안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구체적인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너도 나도 다만 표가 될 이야기들, 국민들이 듣고 싶어만 하는 이야기들을 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무조건 자신이 당선되면 알아서 다 하겠다는 엄포만 늘어놓는다. 이러한 현상이 맞는 것일까? 국민들은 다만 5년 마다 혹은 4년 마다 투표를 통해 자신의 대리인들을 선출하기만 하면 끝이 날까?

 

MB는 70년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임기 5년 동안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받았다. 왜? MB는 자신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것으로 시민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자신이 하려는 것에 사사건건 시민들이 반대하고 나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권력을 쥐어주고, 왜 다시 딴소리를 하는가? 이게 MB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투표로 당선됐다고 해서, 그가 모든 것을 제 맘대로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해나갈 수는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MB는 절차적 민주주의만이 민주주의라고 믿었다. 그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은 말한다. 시민으로써 우리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무책임하게 포기하는 것일 뿐, 결코 관용이 아님을.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가 아닌, 무엇을 위한 자유, 무엇을 향한 자유를 추구할 때 비로소 스스로 책임을 지는 성숙한 자유를 누리는 ‘시민’이라는 것을 말이다.

 

독일 국민들은 스스로 선출한 히틀러가 오히려 자신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역사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다. 국민이 뽑은 권력이 국민을 억압하는 모순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주권을 행사하는 시민들이 깨어 있어야 하고, 시민의 자세로 목적성과 방향성을 가진 책임 있는 자유를 행사해야 한다.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은 다시 말한다. 민주주의는 결코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하지만 모범적인 성격의 학습 능력을 지닌 시스템이다. 때문에 성숙한 자유라는 책임을 가지고 모두가 함께 국가를 이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MB정권 5년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얼마나 우리의 뜻과는 정반대의 길을 갈 수 있는지, 똑똑하게 목격했다. 그리고 그 후과가 비단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4대강 사업의 여파는 다음다음 세대에도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이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누구를 찍어야 한다. 누구는 절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은 이미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그대로 행동에 옮기면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 이제 2013년에는 다시 우리들의 ‘목적’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누구를 이겨야 한다, 누구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모순된 생각에서 벗어나, 누구나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공존의 마음을 찾아야 한다. ‘부자 되세요!’로 대통령이 된 MB는 결국 우리를 잘 살게 해주지 못했다. 극소수의 배만 불렸을 뿐이다. 이제 다시 우리가 사람임을 시민임을 자각해야 할 때이다.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은 우리가 권력에 관여하느냐, 아니면 복종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시민이 될 수도,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언젠가부터 자유·정의·인권·민주주의가 식상해진 세상이다. 하지만, 아직 그렇기엔 우린 갈 길이 멀다. 자유·정의·인권·민주주의 그 어느 것 하나도 여전히 우리 사회엔 부족하고 어설프다. 그걸 확고히 만들 수 있는 것은 한 명의 대통령이 아닌 우리 시민들이다.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력을 함께 행사할 수 있는 시민. 이제 그러한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한반도를 제대로 이끌고 나갈 수 있다. 진정한 자유는 책임과 관용에서 빛이 날 수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12월 19일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열망을 믿고 신뢰할 때,

우리로 하여금 부당한 지배에 순종하며

봉사하게 하는 두려움,

우리를 결박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그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두려움을

직시하여 ‘두려움’이라고 인정하고,

그 두려움과 순응이

모태가 같은 형제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도 두려움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하고

그것을 시험할 준비가 될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서 솟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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